늦가을 정취가 샛노란 은행나뭇잎에 덮이고 코끝이 시려 오니 새삼 겨울 문턱을 넘어섰다는 사실이 실감납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책의 책장을 뒤적이다 鄭玄宗(정현종) 시인이 쓴 ‘섬’이란 詩(시) 한 편을 발견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란 내용입니다.
후에 朴德奎(박덕규)란 후배 시인이 이 시를 패러디하여 ‘사이’란 시를 발표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사이가 있었다/ 그 사이에 있고 싶었다/ 양편에서 돌이 날아왔다.’
세상만사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길 즐기는 관측통들은 박덕규 시인의 시를 보면서 세종시 문제로 번민하는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의 심사를 상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종시 문제는 진보·보수 진영의 격돌에다가 지역간의 마찰, 여야 간의 갈등에 더해 여당 내에서의 親李(친이)·親朴(친박) 분란까지 얹어져 해법 찾기가 난망한 상황이니 그런 상상을 하는 분들도 더러 계시는 것 같습니다.
이제 이명박 정부도 취임 두 돌이 다가오고 있으니 중간평가의 칼을 빼들 때가 됐습니다.
우선 이명박 정부 전반기의 성적표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대응 및 극복 부문에선 높은 점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이 점은 해외 유수의 언론이나 경제 전문기관들의 평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위기 극복 문제를 벗어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月刊朝鮮이 이번 달에 이명박 대통령이 大選(대선) 때 제시한 公約(공약)들을 점검한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맹폭으로 연 7% 경제성장, 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이라는 ‘747정책’은 실종됐고,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4대강 사업으로 변경됐습니다. 龍(용)을 그리려다 뱀이 된 모양새라고나 할까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 空約(공약)으로 변질되고 있는 모습은 이번 달 月刊朝鮮에 權世珍(권세진) 기자가 쓴 기사에 잘 정리돼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기간을 비롯해 집권 초기에 기회가 날 때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親(친)기업 정책’ ‘법인세 인하와 규제완화’를 수없이 강조했습니다. 요약하자면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일하도록 하기 위해 법인세를 22%에서 20%로 낮추고,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세계 최고의 기업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대기업 본사를 세종시로?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2009년부터 법인세율 인하’ 관련 법안은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2년간 유보하는 법안을 제출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대통령은 법인세를 인하하겠다고 나서고, 그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지원하는 집권여당은 반대하고 나서니 도대체 누구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기업들의 솔직한 목소리는 “盧武鉉(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기업 하기에 나아진 것이 없다” “官治(관치)경제가 부활하고 있다”고 아우성입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정부는 세종시 문제에 대한 대안 마련 차원에서 대기업 본사를 세종시로 이전시키겠다는 발상까지 하고 나섰습니다.
張光根(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11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와 관련, “정부가 대학 이전이나 연구기관 이전, 특히 5대 그룹을 포함한 기업 이전 문제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5대 그룹 이전 문제는 우리 욕심만으로 되는 게 아니고 각 그룹의 이해득실이 걸려 있기 때문에 5대 그룹 중 한 기업이 이전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나와있지 않다”면서 “해당 당사자들과 논의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5대 그룹 한두 곳과 접촉 중인데 본사가 이전하면 좋지만 그게 안되면 계열사라도 옮기는 방안”을 운운하고 나섰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걱정됩니다. “정부 부처 이전이 심각한 행정공백과 국력 낭비를 가져올 것”이라며 세종시의 성격 변경을 논의하는 사람들이 대기업 본사를 충남 연기로 내려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으니 말입니다.
대기업들이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유는 서울을 짝사랑해서가 아닙니다. 기업활동과 관련된 각종 금융지원, 통관업무, 수주 및 영업업무, 법률 서비스업무, 전시 컨벤션 업무, 비즈니스 미팅, 해외 바이어 접대 및 투숙을 위한 고급 호텔 및 서비스 시설 등 온갖 배후지원시설들이 서울에 밀집해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서슬 퍼런 호통과 압력을 동원하여 기업들 등을 떠밀면 당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이 세종시 문제에 대해 면피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기업활동과 관련된 배후 지원시설이 全無(전무)한 상태에서 세종시로 쫓겨간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흔들리면 국가적으로는 큰 손실입니다.
