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교과서’가 아니라 ‘참고서’로 삼아야 한다”(조갑제)
⊙ “‘대기업 중심의 세계경영’ 체제를 인수, 개량해야”(이영훈)
⊙ “박정희 시대 민주화 세력은 위정척사적 민족주의 세력… 박정희는 그들에 맞서 ‘세계 속의
한국’ 만들어”(류근일)
⊙ “입만 가지고 살던 나라를 성과중심주의 사회로 바꾼 게 박정희의 가장 큰 업적”(김광동)
⊙ “‘대기업 중심의 세계경영’ 체제를 인수, 개량해야”(이영훈)
⊙ “박정희 시대 민주화 세력은 위정척사적 민족주의 세력… 박정희는 그들에 맞서 ‘세계 속의
한국’ 만들어”(류근일)
⊙ “입만 가지고 살던 나라를 성과중심주의 사회로 바꾼 게 박정희의 가장 큰 업적”(김광동)
- 박정희 전 대통령은 철저한 현장 확인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1917년 11월 14일 오전 11시경, 경북 선산군 구미면 상모리(현 경북 구미시 상모동)의 빈농(貧農) 박성빈의 집에 고고성(呱呱聲)이 울렸다. 마흔다섯 살의 어머니가 늦은 나이에 큰딸과 함께 애를 가진 것이 남사스러워 백방으로 지워버리려고 했던 아이였다.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뻔했던 그 아이는 커서 군인이 됐고, 대통령이 됐다. 그는 지지리도 가난했던 나라를 확 바꾸어버렸다. 대한민국 제5~9대 대통령을 지낸 박정희(朴正熙)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6년이 지나 이 나라는 세계 5대 공업국, 세계 6위의 수출대국, 세계 13위의 경제대국, 세계 21위의 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섰다. 그 기틀을 만들어 놓은 사람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역사를 보면 바로 그때 그 자리에 그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나라와 민족의 역사가 바뀌는 경우가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바로 그런 경우다.
박 대통령은 1980년대 후반 이래 역대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늘 1위를 차지했다. 작년 8월 한국갤럽이 ‘우리나라를 가장 잘 이끈 대통령’을 묻는 여론조사를 했을 때에도, 조사 대상자의 44%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 특히 산업화와 관련된 업적에 대해서는 이의가 거의 없다. 권위주의 통치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업적은 인정하지만, 민주화·정보화·고도산업사회화된 오늘날의 한국 상황에서 박정희식 국가운영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내년은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월간조선》은 이를 기념해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 근대화(近代化)의 국부(國父) 박정희를 다시 본다 - 《월간조선》·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함께하는 박정희시민강좌’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앞두고 《월간조선》은 ‘왜 지금 박정희인가’를 각계 전문가들에게 물어보았다.
“박정희는 ‘교사’였다”(조갑제)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에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를 연재,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재조명한 조갑제(趙甲濟) 전 《월간조선》 대표 겸 편집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 정책은 그 시대의 산물이었기 때문에 21세기에 그대로 카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면서 “우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교과서’가 아니라 ‘참고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서 우리가 참고해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
조갑제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교사이자 군인, 혁명가, CEO’라고 규정하면서 특히 교사, CEO라는 관점에서 박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조 전 대표는 그중에서도 ‘교사로서의 품성’을 먼저 강조했다.
“위대한 사람은 ‘교사의 품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인일 때에도, 혁명가일 때에도, CEO일 때에도 ‘교사’였다. 5·16 당일 KBS 방송국을 점령했을 때 그 긴박한 순간에도 박정희 소장은 박종세 아나운서에게 혁명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설득하려 한 데서도 그의 교사로서의 면모가 잘 나타난다. 교육하는 것, 남을 가르치려는 것은 인간 존중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CEO로서의 박정희를 평가하면서 조갑제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단시간 내에 최대의 업적을 달성했다”면서 “세계사적으로도 박정희 전 대통령만큼 효율적인 CEO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갑제 전 대표는 ‘CEO박정희’의 리더십을 다음 7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정확한 언어 사용.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사물의 본질을 정확하게 짚어내 간단한 용어로 정리했다. 유신(維新)을 가리켜 ‘국력의 조직화’ ‘능률의 극대화’라고 표현한 것이 그 예다.
둘째, 장기적 안목을 가졌다.
셋째, 수치화(數値化)에 능했다. 국민소득 1000달러, 수출목표 100억 달러와 같은 수치 제시를 통해 목표에 구체성을 부여했다.
