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기업의 위기관리 〈마지막 회〉 위기 극복의 키워드

솔직 신속함으로 신뢰 잃지 말아야

글 : 권신일  에델만코리아 부사장 겸 에델만 EGA 대표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위기는 위기 그 자체보다 잘못된 판단이나 대응 과정 등으로 인해 더욱 커져
⊙ 反日감정 등으로 위기 처한 일본 기업, 적극적인 상황 공유와 임직원들의 적극 참여로 위기 극복
⊙ 평소 ‘신뢰점수’ 쌓아둔 커피회사, 노사분규 발생하자 신속하게 사태 인정하고 대안 마련
⊙ 외국 항공사는 외부 협력담당자에게 교육기회 제공

權信一
1970년생. 한양대 대학원 관광학 박사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연구위원,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실 행정관, 에델만코리아 전무이사 역임. 現 에델만코리아 부사장 겸 에델만 EGA 대표 / 저서 《협상5》
사진=게티이미지
  그간 기업의 위기관리를 주제로 성공과 실패 원인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왔다. 부족한 점도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담당했던 사례와 글로벌 회사 임원으로서 국내외 다양한 IP(지식재산)를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글을 연재해왔다. 크게 정부와의 관계, 오너리스크, 임직원 내부 소통, 정치권 관계, 매뉴얼과 반복훈련, 초연결사회, 위기 극복의 키워드 등을 주제로 총 7회 기획으로 진행해왔다.
 
  이번 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낸 기업들의 비밀을 공유하고자 한다. 2023년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경제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 환경도 심각하게 나빠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2022년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69% 줄어들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다양한 분야별로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한 기업들의 사례 속 인사이트들을 공유한다면 대한민국호가 위기를 극복하고 순항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위기는 맞춤형으로 풀어야
 
  현장에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외부에서 아무리 좋은 지식과 경험 사례를 갖고 고객사의 문제점을 접하더라도 가장 구체적인 해답은 결국 고객사 안에 있다는 점이다. 위기는 사람의 얼굴처럼 비슷하지만 교과서처럼 적용할 수 있는 같은 경우는 절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조직에 맞춤형으로 풀어야 한다. 해당 기업에서 수십 년간 일해온 분들의 전문성은 반드시 해결 방안에 반영되어야 한다.
 
  예컨대 식품 기업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설령 사실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불안감도 해소한 후 대응해야 한다는 점과 그 기업 총수의 독특한 리더십 등을 무시한 채 일반적으로 중요하다고 하는 투명한 공개, 오너의 진솔한 사과 같은 솔루션을 제안한다면 설명의 기회조차 얻지 못할 것이다.
 
  거기에 임직원들은 형식적으로 협조하거나, ‘어디 잘하나 보자’ 하는 듯한 모습으로 남의 일 보듯 한다면 그 프로젝트는 실패하게 된다.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전문팀의 역량뿐만 아니라 문제점에 대해 이미 오랫동안 고민해오며 해결 방안 또한 많이 생각해본 임직원의 진정한 참여는 성공적인 위기 극복을 위한 시작이다.
 

  반일(反日) 감정이 유난히 컸던 문재인 정부 시절 경북 지역에서 약 20년 가까이 사업을 영위해오던 일본 기업 A의 임직원들이 우리 회사를 찾아왔다. 일본 기업이라 안 그래도 조심스러운 현실에서 하청업체와의 분쟁으로 법적 소송이 길어지고, 대표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야 했다. 그러는 와중에 신흥국가 대비 경쟁력 저하로 기존 사업 부서 중 하나의 사업 철수를 고려했는데 그것이 전면 사업 철수 검토로 보도됐다. 게다가 공장 내 화재까지 발생해 감독기관의 조사와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반일감정, 노조 이슈, 한국 사업 전면 철수 의혹 보도 등 여러 가지 위기가 한꺼번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첫 번째, 반일감정 문제는 B2B(기업 대 기업) 회사인 만큼 당장 영업손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행히 국내 거래처들은 해당 기업에 대해 변치 않는 신뢰를 보여주고 있었다. 납품 약속을 어기지 않기로 유명하고 신뢰를 쌓아온 덕분이다. 그러나 1000명이 넘는 공장 직원들과 가족들은 일본 회사에 대한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 등으로 부담이 크다는 고민이 있었다.
 
