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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본 한국 〈마지막 회〉 대한민국의 대(對)아프리카 외교에 관해 생각해볼 것들

외교관은 물론 KOICA에도 아프리카는 냉탕

글 : 최필영  예비역 육군소령·전 KOICA 세네갈 사무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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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는 일본이 제창하고 미국이 수용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 요소
⊙ 중국, 아프리카 국가들의 채무 면제… 일본, ‘도쿄 아프리카 개발 국제회의(TICAD)’ 개최
⊙ 2021년 5년 만에 외교부 차관이 아프리카 순방했지만, 알맹이 없어

崔必暎
1975년생. 육군사관학교(54기)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졸업, 同 국제지역대학원 유럽연합학과 석사 / 한국군 건설공병지원단(서희부대), 유엔수단임무단 통역장교, 육사 외국어학과 강사, 한미연합사·국방대학교 국제평화활동센터 근무, 육군 소령 예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세네갈 사무소 근무 / [역서] 《수단 내전》 《카르툼》 《디데이》 《이런 전쟁》(공역)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월 8일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초청으로 방한 중인 레소토의 레조니 음포조아니 외교국제관계부 장관 및 네오 맛짜토 모티아네 공공사업교통부 장관과 만났다. 사진=외교부
  지난 호에서는 세네갈과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중국 및 러시아 사이의 대립을 살펴보았다. 국제사회에서 진영이 형성되는 현실을 보다 잘 보여주는 구체적이며 흥미로운 사례가 두 개 있다. 이 두 사례는 블링컨 장관이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개최 직전에 아프리카와 세네갈을 방문하여 정책을 선언하고 대규모 원조 계획을 공표한 것과 유사한 성격이다. 이 점에서도 한국은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일본과 중국의 경쟁
 
  중국처럼 일본도 아프리카를 상대로 개발협력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이 회의는 ‘도쿄 아프리카 개발 국제회의(Tokyo International Conference on African Development)’로서 TICAD라는 약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駐)세네갈 일본 대사관은 제8회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개회 당일인 2021년 11월 29일, 세네갈 최대 일간지인 《Le Soleil》 마지막 면에 2022년 TICAD 8(제8차 도쿄 아프리카 개발 국제회의)이 개최된다는 사실, TICAD 원칙과 목표, TICAD 8이 세네갈에 거는 기대 등을 상세하게 기재한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일본 대사관이 게재한 이 광고는 전적으로 자국의 정책을 홍보하는 것이기에 당연히 중국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개회일에 개최국의 최대 일간지에 일본이 낸 전면 광고가 실린 것을 우연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일본은 자국의 대(對)아프리카 개발협력 원칙과 성과만 상세히 언급하며 TICAD를 홍보했지만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중국의 그것과 자연스럽게 대조되면서 중국을 간접적으로 비판 및 견제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제시한 중국의 아프리카 채무 탕감 결정 시점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면 흥미로운 추정이 가능하다. 일본이 튀니지와 공동으로 TICAD 8을 개최한 시점은 2022년 8월 28일이며 이 회의에는 아프리카 49개 국가가 대표를 파견했다. 중국의 채무 면제 결정은 이보다 열흘 전인 8월 18일이다. 즉 중국은 TICAD 8 개최 열흘 전에 17개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채무 면제라는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한 것이다.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의 후속 조치를 점검하고 논의할 목적의 협조회의를 연 2회 개최하는 것은 원칙이지만 회의 시점은 변경이 가능하다. 즉 중국도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국가 간 경쟁을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실질적인 이익을 TICAD 8 개최 직전에 아프리카 국가들에 제공함으로써 일본의 대아프리카 외교 노력에 대응하려 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중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이 강화되지 못하게끔 TICAD의 김을 빼려 했다고 할 수 있다.
 