넷째, 확인을 중시했다. 군(軍) 시절부터 “지휘관이 할 일은 5%가 지시, 95%가 확인”이라고 말했고 대통령 시절에도 수출진흥확대회의, 월례경제동향보고회의 등을 통해 진척 상황을 끊임없이 확인했다.
다섯째, 역사적 감각이 뛰어났다. 역사의 흐름, 방향을 잘 읽었다. 이는 독서, 특히 역사책을 많이 읽은 데서 나왔을 것이다. 1973년 중화학공업화 선언을 했는데 덕분에 우리는 후발국으로서 중화학공업화의 막차를 탈 수 있었다.
여섯째, 참모를 잘 썼다. 김정렴(전 비서실장) 같은 모범생 스타일의 사람뿐 아니라, 오원철(경제제2수석비서관) 같은 돌출형 인간도 잘 썼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자신이 균형감각이 뛰어났기에 가능했다.
일곱째, 주체성이 강했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일에 ‘우리’를 중심에 놓고 생각했다. 종합제철공장을 지을 때, 외국에서는 연산(年産) 50만 톤 규모면 충분하다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더 발전했을 때, 얼마나 필요한가’를 중심으로 판단하라”고 했다. 그 결과 300만 톤 규모의 제철소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그에 맞춰 포항종합제철(포스코)을 건설했다.
조갑제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러한 CEO리더십은 오늘날 우리에게는 물론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다른 후발국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런 개발모델을 통해 대한민국은 인류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의식과 과감한 의사결정 배워야”(류석춘)
박정희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류석춘(柳錫春)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다시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하려 해도 국회의 반대에 부딪혀 몇 년씩 걸렸다. 국가의 안위가 걸린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조선(造船)이나 해운사 구조조정을 놓고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미명 아래 정치인이건 관료건 아무도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려 드는 것이 문제다.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면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관철시켜서 위기를 돌파하는 결단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고 하면서, 한일국교 정상화, 경부고속도로 건설, 중화학공업 건설 등을 이루어냈다. 대통령으로서 무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필요한 의사결정은 과감하게 내렸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오늘날에도 필요하다.”
‘한국형 국가혁신체제’ 수립(이영훈)
이영훈(李榮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국형 국가혁신체제를 구축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립적 국가 건설, 중진국 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대기업 중심의 세계경영’을 추구했다”면서 “자립적 국가 건설, 중진국 상위권 진입이라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대기업 중심의 세계경영’이라는 전략은 오늘날 우리에게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이나 지식인들이 앞을 다투어 ‘대기업 중심 경제’를 때리는 게 유행이지만, 이영훈 교수는 오히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대기업 중심의 세계경영’은 한국 사회구조나 문화적 지향과 부합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관료로 출세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한국인들은 개발연대에 대기업에 일종의 준(準)관료집단으로서의 위신을 부여했다. 오늘날에도 아무리 중소기업에 가라고 해도 대기업에 가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월급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사회적 위신’이 중소기업에는 없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대규모 기업집단을 육성했고, 여기에 전 국민적 참여가 이루어졌다. 국민들은 교육평준화와 기능공 양성을 통해 여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대기업이 성장하면서 그에 따른 낙수(落水)효과로 중소기업도 성장했고, 소득분배도 양호했다. 개발연대 한국 경제는 경제성장률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소득분배 면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양호했다.”
이영훈 교수는 “1980년대 후반, 특히 1990년대 초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러한 박정희식 국가혁신체제가 해체되고, 영미식 시스템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며 아쉬워했다.
“노태우·김영삼 정권 시절에 국가 경제의 경계를 허무는 전면적 개방화·세계화로 방향을 잡은 것은 잘못이었다. 한국은 원천기술이 없고 내수(內需)시장이 작아서 혼자서 자립하기 어려운 나라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런 현실을 직시했기에 ‘대기업 중심의 세계경영’을 추구했던 거다. 민주화시대의 대통령들은 박정희식 국가혁신체제를 너무 빨리 버리고, 무역수지 흑자에만 안주해 왔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감속(減速)성장이다.”
