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The Root

순천만의 칠면초 증도의 함초

글 :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gsmoon@chosun.com

사진 : 이서현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절정기의 칠면초. 바다가 붉게 변하니 말 그대로 홍해(紅海)다.
  세상이 어지러워도 새해는 밝아 온다. 사방이 어두워도 아침 해가 어김없이 떠오르고 시간은 흘러갈 뿐이다. 그 영겁(永怯)의 시간이 축적되는 곳이 지구상에 딱 한군데 있다. 갯벌이다.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만(灣)은 회색 지대다. 밀물일 때는 바다로 변했다가 썰물이면 육지로 변한다. 그 교체를 통해 만물(萬物)을 품고 있으니 시간의 보고(寶庫)는 뻘이 아닐 수 없다.
 
  전라남도 순천만에는 갈대가 유명하다. 지금 같은 초겨울이면 서걱대는 갈대가 파도와 장단을 맞춘다. 순천만에 명물(名物)이 또 하나 있다. 칠면초(七面草)다. 1년에 일곱 번이나 모습이 변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 일곱 칠, 얼굴 면이다. 한여름이면 뻘에 묻혀 회색을 띠고 있다가 날씨가 차가워지면 점점 붉어진다. 10월 말부터 11월 초면 사방이 온통 붉다.
 
여름철의 칠면초는 변화를 예비한 채 자신을 숨긴다.
  전 세계의 뻘 가운데 이렇게 다양하게 모습을 바꾸는 곳은 우리나라 순천만이 유일하다. 뻘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온갖 생물들이 부지런히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칠게에 짱뚱어가 서로의 영역을 지킨다. 아침 해가 떠오를 때도 좋고 황혼이 질 때도 좋다. 칠게와 짱뚱어가, 갈대와 칠면초가 이렇게 조화롭게 사는 모습을 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순천에서 서쪽으로 가 본다.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다. 증도에는 보물섬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고려청자를 가득 실은 배가 이 근처에서 인양돼 붙은 이름인데, 사실은 섬 자체가 보물단지다.
 
칠면초가 자라는 뻘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칠게와 짱뚱어의 보금자리다.
어찌나 빠른지 사람이 접근하는 소리가 들리면 휙 사라진다.
  증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천일염이 난다. 바다에서 육지로 밀려온 해수(海水)를 가둔 뒤 햇볕에 말리면 새하얀 소금으로 변한다. 소금은 뻘에 듬뿍 들어 있는 영양분을 품고 음식 썩는 것을 막고 인간을 살리는 보약으로 변하니 고려청자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해수를 땅에 가둘 때 소금기를 먹고 자라는 식물이 있다. 함초다. 고혈압과 당뇨에 효과가 있어, ‘신비의 약초’로 불리는 함초가 자라는 토양이 이렇게 거칠다. 마른 땅에 함초가 오롯이 자란 모습을 보면 마치 거대한 사막에 드문드문 나무가 자란 것을 압축해 놓은 듯한 풍경이 된다.⊙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의 태평염전에 석양이 깃들이고 있다.

증도로 가는 길에 광활한 배추밭이 있다.

소금기를 빨아들이며 자라는 함초다. 고혈압과 당뇨에 효험이 있어 신비의 약초로 불린다.

초겨울 염전의 모습이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