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졌을 때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계류를 타고 먼 길을 떠날 때다.
세상을 울긋불긋 물들였던 꽃의 탄생과 소멸이 곧 세월이다. 달력을 만들지 않아도, 초침(秒針)이 요란하게 뜀박질하지 않아도 우리는 봄의 연서(戀書)가 안개처럼 스러지는 것을 매년 본다.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가 나온 지 64년이 지났다. 손로원이 곡을 쓰고 박시춘이 가사를 붙인 노래는 어느덧 전설이 됐다. 그래서인지 조용필, 장사익, 배호, 김정호, 한영애, 최백호 같은 당대의 가수들이 다 이 노래를 불렀다.
작사가 이주엽은 백설희의 원곡부터 이후의 리메이크 버전마다 색깔이 다 다르다고 한다.
그의 표현대로 인용하자면 조용필은 슬픔을 단단하게 끌어들이고 장사익은 토해내며 배호는 정제됐고 한영애는 끈적대고 퇴폐미 넘치는 슬픔을 보여주며 김정호는 처절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
백설희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가 나온 지 64년이 지났다. 손로원이 곡을 쓰고 박시춘이 가사를 붙인 노래는 어느덧 전설이 됐다. 그래서인지 조용필, 장사익, 배호, 김정호, 한영애, 최백호 같은 당대의 가수들이 다 이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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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고려산 진달래가 봄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분홍 치마가 이런 색이었을 것이다. |
그의 표현대로 인용하자면 조용필은 슬픔을 단단하게 끌어들이고 장사익은 토해내며 배호는 정제됐고 한영애는 끈적대고 퇴폐미 넘치는 슬픔을 보여주며 김정호는 처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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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땅에 떨어져 있다. 죽은 잎은 내년 봄을 기약하고 있을 것이다. |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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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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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눈처럼 순간을 풍미하던 벚꽃은 질 때 눈처럼 우수수 휘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