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돈 버는 것이 우리만의 혜택”이라며 도덕적 해이 보여준 LH 공사
⊙ 서로 다른 공기업, 대기업 계열사들이 합쳐져 화학적 결합 성공한 롯데케미칼
⊙ “대통령이나 부처의 지시는 곤지암을 넘으면 흐지부지된다”
權信一
1970년생. 한양대 대학원 관광학 박사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연구위원,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실 행정관, 에델만코리아 전무이사 역임. 現 에델만코리아 부사장 겸 에델만 EGA 대표 / 저서 《협상5》
⊙ 서로 다른 공기업, 대기업 계열사들이 합쳐져 화학적 결합 성공한 롯데케미칼
⊙ “대통령이나 부처의 지시는 곤지암을 넘으면 흐지부지된다”
權信一
1970년생. 한양대 대학원 관광학 박사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연구위원,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실 행정관, 에델만코리아 전무이사 역임. 現 에델만코리아 부사장 겸 에델만 EGA 대표 / 저서 《협상5》
- 2021년 발생한 LH공사 임직원들의 투기 의혹은 공공기관 임직원 리스크를 보여준다. 사진=조선DB
7년이 지났는데도 잊히지 않는 한 공공기관과 직원이 있다.
어느 날 아침 한 직원이 울며 상담을 요청해왔다. 주니어 직원도 아니고 10년 정도 경력을 갖고 있던 직원이라 의아했다. 들을수록 미안한 한편으로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객사였던 공공기관 팀장의 행태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우리 직원이 신입도 아닌데, 설령 아무리 잘못이 있다 해도 수시로 폭언을 일삼고, 갑(甲)의 입장을 강조하며 모욕감을 주었다. 그 직원은 “심지어 새벽 3시에 전화를 해 괴롭혔다. 지난밤에도 그런 일을 겪으니 내가 정말 일을 못하는가 싶은 자괴감도 들고, 이렇게는 더 회사에 못 다니겠다”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 늦은 나이에 어렵게 임신을 해 조심하던 차에 고객사 담당자의 독한 말과 시도 때도 없는 연락에 아이와 자신의 건강까지 걱정된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우선 해당 직원에게 “더 빨리 파악하고 조치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아울러 어렵고 중요한 고객사이기는 해도 파악된 문제점을 전달하고 재발 방지를 강하게 요구했다. 그 기관의 본부장으로 있던 지인(知人)에게도 사실을 알리고 내부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공공기관의 ‘내 식구 감싸기’ 때문이었는지 문제의 직원으로부터 사과를 받지는 못했다. 그는 요즘도 여전히 잘 다니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직원으로 인해 우리 회사는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그 기관과는 일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생겼다. 비록 몇 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그 직원으로 인해 생긴 그 기관 전체에 대한 불신은 지울 수 없다.
LH 직원의 일탈
공공기관 직원이 국민을 함부로 대하는 사례는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2021년 1월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건 뒤 토지주택(LH) 직원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익명(匿名) 직장인 어플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금방 잊어버리니 (현대산업은) 걱정 말라”는 글을 올려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분노를 산 적이 있다.
불과 몇 달도 지나지 않아 LH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토지와 주택을 매매해 큰 이익을 남겼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또 LH 직원의 것으로 보이는 글이 올라왔다. “금방 잊힐 것, 그렇게 돈 버는 것이 우리만의 혜택이다. 억울하면 공부 열심히 해서 LH 들어와라” “너희도 하면 되잖냐”의 글을 올려 반성은커녕 심각한 도덕적 해이(解弛)를 연거푸 보여주면서 많은 국민에게 더 큰 상처를 주었다.
일부 직원의 잘못된 가치관이라고만 보기엔 조직 내부의 분위기를 너무나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 뒤에 국민 분노를 달래줄 만큼 처벌이나 개혁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당장은 그 직원의 예측이 맞는 것 같다. 새 정부 국토교통부에서도 다시 개혁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니 이번에는 그대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문제는 손상된 신뢰와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하는 대처로 인해 LH가 책임지고 있는 주택 정책은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점이다.
