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5월에 무기휴회(無期休會)되었던 미소(美蘇)공동위원회는 하지 사령관과 치스차코프 북한 소련군 사령관의 편지 왕래를 거쳐 1947년 3월의 모스크바 4개국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마셜 신임 미(美) 국무장관과 몰로토프 소련 외무장관 사이의 편지 교환을 통하여 5월 21일 서울에서 재개되었다.
총선거를 통하여 남한에 독립과도정부를 수립하려는 이승만과 대한민국임시정부 봉대(奉戴)을 고집하는 김구 그룹의 알력은 급격히 심화되었다.
미소공위가 시작되자 이승만과 김구는 임시정부 봉대문제를 접어두고 미소공위를 저지하기 위하여 협력했다.
미소공위가 순조롭게 진행되자 우익반탁 진영은 미소공위 참가파와 불참파로 분열했다. 한독당(韓獨黨)은 세 당(黨)으로 분립되었다.
한민당(韓民黨)이 미소공위에 참가하자 이승만은 크게 분격했다.
이승만과 김구는 6월 23일에 전국에 걸친 반탁(反託)시위 운동을 주도했다. 하지가 이승만과 김구에게 테러와 암살 계획은 중지하라고 경고하자, 이승만은 하지의 정책은 미국정부의 정책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다급해진 하지는 미 국무부에 이승만의 성명에 대한 반박성명을 발표해 달라고 요망했다.
1. 제2차 美蘇共委員會에 참가 거부
“국부 이박사 외교성공 만세(國父李博士外交成功萬歲)” 등의 축하광고가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등 이승만의 방미외교 성과에 대한 열광은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1년 만에 재개된 미소공동위원회를 둘러싸고 지레 펼쳐진 좌우익 정파들의 하릴없는 권력투쟁으로 1947년 여름 내내 온 나라가 다시 한번 광기의 불가마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이승만과 김구는 다 같이 정치적으로 큰 위기를 겪었다.
1946년 5월 6일에 무기휴회로 들어갔던 미소공위는 1947년 4월 21일에 서울에서 재개되었다. 미소공위를 재개하기로 최종 합의한 것은 1947년 3월 10일부터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4개국 외무장관회의에 참석한 마셜(George C. Marshall) 미 국무장관과 몰로토프(Viacheslav M. Molotov) 소련 외무장관의 편지교환에 의해서였다. 그때까지의 경위를 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와 맥아더가 마셜에 건의
미소공위가 무기휴회한 뒤로 하지 장군은 북한의 치스차코프(Ivan M. Chistiakov) 소련군 사령관과 미소공위 재개문제에 관한 편지를 교환하고 있었는데, 1947년 1월 11일에 이르러 1946년 11월과 12월에 마지막으로 교환한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1) 이 편지가 공개되자 조속한 독립정부 수립운동을 벌이고 있던 우익 정파들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 장군은 국무장관이 경질되는 시점인 1월 20일에 맥아더 장군에게 앞으로 2개월 이내에 미소공위를 속개하거나 정부차원의 어떤 ‘적극적인 행동’이 취해지지 않으면 아마도 미국은 한국에서 자신의 임무를 완수할 기회를 잃게 되고 그 결과 폭동이 일어날 위험성이 증대될 것이며, 한국인들의 신뢰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보고전보를 쳤다.
그런데 평소에 한국사정에 관한 하지의 보고를 국무장관에게 전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 않던 맥아더가 1월 22일 오전에 하지의 이 전문을 마셜에게 타전하고 나서 오후에 따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전보를 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 전문에서 맥아더는 한국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네 가지를 건의했다. 그것은 (1) 모든 한국문제를 유엔으로 이첩하거나 (2) 현존하는 한국문제를 조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안을 권고할 목적으로 이해당사국 아닌 국가들을 포함한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미국정부가 요청하거나 (3) 모스크바협정 제3항 한국 조항의 의미를 명확하게 실행 가능하도록 하기 위하여 미국, 영국, 중국, 소련 정부의 회의를 소집하거나 (4) 하나의 독립국가로 만든다는 계획에 따라 한국이 하나의 정치적 및 경제적 단위로 성공적으로 발전하는 데 장애가 되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미소 간의 최고위급 회담을 개최하는 것이었다.2)
맥아더는 이처럼 하지가 강조한 미소공위의 재개문제보다도 한국문제를 유엔에 이첩하는 방안을 맨 먼저 꼽았는데, 그것은 방미길에 도쿄(東京)에 들렀던 이승만의 주장이 일정하게 반영된 것일 수 있다. 앞에서 본 대로 이승만은 이때에 맥아더의 오른팔인 맥아더 사령부의 정보참모장 윌로비(Charles A. Willoughby) 장군과 점심을 같이 하며 대화를 나누었고, 맥아더 장군도 만났다(《月刊朝鮮》2011년 12월호,<訪美外交로 國內政派들 제압> 참조).
