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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대중문화 속으로

‘국뽕 유튜브’의 明暗

글 :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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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뽕’을 위한 ‘무모한 시도’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韓流로 이어져
⊙ 유튜브의 가짜 뉴스들… 美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반한 〈수리남〉, 아사다 마오 죽음에 눈물 터진 김연아
⊙ 국가·민족 등 집단에 自我 의탁하는 50대 이상 남성이 ‘국뽕 유튜브’의 主소비자
⊙ 1980년대에도 가수 민해경의 마이클 잭슨과의 합동 공연설, 누드모델 이승희 신드롬 등 ‘국뽕’ 뉴스 만발

이문원
《뉴시스이코노미》 편집장, 《미디어워치》 편집장, 국회 한류연구회 자문위원, KBS 시청자위원, KBS2 TV <연예가중계> 자문위원, 제35회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역임 / 저서 《언론의 저주를 깨다》(공저), 《기업가정신》(공저), 《억지와 위선》(공저) 등
미국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드라마 〈수리남〉에 반했다는 뉴스는 ‘국뽕 가짜 뉴스’였다. 사진=인터넷 캡처
  이른바 ‘국뽕 유튜브’의 폐해(弊害)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국뽕’은 이미 많이 알려진 신조어(新造語)로, ‘국가’와 ‘히로뽕(philopon·필로폰)’의 합성어다. 그러니 대략 ‘국가에 도취(陶醉)됐다’는 의미 정도로 보면 된다. 일부 대중의 국수주의(國粹主義) 또는 쇼비니즘(chauvinism·광신적 애국주의) 경향성을 속되게 표현한 말이며, ‘국뽕 유튜브’는 이런 경향성을 지닌 이들 요구에 부응하는 유튜브 채널을 말한다. 한국과 한국인의 우수성을 찬양하며 한국과 라이벌 관계거나 이런저런 갈등이 일고 있는 국가와 그 국민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 말이다.
 
  물론 여기까지만 보면 ‘국뽕 유튜브’도 그저 좀 과격한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상품의 일종으로 치부(置簿)하고 넘길 수도 있다. 그런데 위에 언급한 폐해 부분이 점차 심각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문제다. ‘가짜 뉴스’의 주요 생성지로서 이들 ‘국뽕 유튜브’가 꼽히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국뽕 유튜브’의 갖가지 ‘가짜 뉴스’들을 기성 미디어가 확인 없이 받아 적으면서 연쇄 오보(誤報) 사태를 일으키고 미디어 환경이 훼손(毁損)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美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반한 〈수리남〉?
 
  가까운 예로 지상파 방송 SBS의 인터넷 뉴스서비스 ‘SBS연예뉴스’에서 지난 9월 16일 자로 내보낸 기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반했다… 〈수리남〉 향한 할리우드 스타들의 호평’을 들 수 있다. 기사는 영화 〈아이언맨〉으로 잘 알려진 미국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한 미국 토크쇼에 출연, 한국의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을 칭찬하며 “〈수리남〉의 전 세계 1위 등극은 시간문제이며, 이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면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수시간 뒤 온라인상에서 삭제됐다. 기사 내용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곧 해당 기사는 바로 전날인 9월 15일 유튜브 채널 ‘큐니버스’에 올라온 영상 “미국 뒤집은 〈수리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수리남〉을 극찬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반응 리액션”에 근거한 내용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물론 유튜브 영상도 마찬가지로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이었고, ‘SBS연예뉴스’ 기사는 삭제됐지만 ‘큐니버스’ 측 영상은 여전히 삭제되지 않고 계속해서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예들은 근래 들어 쉴 새 없이 발생하고 있다. 주로 대중문화와 스포츠 분야를 두고 ‘가짜 뉴스’들이 ‘국뽕 유튜브’발(發)로 생산되고 이를 기성 미디어가 받아쓰며 문제가 커지는 순서다. 또 다른 사례를 다룬 ‘뉴스1’ 2022년 7월 18일 자 기사 “‘아사다 마오, 서울서 사망… 눈물 터진 김연아’ 유튜브 가짜 뉴스에 발칵”을 보자.
 