‘제 식구 감싸기’
한 교육부 고위 공무원의 “국민은 개돼지…” 발언도 한 직원의 실수로 조직의 위상이 크게 실추된 경우이다. 때때로 일어나는 일부 개인의 잘못이라고 하여도 그 결과는 간단치 않다.
이러한 위기 상황은 ▲특정 직원에 의해 곧바로 사람들에게 확산되는 경우 ▲직원과 직원 간 갈등이 커진 뒤 알려지는 경우 ▲경영층과 직원 간 문제가 발생해 터지는 경우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민간기업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한 직원으로부터 시작된 위기가 자체 해결 수준에서 벗어나 위기가 증폭되고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판매량이 크게 줄거나, 때로는 기업의 존폐 자체가 위협받는 경우가 있다.
몇 년 전 모(某)가구 기업의 여사원이 직속 상사의 성(性)폭행에 대해 인사팀에 신고했다. 그런데 인사팀장이 이에 대한 조사를 하다가 해당 여직원에게 또 성범죄를 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나아가 그런 여직원의 처신을 나무라는 동료들의 2차 가해가 이어졌다. 이 사건은 공중파 방송 뉴스에까지 보도되면서 큰 문제가 됐다. 그럼에도 가해 직원에 대해서는 경징계로 그쳤다. 해당 기업은 특히 여성을 상대로 하는 가구 기업이었던 만큼 매출에 직격탄을 얻어맞았다. 한 번 훼손된 기업 이미지는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직원의 위기가 회사 전체의 위기로 커지는 경우, 가장 큰 공통점 중 하나는 ‘제 식구 감싸기’이다. 이는 기업 규모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발생하는 일이다. 성범죄 같은 부끄러운 일이 발생할 경우 대부분 기업은 끝까지 숨기다 위기가 커질 대로 커진 뒤에야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경찰의 수사와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대국민 사과를 한다. 뒤집어보면 초기부터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얻고 투명하게 진행했다면 훨씬 더 인간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역감정보다 심한 세대갈등
1970년대생 이상의 고참 직원들은 잘 모르는 세계가 있다. 바로 1980년대생과 1990년대생들의 커다란 벽이다. 어찌 보면 1980년대생들이 주로 겪는 일인 것 같다. 주로 1960년대생 부모 아래 태어나 후진국과 중진국 시대를 살아온 선배들의 문화에 익숙하다가, 소위 X세대로 불리는 1970년대생 부모 아래 선진국 시대에 태어난 후배들과 직접 일을 해야 하는 고충이다. 최근에는 재택(在宅)근무가 널리 자리 잡으며 1990년대생 신입들과 간격이 더 벌어진 듯하다. 그 결과 왕따 문제가 직장 내 갈등의 불씨가 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까지 생겼다. 세대갈등 문제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갈등이던 지역갈등보다 더 심하다는 조사도 있다. 주로 신입 직원들이 왕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우울증 같은 개인적 피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직장 동료들과 사업주에 대한 고소·고발 사례가 늘고 있어 기업의 명성을 상하게 하거나 경영상의 위기로 번지기도 한다.
과거에는 회식이나 오프라인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으나, ‘나 홀로 산다’ 수준의 개인주의가 깊게 자리 잡으면서 이런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많은 기업에서 기존 관리 라인 외에 멘토-멘티 제도를 도입해 보완하고 있지만, 실제 인사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그 효과는 미미한 것 같다.
화학적 결합 성공한 롯데케미칼
그런 점에서 롯데케미칼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롯데케미칼은 공기업인 한국종합화학의 출자로 만들어진 호남석유화학, 고합그룹에 소속되어 있던 KP케미칼, LG와 함께 인수한 현대석유화학, 삼성의 화학 계열사 등 기업문화가 전혀 다른 기업들이 합쳐진 기업이다. 그런 만큼 내부 소통은 매우 중요하고 힘든 과제였다. 그런 회사가 지금은 롯데그룹의 제1계열사로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이견과 위기가 있었다.
