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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提言 ④ ‘外交는 國格이다: 대통령과 외교’

“외교가 살길인 나라가 외교를 경시하고 있다”(천영우 前 외교안보수석)

글 : 정호윤  기획위원ㆍ국정리더십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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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리더십, 외교적 내공, 국제적 안목 중요”
⊙ “안보주권 넘겨주는 판문점 선언·군사합의서 따지는 사람 없어”
⊙ “文 정권 對日외교, 우방국 관계 깨놓고도 출구전략 不在”

鄭皓尹
1979년생. 중앙대 법대 졸업 /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제1부속실 및 홍보수석실 행정관, 국회 정책보좌관,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연구위원, 여의도연구소 객원연구원 역임

※ 편집자 註
이번 호에서는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네 번째 제언으로 천영우 전(前)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외교(外交)는 국격(國格)이다: 대통령과 외교’ 강연 내용을 소개한다. 천영우 전 수석은 이번 강연에서 대통령의 외교력과 외교·안보 전략이 대한민국의 국운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하면서, 동북아의 전략지형 재편 속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커져 가는 중국의 힘 앞에서 과연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외교란 국익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의 경제적 사활도 외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사진=국정리더십포럼 제공
  “국가의 死活 달린 외교, 정보 확보가 관건”
 
  외교란 국익을 지키는 것이다. 국익을 수호하는 데 유리한 국제적인 질서와 규범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만큼 외교가 중요한 나라도 없다. 그러면서도 외교를 가장 경시하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지금 우리의 지정학적인 위치를 보면, 주변이 다 강대국이고 만만한 나라들이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약소국인 것도 아니다. 유럽에 있었다면 강대국에 들어간다. 남북한 인구로만 봐서도 그렇다. 영국·독일·프랑스 등을 제외하고는 유럽에서 우리보다 인구 많은 나라가 없지 않은가. GDP 규모로 따지면 스페인 수준이다. 우리가 이 정도 서열인데 인구가 2억, 10억 되는 나라들 옆에 있다 보니까 우리 스스로 약소국이라고 착각을 한다. 우리는 약소국도 아니거니와 전략적인 가치가 제일 높은 지역에 위치해 있다.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지키려면 한반도를 장악해야 한다. 그 때문에 임진왜란·병자호란·청일전쟁·러일전쟁 등이 일어났던 것 아닌가.
 
  우리의 경제적 사활도 외교에 달려 있다. 가령 FTA(자유무역협정)만 해도 ‘어떻게 하느냐, 누구와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또 ‘금융위기가 일어날 때 우리는 원화 가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통화(通貨) 사업은 누구와 할 것이냐’도 중요한 외교에 속한다. 지금 미국과 중국이 싸우는 걸 남 일처럼 보지만 만일 싸움이 격화돼 남중국해에서 항해의 자유가 위축되면 제일 손해 볼 나라가 어디겠는가. 대한민국이다.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 가스의 90%가 남중국해를 통해서 들어오지 않나. 남중국해가 30일만 막혀도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되겠는가. 그저 밥이나 조금 먹고살 때는 걱정 안 하던 문제들이 이제는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됐다.
 
  사실 강대국은 외교 잘 몰라도 괜찮다. 외교를 조금 헛발질해도 국력을 가지고 만회할 수 있다. 미국 정도 되면 상대국에 ‘내가 원하는 게 정확히 뭐다’라고 알려주면 다 된다. 다른 나라들은 선택지가 두 개밖에 없다. 미국을 따르든지, 아니면 대결하든지다.
 
  우리나라 같은 정도의 나라들은 외교적 선택을 한번 잘못하게 되면 국력으로 그걸 ‘커버’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외교 전략을 세우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 문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 정보 확보 수준에 따라서 나라가 망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다.
 
  100여 년 전 조선이 망할 무렵에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다 외국 식민지가 됐다. 그중에서 식민지가 안 된 나라가 바로 태국이다. 태국 사람들은 정보가 많았다. 일찍부터 유럽의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굉장히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열강들을 오랫동안 잘 피해서 화를 면한 거다. 태국은 미국의 첫 번째 동맹국이었다. 태국은 1800년대에 이미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었다. 외교를 잘해서 국익을 지킨 케이스다.
 