國務部와 陸軍部는 美蘇共委에 기대 안해
미 국무부 극동국장 빈센트(John C. Vincent)는 1월 27일에 신임 마셜 장관에게 하지와 맥아더의 건의를 검토하면서 한국문제에 대한 미국정부의 대응책을 건의하는 비망록을 제출했다. 빈센트는 한국의 독립을 준비하기 위하여 남북한을 통한 행정기구를 수립하는 문제는 미국과 소련의 합의에 달렸고, 맥아더의 처음 세 가지 사항은 원칙적이고 또 바람직하기는 하나 현실성이 없다고 했다. 미국과 소련 사이에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를 관여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진전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맥아더의 네 번째 건의사항, 곧 미소 간 최고위급 회담의 개최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 반년 동안 하지가 미소공위의 재개를 소련쪽에 요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가 없는데, 또다시 미국쪽이 정부간 접촉을 촉구하더라도 바람직한 성과는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보다도 그러한 미국정부의 행동이 거꾸로 소련쪽에 미국이 한국에 대한 책임을 빨리 정리하고자 하는 노력의 표시로 잘못 해석될지 모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소련이 정부 간 접촉을 해오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빈센트는 건의했다. 그리고 그것이 모스크바협정의 범위 안이건 그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건 소련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빈센트는 소련의 제의를 기다리는 동안 국무부는 한국의 내년도 구제 및 복구비 예산을 의회로부터 획득하기 위하여 전쟁부(육군부)에 협력하는 한편, 현재의 예산이 의회에서 승인된 뒤에는 육군부의 예상보다 더 확대된 계획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한국을 위한 5,000만 달러의 ‘특별교부금(Grant in Aid)’을 입법화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3)
마셜은 빈센트의 건의를 받아들여 1월 29일 그에게 남한의 한정적 정부(definite government)를 조직하고 그 경제를 일본경제와 연결시키는 정책초안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마셜은 또 육군부에 한국을 위한 ‘특별교부금’ 지출을 국무부가 지원하겠다고 알렸다.4)
같은 날 열린 국무부, 육군부, 해군부 장관회의에서 육군장관 패터슨(Robert P. Patterson)은 육군부가 당면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유일한 문제는 한국문제라고 말했는데,5) 그것은 위에서 본 하지의 보고전문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6)
韓國문제에 대한 特別部間위원회를 설치
마셜 국무장관과 패터슨 육군장관은 2월 7일에 앞으로의 대한정책에 관하여 두 장관에게 제출할 건의를 준비할 기구로 두 부의 고위관리로 구성되는 ‘한국문제에 대한 특별부간위원회(The Special Interdepartmental Committee on Korea)’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7)
특별부간위원회는 예산국의 웰던 존스(J. Weldon Jones), 국무부의 극동국 부국장 펜필드(J. K. Penfield), 미소공위 수석대표였던 아널드(A. V. Arnold)로 구성되었다. 특별부간위원회는 서둘러 한국에 대하여 앞으로 미국이 취해야 할 행동요강을 작성했다. 토의에는 전 국무차관 그루(Joseph C. Grew)도 참가했다. 특별부간위원회가 보고서 작성을 서둔 것은 3월 10일부터 열리는 모스크바의 4개국 외무장관회의에 참가하는 마셜 장관의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리하여 2월 25일에는 장문의 보고서 초안이 두 장관에게 제출되었다. 이 보고서 초안은 이 시점에서의 미국정부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종합적으로 집약한 것이어서 꼼꼼히 톺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
보고서 초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미국에 대한 한국의 중요성을 평가한 부분이다. 초안은 먼저 남북한의 현상을 설명하고 나서 한국의 중요성을 전략적, 정치적, 경제적인 세 분야로 나누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먼저 전략적으로, 미국이 한국에 군대나 기지를 유지하는 이익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만일 극동에서 전쟁이 발생하는 경우 현재 한국에 주둔하는 군대는 더 증강되지 않는 한 미국으로서 군사적인 약점이 될 뿐 아니라 아시아 대륙에서 공격작전을 전개하는 경우에도 한반도는 우회의 대상이 되고 중요성은 없다. 그러나 만일 적대하는 군대가 한반도에 강력한 공군기지를 설치했을 때에는 미국의 동아시아, 만주, 황해, 동해 및 도서들에서의 수송이나 작전을 방해할 수 있게 된다. 곧 미국에 대해서 한국은 현재 군사적인 이익을 갖지 못하는 지역이기는 하나 적대국, 특히 소련이 전 한국을 지배 아래 두는 경우 극동에서의 미국의 이익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이 지역을 항구적인 군사적 중립지대로 하는 것이 가장 이익에 부합된다.
