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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지방시대〈2〉 전북 군산시 - 전남 강진군

군산(群山)

국가안보와 지역발전 동시 달성한 모범 도시

글 : 김정엽  조선일보 호남취재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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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도사격장 건설·11개 사업 3000억원 유치 … 국가안보와 지역발전 도모
⊙ 새만금과 고군산군도 연결되면 ‘서해안의 보물섬’으로 부상(浮上)
⊙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을 포함한 484개 기업을 유치했다
⊙ 2년 연속 예산 1조원 시대 열어 … 지역내총생산 9조1000억원 달성
2011년 완공된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은 군산을 문화관광도시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06년 처음 당선되고 내리 3선에 성공한 문동신 전북 군산시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68세에 시장 자리에 올라 80세에 퇴임한다. 12년 동안 군산 시정을 이끌어 온 노(老) 시장은 “되돌아보면 험난한 여정이었다”며 “남은 과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군산은 문 시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임 시장 2명이 선거법 위반과 뇌물 수수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시장이 연달아 낙마하면서 군산은 선장 없는 배처럼 표류했다. 예산 배정과 정책 배려에서도 다른 지역에 밀렸다. 군산 시민들의 허탈과 실망감은 컸다.
 
  군산은 문 시장 취임 이후 안정을 찾았다. 갈라진 지역 민심이 한데 모였고, 경제·관광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뤘다. 문 시장은 불 꺼진 항구도시를 전국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관광·기업 도시, 문화·예술·체육 도시’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보와 지역발전 두 마리 토끼 잡아
 
고군산연결도로. 새만금과 고군산군도가 연결되면 ‘서해안의 보물섬’으로 부상(浮上)한다.
  문동신 시장은 초선이던 지난 2006년 취임하자마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경기 화성시에 있는 매향리사격장이 문을 닫자, 한미 양국이 대체 사격장 후보지로 군산 직도를 선정하면서다.
 
  고군산군도 63개 섬 가운데 하나인 직도는 군산항에서 직선거리로 43km, 고군산군도 연결도로 종점인 장자도에서 21km 떨어져 있는 무인도다. 한·미 공군이 지난 1971년부터 직도를 해상 사격장으로 사용했다. 고군산군도 주민들은 직도사격장으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봤다. 직도에서 동쪽으로 12km 떨어진 말도 주민들은 40년 넘게 전투기 굉음과 폭음에 시달리고 있으며, 황금어장으로 불리던 직도 인근에서 어업행위도 자유롭게 하지 못했다. 급기야 1997~2000년 사이 어민 3명이 그물에 올라온 불발탄에 희생되기도 했다. 국가안보를 위해 손해를 감내했던 주민들에게 이전보다 많은 전투기가 직도에 포탄을 쏟아붓는다는 소식은 청천벽력이었다. 말도 등 직도 인근 섬 주민들은 해상시위까지 벌이며 결사반대를 외쳤지만, 국방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극한대립으로 치닫자 정부는 지난 2006년 고군산군도 연결도로 건설 등 군산지역 7개 현안사업에 2100억원을 지원하겠다며 중재안을 냈다. 문 시장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주민들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었지만, 어려운 재정 형편으로 봤을 땐 정부 지원을 받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문 시장은 극한의 대립 상황에서도 서두르지 않았다. 정부에는 “주민들을 설득하기엔 지원금이 너무 적다. 11개 사업에 3000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 사격장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보다 많은 정부 지원을 받아내겠다고 설득했다.
 
  문 시장의 노력은 결실을 보았다. 강경했던 주민들이 한발 물러섰다. 남북대치라는 특수한 상황 앞에서 더는 강하게 요구할 수 없다는 의견이 힘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정부도 지원 규모를 늘렸다. 문 시장의 요구대로 11개 사업에 3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 중 1700여억원은 직도사격장으로 손해를 입은 고군산군도 주민들을 위한 연결도로 공사에 투입됐다.
 
