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과학기술원·월간조선 공동기획 - 마지막 블루오션, 태평양 도서국 14개국 르포 ⑦ : 월간조선

키리바시로 향하는 보잉 737기는 만석(滿席)이었다. 피지의 난디 국제공항을 출발한 것은 지난해 12월 8일, 남태평양은 이미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의 영향권에 들어서 있었다. 타국에 나와 사는 사람들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고향으로 돌아간다. 기자가 탑승했던 피지항공(Fiji airway) 보잉 737-700 기종은 단·중거리용 쌍발 제트기다. 140여 명이 탈 수 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전용기와 같은 기종이다.

피지항공은 키리바시의 수도 타라와에 취항하는 유일한 국제 항공사다. 피지 정부와 콴타스 항공이 각각 지분의 51%, 49%를 소유하고 있다. 피지를 기반으로 남태평양 섬나라들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난디-타라와 노선의 기내 서비스는 기대 이상이었다. 3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승무원들은 끊임없이 왔다갔다하며 웃음 띤 얼굴로 물수건부터 시작해서 신문, 음료, 식사, 담요 심지어 입가심용 사탕까지 나눠주었다. 오렌지 주스를 거절하자 완벽한 영어로 3번째 권했을 때는 의아스럽기까지 했다. 기내 잡지에는 피지항공이 전 세계 소형항공사들을 대상으로 매긴 서비스품질 순위에서 5위 안에 들었다는 설명이 쓰여 있었다.

섬나라의 ‘보안 연극’

타라와의 국제공항. 피지의 난디 국제공항에서 타라와로 들어가는 비행편은 일주일에 2번 있다. 그때마다 공항은 바빠진다.

키리바시에서 같은 모텔에 묵고 있던 뉴질랜드인 IT 기술자에게 ‘피지항공의 서비스에 감탄했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기자가 직접 예약을 하지 않았기에 운임은 신경 쓰지 않았는데, 피지항공의 운임은 서비스가 나쁘면 안 되는 수준이었다. 3시간 비행거리의 이코노미 클래스 왕복 비행기표가 2043피지달러였다. 원화로는 128만원가량이다. 연말 성수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수준이다. 키리바시의 보통 사람들에게 제 나라를 벗어난다는 게 얼마만큼 어려운 일일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타라와 공항에 도착, 단층짜리 공항 건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공항에서 목격하리라곤 생각지도 않았던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짐 때문이었다. 공항 건물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능만 구비해 놓은 듯한 공항 건물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컨베이어 벨트를 둘러싸고 무표정으로 서 있는 승객들의 행렬 따위는 없었다.

비행기에서 내려진 짐이 벽에 뚫려 있는 구멍을 통해 말 그대로 날아들어 오고 있고, 승객들은 자신의 짐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짐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기자의 짐가방을 발견했다. 짐을 향해 몸을 옮기는 와중에 짐가방에 발이 걸려 수녀님 한 명을 밀어서 고꾸라뜨릴 뻔했고 키리바시인인 듯한 남성 승객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심하게 가격해 온 얼굴로 미안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더 심각한 관문은 따로 있었다. 지나치게 깡마르거나 비만 체형인 여성 직원 세 명 앞으로 짐을 찾은 승객들이 줄을 섰다. 이상하게도 중간 체형은 없었다. 가방 검사였다. 엑스레이 기계나 금속탐지기 따위는 없다. 직원들이 직접 일일이 가방을 열어 검사한다.

후에 투발루와 피지를 방문했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섬나라들은 검역에 신경을 많이 쓴다. 국토의 크기가 작을수록 정도는 더 심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섬나라는 폐쇄된 생태계이기 때문에 통제되지 않은 외래종의 반입이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이 나라들이 철저한 검사를 할 여력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쓰는 수법이 ‘서류로 을러대기’다. 입국 신고서에 반입 시 신고해야 하는 항목을 길게 적어놓고 큰 액수의 벌금으로 엄포를 놓는 식이다. 승객의 도덕성에 기댄다고 할까. 이 나라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안 연극(Security theatre)’인 셈이다. 신고해야 하는 항목에는 차(tea)도 있었다. 홍차 티백을 가지고 있던 기자도 잠깐 고민한 끝에 차 항목에 표시했다.

보안 연극은 ‘별다른 효과는 없지만, 사람들이 전보다 안전해졌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 일련의 조치를 시행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에드워드 펠턴(Felton)은 9·11사태 이후로 강화된 미국의 공항 입출국 수속을 보안 연극의 예로 들었다.

세 명의 공항 직원은 승객의 길고 긴 줄만 보고도 이미 지친 듯했다. 무기력한 표정이었다. 세 명이 300개가 조금 안 되는 짐을 일일이 검사할 수는 없다. 설사 기자가 한글로 ‘탄저균 샘플’이라 적어놓은 약통을 실어왔다 해도 그들이 그걸 발견해 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였다. 기다리는 외국인들 사이에 ‘복권에 당첨되면 키리바시에 엑스레이 탐지기를 기증하겠다’는 농담이 오갔다.

직원들은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급기야 가방 검사 없이 승객들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사실 검사를 해야 할 이유는 적다. 승객들은 이미 비행기를 타기 전 출국공항에서 까다로운 검사를 거쳤고, 아직까지 공중에서 망고 씨앗을 공급받은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망고 씨앗을 예로 든 이유는, 실제로 기자가 후에 투발루 공항에서 망고 열매는 씨앗 때문에 안 된다며 세관에 내어놓고 나가길 정중하게 요청받았기 때문이다.

산호가 만든 땅, 키리바시

키리바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환초(atoll)’를 알아야 한다. 환초는 둥근 원 혹은 둥근 고리 모양으로 생긴 산호초를 뜻한다. 환초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대략 이렇다. 바다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산 주위로 산호가 서식하기 시작해 산호초가 생긴다.

화산 활동이 끝나고 가운데 부분의 화산 지형은 서서히 가라앉는다. 종국엔 산호초만 남는데, 수명이 다해 죽은 산호가 모래로 변하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 형성된다. 환초의 흙은 물을 저장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흙 자체에 석회질 성분이 많다. 서식할 수 있는 식물이 제한된 이유다.

