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 전체가 가라앉을 위기에 처해 있는 나라, 투발루
⊙ 투발루의 주요 수출품은 ‘인터넷 도메인과 우표’
⊙ 박정희 전 대통령과 ‘판박이’ 행보 같은 피지의 바이니마라마(Bainimarama) 수상
⊙ 英연방이 등돌린 틈 타 피지 정부에 손길 내민 중국 정부
⊙ 투발루의 주요 수출품은 ‘인터넷 도메인과 우표’
⊙ 박정희 전 대통령과 ‘판박이’ 행보 같은 피지의 바이니마라마(Bainimarama) 수상
⊙ 英연방이 등돌린 틈 타 피지 정부에 손길 내민 중국 정부
- 피지의 수도 수바에 있는 주 피지 한국 대사관저에서 바라본 항구의 모습.
마포구보다 작은 나라, 투발루
지구를 인간의 몸이라고 가정해 보면, 투발루는 꼬리뼈 쯤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작아 그 존재가 느껴지지 않고, 언젠간 없어질지 모르는 곳.
투발루는 나우루와 함께 지구에서 가장 작은 나라의 하나다. 국토 면적은 약 26km².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서울시 마포구보다 작은 나라에서 평생을 보내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한국에 알려진 투발루에 대한 다소 빈약한 정보로는 그곳의 삶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마침 부산에 있는 부경대에서 투발루 공무원 두 명이 연수를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부경대는 지난 2012년부터 남태평양 각 나라 수산 관련 부처의 공무원들을 초청해 어업 관련 교육을 해 왔다고 한다. 1만명이 채 안 되는 투발루 국민 중 2명이 부산에 와 있다는데 가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연수가 끝나는 수료식 날 부산으로 내려갔다.
넬리와 빌리는 투발루의 수도 푸나푸티(Funafuti)에서 왔다. 30대 중반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이들은 인척 관계였다. 빌리는 넬리의 사촌과 결혼했다. 이들은 연신 서로의 사진을 찍어댔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반가우면서도 못내 아쉬운 눈치였다.
이들의 영어는 악센트 없는 완벽한 호주식 영어였다. 투발루에서의 삶에 대해 묻자 넬리는 이런 말을 했다.
“어디서나 삶은 비슷한 것 아닐까요. 단지 투발루엔 호텔이 단 1개 있고, 왜소증 환자는 2명, 택시는 3대 있다는 게 부산과 조금 다른 점이지요.”
완벽한 영어로 연신 자신의 나라에 대해 농담을 던지는 이들과 한참 대화를 나누고 헤어지자, 투발루라는 나라가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피지의 난디공항에서 체크인을 한 후 대기하는 곳에 딸린 조그만 면세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한 노신사가 초콜릿과 다른 과자를 거의 도매상 수준으로 사는 걸 보았다. 언뜻 봐도 100여 개는 되어 보였다. 눈이 마주치자 윙크를 하는 그는 후에 알고 보니 투발루의 국회의원 랜이었다. 투발루에서 딱 하루를 지내고 난 뒤 기자는 그가 왜 그렇게 많은 과자를 구입했는지 깨달았다.
투발루 현지 상권 장악한 중국인들
피지의 난디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푸나푸티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문제가 생겼다. 짐가방이 없는 거였다. 피지항공사가 무게 때문에 기자 일행의 짐을 아예 싣지 않은 것이다.
황당한 표정으로 공항에 서 있은 건 기자뿐만이 아니었다. 호주에서 온 공무원 제스(Jeth)도 마찬가지 처지였다. 공교롭게도 짐을 찾지 못한 건 한국인 3명과 호주인 1명, 즉 외국인뿐이었다. 항공사 직원에게 어떤 기준으로 짐을 선별해 싣는지 묻자 그저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다음 비행기로 짐을 가져온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짐을 실은 그 다음 비행기가 투발루에 도착하는 날, 기자는 피지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걸치고 있는 옷 한 벌, 그리고 충전기 없는 노트북 뿐이었다. 다행히 카메라도 갖고 있었다. 그 외 세면도구, 비상약품, 화장품, 여분의 옷 등은 모두 피지에 있었다. 4일 동안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공항 옆의 호텔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체크인 후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현지 상점을 순회했다. 현지의 잡화점이나 식당은 거개가 중국인들의 소유였다. 헌 옷 한 벌과 샌들을 우리 돈으로 4만원쯤 주고 구입했다. 이때 거슬러 받은 지폐와 동전이 인상적이었다. 투발루는 호주달러를 사용하는데, 섬 내부에서 하도 돌고 돌아서인지 지폐가 엄청나게 낡아 있었다. 동전은 수량이 모자라는지 자체 제작한 것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빌리와 넬리를 투발루에서 다시 만났다.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이들의 삶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빌리는 남태평양대학(USP)을 졸업한 후 뉴질랜드로 건너가 살다가 투발루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다. 뉴질랜드는 몇몇 남태평양 국가와 협정을 체결해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있다. PAC(Pacific Access) 프로그램이다. 2013년 기준으로 매해 키리바시와 투발루에서 각각 75명, 통가에서 250명을 추첨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지원자가 많은 건 물론이다.
뉴질랜드 이민을 꿈꾸는 투발루 사람들
빌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비자 연장이 안 돼 돌아왔다며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다. 그는 ‘기회’를 이야기했다.
“제 아들은 투발루 전체에서 상위 몇 명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해요. 뉴질랜드에서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하고 싶어요. 이곳에서 뭘 할 수 있겠어요?”
기후 변화로 인해 섬이 없어질까 봐 걱정이 돼 그런지 물었다.
“해수면 침식이 진행되고 있다는 건 알아요. 그렇지만 과연 섬이 가라앉는 날이 올까 크게 의식을 안 하고 사는 건 사실이에요. 그건 다른 투발루 사람들도 마찬가지일거예요. 게다가 투발루 사람들은 신앙심이 깊어요. 섬이 가라앉는 일이 없도록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하고 있어요.”
정작 투발루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크게 의식하는 것 같지 않다는 말은 투발루에 오기 전 한국에서도 들은 적이 있다. EBS의 김평진 PD로부터였다. 김평진 PD는 기후변화가 투발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투발루를 두 번 방문했다. 두 번의 방문 당시 같은 지역을 촬영한 화면을 함께 놓고 비교해 보니 해안선이 침식되고 있다는 걸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김 PD는 말했다.
“바다가 점점 더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 촬영팀이 가서 보니 한국에서 접한 정보와 그곳의 현실이 많이 다르더군요. 확인해 보니 가 보지 않고 지어서 쓴 듯한 언론 보도도 있었어요. 또 그곳 사람들의 생각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달라요. 가서 직접 보면 알아요.”
빌리의 말대로 투발루 사람들은 신앙심이 깊다. 거의 전국민이 기독교를 믿는다고 보면 된다. 조그만 나라에 온갖 종파가 다 들어와 있다. 장로교, 감리교, 제칠일안식교(Seventh Day), 모르몬교(Mormons), 여호와의증인(Jehovah‘s witness) 등이다. 각 교회는 초등학교 등 교육기관이나 자선단체를 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종교 간의 갈등은 없다고 한다.
일요일에 교회에 가는 걸 무척 신성시한다. 그날은 저녁 5시가 넘어야 가게 문을 연다. 식당의 영업도 저녁이 되어야 시작한다. 일요일 오전, 빌린 차를 타고 섬을 돌다가 기름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문을 연 주유소는 당연히 없었다. 이때 실력을 발휘한 것이 넬리다. 주유소 주인의 집으로 가서 불러 낸 다음 주유소 문을 잠시 열게 했다. 주유라고 해도 플라스틱 석유통 안에 든 기름을 깔때기를 이용해 차로 옮기는 식이다.
