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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희망, 스타트업에 뛰어든 사람들 ② 한정훈 홈스토리생활 대표

“가사 서비스 시장의 양성화·전문화 꿈꾼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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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도우미와 고객을 ‘대리주부’ 앱으로 연결
⊙ 도우미 평점화·100% 고객 환불제 등 업계 최초 파격적인 시도로 눈길
⊙ 국내 최초로 100명의 가사도우미 정규직 채용… 4대 보험, 퇴직금, 연월차 휴가
⊙ 오는 6월까지 100여 명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 실시
⊙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은 일희백비(一喜百悲)… 사명감 매우 커”

韓政勳
1971년생. 호주 국립 그리피스대 환경과학과 졸업 / 인터파크 기획팀·M-커머스 팀장·제휴사업부문대표·HM 대표 역임. 現 홈스토리생활 대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이사, 한국공유경제협회 이사, 대한상공회의소 청년스타트업 포럼 위원
한정훈 홈스토리생활 대표이사 사진=홈스토리생활
  “우리나라 가사 서비스 시장은 ‘대리주부’가 생기기 전(前)과 후(後)로 나뉜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그 목표를 산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오늘도 등산합니다.”
 
  40대(代) 초반에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숱한 어려움을 겪은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한정훈(韓政勳) 홈스토리생활 대표가 말했다. 그가 인터뷰 내내 자주 썼던 사명감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답이지 싶었다. 남성들과 접점이 적어 보이는 가사도우미 시장에 승부수를 던진 한정훈 홈스토리 대표와 이봉재 부대표를 지난 1월 3일 강남 테헤란로 본사에서 만났다.
 
  홈스토리생활은 가사도우미와 도우미를 원하는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대리주부’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회사다. 기존의 가사 서비스 시장이 동네별로 권역을 나눠 점조직처럼 우후죽순이었다면 이 회사는 앱을 통해 가사도우미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중개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제공했다. 청소 서비스와 요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4시간 기준으로 5만~5만5000원 정도인 ‘정액제 서비스’와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르는 ‘선택제 서비스’가 있다. 정액제는 집의 크기나 식사 인원에 따라 사용료가 고정된 방식이다. 선택제는 사용자가 서비스를 주문하면 여러 가사도우미가 역으로 가격을 제시하는 경매 방식이다. 사용자가 ‘○○동, 4시간 청소, 32평’의 조건을 제시하면 가사도우미들이 5만원, 5만5000원, 6만원을 제안하고 사용자가 가사도우미들의 경력, 평점, 자기소개 등을 보고 결정한다.
 
 
  “깜깜이 시장을 양성화”
 
  ― 가사도우미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거나 지역 소개소에서 추천해주는 사람을 쓰는 방식이 많았지요.
 
  “가사도우미가 필요한 고객이나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도우미 모두에게 깜깜이 시장이었습니다. 온라인 카페나 친인척 주선과 같은 구인 방식을 썼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어떤 도우미가 오는지 알 수 없고, 도우미 입장에서는 어느 고객 집에 가는지 정보가 한정적이었습니다. 일을 하다가 별안간 그만두는 경우도 부지기수였고, 반대로 도우미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있고, 고객이나 가사도우미 모두가 불안한 상황이었습니다. 1인 가구,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가사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을 양성화하는 것이 시급하고,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가사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7년 2조원대에서 2025년 6조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1인 및 맞벌이 가사 서비스 지출 증가에 기인해 매년 5% 수준의 지속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온라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온라인 가사 서비스 시장은 1000억원 미만(2017년)에서 8000억원대(2025년)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리주부’는 이런 상황에 발맞춰 생긴 가사 서비스에 특화된 인력 공유경제 플랫폼이다. 서비스 이용 가구가 10만, 가사도우미 2만여 명 이상이 대리주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터파크에서 2014년 分社
 