키리바시는 32개의 환초와 1개의 산호섬으로 이뤄져 있다. 육지 면적을 모두 합치면 811km2 가량 된다. 섬 중 21개 섬에만 사람이 거주한다. 섬들은 적도 부근에서 좌우로 넓게 흩어져 있다. 배타적경제수역(EEZ)의 넓이는 약 344만km2다.

32개의 환초는 3개의 그룹으로 나뉜다. 길버트(Gilbert) 제도, 피닉스(Phoenix) 제도, 라인(Line) 제도다. 수도가 속해 있는 길버트 제도가 중심 역할을 한다. 흔히 남태평양 국가를 분류할 때 쓰는 분류법을 적용하자면 키리바시는 멜라네시아, 마이크로네시아, 폴리네시아 중 마이크로네시아에 속한다.

키리바시의 수도 남부 타라와(South Tarawa)가 있는 타라와 환초의 지형은 특이하다. 한글 ㄴ자의 좌우를 바꿔놓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ㄴ자의 아랫부분이 남부 타라와다. 키리바시의 전체 인구는 2010년 기준 약 10만3천명인데, 이 중 절반가량이 남부 타라와에 거주한다. 남부 타라와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의 면적은 10.23km2다. 여기에 5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

섬의 왼쪽 끝에 있는 공항에서 30분가량 차로 달려 우씨레레이 모텔에 도착했다. 타라와에 있는 숙박시설 중 꽤 좋은 축에 속하는 곳이란다. ‘꽤 좋다’는 말은 적어도 식당에 쥐가 없고, 방안에서 도마뱀과 조우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의미한다.

짐을 풀고, 모텔 앞에 있는 2차선 폭의 도로(도로라고 부를 수 있다면)변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갔다. 일요일이었고 아무 약속도 없었다. 문득 한국인을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 전 키리바시에 거주하는 교민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났다. 출국 전부터 그분과 연락해 보려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나라 키리바시

국기를 살펴보면 키리바시라는 나라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다. 태양 위쪽으로 큰군함조(Frigatebird)가 날고 있다. 바닷새의 일종인 큰군함조는 자유와 힘을 의미한다. 태양에서 뻗어나오는 17가닥의 햇빛은 16개의 길버트 섬과 바나바 섬을 상징한다. 파란색 바탕에 있는 흰색 파도는 적도에 걸쳐 있는 키리바시를 의미한다.

키리바시는 지구상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나라다. 이 때문에 지난 2000년 1월 1일, 새로운 밀레니엄의 첫 일출을 보려 관광객들이 몰렸다고 한다. 한국과의 시차는 3시간이다.

타라와에서 한국인 찾기

무작정 도로변을 따라 공항과 반대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도로가 남부 타라와의 유일한 자동차 도로이자 메인 거리였다. 그 외에는 길이 없다. 얇고 길게 뻗어 있는 국토의 한가운데 길이 있고 그 양쪽 옆에는 주거지, 그리고 그보다 바깥에는 각각 한쪽엔 라군(Lagoon·석호), 다른 한쪽엔 대양이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차를 타고 달리면 약 2시간이 걸린다. 거리상으로는 짧지만, 도로 사정이 안 좋은데다 인도와의 경계가 전혀 없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없다. 군데군데 과속방지 스피드 범프도 있다. 원래 타라와 섬 자체는 일직선으로 연결된 모양이 아니었다. 줄줄이 늘어서 있는 여러 개의 섬이었는데 그 사이사이를 메워서 연결했다.

도로를 따라 걷다가 키리바시 여성 2명과 아이 하나가 길가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디 재밌는 데라도 가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저 점잖게 인사를 건넨 다음 이 길로 가면 뭐가 나오냐고 영어로 물었다. 키리바시는 영어와 키리바시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다. 그때까지 기자는 그 길이 타라와의 유일한 도로라는 사실을 몰랐다.

“여러 가지가 나와요.”

코코아색 피부의 여성이 답했다. 그리고 물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한국이라고 답하자, 유창한 발음으로 “오!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 인사를 기자에게 건넸다. 그 외의 한국어를 특별히 구사하는 것 같진 않았다.

문득 이 사람이라면 키리바시의 한국인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잽싸게 “혹시 키리바시에 한국인이 살고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고개를 잠깐 갸웃한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놀라웠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한국 여성이 있다는 거였다.

“이름은 노수미일 거예요. 병원에서 일해요. 저쪽으로 가다 보면 여호와의 증인 교회가 나오는데 그 뒤쪽 어딘가에 살고 있다고 들었어요.”

한국 여성이 키리바시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생각해 보면 현실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얘기였다. 키리바시에는 코이카(KOICA)는 물론 한국과 관련한 어떤 단체, 기업도 없다. 더구나 출국 전 외교부로부터 “글쎄요 키리바시에는 교민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들은 터였다.

그렇지만 완벽한 발음으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는 코코아색 피부의 미인이 ‘노수미’라고 이름까지 특정하며 얘기해 주니 믿지 않을 수 없다. 여호와의 증인 교회를 찾아 걸어갔다.

국민 대부분이 기독교 신자

학교도 가지 않고 폐철더미에서 하루를 보내는 아이.

키리바시에는 교회가 참 많다. 키리바시뿐 아니라 기자가 방문한 투발루, 피지 등 남태평양 국가에는 국토 전역에 걸쳐 교회와 성당이 빼곡했다. 종파도 다양하다. 가톨릭, 감리교, 침례교를 비롯해 제7일 안식일, 여호와의 증인, 모르몬교 등이 진출해 있다. 대부분 선교뿐 아니라 학교를 지어주는 등 구호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종파 간의 분쟁은 없고 각자 조용히 종교 활동을 벌인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국민 전체가 기독교 신자라고 보면 된다. 피지 등지에서 넘어온 인도계 사람들은 예외다.

여호와의 증인 교회를 찾았다. 코코아색 피부의 여성과 달리 영어를 그리 잘하지 못하는 남성이 교회를 지키고 있었다. 그에게 “한국 여성이 이 근처에 산다는데 아느냐”고 묻자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 아시아 여성은 없나요?” 묻자, 더듬더듬 대며 길 건너로 가보라고 답한다.