인구 6200명, 폐쇄적인 사회
넬리의 유년기는 이웃나라 나우루의 드라마 같은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나우루는 인광석을 수출해 한때 엄청난 외화를 벌었던 나라다. 그 돈으로 여기저기 무분별하게 투자를 해 급기야 대부분의 투자금을 잃고 인광석마저 다 떨어져 지금은 외국의 지원을 받아 지탱하고 있는데, 넬리의 아버지는 나우루의 번영기에 그곳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거기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나는 돈이 없었지만 나우루 아이들은 현금을 많이 들고 다녔어요. 그 애들이 사 주는 간식을 먹으려고 열심히 따라다녔던 기억이 나요. 그때는 정말 대단했어요. 번쩍거리는 차들이 그 작은 섬에 즐비했으니까요. 밥은 다 중국식당에서 시켜 먹어서 성인병이 아주 흔해졌죠. 심지어 정부에서 청소하라고 가정부를 각 가정에 보내 주기도 했어요. 그곳이 망한 다음 우리 가족은 다시 투발루로 돌아왔어요.”
빌리와 넬리는 각각 7명과 6명의 아이의 아빠다. 투발루 사람들은 보통 20대 초반에 결혼해 예닐곱 명씩 아이를 낳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사촌 관계의 친척이 많다.
푸나푸티의 인구는 2012년을 기준으로 약 6200명이다. 기자가 투발루보다 먼저 들렀던 키리바시보다 훨씬 적은 숫자다. 그런데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은 키리바시보다 더 폐쇄적인 느낌이 들었다. 키리바시 사람들이 타인에게 개방적이고 친절했다면, 투발루의 사람들은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좀 더 심한 듯했다. 기자가 다가가 길을 묻거나 시간을 물으면 영국식 혹은 호주식 영어로 정중하게 대답은 할지언정 그 이상의 대화는 피했다. 단 한 명 친절한 여성을 만났는데, 그 여성은 키리바시에 입양되어 그곳에서 자라다가 성인이 되어 투발루로 돌아왔다고 했다.
지인을 통해 만났을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빌리를 통해 투발루에 있는 택시 3대 중 1대를 빌릴 수 있었다. 투발루에서 자동차는 굉장한 재산이다. 대부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투발루 사람들은 현대자동차 이야기를 많이 했다. 수상, 총독(Governor) 등 관료들의 차가 모두 현대자동차였다. 한국 정부가 공적원조(ODA) 차원에서 제공한 것이었다. 투발루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는 곳이다. 화려한 쇼핑몰은커녕 제대로 된 수퍼마켓도 없다. 그곳에서 며칠을 보내자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인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 줄지어 움직이는 모습이 기자의 눈에도 장관으로 보였다. 그곳 아이들이 일주일에 두 번 찾아드는 비행기의 착륙 모습을 보기 위해 매번 공항으로 몰려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그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면 깊은 우정을 나눠 주는 듯했다. 공항에서 투발루 사람 20여 명이 오랜 시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다. 이들은 푸나푸티에서 6년간 살았던 선교사 부부를 배웅 나온 사람들이었다. 가족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슬프게 울고 있었다.
왕세자 부부 방문 위해 2주간 청소
조그만 나라가 크게 들썩인 적이 한 번 있다. 2012년 9월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왕세자비 부부가 투발루를 방문했을 때였다. 투발루는 영연방에 속해 있다. 기자가 묵었던 호텔인 바이아쿠 라지 호텔에서 일하는 수스는 그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2주 동안 청소만 했어요. 길거리를 쓸고 닦고, 심지어 각 집에서 키우는 돼지들이 미관상 보기 흉하다며 공항 활주로 옆쪽에 돼지우리 군락을 만들었어요. 모든 돼지를 모아서 거기에 가져다놨지요. 그런데 왕세자 부부는, 막상 와서는 거리를 걷거나 하지 않더라고요. 초등학교를 방문하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예전에 심어 놓은 나무만 본 후 숙소로 쏙 들어가 버리더군요. 숙소는 원래 투발루에 하나뿐인 우리 호텔을 고려했던 모양이더라고요. 왕실에서 미리 나와서 점검을 해 보더니 도저히 안 되겠다면서 호주 군대의 주둔 기지로 숙소를 정하더군요.”
호텔 앞에는 새로 지은 듯한 깨끗한 건물이 있었다. 바로 투발루 라디오 방송국이다. 원래는 낡은 건물에 있었는데, 일본 정부가 건물을 지어 주고 최신 방송 기기도 구비해 주었다. 방송국장 멜라리 타아페(Taape)는 남태평양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피지에서 기자로 일하다 투발루로 돌아왔다. 지금은 방송국을 이끌고 있다.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의원과 흡사한 외모의 멜라리 국장은 기자의 어떤 질문에도 막힘 없이, 여유로운 말투로 답했다. 투발루를 떠나는 날 작별인사를 위해 방송국에 들렀다. 멜라리 국장은 보도 기사의 수정안을 허가받기 위해 국회가 열리고 있는 국회의사당에 간다고 했다. 투발루 언론은 정부를 비판할 자유가 없었다. 비행기 시간이 남아 있던 기자도 멜라리와 함께 갔다. 국회의 휴회를 기다리는 동안 멜라리에게 투발루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멜라리는 예의 그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뒤편의 코코넛 나무를 가리켰다.
“코코넛 나무는 하나도 버릴 데가 없어요. 코코넛 열매에 들어 있는 물은 훌륭한 음료수이고, 코코넛의 과육 부분을 말린 게 코프라예요. 그걸 빻으면 코코넛 가루가 되는데 그걸 끓이면 코코넛 밀크가 나오지요. 짜내면 코코넛 오일이 나오고요. 코코넛 껍질은 훌륭한 연료랍니다. 잎을 이용해 지붕을 만들었지요. 탄성이 강한 줄기는 작게는 빗자루부터 크게는 건축 재료까지 다양하게 쓸 수 있답니다. 투발루 섬에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린 게 바로 코코넛 나무이지요. 우리는 코코넛 나무와 함께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기후 변화 문제를 선진국들이 외면해 지원이 끊긴다 해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갈 수 있어요. 그것이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지요.”
기자가 던진 우문에 멜라리 국장은 긴 여운을 남기는 현답을 건넸다.
[인터뷰] 에넬레 소포아가 투발루 총리
에넬레 소포아가(Enele Sopoaga) 총리는 지난 2013년 8월에 취임했다. 영국 옥스퍼드(Oxford) 대학과 서섹스(Sussex) 대학에서 외교학을 전공했다. 그의 형 사우파투 소포아가 또한 투발루의 총리였다. 에넬레 총리는 “투발루의 자립성을 기르겠다”고 강조했다.
—국정 전반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중시하는지요.
“투발루 스스로의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투발루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식량안보를 지키는 문제 등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적절한 훈련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교육과 훈련을 바탕으로 한 국가 내부의 경쟁력 강화, 또 이를 응용한 국내에서의 다양한 활동 등이 진행되어야 국제사회의 도움에만 매달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투발루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침식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제기해 왔습니다. 앞으로의 전망을 어떻게 합니까.
“어떤 면에서 보면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경제구조는 투발루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발루와 같이 기후변화로 인해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국가에서는 화석연료 외에 태양열 발전과 같은 다양한 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 유가의 상승은 세계인들의 관심을 재생에너지에 돌린다는 점에서 투발루에 좋은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기후변화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경우, 투발루 정부는 타국으로 국민들을 이주시킬 계획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지요.