이영훈 교수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영어공용화, 한일해저터널 건설을 통한 일본과의 연결, 해외인력수입 등의 주장이 나왔었다”면서 “이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대기업 중심의 세계경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국 경제에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모델은 지나가버린 게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인수해서 개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정희가 만든 성과중심 사회 되살려야”(김광동)
김광동(金光東) 나라정책연구원장은 “현재와 미래에 활용할 수 없는 과거의 지도자는 의미가 없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은 성과중심주의적 사회를 만들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500년 조선시대는 공론(空論)의 시대였고, 입만 가지고 사는 사회였다. 입을 가지고 상대방을 죽이고, 우리 편만을 챙기는 비생산적인 사회였다. 그런 도당(徒黨)정치에 백성이 어디 있고, 세계가 어디 있었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런 조선조 500년과 싸워서 업적과 성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었다.”
김광동 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출을 그렇게 강조했던 것도 ‘성과중심주의’의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수출을 한다는 것은 외국의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걸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양반이건 상놈이건, 남자건 여자건 가리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한 가치와 통계였다.”
김 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반대와 비판은 바로 그러한 ‘성과중심주의 사회’에 반대하는 ‘두 개의 조선’, 즉 ‘전근대 시대의 조선(조선왕조)’과 ‘전체주의 조선(북한)’으로부터 왔다”고 말했다.
김광동 원장은 오늘날 우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시 조명해야 하는 이유도 ‘성과중심주의’에서 찾았다.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다시 입으로 움직이는 사회, ‘성과’보다 ‘신분’을 중시하는 사회로 되돌아가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를 보라. 실력이 있으면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올라가기도 하고, 실적이 나쁘면 마이너리그로 강등당하기도 한다.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것, 그게 정의(正義)로운 일 아닌가? 한번 공무원 사회나 대기업 노조에 들어가면 그걸로 평생 먹고살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꿈을 상실하는 것이다.”
김광동 원장은 “정체(停滯)된 신분사회, 입으로 먹고사는 사회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활력을 되찾고 계속 발전해 나가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들었던 성과중심주의 사회로 되돌아가야 한다”면서 “오늘날 우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시 찾아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 산업화는 민주화의 씨앗”(김인영)
경제 분야에서의 업적과 그런 업적을 일구어낸 리더십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유신체제, 권위주의 통치 등을 드러내 박정희 시대의 그늘로 지적하고 있다.
김인영(金仁寧) 한림대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룩한 산업화가 없었다면, 이후의 민주화가 가능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들 중에서 경제발전과 정치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나라는 없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당시 우리 상황으로는 정치민주화보다 경제발전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라는 것에 대해 크게 기대하거나 신뢰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산업화에 성공하면 정치민주화도 가능하다는 것, 그걸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의 사례를 통해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김인영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는 민주화의 씨앗이 되었다”면서 “오히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외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권위주의자 아니었나?”라고 말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민청학련 사건 등으로 옥고를 치렀던 류근일(柳根一) 전 《조선일보》 주필은 당시 민주화 세력과 박정희의 갈등을 ‘민족주의적 수구(守舊) 세력’과 ‘글로벌화된 근대화 세력’ 간의 대립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를 포함한 당시 민주화운동 세력은 전래의 민족주의적 전통을 유지하려는 세력이었다. 민주화운동 세력이 지키려 했던 민족주의라는 것은 위정척사적(衛正斥邪的)·주자학적 민족주의이자, 민중주의적·농민전쟁적 민족주의였다. ‘우리의 전통사회는 진선진미(盡善盡美)했는데, 악마와 같은 외세가 쳐들어와서 그 아름다웠던 민족공동체를 깼다’는 식의 인식이었다. 거기에는 세계에 대한 인식, 근대화에 대한 인식이 약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런 전(前)근대적 민족주의를 넘어서서 근대화에 눈을 떴다. 그는 자신이 세운 가설(假說)을 바탕으로 국가발전을 추진해서 성공시켰다. 인민공화국, 좌우합작파와 구별되는 자유민주주의 발전모델을 성공시켰다. 정치는 결론으로 말하는 것이다.”