길 건너에는 우리로 치면 꼭 지하철역 매점처럼 생긴 자그마한 가게가 있었다. 길을 바라보며 가게를 지키는 50대쯤 되는 여성에게 근처에 사는 한국 여성을 아는지 물었다.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한국인은 없어. 일본 여성만 있지. 저 뒤쪽 집에서 살고 있어. 병원에서 일을 해.”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여성은 JICA(일본국제협력단) 봉사단원으로 체류 중인 일본인이었다. 이름은 ‘노수미’가 아닌 ‘준코’.

‘결국 한국인은 없는 거군.’ 가게 주인은 생각에 잠긴 기자에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한국이라고 답하자 “우리 성당의 신부님이 얼마 전 한국에 다녀왔는데”라고 아는 척을 했다. 지난 10월 한국을 방문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강연을 한 카이우에아 주교를 말하는 거였다.

후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쿠라렝가라는 이름의 이 주인장이 하는 얘기는 대부분 정확했다. 어떤 부분, 특히 일상생활에 관한 부분은 키리바시 정부 관리보다 더 명확히 알고 있었다. 어디에 뭐가 있고 이건 뭐고, 누가 어디에 사는지 쿠라렝가에게 물어보면 다 알 수 있었다.

쿠라렝가에게 어떻게 영어를 그렇게 잘하게 됐는지 물었다. 실제로 쿠라렝가의 영어는 매우 유창했다.

“학교만 제대로 다니면 영어 정도는 잘할 수 있지.”

“어떤 젊은이들은 영어를 잘 못하던데요?”

“학교를 제대로 안 가서지.”

쿠라렝가는 기자가 마음에 들었는지, 뜬금없이 내일 저녁 파티에 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남편의 50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파티란다. 일정을 확인하고 알려주겠노라고 답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갑작스런 생일 초대에 관해 골똘히 생각하며 모텔로 걸음을 옮겼다. 돌아오는 길, 길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고갯짓으로 아는 체를 해온다. 기자를 벌써 두 번이나 봤다는 의미다. 길이 하나뿐이고 게다가 좁기까지 하니, 안 마주치려야 안 마주칠 수 없다.

타라와를 돌아다니며 느낀 점은 평균적으로 사람들이 매우 친근하다는 점이다. 길에서 두 번만 마주쳐도 일단은 ‘경계할 필요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듯했다. ‘마우리(키리바시어로 안녕하세요를 뜻함)’라고 인사만 건네도 이웃 정도의 관계가 될 수 있다. 서슴없이 집에 놀러오라는 초대를 해온다.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Milgram)이 제시한 개념을 빌리자면, ‘친숙한 타인(Familiar Strangers)’에서 친구로 넘어가는 턱이 다른 사회에 비해 매우 낮은 듯했다. ‘친숙한 타인’은 서로 인사는 안 했지만, 출퇴근길 지하철 안이나 학교, 도서관 등 일상에서 자주 만나 얼굴은 아는 정도의 관계를 의미한다.

좌우로 길게 뻗은 특이한 지형 조건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또는 높은 인구 밀도와 섬이라는 폐쇄적인 지리적 조건 때문일 수도 있다. 여기에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아시아인에 대한 높은 관심도 이유의 하나일 게다.

기자가 키리바시에 있는 4일 동안 초대를 받아 방문한 집은 모두 3곳이었다. 기자가 한 일이라곤 그저 거리를 걸으며 눈이 마주치는 사람에게 “마우리!”라 외친 것뿐이었다.

1인당 국민 소득은 2461달러

키리바시의 전통가옥이다. 이 집은 바이리키 경찰서에서 일하는 경찰관 프랜시스의 집인데, 그는 부인의 분만을 기다리며 처가 옆에 딸린 전통가옥에서 임시로 살고 있었다.

모텔에 거의 도착했다. 바로 앞 도로에 한 무리의 경찰이 서 있는 게 보였다. 하는 양을 지켜보니 과속 단속 중이다. 스피드건도 들고 있다. 그런데 뻥 뚫린 도로변에 한 무리가 보란 듯이 서 있으면 어느 눈먼 운전사가 과속할까. 지켜보다가 다가가서 물었다.

“그렇게 서 있으면 너무 잘 보이잖아요. 숨어서 해야 하지 않을까요?”

멋진 선글라스를 낀 경찰관은 머리를 긁적대며 다른 젊은 경찰관에게 대신 답하라고 손짓을 한다. 젊은 경찰관의 이름은 프랜시스, 후에 이야기를 나눠보니 남태평양종합대학(USP)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다.

대학 졸업 후 백수 생활을 하다가 갓 경찰관이 됐다는 프랜시스는 ‘그냥 경고 차원에서 단속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줬다. 타라와에는 차가 많다. 키리바시 외교부 국장 앨버트 브레츠펠드(Brechtefeld)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나치게’ 많았다. 도로가 직선이고 인도와 경계가 없다 보니 인명사고도 심심치 않다.

스피드건을 들고 10분쯤 어슬렁거리던 경찰들은 이제 경찰서로 돌아간다고 했다. 별다른 할 일이 없는 기자도 이들과 함께 바이리키(Bairiki) 경찰서로 갔다. 남부 타라와는 16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는데, 바이리키는 이 중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서울로 치면 청와대가 있는 종로구와 행정기관이 있는 과천, 세종시, 그리고 종합경기장이 있는 잠실을 합쳐놓은 격이랄까.

물론 그 크기는 절대적으로 작다. 외교부 청사 바로 옆 건물이 대통령 집무실이고 그 옆 건물이 우체국이고 우체국 위층에는 해양수산부가 있고 그 건너편에는 스타디움이라고 불리는 운동장이 있는 식이다.

이 나라에도 범죄자가 있을까. 당연히 있다. 프랜시스의 말을 빌리면 대부분 술을 마시고 싸움을 해 잡혀온단다. 기자는 차를 타고 가다가 어떤 여성이 체포되어 경찰차로 끌려가고 그 뒤를 어린아이들이 울면서 쫓아가는 장면을 봤다. 프랜시스는 ‘대출을 못 갚은 사람’이라고 설명해 줬다.