“잘못된 정보입니다. 투발루는 절대로 우리 영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타국으로 이주하지 않을 것입니다. 유엔(UN) 모임에서 이 문제에 대해 꼭 언급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를 자연 재앙이라고 말하는데, 저는 기후변화가 사람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투발루에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예상보다 많아서 놀랐습니다.
“국민들이 교통수단을 선택하는 것은 각자 선택의 몫입니다. 물론 환경보전과 기후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태양열을 이용한 오토바이 이용 등을 장려하고 싶지만, 이런 고급 기술은 아직 투발루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화석연료와 오토바이에 대한 세금을 올릴 계획은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2011년부터 한-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는 등 남태평양 국가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일련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흔히 태평양 도서국과의 외교 관계는 원조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조금도 물론 중요하지만, 모든 파트너십은 상호 존중, 신뢰, 이해를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은 참 아름다운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부터 투발루와 한국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한국이 투발루뿐만 아니라 태평양 지역에서 펼치고 있는 여러 활동들은 태평양 도서국들에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이지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참가국으로서, 또한 반기문 UN사무총장을 통해 국제사회에 이바지하는 등 한국은 여러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요. 투발루는 한국 등 동양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문화가 중심이 된 발전을 이루고 싶습니다. 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는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태평양 지역의 지도자들을 한데 모아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지요. 이런 기회를 한국이 이끌어 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남태평양 도서국의 ‘큰형’, 피지
투발루를 떠나 도착한 곳은 피지. 경상도와 비슷한 면적을 가진 피지는 남태평양 도서국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이다. 남태평양 도서국과 관련한 여러 단체의 본부가 피지에 있고, 남태평양 지역의 고등교육을 총괄하는 남태평양 대학의 본부 격인 캠퍼스가 피지의 수도 수바(Suva)에 있다.
한국과는 1971년에 외교 관계를 맺었고, 1980년에는 대사관을 설치했다. 피지는 1975년 북한과도 수교를 했는데, 특이한 점은 1988년 KAL기 폭파 사건이 일어난 직후 북한과 단교를 했다는 점이다. KAL기 폭파 사건을 문제 삼아 북한과 단교한 국가는 피지 외에 라이베리아가 있다. 피지는 한국이 생산하는 K1, K2, K3 소총을 수입하는 등 군사적으로도 협력하는 나라다.
피지 시내를 돌아다니며, 또 피지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현재 피지의 발전상이 한국의 1970~1980년대와 흡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시기 한국에 박정희라는 지도자가 있었다면, 피지에는 조사이아 보레케 바이니마라마(Bainimarama) 수상이 있다.
바이니마라마 수상은 2006년 12월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1987년과 2000년 쿠데타 이래 세 번째 쿠데타였다. 바이니마라마의 쿠데타는 이전의 쿠데타와는 상당히 다른 성격의 쿠데타였다. 피지에는 원주민인 피지인들과 영국 식민통치 시절 인도에서 건너온 인도계 피지인들이 함께 살고 있다. 비율은 피지인이 약 56%, 인도계 주민이 38%가량이다. 그 전의 쿠데타가 피지 원주민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쿠데타였다면 바이니마라마의 쿠데타는 인도계 주민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며 일으킨 쿠데타였다.
피지의 ‘박정희’, 바이니마라마 수상
쿠데타 이후 8년째 바이니마라마의 장기 집권이 이어지고 있다.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정치 체제가 안정된 점은 피지 사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듯했다. 군부의 안정된 통치는 해외 자본의 투자를 불러왔다. 난디에는 미국 회사가 투자하는 대형 카지노가 들어설 예정이다.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해마다 자신의 배를 끌고 와 묵는다는 휴양지 데나라우에는 초호화 리조트가 즐비하다.
군부 정권은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의 사회보장 장치도 정비했다. 이것은 곧 중산층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피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 대략 우리 돈으로 500만원가량의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통계에 따라 오차가 크지만 대략 3000달러가량 된다.
기자는 투발루 공무원들을 만났던 부경대의 남태평양 수산공무원 연수에서 피지 공무원도 만났다. 수산 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리키(Liki)다. 세 아이의 엄마인 리키의 집은 난디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라우토카(Lautoka)에 있었다. 기자는 리키의 집에서 묵으며 피지 현지인들의 문화를 체험했다.
리키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보조를 받아, 저렴한 월세를 지불하며 비교적 넓은 집에 살고 있었다. 피지에서 공무원의 위상은 높다. 리키는 남는 생활비를 저축해 집을 마련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동시에 할부 형태로 텔레비전과 소파 등 소비재들을 사 모으고 있었다. 리키는 라우토카 시장 한편의 전자제품 매장으로 기자를 데리고 가 자신이 사고 싶은 물건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모습은 지난 1980년대 한창 전자제품과 가구들을 차곡차곡 사들이던 한국의 중산층을 연상케 했다. 한국에서 사 온 중고 갤럭시 전화기는 리키의 보물 중 하나였다.
바이니마라마 수상은 정권을 잡은 직후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피지 사회에 만연한 뇌물 수수 등 부패를 없애겠다는 말이다.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있다.
반면 군부 정권에 대한 반발도 있다. 현재는 해제됐지만 쿠데타 후 한참 동안 이어졌던 ‘야간시간 통행금지’ 조치는 지금도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본질적인 갈등은 원주민들과 인도계 주민 사이의 미묘한 갈등이다. 지난 2012년 피지 정부는 이타우케(Itaukei)라는 용어를 원주민들을 지칭하는 말로 공식 채택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전에는 공식 문서에서 피지 원주민들을 ‘피지언(Fijian)’이라고 부르고 인도계 주민을 ‘인디언 피지언(Indian Fijian)’이라고 불렀다면 이제는 원주민은 ‘이타우케’, 인도계 주민은 ‘피지언’으로 불러야 한다는 이야기다.
기자가 피지에서 만난 원주민 중에는 이타우케라는 용어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마치 뉴질랜드 원주민들을 마오리족이라고 부르며 따로 관리하듯이, 이타우케라는 명칭 아래 정복당한 원주민처럼 다루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2012년 8월 27일 《피지타임스》에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는 ‘만약 이타우케라는 용어를 채택한 이유가, 피지언이라는 이름 아래 원주민들과 인도계 주민들이 통합되길 원하는 것이라면 마땅히 피지 문화와 언어에 대한 범국민적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이 실려있다. 이와 달리 이타우케 채택이 피지계 원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해석도 있다.
