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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 삶의 현장, 대장간

글·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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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오라1동에 자리한 성신철물상사.
시멘트 벽에 난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뽀얗게 먼지 쌓인 네 개의 공간이 나온다.
가장 안쪽 커다란 창과 화덕이 있는 곳이 대장장이 김태부씨 부부의 작업장이다.
  매미 울음소리가 여름을 달구는 한낮, 대장간은 온도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뜨겁다. 50여 년째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는 김태부(73)·박유례(73) 부부는 더위에도 묵묵히 서로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낸다. 대장장이 김태부씨가 쇠를 불에 구워 망치로 때려 다듬으면 부인 박유례씨가 기계에 날을 간다. 1남 4녀 중 첫째 딸인 김혜영(50)씨도 일을 도와 장에 내다파는 역할을 한다. 오랫동안 함께 해서인지 한몸처럼 호흡이 척척 들어맞는다.
 
  “종업원도 데려다 써 봤지만 가족만한 이가 없지. 우리 일은 여름에는 더위와, 겨울에는 추위와 싸워야 해서 고생이야. 새벽 5시부터 작업을 준비해 석탄에 불 피우는 일부터 시작하는데, 한여름에는 오랫동안 일을 못해, 힘들어서.”
 

  1000도가 넘는 불과 싸우는 일은 부부가 살아온 날들만큼이나 치열하다. 김태부씨는 17살 때부터 공장에서 허드렛일을 도우며 어깨너머로 대장장이 기술을 익혔다. 스물여덟 살에 결혼해 남의 건물에 세들어 살면서도 쇠방망이질로 부지런히 돈을 모아 땅을 사고 집도 지었다. 부부가 주로 만드는 것은 골갱이나 밭에서 쓰는 호미, 낫, 부엌칼 등이다. 가격은 5000원에서 7000원 선이다.
 
  “자꾸 손님들이 비싸다고 하는데 우리가 만든 것은 오래가고 잘 망가지지 않아요. 공장에서 만든 것은 날이 물러서 형편없어. 써 본 사람들은 우리 것만 찾는다니까요.”
 
김태부씨가 담금질을 할 동안 부인 박유례씨는 기계를 돌려 날을 간다.
  김태부씨는 자신이 만든 칼이나 농기구에는 ‘김’이라는 글자를 새긴다. 일종의 브랜드다. 그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만든다는 말이다. 몇 달 전부터는 스물네 살의 손자가 할아버지를 따라 대장장이가 되겠다며 일을 배우고 있다.
 
  “참 기특하지, 요즘 젊은이들은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하는데. 기술 배워 두면 분명 쓸모가 있을 거야. 얼마나 훌륭한 일인데.”
 
  찬물을 한모금 들이켠 대장장이 김씨가 다시 뜨거운 화덕 앞에서 망치로 다듬은 낫을 들여다본다. 완벽을 추구하는 그의 눈빛에도 퍼렇게 서슬이 선다.⊙
 
불꽃이 타오르는 석탄 위에서 빨갛게 달궈지는 쇳덩이들.

“세게 치는 것만이 다가 아녀, 제대로 때려야 그게 망치질이지.”
대장장이 김태부씨와 손자 정인기(24)씨가 주거니 받거니 쇳덩이에 망치질을 하고 있다.

대장장이 김태부씨의 성을 따 ‘김’이라고 새겨진 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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