정부예산·공무원 수 오히려 늘어나
기업의 경쟁력이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CEO 출신 대통령의 정부에서 이런 발상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 대해 한 기업인은 “MB에 대한 희망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토로하더군요.
최근 들어 李明博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한 이유로 中道(중도) 실용주의, 親(친)서민정책, 서민복지정책 덕이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尹暢賢(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난 8월 月刊朝鮮에 기고한 기고문에서 MB의 지지율 등락에 대해 이런 예언을 한 바 있습니다.
‘MB 정부가 소통 좀 된다는 평가를 받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종부세를 원위치시키고 4대강 살리기 정책, 감세정책, 규제완화, 법치세우기, 녹색성장정책을 모두 포기하고 참여정부 시절에 박힌 대못을 하나도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둔 채 복지예산만 계속 늘리면서 포퓰리즘적인 경제정책만을 골라서 시행한다면 그런 평가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불길한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친서민정책으로 지지율이 점차 상승하고, 대통령이 이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자 정부 각 부처마다 ‘미소금융’ ‘대학생 학자금 대출’ ‘보금자리 주택’ 등을 경쟁하듯 쏟아내고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이 인류사의 교훈입니다. 친서민정책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재원은 결국 국민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세금도 잘 걷히지 않으니 결국 빚을 내서 메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예산 20조원 절감’과 ‘작은 정부’ 즉 정부조직 슬림화를 통해 공무원 숫자 현 수준에서의 동결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약속과는 달리 중앙공무원 수는 현 정부 출범 시 60만5673명에서 올 8월 말 현재 60만8900명으로 3227명이나 늘었습니다.
예산 문제를 보면 더 입이 벌어집니다. 2009년 예산이 2008년에 비해 20조원 절감은커녕 무려 62조원이나 늘었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의하면 정부 예산은 앞으로도 매년 14조8000억원, 25조5000억원 등이 늘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정부 지출은 늘어나는 반면 세금은 깎아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정책’ 덕분에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번달 安鍾範(안종범) 성균관대 교수의 기고문에 의하면 1997년 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올 연말 366조원으로 무려 6배나 폭증했다고 합니다.
새가 미치건 말건 나무는 관심없다
안 교수는 국가 채무가 이처럼 빠르게 증가한 이유로 김대중 정부에서는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확대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였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복지 중심의 재정 지출을 지속적으로 늘려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도 노무현 식으로 재정 지출을 확대하여 국민들이 당장 좋아할 정부 사업을 벌이는 포퓰리즘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체 예산 중 복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국민의 정부’에서는 평균 20.8% ‘참여정부’에서는 평균 27%였습니다. 그런데 MB 정부 책임하에 편성한 첫 예산인 2009년도 예산에서 복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9.2%로 역대 정부 중 최고 수준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보다 복지 예산이 더 늘어난 것을 두고 여러 전문가는 “세금 깎아주고 재정 지출을 늘려 서민복지 지출을 확대하는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정책은 명백한 포퓰리즘”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서민복지 지출을 확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으니 이명박 정부가 퇴임하는 2012년에는 국가 채무가 474조7000억원으로, 2009년 말보다 108조7000억원이 늘 것이라는 전망치가 나오는 것입니다(정부 발표 ‘국가재정 운용계획).
포퓰리즘의 유혹은 늘 은밀하고 달콤합니다. 당장 지지율이 오른다고 재정 증발을 통해 서민복지를 즐기다 국가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면 제2의 경제위기, 제3의 換亂(환란)이 닥쳐올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왕 시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마무리도 시 이야기로 하는 것이 좋겠네요. 프랑스의 앙리 미쇼란 시인이 남긴 ‘단편들’이란 시구가 떠오릅니다.