쿠데타 이후 英연방에서 ‘왕따’
바이니마라마 정권의 ‘파병 비즈니스’에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로 피지 원주민들로 이뤄진 피지 군대는 시리아, 레바논, 골란 고원 등 국제 분쟁 지역에 단골로 참전하고 있다. 이로 인한 수입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병에 대해서도 찬반이 갈리는 듯했다. 기자가 만난 피지 원주민 중에는 가족 중에 군인이 있다며, “가족을 위험하게 하는 파병 비즈니스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바이니마라마 정권의 가장 큰 딜레마는 외교에 있다. 피지는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았던 영연방 국가다. 2006년 바이니마라마가 정권을 잡은 이후 영국과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은 민주 선거를 치를 것을 끊임 없이 요구해 왔다. 민주적인 선거는 계속 미뤄져 왔고 2009년 영연방은 피지에 대한 회원 자격을 정지했다. 태평양도서국포럼의 회원 자격도 정지됐다. 호주 정부는 한때 피지 럭비팀의 호주 입국도 금지하는 등 심지어 스포츠 분야에서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피지는 지리적으로 호주, 뉴질랜드와 가깝다. 역사, 문화적으로도 얽혀 있다. 각종 공산품에서 의료, 금융 서비스까지 호주에 기대고 있는 부분이 많다. 피지 시내 곳곳에는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이 자리하고 있고, 심각한 질병에 걸려 있는 응급 환자가 발생할 경우 호주나 뉴질랜드로 가는 수밖에 없다. 무상의료를 시행한 후 피지의 의료 수준은 급격히 후퇴했다고 한다. 수준 높은 의료 인력은 의대 졸업 직후 호주나 뉴질랜드로 빠져나가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이렇듯 아직 영연방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영연방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피지 정부에 접근한 것이 중국이다. 2006년 쿠데타 직후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중국은 피지의 상황을 존중한다. 다른 나라들은 피지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재고하길 바란다”는 논평을 했다. 이듬해 피지의 재무장관은 “피지는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를 친구로 여기고 있다. 우리는 더이상 호주와 뉴질랜드에 기대지 않을 것이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중국과 피지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지난해에는 시진핑과 바이니마라마의 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급기야 피지는 티베트 사태나 인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등 영연방의 대척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피지에 손 내미는 중국
중국이 피지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남태평양 도서국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있다. 남태평양에 군사적 거점을 확보하면 미국과 좀 더 대등해질 수 있다. 중국은 키리바시나 투발루 등의 국가에서 대만에 밀려 힘을 못 쓰고 있다. 키리바시에 설치했던 위성 통제 기지도 철수해야만 했다. 피지는 남태평양 도서국 중 큰형님 같은 나라다. 조금 비약해 보자면 피지를 영향권 아래 두게 되면, 남태평양 도서국 전부를 영향권 아래에 두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두 번째는 피지에 묻혀 있는 풍부한 자원이다. 지하자원이나 수산자원뿐 아니라 해저자원도 포함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심해저자원개발(KODO) 프로젝트의 수바 사무소장을 맡고 있는 방장환 소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심해저 자원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민 박찬오씨는 “중국인들의 피지 진출 속도가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현지에 집이 매물로 나오는 족족 중국인들이 사들일 정도라고 한다. 기자도 피지 현지에서 적지 않은 중국인들을 만났다.
한국 정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피지대사관 철수도 고려했다고 한다. 수교를 한 지 40년도 넘었지만 지금까지도 변변한 대사관, 대사관저 건물 하나 없다. 매달 약 500만원의 월세를 지불하며 대사관저를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월세가 문제가 아니라 외교 관계에서의 상징성이 문제라고 현지 교민들은 지적했다. 제대로 된 관저가 없으니 대사관 차원의 파티나 행사도 호텔을 빌려 하는 판이라는 설명이다. 기자가 만난 교민들 대부분이 피지의 부동산 가격이 최근 크게 올랐다며 “진작에 사 놓았으면 좋지 않았냐”며 안타까워했다.
최근 피지 정부는 중국의 주선으로 북한과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이슈는 배제하고라도, 호주와 영국 등 현지 언론들이 드러내 놓고 ‘바이니마라마 정권이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는 현실을 참고해야 한다. 남태평양 지역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한 이유다.⊙
[인터뷰] 테비타 보세와콰 피지 국토부 차관
테비타 보세와콰(Tevita Boseiwaqa) 국토부 차관은 국방부와 산업부 등 핵심 부서에서 차관을 역임한 소위 ‘실세’ 차관 중 한 명이다. 바이니마라마 수상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에게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물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지요. 그 전에는 한국을 막연히 선진국 중 하나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가 보니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놀랄 만한 성장을 이룩한 나라였더군요. 이번 한국 방문은 피지의 발전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가장 크게 감명을 받은 부분은 뛰어난 국가 기반 시설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교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서울 등의 도시뿐 아니라 교외 지역의 도로와 거주 시설이 잘 개발된 것을 보았습니다. 도시와 교외 지역의 동반 발전이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한국 음식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국 다음에 방문했던 중국에서의 기름진 음식만 아니었다면 체중도 좀 줄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피지의 다양한 자원 중, 피지 정부가 중점적으로 개발하는 자원은 어떤 자원인지요.
“대부분 아직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첫째, 물자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물자원의 개발이 수동적으로, 필요로 하는 지역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물자원 개발을 위해 피지 정부가 직접적·능동적으로 나설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둘째, 산림자원입니다. 체계적인 조림 사업과 병행한 산림자원 개발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셋째는 유기농 농작물입니다. 얼마 전 수바 근교에 위치한 방가완이라는 섬에 다녀왔는데, 이 섬은 토양이 매우 비옥해 아무런 화학 비료 없이 유기농으로 키웠는데도 카사바나 타로의 작황이 마치 비료와 농약을 사용한 것처럼 좋았습니다. 피지에는 방가완처럼 비옥한 토양을 가진 지역이 많습니다. 아쉬운 점은 아직 이런 지역들 대부분이 휴지 상태입니다. 앞으로 유기농 작물 사업을 장려할 예정입니다.
넷째로, 해저 광물자원입니다. 이를 위해 피지 정부에서는 탐광허가증을 발급하고 있습니다. 다섯째로, 피지 정부에서는 다양한 해양자원 양식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굴, 진주조개 등을 비롯, 피지의 뛰어난 해양생태계를 이용한 다양한 양식 사업들이 가능합니다.”
—동아시아 국가들과 자원 관련 협력 현황은 어떠한지요.
“현재 자원 관련 협력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아시아 국가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피지와의 자원 협력에 높은 관심과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을 비롯한 타 아시아 국가들과도 협력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중국에 비해 많이 부족합니다. 동아시아 지역 외에도 말레이시아나 중동 지역 국가들과도 다양한 자원 개발 협력 사업들이 진행 중입니다. 아시아 지역과 피지는 지역, 기후, 환경 요소가 굉장히 다르고, 자원의 종류 또한 굉장히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피지만의 특별한 자원들이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아시아 국가들과 자원 개발 협력을 하는 데에 큰 메리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협력을 위한 제안을 한다면.
“한국과 피지의 협력이 더 활성화되자면, 정부 차원에서의 쌍방 협력 체계 구축이 우선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부 차원에서의 협력 계획이 확립된 뒤에야 세부적으로 다양한 계획들이 세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호주를 비롯한 다수 국가들이 피지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지금의 피지는 1990년대 아무 것도 모르던 태평양의 섬나라가 아닙니다. 피지는 현대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서 인터넷을 통한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현대 사회의 동향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피지와의 협력 관계는 도덕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착취가 아닌 진정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협력 관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국은 남태평양 국가에는 교통의 요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보다 교통 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음에도, 중국과 비교해 턱없이 미미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활성화되길 기대합니다.”⊙
지구를 인간의 몸이라고 가정해 보면, 투발루는 꼬리뼈 쯤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작아 그 존재가 느껴지지 않고, 언젠간 없어질지 모르는 곳.
투발루는 나우루와 함께 지구에서 가장 작은 나라의 하나다. 국토 면적은 약 26km².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서울시 마포구보다 작은 나라에서 평생을 보내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한국에 알려진 투발루에 대한 다소 빈약한 정보로는 그곳의 삶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마침 부산에 있는 부경대에서 투발루 공무원 두 명이 연수를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부경대는 지난 2012년부터 남태평양 각 나라 수산 관련 부처의 공무원들을 초청해 어업 관련 교육을 해 왔다고 한다. 1만명이 채 안 되는 투발루 국민 중 2명이 부산에 와 있다는데 가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연수가 끝나는 수료식 날 부산으로 내려갔다.
넬리와 빌리는 투발루의 수도 푸나푸티(Funafuti)에서 왔다. 30대 중반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이들은 인척 관계였다. 빌리는 넬리의 사촌과 결혼했다. 이들은 연신 서로의 사진을 찍어댔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반가우면서도 못내 아쉬운 눈치였다.