  둘째, 하청업체와 계약을 종료하며 발생한 고용 승계 이슈는 회사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A기업 기존 노조 역시 하청업체 고용 승계에 반대하는 노노(勞勞) 갈등의 양상도 있었다. 상급 노조인 민노총까지 하청업체를 지원하며 나서 회사 앞에는 연일 자극적인 현수막과 일방적 주장이 담긴 시위가 지속되었다.
 
  셋째, 한국 사업 전면 철수 보도는 사실과 다른 언론의 부풀린 보도였다. 그러나 직원들과 가족들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간 협조적이었던 해당 지방자치단체에도 불편한 신호를 주었다. 이런 복합적인 상황으로 인해 PR회사와 로펌이 함께 대응을 하게 됐다.
 
 
  솔직하게 상황 공유
 
  해결 방안은 세 가지 주요 현안과 일시적인 화재 사건 하나까지 더해 네 가지 문제에 대해 정부관계, 임직원 소통, 미디어 및 법적 대응 등을 따로따로 하나씩 정리한 후 해결책과 명성회복 프로그램까지 종합적으로 만들자는 취지였다.
 
  위기는 흔히 위기 그 자체보다 잘못된 판단이나 대응 과정 등으로 인해 더욱 커지거나 제2, 제3의 부정 이슈가 연이어 터지며 감당하지 못할 만큼 커지는 특성이 있다. 세세히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각각 원인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중앙과 지방정부 공무원, 미디어, 협력사 그리고 직원과 가족들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인식까지 포함한 인사이트 모니터링과 각각의 관심사에 맞는 맞춤형 메시지 개발과 효과적인 전달 등을 통해 추가 확산을 차단했다.
 
  가장 특별했던 점은 기업 A 임직원들이 구체적인 상황을 공유하면서 그간 진행되어온 개선 방안에 대해 의견들을 먼저 설명해주었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나 보자’ 또는 무엇을 숨기기보다는 그간의 시행착오들까지 솔직히 공유해주었다. 진심으로 회사를 걱정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얻고자 하는 열정을 볼 수 있었다. 기업 현장을 방문해 기술부서에서부터 협력사 직원까지 인터뷰를 진행할 때, 회사에 대한 임직원들의 사랑과 신뢰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문제 인식과 자신이 생각하는 해결 방안들을 들으며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A사 임직원들은 일본 본사의 디렉션에만 기대기보다 한국 내 현실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보다 전향적인 해결 방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에델만팀에도 매번 회사가 있는 경북까지 오라고 하기보다는 “서울에 올 일이 있어 들렀다”며 약속 없이도 찾아와 그간의 상황을 자세하게 공유해주었다. 특히 솔루션 도출을 위해 필수 과정 중 하나인 일반 직원 및 협력사들과의 집중인터뷰(FGI)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대상자들에게 취지를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 많은 의견이 나오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었다. 그 외 진행 과정에 있어서도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임직원들의 적극적 참여
 
사진=게티이미지
  유사한 경우 보통의 한국 기업의 사장과 임원들은 본사가 시켜서 마지못해 위기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A사는 한국인 사장과 임원들이 본사와 일반 직원들을 함께 설득해 회의에 참여하면서 일반 직원들의 지혜를 이끌어냈다. A사 사장은 에델만 전문가들의 인적 사항에 대한 것도 미리 파악해 ‘라포(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성의를 보여주기도 했다.
 
  위기관리 프로그램에서 사장이 내외부의 전문가들을 신뢰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른 임직원들과 협력사들 그리고 외부의 전문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 노노 갈등의 상대편 회사 직원들과 우리 직원들의 입장 차이, 국감 출석과 연관된 국회 관계, 지역 미디어의 부정적인 시각을 개선하고 중앙 미디어를 통한 명성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직원과 직원들을 걱정하는 가족과의 소통 방안 등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임직원의 현실성 높은 아이디어들이 반영되었다.
 