 
  “나라 팔아먹는 외교도 국민들 몰래 할 수 있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지난해 4월 27일 1차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 발표를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천영우 전 수석은 “북한에 안보주권을 넘겨준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조선DB
  무엇보다 대통령의 자질과 외교력이 국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면 ‘외교 머리’는 빌리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아무리 훌륭한 참모가 있어도 대통령 자신의 내공이 모자라면 소용이 없다. 참모의 말이 옳은지 그른지, 어느 정도 비중을 두고 들어야 할지 판단할 능력이 없는데 외교가 되겠는가.
 
  더욱이 외교는 대통령이 최고 외교관이다.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는 분야다. 대통령 권력이 ‘제왕적’이라지만 어떤 법이나 예산을 확보하려면 국회의 신세를 져야 하지 않나. 외교에도 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법 때문에 할 일을 못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라 팔아먹는 것도 대통령이 국민들 몰래 할 수가 있다. 국회가 견제할 방법이 없다.
 
  판문점 선언 2조 1항을 보면 “남과 북은 한반도의 모든 공간, 지상·해상·공중에서 군사적 긴장의 원인이 되는 적대 행위를 서로 안 한다”고 돼 있다. 역사상 적대 행위의 개념을 이렇게까지 확대한 경우는 없다. ‘군사적 긴장을 조성한다’는 애매모호한 말을 가지고 적대 행위를 규정한다는 것은 세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면 북한은 왜 이 말에 동의를 했겠는가. 한미연합훈련, 한국군 단독훈련도 긴장을 조성하는 훈련이라고 해서 ‘우리의 손발을 다 묶기’ 위한 것이다. 지금 국회든 어디서든 ‘이렇게 우리의 안보주권을 북한에 넘겨주는 판문점 선언, 남북군사합의서 누가 했느냐’고 따지는 사람 아무도 없지 않나? 300명 국회의원 중에 시비를 가리는 사람 누가 있나?
 
  또 판문점 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에 의해 우리가 대북정찰을 못 하게 돼 있지 않나. 이게 정찰기만 못 띄우는 게 아니라, 풍선도 못 띄우게 돼 있다. 이 사실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나? 북한 장사정포가 1만1600문 정도 되는데, 이 중 사거리가 서울까지 닿는 건 340문밖에 안 된다. 그 포가 숨겨져 있는 진지는 60곳 정도다. 그걸 위에서 다 내려다보면 포 한 발 못 쏜다. 돈 없어서 무인정찰기를 못 띄우면 몇백만원짜리 풍선에 카메라 달아서 올려놔도 된다. 북한이 쏘기 전에 다 잡을 수 있다. ‘북한이 장사정포를 나가서 쏘려고 장전해놓고 있어도 우리는 안 보겠다’고 하는 게 군사합의서에 들어 있는 것이다. 아무도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야, 다 잘됐다. 전쟁 안 하는가 보다” 하고 속고 있다. 국민도 누구도 모르게 할 수 있는 게 외교고 안보다.
 
 
  美北 소통 촉진해야 할 韓이 사기꾼 취급당하는 현실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듯, 우리가 ‘북핵 문제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우리는 북핵 문제의 최대 이해 당사자다. 우리가 주인이다. 다만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국에 ‘아웃소싱’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해야 할 역할이 있다. 미국을 움직이는 것이다. 미국과 소통이 안 되고 미국을 움직일 힘이 없으면 김정은에게 현 정부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6자회담 당시 경험에 따르면, 미국이 북한과 협상하는데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됐다. 서로 하는 이야기를 잘 못 알아들었다.
 
  그런 소통의 ‘갭’을 메워주는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의 최종 상태가 이게 맞는가’ ‘비핵화의 순서와 비용은 어떻게 되는가’ 이런 걸 각각 물어봐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작년에 남북회담 세 번 할 때 북한에 아무것도 안 물어봤다. 미국이 못 알아듣는 것을 우리가 알아듣게 만들고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정작 우리가 김정은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듣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말만 미국에 전하니까 미국이 우리를 ‘사기꾼’처럼 보는 것이다. 미국이 우리 말 듣고 북한에 확인을 해보니까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우리에 대한 미국의 신뢰가 없어지는 것이다.
 
  평화는 다 똑같지 않다. 평화의 조건을 누가 결정하느냐, 그 결정권을 누가 행사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으면 평화의 조건은 김정은이 결정하는 것이다. 김정은이 언제든지 평화를 파괴할 수 있는데, 김정은의 자비에 의한 평화가 좋다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김정은에게 평화를 강제할 능력이 있어야 ‘지속 가능한 평화’가 정착되는 것이다. 김정은의 인질로 하루하루 연명하는 게 좋은 평화라고 할 수는 없다.
 