이들의 영어는 악센트 없는 완벽한 호주식 영어였다. 투발루에서의 삶에 대해 묻자 넬리는 이런 말을 했다.
“어디서나 삶은 비슷한 것 아닐까요. 단지 투발루엔 호텔이 단 1개 있고, 왜소증 환자는 2명, 택시는 3대 있다는 게 부산과 조금 다른 점이지요.”
완벽한 영어로 연신 자신의 나라에 대해 농담을 던지는 이들과 한참 대화를 나누고 헤어지자, 투발루라는 나라가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피지의 난디공항에서 체크인을 한 후 대기하는 곳에 딸린 조그만 면세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한 노신사가 초콜릿과 다른 과자를 거의 도매상 수준으로 사는 걸 보았다. 언뜻 봐도 100여 개는 되어 보였다. 눈이 마주치자 윙크를 하는 그는 후에 알고 보니 투발루의 국회의원 랜이었다. 투발루에서 딱 하루를 지내고 난 뒤 기자는 그가 왜 그렇게 많은 과자를 구입했는지 깨달았다.
쏠쏠한 수입을 가져다주는 또 하나의 효자 품목으로 ‘우표’가 있다. 1975년에 문을 연 투발루 우표국(Philatelic Bureau)은 1년에도 수십 종류의 우표를 발행한다. 이메일을 통해 전세계 우표 수집가들로부터 주문을 받는다. 매출은 1년에 1만 달러가량. 푸나푸티에 있는 우표국 사무실에 가면 실물 우표를 볼 수 있다. 단언컨대 우표국 사무실은 투발루에서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기자는 투발루에 머무는 동안 몇 번이나 우표국 사무실을 찾아갔다. 사방에 붙어 있는 우표들은 하나하나 상당히 아름다웠다. 가장 의아했던 것은 우표국에서 구입한 우표를 투발루 우체국에서 쓸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장식용 우표인 것이다. 우표국과 우체국을 찾아가 그 이유를 물었지만 담당자들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우표국에서 일한 지 이제 2년째라는 릴리는 “직원들도 잘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라고 답해 줬다. 또 한 가지 의문이었던 점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도안을 정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전세계의 갖가지 이슈와 인물들이 우표에 등장한다. 단골 등장인물은 영국 왕실 가족들과 교황, 엘비스 프레슬리, 마릴린 먼로, 마이클 잭슨 등의 스타들이다. 그 외 일본 예술 , 태국의 절,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일생, 우주 탐사 50주년, 미국 보이스카우트 100주년 등 갖가지 주제로 우표를 발행했다. 심지어 2002년에는 한국-일본 월드컵 공동개최를 기념하는 우표도 나왔다. 하나같이 투발루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주제들이다. 릴리에게 도안 선정 기준을 묻자 “마케팅 부서에서 그때 그때 주제를 정하면 영국에 있는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해서 그곳에서 인쇄를 한다”고 했다. 전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주제를 정한다는 말이다. |
투발루 현지 상권 장악한 중국인들
피지의 난디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푸나푸티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문제가 생겼다. 짐가방이 없는 거였다. 피지항공사가 무게 때문에 기자 일행의 짐을 아예 싣지 않은 것이다.
황당한 표정으로 공항에 서 있은 건 기자뿐만이 아니었다. 호주에서 온 공무원 제스(Jeth)도 마찬가지 처지였다. 공교롭게도 짐을 찾지 못한 건 한국인 3명과 호주인 1명, 즉 외국인뿐이었다. 항공사 직원에게 어떤 기준으로 짐을 선별해 싣는지 묻자 그저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다음 비행기로 짐을 가져온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짐을 실은 그 다음 비행기가 투발루에 도착하는 날, 기자는 피지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걸치고 있는 옷 한 벌, 그리고 충전기 없는 노트북 뿐이었다. 다행히 카메라도 갖고 있었다. 그 외 세면도구, 비상약품, 화장품, 여분의 옷 등은 모두 피지에 있었다. 4일 동안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공항 옆의 호텔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체크인 후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현지 상점을 순회했다. 현지의 잡화점이나 식당은 거개가 중국인들의 소유였다. 헌 옷 한 벌과 샌들을 우리 돈으로 4만원쯤 주고 구입했다. 이때 거슬러 받은 지폐와 동전이 인상적이었다. 투발루는 호주달러를 사용하는데, 섬 내부에서 하도 돌고 돌아서인지 지폐가 엄청나게 낡아 있었다. 동전은 수량이 모자라는지 자체 제작한 것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빌리와 넬리를 투발루에서 다시 만났다.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이들의 삶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빌리는 남태평양대학(USP)을 졸업한 후 뉴질랜드로 건너가 살다가 투발루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다. 뉴질랜드는 몇몇 남태평양 국가와 협정을 체결해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있다. PAC(Pacific Access) 프로그램이다. 2013년 기준으로 매해 키리바시와 투발루에서 각각 75명, 통가에서 250명을 추첨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지원자가 많은 건 물론이다.
뉴질랜드 이민을 꿈꾸는 투발루 사람들
빌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비자 연장이 안 돼 돌아왔다며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다. 그는 ‘기회’를 이야기했다.
“제 아들은 투발루 전체에서 상위 몇 명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해요. 뉴질랜드에서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하고 싶어요. 이곳에서 뭘 할 수 있겠어요?”
기후 변화로 인해 섬이 없어질까 봐 걱정이 돼 그런지 물었다.
“해수면 침식이 진행되고 있다는 건 알아요. 그렇지만 과연 섬이 가라앉는 날이 올까 크게 의식을 안 하고 사는 건 사실이에요. 그건 다른 투발루 사람들도 마찬가지일거예요. 게다가 투발루 사람들은 신앙심이 깊어요. 섬이 가라앉는 일이 없도록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하고 있어요.”
정작 투발루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크게 의식하는 것 같지 않다는 말은 투발루에 오기 전 한국에서도 들은 적이 있다. EBS의 김평진 PD로부터였다. 김평진 PD는 기후변화가 투발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투발루를 두 번 방문했다. 두 번의 방문 당시 같은 지역을 촬영한 화면을 함께 놓고 비교해 보니 해안선이 침식되고 있다는 걸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김 PD는 말했다.
“바다가 점점 더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 촬영팀이 가서 보니 한국에서 접한 정보와 그곳의 현실이 많이 다르더군요. 확인해 보니 가 보지 않고 지어서 쓴 듯한 언론 보도도 있었어요. 또 그곳 사람들의 생각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달라요. 가서 직접 보면 알아요.”
빌리의 말대로 투발루 사람들은 신앙심이 깊다. 거의 전국민이 기독교를 믿는다고 보면 된다. 조그만 나라에 온갖 종파가 다 들어와 있다. 장로교, 감리교, 제칠일안식교(Seventh Day), 모르몬교(Mormons), 여호와의증인(Jehovah‘s witness) 등이다. 각 교회는 초등학교 등 교육기관이나 자선단체를 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종교 간의 갈등은 없다고 한다.
일요일에 교회에 가는 걸 무척 신성시한다. 그날은 저녁 5시가 넘어야 가게 문을 연다. 식당의 영업도 저녁이 되어야 시작한다. 일요일 오전, 빌린 차를 타고 섬을 돌다가 기름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문을 연 주유소는 당연히 없었다. 이때 실력을 발휘한 것이 넬리다. 주유소 주인의 집으로 가서 불러 낸 다음 주유소 문을 잠시 열게 했다. 주유라고 해도 플라스틱 석유통 안에 든 기름을 깔때기를 이용해 차로 옮기는 식이다.
