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로에 손을 쬐는 할머니의 손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낀다.
“꼬꼬댁 꼬꼬!”
닭 우는 소리로 아침을 시작하는 소박한 산골 마을 각기리(角基里)는 충북 단양군 적성면 동부에 자리한 마을이다. 북단양 톨게이트에서 빠져나가 얼마 못 미친 곳이지만, 단양의 오지마을 중 하나로 꼽힌다. 각기리라는 이름은 마을 입구에 솟아 있는 뿔같이 생긴 두 개의 바위에서 얻었다. 이 두 개의 선돌(立石) 중 하나는 뾰족하고 다른 하나는 둥글어서 암수 한 쌍으로 여겨진다. 뒷산에서 흘러 물이 이곳 선돌 앞에 모이는데, 마을 어른들은 마을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선돌을 세운 것 같다고 했다.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하천에서는 아직도 아낙네들이 돌판에 손빨래를 한다.
각기리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해서 이름 붙여진 금수산 자락에는 배마루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배나무가 많아 이름 붙여진 배마루는 각기리 입구에서도 10여 분을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눈이 내리면 마을길이 끊겨 들어가지도 못하는 오지 중의 오지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20가구 이상 살았던 마을에 지금은 3가구만이 남아 있다.
박금분(79)-전인출(83) 노부부가 사는 집은 마른 장작을 구해와 아궁이에 불을 지펴 사는 흙집이다. 100년이 넘은 흙집은 노부부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슬레이트 지붕이 정겹다.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만이 고요한 산을 울리는, 어머니의 품처럼 푸근한 산골마을을 소개한다.⊙
닭 우는 소리로 아침을 시작하는 소박한 산골 마을 각기리(角基里)는 충북 단양군 적성면 동부에 자리한 마을이다. 북단양 톨게이트에서 빠져나가 얼마 못 미친 곳이지만, 단양의 오지마을 중 하나로 꼽힌다. 각기리라는 이름은 마을 입구에 솟아 있는 뿔같이 생긴 두 개의 바위에서 얻었다. 이 두 개의 선돌(立石) 중 하나는 뾰족하고 다른 하나는 둥글어서 암수 한 쌍으로 여겨진다. 뒷산에서 흘러 물이 이곳 선돌 앞에 모이는데, 마을 어른들은 마을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선돌을 세운 것 같다고 했다.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하천에서는 아직도 아낙네들이 돌판에 손빨래를 한다.
 |
| 배마루에 사는 박금순 할머니가 마른 장작을 패서 가지런히 모아둔 땔감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다. 요즘 보기 드문 아궁이에 불 때는 흙집이다. |
 |
| 60년이 넘는 세월을 살붙이고 살아온 노부부. 사진으로 찍고 싶다는 말에 쑥스러운 듯 남편을 끌어안는 박금분 할머니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만이 고요한 산을 울리는, 어머니의 품처럼 푸근한 산골마을을 소개한다.⊙
 |
| 슬레이트 지붕 밑으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
 |
| 각기리 마을의 유일한 게스트하우스. 허물어져 가는 낡은 집을 고쳐 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항상 마을 청년들로 붐비는 사랑방이기도 하다. 오늘도 김치전 부치는 냄새에 하나 둘 마을 사람들이 모여든다. |
 |
| 시골마을에서는 소 한 마리가 금 덩어리다. 그래서 소의 이름도 ‘금동이’다. |
 |
| 지난가을에 딴 감은 솜이불 밑에 두어 달콤한 홍시로 변했다. |
 |
| 발효를 위해 뜨거운 방 아랫목에 쟁여둔 메주. 두꺼운 이불을 덮어 푸른 곰팡이가 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
 |
| 각기리 마을에 가면 추억의 물건들이 많다. 새끼로 꼬아 만든 망태는 장작 구하러 산에 다닐 때 버섯과 산나물, 열매를 담는 데 용이하게 쓰인다. |
 |
| 김치전 부치는 냄새에 마을 청년들이 다 모였다. 흙으로 지은 집에 불을 지피니 찜질방마냥 바닥이 뜨끈뜨끈하다. |
 |
| 활활 타오르던 불이 꺼지고 나면 아궁이 주변은 고양이들 차지다. 아직 온기가 남은 솥에 바싹 몸을 붙이고 낮잠을 즐기던 고양이가 사람 발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