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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대사 인터뷰 ⑦ 알프레도 카를로 바스쿠 아르헨티나 대사

“한때 세계 5대 부국, 지금은 서울의 발전 경험 배워”

글 : 류종수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서울의과학연구소(SCL Healthcare Group)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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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퓰리즘식 퍼주기 복지 정책으로 나라 운영한 정권들이 한때의 세계 5 대 경제 부국을 망쳤다”
⊙ “개혁 시도 있었지만, 좌파 정치와 결탁한 강력한 노조, 선심 정책에 익숙해진 대중의 저항으로 실패”
⊙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매장량 세계 4위… 포스코와 MOU 체결”
⊙ “메르코수르 4개국과 FTA 체결하면 자원 공급망 다양화와 남미 시장 확대 가능”
⊙ “아르헨티나인들은 좋은 와인을 국내에서 마셔버리고, 칠레인들은 해외로 수출해”

柳鐘守
1962년생. 연세대 보건학 박사 / 美뉴욕플러싱 YMCA 이사장, 뉴욕가톨릭재단 부총장, 유엔재단 새천년개발사업 고문, 現 바레인왕국 국가보건의료최고위원회 고문, 남미개발은행(IDB) 남미국가 진단검사역량 강화사업 수석책임역, 서울의과학연구소(SCL) 국제사업 고문, 연세대 보건대학원 초빙교수
사진=주한 아르헨티나 대사관
  알프레도 카를로 바스쿠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는 필자와 2020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다. 필자는 중남미 국가의 코로나19와 전염병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미주개발은행(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IDB) 사업의 책임자로 일하며 그와 처음 만났다. 바스쿠 대사는 국내 여러 중남미 국가 대사 중에 가장 오랜 경험을 지닌 베테랑 외교 전문가이다. 알제리와 아랍에미리트(UAE), 독일, 캐나다, 중국을 거쳐 지난 2019년 4월, 자신의 6번째 근무지이자 동북아에서 가장 역동적 국가인 대한민국에 부임했다. 그는 최근 만난 자리에서 “3월 말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휴가를 떠난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5년 임기를 모두 마치고 아르헨티나로 귀국하면, 제 공직의 마지막 5년이 남게 됩니다. 그 5년을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교부 본부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외교관이 대사로 근무하는 데에는 장군이 싸움터에서 병사를 지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책임감과 긍지, 활동력이 요구되죠. 일찍 외교관 직업을 시작해 이제 40년의 세월이 지났군요.”
 
  남은 공직 5년을 조국에서 보내며 그동안 경험한 40년의 노하우를 녹여 굼뜨고 방만한 모국의 정책들을 새롭게 혁신하는 데 마지막 열정을 쏟겠다는 것이었다.
 
  대사 아내는 한 달 전 먼저 귀국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집을 새로 단장하고 있다고 한다. 2주간의 휴가기간 동안 각계 인사를 만나고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란다.
 
  ‘남미의 파리’라고 불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스페인어로 ‘신선하고 맑은 공기’ ‘순풍(順風)’을 뜻한다. 실제로 도시가 아름답고 청명하다. 서울처럼 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도시가 아니고 평원에 위치해 있다. 시민 대부분(85%가량)이 가톨릭을 믿고 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장을 역임한 바 있다. 바스쿠 대사의 말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미주에서 두 번째로 지하철 도입”
 
알프레도 바스쿠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와 그의 아내. 2019년 한국에 온 두 사람은 2024년 임기 5년을 마치면 아르헨티나 외교부 본부가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갈 예정이다. 사진=주한 아르헨티나 대사관
  “서울 남산 둘레길을 걷던 싱그럽고 유쾌한 시간들이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저는 특별한 운동은 하지 않고 대신 하루 1시간 이상 걷습니다. 또 가능하면 매주 일요일 골프장에 가죠. 카트를 타지 않고 걸어 다닙니다. 한국 골프장은 구릉과 산악지에 위치해 걷기 운동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경우 훌륭한 골프장은 많지만 대부분 평지입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양극화가 심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 여느 대도시가 그렇듯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범죄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서울은 여타 국제도시들과 비교해 안전한 치안과 대중교통의 편리성, 특색 있고 인상적인 도심공간과 수변공원, 그리고 산책로가 잘 발달해 세계적인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게 바스쿠 대사의 생각이다.
 
