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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의 꽃 〈1〉 〈메밀꽃 필 무렵〉과 봉평

글 :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사진 : 이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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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단편소설의 금자탑 〈메밀꽃 필 무렵〉의 명문장이다. 이효석(李孝石·1907~ 1942)은 강원도 봉평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백 리 떨어진 평창국민학교 근처에서 어릴 적부터 하숙을 했다. 그는 서울 경기고의 전신인 경성제일고보로 진학한 후 서른여섯의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효석 문학의 숲에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인형을 만들어 놓았다.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가 물레방앗간에서 만나는 장면을 재현해 놓았다.
  소설은 서정(抒情)적이며 회화적이다. 묘사를 읽으면 봉평과 대화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가 이 소설을 쓴 것은 1936년, 스물아홉 살 때다. 14년 전 걷고 겪었던 장면과 이야기를 치밀하게 그려낼 수 있는 것은 그가 섬세하면서도 뛰어난 관찰력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그는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꽃을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평양의 벽돌집에 살 때도 화초를 가득 심었으며 꽃집에 들러 꽃을 사기도 했다고 한다. 〈메밀꽃 필 무렵〉은 황길부라는 노인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허생원이 처한 현실, 메밀꽃밭에서 친구 조선달과 주고받는 대화, 과거 회상, 동이와 함께 성서방네 딸을 찾아 충주로 가는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의 구조다. 끝 페이지에서는 앞날을 생각할 여지를 준다. 지금 봉평에 가보면 소설 속으로 풍덩 빠질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활짝 핀 메밀꽃을 이효석은 서정적인 단편소설의 배경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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