그럼에도 롯데케미칼 직원들이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케미칼 출신인 그룹 오너의 애정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인수 주체가 점령군 행세를 하지 않고 새로 합병 또는 인수되는 기업의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냥 ‘인정’만 하는 것을 넘어 ‘상대가 나보다 낫다는 겸손함’이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새롭게 온 사람들이 편하게 기존 조직에 동화(同化)되었다. 이후 또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가운데 ‘인정’과 ‘상대가 나보다 낫다’는 마인드는 세대갈등 해결에 있어서도 핵심인 키워드다. 내부 조직원 간 갈등 예방을 위해 MZ 세대가 더 나은 점을 선배 세대에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회사의 특성에 맞게 보여주고, 선배 세대는 이를 수용하며 기존 조직에서 잡았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기존 조직관리와 멘토링 시스템을 융합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MZ 세대에서 인기를 끌었던 ‘방탈출’이라는 게임은 기업에서도 융화 프로그램으로 종종 활용한다. 선후배 간 지혜를 모아야만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데 주니어들도 큰 역할을 하다 보니 단순 대화 프로그램보다 훨씬 더 선후배 간 역할과 소통에 큰 도움을 주었다.
국내 외국계 기업의 갈등
한국에 오피스를 두고 있는 한 글로벌 기업의 사례이다. 사실 이 기업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한국 현지 직원들과 글로벌 오피스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고민을 갖고 있다. 이 회사의 경우 과거 노사(勞使) 분쟁으로 홍역을 앓은 후 새 사장이 온 뒤에도 앙금이 남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본사에서는 한국에 큰 투자를 하기 꺼렸고, 한국 직원은 직원대로 본사가 자신들을 믿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런 회사 분위기에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이직을 결심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 경우 이직하는 직원을 통한 기술 유출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자칫 사소한 잘못이라도 발생하면 더 큰 불신과 법률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해마다 국회 국정감사에 소환되는 단골 기업이 되어 직원뿐만 아니라 거래처, 국민의 큰 불신을 사게 된다.
국내 기업에서도 경영진과 일반 직원들 간 소통 부재 문제는 종종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경영진과 직원 간 불신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위기 상황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미리 준비해두어야 한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한 일본 기업의 경우, 직원들은 일본인 경영진과 소통이 안 돼 불만스러워했고, 다른 한편으로 국민들의 반일(反日) 정서도 견디기 힘들어했다. 지난 3년간 회사를 떠난 직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았고, 신규채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회사 직원들과 대화를 하다가 발견한 사실 중 하나는 B2B 사업의 특성 때문인지 그간 임직원, 지역민과의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너무 적었다는 점이었다. 그 지역에서는 제법 큰 공장이었고 많은 직원이 그 지역민임에도 그러한 노력에 소홀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내에 대외홍보팀을 신설하고 일본 경영진과 온라인 회의를 늘렸다. 지역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늘렸다. 홍보팀은 한국 직원들의 소리를 충분히 전달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 오랜 노사갈등과 소송으로 추락했던 직원들의 만족도와 애사심(愛社心)이 크게 늘었고, 이직률은 크게 줄었다.
이처럼 직원에 대해 관점을 조금만 달리해 보면 개선책을 발견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내부소통의 중요성과 지원을 강화하려는 경영진의 결단이다.
이와 반대의 경우도 많다. 떠난 직원이 회사를 잘 모르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심하게 회사와 오너를 비난해 회사의 이미지와 평판이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검찰에 기업 내 문제점을 고발하기도 한다. 직원의 경우 안에 있을 때는 불만만 표출할 뿐이지만 이직을 할 경우 회사에 대한 적극적인 고발자가 되기도 한다. 더 적나라하게 외부에 회사의 문제점들을 퍼뜨리고, 어떤 경우에는 해외로 기술을 유출하기도 한다.
물론 회사가 애당초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하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조차 검찰 수사까지 가게 만들고 기사화되는 경우는 피해야 한다.