  〈휴일인 17일 한 유튜브 채널이 ‘일본 전 피겨 국가대표 아사다 마오 사망’ 가짜 뉴스를 제작, 유통시켜 공분을 사고 있다. 이날 해당 유튜브 채널에는 ‘[속보] 서울 강남 아파트에서 발견된 아사다 마오. 눈물 터진 김연아 선수, 결국… 서울대 병원 응급실’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2분45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아사다 마오가 서울 강남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서울대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으나 결국 사망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략)
 
  그러자 이날 오후 구글 인기 급상승 검색어와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할 수 있는 ‘시그널’에서 아사다 마오의 이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허술하게 제작된 이 영상을 믿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사다 마오 사망한 거 진짜야?”라며 의심했다. 동시에 영상을 확인하는 누리꾼들이 늘면서 조회수가 40만 회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사다 마오의 사망설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다. 현재 아사다 마오는 일본에 있으며, 9월에 열릴 아이스쇼 ‘BEYOND’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빙산(氷山)의 일각(一角)이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지금 이 시각에도 각종 ‘국뽕 유튜브’들에선 극단적으로 과장됐거나 아예 근거가 없는 ‘가짜 뉴스’들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지고 있다. 이게 기성 미디어의 인용 보도를 거쳐 확대 재생산되는 경우에나 이렇듯 문젯거리로서 언급될 뿐이다.
 
  이렇게 문젯거리가 되더라도 해결방안이 딱히 존재하는 게 아니다. 유튜브는 국내법이 아니라 유튜브 본사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돼 시장 진입이나 광고 등에서 별도의 규제를 받지도 않는다. 그러니 타인(他人)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업무·공무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가 아니고선 규제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 같은 제도상의 한계 탓에 국회에서도 유튜브나 OTT 등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통합방송법’을 논의하기도 했으나, 산업 위축에 대한 우려로 논의가 중단된 바 있다.
 
 
  ‘일본 대단해 방송’
 
일본의 ‘국뽕 유튜브’인 ‘일본 대단해 방송’. 사진=인터넷 캡처
  물론 한국만 이 같은 ‘국뽕’에 시달리는 건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느 나라나 ‘국뽕’에 목마른 소비층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특히 집단주의가 강한 아시아권에서 국수주의와 쇼비니즘이 유난히 심하다는 건 익히 알려진 바다. 일단 중국의 ‘국뽕’은 근래 한국과의 역사·문화 충돌을 통해 익히 알려진 바 있고, 그만큼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개인주의 분위기가 역력(歷歷)하다던 일본 역시 생각 외로 ‘국뽕’ 콘텐츠 수요가 만만찮다.
 
  대표적으로 ‘일본 대단해 방송(日本スゴイ 番組)’이 있다. 일본의 민영 지상파 방송 정보 프로그램들에서 일본과 일본인의 갖가지 면면(面面)을 두고 외국인 패널이 “대단하다”며 찬양하는 내용이 워낙 많아 붙은 반어(反語)적 조롱이다. 실제로 이런 방송들이 지상파 방송 주(主) 시청층인 중·노년층으로부터 인기가 많아 점점 더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지상파 방송부터가 이런 식이니 당연히 ‘국뽕 유튜브’도 한국과 비슷한 양상을 그린다. 각 영상 조회 수는 한국보다 떨어지는 편이지만, 이런 현상은 그저 일본 중·노년층의 인터넷 접근도가 한국보다 떨어지는 탓에 벌어진다는 해석이다.
 
  이 외에 인도나 베트남 등지의 ‘국뽕 유튜브’도 한국과 비슷한 패턴이다. 매우 광신적이고, 또 매우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근간으로 삼는다. 자신들 나라와 민족이 우수하다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반드시 악역(惡役)을 맡는 적대(敵對) 국가가 설정되고, 그 적대 국가에 자신들 나라가 어떻게 ‘본때’를 보여줬는지 이런저런 과장과 왜곡을 섞어 보여준다.
 
 
  ‘국뽕 유튜브’ 소비자는 50대 이상 남성
 
아프리카 말라위가 한국 편입을 선언했다는 유튜브 방송. ‘국뽕 유튜브’의 소비자는 50대 이상 남성이다. 사진=인터넷 캡처
  그런데 이렇듯 아시아 전반에 걸친 ‘국뽕 유튜브’ 중에서도 인구 대비로 봤을 때 상당히 높은 조회 수를 보이며 호응도도 좋은 게 한국 ‘국뽕 유튜브’다. 앞선 일본 사례와 정반대로, 한국은 ‘국뽕 유튜브’의 주 시청층인 중·노년층의 인터넷 접근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환경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이렇게 열렬한 반응만큼이나 이에 대한 언론미디어의 분석도 2~3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져왔다. 그중 최근 기사인 《월간중앙》 2022년 8월 25일 자 “심층취재|미국인 358만 명이 우영우 떼창?… 도 넘은 ‘국뽕 콘텐트’”를 보자.
 