美國民主主義 개념의 有效性 시험하는 지역
다음으로, 정치적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이 평가되었다.
(1) 미국은 장기간에 걸쳐 극동의 피압박 민족들의 독립에 관심을 가져왔다. 만일 한국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실현하는 일에 실패할 경우 종속지역에서의 우리의 지위에 손상을 입히는 것과 함께 이들 지역은 곧바로 소련의 압력에 굴복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는 전 세계에 걸쳐서 우리의 이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2) 한국은 미국으로서 대단히 중요한 정치적 이익이 있는 중국과 일본에 인접해 있으면서 또 소련영토와 인접해 있어서 소련의 영향을 받기 쉽다. 한국에서의 사태 진전이 이들 중요지역에서의 미국의 정치적 이익에 중요하다.
(3) 현재 한국은 미국과 소련이 직접 대치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그곳은 소련의 이데올로기에 비하여 미국 민주주의 개념의 유효성을 시험하는 지역이다. 한국에서의 미국 민주주의의 심판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전 세계가 미국과 미국의 정부형태의 유효성과 생동력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의심하게 될 것이다.
(4) 한국이 갖는 미국의 으뜸가는 정치적 중요성은 그곳의 상황진전이 미소관계 전체에 미치는 효과이다. 소련을 봉쇄하는 우리의 단호한 정책에 약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한 지역에서의 약점은 언제나 소련에 우리가 모든 지역에서 우유부단한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소련에 양보하거나 피하는 것은 독일이나 다른 훨씬 중요한 지역에서의 소련의 태도를 경화시키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보고서초안은 경제적인 면에서는 한국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이 가진 수력발전이나 중금속, 화학산업, 철도망 등이 비우호국에 의하여 지배되는 경우 미국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었다.8)
특별부간위원회는 이러한 인식에 입각하여 소련과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행동 방안으로 (1) 현재의 정책과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2) 남한의 독립정부를 승인하거나 (3) 한국문제를 외무장관회의 또는 유엔에 회부하거나 (4) 남한에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계획을 추진할 것을 제시했다.
南韓독립정부 승인하면 全韓國을 親蘇그룹이 지배
이 네 가지 방안에 대하여 보고서 초안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첫째로, 현재의 정책은 모스크바협정이 곧 실시될 것을 전제로 한 잠정적인 것이고, 재원부족과 한국인의 협력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한국의 현상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고, 한국인은 미군정부와 미국에 대하여 적대적이 되고 생명을 희생시키는 폭동과 무질서의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비효율적인 정책을 유지하는 일은 현명하지 못하다.