  고군산군도 연결도로 건설사업이 첫 삽을 뜬 건 이로부터 3년이 흐른 지난 2009년 12월이며, 공사 시작 7년 만에 새만금 방조제~신시도~무녀도를 연결하는 1·2공구(3.39km)가 먼저 개통됐다. 새만금 방조제에서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8.77km)를 잇는 왕복 2차선 고군산군도 연결도로 공사는 2018년 1월 끝난다. 배를 타야만 볼 수 있었던 이곳의 빼어난 풍광을 이제는 직접 차를 몰며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새만금과 고군산군도를 연결하는 도로가 완공되면 작년에 213만명이던 관광객이 2020년에 4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군산시는 고군산 섬들을 ‘서해안의 보물섬’으로 만들겠다며 개발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네 섬의 마을마다 차가 다니는 도로를 개설하면서 곳곳에 캠핑장, 낚시 공원, 갯벌 체험장 등을 만든다. 마리나 항만과 휴양림 119ha를 조성하고 군산 근대 역사문화유산과 전주 한옥마을, 익산 백제문화유산 지구와 연계하는 관광권도 구축한다.
 
  문동신 시장은 “시민들에게 직도사격장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을 알리면서, 국방 현안을 해결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며 “군산 발전은 시민의 절대적 바람이지만 자립도 26%의 시 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었다.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이를 봉합하고 내놓은 것이 고군산군도 연결도로다. 군산 관광의 거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
 
  1900년대 초부터 1945년까지 일제강점기 시대의 역사는 한반도 곳곳에 남아 있다. 그 유산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 군산이다. 1899년 개항한 군산항은 일본의 한반도 침략의 발판이 됐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 군산시 장미동·월명동·신흥동 등 군산 내항 일대에는 일제시대 군산항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문동신 시장은 이 자원을 개발해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았다. 직도사격장 문제를 해결하자 ‘근대 문화도시 조성사업’에 집중했다. 개인 소유였던 일제강점기 유산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하고 시에서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개인 소유이지만 등록문화재로 지정 후에 군산시에서 관리했다.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과 옛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은 군산시에서 매입했다. 2008년 군산 경관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도시 전반에 걸친 경관계획과 함께 근대 역사문화 경관을 조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 이 당시에 ‘근대 문화벨트화 사업’과 ‘근대 역사경관 조성사업’ 등 세부 계획을 마련했다. 두 사업은 근대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근간이 됐다.
 
  군산시는 2011년 9월 30일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을 완공하면서 문화관광 도시가 됐음을 선포했다. 총 182억원이 들어간 이 박물관은 1920~40년대 항일의 역사와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군산의 특수성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군산 원도심인 장미동에 들어선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 총넓이 4248m² 규모로 지어졌다. 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모은 유물만도 총 4000여 점. 이 중 단체와 시민, 학생 등이 기증한 유물이 2250여 점에 이른다. 1930년대의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한 ‘근대생활관’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1930년대 군산항의 주기능을 담당했던 내항(內港)의 모습과 영명학교 등이 복원돼 당시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근대 군산의 역사적 현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된 이 박물관 건립으로 근대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개관 첫해 10만여명이었던 관람객이 지난해 100만명을 넘었다.
 
  역사박물관 개관으로 군산시 전체 관광객도 늘었다. 2015년 129만명에서 지난해 213만명까지 늘었다. 군산시는 올해 관광객 3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난 8월말 현재 이미 22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군산을 찾은 것으로 집계되어 올해 목표 300만명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도사격장을 내주고 받아 온 예산으로 만든 군산예술의전당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13년 5월 개관한 군산예술의전당은 그동안 대도시에서나 관람이 가능했던 ‘명성황후 뮤지컬’ ‘조수미 30주년 콘서트’ ‘뮤지컬 브로드웨이42번가’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등 수준 높은 공연이 열렸다. 군산 시민뿐만 아니라 인근 지자체 시민들에게도 문화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군산시립예술단인 교향악단과 합창단의 활발한 공연활동도 군산시가 품격 있는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명성을 쌓아 가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발전
 
문동신 시장은 재임 기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솔베이 새만금공장(위), 도레이첨단소재 군산공장 등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을 포함한 484개 기업을 유치했다.
  문동신 시장은 초선 시절 23%에 불과했던 산업단지 분양률을 높이려 전국을 누볐다. 일자리 창출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고, 각종 세제 혜택도 제시했다. 문 시장은 재임기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솔베이, 도레이첨단소재 군산공장 등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을 포함한 484개의 기업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문 시장은 기업 유치를 위해 중앙부처를 수시로 방문해 국비를 확보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는 지난해 지역내총생산 9조1000억원이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전북 지역 14개 시·군 가운데 가장 큰 수치다. 아울러 기업의 애로사항을 현장에서 직접 해결하고 입주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기업지원센터 운영, 전통시장 특화를 통한 경영개선 등 산업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경제의 자생력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인 새만금에 남북2축·동서2축 도로건설, 한·중 FTA 산업단지 선정 등으로 군산시가 동북아 경제중심 명품도시로 중추적 역할을 할 토대도 마련했다.
 