 
  아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제창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6년 8월 27일 케냐에서 열린 TICAD 회의에서 아프리카 발전을 위한 일본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진=AP/뉴시스
  2021년과 2022년에 걸친 위의 두 사례는 일본과 중국 양자 간 경쟁심에서 나온 단순한 에피소드일까? 인도·태평양 전략을 기준으로 상호 대치가 분명해진 자유주의 진영과 중국 사이의 대결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석하면 지나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보는 것은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6년 8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한 TICAD 6 기조연설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최초로 천명했다. 아프리카를 주제로 만난 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니? 뜬금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이 일화는 국가의 외교는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베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한 아시아와 잠재력이 풍부한 아프리카를 중요 지역으로 규정하면서 인도양과 태평양 이 두 지역 전체에 걸쳐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자유무역과 기반시설 투자를 촉진하여 경제권을 확대한다는 것이지만 안전보장을 위한 협력도 목표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특히 ‘법의 지배를 기초로 하는 자유로운 해양’을 주장한 일본은 남중국해에 군사 거점을 구축하며 사실상 내해화(內海化)하는 중국을 견제한다는 의도도 가지고 있었다. 아베의 전략은 2017년 외무성 《외교청서(外交靑書)》 특집인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FOIP: Free and Open Indo·Pacific Strategy)”에 등장한다. 그리고 이 전략은 자유민주주의, 법의 지배, 시장경제처럼 여느 자유주의 시장경제 국가라면 당연하게 받아들일 원칙을 기본 가치로 내세우며 지지한다. 참고로 아프리카를 상대로 일본은 정치와 행정은 물론 경제 개발을 총체적으로 지원하고,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결권(自決權)을 존중, 내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 평화와 안정을 위한 새로운 접근’
 
  세네갈에서 열리는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개회일에 일본의 TICAD 홍보 광고가 나가고 며칠 뒤인 2021년 12월 6일, 세네갈이 개최하는 제6회 다카르 국제 포럼(Forum International de Dakar sur la Paix et Scurit en Afrique)에 일본 외무부대신(外務副大臣) 스즈키 다카코는 화상으로 참여하여 개회연설을 했다.
 
  스즈키 부대신은 2019년 TICAD 7에서 제시된 ‘아프리카 평화와 안정을 위한 새로운 접근’을 상기시키면서 아프리카의 평화와 안보에서 일본의 기여와 노력을 강조했다. 스즈키 부대신은 ‘아프리카에서 법치와 민주주의 강화’ 외에도 ‘민간 영역의 역동성’ 그리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제시하며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의 무역과 연결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2022년 제7회 다카르 국제 포럼에 참석해 개회연설을 한 야마다 겐지 외무부대신도 일본은 기반시설 개발 등을 통한 아프리카 국가 간 연결과 지역 통합을 지원할 것이라면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부로서 법치에 기반을 둔 해양 질서를 강화하여 평화와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는 동일한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英佛도 미국 입장 지지
 
  아베 총리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언급하고 1년쯤 뒤인 2017년 12월, 미국은 《2018 국가안보전략(2018 National Security Strategy)》을 발간하며 인도·태평양 구상을 공식화했다. 2018 국가안보전략은 ‘지역 차원의 전략(The Strategy in a Regional Context)’으로서 인도·태평양 지역을 미국 국익에 가장 중요한 최우선 지역으로 강조하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이 가장 큰 도전자라고 규정했다. 2019년 6월, 미국 국방부는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Indo·Pacific Strategy Report: Preparedness, Partnerships, and Promoting a Networked Region)》를 발간하면서 그리고 미국 국무부는 같은 해 11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A Free and Open Indo·Pacific: Advancing a Shared Vision)》을 발간하며 이러한 구상을 보다 상세한 정책으로 공식화했다.
 
  이 두 문서 이전인 2018년 5월 30일, 미국은 태평양 사령부(The Pacific Command)의 명칭을 인도·태평양 사령부(The Indo·Pacific Command)로 변경했다. 이 개명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하는 분기점으로 볼 수 있다.
 