‘대리주부’ 앱에 소개된 가사도우미 프로필. 보유자격증, 가능지역, 가능업무, 후기가 달려 있다. 사진=홈스토리생활
  회사는 인터파크의 사내 벤처로 출발했다. 호주에서 대학을 다닌 한정훈 대표는 방학 중에 귀국해 인터파크에서 아르바이트했던 인연으로 졸업 후 인터파크에 입사했다. 데이콤의 사내 벤처에서 분사한 인터파크는 1990년대 후반에 핫한 벤처회사였다. 인터파크는 코스닥에 상장하고 신규 사업에 진출했는데 생활 서비스 사업도 이 중 하나였다. 청소·포장이사·가상 서비스 등이 인터넷 거래로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발상에서 론칭한 서비스였다. 하지만 50대 중반이 대부분이었던 가사도우미들은 인터넷 환경에 익숙지 않았고 인터파크는 쇼핑·도서·투어·티켓 등의 사업군에 집중하면서 생활 서비스 분야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 이 와중 사업 부문 대표였던 한정훈 대표는 2014년에 인터파크로부터 사업 부문을 인수해 오늘날의 홈스토리생활로 변모시켰다. 사업 경험이 전무(全無)했던 한 대표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인터파크의 지분 81%를 사들였고, 40여 명의 직원이 그와 함께 퇴사했다.
 
  ― 그간 사내 벤처로 일궈온 사업이 사라질 지경이라 아까울 수는 있지만 40여 명의 직원까지 먹여 살리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닌데요.
 
  “신생 회사치고 사람이 많았지만, 인터파크 시절부터 실력을 인정받은 우수한 인력이었습니다. 다 같이 해보자는 마음 하나로 똘똘 뭉쳤던 것 같아요. 그즈음에 PC 기반이었던 환경이 발전해 모바일 앱 시장이 열렸습니다. 배달, 숙박업 등의 앱이 무더기로 쏟아지던 때라 우리나라 최초로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앱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대리주부’ 앱을 만들었습니다.”
 
  서비스 이름인 ‘대리주부’는 당시 많은 사람이 사용하던 ‘대리기사’에 착안해 만들었다. 각종 앱이 개발되면서 스타트업이 활기를 띠던 시기라서 자금을 투자받기도 어렵지 않았다. 한 대표는 분사 이듬해인 2015년에 한국투자파트너스, 네오플러스 등으로부터 35억원의 펀딩을 받아 사업을 키워나갔다. 앱을 개발하기까지가 가장 어려웠고 자금도 많이 들어갔다.
 
  “쇼핑몰도 후기 보고 구매 결정을 하지 않습니까. 후기를 기반으로 한 평점이 가장 객관화된 지표라고 생각했습니다. 세 명 정도가 같은 평가를 한다면 지인에게 추천을 받는 것과 비슷한 효과라고 봤습니다.”
 
 
  “가사근로자들의 자존감 높여”
 
  ― 물건이 아니라 사람 서비스에 대한 평가다 보니 반발이 있지 않았나요.
 
  “익숙지 않았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가사도우미(한정훈 대표와 이봉재 부대표는 ‘매니저’라고 칭했다)에게 본인의 사진을 올리고, 경력, 자기소개를 올려야 한다고 하니까 쉽사리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청소, 빨래를 하는데 그런 것까지 해야 하느냐’는 얘기들이 있었습니다. 고객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은 그뿐이라고 가사도우미들을 설득했습니다. 또 도우미들 사이에서 경력 1년 차와 10년 차가 동등한 임금을 받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거든요. ‘대리주부’ 앱이 이런 불만을 없애줄 수 있고 고객들로부터 받는 평점이 높아지면 시간당 임금 또한 높아질 수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저희는 가사도우미의 노동력을 전문성 있는 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옆에 앉은 이봉재 부대표가 말을 이었다.
 
  “가사근로자는 50대 이상, 60대 어머니 세대가 많습니다. 고객이 싫은 소리를 하면 상처를 받으면서도 고스란히 받아내시는 경우가 많죠. 가사근로자는 아줌마라고 부르고 하대(下待)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저희는 이분들을 홈 매니저라고 칭합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홈 매니저들이 고객의 집에서 가사노동을 제공하다 파손이 생기면 개인이 아니라 회사가 물어냅니다. 이분들의 직업적 자존감을 올리는 것이 우리의 업무이고, 그래야만 근로자와 고객 모두 만족할 만한 시장이 생긴다고 믿었습니다.”
 
