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展示] 역사를 기록하는 찰나의 순간, 2012 세계보도사진전 : 월간조선

동 트기 전, 어둠이 도시를 점령한 북한 평양 시내의 회색 건물들 사이로 한 줄기 빛이 김일성의 초상화를 비춘다. 적막감이 감도는 회색 도시에는 오로지 독재자 초상만이 빛을 발할 뿐이다. 단 10분이었다. 이윽고 동이 트자 독재자를 비춘 인공 조명은 뜨거운 태양에 가려 점점 빛을 잃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출신 로이터통신의 다미르 사고르지(Damir Sagolj) 기자의 사진 <북한>은 독재정권하의 북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찰나(刹那)의 기록’으로 2012세계보도사진전의 일상생활 싱글 부문에서 1등을 수상했다. 기자는 “암울한 평양의 회색 아침, 그리고 텅 빈 도시의 모습은 보스니아 출신인 내가 10대 시절을 보낸 구소련의 모스크바 아침을 연상시켰다”고 했다.

세계보도사진 2011 올해의 사진. Samuel Aranda, Spain, for The New York Times.
파티마 알–콰즈(Fatima al–Qaws)가 10월 15일 예멘의 사나에서 33년간 지속된 독재정권의 대통령 알리 압둘라 살레에 저항하는 가두시위에 참여한 후 최루탄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들 자예드(Zayed, 18세)를 돌보고 있다. 이 시위로 최소 12명이 사망하였고 30여 명이 부상당했다. 11월 23일 살레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을 쳤고, 2012년 2월 25일 선거를 거쳐 하디가 대통령에 취임함으로써 살레의 통치는 공식적으로 종료되었다.

45개국 100여 개 도시에서 순회 전시되는 ‘2012세계보도사진전(World Press Photo 2012)’ 서울 전시가 7월 31일부터 8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V-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로 55회째를 맞는 이번 사진전에는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124개국에서 5247명의 사진기자 및 사진작가가 출품한 10만1천여 점의 작품 중 엄선된 25개국 57명의 사진 160여 점이 전시된다.

아트엔 엔터테인먼트 부문 2위. Vincent Boisot, France, Riva Press for Le Figaro Magazine.
세네갈 다카르(Dakar)의 아홉 번째 다카르 패션주간 행사 중 모델이 중심지 가판 양장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녀는 미국에서 활동 중인 세네갈 패션디자이너 욜란데 만시니의 옷을 입고 있다.

대상에 해당하는 ‘2011 올해의 사진상’은 작년 10월 예멘의 사나(Sanaa)에서 발생한 소요사태 당시 부상을 당한 아들을 안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선정됐다. 스페인의 사진작가 사무엘 아란다(Samuel Aranda)의 작품이다. 심사위원인 코요 코우오(Koyo Kouoh)는 “이 사진은 예멘,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와 아랍 등 중동에서 일어난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했고, 아이단 설리반(Aidan Sullivan)은 “그들은 중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역사의 장을 만든 용감한 보통 사람들의 생생한 이미지가 되었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뉴스 단사진 부문 1위. Yuri Kozyrev, Russia, Noor Images for Time.
3월 11일 반군이 리비아 연안 원유정제 산업도시 라스 라누프에서 정부군과 교전하는 모습. 2월 중순 리비아의 동부 도시 벵가지에서 정부군과 충돌이 있은 후, 무아마르 카다피 대통령의 통치에 대한 반대 운동이 확대되었다. 반 카다피 정서는 동부지역에서 강하게 나타났으며 벵가지는 반군의 근거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