  이어 2020년에는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 호주, 그리고 인도가 참여하는 4개국 안보 협력체인 쿼드(Quad)가 출범한다. 이 4개 국가 정상들은 2021년 9월 24일 백악관에 모여 첫 쿼드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고 중국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식견을 가진 독자라면 충분히 중국이라고 대상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과 이를 중심으로 사실상 대(對)중국 포위망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프랑스와 영국이 적극 지지하고 협력했다는 점이다.
 

 
  국제질서는 권력의 眞空 용인 않는다
 
  2021년 11월 블링컨 국무장관의 아프리카 순방과 곧이어 개최된 제8회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그리고 사소해 보이지만 동 포럼 개회일에 주(駐)세네갈 일본 대사관이 게재한 TICAD 8 홍보 광고라는 일련의 사건들이 속한 2021년 11월은 위에 나온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이 구체화되어 시행되는 선상에 있었다고 평가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국가는 대외적으로 독자적인 외교를 수행할 수 있지만 ‘독자적인 판단과 결정에 따른 외교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질서와 구조를 완전히 배제한 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시대를 가리지 않는 영원한 질문이다.
 
  아프리카가 거리로든 정서적으로든 멀게 존재하는 곳이다 보니 한국인들은 한국이 주변 4강을 대상으로 한 외교보다는 비교적 독자적인 입장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외교를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국제질서는 권력의 진공(眞空)이나 권력의 빈틈을 용인하지 않는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현재 대한민국은 그간 어떤 입장이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입장이어야 할지를 되짚어보아야 한다. 만약 아프리카가 지리적으로 멀고 우리와 직접 경쟁하는 영역이 없기 때문에 한국이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외교를 펼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이것은 철없는 생각이다.
 
 
  초라한 ‘한-아프리카 포럼’
 
  한국에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에 한국은 어떤 존재인가?
 
  독립 이후 해외 투자 유치와 국제 무역을 축으로 경제 발전에 성공한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과 이후 발전 과정상 태생적으로 그리고 기정사실이 된 현 국제 규범과 질서상 앞으로도 전 세계와 교역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나라일 수밖에 없다. 그간 한국에 생소했던 아프리카는 이런 차원에서 협력과 교류를 확대해야 할 대상이다. 내용이야 어떻든, 지난 20여 년 사이에 대한민국 정부는 아프리카를 상대로 협력과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구체적인 예는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순방하며 발표한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근거로 한국과 아프리카 간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시작되어 3~5년 주기로 한국과 아프리카연합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한-아프리카 포럼이다. 본 포럼은 2006년 11월 8일에 처음 개최되었으며 이를 소개한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각 포럼의 참가국은 아래 표와 같다.
 
  이 포럼이 장관급 회의이고 아프리카연합과 함께 주최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래 표가 제시하는 참가국 숫자는 동 포럼이 시간이 흐를수록 출범 명분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실망스러운 느낌을 자아내게 만든다.
 
  대한민국은 2021년 12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 동안 서울에서 제5차 한국-아프리카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예정 시기에 오미크론 변이가 창궐하면서 정부는 포럼 개최를 연기했다. 제5차 한국-아프리카 포럼은 결국 문재인 정부가 끝나기 두 달 전인 2022년 3월 3일 개최되었다. 당시 외교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연합의 원칙에 따라 AU 의장단 4개 국가인 세네갈, 민주콩고, 앙골라, 리비아와 5개 지역공동체 의장국인 가나, 말라위, 케냐, 이집트, 차드, 그리고 아프리카연합 개발청 의장국인 르완다 등 총 10개 아프리카 국가만이 참석했다. 전 세계적인 역병(疫病)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초라한 규모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韓-阿 포럼, 아프리카연합과 공동 개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8년 9월 3일 베이징에서 남아공, 이집트,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정상들이 참석하는 중국-아프리카협력회의(FOCAC)를 주재했다. 사진=AP/뉴시스
  이런 인상은 앞서 언급한 2021년 11월의 제8회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및 2022년 8월 일본과 튀니지가 공동 개최한 TICAD 8과 비교할 때에 더 강해진다. 중국-아프리카 포럼은 한-아프리카 포럼과 마찬가지로 장관급 회의임에도 참가국의 수를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이다. TICAD 8 또한 48개 아프리카 국가와 20개 아프리카 국가 정상은 물론 유수의 국제기구 및 NGO 그리고 협력국들이 참가하면서 한국의 포럼을 압도했다.
 