 
  참모가 直言하게끔 만드는 게 ‘대통령의 외교 자질’
 
천영우 전 수석은 “외교에서 친분, 우호관계만큼 중요한 건 상대방을 움직이게 만드는 전략적 레버리지”라고 강조했다. 사진=국정리더십포럼 제공
  제가 외교정책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본 대통령은 노무현·이명박 두 분뿐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외교부에서 차관급 평화교섭본부장을 맡으면서 2년 동안 6자회담 수석대표를 겸했다. 6자회담 가기 전에 ‘어떤 협상전략을 갖고 갈 것이냐’에 대해서 노 대통령과 항상 토론했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2년 반 동안 했다. 거의 매일 하루 30분 정도 독대를 해서 토론도 하고 보고도 했다.
 
  제가 두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면서 깨달은 게 있다. ‘참모가 대통령 앞에서 주눅 안 들고, 하고 싶은 말 마음대로 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대통령의 외교안보 자질 중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설령 대통령이 싫어하는 이야기라도’ 주눅 안 들고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대통령의 중요한 자질이라는 걸 깨달았다.
 
  제가 6자회담 수석대표로 임명되는 날 노 대통령이 관저에서 저녁을 함께 먹자고 했다. 다른 외교안보 참모 몇 사람과 같이 먹는 자리여서 특별히 말할 생각을 전혀 안 하고 갔다. 그런데 가보니까 아주 격의 없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제가 그때 가만히 보니까, 참모들이 북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노 대통령에게 심어놓고 있었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북한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없는데, 미국이 괜히 북한을 잡기 위해서 정보를 조작해서 윽박지르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었다. 제가 대통령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할 얘기는 아니었지만 그대로 있다간 ‘큰일 나겠다’ 싶었다. 그래서 말했다.
 
  “대통령님, 사실 그게 아닙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은 진척이 굉장히 많이 돼 있습니다. 이걸 확실하게 규명하지 않고 넘어가면 큰일 납니다.”
 
  그러자 주변 참모들이 “북한에 우라늄 농축할 전기가 어디 있나”라고 저를 공격했다. 저는 “우라늄 농축 기술은 가스확산법, 원심분리기법, 레이저분리법 등 총 3가지다. 이 중 원심분리기로 하는 건 전기가 안 들어간다”며 “우리가 북한 경수로 사업 한다고 남겨두고 온 디젤발전기가 있으니, 북한이 원심분리기 수천 기를 돌리는 데도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이 아무 말씀을 안 했다. 이런 이야기를 제가 대통령 앞에서 다 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려니까 제 손발을 묶으려는 세력도 있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협상하는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하면서 저한테 “6자회담 가서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해보라”고 독려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들어보니까 천 본부장 말이 다 맞다. 당신에게 전권(全權)을 줄 테니까 지금 이야기한 대로 가서 협상을 하라”고 했다.
 
 
  “외교는 친분보다 ‘레버리지’가 중요”
 
천영우 전 수석은 “외교문제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렇게 하면 왜 안 되는지’ 항상 세 번씩 설득했다”고 말했다. 사진=조선DB
  이명박 대통령 때도 그랬다. 제가 대통령에게 제일 많이 한 말은 “대통령님, 그거 아닙니다.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였다. 저는 외교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에게 ‘이렇게 하면 왜 안 되는지’ 항상 세 번씩 설득했다. 세 번째 얘기하면 ‘몇 번째 얘기하느냐’고 화를 내시는데, 나중에는 결국 제가 하자는 대로 결정을 했다. 다른 수석들이 “대통령한테 한 번 져주지 왜 매번 이기려고 그러냐”면서 답답해하기도 했다.
 
  외교문제는 대통령과 참모가 서로 이기고 지는 차원이 아니다. 대통령이 판단과 결정을 잘못하면 국익에 손해가 갈 수 있다. 내가 야단을 맞더라도 이야기를 해야지, 어떻게 그냥 넘어가겠는가. 대통령도 나름대로 외교 철학이 있고 급히 원하는 게 있지만, 급한 것과 중요한 것은 다른 법이다.
 
  외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 또는 국가원수 간 친분을 넘어서는 협상력’이다. 우리와 친한 나라들과 협상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한미(韓美) FTA를 체결하고 싶어 하는 미국 대통령과 협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런데 선거 공약으로 “한미 FTA를 깨겠다”고 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해 협정을 체결한 사례는 극히 드문 것이다.
 