“길가에 보면 대부업체 사무실이 많아요. 보통 사람들이 돈을 1천 달러 정도 빌리는데 못 갚으면 체포해요. 그런 경우엔 우리도 구금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키리바시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세계은행의 2012년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2461달러다. 전 세계 국가 중에서는 140위다. 타라와 사람의 절대다수는 빈민에 속하는데, 알고 보니 빈민 중에도 등급이 있었던 셈이다. 키리바시는 호주달러를 사용한다.

경찰서를 들어서니 입구의 2m쯤 앞으로 유치장 창살이 보였다. 유치장과 바깥 사이의 짧은 거리가 은유하듯, 감금하는 자와 감금당하는 자 모두 어딘가 느슨한 분위기다. 기자가 며칠 후 경찰서에 들렀을 때는 그 안에 갇혀 있는 남성이 기자를 손짓으로 불렀다. 다가가 귀기울이니 정수기에서 물 좀 떠다 달란다. 물을 달게 마시고 다시 자리에 눕는 그 역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다 잡혀온 사람이었다.

週當 300만원 매출 올리는 버스

타라와의 핵심 교통수단인 미니 버스의 내부 모습. 수입이 꽤 짭짤하다.

경찰서를 나와 다시 터덜터덜 천천히 모텔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모텔 앞에서 경찰차로 30분 가까이 달려온 걸 생각하며, ‘택시라도 잡아야 하나’ 고민하며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기자 앞에 낡디낡은 봉고차 한 대가 섰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열여섯이나 됐을까 어린 여자애가 문을 열고 몸을 내밀더니 “나바레바레!”라고 말했다.

무슨 말일까 전혀 짐작도 안 된다. 다만 그 말을 하는 어린 여자애의 표정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가식과 악의는 0.1%도 섞여 있지 않은 듯한 눈빛이었다. 순간적으로 ‘나바레바레가 주님의 은총이 함께합니다, 뭐 이런 뜻이 아닐까. 선교단체의 셔틀버스인데 태워주겠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무작정 타고 보니 분위기가 이상했다. 일단 차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엉덩이를 붙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태울 수 있는 만큼 다 태운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표정이 선교단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무표정했다. 주행 속도도 너무 빨랐다.

‘혹시 나바레바레가 원양어선에서 일할 생각없나요, 라는 뜻인데 덜컥 타버린 것 아닌가. 아니야, 운전석 위에 역도연맹 스티커가 붙어 있잖아, 스포츠인들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어.’ 혼자 중얼거리며 불안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는데, 가만히 보니 일정한 패턴이 보였다.

빠르게 달리다가 길가에 사람이 서 있으면 차를 세운다. 아까 그 소녀가 “나바레바레!”라고 외친다. 그러면 서 있던 행인은 뭐라고 얘기하며(나중에 알고 보니 마을 지명) 차를 탄다. 내릴 때는 하나같이 90센트를 낸다.

그렇다. 이 차는 일종의 버스였던 셈이다. 나바레바레는 공항 근처에 있는 마을 이름이었다. 그곳이 종점이니 가는 길이면 타라, 라는 뜻이었다. 현지인들이 ‘미니 버스’라고 부르는 이 버스는 타라와의 핵심 교통수단이다. 길가에 서 있으면 3분에 한 대꼴로 미니 버스가 경적을 울린다. 대부분이 낡디낡았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의자 쿠션이 다 터져 나무판자를 대신 대어놓을 정도다.

기자는 마침 잔돈을 안 가지고 있었다. 90센트짜리 버스를 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100달러짜리 호주달러가 다였다. 모텔이 가까워 오자 기자는 미안한 표정으로 안내원에게 지폐를 보였다. 모텔 프런트에서 잔돈을 얼른 빌려와 지불할 생각이었다.

잠시 후, 소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99달러10센트를 거슬러줬다. 기자는 거스름돈을 쥐고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우리로 치면 요금 900원짜리 버스 타면서 10만원 수표를 냈는데 9만9100원을 거슬러 받은 상황이다. 더 이상 미니 버스가 그렇게 낡아 보이지 않았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왔다갔다만 하는데 장사가 될까 싶지만, 알고 보니 미니 버스의 수입은 꽤 짭짤했다. 대개 운전사가 소유주인데 하루에 평균 500달러가량 번다고 한다. 일주일에 6일만 일해도 주당 3천 달러의 매출이다. 여자 ‘차장’은 이 중 70에서 80달러를 월급으로 가져간다. 차주 입장에선, 자동차를 구입하고 수리하는 데 큰돈을 투자해야 하지만, 결코 나쁘지 않은 수입이다.

기자는 키리바시에 머무르는 동안 미니 버스를 애용했다. 이번 취재에 동행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박흥식 센터장, 김선욱 연구원과 함께 움직일 때는 렌터카를 탔지만, 생일파티에 가는 등 기자 혼자 움직여야 할 때는 즐겁게 미니 버스를 탔다.

미니 버스 안에는 대개 음악이 흐르는데 운전사의 성향에 따라 장르가 다르다. 보통 하우스 리듬이 가미된 트로트 풍의 음악이다. 딱 한 번, 국회의원 연설 생중계를 틀어놓은 차를 탔다. 보기 드물게 나이 지긋한 운전사였다.

남태평양에 쏟아지는 각국의 지원

박흥식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센터장.

국회의원 연설 중계, 그렇다. 키리바시에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기자가 키리바시를 방문했을 때는 정기 국회가 막 시작했을 때였다. 2014년의 예산을 확정하는 중요한 회의였다. 각 섬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남부 타라와로 모여들었다. 회기는 2주가량 계속된다고 했다.

월요일이 되어 관청이 문을 열자마자 외교부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인 앨버트 브레츠펠드를 찾아갔다. 사전에 논의했던 아노테 통 키리바시 대통령과의 인터뷰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회기 때문에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일단 기다리라”고 말하는 브레츠펠드 국장 뒤로 그의 책상이 보였다. 단순한 모양의 오래된 듯한 책상이었다. 책상 위 한구석에는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화려한 문진이 놓여 있다.