류근일 주필은 “오늘날과 같은 ‘세계 속의 한국’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것”이라면서 과거 ‘은둔의 왕국(Hermit Kingdom)’적인 의식으로 되돌아가려는 근래의 사회분위기에 대해 우려했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권위주의에 대해 “우리나라의 네이션 빌딩(Nation building) 과정이 다른 나라들과 근본적으로 달랐다는 점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일본 같은 선진국들이나 중국, 북한, 대만과 같은 우리 주변 국가들을 보면, 네이션 빌딩 과정에서 여야(與野) 간 싸움이 없었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건국 당시부터 단순히 야당이 아니라, 전체주의 체제와 연결되어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는 반(反)체제 세력과 싸워야 했다. 박정희의 권위주의는 그런 세력을 극복하면서 네이션 빌딩과 근대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
“국제정치 패러다임 변화를 미리 읽어”(이춘근)
국제전략문제 전문가인 이춘근(李春根) 박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으로 ‘국제정치의 변화를 미리 읽고 대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미국 케네디 행정부가 월남(남베트남)에 개입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월남전이 격화되면 주한미군을 빼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주한미군을 잡아놓기 위해 한국군 파병을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미국이 월남전에 군대를 파병하는 것은 그 뒤 존슨 행정부 시절이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걸 미리 내다본 것이다.”
이춘근 박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았다”면서 《국가와 혁명과 나》에서 미국에 대해 싫은 감정을 간혹 보이면서도 미국에 감사할 것은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 점, 5·16혁명공약 ‘미국을 위시한 자유우방과의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한다’에서 미국을 명시한 점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이춘근 박사는 유신 선포도 국제정치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설명했다.
“원래 국제관계에서는 강대국들 간의 세력균형을 위해 약소국은 버리거나 분할되거나 없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냉전(冷戰)시대에는 약소국이라도 강대국이 함부로 하지 못했다. 상대 진영에 속해 있는 약소국을 건드리면 그건 곧 미소(美蘇) 양국의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1969년의 닉슨독트린이나 1972년 닉슨 방중(訪中)은 그런 냉전시대 패러다임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건 미국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손잡으면서 월남과 같은 소국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였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북대화와 유신을 추진한 것은 그런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던 측면이 있다.”
이춘근 박사는 “대통령은 가장 기본적으로 ‘나라를 지키는 사람’이며,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 사실을 잘 알았던 분”이라면서 “북핵(北核)문제, 중국의 부상(浮上), 미국의 고립주의 등으로 한반도 안보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현실주의 국제정치 인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정일 동서문화사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헐벗고 굶주린 국민의 고통, 강국들 사이에 비극적으로 끼어 있는 반도민족의 현실을 자각하고 나라와 민족과 자손을 위해 일생을 바쳤던 분”이라면서 “나라와 민족과 자손을 위한다는 정신은 오늘날 정치지도자들에게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 대표는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사심(私心)이 전혀 없었던 점과 반(反)혁명사건 등으로 자신에게 맞섰던 사람들에게도 먹고살 거리를 마련해 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던 점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6년이 지나 이 나라는 세계 5대 공업국, 세계 6위의 수출대국, 세계 13위의 경제대국, 세계 21위의 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섰다. 그 기틀을 만들어 놓은 사람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역사를 보면 바로 그때 그 자리에 그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나라와 민족의 역사가 바뀌는 경우가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바로 그런 경우다.
박 대통령은 1980년대 후반 이래 역대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늘 1위를 차지했다. 작년 8월 한국갤럽이 ‘우리나라를 가장 잘 이끈 대통령’을 묻는 여론조사를 했을 때에도, 조사 대상자의 44%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 특히 산업화와 관련된 업적에 대해서는 이의가 거의 없다. 권위주의 통치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업적은 인정하지만, 민주화·정보화·고도산업사회화된 오늘날의 한국 상황에서 박정희식 국가운영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내년은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월간조선》은 이를 기념해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 근대화(近代化)의 국부(國父) 박정희를 다시 본다 - 《월간조선》·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함께하는 박정희시민강좌’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앞두고 《월간조선》은 ‘왜 지금 박정희인가’를 각계 전문가들에게 물어보았다.
“박정희는 ‘교사’였다”(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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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수출 100억 달러와 같은 수치 제시를 통해 목표에 구체성을 부여했다”고 말한다. |
조갑제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교사이자 군인, 혁명가, CEO’라고 규정하면서 특히 교사, CEO라는 관점에서 박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조 전 대표는 그중에서도 ‘교사로서의 품성’을 먼저 강조했다.