  〈국뽕 유튜버 7명은 “구독자와 시청자 절대다수가 50대 이상 남성”이라고 전했다. 평균 조회 수가 1000여 회에 달한다고 밝힌 한 유튜버는 7월 한 달간 자신의 채널에 방문한 시청자는 모두 55세 이상이라고 말했다. 기경량 가톨릭대학교 국사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현실의 나에 대한 불만이 강대국의 일원이 되고 싶은 욕망, 더 나아가 쇼비니즘으로 이어진다”며 “젊은 세대보다 민족주의 교육을 많이 받은 50대가 이런 심리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중략) 국뽕 유튜브 영상을 연구한 장휘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를 ‘자긍심 민족주의’라고 표현했다.〉
 
  다른 기사들도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담는다. 개인으로서 자존감(自尊感)이 떨어지는 이들일수록 국가라든가 민족 등의 집단 개념에 자아(自我)를 의탁(依託)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확장된 자아로서의 국가나 민족 차원 쾌거(快擧)를 통해 개인으로서 실생활에서 해소하지 못한 욕망을 보상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그리고 개인주의가 만연(蔓延)하지 않았던 시대에 교육 등을 통해 민족주의나 국가주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던 세대일수록 ‘국뽕’ 콘텐츠를 더 원하게 된다는 해설이 더 붙는다. 세계 어디서나 대부분 비슷한 설명이다.
 
 
  한국식 ‘국뽕 유튜브’
 
  한국만의 독특한 ‘국뽕 유튜브’ 흐름도 존재한다. 먼저 대중문화 관련 소재가 여타 국가와 비교해 부단히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꾸며낸 것이든 실제이든 해외 일반인들 반응을 적은 게 거의 대부분인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국은 해외 유명 인사들 반응을 꾸며내는 콘텐츠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 또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현재 글로벌 영향력 차원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며 한국인들의 ‘국뽕’을 톡톡히 충족시켜주는 게 대중문화 분야라는 점을 짚을 수 있다. 쉽게, ‘한류(韓流)의 시대’라서다. 또 상업적 목적으로 ‘국뽕’을 가미(加味)하기 위해 특정 정보를 왜곡, 조작해서 내보내려 할 때 상대적으로 ‘큰 탈’이 없는 쪽이 대중문화 분야라는 점도 일정 부분 역할 할 수 있다. 정치나 외교 분야에서 뉴스를 왜곡, 조작했다가는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사태가 커질 위험이 있지만, 가볍게들 즐기는 대중문화 분야라면 ‘가짜 뉴스’임이 밝혀져도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넘어가리라는 계산이 있는 셈이다. 그렇게 대중문화 분야가 일단 선택되고 나면, 그다음은 ‘스타 산업’으로서 대중문화 분야 특성상 자연스럽게 유명인사들 중심으로 사연이 꾸려질 수밖에 없다. 생각보다 단순한 논리다.
 
 
  ‘가수 민해경 마이클 잭슨과 합동무대’
 
  여기서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일단 ‘국뽕 유튜브’의 주된 구성을 낳은 위 조건들은 과거에도 똑같이 적용됐을 터다. 또 많은 점에서 유튜브 시대 이전, 아니 아예 인터넷 자체가 상용화(常用化)되지 않았던 1990년대 중반 이전이야말로 ‘국뽕’에 대한 한국인들의 갈증은 훨씬 심했으리라는 점이다. 그럼 그 시대에는 과연 이런 요구에서 비롯되는 ‘국뽕’ 콘텐츠, ‘가짜 뉴스’의 상업적 유혹을 어떻게 자제(自制)하고 넘어갔을까 말이다. 답은 단순하다. 그때도 똑같았다. 과거에도 ‘가짜 뉴스’, 또는 어찌 됐건 진실성이 의심되는 대중문화 분야 ‘국뽕’ 뉴스들은 지금만큼이나 많았고, 어떤 의미에선 그런 뉴스들이 유튜브 공간에서 게토(ghetto)화돼 있는 지금보다도 더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볼 만하다. 1988년 11월 10일 자로 게재된 《경향신문》 기사 ‘가수 민해경 마이클 잭슨과 합동무대’를 보자.
 
