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구석구석 라이딩 명소] 굽이굽이 지리산 오르는 길, 함양의 오도재-지안재 : 월간조선

대한민국만큼 좁은 면적 안에 산이 많은 나라가 또 있을까. 높낮이도 다양한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우리나라에는 산과 산 사이를 굽어 지나거나 지그재그로 산을 타고 오르는 아름다운 도로가 많아 라이딩을 즐기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특히 꼬불꼬불 ‘S라인’이 아름다운 경상남도 함양의 오도재-지안재는 오토바이를 타는 이들에겐 꼭 한 번 가 봐야 할 라이딩 코스로 손꼽힌다. 빗물을 머금은 나무들이 선명한 초록빛을 발하는 지리산을 바라보며 함양으로 달려가자.

경남 함양군 함양읍 구룡리와 마천면 구양리를 연결하는 오도재는 옛날 전라도 광양과 경남 하동지역의 소금과 해산물을 운송하는 중요한 관문이었다. 삼봉산과 법화산이 만나는 지리산의 마지막 쉼터로, 예부터 벽송대사, 서산대사, 인오대사, 사명대사, 완성대사 등이 이곳을 오가며 깨달음을 얻었다 해서 오도(悟道)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오도재와 바로 연결된 지안재는 산을 오르는 꼬불꼬불 길이 독특해 2006년 옛 건설교통부에서 주관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다. 이 길은 오토바이 라이더 외에도 사진작가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은데, 장시간 셔터를 개방하고 한밤중 자동차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지나는 궤적을 촬영하면 마치 붉은 뱀이 기어가는 듯한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지안재를 지나 오도재 정상(750m)에 오르면 지리산 제1문이 나온다. 문에 난 계단을 올라 망루에 오르면 지리산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27km의 준령(峻嶺·백두대간의 지리산 구간)을 한눈에 볼 수 있을 만큼 전망이 좋다. 제1문을 지나 미끄러지듯 산길을 내려가면 지리산 둘레길로 연결된다.

안개가 내려앉은 지안재. 6개의 곡선 구간을 따라 좌우로 몸을 기울이며 달리는 재미가 있어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서울에서 함양을 가기 위해서는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를 타고 함양IC에서 빠져나가면 된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달릴 수 없는 오토바이를 타고 갈 때는 함양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24번 국도를 타야 한다.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국도에 차가 줄어 길이 한산하고 곧게 뻗은 길은 정비가 잘되어 있어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기에 좋다.

24번 국도를 타고 함양 읍내에 들어서면 함양군청을 지나 상림공원에 닿는다. 1100여 년 전 신라시대에 최치원 선생이 강둑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인공림으로,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됐다. 공원에는 2만여 그루의 아름드리 나무가 1.6km의 둑을 따라 조성돼 있는데, 새벽녘 물안개가 잔잔히 내려앉으면 한 폭의 수묵화처럼 아름답다. 산책로 반대편에는 대규모의 연꽃 단지(6만 6000m²)가 있어 매년 초여름, 화려한 꽃 잔치가 펼쳐진다.

지리산 관문인 오도재에서 내려와 함양 읍내로 향하는 길,

함양은 선비의 고장이자 풍류의 멋이 있는 고장이다. 조선시대 함양은 서원과 향교 누각이 많아 ‘좌안동, 우함양(左安東右咸陽)’이라 불릴 만큼 선비들이 많았던 곳이다. 함양의 대표적 인물로 는 조선 성종 때 문신을 지냈던 일두정여창(一蠹鄭汝昌) 선생이 있다. 일두 선생의 고택이 있는 지곡면 개평 한옥마을은 노참판댁 고가, 하동 정씨 고가 등 양반가의 정갈한 기품이 느껴지는 한옥들이 돌담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함양 라이딩의 마지막 코스는 용추계곡이다. 함양의 북서쪽 끝에 자리한 계곡은 맑은 계곡과 울창한 원시림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계곡물을 따라 십여 분을 달리면 콸콸 흐르는 물소리에 여름 무더위가 한 방에 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