  “서울의 발전 경험을 부에노스아이레스가 많이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북미와 남미 통틀어 지하철 시스템을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도입한 도시가 부에노스아이레스입니다.”
 
  ― 정말인가요? 언제요?
 
  “꼭 110년 전인 1913년에요. 스페인권 국가 중에서 가장 먼저, 아니 스페인보다 먼저 지하철이 만들어진 도시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유럽과 미국인들이 음식과 탱고문화, 건축물들을 즐기기 위해 모여드는 매력적인 도시죠.”
 
 
  포퓰리즘의 악순환
 
  한때 아르헨티나는 금은보화가 없다는 이유로 정복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고 한다. 독립 이후에도 영토의 3분의 1 이상이 버려진 땅이었다. 19세기 말 유럽과 미국에서 유입된 자본이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면서 농축산업을 중심으로 세계 10대 부국(富國)으로 성장했다(바스쿠 대사는 5대 부국이라고 했다).
 
  바스쿠 대사의 말을 잠시 음미해보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110년 전 뉴욕에 이어 스페인어권 국가 중에서 가장 먼저 지하철을 만든 메트로폴리탄이다. 서울은 6·25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도시였다. 두 도시가 걸어온 길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피와 땀, 눈물로 일구어낸 근대화, 산업화의 몸부림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난다. 바스쿠 대사는 “역대 아르헨티나 정권들이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으로 국력을 피폐하게 만들었다”며 속내를 꺼냈다.
 
  “포퓰리즘식 퍼주기 복지 정책과 방만한 재정 운용, 국가사회주의를 정치 이데올로기로 삼아 정책을 폈어요. 비합리적이고 단견의 경제 정책들로 나라를 운영한 정권들이 한때는 세계 5대 경제 부국을 망쳤습니다.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가 있을 예정인데, 이번에는 제대로 된 후보자를 선출할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됩니다.”
 
  오는 8월에 다음 대통령을 선출하는 예비 선거를 시작으로 10월 총선과 대선의 본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그는 “역대 정권에서 포퓰리즘 정책을 버리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개혁 시도는 있었지만, 좌파 정치와 결탁한 강력한 노조의 총파업, 선심 정책에 익숙해져 항상 무료 공공서비스를 원하는 대중의 저항으로 실패를 거듭했다”고 했다. 대개의 중남미가 그렇듯 포퓰리즘을 이용한 좌파 성향의 정치인들이 승리하고, 국가경제는 빚으로 파산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계속된 그의 말이다.
 
  “아르헨티나는 희망이 있습니다. 아직 개발이 안 된 75% 이상의 엄청난 자원과 풍요로운 농업 생산물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한다면. 한국과 서로 협력해 새로운 창조적 산업을 개척한다면, 아르헨티나는 다시 부흥할 수 있을 겁니다.”
 
  아르헨티나의 부흥을 한국의 힘과 연결시키는 시각이 조금은 낯설었지만, 그만큼 한국을 인정한다는 뜻도 돼 내심 뿌듯했다. 그리고 모국(母國)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었다.
 
  ― 대한민국은 안보 위기가 존재하는 국가인데, 안보 상황에 대해 평가해주세요.
 
  “대한민국은 참으로 역동적이고 문화적으로 매력적인 국가입니다. 생산 효율성과 첨단 과학기술로 경제 부흥을 이루었죠. 국토는 작지만 강한 나라입니다. 미사일과 핵무기를 가지고 협박하는 북한 김정은은 미군이 주둔하는 이상 절대로 침략은 못 할 것입니다. 김정은이 침략하는 순간, 몇 분 내로 그의 거주지를 포함한 대부분의 군사시설이 주한미군의 전략 자산에 초토화될 테니까요.”
 
  ― 북한의 도발에 대한 중국의 속내는 뭘까요.
 
  “북한을 미국과 일본에 대응하는 군사적이고 전략적 완충지로 두고 있는 중국은 절대로 북한의 군사적 침략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한국에 부임하기 전, 중국에서 5년간 근무하며, ‘분단과 대치’ 유지를 지향하는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전략을 잘 이해하게 되었죠.”
 
  ― 서울이 안전한 도시라는 걸 실감하나요.
 