  회의 참가 규모를 차치하더라도 한-아프리카 포럼은 형식과 내용에서도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일본 외무성이 운영하는 TICAD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1993년부터 시작된 TICAD는 일본이 유엔,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은행 그리고 아프리카연합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다자(多者) 회의이다. 따라서 회의에는 각국 대표단과 국제기구는 물론 관련 협력국, 기업, NGO는 물론 희망하는 이들이 참가할 수 있다. 일본을 비롯한 참가국들이 정부 간 외교를 TICAD 기간 중 양자 혹은 다자 정상회담과 장관회담 등으로 진행하며 사전에 준비한 투자협정 또는 원조 관련 협정이나 각서를 체결하면서 대아프리카 외교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반면 한국-아프리카 포럼은 중국의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처럼 장관급 회의이다. 정부가 전적으로 주도하는 회의이지만, 아프리카연합과 공동 개최한다는 특성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가별 참석을 제한하는 요인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 포럼을 개최하고도 이를 아프리카 개별 국가들 대상의 정부 간 외교의 기회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회의 주도국인 한국이 지원 또는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면 앞의 표 한-아프리카 포럼 개최 및 참가 현황이 보여주듯 갈수록 참가국 수가 줄고 동시에 장관급 이상 참가자의 수도 감소하는, 구색 맞추기 회의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나 일본이 주관하는 포럼이나 회의에 참가하는 국가 수와 비교해 보면 이는 더 분명해진다.
 
 
  구체적 내용 없이 추상적 용어뿐
 
  지난 16년 동안 원대한 목표를 내세우며 한-아프리카 포럼을 다섯 번이나 개최했지만 이를 관장하는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한-아프리카 포럼 소개는 형식적이다. 2021년 초에 개최된 포럼에 대한 안내는 A4 1장에 일시와 장소, 주제, 참석국, 주요 일정, 회의에서 채택한 ‘서울선언 2022’와 ‘협력프레임워크 2022~2026’이라는 제목이 적힌 문서 한 장이 전부이다. 제4회 포럼 이후 이행 보고서, 서울선언문 그리고 협력프레임워크라는 문서가 더 있지만 보고서와 프레임워크는 문장이 아닌 단어 위주의 선언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포럼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논의했는지, 참가자들의 입장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아프리카 개별 국가들을 대상으로는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생긴다. 그나마 제5회 포럼에 대한 정보는 제1~4회 포럼을 소개하는 자료들과 비교하면 풍부한 편이다.
 
  한국과 일본 간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들 중 하나는 구체적인 기여에 관한 청사진을 소개한 문서이다. TICAD 홈페이지에는 기시다 일본 총리의 연설문과 튀니지 선언은 물론 기시다 총리와 아프리카 각 국가 정상 간 정상회담, 외교장관 회담, 주제별 토론 내용 등 회의 및 회담 내용이 사진과 함께 게재되어 있어 한국과 비교해 아주 풍부하다. 이는 TICAD 1부터 적용했기 때문에 개발협력이나 아프리카 외교를 연구하는 이들이 자료로서 이용하기에도 용이하다. 그리고 10개가 넘는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국가들을 배려하여 TICAD 홈페이지는 물론 TICAD에 대한 자료와 정보 중 많은 수를 프랑스어로 제공한다.
 