“위대한 사람은 ‘교사의 품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인일 때에도, 혁명가일 때에도, CEO일 때에도 ‘교사’였다. 5·16 당일 KBS 방송국을 점령했을 때 그 긴박한 순간에도 박정희 소장은 박종세 아나운서에게 혁명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설득하려 한 데서도 그의 교사로서의 면모가 잘 나타난다. 교육하는 것, 남을 가르치려는 것은 인간 존중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CEO로서의 박정희를 평가하면서 조갑제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단시간 내에 최대의 업적을 달성했다”면서 “세계사적으로도 박정희 전 대통령만큼 효율적인 CEO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갑제 전 대표는 ‘CEO박정희’의 리더십을 다음 7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정확한 언어 사용.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사물의 본질을 정확하게 짚어내 간단한 용어로 정리했다. 유신(維新)을 가리켜 ‘국력의 조직화’ ‘능률의 극대화’라고 표현한 것이 그 예다.
둘째, 장기적 안목을 가졌다.
셋째, 수치화(數値化)에 능했다. 국민소득 1000달러, 수출목표 100억 달러와 같은 수치 제시를 통해 목표에 구체성을 부여했다.
넷째, 확인을 중시했다. 군(軍) 시절부터 “지휘관이 할 일은 5%가 지시, 95%가 확인”이라고 말했고 대통령 시절에도 수출진흥확대회의, 월례경제동향보고회의 등을 통해 진척 상황을 끊임없이 확인했다.
다섯째, 역사적 감각이 뛰어났다. 역사의 흐름, 방향을 잘 읽었다. 이는 독서, 특히 역사책을 많이 읽은 데서 나왔을 것이다. 1973년 중화학공업화 선언을 했는데 덕분에 우리는 후발국으로서 중화학공업화의 막차를 탈 수 있었다.
여섯째, 참모를 잘 썼다. 김정렴(전 비서실장) 같은 모범생 스타일의 사람뿐 아니라, 오원철(경제제2수석비서관) 같은 돌출형 인간도 잘 썼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자신이 균형감각이 뛰어났기에 가능했다.
일곱째, 주체성이 강했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일에 ‘우리’를 중심에 놓고 생각했다. 종합제철공장을 지을 때, 외국에서는 연산(年産) 50만 톤 규모면 충분하다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더 발전했을 때, 얼마나 필요한가’를 중심으로 판단하라”고 했다. 그 결과 300만 톤 규모의 제철소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그에 맞춰 포항종합제철(포스코)을 건설했다.
조갑제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러한 CEO리더십은 오늘날 우리에게는 물론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다른 후발국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런 개발모델을 통해 대한민국은 인류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의식과 과감한 의사결정 배워야”(류석춘)
박정희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류석춘(柳錫春)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다시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하려 해도 국회의 반대에 부딪혀 몇 년씩 걸렸다. 국가의 안위가 걸린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조선(造船)이나 해운사 구조조정을 놓고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미명 아래 정치인이건 관료건 아무도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려 드는 것이 문제다.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면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관철시켜서 위기를 돌파하는 결단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고 하면서, 한일국교 정상화, 경부고속도로 건설, 중화학공업 건설 등을 이루어냈다. 대통령으로서 무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필요한 의사결정은 과감하게 내렸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오늘날에도 필요하다.”
‘한국형 국가혁신체제’ 수립(이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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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6년 5월 포철 제2고로 화입식에서 직접 불을 댕기는 박정희 전 대통령. 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 중심의 세계경영’이라는 한국형 국가혁신체제를 구축했다”고 말한다. |
“관료로 출세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한국인들은 개발연대에 대기업에 일종의 준(準)관료집단으로서의 위신을 부여했다. 오늘날에도 아무리 중소기업에 가라고 해도 대기업에 가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월급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사회적 위신’이 중소기업에는 없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대규모 기업집단을 육성했고, 여기에 전 국민적 참여가 이루어졌다. 국민들은 교육평준화와 기능공 양성을 통해 여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대기업이 성장하면서 그에 따른 낙수(落水)효과로 중소기업도 성장했고, 소득분배도 양호했다. 개발연대 한국 경제는 경제성장률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소득분배 면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양호했다.”
이영훈 교수는 “1980년대 후반, 특히 1990년대 초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러한 박정희식 국가혁신체제가 해체되고, 영미식 시스템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며 아쉬워했다.
“노태우·김영삼 정권 시절에 국가 경제의 경계를 허무는 전면적 개방화·세계화로 방향을 잡은 것은 잘못이었다. 한국은 원천기술이 없고 내수(內需)시장이 작아서 혼자서 자립하기 어려운 나라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런 현실을 직시했기에 ‘대기업 중심의 세계경영’을 추구했던 거다. 민주화시대의 대통령들은 박정희식 국가혁신체제를 너무 빨리 버리고, 무역수지 흑자에만 안주해 왔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감속(減速)성장이다.”
