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행] 찬란한 페르시아 제국의 문화를 간직한 나라 이란 : 월간조선

한 때 지금의 이란 등 중동(中東)지역은 물론 인도 일부와 불가리아 남부까지 아우르며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페르시아 제국(Persian Empire). 화려했던 문화는 고대 마케도니아(Macedonia) 왕국의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 무너지면서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수많은 왕조를 거치며 형성된 찬란함은 아직도 이란 땅 곳곳에 남아 빛을 발하고 있다. 페르시아의 고대 유적이 살아 숨 쉬는 시라즈(Shiraz)와 페르시아 수도의 화려함과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도시, 이스파한(Isfahan)을 다녀왔다.

시라즈의 나스랄몰 모스크. 스테인드글라스로 들어온 영롱한 빛이 내부를 밝히고 있다. 이곳에 사용된 타일의 색 중 빨강은 순교, 노랑은 태양, 파랑은 하늘, 초록은 이슬람을 뜻한다.

이란 남서부 지역의 시라즈는 4000년 이상 된 고대도시로 1750년부터 1781년까지 잔드(Zand) 왕조의 수도였다. 시라즈의 ‘시(shi)’는 도시, ‘라즈(raz)’는 비밀이라는 뜻으로, 비밀의 도시라는 말이다. 알렉산더 대왕이 침략하기 전까지도 그리스인들은 이 도시의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시라즈 도심에서 동쪽으로 75km 떨어진 곳에 찬란했던 페르시아 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고대 도시 페르세폴리스(Persepolis)가 있다.

시아파 성인을 모신 알리에브네함제. 내부는 조각 거울로 모자이크 되어 있다.

‘페르시아인(Perse)들의 도시(Polis)’를 뜻하는 페르세폴리스는 다리우스(Darius) 1세 때인 기원전 518년부터 짓기 시작해 60년에 걸쳐 만들어진 고대 아케메네스(Achaemenes) 왕조의 수도다. 페르세폴리스로 향하는 길은 111개의 돌계단으로 시작한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사람 얼굴에 짐승의 몸을 한 거대한 석상이 양쪽을 지키고 있는 ‘만국(萬國)의 문’과 어마어마한 크기의 돌기둥을 세워 만든 아파다나(Apadana) 왕궁이 나온다.

시라즈의 대표적 상징물인 코란게이트. 여행객들이 먼길을 떠날 때 그 밑을 통과하며 안전한 여행을 기원했고, 남녀가 결혼식을 마치고 반드시 통과하는 의례의 문이기도 하다.

궁으로 향하는 계단 벽면에는 속국(屬國)으로부터 사신들이 조공(朝貢)을 들고 오는 장면 등이 부조(浮彫)로 남아 있어 당시 페르시아의 국력을 짐작하게 한다. 페르세폴리스를 향하는 길에는 페르시아 왕들의 돌무덤이 곳곳에 있다. 그중 왕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낙쉐르로스탐(Naqsh-e Rostam)이 볼 만하다. 다리우스 1세와 크세르크세스(Xerxes), 다리우스 2세, 알타(Arta-) 크세르크세스 등 아케메네스의 4명의 왕이 묻혀 있는 무덤으로 거대한 바위에 십자가를 새겨 넣고 그 안에 시신을 넣었다.

타일 장식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시라즈의 나스랄몰 모스크.

시라즈는 포도와 시인, 밀을 3대 자랑거리로 꼽는다. 예전에는 술이 금기인 이슬람국가에서 유일하게 시라즈에서만 포도주 제조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란의 국민 시인인 하페즈와 사아디의 영묘도 이곳에 있다. 그들의 시는 이란에서 코란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다고 한다.

이스파한 시내에 위치한 반크교회 본당. 17세기 초 이곳에 정착한 아르메니아인들이 건립한 그리스정교회 예배당이다. 벽과 천장에는 천지창조부터 예수의 탄생, 노아의 홍수, 최후의 만찬 등 성화로 가득하다.

이란 고원의 중앙부에 위치하는 이스파한은 이란의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다. 사파비(Safavi) 왕조의 서막을 연 압바스(Abbas) 1세가 1598년 천도(遷都)한 이후 1722년까지 페르시아의 수도였던 곳으로, 남북으로 이란을 가로지르는 자그로스(Zagros) 산맥에서 발원한 자얀데(Zayandeh) 강이 도심을 흐른다. 이스파한의 가장 큰 볼거리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광장인 이맘 광장(Imam Square). 광장을 중심으로 알리카푸(Ali Qapu) 궁과 이맘 모스크(Imam Mosque), 바자르(bazar·시장) 등 이스파한의 명소들이 몰려 있다. 특히 페르시아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건축물인 이맘 모스크는 꼭 들러야 할 곳이다. 파란 바탕에 여러 색깔의 타일로 모자이크 한 모스크와 공명을 극대화하도록 설계한 돔 천장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히잡을 쓴 여인이 거대한 돔으로 이루어진 이맘 모스크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광장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왕의 별장이었던 체헬스툰(Chehelsotun) 궁이 있다. 궁 안에는 왕들의 연회와 전투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된 프레스코화(모르타르를 벽면에 바르고 수분이 있는 동안 채색하는 그림)가 남아 있다. 이스파한의 모스크로는 저메(Juma) 모스크를 빼놓을 수 없다. 집단 예배가 이루어지는 저메 모스크는 8세기에 짓기 시작해 여러 차례 개축과정을 거쳐 시대별 특색이 건물에 그대로 남아 있다. ‘생명을 주는 강’이라 불리는 자얀데강 위로는 11개의 크고 작은 다리가 있다. 그중 33개의 아치가 있는 시오세(si-o-se) 다리와 17세기에 지어진 허주(khajou) 다리가 유명하다. 오후가 되면 다리 밑이나 강가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이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스파한의 저메 모스크에서 기도하는 이란 사람들.

해발 1500m의 고원에 위치한 이란은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하다. 해발 3000~5700m의 알본즈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다. 수도는 테헤란이고, 국교는 이슬람교로 시아파 모슬렘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남녀구분이 엄격한 편이라 여성은 항상 차도르나 히잡으로 얼굴과 목을 가리고 외출해야 한다. 외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술과 돼지고기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