그 모습은 남태평양 섬나라에서 고위 관료나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했다. 인구가 적은 섬나라라도, 엄연히 UN의 회원국이다. UN에서 투표가 시작되면 미국의 1표와 동일한 1표를 행사한다. 이들 나라가 보유한 총합 1천800만km2라는 방대한 넓이의 EEZ는 소위 ‘잘사는 나라’에는 중요한 요소다. 선진국이 섬나라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키리바시 외교부의 앨버트 브레츠펠드 아시아 태평양 국장. 일본 여성과 결혼해 일본에서 살다가 귀국해 키리바시 정치에 뛰어들었다.

남태평양 섬나라의 고위 관료들은 각종 회의나 포럼 등에 초대되어 일 년에 수차례 해외로 나간다. 다른 나라 관료들이나 기업인이 이들 나라를 찾는 경우도 잦다. 그러다 보니 자그마한 기념품 등을 자주 받는다. 이를테면 크리스털 문진이나 하회탈 같은 물건이다. 박 센터장은 마이크로네시아의 한 관리의 사무실에서 거북선 모형을 2개나 봤다고 한다.

키리바시에는 총 3곳의 외국 대사관과 1곳의 영사관이 있다. 뉴질랜드 대사관과 쿠바 대사관, 대만 대사관, 호주 영사관이다. 뉴질랜드와 대만, 호주가 얼마나 많은 지원을 하는지는 길거리만 걸어봐도 알 수 있다. 곳곳에 ‘이곳은 호주 정부의 도움으로 길을 재건하는 공사장이다’라는 등의 표지판이 걸려 있다.

기자가 머무를 당시 모텔에 숙박하고 있던 외국인 중 대다수가 이들 정부나 각종 국제기관에서 파견된 직원이었다. WHO에서 장애인 실태 조사를 위해 파견한 호주인도 있었고, 질병 예방 교육을 위해 뉴질랜드 정부에서 파견한 학자도 있었다.

나머지 외국인은 각종 부문에서 키리바시 정부와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온 랜은 IT 시스템 관련 업무를 위해 타라와에 머물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웰링턴에서 온 에릭은 키리바시 정부와 함께 세금, 회계 관련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중국 아닌 대만 인정하는 키리바시

재활용하기 위해 고철을 수집하는 곳. 뉴질랜드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곳이라 적힌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키리바시를 향한 원조의 손길을 논할 때 대만을 빼놓을 수 없다. 키리바시를 향한 대만 정부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키리바시는 ‘하나의 중국(One-China policy)’을 표방하는 중국이 아닌 대만을 인정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원래는 대만이 아닌 중국이 키리바시의 외교 파트너였다. 1980년 중국과 키리바시는 수교를 맺었다. 이후 23년간 지속되던 관계는 지난 2003년 막을 내렸다. 아노테 통 대통령이 중국과 관계를 단절하고 대만과 수교하겠다고 발표한 것.

중국에는 뼈아픈 손실이었다. 지난 1997년 중국은 키리바시 남부 타라와에 위성정보기지를 건설해, 운영하고 있었다. 중국의 국가 안보 전략에서 키리바시가 상당히 중요한 지역이었던 이유다. 중국이 이 타라와 위성기지에서 마셜제도에 주둔해 있는 미군기지의 움직임을 상시로 감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지난 2003년 10월 15일 발사에 성공한 중국 최초의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도 키리바시의 위성기지 덕을 봤다. 아이러니하게도 발사 성공 바로 다음 달 7일 키리바시는 중국과 관계를 끊었다.

중국 측은 아노테 통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3주간 설득했다고 한다. 설득은 실패했고 중국 외교관들은 철수했다. 의료 지원을 위해 파견돼 있던 의사 6명도 가차없이 본국으로 돌아갔다. 중국 대사관이었던 건물은 현재까지 폐쇄된 상태이며, 건물을 돌보는 중국인 3명이 남아 정원을 돌보고 건물을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언젠가 다시 중국 외교관들이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위성정보기지였던 건물은 대만의 국제협력개발기금(ICDF) 기술사절단(Technical Mission)이 쓰고 있다.

대만 기술사절단의 주 활동분야는 작물 재배, 물고기 양식, 가축 사육 분야의 기술 전수다. 통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위해 국회를 찾았을 때 대만 기술사절단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국회 건물 한쪽의 식당에서는 국회의원의 배우자들이 의원들을 위한 도시락을 만들고 있었다. 기술사절단 직원은 야채를 옮기며 그들을 돕고 있었다. 다가가 인사를 나누니, 대학을 졸업한 후 스스로 지원해 온 봉사자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도 대만의 지원은 이어진다. 키리바시뿐 아니라 남태평양 소규모 섬나라들의 의료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다. 기자가 취재한 결과, 파푸아뉴기니와 함께 남태평양 도서국의 두 축 중 하나인 피지마저도 상황이 열악했다.

대만 정부는 키리바시에서 심각한 질병에 걸린 환자가 발생할 경우 대만으로 날아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한다. 올해에는 그 예산을 대폭 늘렸다고 한다. 남태평양 국가들의 의사들을 초청해 자국에서 교육을 받게 하고, 의사들을 각 나라에 파견해 의술을 전수하기도 한다.

한국인 1500명 넋이 묻힌 베소

면담이 끝날 때쯤 브레츠펠드 국장에게 혹시 키리바시에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는지 물었다. 브레츠펠드 국장은 베소(Betio)에서 식당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쿠라렝가는 분명 기자에게 한국인은 없고 일본인만 있다고 말했다. 누구 말이 맞을까. 말이 나온 김에 브레츠펠드 국장과 함께 점심식사 겸 베소의 그 식당에 가보기로 했다.

베소는 타라와에서 가장 번화한 곳 중 하나다. 번화하다는 표현이 번쩍거리는 네온사인과 거리를 메운 사람들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각종 식료품을 갖추고 심지어 바비큐 그릴까지 파는 대형 수퍼마켓이 있고, 지폐가 가득 든 지갑을 든 여성이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찡그린 얼굴로 돌아다니는 풍경 정도로 풀어 말할 수 있다. 태평양에서 참치를 잡는 원양어선들은 이곳에서 쉬었다 간다. 원양어선이 정박하면 선원들이 거리로 쏟아진다.

그곳엔 일본 식당이 있었다. 간판은 일본 식당이지만 메뉴판에는 비빔밥부터 제육볶음밥까지 다양한 한국 음식이 있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 내외가 지난 2011년 9월 키리바시를 방문했을 때도 이곳에서 식사를 했다고 한다.