  한정훈 대표는 “평가가 어려웠던 가사도우미의 서비스를 객관화한 것이 대리주부의 가장 큰 장점이자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 남의 집 일을 하다가 물건이 파손되면 회사에서 해결한다고요? 보험회사에 그런 상품은 없었을 텐데요.
 
  “없었습니다. 수많은 보험회사의 문을 두드리고 보험의 필요성을 설명한 끝에 LIG 보험사와 계약을 했습니다. 보험사 측에서는 고객 물품 파손 등에 대한 사고율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에 나중에 파손된 기록을 보고 추후 보험료를 산정키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사고율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에 큰 금액을 보험료로 지급했는데 막상 몇 년이 지나도 사고율이 높지 않아서 점점 보험료가 낮아졌습니다.”
 
 
  “月 회비 없어”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대표
  ― 고객과 가사도우미 모두 안심할 만한 발상이었네요.
 
  “회사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내야 했지만, 기존에 없던 시장이라서 하나하나 새롭게 모든 것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대리주부는 직업소개소와 달리 사용자에게 받는 연(年)회비, 가사도우미에게 요구하는 월(月)회비가 없습니다. 사용자로서는 1년에 한두 번 가사도우미를 쓰고 싶어도 1회 5만원 정도인 사용료보다 연회비가 비싸서 망설이는 경우가 있죠. 대리주부는 그런 부담이 없습니다. 가사도우미 입장에서도 처음에는 동네 소개소와 저희 앱을 모두 사용해 일거리를 찾는 분들이 있었는데, 점차 대리주부의 일만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희는 업계 최초로 고객이 만족하지 않으면 비용을 받지 않는 고객 환불 제도 또한 도입했습니다.”
 
  ― 물건이 마음에 안 들면 반품하는 건 있지만 가사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비용을 안 받는다고요?
 
  “네. 가사도우미분들께 서비스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부담합니다. 사실 이런 정책을 펴면 고객 불만족이 대단히 높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불만은 0.1% 수준입니다. 가사도우미분들은 매번 자신의 노동 서비스를 평가받으니까 예전보다 훨씬 신경을 쓰고요. 또 고객들도 그렇게까지 까다롭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사도우미가 짧은 시간에 이렇게 집을 말끔하게 치운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는 분들이 훨씬 많습니다. 파편화, 영세화된 가사 서비스 시장을 양성화하기 위해서는 여태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것들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정기 교육 실시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2020년 8월 12일, ‘가사근로자 직접 고용’에 나선 홈스토리생활을 찾아 현장 의견을 들었다. 사진=홈스토리생활
  홈스토리생활은 가사도우미를 불러 정기 교육도 한다. 본사 사무실이나 여러 구청에 있는 여성 인력개발센터를 빌려 정식 모임 형태로 20~30명씩 서비스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을 받은 도우미들에게는 회사 차원에서 ‘홈 매니저 자격증’을 준다.
 
  ― 시간이 곧 돈인 가사도우미에게 교육을 받으라고 하면 나옵니까.
 
  “잘 안 나오죠(웃음). 처음에는 왜 이런 교육이 필요한지, 왜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지 이해 못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참석하시는 분들께 청소용품을 선물로 드리기도 했고요. 하지만 저희는 가사 서비스 시장을 전문화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매일 청소하는 주부들 입장에서는 청소, 빨래에 무슨 배울 것이 있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에 대리주부를 론칭할 때부터 홈 매니저들의 서비스 수준 상향 평준화가 목표였습니다. 가사 노동이 노동으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환경을 바꾸는 것에 사명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려면 고객의 집에 들어갈 때 어떤 표정으로 인사를 하는지, 찌든 때를 벗겨 내는 청소 실무에서부터 서비스 심리, 개별적인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법 등 다양한 모든 것을 교육하려고 했습니다.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짜서 수료한 매니저에게는 수료증을 줌으로써 나중에 고객들이 많은 매니저 중에서 선택할 때 우위를 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 가사도우미들이 현장에서 겪는 사고도 있나요.
 
  “가령 고객이 ‘반려동물이 고양이 한 마리’라고 했는데 열 마리가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고요. 이럴 때 교육을 받지 않으면 매니저들이 난감하지 않습니까. 반려동물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는 바로 현장에서 이탈해야 하는데 이런 다양한 상황에 대해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는 자동결제시스템이라서 고객과 매니저들의 쌍방 금전 거래가 없습니다.”
 