  이후 명성 회복 과정에서는 회사 경영진은 향후 있을 일에 대해 언론에 공개하거나 외부에 공개되기 전에 먼저 임직원 가족들에게 편지를 통해 위기 극복 의지와 향후 일정을 공유했다.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주요 이해관계자 관리를 위해, 그간 B2B 회사로서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홍보실도 정식으로 만들었다.
 
  A사가 일본 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은 사업 지속에 대한 본사와 한국 사장의 체계적인 노력과 지방정부의 후원 속에서 차츰 희석되었다. 자연스럽게 직원과 가족들의 불안감도 해소되었다. 노노갈등은 법적인 절차가 수년간 이어지는 특성으로 프로젝트 결과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노조 이슈로 매년 증인 리스트에 올랐던 국회의 오해는 해소되어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다.
 
  중앙지에 소개된 지역과 우리나라에 대한 A사의 기여는 명성 회복에 도움이 되었으며 직원과 가족 모두 애사심을 더 키울 수 있었다. 당연히 협력사들도 마음을 놓고 A사가 한국에서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A사의 일을 처리하면서 ‘언제나 위기 극복 해결의 시작은 임직원들의 애사심과 적극적인 참여’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원들, 노사갈등 속에도 민노총 거부
 
  다음 내용은 비록 노사갈등이 발생했지만 평소 높은 애사심을 토대로 상생의 길을 찾은 다른 기업 B의 사례이다.
 
  지난해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본 노사갈등 사례 중 하나는 우리가 거의 매일 찾는 한 커피 회사의 사례이다. 22년간 1위 브랜드 타이틀을 지키며 압도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기에 해당 기업 직원들의 고충 호소가 더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B사 직원들은 해당 기업에 노조가 없다며 노조 결성을 촉구하는 민노총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시위를 주최한 직원들은 민노총을 향해 “당신들이 필요치 않다. 노조 없이도 22년간 식음료 업계를 이끌며 파트너에게 애사심과 자긍심을 심어준 기업이다”라며 “트럭 시위를 당신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
 
  이 사태에 대해 B사는 어떤 해결 방안을 선택했을까? 빠르게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어낸 성과는 어떻게 가능했는지? 노사분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큰 상수이기도 한 만큼 업종을 떠나 다른 기업들도 배울 점이 많았던 사례이다.
 
 
  신속한 대응으로 외부 개입 차단
 
  첫째, 신속한 대응이다. 지난해 10월 7일 서울에서 트럭 대형 전광판을 통해 “직원들은 일회용 소모품이 아니다”라며 그간 소비자들이 열광하던 회사 굿즈와 프로모션의 부정적인 이면을 알렸다. 직원들은 프로모션이 성공적일 때마다 비례해 매우 큰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수반되었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자세히 알렸다.
 
  B사로서는 그간의 착한 기업 이미지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었던 만큼 신속한 대응이 시급했고, 글로벌 본사 파트너들과도 협의했다. 대응안 결정 과정에서는 외부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평가와 조언도 반영했다. 그 결과 사실상 갈등이 시작된 지 약 2주 만인 10월 15일 요구사항에 대한 답을 직원 내부망에, 17일에는 일반에게도 공개할 수 있었다. 정부, 국회뿐만 아니라 외부의 다른 세력들이 개입할 여지를 신속히 차단한 것이다.
 
  덕분에 사태 초기 형성되었던 B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어느새 민노총을 거부한 직원들과 회사의 상생 모습으로 보도되기 시작했다.
 
  둘째, 문제에 대한 인정과 대안 마련이다. 신속한 대응의 배경이기도 하다. 마침 글로벌 본사에서 50년 만에 노조가 생기며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을 끌었던 점도 작용했을 수 있다.
 
