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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철의 교통법 why?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묻지 마 살인’이다

글 : 한문철  스스로닷컴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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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 사망사고,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최장 30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의하면 7년6개월까지 처벌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사망 1명당 징역 2년’
⊙ 음주운전 사고는 ‘심신(心神)상실’로 형을 감경해 줄 게 아니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준해
    처리해야
⊙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해 일본에서는 징역 16년, 미국에서는 15년 선고

한문철
1961년생. 서울대 법대 졸업 / TBS 〈교통시대〉 교통사고 법률상담, TV조선 〈뉴스와이드 활〉 앵커.
현 스스로닷컴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교통사고 현장대처부터 소송절차 마무리까지》
《(만화)굿바이 음주운전》 출간
2007년 10월 24일 대낮 음주운전으로 여고생 세 명이 참변을 당한 경기 안양시 관양동 횡단보도 사고 현장. 학교 친구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꽃이 애처롭게 놓여 있다.
  6·25전쟁이 끝난 지 64년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는 수시로 전쟁을 한다. 경찰·검찰이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다. 전쟁 시작을 알리는 소리는 요란하지만 그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지 마무리되었는지 휴전 중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작년에 선포된 ‘음주운전과의 전쟁’이 올해도 또 다른 선포로 바뀔 뿐이다.
 
  음주운전 사고 중에서 가장 나쁜 건 음주 사망사고이다. 멀쩡하게 신호 대기하고 있던 차를 음주 과속으로 달려온 차가 추돌해 일가족을 몰살시킨 사고, 정상적으로 잘 가고 있던 승용차를 음주 만취한 트럭이 충격 후 90여m를 밀고 가 승용차에 타고 있던 아내와 딸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 등 음주 사망사고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매년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음주 사망사고는 계속 이어지는 걸까?
 
  혹자는 우리나라의 법이 너무 관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법은 충분히 무겁게 되어 있다. 음주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줄여서 특가법)에 정해져 있다.
 
  특가법은 음주 사망사고 시 1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기에 최소 징역 1년에서 최장 징역 30년까지 처할 수 있다.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적용한다고 해도 경합범 가중을 통해 징역 7년6월까지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처벌되는 형량은 징역 7년6월이나 징역 30년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정해진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우스갯소리로 음주사고로 사망 1명당 징역 2년 정도를 적용하는 거 같다는 얘기가 있다. 1명 사망이면 징역 2년, 2명 사망이면 징역 4년, 3명 사망이면 징역 5년 전후, 이런 식이다.
 
  법에 정해진 건 음주 사망사고일 때 징역 7년도 가능하고 징역 10년 또는 그 이상도 가능한데 왜 실제 처벌되는 건 약한 것일까? 그건 법원에서 음주 사망사고를 교통사고로 보기 때문이다. ‘일부러 사람을 죽인 게 아닌데, 즉 살인이 아닌데 어떻게 징역 10년 이상을 선고할 수 있느냐, 운전 중에 실수로 사고를 내서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기에 음주 아닌 사고보다는 조금 더 무겁게 처벌하면 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음주 아닌 일반 교통 사망사고일 때 금고(禁錮) 5년이 최고로 정해져 있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기준에 얽매여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음주운전 사고는 ‘미필적 고의’로 봐야
 
2014년 10월 8일 부산 동래구 온천동 금정시장에 음주운전차량이 돌진, 음주운전 사고로 2명이 죽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하지만 음주 사망사고는 일반 교통사고와 다르다. 일반 교통사고는 말 그대로 교통사고다. 말 그대로 운전 중 실수로 (업무상 과실로) 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사망케 한 과실범이기에 고의범인 살인범과 같이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음주 사망사고는 실수에 의한 사고가 아니다.
 
  왜냐하면 술에 취하면 몸을 제대로 못 가누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술에 취하면 걸을 때도 비틀거리게 되고 집이 어딘지 못 찾고 넘어질 때도 있는데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게 되면 걷는 것보다 백배 천배 더 위험하다.
 