둘째로, 이승만 그룹이 주장하듯이 미국이 남한의 독립정부를 승인하는 것은 전 한국을 친소그룹의 정치적 지배 아래 두는 결과가 될 것이다. 만일 우리가 남한의 독립정부를 승인하고 미군이 철수한다면 미국과 소련이 직접 대치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에서 벌인 미국과 소련의 힘의 비교에서 미국이 완전히 정치적 패배를 당한 것이 세계적으로 분명해질 것이다. 독립된 남한이 소련의 지배 아래로 넘어가지 않도록 보증하는 방위수단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설립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힘 관계에 주는 효과는 단지 남한이 미국으로부터 소련의 지배로 넘어간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위신과 영향력의 상실, 그리고 그 결과로 발생하는 소련의 영향력과 힘의 증대는 극동에서의 미국의 이익뿐만 아니라 미국의 세계적인 지위 전체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셋째로, 한국문제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외무장관회의나 유엔에 회부하는 것은 한국에서의 미국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고 위신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미국이 한국에 관한 국제적 합의의 실행을 거부하려 한다고 소련으로부터 비난받을 것이 틀림없다. 또한 그것은 한국문제에 새로운 참가자를 추가하려는 미국의 일방적인 행위가 문제해결을 앞당기지는 못할 것이므로 결국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위한 다른 모든 시도가 실패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유엔에 상정시키는 것이 바람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련이 문제해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려는 것이 명백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한에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계획을 실행하는 것은, 이러한 미국의 적극적인 자세가 한국이 소련의 지배 아래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할 의사가 없음을 소련쪽에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고, 소련에 미국과 같은 자금과 노력을 요구함으로써 앞으로의 교섭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한국의 부흥을 위한 새로운 계획은 미소철수 이후의 독립 한국을 유지해 가기 위한 기초가 될 뿐 아니라 한국인의 협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 유리하다.9)
특별부간위원회의 이러한 판단은 이 시점까지도 미국이 단독으로 남한 독립정부를 승인하거나 한국문제를 외무장관회의 또는 유엔에 이첩하기보다는 소련과의 직접교섭을 통하여 한국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정책을 바꾸어 “과감하고 적극적인” 계획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소련과의 교섭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가 트루먼에게 美蘇교섭 건의해
하지가 1947년 2월에 워싱턴을 방문한 것은 특별부간위원회가 그의 의견을 듣기 위해 소환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는 먼저 2월 24일에 백악관에서 트루먼 대통령과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남한의 경제적 곤란과 정치적 혼란을 자세히 설명하고 미소 간의 합의만이 한국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루먼은 하지와 맥아더의 이러한 보고를 기초로 하여 미소공위를 재개시켜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을 한번 더 시도하겠다는 마셜 국무장관의 계획을 승인했다.10) 이튿날 하지는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하여 만약 미군이 철수하면 북한 정권이 전 한반도를 장악할 것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는 3월 3일에 열린 육군부와 국무부의 한국문제 전문가들과의 회의에서도 한국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적극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소련과 사전협정 없이 미국이 철수하면 한국은 소련의 위성국이 될 것이고, 지금과 같이 미국에 대한 평판이 나쁠 때에 물러난다면 한국인들과 동양인들에게 다시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11)