역시 쿠라렝가의 말이 맞았다. 한국 교민은 기자 일행이 키리바시를 방문하기 몇 달 전 키리바시를 떠났다고 한다.

비록 유일한 교민은 떠나고 없지만, 베소는 역사적으로 한국인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타라와 전투’가 일어났던 격전지가 바로 베소다.

1941년 12월 진주만을 공격한 일본군은 진주만 공습 직후 타라와를 점령했다. 미군과의 일전에 대비하며 일본군은 베소를 방어 요새로 바꿔놓았다. 미 군함의 상륙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했고 바리케이드도 쳐놨다. 해안포도 설치했는데, 이 해안포가 지금도 그 자리에 놓여 있다.

2년 후인 1943년 11월 20일, 미군이 베소에 상륙했다. 4일간의 전투는 말 그대로 ‘혈전’이었다. 공식 발표된 미군 측 사상자만 3407명이었다. 일본 측의 손실은 막대했다. 노무자를 합해 4700명가량이 사망. 전멸이었다.

이때 죽은 이 가운데는 징용으로 끌려온 한국인 노무자 1500여 명이 포함되어 있었다(수치는 통계마다 조금씩 다름). 한반도에서 태어나 멀고 먼 키리바시까지 끌려와, 일본군을 위한 방어 요새를 만들다 미군의 폭격에 의해 죽은 그들. 생각하면 ‘기구한 운명’이라는 상투적 표현밖에 나오지 않는다. 1991년 이들을 위로하는 위령비가 베소의 해변에 세워졌다. 위령비는 지금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말 일본 언론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신년 초에 남태평양의 2차 대전 격전지를 돌아볼 예정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 기사를 보며 만약 아베 총리가 타라와를 방문한다면 과연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여전히 존재하는 性매매

베소와 한국인의 가장 최근의 인연은 부끄러운 단어로 표현된다. 바로 ‘코레코레아’다. 한국인 선원에 몸을 파는 여자를 뜻하는 말이다. 지난 2005년 우리나라에도 이 사실이 알려져 한동안 회자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정부는 키리바시에서의 성매매가 적발되면 국내법을 적용해 처벌하겠다고 밝히는 등 비교적 강력하게 대응했다.

코레코레아는 아직도 있을까? 수스의 말에 따르면 여전히 있다. 수스는 베소에 있는 관광청 직원이다. 영어를 잘하고 관광과 관련한 각종 통계를 줄줄 왼다. 어느 사무실이나 한 명쯤은 있는, 밝은 표정으로 손님을 편하게 해주려 애쓰는 게 역력한 20대 청년이다.

“아직도 있어요. 이름만 바뀌었어요. 이제는 더 이상 코레코레아라는 말은 쓰지 않아요. 대신 ‘아이넨 마타와’라는 말을 쓰죠. ‘쉬운 여자’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네요.”

어떤 여성들이 주로 ‘아이넨 마타와’가 되는지 물었다.

“글쎄요. 주로 가족에게서 외면받은 여성들인 것 같아요. 기댈 데가 없는 여성들이라고 할까요. 사실 아이넨 마타와를 매춘으로 보기도 좀 모호해요. 선원들이랑 어울리는 거예요. 그 대가로 돈도 받고 술도 얻어 마시고, 이런 건데 100% 매춘이라고 보기도 애매한 거죠. 과연 돈만을 위한 건가,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거든요.”

아이넨 마타와에 대해 키리바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수스의 말이다.

“키리바시는 기독교 국가예요. 가족 중에 아이넨 마타와가 있다, 그러면 엄청나게 욕하겠죠. 그렇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그녀가 가져오는 음식으로 맛있게 식사를 할 걸요.”

생각에 잠겨 있는 기자를 보며 수스가 덧붙였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어요. 그냥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기독교와 현지문화 섞인 생일잔치

쿠라렝가의 가족. 생일 케이크를 앞에 두고 포즈를 취했다.

쿠라렝가의 초대에 응하기로 했다. 파티 시작 시각이 좀 애매하긴 했다.

“원래는 7시인데 키리바시 시각이니까 8시로 봐야지.”

저녁때 오겠다며 쿠라렝가에게 시작 시각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알고 보니 ‘키리바시 시각’은 흔히 말하는 ‘코리안 타임’과 같은 의미였다.

8시에 맞추어 갔다. 집은 조용했다. 사람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시 돌아나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어둑어둑한 마당 한 켠에 앉아 있던 쿠라렝가와 눈이 마주쳤다. 쿠라렝가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흰머리가 많이 섞인 진회색 머리카락도 곱게 빗어 귀 뒤로 넘겼다. 쿠라렝가의 몸집이 그렇게 큰지 그때야 알았다. 어둠 속 흰색 원피스가 웨딩 드레스처럼 빛난다. 쿠라렝가가 담배를 든 손을 흔들며 기자를 부른다. 그 옆에는 남자와 여자가 대여섯 명가량 평상 위에 앉아 있었다. 쿠라렝가가 연방 내뿜는 담배연기 냄새를 맡으며 파티가 시작하길 기다렸다.

잔치는 9시가 넘어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꽤 흥미로웠다. 어떤 식인가 하면, 일단 진행을 하는 사회자와 대여섯 명으로 이뤄진 악대가 있다. 벽 쪽에는 ‘50번째 생일 축하!’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그 앞에 놓인 소파에는 생일 주인공이 앉아 있다. 그 앞 부분을 춤을 출 수 있을 만큼 비워두고 그 공간을 둘러싸며 손님들이 열을 지어 앉는다. 그냥 바닥에 앉는다. 한쪽엔 의자가 놓여 있다.

전체적인 프로그램은 기독교식이다. 생일을 맞은 걸 감사하는 사회자의 기도로 잔치가 시작하고, 끝날 때도 다 같이 기도를 한다. 중간중간엔 다양한 순서가 마련돼 있다. 이 부분이 흥미롭다.

일단 현지 여인들의 집단 군무가 있다. 전통 춤이다. 하와이안 댄스와 비슷한 춤을 추며 주인공에게 생일 케이크를 가져다준다. 어린 소녀가 독무를 추기도 한다.