  흔히 회사는 위기 발생 시 문제점에 대해 축소하거나 반박하는 태도를 보이곤 한다. 그러나 B사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안을 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문제의 근원에 대해 ‘프로모션 TF팀’을 구성하고, 임금체계 개선 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직원들에게 보내는 전체 메일을 통해 “이번 기회를 통해 성장의 뒤안길에서 놓친 부분은 없는지 자성하겠다”면서 “다시 한 번 파트너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구체적으로 사실상 매장마다 한 명씩을 늘려주는 1600명의 적지 않은 수의 직원 확충과 매장 근무 환경을 전담하는 팀을 신설했다. 글로벌 본사의 비상한 관심에 대해서도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이해를 구하며 추진했다.
 
 
  평소에 잘 하라
 
사진=게티이미지
  셋째, 평소에 긍정의 이미지 점수를 쌓아놓았다. 흔히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 선수는 MZ 세대들에게 소위 ‘까방권’을 주어야 한다는 칭찬을 듣는다. 말 그대로 비난을 받고 까일 일이 생겨도 국민들이 방어해주어야 한다는 권리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지난한 과정을 극복해낸 것도 대단하지만, 그 힘든 과정에서도 세계에서 기부를 가장 많이 한 운동선수 4위로 선정될 만큼 주위를 돌보았다는 점, 스캔들 없는 생활 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B기업의 경우도 비슷했다. 업체 특성상 1회 용품을 가장 많이 쓰면서도 그린워싱(green washing)을 하면서 ‘친환경인 척한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종이 빨대 도입, 서울시청과 연계해 1회용 컵 회수 캠페인, 다회용 컵 사용 시 혜택 추가 등을 통해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평소 널리 알려왔다. 그런 점들이 인정받아 커피 음료 분야에서 압도적인 매출 1위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왔고, 덕분에 부정적 이슈가 발생해도 상대적으로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 이처럼 평소 ‘신뢰 점수’를 쌓아두면 위기가 닥쳤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오픈마인드로 사회 이슈 선점
 
  C그룹 총수는 성장이 둔화된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도 고속 성장의 신화를 쌓고 있다. 다른 그룹의 대표들과는 달리 공개적인 활동도 많은 편이다. 200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 사회적 가치와 ESG 개념이 희박할 때 ‘사회적 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이는 정부가 2010년 사회적기업진흥원을 설립한 것보다 더 빨랐다. 사회에 임팩트를 주는 소트리더십(thought leadership)이었다.
 
  2020년에는 C그룹 8개 관계사가 국내 최초로 기후변화와 선진국들의 새로운 스탠더드에 대비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2050년까지 100%로 하겠다는 ‘RE100’에 가입했다. 최근에는 경제단체장이자 2030 부산엑스포 공동유치위원장으로 기여하고 있다.
 
  언뜻 보면 당장은 기업의 영업과 수익 창출에 직접적인 활동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적 기업을 통한 기업생태계 확대는 결과적으로 시장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즉각적인 인력 구조조정이나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협력사 이익 짜내기를 하는 다른 기업들과는 분명히 다른 선택이었다. 과거 1990년대 후반 IMF 시절에 대부분의 기업이 인력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강행할 당시,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조금씩 고통을 분담하자며 단 한 명도 감원하지 않았다. 그런 남다른 선택 덕분에 롯데는 재계 순위 5위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C그룹도 남다른 선택과 신뢰 확산으로 수십 년간 고착화되어왔던 재계 서열을 깨고 도약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시대를 앞선 판단과 결정의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두드러진 점은 ‘오픈마인드’이다. 최근 대기업 오너 3, 4세로 넘어오며 많은 기업이 임원 발탁 시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있다. 하지만 C그룹은 오래전부터 가장 중요하면서도 은밀한 역할을 수행하는 CFO(최고재무책임자)도 외부 출신이 가장 많았던 기업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오너에 대한 의전이 때론 대통령보다 더하다는 말이 있지만, C그룹 총수는 외부 전문회사로부터 객관적인 포지셔닝 전략과 중장기 트렌드를 컨설팅받는 노력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보통 사람처럼 열린 모습을 종종 보여주곤 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이 닥쳐오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그간 신뢰 점수를 쌓아왔기 때문에 다른 어떤 기업보다 빠르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파트너십 보여준 외국 항공사
 