조직 生死 걱정 않는 공공기관
임직원으로부터 시작된 위기, 즉 내부로부터의 위기는 공공기관이 더 심하다. 서두에서 소개한 사례에서도 해당 공공기관은 우리 회사 직원에게 저지른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개선이 없었다. 이 점이 민간기업과 큰 차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민간기업은 소문이 퍼지면 영업에 직접 타격을 받기도 하고 자칫하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기 때문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반면, 나랏돈으로 운영하는 공기관의 경우는 그럴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둘째, 공공기관 직원들은 법적으로 신분을 보호받고 있어 웬만한 잘못이 아니고는 해고되지 않는다. 승진 불이익이나 감봉 등 내부징계만 있다. 그가 철밥통에만 관심이 있다면 승진이나 어지간한 유인책도 크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셋째, 상급기관의 감시가 일선에까지 미치기 어렵다. 중앙부처의 경우 관리해야 할 산하 기관이 수십 개에 달한다. 그런 만큼 중하위직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약할 수밖에 없다. 내부 고발자가 나오거나 문제가 크게 불거지기 전까지 쉬쉬하면 알 수가 없다. 일선에서는 “대통령이나 부처의 지시는 곤지암을 넘으면 흐지부지된다”는 농담도 있다. 왜 곤지암인지 모르겠으나 같은 부처의 같은 일을 하는 직원이라도 워크숍 때 모이면 서울·경기와 영호남에서 온 직원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성추행당한 공군 여중사 자살 사건 같은 일들이 전국 곳곳에서 재발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온정주의 사라져야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공공기관 책임자들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말처럼 일반 직원들뿐만 아니라 대내외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신상필벌(信賞必罰)을 강력히 적용해야 한다. 앞서 LH 직원의 사례처럼 여전히 누가 못된 글을 올린지도 모르고 있고, 당연히 책임을 지게 하지도 못한다면 국민을 함부로 대하는 일은 반복될 것이다.
둘째, 공공기관 내부의 온정주의가 사라져야 한다. MZ 세대는 1980년대생 이상의 세대들에게는 과히 신인류(新人類)라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이다. 특히 ‘불공정’에 가장 민감하다. 그전 세대들이 겪어보지 못한 선진국 시대에 태어나 선진국 스탠더드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온정주의로 잘못을 덮고 조직을 보호하려 하면, 많은 MZ 세대들은 그 조직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언론사의 집중탐사기자 이상으로 생생하게 조직 내부의 문제점들을 고발할 것이다. 그러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바람직한 결과가 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회사 스스로 먼저 개선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은 물론이다.
아직도 상명하복(上命下服) 전통이 기업의 특성인 양 내려오고 있는 대기업도 있는데, 이에 대한 주니어 직원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그런 불만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영진에 전달하곤 하지만 개선은 쉽지 않은 것 같다.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의 MZ 세대 인재들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을 대우하는 곳이 있다면 미국, 일본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같은 곳으로도 가리지 않고 떠난다.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내부소통, 임직원의 실수와 불만족으로부터 오는 위기관리를 위한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첫걸음은 ‘상대에 대한 인정’과 ‘네가 더 낫다’라는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
어느 날 아침 한 직원이 울며 상담을 요청해왔다. 주니어 직원도 아니고 10년 정도 경력을 갖고 있던 직원이라 의아했다. 들을수록 미안한 한편으로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객사였던 공공기관 팀장의 행태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우리 직원이 신입도 아닌데, 설령 아무리 잘못이 있다 해도 수시로 폭언을 일삼고, 갑(甲)의 입장을 강조하며 모욕감을 주었다. 그 직원은 “심지어 새벽 3시에 전화를 해 괴롭혔다. 지난밤에도 그런 일을 겪으니 내가 정말 일을 못하는가 싶은 자괴감도 들고, 이렇게는 더 회사에 못 다니겠다”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 늦은 나이에 어렵게 임신을 해 조심하던 차에 고객사 담당자의 독한 말과 시도 때도 없는 연락에 아이와 자신의 건강까지 걱정된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우선 해당 직원에게 “더 빨리 파악하고 조치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아울러 어렵고 중요한 고객사이기는 해도 파악된 문제점을 전달하고 재발 방지를 강하게 요구했다. 그 기관의 본부장으로 있던 지인(知人)에게도 사실을 알리고 내부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공공기관의 ‘내 식구 감싸기’ 때문이었는지 문제의 직원으로부터 사과를 받지는 못했다. 그는 요즘도 여전히 잘 다니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직원으로 인해 우리 회사는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그 기관과는 일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생겼다. 비록 몇 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그 직원으로 인해 생긴 그 기관 전체에 대한 불신은 지울 수 없다.