  ― 일당을 받아가는 것이 관례인 시장인데 가사도우미들의 불만은 없나요.
 
  “별로 없습니다. 고객이 카드를 등록시켜놓으면 서비스가 끝나고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스템이고, 회사가 일주일에 한 번씩 매니저에게 정산해줍니다. 과거에는 집주인이 도우미에게 현금 일당을 지급하다 보니 갑과 을이 분명했는데, 이제는 가사 서비스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불만이 없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도 도우미 교체를 원할 때 대면(對面)할 필요 없이 회사에 얘기하면 됩니다. 개인 간의 거래가 아닌 기업형 거래라 보시면 됩니다.”
 
 
  거대 IT회사의 진출 선언에 어려움 겪어
 
  대리주부의 매출은 고객이 내는 서비스 요금 중 일정 수수료에서 나온다. 홈스토리생활은 앱을 출시한 2015년 9월 이후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승승장구했다. 2015년 4분기에는 ‘100만 앱 다운로드’ 기록을 세웠다. 분사 후 2년이 되지 않아 이룬 성과였다. 회사는 이듬해에 새롭게 투자를 받아 사업을 확장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이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신규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던 거대 IT회사가 2016년 4월에 홈클린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홈스토리생활에 2차 투자를 하겠다던 투자자들이 이내 뒤로 물러났다. 한정훈 대표는 “분사 후 탄력을 받아서 사업을 확장해야 할 시기에 추운 겨울을 맞이했다”고 회고했다.
 
  한 대표의 얘기다.
 
  “시장이 막 무르익으려는데 스톱이 된 겁니다. 투자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쳐버린 거죠. 버티기 위해 인력을 구조조정했고, 초기 스타트업체와 똑같이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습니다. 이 시장에 뛰어들겠다던 거대 IT회사가 8개월 만에 진출 보류 의사를 밝혔지만, 그간 많은 손실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 거대 IT회사의 ‘사업 진출을 검토한다’는 말만으로 큰 피해를 입은 거네요.
 
  “그럼요. 스타트업 회사가 시작한 지 2~3년 만에 이익을 내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스타트업은 특성상 계속 굴러가야 하고, 펀딩을 받아 성장하고, 또 새로운 개발 모델을 만들고 끊임없이 발전해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습니다. 중간에 멈추면 여태 쌓아왔던 게 많더라도 버틸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거대 IT회사가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난에 결국 백기를 들었지만, 그 8개월 동안 저희는 많은 기회를 잃었습니다. 이제 막 점프를 하려는 시점에 난데없이 독감에 걸려서 주저앉은 셈이었습니다.”
 
 
  “가사도우미 직업 안정화 꾀하고 싶어”
 
홈스토리생활은 ‘대리주부의 날’을 만들어 가사도우미를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사진=홈스토리생활
  우여곡절 끝에 과거 홈스토리생활에 투자했던 회사들이 다시 투자를 결정하면서, 홈스토리생활은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가사도우미 시장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한정훈 대표의 열망은 계속됐다. 언뜻 보면 고객이 가사도우미를 선택해야만 이 시장이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객 대(對) 가사도우미’의 비중에서 가사도우미의 숫자가 현격하게 적은 기울어진 시장이기 때문이었다. 한정훈 대표의 얘기다.
 
  “이 시장은 공급자 위주의 시장입니다. 통상 고객과 가사도우미가 매칭되는 것이 70~80% 수준입니다. 조선족들이 이 시장에 진출해 있는 것도 이런 불균형 때문인데,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일부 매니저를 직고용해야 한다고 마음먹은 계기입니다.”
 
  ― 가사도우미를 홈스토리생활의 직원으로 채용한다고요?
 
  “네. 고객에게는 서비스의 극대화, 가사도우미에게는 직업에 대한 안정을 주고 싶었습니다. 한데 의외의 곳에서 발목이 잡혔습니다.”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상 회사가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없는 구조였다.
 