  〈가수 민해경이 국내 가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가수 마이클 잭슨과 함께 미국 시장에서 활동하게 됐다. 최근 마이클 잭슨 형제들이 모여 프러덕션을 운영하고 있는 「마이클 잭슨家」는 민해경의 노래를 분석하고 『리듬감이 훌륭하다』고 평가, 89년부터 각종 콘서트에서 민 양을 게스트로 출연시켜 합동무대를 꾸미겠다고 알려왔다는 것.
 
  이에 따라 민 양은 국내 히트곡 「그대 모습은 장미」를 영어 가사로 바꿔 재취입하기로 하는 한편 미국의 유명 작곡가 퀸시 존스로부터 신곡을 받아 새 앨범을 낼 계획이다. 마이클 잭슨家의 이번 결정은 올림픽을 계기로 미국 서부에 일고 있는 동양 붐을 타고 민 양을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양의 미국 진출은 음향기기 회사를 경영하는 한인교포에 의해 처음으로 마이클 잭슨家와 연결돼 이루어졌다. 새 앨범은 일본 빅타레코드사가 민해경·마이클 잭슨家와 합작으로 내년 2월 출반할 계획이다.〉
 
  이 기사에 대체 어느 만큼의 진실이 들어 있는 것인지 지금도 알기 힘들다. 분명한 건, 민해경은 이후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과 함께 미국 시장에서 활동하며 합동무대를 펼치지 않았고, 마이클 잭슨 가(家)와 합작으로 퀸시 존스에게서 신곡을 받아 음반을 내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나아가 이 같은 내용은 이 기사 이전에도 이후에도 찾아볼 수 없고, 심지어 같은 언론에서 이후 진행 상황을 알리지도 않았다.
 
 
  척 노리스와 태권도
 
  상황이 여기서 그치는 것도 아니다. 당시 마이클 잭슨은, 최소한도 한국 미디어상에선, 한국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로 보였다. 당장 민해경 외에도 마이클 잭슨이 관심을 보였다거나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한다고 보도된 한국 가수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물론 마이클 잭슨만도 아니었다. 필자 기억으로도 웬만한 할리우드 스타들은 각종 잡지에서 한두 번씩은 한국에 대해 무슨 칭찬 코멘트라도 남기거나 특정 한국 배우나 가수를 캐스팅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는 했다. 이에 대해 한 국내 문화평론가는 “세월이 지나 다시 확인해보니 척 노리스가 주한미군 시절 한국에서 태권도를 배워가 미국 액션 스타가 됐다는 얘기 빼고는 죄다 ‘가짜 뉴스’였더라”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이마저도 실제로는 태권도가 아니라 한국의 무술 도장 무덕관(武德館)에서 당수도(唐手道)를 배워간 것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찌 됐건 이렇게 ‘국뽕 유튜브’는 그 미디어만 다를 뿐 과거에도 유사한 모습으로 꾸준히 운영돼왔다는 얘기다. 새삼스러울 게 없다. 나아가 ‘없는 사실’조차 이렇게 꾸며 만들어낼 정도인데, 실체가 있는 ‘국뽕’ 사례의 경우 당시 호들갑의 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한국 또는 한국인이 세계에서 활약하기만 한다면 그야말로 ‘무엇이든 상관없던’ 시절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1997년의 누드모델 ‘노랑나비’ 이승희 신드롬이다.
 
 
  이승희의 ‘누드 환향’
 
1997년 5월 10일 영풍문고에서 열린 재미 누드모델 이승희의 사인회에는 5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사진=조선DB
  언급했듯 이승희는 누드모델이었고, 어릴 적 미국으로 이민 가 미국에서 활동하던 재미교포 누드모델이었다. 1996년 미국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 자매지인 《란제리》 모델로 데뷔해 이후 《플레이보이》와 몇몇 자매지, 비디오 등에 출연했다. 그런데 이 사실이 당시 한국 대중에게는 ‘국뽕’ 거리였다. 그래도 한국인들이 이름을 아는 세계적 잡지에 한국계 여성이 모델로 등장했다는 점 자체로 말이다. 물론 “《플레이보이》 최초의 아시아계 모델”이라는 언론 보도가 한몫을 한 것도 있기는 하다. 엄밀히 《플레이보이》는 1960년대부터 아시아계 모델을 기용해왔기에 사실이 아니지만, 이 정도면 당시 분위기로선 과장 축에도 못 들었다.
 