  한국의 협력프레임워크 2022~ 2026은 향후 5년간 협력 우선순위를 제시하는 문서라는 설명과 함께 협력 분야를 제시하는데 구체적인 수치는 전혀 없이 대부분 “확대” “강화” “제공” “증진” “지원” 같은 단어들로 끝난다. 반면 일본의 TICAD 8: Japan’s Contributions for Africa는 “상호 성장의 동반자”라는 문구와 함께 일본의 민관이 함께 향후 3년에 걸쳐 일본-아프리카 관계를 신속하게 발전시키기 위하여 300억 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공식화하면서 분야별로 비용과 인력을 수치로 제시하는 구체성을 띠고 있다. 참고로 ‘미-아프리카 지도자 정상회담(U.S.-Africa Leaders Summit)’을 개최하는 미국 국무부가 개설한 홈페이지는 한국과는 비교 불가할 정도로 회의 일정, 주제, 각종 연설과 발언, 결론을 모두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5년 만의 외교부 차관 방문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고위 관료가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일 자체가 드물다는 점에서 한국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양자외교에서도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내방하더라도 현지 사정을 바탕으로 주제나 논점을 분명히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2021년과 2022년 2년 사이에 한국 고위 인사의 세네갈 내방은 3건이 있었다. 2021년 8월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 2022년 9월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그리고 2022년 11월 국회의원 4명(박덕흠, 이양수, 박용진, 인재근)의 방문이다.
 
  2021년 8월, 당시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모로코, 세네갈, 나이지리아 등 3개국을 순방했다. 외교차관의 아프리카 내방은 2016년 임성남 전 제1차관 방문 이후 5년 만의 일이었다. 외교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종건 제1차관의 순방은 “중견 선진국으로서 아프리카로의 외교 다변화 구현 및 아프리카 국가들의 협력 확대 요청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며 “보건·교육·기반시설·제조업 등 우리 강점 분야에서 방문국들과의 코로나19 이후의 상생 협력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최 차관 내방 시 일정을 바탕으로 2021년 8월 18일 외교부가 작성해 배포한 보도자료와 세네갈 현지 언론 보도를 비교해 살펴보면 외교부가 제시한 명분과 현실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최 차관은 순방 전 언론에 공지한 바대로 2022년 아프리카연합 의장국인 세네갈이 제5회 한-아프리카 포럼에 참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아프리카 포럼이 예정된 12월 초는 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출범시킨 다카르 평화-안보 포럼이 개최되는 기간으로서 세네갈에서는 대통령과 외교장관은 물론 국방장관까지 사전에 일정이 정해져 있던 상태였다. 한데 우연히도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포럼이 2022년 3월로 연기되면서 세네갈은 한-아프리카 포럼에 외교장관을 파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정대로 포럼이 진행되었다면 세네갈은 아프리카연합 의장국임에도 외교장관이 불참했을 것이 분명했다.
 
 
  알맹이 없는 아프리카 순방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5월 아프리카를 순방했다. 사진은 박 대통령이 우간다 엔테베 국제공항에 도착, 쿠테사 외교장관의 영접을 받는 모습. 사진=뉴시스
  또한 최 차관이 살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세네갈 최대 일간지인 《Le Soleil》는 최종건이라는 이름의 알파벳 표기를 오기한 채 뚜렷한 내용은 없이 방문 사실만 건조하게 보도했다. 세네갈 대통령실 트위터에 따르면 이날 의제는 “코로나19 관리에서 한국의 경험과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한 노력 약속”이었다.
 
  다른 주요 국가들의 유사 사례를 감안하면 수교 60주년을 맞아 공적개발원조 중점협력국에 내방한 고위 외교 관료, 그것도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방문을 한 최 차관은 세네갈 일간지들과 인터뷰를 갖고 내방 의의 및 향후 양국 관계 강화에 관한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는 기회를 가질 만도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외교부가 내세웠던 “보건·교육·기반시설·제조업 등 우리 강점 분야에서 방문국들과의 코로나19 이후의 상생 협력방안”을 주제로 세네갈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논의하고 결론을 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세네갈 언론의 보도나 대통령실 트위터를 읽어봐도, 몇 년 만에 한 번 대한민국 외교차관이 내방했다고 해서 세네갈 국민이 대한민국의 존재와 세네갈에 대한 우의를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지도 않았다.
 
