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근대문화유산 1번지, 貞洞 : 월간조선

낙엽이 융단처럼 깔린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근대문화유산의 1번지 정동으로 시간여행을 떠나 보자. 정동(貞洞)이라는 지명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 강씨의 묘 정릉(貞陵)을 이곳에 조성한 것에서 비롯됐다. 후에 정릉은 태종 이방원에 의해 도성 밖으로 옮겨졌고, 정동은 정릉의 기억을 새긴 이름만 간직하고 있다.

정동은 근대 제국주의의 비극이라 할 수 있는 아관파천(俄館播遷·고종이 일본군의 공격을 피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사건)의 뼈아픈 역사 를 간직한 현장이며 조선왕조가 자주적 근대국가로 탈바꿈하기 위해 대한제국(大韓帝國)을 선포한 역사의 공간이다.

1926년 영국 성공회의 지원과 국내 신자의 헌금으로 지어진 성공회 서울성당. 그리스도교에 바탕을 둔 로마네스크 양식의 서양식 건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구한말 개항과 함께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의 공관이 들어선 외교의 중심가이면서 선교사들의 선교활동으로 근대 서양문물이 유입되고 수용되는 공간이었다. 이렇듯 근대기 서양외교의 각축장이자 새로운 문화의 산실이었던 정동은 ‘우리나라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최초의 서양공사관인 미국공사관이 이곳에 들어섰고, 최초의 신식 민간 교육기관 배재학당과 신식 여성 교육기관 이화학당, 최초의 여성전문병원 보구여관, 최초의 개신교회 정동제일교회 등이 이곳에 세워졌다. 정동제일교회에서는 최초의 서양식 혼례가 치러지기도 했다.

대한제국 말기에 세무총사(현 관세청) 사옥으로 쓰였던 신아일보사 별관.

이러한 정동의 근대 문화유산이 갖는 가치와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문화유산국민신탁(회장 김종규)은 지난해 9월부터 근대문화유산 도보탐방 프로그램인 <다 같이 돌자 정동 한 바퀴>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토·일요일에 실시되는 도보 탐방에는 정동에 있는 60여 곳의 근대문화유산 가운데 구 러시아공사관, 정동제일교회, 배재학당, 이화여고 심슨기념관, 구 대법원청사, 구세군 중앙회관, 덕수궁 선원전 터, 중명전 등 8곳을 돌아본다.

대한제국의 황궁(皇宮)으로 사용됐던 덕수궁 석조전(石造殿). 고종황제의 집무실 겸 외국 사신들을 맞는 접견실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건물로, 당시 지어진 서양식 건물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또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은 지난 11월 9일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정동1900> 특별전을 열었다. 자주독립을 열망했던 대한제국과 서구열강 세력이 공존했던 정동의 역사성을 종합적으로 조명한 이번 전시에는 대한제국기 정동 관련 유물 300여 점이 전시된다. 특히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대규모 대표단을 보내고 전시물을 출품했던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한국관을 재현한 전시가 볼 만하다. 전시는 내년 1월 20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