이영훈 교수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영어공용화, 한일해저터널 건설을 통한 일본과의 연결, 해외인력수입 등의 주장이 나왔었다”면서 “이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대기업 중심의 세계경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국 경제에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모델은 지나가버린 게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인수해서 개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정희가 만든 성과중심 사회 되살려야”(김광동)
김광동(金光東) 나라정책연구원장은 “현재와 미래에 활용할 수 없는 과거의 지도자는 의미가 없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은 성과중심주의적 사회를 만들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500년 조선시대는 공론(空論)의 시대였고, 입만 가지고 사는 사회였다. 입을 가지고 상대방을 죽이고, 우리 편만을 챙기는 비생산적인 사회였다. 그런 도당(徒黨)정치에 백성이 어디 있고, 세계가 어디 있었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런 조선조 500년과 싸워서 업적과 성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었다.”
김광동 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출을 그렇게 강조했던 것도 ‘성과중심주의’의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수출을 한다는 것은 외국의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걸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양반이건 상놈이건, 남자건 여자건 가리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한 가치와 통계였다.”
김 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반대와 비판은 바로 그러한 ‘성과중심주의 사회’에 반대하는 ‘두 개의 조선’, 즉 ‘전근대 시대의 조선(조선왕조)’과 ‘전체주의 조선(북한)’으로부터 왔다”고 말했다.
김광동 원장은 오늘날 우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시 조명해야 하는 이유도 ‘성과중심주의’에서 찾았다.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다시 입으로 움직이는 사회, ‘성과’보다 ‘신분’을 중시하는 사회로 되돌아가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를 보라. 실력이 있으면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올라가기도 하고, 실적이 나쁘면 마이너리그로 강등당하기도 한다.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것, 그게 정의(正義)로운 일 아닌가? 한번 공무원 사회나 대기업 노조에 들어가면 그걸로 평생 먹고살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꿈을 상실하는 것이다.”
김광동 원장은 “정체(停滯)된 신분사회, 입으로 먹고사는 사회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활력을 되찾고 계속 발전해 나가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들었던 성과중심주의 사회로 되돌아가야 한다”면서 “오늘날 우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시 찾아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 산업화는 민주화의 씨앗”(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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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회담 반대 데모.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박정희 시대의 민주화운동 세력은 민족주의적 전통을 유지하려는 세력이었다”고 말한다. |
김인영(金仁寧) 한림대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룩한 산업화가 없었다면, 이후의 민주화가 가능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들 중에서 경제발전과 정치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나라는 없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당시 우리 상황으로는 정치민주화보다 경제발전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라는 것에 대해 크게 기대하거나 신뢰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산업화에 성공하면 정치민주화도 가능하다는 것, 그걸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의 사례를 통해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김인영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는 민주화의 씨앗이 되었다”면서 “오히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외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권위주의자 아니었나?”라고 말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민청학련 사건 등으로 옥고를 치렀던 류근일(柳根一) 전 《조선일보》 주필은 당시 민주화 세력과 박정희의 갈등을 ‘민족주의적 수구(守舊) 세력’과 ‘글로벌화된 근대화 세력’ 간의 대립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를 포함한 당시 민주화운동 세력은 전래의 민족주의적 전통을 유지하려는 세력이었다. 민주화운동 세력이 지키려 했던 민족주의라는 것은 위정척사적(衛正斥邪的)·주자학적 민족주의이자, 민중주의적·농민전쟁적 민족주의였다. ‘우리의 전통사회는 진선진미(盡善盡美)했는데, 악마와 같은 외세가 쳐들어와서 그 아름다웠던 민족공동체를 깼다’는 식의 인식이었다. 거기에는 세계에 대한 인식, 근대화에 대한 인식이 약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런 전(前)근대적 민족주의를 넘어서서 근대화에 눈을 떴다. 그는 자신이 세운 가설(假說)을 바탕으로 국가발전을 추진해서 성공시켰다. 인민공화국, 좌우합작파와 구별되는 자유민주주의 발전모델을 성공시켰다. 정치는 결론으로 말하는 것이다.”