—대만이 투발루에 지원하는 금액은 얼마 정도입니까. “매해 500만 달러가량 지원해 왔고 2014년에는 750만 달러로 증액했습니다. 대만 정부는 투발루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야채를 키우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고, 젊은 층을 대상으로 오토바이 수리, 전자제품 수리, 요리, 수공예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중점 지원 분야가 있습니까. “교육 프로그램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어요. 물고기가 아니라 낚는 기구와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죠. 2008년부터는 투발루 젊은이들을 대만으로 초청해 장학금을 지급하며 교육을 받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미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어요. 교육과 함께 의료 분야도 중요한 협력 분야입니다. 투발루 사람들이 심각한 질병에 걸리면 대만으로 곧바로 이송해 치료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입니다.” |
인구 6200명, 폐쇄적인 사회
넬리의 유년기는 이웃나라 나우루의 드라마 같은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나우루는 인광석을 수출해 한때 엄청난 외화를 벌었던 나라다. 그 돈으로 여기저기 무분별하게 투자를 해 급기야 대부분의 투자금을 잃고 인광석마저 다 떨어져 지금은 외국의 지원을 받아 지탱하고 있는데, 넬리의 아버지는 나우루의 번영기에 그곳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거기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나는 돈이 없었지만 나우루 아이들은 현금을 많이 들고 다녔어요. 그 애들이 사 주는 간식을 먹으려고 열심히 따라다녔던 기억이 나요. 그때는 정말 대단했어요. 번쩍거리는 차들이 그 작은 섬에 즐비했으니까요. 밥은 다 중국식당에서 시켜 먹어서 성인병이 아주 흔해졌죠. 심지어 정부에서 청소하라고 가정부를 각 가정에 보내 주기도 했어요. 그곳이 망한 다음 우리 가족은 다시 투발루로 돌아왔어요.”
빌리와 넬리는 각각 7명과 6명의 아이의 아빠다. 투발루 사람들은 보통 20대 초반에 결혼해 예닐곱 명씩 아이를 낳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사촌 관계의 친척이 많다.
푸나푸티의 인구는 2012년을 기준으로 약 6200명이다. 기자가 투발루보다 먼저 들렀던 키리바시보다 훨씬 적은 숫자다. 그런데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은 키리바시보다 더 폐쇄적인 느낌이 들었다. 키리바시 사람들이 타인에게 개방적이고 친절했다면, 투발루의 사람들은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좀 더 심한 듯했다. 기자가 다가가 길을 묻거나 시간을 물으면 영국식 혹은 호주식 영어로 정중하게 대답은 할지언정 그 이상의 대화는 피했다. 단 한 명 친절한 여성을 만났는데, 그 여성은 키리바시에 입양되어 그곳에서 자라다가 성인이 되어 투발루로 돌아왔다고 했다.
지인을 통해 만났을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빌리를 통해 투발루에 있는 택시 3대 중 1대를 빌릴 수 있었다. 투발루에서 자동차는 굉장한 재산이다. 대부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투발루 사람들은 현대자동차 이야기를 많이 했다. 수상, 총독(Governor) 등 관료들의 차가 모두 현대자동차였다. 한국 정부가 공적원조(ODA) 차원에서 제공한 것이었다. 투발루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는 곳이다. 화려한 쇼핑몰은커녕 제대로 된 수퍼마켓도 없다. 그곳에서 며칠을 보내자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인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 줄지어 움직이는 모습이 기자의 눈에도 장관으로 보였다. 그곳 아이들이 일주일에 두 번 찾아드는 비행기의 착륙 모습을 보기 위해 매번 공항으로 몰려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그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면 깊은 우정을 나눠 주는 듯했다. 공항에서 투발루 사람 20여 명이 오랜 시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다. 이들은 푸나푸티에서 6년간 살았던 선교사 부부를 배웅 나온 사람들이었다. 가족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슬프게 울고 있었다.
왕세자 부부 방문 위해 2주간 청소
조그만 나라가 크게 들썩인 적이 한 번 있다. 2012년 9월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왕세자비 부부가 투발루를 방문했을 때였다. 투발루는 영연방에 속해 있다. 기자가 묵었던 호텔인 바이아쿠 라지 호텔에서 일하는 수스는 그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2주 동안 청소만 했어요. 길거리를 쓸고 닦고, 심지어 각 집에서 키우는 돼지들이 미관상 보기 흉하다며 공항 활주로 옆쪽에 돼지우리 군락을 만들었어요. 모든 돼지를 모아서 거기에 가져다놨지요. 그런데 왕세자 부부는, 막상 와서는 거리를 걷거나 하지 않더라고요. 초등학교를 방문하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예전에 심어 놓은 나무만 본 후 숙소로 쏙 들어가 버리더군요. 숙소는 원래 투발루에 하나뿐인 우리 호텔을 고려했던 모양이더라고요. 왕실에서 미리 나와서 점검을 해 보더니 도저히 안 되겠다면서 호주 군대의 주둔 기지로 숙소를 정하더군요.”
호텔 앞에는 새로 지은 듯한 깨끗한 건물이 있었다. 바로 투발루 라디오 방송국이다. 원래는 낡은 건물에 있었는데, 일본 정부가 건물을 지어 주고 최신 방송 기기도 구비해 주었다. 방송국장 멜라리 타아페(Taape)는 남태평양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피지에서 기자로 일하다 투발루로 돌아왔다. 지금은 방송국을 이끌고 있다.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의원과 흡사한 외모의 멜라리 국장은 기자의 어떤 질문에도 막힘 없이, 여유로운 말투로 답했다. 투발루를 떠나는 날 작별인사를 위해 방송국에 들렀다. 멜라리 국장은 보도 기사의 수정안을 허가받기 위해 국회가 열리고 있는 국회의사당에 간다고 했다. 투발루 언론은 정부를 비판할 자유가 없었다. 비행기 시간이 남아 있던 기자도 멜라리와 함께 갔다. 국회의 휴회를 기다리는 동안 멜라리에게 투발루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멜라리는 예의 그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뒤편의 코코넛 나무를 가리켰다.
“코코넛 나무는 하나도 버릴 데가 없어요. 코코넛 열매에 들어 있는 물은 훌륭한 음료수이고, 코코넛의 과육 부분을 말린 게 코프라예요. 그걸 빻으면 코코넛 가루가 되는데 그걸 끓이면 코코넛 밀크가 나오지요. 짜내면 코코넛 오일이 나오고요. 코코넛 껍질은 훌륭한 연료랍니다. 잎을 이용해 지붕을 만들었지요. 탄성이 강한 줄기는 작게는 빗자루부터 크게는 건축 재료까지 다양하게 쓸 수 있답니다. 투발루 섬에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린 게 바로 코코넛 나무이지요. 우리는 코코넛 나무와 함께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기후 변화 문제를 선진국들이 외면해 지원이 끊긴다 해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갈 수 있어요. 그것이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지요.”
기자가 던진 우문에 멜라리 국장은 긴 여운을 남기는 현답을 건넸다.
[인터뷰] 에넬레 소포아가 투발루 총리
에넬레 소포아가(Enele Sopoaga) 총리는 지난 2013년 8월에 취임했다. 영국 옥스퍼드(Oxford) 대학과 서섹스(Sussex) 대학에서 외교학을 전공했다. 그의 형 사우파투 소포아가 또한 투발루의 총리였다. 에넬레 총리는 “투발루의 자립성을 기르겠다”고 강조했다.—국정 전반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중시하는지요.
