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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의 꽃 〈9〉 ‘봄날은 간다’

글 :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gsmoon@chosun.com

사진 : 이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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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졌을 때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계류를 타고 먼 길을 떠날 때다.
  세상을 울긋불긋 물들였던 꽃의 탄생과 소멸이 곧 세월이다. 달력을 만들지 않아도, 초침(秒針)이 요란하게 뜀박질하지 않아도 우리는 봄의 연서(戀書)가 안개처럼 스러지는 것을 매년 본다.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가 나온 지 64년이 지났다. 손로원이 곡을 쓰고 박시춘이 가사를 붙인 노래는 어느덧 전설이 됐다. 그래서인지 조용필, 장사익, 배호, 김정호, 한영애, 최백호 같은 당대의 가수들이 다 이 노래를 불렀다.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가 봄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분홍 치마가 이런 색이었을 것이다.
  작사가 이주엽은 백설희의 원곡부터 이후의 리메이크 버전마다 색깔이 다 다르다고 한다.
 
  그의 표현대로 인용하자면 조용필은 슬픔을 단단하게 끌어들이고 장사익은 토해내며 배호는 정제됐고 한영애는 끈적대고 퇴폐미 넘치는 슬픔을 보여주며 김정호는 처절하다.⊙
 
모란이 땅에 떨어져 있다. 죽은 잎은 내년 봄을 기약하고 있을 것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
  백설희

 
흰눈처럼 순간을 풍미하던 벚꽃은 질 때 눈처럼 우수수 휘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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