  외부의 협력사들과 평소 존중과 신뢰 관계를 쌓아 위기 상황을 함께 돌파하는 것은 더욱 현명한 방법이다. 혼자 풀어가기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의 도움은 물심양면으로 더욱 큰 도움이 된다. 이처럼 외부 파트너십을 존중하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진 기업들로부터 크게 더 배워야 할 점이다.
 
  예컨대 외국 기업과의 계약서에는 우리나라의 흔히 수직적 상하관계를 의미하는 갑, 을이라는 용어가 없다. 그냥 서로의 기업명이 들어 있다. 지칭이 필요한 경우 회사명을 쓸 뿐이다. 반면 우리는 갑, 을이라는 표현이 불공정의 대명사로 자리 잡아 왔다. 갑의 무시로 인해 을의 분노가 폭발해 위기가 발생하고 증폭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협력사, 대행사 심지어 전문컨설팅사조차 갑질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라면 갑이 위기에 빠졌을 때 자발적 또는 적극적으로 극복을 위해 동참하는 을의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갑, 을 용어가 없는 계약서처럼 중장기간 파트너십을 중시하며 위기를 극복해온 외국 기업의 사례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에 큰 시사점을 준다.
 
  함께 10년 넘게 오랫동안 일해온 한 외국 항공사 D사의 특성 중 하나는 임직원 교육뿐만 아니라 외부 협력회사의 담당자들에게까지 교육의 기회를 주는 점이다. 기간도 큰 잘못이 없는 한 무기한으로 계약서를 연장하며 오랫동안 파트너 역할을 인정해준다. 자체적으로 위기 상황 매뉴얼을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기적으로 언론과 위기관리 일선을 담당하는 전 세계 협력 PR회사의 직원들을 본사로 모아, 항공료부터 숙박 비용 등 모든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D사 스스로를 위한 위기관리 프로그램의 하나로 볼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 참여하는 외부 직원들은 가장 선진적인 프로그램을 배우는 셈이라 만족도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사례이다. 오히려 외주사와 협력 기간을 1년이 머다 하고 바꾸거나 비용을 더 깎기 위해 애쓰는 경우가 많다.
 
  D사의 경우, 이미 10년 넘게 이어온 협력 관계 속에서 간혹 한국 지사장이 바뀌기도 했지만 위기관리와 PR 분야만큼은 흔들림 없이 더 많은 콘텐츠를 파악하고 있다. 수직적인 갑을 관계를 넘어서 D사는 승객 안전과 서비스에 보다 집중하고, 우리 회사는 마케팅과 PR을 맡아 회사 역량을 함께 강화해온 것이다.
 
  다른 외국 기업 E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어찌 보면 회사의 핵심 마케팅 아이디어와 IP(지적재산)를 거의 전부 공유해주며 한국에 좀 더 맞는 제안을 요구하기도 한다. NDA(비밀유지협약서)와 함께 상호 신뢰를 토대로 진행하는 협력 과정이지만, 한국 기업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 두 외국 회사 모두 항공과 예약 서비스 분야를 전 세계적으로 이끄는 회사라는 점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시장으로 발돋움해야 할 국내 회사들에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事前 방지가 제일 중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실추된 명성까지 회복하는 데에는 생각지 못한 큰 비용이 든다. 따라서 최선의 위기관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 전에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적절한 자원을 미리 투입하는 것이 훨씬 더 가성비 높은 선택이다. 평소 기업 활동을 하면서 내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발생 가능한 위기 상황에 대비한 위기 지표를 객관적으로 구성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편성, 사전 모의훈련 후 평가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준비는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리스크를 줄이고 최적의 판단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외국의 경우처럼 사전에 위기에 대비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