“투발루 스스로의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투발루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식량안보를 지키는 문제 등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적절한 훈련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교육과 훈련을 바탕으로 한 국가 내부의 경쟁력 강화, 또 이를 응용한 국내에서의 다양한 활동 등이 진행되어야 국제사회의 도움에만 매달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투발루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침식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제기해 왔습니다. 앞으로의 전망을 어떻게 합니까.
“어떤 면에서 보면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경제구조는 투발루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발루와 같이 기후변화로 인해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국가에서는 화석연료 외에 태양열 발전과 같은 다양한 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 유가의 상승은 세계인들의 관심을 재생에너지에 돌린다는 점에서 투발루에 좋은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기후변화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경우, 투발루 정부는 타국으로 국민들을 이주시킬 계획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지요.
“잘못된 정보입니다. 투발루는 절대로 우리 영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타국으로 이주하지 않을 것입니다. 유엔(UN) 모임에서 이 문제에 대해 꼭 언급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를 자연 재앙이라고 말하는데, 저는 기후변화가 사람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투발루에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예상보다 많아서 놀랐습니다.
“국민들이 교통수단을 선택하는 것은 각자 선택의 몫입니다. 물론 환경보전과 기후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태양열을 이용한 오토바이 이용 등을 장려하고 싶지만, 이런 고급 기술은 아직 투발루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화석연료와 오토바이에 대한 세금을 올릴 계획은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2011년부터 한-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는 등 남태평양 국가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일련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흔히 태평양 도서국과의 외교 관계는 원조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조금도 물론 중요하지만, 모든 파트너십은 상호 존중, 신뢰, 이해를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은 참 아름다운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부터 투발루와 한국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한국이 투발루뿐만 아니라 태평양 지역에서 펼치고 있는 여러 활동들은 태평양 도서국들에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이지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참가국으로서, 또한 반기문 UN사무총장을 통해 국제사회에 이바지하는 등 한국은 여러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요. 투발루는 한국 등 동양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문화가 중심이 된 발전을 이루고 싶습니다. 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는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태평양 지역의 지도자들을 한데 모아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지요. 이런 기회를 한국이 이끌어 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남태평양 도서국의 ‘큰형’, 피지
투발루를 떠나 도착한 곳은 피지. 경상도와 비슷한 면적을 가진 피지는 남태평양 도서국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이다. 남태평양 도서국과 관련한 여러 단체의 본부가 피지에 있고, 남태평양 지역의 고등교육을 총괄하는 남태평양 대학의 본부 격인 캠퍼스가 피지의 수도 수바(Suva)에 있다.
한국과는 1971년에 외교 관계를 맺었고, 1980년에는 대사관을 설치했다. 피지는 1975년 북한과도 수교를 했는데, 특이한 점은 1988년 KAL기 폭파 사건이 일어난 직후 북한과 단교를 했다는 점이다. KAL기 폭파 사건을 문제 삼아 북한과 단교한 국가는 피지 외에 라이베리아가 있다. 피지는 한국이 생산하는 K1, K2, K3 소총을 수입하는 등 군사적으로도 협력하는 나라다.
피지 시내를 돌아다니며, 또 피지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현재 피지의 발전상이 한국의 1970~1980년대와 흡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시기 한국에 박정희라는 지도자가 있었다면, 피지에는 조사이아 보레케 바이니마라마(Bainimarama) 수상이 있다.
바이니마라마 수상은 2006년 12월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1987년과 2000년 쿠데타 이래 세 번째 쿠데타였다. 바이니마라마의 쿠데타는 이전의 쿠데타와는 상당히 다른 성격의 쿠데타였다. 피지에는 원주민인 피지인들과 영국 식민통치 시절 인도에서 건너온 인도계 피지인들이 함께 살고 있다. 비율은 피지인이 약 56%, 인도계 주민이 38%가량이다. 그 전의 쿠데타가 피지 원주민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쿠데타였다면 바이니마라마의 쿠데타는 인도계 주민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며 일으킨 쿠데타였다.
피지의 ‘박정희’, 바이니마라마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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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지 난디 부근의 고급 휴양지 데나라우. |
군부 정권은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의 사회보장 장치도 정비했다. 이것은 곧 중산층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피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 대략 우리 돈으로 500만원가량의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통계에 따라 오차가 크지만 대략 3000달러가량 된다.
기자는 투발루 공무원들을 만났던 부경대의 남태평양 수산공무원 연수에서 피지 공무원도 만났다. 수산 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리키(Liki)다. 세 아이의 엄마인 리키의 집은 난디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라우토카(Lautoka)에 있었다. 기자는 리키의 집에서 묵으며 피지 현지인들의 문화를 체험했다.
리키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보조를 받아, 저렴한 월세를 지불하며 비교적 넓은 집에 살고 있었다. 피지에서 공무원의 위상은 높다. 리키는 남는 생활비를 저축해 집을 마련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동시에 할부 형태로 텔레비전과 소파 등 소비재들을 사 모으고 있었다. 리키는 라우토카 시장 한편의 전자제품 매장으로 기자를 데리고 가 자신이 사고 싶은 물건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모습은 지난 1980년대 한창 전자제품과 가구들을 차곡차곡 사들이던 한국의 중산층을 연상케 했다. 한국에서 사 온 중고 갤럭시 전화기는 리키의 보물 중 하나였다.
바이니마라마 수상은 정권을 잡은 직후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피지 사회에 만연한 뇌물 수수 등 부패를 없애겠다는 말이다.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있다.
반면 군부 정권에 대한 반발도 있다. 현재는 해제됐지만 쿠데타 후 한참 동안 이어졌던 ‘야간시간 통행금지’ 조치는 지금도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본질적인 갈등은 원주민들과 인도계 주민 사이의 미묘한 갈등이다. 지난 2012년 피지 정부는 이타우케(Itaukei)라는 용어를 원주민들을 지칭하는 말로 공식 채택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전에는 공식 문서에서 피지 원주민들을 ‘피지언(Fijian)’이라고 부르고 인도계 주민을 ‘인디언 피지언(Indian Fijian)’이라고 불렀다면 이제는 원주민은 ‘이타우케’, 인도계 주민은 ‘피지언’으로 불러야 한다는 이야기다.
기자가 피지에서 만난 원주민 중에는 이타우케라는 용어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마치 뉴질랜드 원주민들을 마오리족이라고 부르며 따로 관리하듯이, 이타우케라는 명칭 아래 정복당한 원주민처럼 다루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2012년 8월 27일 《피지타임스》에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는 ‘만약 이타우케라는 용어를 채택한 이유가, 피지언이라는 이름 아래 원주민들과 인도계 주민들이 통합되길 원하는 것이라면 마땅히 피지 문화와 언어에 대한 범국민적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이 실려있다. 이와 달리 이타우케 채택이 피지계 원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해석도 있다.