특별부간위원회는 위와 같은 판단에 입각하여 한국문제 해결을 위한 두 가지 중요한 방안을 제시하고, 이 방안에 따르는 4개항의 구체적인 조치를 권고했다. 두 가지 방안의 하나는 모스크바 4개국 외무장관회의가 끝나기 전에 소련정부와 한국문제에 대하여 접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경제부흥, 교육과 행정의 개선, 정치지도를 위한 계획에 필요한 ‘특별교부금’을 의회에서 법제화하는 것이었다.12)
이 특별부간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초안에 대하여 2월 28일에 육군부 차관 피터슨(Peterson), 예산국의 존스, 국무부의 점령지역 담당 차관보 힐드링(John R. Hilldring), 극동국장 빈센트, 그리고 주한미군사령관 하지 장군이 회합하여 토론한 결과 대체로 승인했다. 그리고 국무장관 대리 애치슨(Dean Acheson)은 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3월 28일에 육군장관 패터슨에게 (1) 앞으로 3년 동안 5억 4,000만 달러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국에서 지출하기 위한 법안이 의회에서 승인되도록 요구한다. (2) 1948년도에 2억 1,500만 달러의 지출금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요구한다. (3) 한국에 있는 우리의 행정부를 개편한다. (4) 경제, 재정, 산업의 부흥을 위한 고위급 경제그룹을 한국에 파견한다는 등의 조치를 시급히 취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무부와 육군부가 같은 의견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편지를 보냈다.13) 애치슨은 또 4월 5일에 모스크바에 가 있는 마셜에게 모스크바 외무장관회의가 끝나기 전에 국무장관이 소련과 접촉하도록 타전했다.14)
韓國은 占領 유지하기 어려운 지역
애치슨의 편지에 대하여 육군장관 패터슨은 미국은 한국을 소련에 내어주지 않는 방법으로 한국문제를 해결하고,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한국으로부터 철수할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패터슨은 한국인의 독립의욕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한국은 점령을 유지하기가 가장 어려운 지역이고, 미국의 안전보장의 견지에서도, 특히 소련과 가까운 장래에 한국을 통일시킨다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점령에 합당한 결과를 획득할 가능성도 희박하므로 조기 철수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정된 인적 자원과 재원밖에 인정받고 있지 못한 육군부로서 이처럼 전략적 가치가 없는 지역의 점령을 계속하는 것은 부담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대안으로 패터슨은 한국문제를 유엔에 이첩하거나 남한에 독립정부를 수립하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5)
국무부도 철수시기 문제를 제외하고는 패터슨의 주장과 같은 입장이었다. 다만 국무부는 적극적인 계획을 추진하는 것만이 결과적으로 한국을 소련에 내어주는 일 없이 미국의 개입을 감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빈센트는 4월 8일에 애치슨에게 상신한 비망록에서 이러한 견해를 표명하면서, 만일 소련과 어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한국문제를 유엔에 이첩하거나 남한에 독립정부를 수립시키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건의했다.16)
마셜 장관은 4월 8일에 모스크바에서 소련 외상 몰로토프에게 편지를 보내어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적 권리에 대한 존중의 바탕 위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미소공위를 재개하자고 제의했다.17) 마셜의 편지에 대하여 몰로토프는 4월 19일에 답장을 보내어 미소공위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미국이 모스크바협정에 반대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한국을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통일된 주권국가로 만들기 위하여 모스크바협정을 “정확하게 실행한다”는 원칙 아래 미소공위를 오는 5월 20일에 서울에서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마셜과 몰로토프 사이의 이러한 모호한 합의에 따라 미소공위는 5월 21일에 덕수궁 석조전에서 재개되었다.
2. “臨時政府法統은 잠복한 상태로 두었다가…”
이승만이 없는 동안 김구 그룹은 임시정부 봉대운동을 통하여 세력이 크게 강화되어 있었다. 그것은 입법의원으로 하여금 빨리 보통선거법을 제정하게 하여 남한 독립과도정부를 수립하는 작업을 추진하려는 이승만으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이승만은 4월 29일 오전에 열린 민주의원 회의에 참석하여 귀국보고와 함께 앞으로의 방침을 피력하는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승만은 미국의 정책이 호전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임시정부 봉대문제는 보류하고 우선 미군정부와 합작하여 보통선거법을 제정하고 총선거를 통하여 과도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8) 이승만은 이어 이날 오후에는 국민의회의 국무위원과 상무위원 연석회의에 참가하여 귀국보고를 하고 주석 취임을 정식으로 거부하는 한편, 임시정부 봉대운동은 당분간 중지할 것을 주장했다.19)