천영우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對日 위안부 합의가 파기됐는데, 무조건 깨놓고 지금 아무 대책이 없다. 파기를 하더라도 전략을 갖고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당시 한미 FTA로 제일 손해 보는 게 바로 미국 자동차 노조들이었다. 이 노조들은 민주당의 지지 기반이었다. 그런데도 우여곡절을 거쳐 이명박 정부 때 FTA가 체결됐다. 대통령 간 친분도 중요하고 국가 간 우호관계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에게 상대방을 설득시킬 ‘레버리지’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레버리지다. 우리가 김정은에게 아무리 예쁘게 보이더라도, 김정은을 움직일 수 있는 카드가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외교안보 사안은 국내 문제와 달리 생각해야 한다. 우리 뜻대로 안 될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과의 관계가 그렇다. 일본 사람들 미우니까 좀 혼내주고 애를 먹이겠다는 식의 대일외교는 가장 쉬운 일이다. 문제는 그런 식으로 일을 저질러놓으면 어떻게든 빠져나올 구멍이 없다는 거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가 파기됐는데, 무조건 깨놓고 지금 아무 대책이 없다. 파기를 하더라도 전략을 갖고 있어야 했다. 여기에 강제징용 배상 문제까지 겹쳤다. 우방국과의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큰일이 생길 때는 대통령이 출구전략을 만들어놔야 한다.
 
 
  “한미동맹 체결한 이승만이 최고 외교 전략가”
 
  외교적 내공과 국제적 안목을 본다면 이승만 대통령만 한 외교 전략가가 없다. 우리가 그분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6·25 끝날 때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지 않았나. 미국이 한국과 동맹을 맺을 이유가 없었다. 당시에는 동아시아 전략 차원에서 한국의 비중이 없었고, 미국이 함부로 동맹을 맺는 나라도 아니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한미동맹을 당연한 걸로 생각하는데 그게 보통 일이 아니다. 미국 의회 제적 인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것으로 헌법 개정과 같은 정족수가 필요한 거다. 법률 통과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상원 의원 100명 중 67명이 찬성해야 체결되는 셈이다.
 
  이승만은 한미동맹 체결이 안 될 시 ‘북진통일’을 외치는 등 미국을 ‘요리’할 줄 알았다. 우리 국운에 제일 중요한 나라가 미국이라는 걸 알았던 것이다. 박정희도 DJ도 잘했지만, 그래도 그분들은 나라가 어느 정도 번듯하게 됐을 때 그 힘을 가지고 외교를 했기 때문에 훨씬 수월한 편이었다. 이승만은 나라가 없는 상황에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어려운 국난 극복 과정에서 외교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 외교안보 전략 면에서 일종의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것 같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의심을 받는다. 일본은 조금 실수하면 완전히 패대기치듯이 하고, 중국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도 눈치를 본다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의 외교적 입장을 어떻게 정리할 거냐가 중요하다. 결국 ‘국가 안보 전략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한반도 안보에 대한 위협이 어디에서 오느냐를 봐야 한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다. 역사를 통해서 보면 간단해진다.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은 패권세력에서 온다. 다시 말해 한반도에 대한 주변 강대국들의 인식이 어떠한가를 봐야 한다.
 
 
  “中 패권 맞서 일본·인도·베트남과 유대 강화해야”
 
  50년, 100년 앞을 내다본다면 동아시아 패권세력은 결국 중국이 아니겠는가. 일본이 동아시아 패권세력이 될 가능성은 1%도 안 된다. 100년 내 우리에게 쳐들어올 가능성은 0.1%다. 그러나 중국의 패권은 지금도 현실이다. 중국 패권에 적극적으로 저항할 나라들은 일본, 베트남, 인도다. 미국은 물론 이 나라들과도 전략적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중국의 패권적 횡포로부터 우리 국익을 지킬 수 있다.
 
  중국이 우리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잘 지내야 하지만, 만약 우리의 주권까지 중국이 ‘결재’를 하겠다면 가만있어서는 안 된다. 자기들이 우리를 속국처럼 다루겠다면 가만있어서는 안 된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인구만 10억이 넘고 패권을 장악하겠다고 하지만 큰 덩치 치고는 허약한 데가 많다. 우리도 국력으로 따지면 중국한테 겁먹고 알아서 기어야 할 정도의 나라는 아니다.
 
  우리 혼자의 힘으로 동아시아의 패권질서를 장악하기 위한 각종 도전에 다 대응할 수는 없다. 국익을 위해서 누구와 손잡고 나아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리더십과 외교적 내공, 국제적 안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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