‘비누는 때를 바라보지 않는다/ 새가 미치건 말건 나무는 관심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지율에 一喜一悲(일희일비)하며 포퓰리즘 정책을 계속하면 MB의 지지계층은 앙리 미쇼의 시에 등장하는 비누, 나무처럼 이명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게 될 것입니다. 지지층의 민심이 이반하면 지도자가 어떤 모습이 되는지는 역사가 증거하는 바가 뚜렷하니 굳이 蛇足(사족)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지요. 저는 이명박 정부가 초심을 잊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후에 朴德奎(박덕규)란 후배 시인이 이 시를 패러디하여 ‘사이’란 시를 발표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사이가 있었다/ 그 사이에 있고 싶었다/ 양편에서 돌이 날아왔다.’
세상만사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길 즐기는 관측통들은 박덕규 시인의 시를 보면서 세종시 문제로 번민하는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의 심사를 상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종시 문제는 진보·보수 진영의 격돌에다가 지역간의 마찰, 여야 간의 갈등에 더해 여당 내에서의 親李(친이)·親朴(친박) 분란까지 얹어져 해법 찾기가 난망한 상황이니 그런 상상을 하는 분들도 더러 계시는 것 같습니다.
이제 이명박 정부도 취임 두 돌이 다가오고 있으니 중간평가의 칼을 빼들 때가 됐습니다.
우선 이명박 정부 전반기의 성적표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대응 및 극복 부문에선 높은 점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이 점은 해외 유수의 언론이나 경제 전문기관들의 평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위기 극복 문제를 벗어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月刊朝鮮이 이번 달에 이명박 대통령이 大選(대선) 때 제시한 公約(공약)들을 점검한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맹폭으로 연 7% 경제성장, 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이라는 ‘747정책’은 실종됐고,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4대강 사업으로 변경됐습니다. 龍(용)을 그리려다 뱀이 된 모양새라고나 할까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 空約(공약)으로 변질되고 있는 모습은 이번 달 月刊朝鮮에 權世珍(권세진) 기자가 쓴 기사에 잘 정리돼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기간을 비롯해 집권 초기에 기회가 날 때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親(친)기업 정책’ ‘법인세 인하와 규제완화’를 수없이 강조했습니다. 요약하자면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일하도록 하기 위해 법인세를 22%에서 20%로 낮추고,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세계 최고의 기업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대기업 본사를 세종시로?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2009년부터 법인세율 인하’ 관련 법안은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2년간 유보하는 법안을 제출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대통령은 법인세를 인하하겠다고 나서고, 그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지원하는 집권여당은 반대하고 나서니 도대체 누구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기업들의 솔직한 목소리는 “盧武鉉(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기업 하기에 나아진 것이 없다” “官治(관치)경제가 부활하고 있다”고 아우성입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정부는 세종시 문제에 대한 대안 마련 차원에서 대기업 본사를 세종시로 이전시키겠다는 발상까지 하고 나섰습니다.
張光根(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11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와 관련, “정부가 대학 이전이나 연구기관 이전, 특히 5대 그룹을 포함한 기업 이전 문제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5대 그룹 이전 문제는 우리 욕심만으로 되는 게 아니고 각 그룹의 이해득실이 걸려 있기 때문에 5대 그룹 중 한 기업이 이전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나와있지 않다”면서 “해당 당사자들과 논의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5대 그룹 한두 곳과 접촉 중인데 본사가 이전하면 좋지만 그게 안되면 계열사라도 옮기는 방안”을 운운하고 나섰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걱정됩니다. “정부 부처 이전이 심각한 행정공백과 국력 낭비를 가져올 것”이라며 세종시의 성격 변경을 논의하는 사람들이 대기업 본사를 충남 연기로 내려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으니 말입니다.
대기업들이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유는 서울을 짝사랑해서가 아닙니다. 기업활동과 관련된 각종 금융지원, 통관업무, 수주 및 영업업무, 법률 서비스업무, 전시 컨벤션 업무, 비즈니스 미팅, 해외 바이어 접대 및 투숙을 위한 고급 호텔 및 서비스 시설 등 온갖 배후지원시설들이 서울에 밀집해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서슬 퍼런 호통과 압력을 동원하여 기업들 등을 떠밀면 당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이 세종시 문제에 대해 면피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기업활동과 관련된 배후 지원시설이 全無(전무)한 상태에서 세종시로 쫓겨간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흔들리면 국가적으로는 큰 손실입니다.