  2022년 9월,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은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 목적으로 서아프리카 국가들을 순방하는 일정 중 세네갈을 방문했다. 개최지 선정 투표를 앞두고서 지지를 호소하는 행동은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세네갈을 상대로 한 고위급 관료의 방문은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고, 수교 60주년을 맞아 방문했다는 외교부 차관도 별다른 협력방안을 가져오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급작스럽게 보일 수도 있는 이 방문을 세네갈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리는 만무하다. 엑스포를 두고 유치 경쟁을 벌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세네갈을 상대로 다년에 걸쳐 대규모 원조를 시행하고 세네갈이 주최하는 2022년 다카르 포럼에 자국 외교장관을 참석시켜 세네갈을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을 상대로 양자외교와 다자외교를 동시에 펼치는 노력을 보이는 점과 크게 비견된다.
 
 
  정권 말기에 열리는 한-아프리카 포럼
 
  제5회 한-아프리카 포럼은 제6회 포럼의 개최연도를 2026년으로 설정했다.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불분명하지만 제2회 포럼(2009년)을 제외하면 한-아프리카 포럼은 정권 말기에 개최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재임 중에 두 번의 포럼을 실시하면서 대아프리카 정책을 마련하고 평가한 유일한 대통령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중임이 불가하다 보니 임기 중반을 넘어서면 일반적으로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아프리카를 주제로 협력과 교류를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3~4년 주기의 양자외교를 정례화했지만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모두 거리가 먼 아프리카를 상대로 임기 후반에 뚜렷한 정책이 나오기도 어렵고 정책이 나온다 한들 의욕적으로 추진하기란 더 쉽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더욱이 정권이 바뀐 경우라면 전 정부 말기에 실시한 포럼을 바탕으로 한 대아프리카 정책의 실행 여부와 지속 가능성 등에 있어 의문 부호를 떼어 내기란 쉽지 않다. 또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관료의 방문이나 협의가 흔치 않다 보니 아프리카에 대해 대한민국이 갖는 그리고 아프리카가 한국에 대해 갖는 정서적 거리 또한 좁히기 쉽지 않다.
 
 
  日, 다카르 포럼 등 지원
 
  2022년 10월 24일, 세네갈은 제8회 다카르 아프리카 평화 안보 포럼(이하 다카르 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은 살 대통령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2014년부터 시작되었다. 다카르 포럼은 세네갈이 창안하고 시작한 것이기는 하지만 태동부터 현재까지 일본의 관여가 절대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일본은 2014년 제1회 포럼부터 2022년 제8회 포럼까지 매회 개최비용을 지원해 왔다. 2021년에 9억 프랑(한화 약 18억원), 2022년에 5억5000만 프랑을 지원했다. 일본은 단순히 개최비용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카르 포럼에 적극 참석하며 주최국인 세네갈의 위상을 살리고 자국의 대아프리카 외교 기회로 삼았다. 앞서 적었듯이 2021년에는 스즈키 다카코 외무부대신이, 2022년에는 야마다 겐지 외무부대신이 각각 참여해 개회연설을 했다.
 
  또한 일본은 세네갈이 3월 22일 개최한 제9회 세계 물 포럼에 개최비용 5억6000만 프랑을 지원함과 동시에 나루히토 천황이 화상으로 개회식에 등장하여 아프리카에서의 수력 발전의 중요성 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며 세네갈과 아프리카의 입장을 배려했다.
 

  2022년 10월 야마다 외무부대신의 세네갈 방문은 잘 계획된 다자 및 양자 외교의 전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야마다는 다카르 포럼 참석과 개회연설 외에도 일본이 약 230억 프랑을 들여 공사한 다카르항 제3부두 개선사업 완공식에 참석하며 세네갈에 대한 일본의 지원을 확인했다.
 
  더 중요한 것은 야마다 외무부대신이 살 대통령을 예방하고 나눈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야마다는 TICAD 8에 아프리카연합 의장 자격으로서 참석해준 데 대하여 살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살 대통령 또한 다카르 포럼을 개최할 수 있도록 일본이 오랫동안 지원한 것과 자국에 대한 일본의 개발협력 지원에 감사 인사를 했다.
 
