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 줄기 따라 봉화 기차 여행 : 월간조선

태백을 떠난 기차가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가자 하얀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 줄기가 차창 밖으로 펼쳐지자 기차 안의 승객들이 탄성을 쏟아 냈다. 때묻지 않은 계곡의 절경에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넋을 잃고 창밖만 바라본다. 날이 어찌나 추웠던지 절벽에서 흘러내리던 계곡물이 꽁꽁 얼어 거대한 고드름을 만들었다. 30km/h의 속력으로 달리던 기차가 오막살이 집이 모여 있는 마을을 몇 번 스치고 나자 경상북도 봉화의 승부역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무궁화호 열차가 분천역을 향해 들어오고 있다. 봉화 기차 여행이 소문을 타며 이곳을 지나는 무궁화호는 주말마다 만석을 이룬다.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라 말할 정도로 작은 간이역 승부역은 오지마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하루에 지나는 열차를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인적이 드물었던 작은 마을이 지금은 백두대간 협곡을 달리는 코레일의 관광형 열차 ‘v-train’이 지나며 관광명소가 됐다. 주말이면 하루 이용객만 1000명이 넘는단다. 승부역 인근에는 비동마을을 출발해 양원역까지 2.2km 이어지는 체르마트 길이 트레킹 코스로 개발돼 인기가 좋다.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이다.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승부역 앞에 세워진 비석에 적힌 글귀는 과거 이곳이 산업화의 주역이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승부역을 떠난 열차는 다음 정차역인 분천역으로 향한다. 한국·스위스 수교 50주년을 맞아 분천역과 스위스의 체르마트역이 자매결연을 하며 분천역의 외관도 스위스 분위기로 새 단장을 했다. 체르마트역은 스위스 빙하 특급열차가 출발하는 역이기도 해 의미가 남다르다.

마을과 승부역을 이어주는 다리. 승부역 앞에는 다리가 2개 있다. 하나는 ‘출렁다리’라고 불리는 승부 현수교이고 다른 다리는 차량통행이 가능한 콘크리트 다리다.

봉화 읍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궁화호를 타고 춘양역과 봉화역을 통하면 된다. 봉화읍으로 향하면 안동 권씨 집성촌인 달실마을과 바래미마을 등 고즈넉한 한옥촌이 형성된 봉화의 전통마을을 만날 수 있다. 국보 201호로 지정된 봉화 물야면 북지리 마애여래좌상과 춘향전의 주인공, 이몽룡의 실존 인물인 성이성의 생가인 계서당도 들러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