  그렇게 1997년 5월 내한한 이승희는 한국 언론미디어로부터 ‘누드 환향(還鄕)’이라는 희한한 표현까지 탄생시켜가며 대환영을 받았다. 그가 도착하는 김포공항에는 2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몸에 노란색 나비 문신이 있어 ‘노랑나비’라는 별명이 붙었고, 당시 베스트셀러가 된 서적 《일본은 없다》로 주목받던 전여옥(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그를 “대한민국 여성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린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 칭송했다.
 
  그렇게 그는 한국에서 누드 화보집 《버터플라이》와 자서전 《할리우드의 노랑나비》를 홍보하고, 거평패션, 뉴코아백화점, 광동제약 등과 광고 계약도 맺어 촬영했으며, 지상파 방송 토크쇼에도 출연했다. 워낙 어마어마한 환대를 받다 보니 같은 해 10월과 이듬해 3월, 6월까지 수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다이어트 에어로빅 비디오도 출시하고 극장용 영화에도 출연했다.
 
  물론 직업에 귀천(貴賤)은 없는 게 맞지만, 누드모델이 이처럼 ‘국가와 민족의 영웅’ 취급받는 나라도 세계에 또 없으리라는 얘기가 당시에도 돌았다. 그러면서 “얼마나 세계에 자랑할 게 없었으면 《플레이보이》 누드모델이 사회문화 신드롬이 되느냐”는 말도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등장했다.
 
 
  ‘수출신앙’의 산물
 
  이것이 정확히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사반세기 전 얘기다. 그럼 그때보다 자랑할 게 훨씬 많아진, 무엇보다 대중문화 분야에서 당시로선 꿈도 꾸기 힘들었던 빌보드 차트 1위 가수,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 영화, 전 세계 시청률 1위 드라마 등을 모두 갖게 된 지금은? 서두의 ‘국뽕 유튜브’ 상황이 모든 걸 말해준다. 그래도 부족하다! 놀라운 성과들을 차례로 이뤄낸 지금도 언제나 더 많은 ‘국뽕’을 원하고, 세계로부터 더더욱 인정받고 칭송받고 싶어 한다. 이는 더 이상 약소국(弱小國)의 설움 차원에서 해석될 일도 아니고,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무척이나 아리송하게 만든다.
 

  그럼 한국인들은 왜 세계 속에서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내는 지금도 변함없이 세계로부터 ‘더’ 인정받고 ‘더’ 칭찬받고 싶어 하는 걸까. 이 역시도 많은 해석이 따를 수 있겠지만, 먼저 한국의 근현대사 자체가 워낙 외세(外勢)에 의해 국가와 민족의 운명이 크게 좌지우지(左之右之)된 흐름에서부터 짚을 필요가 있다. 그러니 외국에서, 세계에서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는지에 극도로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한국과 한국인들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인들이 단순히 칭찬받고 싶어 하는 차원을 넘어 갖가지 해외 소식들에 더없이 민감한 ‘글로벌 체질’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있다. 1965년 1월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이 국회 연두교서(年頭敎書)에서 “수출을 경제 활동의 생명으로 삼겠다”고 선언하며 일어난 수출입국(輸出立國) 기조가 이후 한국 사회 전체의 멘털리티를 뒤바꿔놓은 점이다.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모토가 초등학생들에게서도 읊어질 만큼 널리 알려졌지만, 이는 동시에 “수출하지 못하면 살지 못한다”는 뜻도 됐다. 이렇게 ‘생존’을 위해선 수출을 해야 하고, 수출을 하기 위해선 먼저 한국에 대한 해외의 반응을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는 강박이 이른바 ‘국민정서’로서 자리 잡았을 측면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 한국을 좋게 평가한다면 다분히 ‘생존’ 차원에서 안심이 되고, 그런 안도감이 곧 엔터테인먼트 차원으로도 소화될 수 있었다는 논리다.
 