  “저는 남산 자락에 살며 몇몇 친한 주한 대사들과 매일 남산 둘레길 산책을 즐깁니다. 주한 외교관들은 서울이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안전한 도시라고 평가합니다. 생각해보세요. 남산에서 4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수많은 재래식 포문이 전진 배치돼 서울을 향하고 있죠. 심지어 ICBM이 자주 동해상에 떨어지고, 여전히 평화협정을 맺지 않은 전쟁 중단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라는 사실…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까요?”
 
  그는 농담처럼 한 말이지만 필자는 전혀 농담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한국은 지나치게 거만하고 포악한 주변국 사이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뤄낸 국가가 아닌가. 새삼 한국의 저력이 느껴졌다.
 
 
  “아르헨티나는 ‘神이 축복한 땅’”
 
알프레도 바스쿠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가 작년 7월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열린 206주년 아르헨티나 독립기념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주한 아르헨티나 대사관
  ― 한국과 아르헨티나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있나요.
 
  “아르헨티나는 한국의 첨단산업에 필요한 지하자원인 리튬, 마그네슘, 알루미늄, 구리, 우라늄 등이 매장되어 있지요. 안데스 산맥을 공유한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동일한 자원들을 가지고 있지만, 칠레는 이미 개발해서 수출하고 있는 반면 아르헨티나 쪽 안데스는 자원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는 얘기였다. “아르헨티나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 발전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기에, 한국 기업들과 공동으로 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 중의 하나인 리튬의 매장량이 세계 4위입니다.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 정부와 리튬공장 증설과 양극재 생산 협력을 추진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죠. 아르헨티나 정부는 자원을 채굴해서 팔아버리는 1차 산업 모델을 지향하지 않아요. 한국의 기술과 투자로 양극재를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을 희망합니다.”
 
  “현지에서 연간 생산 규모가 2만5000t에 달하는 수산화 리튬 공장을 포스코와 함께 증설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문득 그를 만나기 위해 미리 읽은 기사가 떠올랐다.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소금호수의 리튬 매장량이 1350만t에 이른다는 것이다. ‘제2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자원이 바로 리튬이다. 1350만t을 2025년 기준 리튬의 가격으로 계산하면 대략 220조원에 이른다.
 
  바스쿠 대사의 계속된 말이다.
 
  “물 부족이 세계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되는데, 아르헨티나에는 북서부에 세계 최대의 지하수 지대인 ‘과라니’가 있지요. 수자원 분야의 개발 및 판매 협력도 한국 기업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셰일가스 매장량도 세계 3위입니다. 아르헨티나는 자원에 있어서 ‘신(神)이 축복한 땅’입니다. 남한 면적의 28배에 달하는 국토의 75%가 처녀지입니다. 미국, 독일, 일본, 중국 기업들처럼 한국 기업의 자본과 기술로 자원 개발과 가공품 생산에 나선다면 서로 ‘윈-윈’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
 
 
  《엄마 찾아 삼만리》의 나라
 
  부에노스아이레스 하면 이탈리아의 도시 제노바에 사는 어린 소년이 가정부로 일하러 떠난 엄마를 찾아 홀로 대서양을 건넌다는 《엄마 찾아 삼만리》가 떠오른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13세 소년의 모험기는 원래 이탈리아 작가 에드몬도 데 아미치스의 《쿠오레(마음)》(1866)에 수록된 단편 〈아펜니노산맥에서 안데스산맥까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엄마 찾아 삼만리》는 1890년대 아르헨티나의 높은 임금과 많은 노동수요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요. 200만 명 이상의 이탈리아 일꾼들이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역사를 담고 있죠. 유럽 각지에서 아마 500만 명 이상의 일꾼들이 유입됐을 겁니다. 아르헨티나는 다양한 민족들이 어울려 사는 융합된 사회입니다. 언어는 스페인어를 쓰지만, 국민의 65%는 이탈리아계입니다. 그다음으로 많은 민족이 스페인계입니다. 경제는 달러 가치와 연계해 작동되고, 문화는 프랑스의 영향이 큽니다. 영국 및 유럽국가로 소고기와 곡물을 수출하면서 1890년대와 1900년대 초에 엄청난 부(富)를 이루었죠.”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지금도 남미에서 가장 문화적·건축적으로 아름다운 도시로 높은 명성을 지니고 있다. “정치와 경제 운영의 실패로 세계 5대 경제대국이 중진국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지만, 삶의 여유와 일상을 즐기며 살아간다”고 바스쿠 대사는 귀띔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식당들은 3시간 이상의 저녁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늘 가득 차 있어요. 서울에서 이런 여유를 발견하기는 어렵잖아요? 한국이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루며, 출산율이 세계 최저, 자살률은 세계 최고인 것은 그만큼 삶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살률 세계 100위
 
