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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士와 함께하는 예술기행

유금와당 박물관장 柳昌宗 변호사

芝蘭之交, ‘瓦當(와당)’과 동행하는 액티브 시니어

글 : 최지인  작가  

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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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종(柳昌宗)
서울대학교 법과대학과 미국 미시간대 법과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4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시작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을 역임하고 2003년 퇴임했다. 현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를 맡고 있다.
1979년 2월 그가 조직한 예성문화연구회 회원들과 함께 발견한 중원고구려비(中原高句麗碑)가 국보205호로 지정되기도 했고, 1996년에는 국보 274호였던 귀함별황자총통(龜艦別黃字銃筒)이 가짜임을 밝혀내기도 했다. 2002년 한·중·일의 와전 1875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 유창종기증와전실이 생겼다. 2009년 5월에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 위촉됐다.
  요즘의 고령층, 장년층을 부르는 신조어로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는 말이 있다. 은퇴 후에도 소비와 여가생활과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하는 독립적인 집단을 칭하는 말이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3월, 이 시대 대표적인 ‘액티브 시니어’, 유창종(柳昌宗·69) 변호사를 만났다. 대검찰청 초대 마약부장을 거치며 최고의 마약 수사 전문가로 활약해 ‘마약 수사의 대부’라 불렸던 그에게는 또 다른 별칭이 있다. ‘와당 검사’. 그는 인생의 2막을 ‘와당 수사 전문가’로 살고 있다.
 
  ‘와당’은 지붕을 덮는 데 사용하는 건축자재다. 특히 목조에 기와를 얹었던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고대 건축물에서 발달했는데, 점토를 구워 만든 와당에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문양이 담겨 있어 미술사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창종 변호사는 36년 동안 한국과 중국, 일본을 돌며 와당을 수집하고 연구해 지난 2003년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와당 박물관을 지었다. 와당 수집에는 부인인 금기숙 홍익대학교 교수가 함께했는데, 박물관 이름도 유 변호사와 금 교수의 성을 따 ‘유금와당박물관(柳琴瓦當博物館)’이라 지었다.
 

  유 변호사의 ‘와당 사랑’은 1978년 2월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의 검사로 발령을 받고 근무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 향토지에서 본 ‘연화문 와당’의 문양에 홀린 그는 주말을 이용해 출토지 답사에 나섰다. 그는 충주시 가금면 탑평리 국보 6호 중앙탑 주변의 밭에서 기와 파편을 줍던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 와당은 삼국시대의 것이 확실한데 오묘한 것이 삼국의 특색을 고루 갖추고 있었어요. 색은 백제의 회백색을 띠었으며 연화문은 육엽(六葉)인 것이 틀림없는 고 신라의 특징이며, 주 연부(가장자리의 둘레)와 돋을새김이 높고 전체적으로 웅건한 인상을 주는 것이 고구려의 것이 분명했지요.”
 
귀면와(도깨비얼굴기와),고구려, 평양 청암리 출토.
  연꽃 문양의 와당 하나에 고구려·신라·백제 삼국의 흔적이 담겨 있다는 것에 큰 호기심을 느꼈고, 그때부터 그의 ‘와당 수사’가 시작됐다.
 
  와당 수집과 연구는 마치 수사를 하고 탐정소설을 읽는 것 같은 탐색과 추리의 재미가 있었다. 증거 수사를 하는 검사의 직업과도 비슷했다. 와당은 당시 초임 검사의 봉급으로도 살 수 있는 1000원 정도의 값싼 유물이었다. 흔한 유물이어서 상당한 기간 저가로 살 수 있었다. 와당은 땅속 깊이 숨겨진 보물도 아니요, 부서진 옛날 건물이 있는 중국, 일본, 한국 어디에 가나 찾을 수 있는 흔해 빠진 물건이었다. 그에게 와당을 찾아 떠나는 길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예술을 향해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답사와 같았다. 지난 2002년에는 30여 년 동안 어렵게 모은 와당 1873점을 국립 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부암동의 유금와당박물관에는 기증 이후에 수집한 와당을 보관, 전시하고 있다.
 
쌍조문와당(새무늬 암막새), 통일신라, 경주 천군리 폐사지 출토.
  검사 퇴임 후 법무법인 세종의 베이징대표로 근무하면서도 끊임없이 한·중·일 와당 문화를 연구했다. 중국에 한국미술사에 대한 강의가 전무하다는 것을 알고 일면식도 없는 중국의 명문 미대 중앙미술학원 인문대학장을 찾아가 한국미술사 강의를 개강해 달라고 청해 실제로 성사시키기도 했다. 그의 목표는 10년 안에 중국의 주요 명문대학 안에 한국미술사 강좌를 개설하는 것. 젊은 시절부터 시작한 취미 활동은 개인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중요한 열쇠가 되어서 ‘한류 전도사’로 해외에서 강의하며 열정을 쏟고 있다. 이제 그의 실버라이프는 예측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가득하다고 한다. 그는 “훗날 염라대왕 앞에 나아가서 풀게 될 나의 인생이야기가 요즘 뜨는 드라마보다도 더 흥미진진한 ‘대박’ 스토리였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가 풀어 낼 다음 시즌의 줄거리가 벌써 궁금해진다.⊙
 
연화문와당(연꽃무늬 수막새), 신라, 충주 탑평리 사지 출토.

보살상문와당(보살상무늬 수막새), 통일신라, 출토지 미상, 국립중앙박물관 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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