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서양화가의 조경 이야기 〈4〉 전원을 없애 버린 전원주택지

글·사진 : 정정수  정정수환경조형연구원장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자연스럽게 만들자’면서 자연을 밀어내고 획일적인 전원주택단지 조성
⊙ 이종(異種) 전문가들 간의 협업을 바탕으로 조경과 건축을 아우르는 토목 설계 필요
⊙ 큰나무를 먼저 심고 잡초 등 지피(地皮)식물들과의 조화까지도 고려해야

정정수
홍익대 및 동교육대학원 졸 / 개인전 14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2008 세계조경가대회(IFLA) 최우수상 수상(인도개최), 2008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 수상(문화부문) /
기전대학교 예술조경과 교수, 고도원아침편지 명상센터 옹달샘 예술총감독,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예술총감독, 서울시 시민청예술축제 전시총감독,
현 정정수환경조형연구원장
꽃은 식물의 예술적 결정체이다. 순수한 모습의 아기들을 볼 때와 같이 닫혀 있던 마음을 순수함으로 열게 한다. 취홍화 뒤로 연못의 수련과 연록의 잔디, 푸르른 수목이 꽃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며, 함께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도시형 생활방식의 특징은 자연으로부터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많은 것을 버리면서 그것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사용한다는 데 있다. 채광창을 블라인드로 덮고 형광등으로 실내를 밝힌다. 창문을 열고 닫는 대신 덥고 차가운 바람을 전기로 생산한다. 조금이라도 힘을 덜 들이기 위해 걷지 않고 차량으로 이동한다. 사무실에 접근할 때도 엘리베이터 또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함으로써 열량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소모한다. 스마트오피스 덕분에 컴퓨터로 업무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이동 없이 화상회의까지 진행할 수 있다. 그뿐인가? 가끔 한 번쯤 일어나서 걸어야 하는 화장실까지도 편리하도록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먹는 장소 또한 코앞에 있다.
 
  빠르고 편리한 업무처리를 위해 스스로 자연과 거대한 벽을 쌓고 사는 사람들은 편리함으로 얻은 뱃살을 덜어 내기 위해 일과 후 피트니스 클럽을 따로 찾는 수고로움을 감수한다. 그러고는 휴일이 되면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려 자연을 찾아 나선다. 이러한 생활의 반복은 외형은 멀쩡하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체내 기능으로 고생하는 현대인들을 만들어 낸다. 이 때문에 테이블 서랍은 각종 보충제와 약으로 채워져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많은 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차단된 생활은 환경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게 되었지만, 환경과 관련된 단어들은 엉뚱하게 왜곡되어 왔다. ‘가든’(garden·정원, 큰 의미로 공원)은 도심 근교에 만들어진 불고기집의 대명사로, ‘그린’(green·녹색의, 초록이 우거져 파란)은 술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힐링’(healing·치유)은 부동산 분양 때에 반드시 들어가는 말이다. 환경과 관련된 아름다운 단어들이 상업적 용도로 수난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기적 전원마을’의 탄생
 
연못에 물을 담고 그 물은 하늘을 담아낸다. 필자가 2016년 완성한 ‘천수마을’은 원래 아무것도 없던 평지였으나, 전체면적 2만3300㎡의 중 1/4에 해당하는 960㎡을 연못으로 조성하였다. 연못의 수공간은 전체 택지의 격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며, 입주세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 조성을 위해 마스터플랜을 세울 때부터 신경을 썼다.
  이러한 현대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빠르면 40대부터 전원생활을 꿈꾸기 시작한다. 50대부터는 행동에 옮기며, 60대에는 전원생활을 실천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그나마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많은 사람에게는 그저 꿈같은 이야기다.
 
  전원주택(田園住宅)은 ‘농경지나 녹지가 있어서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교외에 지은 주택’이다 (물론 ‘가든’을 고기 굽는 식당으로 탈바꿈시키는 마당에 사전적 해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언젠가 전원주택지를 조성하려는 사람들의 회의를 본 적이 있다. 모두 ‘자연스럽게 조성하자’고 입을 모았었다. ‘자연스러운’ 전원마을을 위해 설계 시공자들은 토목 과정에서 택지 위에 있는 녹지를 모두 없애 버린 후 평지를 만들어 버렸다. 전원 속에서 전원생활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서 전원을 구성하는 요소를 빼앗고, 전원마을만을 조성해 주는 꼴이다.
 