 
  K–팝이 해외로 진출한 이유
 
  그야말로 ‘수출신앙’이 낳은 사회문화 현상이다. 그런데 이 같은 ‘수출신앙’이 ‘국뽕 유튜브’처럼 부정적 영향만 남기고 있는 것은 또 아니다. 세상 대부분 현상에는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국뽕 유튜브’가 ‘가짜 뉴스’의 주요 소재로 삼는 대중문화 분야로 국한(局限)시켜놓고 봤을 때도 그렇다. 여기서 긍정적 영향 부분을 가장 심층적으로 분석한 건 의외로 국내 언론 기사가 아니라 일본 주간지 《슈칸겐다이(週刊現代)》에서 2019년 2월에 게재한 칼럼 ‘K팝 시장은 정말 거대한가? 팩트로 분석하는 그들의 실력과 해외 진출을 고집하는 이유’다. 일본 서브컬처 저널리스트 이이다 이치시(飯田一史)가 썼다.
 
  칼럼은 “K팝은 내수(內需)시장이 작아 해외로 진출할 수밖에 없었다”는 기존 통념을 철저히 부정하며 “이수만이나 박진영이 투자자나 취재진 등 미디어를 납득시키기 위해 시장 크기를 거론한 것일 뿐, 사실은 ‘한국 밖에서도 인정받고 싶다’는, 아시아권이나 미국 등지에서 월드와이드로 활약하는 스타를 만들고 싶다는 그들의 ‘꿈’과 ‘인기와 명성에 대한 갈망’이 먼저였다는 것이 내 진단”이라고 주장한다. “돈만 벌고 싶었다면 어렵게 미국 진출을 목표로 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K팝 가수의 미국 진출은 정통 R&B와 힙합, 쇼 비즈니스에 대한 열망이 낳은 ‘도전’이지 중·단기 투자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국뽕’을 위한, 사업적으로 ‘불필요한 도전’과 ‘무모한 시도’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K팝 글로벌화까지 이르게 됐다는 논리다. 아예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역시 일본 저널리스트이다 보니 한국 대중정서를 명확히 이해하지는 못하는 구석이 있다. 그처럼 무모한 해외시장 도전과 거기서 얻어낸, 비록 사업적으로는 별 도움이 안 되지만 가치 있었다고 평가받는 시도들이 한국에서는 저 ‘국뽕’ 정서를 충족시켜주면서 홍보 효과를 일으켜 내수시장에서의 성공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 말이다. ‘경제적 이유라 보기 힘든 K팝 해외 진출’은 그렇게 ‘경제적으로도 말이 되는 K팝 해외 진출’이 돼왔다.
 
 
  김완선의 도전
 
  물론 이외에도 위 칼럼이 짚지 못한 한국 대중문화산업의 ‘경제적 측면에서 비합리적(非合理的)으로 보이는 해외 도전’은 그 이전에도 많았다. 대표적인 예로 국내 인기 최상종가(最上終價)를 달리던 1992년 돌연 국내 은퇴를 선언하고 중화권 진출에 나선 가수 김완선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에서 보면 이유를 알 수 없는 도전이었지만, 어찌 됐건 김완선은 총 3장의 중국어 앨범을 발매하며 유의미(有意味)한 성과를 거둔 뒤 귀국했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이 같은 김완선의 도전에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은 보이지 않을 터다. 나아가 이 같은 ‘맨땅에 헤딩’ 격 시도들을 통해 한국 대중문화산업은 숱한 시행착오(施行錯誤)들을 겪으며 성숙해져 이제 ‘글로벌 유행산업’으로서의 대중문화산업 분야에서 어마어마한 성과들을 거두고 있다. 방탄소년단과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은 무(無)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비록 ‘국뽕 유튜브’와 그들이 쏟아내는 숱한 ‘가짜 뉴스’라는 명백한 폐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해외로부터 인정받고 싶고 인정받고야 말겠다는 한국인들의 독특한 심리와 의지에 마냥 유치하다며 등 돌릴 수는 없는 이유다. ‘국뽕 유튜브’ 문제를 놓고 그를 즐겨 보는 대중의 욕망 자체를 비웃으며 훈계하려는 몇몇 미디어의 논조(論調)는 문제 해결의 순서가 틀린 것은 물론 그 방법론 차원에서도 어긋나 있다는 얘기다. 여전히 ‘국뽕 유튜브’의 ‘가짜 뉴스’는 미디어계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남아 있지만, 그에 대한 기술적 문제 해결 접근에 그쳐야지 그 이상은 곤란하다는 얘기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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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j16303    (2022-10-28) 찬성 : 0   반대 : 0
기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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