바스쿠 대사와 류종수 교수. 류 교수는 3년 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IDB 사업 책임자로 바스쿠 대사와 인연을 맺었다.
  아르헨티나의 자살률은 얼마나 될까 궁금했다. “자살률이 약 세계 100위이고, 출산율이 그동안 줄었어도 약 2명”이란다. 필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자신을 돌볼 틈도 없이 차가운 냉전과 용광로 같은 산업화 시대를 넘기느라 우리는 쩔쩔대며 살아왔다.
 
  “아르헨티나인들은 경제적인 수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또한 하늘이 선물한 자원이 풍부한 국토, 여러모로 여유로운 문화적 생태계를 가진 국민임을 다행스럽게 여깁니다.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교육제도에서 3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와 2명의 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한 저력 있는 국가니까요. 제가 한국에서 5년 가까이 생활하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인들의 여유로운 정신문화와 한국인들의 효율성을 비교 내지 경쟁시켜 양국이 나눠 가지면 아마도 사회적으로 이상국가가 되지 않을까? 어쨌든 한국 기업의 아르헨티나 진출이 이러한 이상적인 모델을 가능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의 아이디어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가능은 한 것일까? 한국인이 아르헨티나의 풍요로움과 여유를 닮을 수 있을까?
 
  아르헨티나 엠프레사대(UADE)에서 무역학을 공부하고, 바르셀로나대 대학원에서 무역학과 재무학을 전공한 바스쿠 대사는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상호보완적 성장과 협력을 강조했다. 아르헨티나의 고학력 근로자들이 한국과 아르헨티나 기업이나 정부가 합작한 현지 사업체에서 일하며, 한국의 효율성 높은 첨단산업과 IT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4개국 남미 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과 한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농축산물 분야에서 입장차를 좁혀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광물자원을 더한다면 단연 세계 최고로 다양한 자원을 가진 연합체가 될 겁니다. 한국 정부도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위기를 겪지 않았나요? 특정 국가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을 겁니다.”
 
 
  사람보다 소가 많은 나라
 
팜파스 지역에 방목된 아르헨티나 소. 인구 약 4600만 명의 아르헨티나에서 사육되는 소가 약 5400만 마리에 이른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남미국가들과는 무역흑자를 기록 중이다. 여기다 향후 메르코수르 4개국과 한국이 FTA를 체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구 6억4000만 명, 경제 규모 약 6조1000억 달러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9%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과 새로운 미래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 FTA 협상의 걸림돌 중 하나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소고기인가요.
 
  “아르헨티나의 중심부와 우루과이에 걸쳐 ‘팜파스’라는 거대한 초원이 있습니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아르헨티나에 도착해 탐사를 했는데, 금이나 은 같은 값진 광석들이 없어 ‘쓸모없는 땅’으로 여겼죠. 그러다 해안지방에 거주지를 잡은 정착민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소를 키우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게 됩니다. 광활한 ‘팜파스’ 초원에 풀어두면 소는 자연스럽게 방목이 되고, 자연 상태의 풀을 먹고 자라며, 물을 찾아 매일 이동하는 소들은 맛과 품질 면에서 좋을 수밖에 없지요.”
 
  20세기 들어 냉동과 냉장 시설이 발전하고, 교통수단이 혁신되면서 ‘팜파스’는 새로운 약속의 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가격경쟁력을 지닌 양질의 육우(肉牛)가 영국 등 유럽국가들로 수출되면서, 아르헨티나는 소고기 최대 수출국으로 대박을 터트리게 된 것이다.
 