  이렇게 해서 전원생활의 시작 지점에서부터 자연을 밀어 버리고 주변 전원의 혜택만 누리려는 이기적인 전원마을이 탄생한다. 전국 어디에서나 또는 누구나 이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것이 잘못인 줄 모르고 분양하고, 분양받고 그곳에 집 짓는 일을 아무 생각도 없이 자랑스럽게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토목과 건축이 끝날 때쯤 준공을 위한 형식적 절차로 틀에 박힌 조경을 뚝딱 만들어 내면 주택단지 조성이 마무리된다. 이런 식으로 똑같은 형식의, 똑같은 문제를 지닌 전원마을이 전국적으로 생겨난다.
 
 
  전원주택지를 위한 새 방식
 
‘조경을 한 후에 어떻게 집을 짓나?’ 이 같은 고정관념은 자신을 발전성 없는 방향으로 몰아넣게 된다. 세상이 요구하는 것은 일반적 관행이지만, 해 보지 않은 것,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아름다움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만남은 수평적 관계에서 조화 또는 상호 보완이라는 상승작용이 형성될 때 서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면 누가? 왜? 이것을 버리겠는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이제는 이종(異種) 전문가들의 협업(協業)이 대세다. 전원마을 조성도 이종전문가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조경과 건축 모두를 위한 토목이 설계되어야 한다.
 
  둘째, 건축에 지장이 없는 한계 내에서 단지의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교목(喬木·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가 8m를 넘는 나무. 소나무·향나무·감나무 등) 또는 소(小)교목의 식재(植栽)가 필요하다. 한 번 주택을 짓고 나면 주택 사이에 큰 나무를 심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토목설계가 조경과 건축을 아우르지 못하거나 조경에서 단지 전체의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면, 자연과 어우러지는 진정한 의미의 전원주택은 들어서지 못한다. 그저 주택만 덩그러니 있는 곳에 잔디와 약간의 조경만 있는 일반주택만 만들어지게 된다. 전원주택의 규모에 맞는 나무를 심고 좀 더 적극적으로 지피(地皮·땅을 덮고 있는 잡초)식물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원으로부터 혜택만 받으려는 삶의 공간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게 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전원을 찾아온 사람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하겠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얼기설기 심어 놓은 나무들도 자연스럽게 자라서 이전보다는 나아지기는 할 것이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10년 또는 20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 하지만 전원주택 설계단계부터 생각을 잘하면 바로 자연과 인간이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일부러 10~20년을 기다릴 필요가 있겠는가? 지금이라는 시간은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다. 지금 이 순간을 기쁨으로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조경은 시각과 촉각, 청각 등 온 감각을 자극하는 기쁨을 안겨 주는 중요한 매체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을 온전하게 얻고 또 즐길 수 있는 삶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름다움을 추구하면 경제적 이익도 따라온다
 
  전원주택지로 선호되는 지역은 대부분 평지나 산지보다는 그 중간인 평지와 산지가 연결되는 지점부터 구릉(丘陵)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런 지형이 만들어 내는 곡선을 구곡(丘曲·언덕에 의해 만들어진 곡선·필자 주)이라고 지칭할 수 있다. 아름다움이란 자기다움이기에 구곡의 곡선을 살리는 것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지형을 건축의 편리함을 위해 평지로 만들어 버리고, 그 과정에서 기존 수목을 없애 버리는 우(愚)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전원을 찾는 사람들에게서 전원을 빼앗고 전원주택지를 공급하게 되는 ‘비현실적 현실’이 조금이라도 바뀌기를 희망한다.
 
  자연은 어머니처럼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준다. 그러나 사람들은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자연을 훼손하고, 거기서 얻은 경제적 혜택을 개발자들끼리 나누어 가진다. 확신을 가지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경제적 이익만을 앞세워서는 어렵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다 보면 경제적 이익도 따라오게 된다는 것을 아는 조경인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201711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정기구독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