정부예산·공무원 수 오히려 늘어나
기업의 경쟁력이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CEO 출신 대통령의 정부에서 이런 발상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 대해 한 기업인은 “MB에 대한 희망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토로하더군요.
최근 들어 李明博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한 이유로 中道(중도) 실용주의, 親(친)서민정책, 서민복지정책 덕이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尹暢賢(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난 8월 月刊朝鮮에 기고한 기고문에서 MB의 지지율 등락에 대해 이런 예언을 한 바 있습니다.
‘MB 정부가 소통 좀 된다는 평가를 받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종부세를 원위치시키고 4대강 살리기 정책, 감세정책, 규제완화, 법치세우기, 녹색성장정책을 모두 포기하고 참여정부 시절에 박힌 대못을 하나도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둔 채 복지예산만 계속 늘리면서 포퓰리즘적인 경제정책만을 골라서 시행한다면 그런 평가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불길한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친서민정책으로 지지율이 점차 상승하고, 대통령이 이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자 정부 각 부처마다 ‘미소금융’ ‘대학생 학자금 대출’ ‘보금자리 주택’ 등을 경쟁하듯 쏟아내고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이 인류사의 교훈입니다. 친서민정책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재원은 결국 국민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세금도 잘 걷히지 않으니 결국 빚을 내서 메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예산 20조원 절감’과 ‘작은 정부’ 즉 정부조직 슬림화를 통해 공무원 숫자 현 수준에서의 동결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약속과는 달리 중앙공무원 수는 현 정부 출범 시 60만5673명에서 올 8월 말 현재 60만8900명으로 3227명이나 늘었습니다.
예산 문제를 보면 더 입이 벌어집니다. 2009년 예산이 2008년에 비해 20조원 절감은커녕 무려 62조원이나 늘었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의하면 정부 예산은 앞으로도 매년 14조8000억원, 25조5000억원 등이 늘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정부 지출은 늘어나는 반면 세금은 깎아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정책’ 덕분에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번달 安鍾範(안종범) 성균관대 교수의 기고문에 의하면 1997년 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올 연말 366조원으로 무려 6배나 폭증했다고 합니다.
새가 미치건 말건 나무는 관심없다
안 교수는 국가 채무가 이처럼 빠르게 증가한 이유로 김대중 정부에서는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확대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였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복지 중심의 재정 지출을 지속적으로 늘려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도 노무현 식으로 재정 지출을 확대하여 국민들이 당장 좋아할 정부 사업을 벌이는 포퓰리즘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체 예산 중 복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국민의 정부’에서는 평균 20.8% ‘참여정부’에서는 평균 27%였습니다. 그런데 MB 정부 책임하에 편성한 첫 예산인 2009년도 예산에서 복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9.2%로 역대 정부 중 최고 수준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보다 복지 예산이 더 늘어난 것을 두고 여러 전문가는 “세금 깎아주고 재정 지출을 늘려 서민복지 지출을 확대하는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정책은 명백한 포퓰리즘”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서민복지 지출을 확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으니 이명박 정부가 퇴임하는 2012년에는 국가 채무가 474조7000억원으로, 2009년 말보다 108조7000억원이 늘 것이라는 전망치가 나오는 것입니다(정부 발표 ‘국가재정 운용계획).
포퓰리즘의 유혹은 늘 은밀하고 달콤합니다. 당장 지지율이 오른다고 재정 증발을 통해 서민복지를 즐기다 국가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면 제2의 경제위기, 제3의 換亂(환란)이 닥쳐올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왕 시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마무리도 시 이야기로 하는 것이 좋겠네요. 프랑스의 앙리 미쇼란 시인이 남긴 ‘단편들’이란 시구가 떠오릅니다.
‘비누는 때를 바라보지 않는다/ 새가 미치건 말건 나무는 관심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지율에 一喜一悲(일희일비)하며 포퓰리즘 정책을 계속하면 MB의 지지계층은 앙리 미쇼의 시에 등장하는 비누, 나무처럼 이명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게 될 것입니다. 지지층의 민심이 이반하면 지도자가 어떤 모습이 되는지는 역사가 증거하는 바가 뚜렷하니 굳이 蛇足(사족)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지요. 저는 이명박 정부가 초심을 잊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