  “농축산물의 수출 덕분에 아르헨티나는 세계 5 대 경제대국으로 발전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어요. 소고기에 하얗게 끼어 있는 마블링은 축사의 좁은 공간에서 일부러 살을 찌워 만들어내는 겁니다. 유기농 식품이 대세인 요즘은 콜레스테롤 함량도 낮고, 육질이 탁월한 아르헨티나 소고기가 인기가 좋습니다.”
 
  ― 맛의 비결이 뭔가요.
 
  “고기 맛을 좋게 하기 위해 도축 4개월 전부터는 사료도 함께 먹입니다. 한국의 한우 사육 경비가 아르헨티나에 비해 엄청나게 많이 든다고 알고 있어요.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유럽국가 등지에서 아르헨티나 소고기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인구 약 4600만 명의 아르헨티나에서 사육되는 소가 약 5400만 마리나 됩니다. 아르헨티나를 여행하고 온 한국분들은 현지에서 먹어본 ‘아사도’를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제게 부탁합니다. 아르헨티나 소고기에 아르헨티나 ‘말벡 포도주’가 더해지면 엄청 신나는 저녁이 되지 않겠어요?”
 
  그는 “FTA 체결로 아르헨티나산 소고기가 한국에 상륙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는데, 소가 사람 수보다 많다는 사실에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아무리 양극화가 심하다고 해도 소고기만큼은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 이야기
  “아르헨티나는 세계 5위의 와인 생산국”

 
전 세계 말벡 와인의 75%가 아르헨티나산(産)이다. 바스쿠 대사가 아르헨티나 와인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해외문화홍보원(KOCIS)
  아르헨티나 와인 하면 ‘말벡’을 꼽는다. 전 세계 말벡 와인의 75%가 아르헨티나산(産)이다.
 
  프랑스가 본령인 말벡을 안데스산맥이 있는 아르헨티나 멘도사(Mendoza) 지역에 심으면서 이른바 ‘말벡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프랑스 말벡은 과일 향이 대표적이지만, 아르헨티나 말벡은 자두, 건포도 등 과일의 진한 농축미가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고지대인데다 낮은 강수량, 강한 햇빛(높은 일조량)을 오래 받고 자라기 때문이란다. 또한 거칠지 않고 묵직하되 부드러운 맛을 낸다.
 
  바스쿠 대사에 따르면 말벡이 아르헨티나에서 성공적으로 재배된 것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단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말벡 재배는 먼저 칠레에서 시작되었다. 칠레는 국가 차원에서 포도 재배 기술과 와인 생산 기술을 관리하며 저력을 키웠다. 그런 중 당시 아르헨티나 로사스 독재정권에 저항하던 한 정치인이 칠레로 망명했다. 그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성공적으로 재배하던 칠레 정부와 프랑스 지질학자 미셀 푸제의 정성과 노력에 영감을 받았다.
 
  이 정치인이 돌아와 칠레에 거주하던 프랑스 와인 전문가를 삼고초려해 ‘퀸타 노르말(Quinta Normal)’이라는 와이너리를 만들어 경영 전권을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말벡 포도나무를 멘도사 땅에 심고, 재배 기술을 아르헨티나 기술자들에게 전수했다.
 
  이 정치인이 바로 아르헨티나의 17대 대통령인 도밍고 파우스티노 사르미엔토(Domingo Faustino Sarmiento·1811~1888년)다. 서민교육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국가의 초석을 만든 그를 아르헨티나 정부는 ‘교육의 아버지’로 명명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9월 11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을 정도다. 바스쿠 대사의 말이다.
 
  “아르헨티나의 지형과 기후가 와인을 생산하기에 적합합니다. 안데스 산맥을 따라 고지대에 와이너리들이 있는데, 멘도사 지역에서 아르헨티나 와인의 70%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5위의 와인 생산국인데 그럼에도 생산량이 아르헨티나보다 적은 칠레보다 지명도가 한국에서 약한 이유가 있지요.”
 
  ― 그게 뭔가요.
 
  “아르헨티나 자국 소비 물량이 많고, 수출 물량이 적기 때문입니다. 재미있게 표현하자면 아르헨티나인들은 대부분의 와인을 자국에서 마셔버리고, 칠레인들은 수출합니다. 금요일 저녁이면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초원에서 방목한 소고기 바비큐 ‘아사도’와 함께 천상의 궁합을 이루는 진한 향과 검붉은 빛깔, 강한 타닌의 말벡을 듬뿍 마시는 정겨운 만찬을 긴 시간 즐깁니다. 아르헨티나의 금요일 만찬은 대부분 가족과 친지들이 어울려 즐기죠.”
 