LH 직원의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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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에 올라온 LH공사 직원(추정)의 글.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잘 보여준다. |
불과 몇 달도 지나지 않아 LH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토지와 주택을 매매해 큰 이익을 남겼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또 LH 직원의 것으로 보이는 글이 올라왔다. “금방 잊힐 것, 그렇게 돈 버는 것이 우리만의 혜택이다. 억울하면 공부 열심히 해서 LH 들어와라” “너희도 하면 되잖냐”의 글을 올려 반성은커녕 심각한 도덕적 해이(解弛)를 연거푸 보여주면서 많은 국민에게 더 큰 상처를 주었다.
일부 직원의 잘못된 가치관이라고만 보기엔 조직 내부의 분위기를 너무나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 뒤에 국민 분노를 달래줄 만큼 처벌이나 개혁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당장은 그 직원의 예측이 맞는 것 같다. 새 정부 국토교통부에서도 다시 개혁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니 이번에는 그대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문제는 손상된 신뢰와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하는 대처로 인해 LH가 책임지고 있는 주택 정책은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점이다.
‘제 식구 감싸기’
한 교육부 고위 공무원의 “국민은 개돼지…” 발언도 한 직원의 실수로 조직의 위상이 크게 실추된 경우이다. 때때로 일어나는 일부 개인의 잘못이라고 하여도 그 결과는 간단치 않다.
이러한 위기 상황은 ▲특정 직원에 의해 곧바로 사람들에게 확산되는 경우 ▲직원과 직원 간 갈등이 커진 뒤 알려지는 경우 ▲경영층과 직원 간 문제가 발생해 터지는 경우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민간기업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한 직원으로부터 시작된 위기가 자체 해결 수준에서 벗어나 위기가 증폭되고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판매량이 크게 줄거나, 때로는 기업의 존폐 자체가 위협받는 경우가 있다.
몇 년 전 모(某)가구 기업의 여사원이 직속 상사의 성(性)폭행에 대해 인사팀에 신고했다. 그런데 인사팀장이 이에 대한 조사를 하다가 해당 여직원에게 또 성범죄를 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나아가 그런 여직원의 처신을 나무라는 동료들의 2차 가해가 이어졌다. 이 사건은 공중파 방송 뉴스에까지 보도되면서 큰 문제가 됐다. 그럼에도 가해 직원에 대해서는 경징계로 그쳤다. 해당 기업은 특히 여성을 상대로 하는 가구 기업이었던 만큼 매출에 직격탄을 얻어맞았다. 한 번 훼손된 기업 이미지는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직원의 위기가 회사 전체의 위기로 커지는 경우, 가장 큰 공통점 중 하나는 ‘제 식구 감싸기’이다. 이는 기업 규모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발생하는 일이다. 성범죄 같은 부끄러운 일이 발생할 경우 대부분 기업은 끝까지 숨기다 위기가 커질 대로 커진 뒤에야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경찰의 수사와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대국민 사과를 한다. 뒤집어보면 초기부터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얻고 투명하게 진행했다면 훨씬 더 인간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역감정보다 심한 세대갈등
1970년대생 이상의 고참 직원들은 잘 모르는 세계가 있다. 바로 1980년대생과 1990년대생들의 커다란 벽이다. 어찌 보면 1980년대생들이 주로 겪는 일인 것 같다. 주로 1960년대생 부모 아래 태어나 후진국과 중진국 시대를 살아온 선배들의 문화에 익숙하다가, 소위 X세대로 불리는 1970년대생 부모 아래 선진국 시대에 태어난 후배들과 직접 일을 해야 하는 고충이다. 최근에는 재택(在宅)근무가 널리 자리 잡으며 1990년대생 신입들과 간격이 더 벌어진 듯하다. 그 결과 왕따 문제가 직장 내 갈등의 불씨가 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까지 생겼다. 세대갈등 문제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갈등이던 지역갈등보다 더 심하다는 조사도 있다. 주로 신입 직원들이 왕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우울증 같은 개인적 피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직장 동료들과 사업주에 대한 고소·고발 사례가 늘고 있어 기업의 명성을 상하게 하거나 경영상의 위기로 번지기도 한다.