  〈가사 서비스는 개인 과외처럼 계약 관계가 불명확하다. 개인의 사적(私的) 거래로 이뤄져 고용자와 근로자가 고용 계약을 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11조에 따르면 가사사용인(가사근로자)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한정훈 대표의 얘기다.
 
  “근로기준법은 1953년에 제정된 이래 바뀐 적이 없었습니다. 가사도우미의 처우나 복지에 관심 있는 사람도 없었고, 사람 대 사람이 직거래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식이었습니다. 규제 샌드박스로 가서 ‘가사도우미를 직접 고용하면 현재의 시장보다 훨씬 좋아진다’고 설득했습니다. 음성화됐던 시장을 양성화하기 위해서는 가사도우미를 호텔,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서비스업 직종에 몸담은 사람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사도우미가 30만 명인데, 70년 동안 근로자의 제도권 밖에 있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쿠팡이 택배 기사를 연봉제로 고용했듯이, 아파트 경비원이 알음알음으로 고용하던 형태에서 양성화됐듯이 이 시장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난생처음으로 국회 앞에 가서 시위도 해보고(웃음), 정책 간담회도 따라다녔습니다.”
 
 
  규제 샌드박스 통과
 
  ―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일개 스타트업 회사한테 국회 문턱이 얼마나 높았겠습니까. 이 자리를 빌려 박용만(朴容晩) 당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가사근로자법 통과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써주셨거든요. 박 회장께서 직접 국회 환경노동위원, 위원장들과 수차례 간담회 자리를 만들어줬습니다. 해당 법이 통과될 수 있는 공감대 형성에 지극히 공을 들이셨습니다.”
 
  2017년 12월, 고용노동부는 파견법의 예외조항으로 ‘가사근로자의 고용 개선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고, 2021년 6월에 통과됐다. 홈스토리생활은 100명의 가사도우미를 정규직 형태로 채용했다. 가사도우미에게 4대 보험 가입과 퇴직금을 약속했고 연월차 휴가를 줬다. 면세(免稅) 영역이었던 가사도우미 시장은 규제 샌드박스 통과 이후 처음에는 별도의 부가세를 내야 했지만, 시간이 지나 면세 업종으로 지정됐다.
 
  이봉재 부대표의 얘기다.
 
  “플랫폼 기업임에도 직원을 직접 고용한 것은 인력 풀을 관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가사 서비스 시장은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합니다. 시장은 갈수록 커지는데 공급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생태계를 바꿔야 합니다. 처음에는 면세 업종이었던 이 시장에서 부가세를 내야 해서 부담이 컸습니다. 고용 비용이 늘어나면 회사의 수익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하지만 단기적인 셈법이 아닌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을 성장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체로 선정
 
  누구도 크게 관심 갖지 않던 시장에서 최초의 타이틀을 써가던 홈스토리생활에도 코로나19는 위기였다. 중국으로 돌아간 조선족이 귀국하지 않아 시장의 수요 공급은 더욱 기울어져 가는 상황에서, 일부 고객은 외부인인 가사도우미 부르기를 꺼렸다. 대리주부와 유사한 앱도 많이 나왔다. 한정훈 대표로서는 또 다른 돌파구가 필요한 시기였다.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은 외국인 가사도우미였다. 한 대표가 말한 바로는 인구 500만 명인 홍콩은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35만 명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통계청에 등록된 가사도우미가 12만 명(30만 명 추산)이란다. 그는 앞으로 늘어날 육아 돌봄, 간병 돌봄 서비스를 감안하자면 이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채워야 한다고 봤다.
 
  그리고 이는 현실이 됐다. 정부는 2023년 12월부터 2024년 6월까지 100여 명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100명 중 70명은 홈스토리생활이 관리·감독을 맡았다.
 

  “고용노동부, 서울시와 협의해 준비 과정에 있습니다. 가사도우미를 많이 송출하는 국가는 필리핀·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 등인데, 대부분 20대로 직업 교육을 마친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한국어 능력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국가가 나서서 육성하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됩니다. 해당 국가에서 국내로 보내기 전에 최소 6개월간 전문 훈련을 시킵니다.”
 