5월 2일에는 경교장에서 이승만과 김구를 비롯하여 조소앙(趙素昻), 조완구(趙琬九), 이청천(李靑天), 김창숙(金昌淑), 조성환(曺成煥), 황학수(黃學秀) 등의 국무위원들과 독촉국민회 지방대표들이 모였는데, 이 자리에서도 임시정부 봉대가 필요한 시기가 올 때까지 보류하자는 이승만의 주장과 임시정부 봉대의 필요성을 고집하는 일부 임시정부 인사들의 주장이 맞서 결론을 보지 못했다.20) 그러다가 5월 6일에 독촉국민회 인사들 가운데 임시정부 봉대파들이 임시정부봉대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장문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추진위원회는 곧 위원장 김승학(金承學), 부위원장 김석황(金錫璜), 정치부장 백홍균(白泓均) 등의 방대한 조직을 구성했다.21)
이렇게 하여 임시정부 봉대문제를 두고 이승만과 김구 그룹의 알력은 급격히 심화되었다. 그리하여 5월 20일에 열린 독촉국민회 중앙상무위원회에서는 부위원장 명제세(明濟世) 등 10여 명이 사표를 제출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22)
“물에 빠진 사람 구하는 방식 가지고 토론만…”
마침내 이승만은 5월 9일에 총선거를 통하여 정부를 세우는 일이 시급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임시정부 봉대문제는 필요할 때까지 보류해 두자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때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문제가 경향 각처 여러 동포에게 의론을 일으켜서, 혹은 임시정부를 봉대하여 총선거를 폐지하자 하며, 또 혹은 총선거를 행할지라도 임시정부 주장으로 하자 하며, 또 혹은 임시정부로 승인을 얻어 그 명의로 통일을 이룬다 하여 언론이 귀일치 못한 형편인데, 이 모든 문제가 아무리 긴중하다 할지라도 이는 말하자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여 내는데 그 구하는 방식을 가지고 서로 토론만 하고 있다가 인명을 잃고 마는 것과 같으니, 모든 사람이 입은 닫고 손을 모아서 나라 운명을 먼저 건져내기로만 노력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정부수립할 기회를 얻어가지고 우리끼리 의견분열로 수립이 못된다면 안으로는 전국 민심이 대낙망이요 밖으로는 우리 민족의 무력한 것을 폭로하여 장차 신탁문제가 다시 발생될지라도 대답할 말이 없을 것이니, 한번 다시 생각하기 바란다. 그런즉 임정 법통관계를 지금 문제 삼지 말고 아직 잠복한 상태로 계속하였다가 정식정부가 성립된 후에는 의정원과 임정의 법통을 정당히 전임(傳任)시킬 수 있을 것이요, 만일 정식정부에 대한 국제장애가 있어서 지금에 진행하려는 방침이 여의치 못한 때에는 우리 전 민족이 다 같은 보조로 임정을 부르고 그 기치하에서 독립을 전취하기가 미만(未晩)할 것이니, 모든 동포는 깊이 생각하여 정당한 길로 동일히 나가기를 바란다.”23)
그것은 임시정부 인사들의 법통론 주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었다.
金九가 韓獨黨기념일에 참석하지 않아
5월 9일은 한국독립당 결성 제17주년 기념일이었다. 임시정부 귀국 이후 처음으로 지방대표 등 500여 명이 인사동 중앙예배당에 모여 기념식을 가졌다. 그러나 이 자리에 김구를 비롯하여 조완구, 조경한(趙擎韓), 엄항섭(嚴恒燮) 등 원로급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아 참석자들을 의아하게 했다. 이들은 신탁통치와 입법의원 문제 등으로 국내파들과의 대립 끝에 4월 9일에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사표를 제출해 놓고 있었다. 이들은 이튿날에 열린 한독당 전국대표자대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구는 대회 마지막 날인 5월 12일의 비공개회의에 참석하여 분격한 어조로 “내가 위원장을 사임한 동기는 소위 간부들이 임시정부 요인들을 무시하는 행위가 있으며, 선거비용에 부위원장 결재도 없이 거액의 예산을 세우는 등 나로서는 책임질 수 없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후까지 한 당원으로서 당을 고수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대회는 지방대표들의 강력한 요구로 모스크바협정을 이행함으로써 독립을 전취할 수 있다고 당론과 위배되는 주장을 해 오던 신한민족당계의 권태석(權泰錫), 김일청(金一淸) 두 사람의 제명처분을 결의했다.24) 이러한 일은 한독당의 임시정부계와 국내파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해졌는가를 짐작하게 한다. 이튿날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정부위원장 선거를 실시한 결과 위원장에는 김구, 부위원장에는 조소앙이 다시 선출되었다.25)