과거에는 회식이나 오프라인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으나, ‘나 홀로 산다’ 수준의 개인주의가 깊게 자리 잡으면서 이런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많은 기업에서 기존 관리 라인 외에 멘토-멘티 제도를 도입해 보완하고 있지만, 실제 인사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그 효과는 미미한 것 같다.
화학적 결합 성공한 롯데케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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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7년 9월 롯데케미칼 신입사원 공채 현장에 나와 응시자들을 격려했다. 사진=롯데 |
그럼에도 롯데케미칼 직원들이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케미칼 출신인 그룹 오너의 애정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인수 주체가 점령군 행세를 하지 않고 새로 합병 또는 인수되는 기업의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냥 ‘인정’만 하는 것을 넘어 ‘상대가 나보다 낫다는 겸손함’이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새롭게 온 사람들이 편하게 기존 조직에 동화(同化)되었다. 이후 또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가운데 ‘인정’과 ‘상대가 나보다 낫다’는 마인드는 세대갈등 해결에 있어서도 핵심인 키워드다. 내부 조직원 간 갈등 예방을 위해 MZ 세대가 더 나은 점을 선배 세대에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회사의 특성에 맞게 보여주고, 선배 세대는 이를 수용하며 기존 조직에서 잡았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기존 조직관리와 멘토링 시스템을 융합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MZ 세대에서 인기를 끌었던 ‘방탈출’이라는 게임은 기업에서도 융화 프로그램으로 종종 활용한다. 선후배 간 지혜를 모아야만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데 주니어들도 큰 역할을 하다 보니 단순 대화 프로그램보다 훨씬 더 선후배 간 역할과 소통에 큰 도움을 주었다.
국내 외국계 기업의 갈등
한국에 오피스를 두고 있는 한 글로벌 기업의 사례이다. 사실 이 기업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한국 현지 직원들과 글로벌 오피스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고민을 갖고 있다. 이 회사의 경우 과거 노사(勞使) 분쟁으로 홍역을 앓은 후 새 사장이 온 뒤에도 앙금이 남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본사에서는 한국에 큰 투자를 하기 꺼렸고, 한국 직원은 직원대로 본사가 자신들을 믿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런 회사 분위기에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이직을 결심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 경우 이직하는 직원을 통한 기술 유출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자칫 사소한 잘못이라도 발생하면 더 큰 불신과 법률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해마다 국회 국정감사에 소환되는 단골 기업이 되어 직원뿐만 아니라 거래처, 국민의 큰 불신을 사게 된다.
국내 기업에서도 경영진과 일반 직원들 간 소통 부재 문제는 종종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경영진과 직원 간 불신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위기 상황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미리 준비해두어야 한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한 일본 기업의 경우, 직원들은 일본인 경영진과 소통이 안 돼 불만스러워했고, 다른 한편으로 국민들의 반일(反日) 정서도 견디기 힘들어했다. 지난 3년간 회사를 떠난 직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았고, 신규채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회사 직원들과 대화를 하다가 발견한 사실 중 하나는 B2B 사업의 특성 때문인지 그간 임직원, 지역민과의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너무 적었다는 점이었다. 그 지역에서는 제법 큰 공장이었고 많은 직원이 그 지역민임에도 그러한 노력에 소홀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내에 대외홍보팀을 신설하고 일본 경영진과 온라인 회의를 늘렸다. 지역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늘렸다. 홍보팀은 한국 직원들의 소리를 충분히 전달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 오랜 노사갈등과 소송으로 추락했던 직원들의 만족도와 애사심(愛社心)이 크게 늘었고, 이직률은 크게 줄었다.