  덧붙여 “한국은 직장동료나 친구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즐기는 ‘불금’ 저녁이죠?”라고 반문했다.
 
  한편, 아르헨티나 와인협회는 매년 4월 17일을 ‘말벡의 날’로 정하고, 아르헨티나 대사관이나 문화원이 있는 도시마다 말벡과 소고기 바비큐의 시음과 시식 행사를 연다. 서울에서도 열리고 있단다. 1853년 4월 17일이 최초로 말벡 포도 가지를 멘도사 땅에 심은 날이다.
 
  상원, ‘아르헨티나 김치의 날’ 제정
 
  ― 아르헨티나 국민은 한국, 한국인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르헨티나인들은 외국 문화에 개방적이고,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과 영화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저께 제 아내가 과거 캐나다에 거주할 때 함께 있던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했는데, 글쎄 그 아주머니가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했습니다. 서울에서 4년 6개월을 생활한 아내보다 더 능통한 한국말이었어요. 한국 드라마들을 보며 한국말을 익혔다고 해요. 그분 말씀이 자신은 한국 드라마를 즐기고, 자기 딸은 K-팝 뮤직에 심취해 있다고 하더군요.”
 

  아르헨티나 상원은 지난 2021년 10월 한국의 ‘김치의 날’인 11월 22일을 따라 아르헨티나의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제정했다고 한다.
 
  ― 한국 음식을 좋아하세요?
 
  “여러 종류의 김치를 비빔밥과 불고기, 잡채와 함께 즐깁니다. 한국 문화는 알게 될수록 매력이 있고, 한국 음식도 접하게 될수록 그 맛에 빠지게 됩니다. 한국 음식 문화 행사에 자주 참석해온 제 아내는 한국 음식이 발효되고 숙성된 자연식이고 건강식이라고 해요. 아르헨티나에 돌아가서도 가끔 한국식 나물 반찬들을 만들어 먹을 겁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한국 식당들이 여러 개 있어서, 자주 애용할 것 같아요.”
 
 
  “파타고니아는 ‘피안의 세계’”
 

  ― 아르헨티나로 돌아가서 꼭 가보고 싶은 명소는?
 
  “아르헨티나는 자원과 천연환경으로 축복받은 힐링의 나라입니다. 안데스 산맥의 동쪽에 위치한 멘도사 지역의 매력은 햇빛이 따스하고, 공기는 건조하고 시원합니다. 와이너리와 풍요로운 식당들은 미국의 나파밸리와 비교할 수 있죠. 이 지역에는 훌륭한 경관을 가진 골프장들이 많아 골프와 걷기를 함께 즐길 수 있어요. 와인과 올리브오일 생산으로 유명한 지역이어서 오전에 운동하고, 오후에 휴식과 더불어 멘도사 와인 테이스팅과 소고기나 이탈리안 음식을 즐기는 여유로움을 매년 가질 계획입니다.”
 
  또 “파타고니아는 피안(彼岸)의 세계”라고 했다.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개인적으로는 많이 걸을 수 있는 파타고니아 지역을 좋아합니다. 이 지역에 글레이셔국립공원이 있어요. 남미의 여름철인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파타고니아 방문의 최적기죠. 안데스 만년설이 녹아 빙하 호수를 이루고, 거대한 빙원과 빙하 절벽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지금도 인간의 발길과 손때가 덜 묻은 곳입니다.
 
  글레이셔국립공원에 자리한 ‘남미의 알프스’로 불리는 파타고니아 최고봉인 피츠로이(Fitzroy)와 세로토레(Cerro Torre)는 전 세계 산악인들의 등정을 유혹합니다. 저처럼 트레킹을 즐기는 관광객들은 호수 주변으로 이어진 트레일을 걸으며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를 마시거나 눈 덮인 빙하의 산과 아름다운 숲길을 걸으며, 피안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삶이 풍요롭고 자연이 아름다운 조국 아르헨티나에서 많은 존경하는 한국 국민들이 힐링의 시간을 갖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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