  한정훈 대표는 해외 인력 직접 고용을 추진 중인데, 미국·중국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 중이다. 그는 가사 서비스 분야에서 홈스토리생활이 국내 최고 전문가라고 자부한다. 한정훈 대표가 인터파크 16년, 홈스토리생활 9년 등 총 25년, 이봉재 부대표 17년, 황정상 UX리더와 하영진 개발 리더가 13년, 이지나 운영 리더는 14년을 이 업계에 몸담았다.
 
 
  “적어도 下山은 않겠다는 생각으로”
 
  ― 30대에 멀쩡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사업을 한다는데 주위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반대는 없었고, 그냥 제가 인터파크에서 했던 사업을 접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나름 팀원들이 나를 믿고 따라왔는데 끝까지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컸습니다. 두려움보다는 애착, 해보자는 마음, 그게 가장 컸습니다.”
 
  ― 사업하면서 후회 안 하셨나요.
 
  “일희일비(一喜一悲)가 아니고,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은 일희백비(一喜百悲)입니다(웃음). 한 가지 좋은 일이 있으면 백 가지 나쁜 일이 생긴다고 할까요. 소수가 일하다 보니 직원 한 명이 그만둘 때마다 분위기가 흔들리고, 자금 조달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늘 고민하고, 고객 주문이 100건 들어오다가 80건으로 줄어들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밤잠을 설칩니다. 스타트업 대표들끼리 만나면 우리는 항상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고, 규제가 있는 쪽 사업을 하는 대표는 교도소 담벼락을 걷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매니저 도우미들을 만나면서 뭔가 사명감이 듭니다. 이들의 노동 환경을 바꿔야겠다, 가사 서비스 시장을 양성화해서 제대로 된 사업군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이요. 우리가 1조, 10조원의 유니콘 기업은 아니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매우 큽니다.”
 
  ― 다른 곳에 매각한다거나, 대박을 꿈꾸고 사업하는 건 아닙니까.
 
  “그런 꿈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런 분들은 극소수입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창업해서 상장(上場)하는 데 평균 13년이 걸리고, 그 확률은 0.01%입니다. 저희는 그냥 매일 등산을 합니다. 정상에 오르지 못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적어도 하산(下山)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매일 오릅니다. 그 자체를 즐기는 겁니다. 언제 정상에 오를까, 정상에 오르면 무엇을 할까 그런 생각보다는 오늘도 조금 더 정상을 향해 나아갈 뿐입니다.”
 
 
  “창업가 스토리가 널리 알려지길”
 
홈스토리생활이 새롭게 론칭한 자원순환 플랫폼 ‘그린고라운드’ 메인 사진. 사진=홈스토리생활
  한정훈 대표는 최근 친환경 챌린지 플랫폼인 ㈜그린고라운드를 론칭했다. 그린고라운드는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챌린지화해 지구 환경 보호 활동 참여를 이끌어내고, 여기에 동참하는 사람들에게 자체 운영 중인 스토어에서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하는 플랫폼이다.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가정 내 올바른 분리배출 챌린지 운동이다. 한정훈 대표는 “재활용 자원들이 수거, 집하 과정에서 오염되고 혼합되면서 재활용률이 하락하고 있다.
 
  고객들이 재활용 자원들을 문 앞에 두면, 그린고라운드가 지정한 택배가 방문 수거해 바로 자원별 재활용 공장으로 직송하고 있다”며 “고객들은 재활용 자원에 대한 포인트를 적립받아 우리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물품을 살 수 있고, 그린고라운드는 자원 순환에 앞장설 수 있는 윈윈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 사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가에게 조언해주신다면요.
 
  “저희는 성공했다 보기 어렵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다만 업계 최초로 가사도우미 시장의 여러 혁신적인 시도를 한 것 덕분에 다소 주목을 받을 뿐입니다. 저는 창업가 스토리가 널리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10대들에게 적성과 상관없이 무조건 의대에 가야 성공한다고 말하지 말고, 저희와 같은 사람들을 보면서 세상에는 얼마든지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초창기를 거쳐 이제 중흥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업가를 꿈꾸는 사회적 토대와 문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 가사 서비스 시장의 역사가 대리주부가 탄생하기 전후(前後)로 갈렸다는 평가를 받고 싶고, 더 나아가 창업(創業)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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