이처럼 직원에 대해 관점을 조금만 달리해 보면 개선책을 발견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내부소통의 중요성과 지원을 강화하려는 경영진의 결단이다.
이와 반대의 경우도 많다. 떠난 직원이 회사를 잘 모르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심하게 회사와 오너를 비난해 회사의 이미지와 평판이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검찰에 기업 내 문제점을 고발하기도 한다. 직원의 경우 안에 있을 때는 불만만 표출할 뿐이지만 이직을 할 경우 회사에 대한 적극적인 고발자가 되기도 한다. 더 적나라하게 외부에 회사의 문제점들을 퍼뜨리고, 어떤 경우에는 해외로 기술을 유출하기도 한다.
물론 회사가 애당초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하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조차 검찰 수사까지 가게 만들고 기사화되는 경우는 피해야 한다.
조직 生死 걱정 않는 공공기관
임직원으로부터 시작된 위기, 즉 내부로부터의 위기는 공공기관이 더 심하다. 서두에서 소개한 사례에서도 해당 공공기관은 우리 회사 직원에게 저지른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개선이 없었다. 이 점이 민간기업과 큰 차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민간기업은 소문이 퍼지면 영업에 직접 타격을 받기도 하고 자칫하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기 때문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반면, 나랏돈으로 운영하는 공기관의 경우는 그럴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둘째, 공공기관 직원들은 법적으로 신분을 보호받고 있어 웬만한 잘못이 아니고는 해고되지 않는다. 승진 불이익이나 감봉 등 내부징계만 있다. 그가 철밥통에만 관심이 있다면 승진이나 어지간한 유인책도 크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셋째, 상급기관의 감시가 일선에까지 미치기 어렵다. 중앙부처의 경우 관리해야 할 산하 기관이 수십 개에 달한다. 그런 만큼 중하위직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약할 수밖에 없다. 내부 고발자가 나오거나 문제가 크게 불거지기 전까지 쉬쉬하면 알 수가 없다. 일선에서는 “대통령이나 부처의 지시는 곤지암을 넘으면 흐지부지된다”는 농담도 있다. 왜 곤지암인지 모르겠으나 같은 부처의 같은 일을 하는 직원이라도 워크숍 때 모이면 서울·경기와 영호남에서 온 직원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성추행당한 공군 여중사 자살 사건 같은 일들이 전국 곳곳에서 재발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온정주의 사라져야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공공기관 책임자들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말처럼 일반 직원들뿐만 아니라 대내외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신상필벌(信賞必罰)을 강력히 적용해야 한다. 앞서 LH 직원의 사례처럼 여전히 누가 못된 글을 올린지도 모르고 있고, 당연히 책임을 지게 하지도 못한다면 국민을 함부로 대하는 일은 반복될 것이다.
둘째, 공공기관 내부의 온정주의가 사라져야 한다. MZ 세대는 1980년대생 이상의 세대들에게는 과히 신인류(新人類)라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이다. 특히 ‘불공정’에 가장 민감하다. 그전 세대들이 겪어보지 못한 선진국 시대에 태어나 선진국 스탠더드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온정주의로 잘못을 덮고 조직을 보호하려 하면, 많은 MZ 세대들은 그 조직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언론사의 집중탐사기자 이상으로 생생하게 조직 내부의 문제점들을 고발할 것이다. 그러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바람직한 결과가 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회사 스스로 먼저 개선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은 물론이다.
아직도 상명하복(上命下服) 전통이 기업의 특성인 양 내려오고 있는 대기업도 있는데, 이에 대한 주니어 직원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그런 불만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영진에 전달하곤 하지만 개선은 쉽지 않은 것 같다.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의 MZ 세대 인재들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을 대우하는 곳이 있다면 미국, 일본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같은 곳으로도 가리지 않고 떠난다.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내부소통, 임직원의 실수와 불만족으로부터 오는 위기관리를 위한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첫걸음은 ‘상대에 대한 인정’과 ‘네가 더 낫다’라는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