기자는 무대(어쨌거나 무대의 기능을 하고 있었다) 옆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일종의 VIP석이었다. 기자 옆에는 아미트와 그의 부인,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들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쿠라렝가의 집에 세들어 사는 임차인 가족이다. 피지에서 건너온 인도계 피지인들이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은 대략 50여 명 정도였다.

생일잔치에 차려진 음식들. 주로 빵나무 열매와 타로 등을 이용한 요리다.

아미트에게서 쿠라렝가의 가족, 그리고 2시간이나 늦게 시작한 생일 파티의 배경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쿠라렝가는 상당한 부자였다. 그 작은 매점 뒤에 드문드문 세워져 있는 5채의 집이 모두 쿠라렝가의 집이란다. 2채를 쿠라렝가의 가족이 쓰고 3채는 세를 주고 있는데, 한 채당 월세가 1천 달러, 우리 돈으로 100만원가량이라고 아미트는 가르쳐줬다. 다른 집보다 100~200달러 더 비싸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쿠라렝가의 집은 신식으로 깨끗하게 지어서인지 주로 파견 나온 외국인들이 살고 있었다. 아미트 또한 피지 본사에서 일하다가 키리바시 지사로 파견 나온 회사원이다. 일본인 준코도 그 집에 세들어 살고 있었다.

갑자기 쿠라렝가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 기자는 급히 아부를 해보았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온 걸 보니 쿠라렝가 씨는 좋은 사람인가 봐요”

쿠라렝가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호탕하게 웃었다.

“잠깐은 좋은 사람이고 대부분 시간엔 나쁜 사람이지.”

키리바시 여인들의 춤을 보며 생일 주인공인 쿠라렝가의 남편이 연방 눈을 껌벅댔다. 간간이 눈물을 훔치는 듯했다. 그의 옆에는 목발이 놓여 있었다. 아미트는 주인공이 오토바이 사고로 왼쪽 발목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모텔에서 만난 WHO 직원에 따르면 키리바시 전역의 장애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약 15% 수준이란다. 아마 주인공은 그 15% 중 가장 행복한 축에 속하는 장애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 또한 쿠라렝가처럼 줄담배를 피웠다. 울다가 담배를 피우고 다시 박수를 좀 치다가 담배를 피우는 식이다. 키리바시에서 줄담배는 부의 상징이다. 담배 1갑의 가격이 7.3달러, 7천원가량. 기자가 수퍼마켓에서 담배 가격을 물었을 때, 1개비의 가격을 알려줘서 당황했다. 주로 개비로 파는 듯했다.

기자에게는 약간 다행이었다. 생일선물을 급하게 어디서 사야 할지 몰라 인천공항에서 구입한 담배를 선물로 가져간 참이었다. 쿠라렝가와 그 남편은 피우고 있던 담배를 악대에게 휙 던진 뒤 기자가 가져간 팔리아멘트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타라와에서는 집집마다 마당에 돼지를 묶어 놓고 키운다. 잔치에 돼지고기가 없으면 제대로 된 잔치로 치지 않는다고 한다.

참석자들 앞에는 카바(Kava)가 놓여 있었다. 카바는 후추나뭇과 나무의 뿌리를 말린 다음 갈아서, 그 가루를 물과 섞어서 만드는 음료다. 일종의 진정, 마취 작용을 한다. 키리바시에선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전량 피지에서 가루를 수입해 각각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마시면 편안해지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신이 몽롱해진다고 하는데 이런 느낌을 ‘카바 필(Kava feel)’이라 표현한다.

카바를 전문적으로 파는 카바 바(Bar)도 있단다. 술집과 비슷한데 가장 큰 차이점은 난동부리는 취객이 없다는 점이다. 공통점은 바텐더에게 팁을 준다는 것과, 대리 운전이 있는 점이다. 카바를 마시면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필히 대리 운전을 불러야 한다.

기자도 카바를 마셨다. 인삼가루를 탄 물과 비슷한 맛이었다. 뒷맛이 약간 쌉쌀하고 마실 만했다. 200ml쯤 마시니 혀끝이 경미하게 마비되는 듯했다. 그 후로도 계속 마셔봤지만 안타깝게도 카바 필을 느낄 순 없었다.

“충분히 마시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아미트의 아내가 말했다. 더 마시고 싶었지만, 음식을 먹어야 했다.

잔치 음식은 꽤 풍성했다. 빵나무 열매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음식이 많았다. 굽거나, 쪄서 으깨거나 튀기거나 하는 식이다.

또 한 가지, 돼지고기 요리를 빼놓을 수 없다. 키리바시 사람들은 잔치에 돼지고기가 빠지면 안 된다고 여긴다. 잔치를 대비해 집마다 돼지를 기른다. 길을 걷다 보면 목에 줄이 묶인 채 길가에서 뒤뚱거리며 행인을 바라보는 새끼돼지를 수도 없이 볼 수 있다. 어떤 돼지는 눈이 마주치면 꼬리도 흔든다. 개가 흔드는 것과 같은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돼지는 키운다.

남태평양에 눈길 돌린 일본

갑자기 빠른 비트의 댄스 음악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10대 후반, 많이 먹어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들이 주인공 앞에서 춤을 춘다. 브레이크 댄스였다. 언뜻 봐도 연습을 상당히 많이 한 듯 보였다. 쿠라렝가는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작년에 말이지. 키리바시 전국 댄스경연대회에서 2등 한 아이들이야. 저 중에 파마 머리가 내 아들이고.”

고조된 분위기는 갑자기 등장한 일본인들로 인해 더 달궈졌다. 준코를 비롯한 JICA 단원들이었다. 키리바시에는 5명의 JICA 봉사단원이 있다. 세입자 준코와 함께 잔치에 참석한 모양이었다. 이들은 기자가 어떻게 쿠라렝가와 알게 되었고, 심지어 생일 잔치에까지 참석했는지 매우 궁금해했다.

단원들은 전통 의상을 갖추고, 이마에는 히노마루(일본 국기에 있는 태양 모양의 무늬)가 그려져 있는 띠를 두르고 일본의 전통 춤을 췄다. 물고기를 잡는 동작을 표현한 춤이었다. 이들의 등에는 ‘Dai Nippon(대일본·大日本)’이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다.