류근일 주필은 “오늘날과 같은 ‘세계 속의 한국’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것”이라면서 과거 ‘은둔의 왕국(Hermit Kingdom)’적인 의식으로 되돌아가려는 근래의 사회분위기에 대해 우려했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권위주의에 대해 “우리나라의 네이션 빌딩(Nation building) 과정이 다른 나라들과 근본적으로 달랐다는 점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일본 같은 선진국들이나 중국, 북한, 대만과 같은 우리 주변 국가들을 보면, 네이션 빌딩 과정에서 여야(與野) 간 싸움이 없었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건국 당시부터 단순히 야당이 아니라, 전체주의 체제와 연결되어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는 반(反)체제 세력과 싸워야 했다. 박정희의 권위주의는 그런 세력을 극복하면서 네이션 빌딩과 근대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
“국제정치 패러다임 변화를 미리 읽어”(이춘근)
국제전략문제 전문가인 이춘근(李春根) 박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으로 ‘국제정치의 변화를 미리 읽고 대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미국 케네디 행정부가 월남(남베트남)에 개입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월남전이 격화되면 주한미군을 빼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주한미군을 잡아놓기 위해 한국군 파병을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미국이 월남전에 군대를 파병하는 것은 그 뒤 존슨 행정부 시절이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걸 미리 내다본 것이다.”
이춘근 박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았다”면서 《국가와 혁명과 나》에서 미국에 대해 싫은 감정을 간혹 보이면서도 미국에 감사할 것은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 점, 5·16혁명공약 ‘미국을 위시한 자유우방과의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한다’에서 미국을 명시한 점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이춘근 박사는 유신 선포도 국제정치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설명했다.
“원래 국제관계에서는 강대국들 간의 세력균형을 위해 약소국은 버리거나 분할되거나 없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냉전(冷戰)시대에는 약소국이라도 강대국이 함부로 하지 못했다. 상대 진영에 속해 있는 약소국을 건드리면 그건 곧 미소(美蘇) 양국의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1969년의 닉슨독트린이나 1972년 닉슨 방중(訪中)은 그런 냉전시대 패러다임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건 미국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손잡으면서 월남과 같은 소국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였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북대화와 유신을 추진한 것은 그런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던 측면이 있다.”
이춘근 박사는 “대통령은 가장 기본적으로 ‘나라를 지키는 사람’이며,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 사실을 잘 알았던 분”이라면서 “북핵(北核)문제, 중국의 부상(浮上), 미국의 고립주의 등으로 한반도 안보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현실주의 국제정치 인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정일 동서문화사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헐벗고 굶주린 국민의 고통, 강국들 사이에 비극적으로 끼어 있는 반도민족의 현실을 자각하고 나라와 민족과 자손을 위해 일생을 바쳤던 분”이라면서 “나라와 민족과 자손을 위한다는 정신은 오늘날 정치지도자들에게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 대표는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사심(私心)이 전혀 없었던 점과 반(反)혁명사건 등으로 자신에게 맞섰던 사람들에게도 먹고살 거리를 마련해 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던 점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점으로 꼽았다.⊙
|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 근대화近代化의 국부國父 박정희를 다시 본다 - 《월간조선》·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함께하는 박정희시민강좌’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 근대화(近代化)의 국부(國父) 박정희를 다시 본다 - 《월간조선》·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함께하는 박정희시민강좌’는 2016년 11월부터 1년 동안 진행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및 한국현대사에 대한 최고의 권위자들을 강사로 모실 예정입니다. 첫 강좌는 ‘왜 다시 박정희인가’(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겸 편집장)라는 주제로 2016년 11월 8일(화) 오후 2시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립니다. 1. 총론 - 왜 다시 박정희인가? 2. 박정희는 정말 핵을 개발하려 했나? - 자주국방과 핵개발 시도 3. 박정희와 김일성의 대결 - 박정희 시대의 남북관계 4. 박정희와 美·日 - 애증의 18년 5. 박정희, 민주주의의 파괴자인가 건설자인가 6. 박정희 시대의 경제발전 - 국가주도인가, 시장주도인가 7. 박정희 시대의 국토개조 8. 박정희 시대의 기능인력 양성 - 박정희 시대의 노동자들은 정말 착취당했나? 9. 새마을운동 - 한국인이 꼽는 현대사의 가장 큰 성취 10. 박정희 시대 한국인의 해외진출 11. 박정희 시대 교육·문화·과학기술정책 - 박정희의 ‘새 한국인 만들기’ 12. 총결 - 박정희의 꿈, 박정희가 생각했던 나라 * 강연 주제와 장소, 일정은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