  2022년 12월 17일부터 20일에는 살 대통령이 일본을 실무 방문했다. 주(駐)세네갈 일본 대사관은 방일 전 홈페이지를 통해 살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에 이어 오찬을 갖고 세네갈과 일본은 TICAD 8의 결과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 강화, 아프리카가 주장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을 포함한 유엔 역할 강화,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일본 대사관은 살 대통령의 이번 일본 방문은 다섯 번째로 마지막은 2019년 일본에서 개최된 TICAD 7 참석임을 덧붙였다. 참고로 살 대통령은 10년 넘게 재임하는 동안 한국은 딱 한 번 방문했다.
 
 
  아프리카는 ‘냉탕’
 
코이카는 2021년 4월 탄자니아의 한 중학교에 태양광 라디오 충전시설과 태양광 라디오를 전달했다. 사진=뉴시스
  이런 질적인 차이가 발생하는 데에는 외교 인력 운용 원칙상 구조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5년뿐인 대통령 임기 중에 교체되는 장관이 다수라는 점은 차치하고도 해외 근무가 필연인 외교부에서 ‘냉탕’은 소위 저개발국을, ‘온탕’은 선진국을 뜻한다. 3년 임기를 기본으로 하는 대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직원들에게 냉탕 임기는 2년이고, 온탕 임기는 3년이다. 한국 외교관에게 냉탕이란 공평을 전제로 한 해외 임지 부임 경력 관리상 반드시 한 번은 거쳐야 할 곳이지만 냉탕을 중심으로 경력을 쌓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이런 경향은 정부가 편성한 무상 원조 예산을 전문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존재하는 한국국제협력단, 즉 코이카(KOICA)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설립 목적상 코이카 사무소가 주재하는 40여 개 국가들이 대부분 냉탕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 국가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소위 온탕으로서 선호되는 반면 아프리카 국가들, 특히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냉탕 중의 냉탕으로 선호가 매우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소장은 임기가 3년이 원칙이지만 부소장은 임기가 2년이다. 여기에 실제 분야별 업무를 수행하는 ‘코디네이터’는 최초 1년 계약에 11개월 계약 연장 1회 만을 전제로 최대 23개월까지만 근무할 수 있는 임시직이다.
 
  한국과 대조적으로 중국이나 일본은 철저하게 언어와 지역을 바탕으로 한 인원 선발과 경력 관리가 이루어진다. 서아프리카에 부임하는 일본과 중국 직원은 영어는 못하더라도 프랑스어는 유창하게 구사한다. 이 지역을 기반으로 10년쯤 경력을 쌓은 직원이라면 이미 서아프리카 근무 경험이 두 번 이상이게 마련이다.
 
  이러한 인적 자산의 축적 덕에 비록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정책은 큰 틀이 유지될 수 있고 이는 상대방에게 신뢰를 쌓고 유지하는 단단한 기반이 된다.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해 국제사회에서 과거와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는 한국이지만 일본이 보여주는 이런 모습은 한국으로서는 단시간에 축적하거나 따라잡기가 불가능한 무형(無形)의 자산이다.
 
 
  대한민국 외교의 본질에서 출발해야
 
  앞서 살펴본 일본의 사례를 대한민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위상과 현실적인 필요성에 비추어 볼 때 아프리카에 대한 대한민국의 입장과 관심은 상대적으로 불분명하거나 부족한 게 현실이다. 또한 앞서 살펴보았듯 모든 것이 복잡하게 연결된 현 국제관계에서 아프리카를 단독으로 떼어서 생각하고 대응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아프리카를 상대로 한 대한민국의 대외 정책 또한 외교의 목적,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 그리고 생존과 번영 차원에서 무역국가라는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답일 수밖에 없으며 본질을 추구하는 이런 자세야말로 현시점에 필요한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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