  문동신 시장은 “지금까지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남은 10개월의 임기 동안 ‘동북아 명품도시 군산’의 마지막 그림을 완성하는 데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사태로 군산 경제가 휘청이고 있지만, 군산은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저력을 과거에도 많이 보여줬다”고 말했다.
 

  [인터뷰] 문동신 군산시장
 
  “동북아 명품도시 군산 위해 모든 역량 쏟을 것”
 
문동신 군산시장. 12년 동안 군산 시정을 이끌어 온 그는 “되돌아보면 험난한 여정이었다”며 “남은 과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3선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초선(初選)이던 지난 2007년 말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당시 사장)을 만났다. 그해 1월 준공한 군산 2국가산업단지의 분양률(23%)이 저조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유치로 돌파구를 찾아보려 했다. 당시 조선업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고, 군산이 가파른 경제성장세에 있는 중국과 가까워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군산이 가진 장점을 제시하며 최 회장을 설득했다. 군산 출신으로 평소 고향에 애정이 깊었던 최 회장에게 대승적 결단을 기대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신중했다. 1조원이 넘는 투자를 해야 했고, 군산 공장 신설에 따른 울산 지역 여론도 살펴야 했다. 이후 몇 차례 더 최 회장을 만나 파격적인 지원안을 내놨다. 투자 보조금 200억원을 지원하고, 부지(181만m²) 매입에 걸림돌이던 규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해 현대중공업의 마음을 돌렸다.
 
  지난 2008년 5월 첫 삽을 뜬 군산조선소 공사는 2010년 3월에 끝났다. 1조2000억원을 들여 만든 130만톤급 독(dock·선박을 건조 및 수리하기 위한 구조물) 1개와 세계에서 가장 큰 1650톤짜리 골리앗 크레인 등의 시설은 자랑거리였다. 군산 지역 경제에도 훈풍이 불었다. 군산조선소는 지난 2012~2015년 선박 50여 척을 건조해 3조96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2014년 기준 군산 지역내총생산(GRDP)이 8조565억원이었다. 제조업만 따지면 4조198억원인데, 이 중 군산조선소에서 1조300억원(25.6%)이 나왔다. 5250명의 직접고용 효과도 냈다. 군산 지역에선 몰려드는 노동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아파트·원룸 건설 붐이 일었다. 인근 음식점과 상가도 덩달아 신이 났다.”
 
  — 그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해 지역경제가 어렵다.
 
  “정말 눈물밖에 안 나온다. 군산조선소 유치로 내리 3선에 성공했지만, 임기 마지막에 군산조선소의 가동 중단을 지켜봐야 하는 아이러니한 운명이다. 지난해 군산조선소의 주력 선종인 대형 LPG·컨테이너 선박의 수주 물량이 반 토막이 났다. 이때부터 백방으로 뛰었지만, 결국 가동 중단을 막지 못했다. 최길선 회장이 지난 1월 군산을 방문해 일감 부족으로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을 땐 모든 게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7월 가동 중단 이후 한때 5200여 명에 달했던 군산조선소와 협력사 직원은 최소 인력만 남기고 군산을 떠났다. 인근 원룸과 상가들도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량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수주절벽에 허덕이던 현대중공업그룹도 호황이던 2014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이끌어 냈다. 최근엔 한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에서 15척의 유조선을 건조하겠다고도 했다. 최소한의 물량이라도 군산조선소에 배정해 군산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 달라.”
 
  — 다음 시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군산은 희망이 있는 도시다. 나는 희망의 불씨만 피웠다. 군산 해양 관광의 중추적 역할을 할 고군산연결도로가 내년 초 완공된다. 충남과 소통·상생·발전 통로인 동백대교, 새로운 관광메카로 발돋움할 도시 재생 사업이 다음 시장의 임기 안에 완공된다. 문화·관광에 대한 관심이 군산의 미래를 말해 주고 있다. 이를 충분히 연구해 활용하면 분명히 군산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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