  천천히 걸을 땐 비틀거리다 멈춰 중심 잡을 수 있지만 빨리 달리는 자동차는 속도감을 못 느끼고 앞을 보긴 하지만 게슴츠레 감기는 눈 때문에 앞에 뭐가 있는지 신호가 뭔지도 모르고 달리기에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술을 마시고 핸들을 잡으면 사고 낼 위험성이 있다. 그렇지만 그런 위험성을 알면서도 술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한다. 그러다가 사고 나면 누군가가 사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운전한다. 그걸 알면서도 운전대를 잡았다면 이는 단순한 과실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완전히 정신을 잃을 정도로 취했다면 자동차에 탈 수도 없고 자동차를 출발시킬 수도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 그 순간에 판단력이 있기 때문에 차를 운전하게 된 것이다.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없었다는 심신상실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설령 그런 주장을 하더라도 ‘원인에 있어 자유로운 행동’이기에 용서받을 수 없다.
 
  음주운전하면 사고 낼 수 있어서 누군가가 사망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음주운전하는 건 ‘미필적(未畢的) 고의’나 다를 바 없다. 누군가를 죽이려고 작정하고 음주운전한 건 아니지만 불특정 다수(누구라도 그 차 앞에 있으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운이 좋아 그 차가 비켜 갈 뿐이다)를 죽게 할 수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음주운전을 하는 것은 피해자나 유족들 입장에선 ‘묻지 마 살인’과 다를 바 없다.
 
  아빠랑 엄마랑 딸이랑 손잡고 공원을 산책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술에 취해 흉기를 들고 달려와 가족에게 마구 휘둘러 엄마랑 딸은 사망하고 아빠는 크게 다치게 한 것과 아빠가 운전하고 엄마랑 딸이 뒷좌석에 타고 평온하게 잘 가는 승용차를 만취한 대형트럭이 비틀거리며 승용차를 충격하고 90여m를 밀고 가 엄마랑 딸이랑 사망하고 아빠가 크게 다친 사고와 뭐가 다를까?
 
  술에 많이 취해 흉기를 휘두른 게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 그 묻지 마 살인범에게 징역 4년만 선고할 수 있을까? 최소한 징역 2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이 선고되어야만 할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그런 경우 사형을 시키고 싶지만 사형폐지론이 거론되는 걸 감안할 때 그렇다는 얘기다.
 
  억울하게 죽어간 피해자들은 음주운전자가 흉기나 다름없는 (자동차가 평소엔 편리한 교통수단이지만 보복운전이나 음주운전 사고일 때는 흉기나 다름없는 위험한 물건이 된다) 자동차로 세게 달려와 박은 거나, 묻지 마 살인범에 당한 거나 아무런 차이 없다.
 
  유족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야근하고 늦게 퇴근하던 아빠가 음주 신호위반한 차에 사고당해 사망했다면 퇴근하던 중 길거리에서 이유 없이 묻지 마 살인범에 희생당한 거나 전혀 다를 바 없다.
 
 
  일본에서는 징역 16년 선고
 
  따라서 음주로 인한 사망사고만큼은 일반 교통사고와 달리 봐야 한다. 미필적 고의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형법 이론에 미필적 고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인식 있는 과실’이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나 유족 입장에선 불특정 다수를 향해 마구 흉기를 휘두르는 묻지 마 살인범에 죽임을 당한 거나 아무런 차이가 없기에 그 유족들의 아픔과 억울함을 감안해 음주 사망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형량을 정하는 건 법원의 판사지만 판사가 형량을 정함에 있어 제일 중요시 여기는 것 중의 하나가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았는지 여부(즉 형사합의되었는지 여부)이다. 그런데도 유족들이 용서하지 않고 엄벌해 달라고 진정하는 사건에서 일부러 사고 내서 죽게 한 게 아니라 실수에 의한 사고였다는 이유에서 일반 교통사고보다 ‘약간 더’ 무겁게 처벌하는 건 쉽게 납득이 안 간다.
 
  참고로 일본 법원은 2008년 음주 과속운전으로 2명을 사망케 한 운전자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항소법원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 또 음주 사망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망사고나 다를 바 없게 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음주운전과의 전쟁만 선포할 게 아니라 법원에서 지금보다 적어도 세 배 내지 다섯 배 이상 무겁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음주운전으로 한 명 사망했으면 징역 5~10년, 두 명 사망했으면 징역 10~15년, 세 명 이상 사망했을 땐 징역 2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해야만 해마다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하지 않더라도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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