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後悔

글 :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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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는 1990년대 후반 좌파 성향 언론운동 단체들이 이승복 조작설을 제기하자, 이 사건이 진실임을 밝히는 기사를 《월간조선》 1998년 10월호에 실었다(‘반공소년 이승복은 이렇게 죽어갔다’). 이후 이동욱 전 기자는 20년간 이승복의 형 이학관씨, 이승복의 이웃 주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승복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데 힘써왔다. 이 전 기자는 최근 서울시내 초등학교에서 이승복 동상이 2개만 남고 모두 철거되었다는 《월간조선》 2016년 11월호 보도와 이승복기념관 근무자들의 눈치 보기 같은 현실에 분개해 이 시를 보내왔다.
  칼보다 강하다는 펜이 거짓의 날을 세워 바람을 갈랐을 때
  책보 들고 30년 넘게 “공산당이 싫어요” 외치며 초등학교 운동장들을 지켜온
  아홉 살 푸른 동상(銅像)의 목이 댕강 하고 잘려 나갔다.
 
  사람들은 더러는 안타까워했지만 더 많은 더러는 무심했다.
  나라의 역사를 자식들에게 가르쳐 달라며 세금 듬뿍 낸 사람들은
  역사책에서 소년의 이야기가 뭉텅이째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하지도 않았다.
 
  그 거짓의 펜이 칼춤을 춘 이후로
  단군 이래 가장 배 터지게 잘 먹고 잘사는 사람들의 기억에는 망각의 이끼가 번성했고
  그들의 자식들에게는 더 이상 그들 나라의 역사가 전해질 수 없었다.
 
  “이승복이 누구예요?”라는 의문문이 당연시되는 세상은
  불과 얼마 안 돼서 도래했고
  명맥만 유지하는 기념관의 겁쟁이 지킴이들은 거짓 칼춤 춘 자들의 이름 감추기에 급급하다.
 
  소년의 희생을 높이 사며 ‘진실’과 ‘정직’과 ‘용기’의 가치를 노래했던 어느 시인(詩人)은
  몰가치에 돈독까지 시퍼렇게 올라버린 이 나라 지도층에 절망하다가
  이제사 소년의 묘비 앞에서 자신의 무지(無智)를 탓하며 읊조린다.
 
  “이 나라 사람들은 네 소중한 목숨까지 내놓을 만큼 그렇게 가치가 있는 게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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