바이리키에서 베소로 가는 길에 본 초등학교가 생각났다. 초등학교의 이름은 ‘대일본초등학교’였다. 초등학교는 겉에서 보기에도 시설이 매우 좋아 보였다. 어떻게 ‘대일본’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바다를 메우고 베소로 가는 도로를 닦은 회사가 ‘대일본건설’이었다.

키리바시를 향한 일본의 손길은 은근하면서도 전방위적이었다. 후에 기자가 투발루와 피지에 머물렀을 때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중국처럼 경기장을 지어준다거나 엄청난 금액의 차관을 제공한다거나 하진 않지만, 필요한 부분에 적정수준으로 지원을 해주는 듯 보였다.

키리바시의 예를 들면 기존에 있던 종합병원에 새로 최신식 건물을 지어주거나 베소로 가는 길을 완벽하게 닦아주는 식이다. 기자는 키리바시 사람들이 병원 얘기를 할 때 ‘일본이 지어준 병원이지’라며 일본을 거론하는 걸 여러 번 들었다. 베소로 가는 길은 통행료를 받아도 별 불만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잘 닦여 있다. 실제로 통행료를 내야 한다.

일본은 키리바시의 전기 문제 완화에도 도움을 줬다. 전기 수급은 키리바시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지난 2004년 일본은 약 135만 달러를 들여 타라와의 전기발전소를 보수해 줬다.

일본 외무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2011년 한 해에만 약 400만 달러 상당의 공적개발원조(ODA)를 키리바시에 제공했다. 한국의 경우, 같은 해 양자 간 ODA를 기준으로 오세아니아 지역에 있는 국가에 제공한 걸 모두 합쳐야 400만 달러가 조금 넘는다.

남태평양 기후변화 논의에서 중심 역할 담당

해안가에 심어진 맹그로브 나무는 해수면 상승에 의한 침식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타라와에서의 4일은 생각보다 빨리 흘렀다. 공항으로 향하는 자동차 안, 차창 밖으로 맹그로브(Mangrove)의 행렬이 보였다. 홍수림으로도 불리는 맹그로브는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 대처법을 논의할 때 꼭 등장하는 나무다.

염분이 있는 물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해안가에 식재해 숲을 조성하는 데 쓰인다. 바닷물 아래 맹그로브가 튼튼히 뿌리를 내리면 그 위로 퇴적물이 쌓인다. 무성하게 우거지면 방풍의 기능도 한다. 여러 면에서 유용한 나무다.

키리바시는 기후변화 문제 논의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아노테 통 대통령은 기후 변화 때문에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피해를 보는 문제를 제일 먼저 제기하고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울리는 국가 지도자 중 한 명이다.

타라와에 며칠 머무르는 것으론, 해수면 상승 문제를 온전히 관찰할 순 없다. 심지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해수면이 조금씩 조금씩 상승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당장 먹을 걸 사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한다.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이 초래한 문제를 더 확실히 볼 수 있는 곳은 타라와의 빈민촌이다. 이미 정상적인 인구밀도를 넘어버린 그곳에는, 주거지가 침식된 탓에 다른 섬에서 타라와로 건너오는 가족의 숫자가 자꾸 늘고 있다.

기자는 타라와를 떠나기 전날 밤, 빈민촌에서도 끄트머리쯤에 사는 펠레니의 집에 갔었다. 맹그로브 나무를 보며 펠레니와 그녀의 동생들을 생각했다. 가난 때문에 학교도 못 다니는 열여섯 살짜리 소녀의 앞에는 어떤 길이 펼쳐져 있을까. ‘기후 난민(Climate change refugee)’이 되어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도는 신세가 되어버리진 않을까.

이제 막 심은 듯한 작은 맹그로브 나무들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물 위에서 가지를 흔든다. 인간은 혼자서는 약하지만, 함께라면 강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떠나는 이들을 생각에 잠기게 하는 맹그로브 숲의 풍경. 맹그로브 나무가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흔히 ‘희망’이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터뷰] 아노테 통 키리바시 대통령

“한국, 충분한 지원 하고 있지 않다”

아노테 통 대통령(사진)은 11년째 키리바시를 이끌고 있다. 2003년 처음 당선되고 2012년 3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이 마지막 임기다.

통 대통령은 태평양 도서국의 기후변화 문제 논의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지난 12월 10일 국회의사당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통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인류 전체의 도덕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김선욱 연구원의 통역으로 진행됐다.

—한국에도 태평양 도서국이 겪는 기후변화 문제가 많이 소개됐습니다. 키리바시는 어떤 식으로 이에 대처하고 있는지요.

“인터뷰에 오기 직전 국회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기후변화는 국제사회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대처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돌아가신 넬슨 만델라를 생각해 보십시오. 자기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기후변화가 도덕적인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고 국제사회에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국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나요.

“1980년대 한국에 처음 갔습니다. 그때는 통금도 있었고 우리가 지금 아는 나라와 완전히 다른 나라였지요. 정말 큰 발전을 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발전 모델은 서구열강의 모델과는 전혀 다르지요. 이 차이가 세계 경제의 축을 바꾸는 데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한국은 그동안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룬 데 비해, 키리바시나 다른 태평양 도서국가와 협력하는 데 있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부터 태평양외교장관회의, 태평양 도서국 고위관리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등 한국정부는 남태평양국과의 교류 협력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투자를 안 하는 건 아닌데, 한다고 하기엔 너무 미약한 수준으로 하고 있어요. 더 능동적으로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남태평양에서의 존재감을 더 키워야 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한국과 키리바시 간의 합작 사업이 수산업 부문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키리바시에 돌아오는 이득은 5~8% 수준입니다. 공정한 수준에서 키리바시에 이득이 좀 더 배분된다면 좋겠습니다.”

—지도자로서 목표가 있다면.

“수산업 참여국들 사이에서 이득이 공평히 배분되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래야 회복 탄력성을 가질 수 있겠지요. 예를 들면 수산업 분야에서 후처리 과정에서 합작 사업을 하는 게 예가 될 수 있겠지요.

저는 한국같이 일을 열심히 하는 국가도 굉장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삶의 질을 높이는,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발전도 중요할 겁니다. 그것이 저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