“이민은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지금 피지 경제가 발전하고 있긴 하지만 현지인들의 소비력이 아직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인구도 100만명밖에 되지 않지 않습니까. 기본적으로 규모가 작지요. 게다가 영어가 능통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뚜렷한 기술도 없이 무작정 건너오면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기술이 있으면 훨씬 유리하지요. 예를 들면 여기는 웅덩이가 많아서 차가 금방 망가지거든요. 자동차 정비 기술 인력이 필요한 이유지요.” 박 대표는 열악한 의료 수준도 문제라고 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병원은 무료이긴 하지만 의료 수준이 굉장히 낮아요. 수술 받고 죽었다는 얘기도 여러 번 들었습니다. 영리 병원은 수준이 높지요. 하지만 진료비가 굉장히 비쌉니다. 노후에 이민을 오면 의료 문제도 고려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민에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철저한 준비는 기본이겠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지 사람의 눈을 통해 피지인들을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피지 사람들은 철저하게 빌리지(Village) 문화를 따르거든요. 이 사람들은 직장보다 빌리지, 우리로 치면 가문, 친척 집단이 우선입니다. 빌리지에 행사가 있으면 직장도 제쳐두고 빌리지로 갑니다. 이런 문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피지인들 사이에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
쿠데타 이후 英연방에서 ‘왕따’
바이니마라마 정권의 ‘파병 비즈니스’에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로 피지 원주민들로 이뤄진 피지 군대는 시리아, 레바논, 골란 고원 등 국제 분쟁 지역에 단골로 참전하고 있다. 이로 인한 수입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병에 대해서도 찬반이 갈리는 듯했다. 기자가 만난 피지 원주민 중에는 가족 중에 군인이 있다며, “가족을 위험하게 하는 파병 비즈니스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바이니마라마 정권의 가장 큰 딜레마는 외교에 있다. 피지는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았던 영연방 국가다. 2006년 바이니마라마가 정권을 잡은 이후 영국과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은 민주 선거를 치를 것을 끊임 없이 요구해 왔다. 민주적인 선거는 계속 미뤄져 왔고 2009년 영연방은 피지에 대한 회원 자격을 정지했다. 태평양도서국포럼의 회원 자격도 정지됐다. 호주 정부는 한때 피지 럭비팀의 호주 입국도 금지하는 등 심지어 스포츠 분야에서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피지는 지리적으로 호주, 뉴질랜드와 가깝다. 역사, 문화적으로도 얽혀 있다. 각종 공산품에서 의료, 금융 서비스까지 호주에 기대고 있는 부분이 많다. 피지 시내 곳곳에는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이 자리하고 있고, 심각한 질병에 걸려 있는 응급 환자가 발생할 경우 호주나 뉴질랜드로 가는 수밖에 없다. 무상의료를 시행한 후 피지의 의료 수준은 급격히 후퇴했다고 한다. 수준 높은 의료 인력은 의대 졸업 직후 호주나 뉴질랜드로 빠져나가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이렇듯 아직 영연방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영연방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피지 정부에 접근한 것이 중국이다. 2006년 쿠데타 직후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중국은 피지의 상황을 존중한다. 다른 나라들은 피지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재고하길 바란다”는 논평을 했다. 이듬해 피지의 재무장관은 “피지는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를 친구로 여기고 있다. 우리는 더이상 호주와 뉴질랜드에 기대지 않을 것이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중국과 피지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지난해에는 시진핑과 바이니마라마의 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급기야 피지는 티베트 사태나 인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등 영연방의 대척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피지에 손 내미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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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심해저자원개발(KODO) 수바 사무소의 방장환 소장. |
두 번째는 피지에 묻혀 있는 풍부한 자원이다. 지하자원이나 수산자원뿐 아니라 해저자원도 포함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심해저자원개발(KODO) 프로젝트의 수바 사무소장을 맡고 있는 방장환 소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심해저 자원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민 박찬오씨는 “중국인들의 피지 진출 속도가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현지에 집이 매물로 나오는 족족 중국인들이 사들일 정도라고 한다. 기자도 피지 현지에서 적지 않은 중국인들을 만났다.
한국 정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피지대사관 철수도 고려했다고 한다. 수교를 한 지 40년도 넘었지만 지금까지도 변변한 대사관, 대사관저 건물 하나 없다. 매달 약 500만원의 월세를 지불하며 대사관저를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월세가 문제가 아니라 외교 관계에서의 상징성이 문제라고 현지 교민들은 지적했다. 제대로 된 관저가 없으니 대사관 차원의 파티나 행사도 호텔을 빌려 하는 판이라는 설명이다. 기자가 만난 교민들 대부분이 피지의 부동산 가격이 최근 크게 올랐다며 “진작에 사 놓았으면 좋지 않았냐”며 안타까워했다.
최근 피지 정부는 중국의 주선으로 북한과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이슈는 배제하고라도, 호주와 영국 등 현지 언론들이 드러내 놓고 ‘바이니마라마 정권이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는 현실을 참고해야 한다. 남태평양 지역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한 이유다.⊙
[인터뷰] 테비타 보세와콰 피지 국토부 차관
테비타 보세와콰(Tevita Boseiwaqa) 국토부 차관은 국방부와 산업부 등 핵심 부서에서 차관을 역임한 소위 ‘실세’ 차관 중 한 명이다. 바이니마라마 수상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에게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물었다.“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지요. 그 전에는 한국을 막연히 선진국 중 하나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가 보니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놀랄 만한 성장을 이룩한 나라였더군요. 이번 한국 방문은 피지의 발전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가장 크게 감명을 받은 부분은 뛰어난 국가 기반 시설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교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서울 등의 도시뿐 아니라 교외 지역의 도로와 거주 시설이 잘 개발된 것을 보았습니다. 도시와 교외 지역의 동반 발전이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한국 음식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국 다음에 방문했던 중국에서의 기름진 음식만 아니었다면 체중도 좀 줄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피지의 다양한 자원 중, 피지 정부가 중점적으로 개발하는 자원은 어떤 자원인지요.
“대부분 아직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첫째, 물자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물자원의 개발이 수동적으로, 필요로 하는 지역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물자원 개발을 위해 피지 정부가 직접적·능동적으로 나설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둘째, 산림자원입니다. 체계적인 조림 사업과 병행한 산림자원 개발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셋째는 유기농 농작물입니다. 얼마 전 수바 근교에 위치한 방가완이라는 섬에 다녀왔는데, 이 섬은 토양이 매우 비옥해 아무런 화학 비료 없이 유기농으로 키웠는데도 카사바나 타로의 작황이 마치 비료와 농약을 사용한 것처럼 좋았습니다. 피지에는 방가완처럼 비옥한 토양을 가진 지역이 많습니다. 아쉬운 점은 아직 이런 지역들 대부분이 휴지 상태입니다. 앞으로 유기농 작물 사업을 장려할 예정입니다.
넷째로, 해저 광물자원입니다. 이를 위해 피지 정부에서는 탐광허가증을 발급하고 있습니다. 다섯째로, 피지 정부에서는 다양한 해양자원 양식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굴, 진주조개 등을 비롯, 피지의 뛰어난 해양생태계를 이용한 다양한 양식 사업들이 가능합니다.”
—동아시아 국가들과 자원 관련 협력 현황은 어떠한지요.
“현재 자원 관련 협력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아시아 국가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피지와의 자원 협력에 높은 관심과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을 비롯한 타 아시아 국가들과도 협력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중국에 비해 많이 부족합니다. 동아시아 지역 외에도 말레이시아나 중동 지역 국가들과도 다양한 자원 개발 협력 사업들이 진행 중입니다. 아시아 지역과 피지는 지역, 기후, 환경 요소가 굉장히 다르고, 자원의 종류 또한 굉장히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피지만의 특별한 자원들이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아시아 국가들과 자원 개발 협력을 하는 데에 큰 메리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협력을 위한 제안을 한다면.
“한국과 피지의 협력이 더 활성화되자면, 정부 차원에서의 쌍방 협력 체계 구축이 우선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부 차원에서의 협력 계획이 확립된 뒤에야 세부적으로 다양한 계획들이 세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호주를 비롯한 다수 국가들이 피지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지금의 피지는 1990년대 아무 것도 모르던 태평양의 섬나라가 아닙니다. 피지는 현대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서 인터넷을 통한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현대 사회의 동향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피지와의 협력 관계는 도덕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착취가 아닌 진정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협력 관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국은 남태평양 국가에는 교통의 요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보다 교통 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음에도, 중국과 비교해 턱없이 미미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활성화되길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