臨政奉戴推進委에 해산명령 내려
임시정부 봉대운동의 확산은 미군정부로서도 방관하고 있을 수 없었다. 러치(Archer L. Lerch) 군정장관은 5월 12일에 일부 인사들이 옛 중경한국임시정부를 조직하려고 회합을 계획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하면서, 임시정부 요인들이 귀국할 때에 개인자격으로 입국한다는 서약서에 서명한 사실을 상기시키고, “남한에는 단지 한 개의 정부밖에 없다. 이 정부에 대립하는 다른 정부를 수립하고자 회합을 계획 중이라는 것은 불법이며 용허하지 못할 일이다”라는 단호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것은 대한민국임시정부 봉대추진위원회가 5월 15일에 대전에서 개최하기로 한 6도(강원도, 충청남북도, 경상남북도, 황해도)대표대회를 겨냥한 것이었다. 같은 날 군정청 경무부장 조병옥(趙炳玉)은 이 집회를 금지하는 군정장관의 명령을 공포하고 그 사실을 충청남도와 제3관구 경찰당국에 통달했다.26) 또한 수도관구경찰청장 장택상(張澤相)은 임시정부 봉대추진위원회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해산명령을 내리는 한편, 위원장 김승학을 취조하고 해산하겠다는 서약서를 받았다.27)
한편 이승만은 이날 보선법안 통과를 지연시키고 있는 입법의원들을 “국권회복을 방해하는 자”들이라고 질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과도입법의원의 책임은 정식 입법의원을 성립하는 데 있거늘 그 직책을 버리고 딴 문제로 세월을 허비한다면 세인 이목에 한인들이 민주정치를 진행할 능력이 없다는 조소를 면치 못하리니, 입법의원은 하루바삐 그 직책을 실행해야만 될 것이요, 그렇지 못하면 독립을 지연하는 죄책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
이승만은 이어 우방들의 협의로 총선거를 행하기로 작정되어 각국이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런 정세하에서 종시로 각 정당이나 개인 관계로 총선거 법안을 통과치 못하면 우리는 좌우익을 막론하고 입법의원 제씨가 국권회복을 방해하는 자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일반 동포는 이분들에게 방임치 말고 무슨 방법으로든지 하루바삐 보선법안을 통과시키기로만을 결심하고 매진하여야 한다.”28)
이승만의 이러한 언설은 그의 선동정치가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브라운과 하지가 右翼정파 설득해
5월 15일에 하지 사령관이 미소공위 재개 사실을 공식으로 발표함으로써 정가는 또다시 요동쳤다. 이승만과 김구는 미소공위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는 절박한 필요에서 임시정부 봉대문제는 일단 접어두고 다시 협력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승만과 김구의 지도에 따라 우익 정파들이 미소공위 참가를 거부할 것으로 판단한29) 미군정부는 미소공위 재개에 앞서 우익 정파들을 설득했다. 아널드 장군 후임으로 미소공위 미국쪽 수석대표가 된 브라운(Albert E. Brown) 소장은 5월 18일에 이승만과 한독당의 김구, 조소앙, 조완구, 한민당의 김성수(金性洙), 백남훈(白南薰),장덕수(張德秀), 서상일(徐相日) 등을 덕수궁으로 초청하여 세 시간 가량 면담했다. 브라운은 신탁통치 문제는 임시정부 수립 뒤에 논의될 것이니까 우선 임시정부 수립에 참가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소공위에서 수립된 임시정부가 신탁통지를 반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끝까지 의사표시의 자유는 인정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되풀이했다. 이승만은 신탁통치 조항은 삭제하고 의사표시의 자유를 인정해야만 미소공위에 참가하겠다고 말했다.30)
5월 19일 오후에는 하지 중장이 이승만, 김구, 조소앙, 조완구, 김성수, 장덕수를 초청하여 두 시간 넘어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이승만은 3상결정에서 신탁통치 조항을 삭제하고 의사표시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통일임시정부를 수립하되 어떤 형태의 민주주의 정부인지 명시하기 전에는 미소공위에 참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곧 민주주의가 “미국식 민주주의”를 의미하느냐 “소련식 민주주의”를 의미하느냐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31) 하지는 모스크바협정에 규정된 신탁통치의 본질이 원조와 협력에 있다는 성명을 국무부나 미군정부가 발표하도록 국무부에 건의했다.32) 그러나 국무부는 이승만의 요구는 소련과의 교섭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면서 부정적이었다. 국무부는 미군정부가 성명을 발표하는 것도 특별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군정부가 필요하다면 미소공위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시기와 방법에 유의하라고 지시했다.33)
李承晩과 金九가 공동성명으로 두 조건 해명 요구해
브라운과 하지와 회담을 마친 우익 정파 지도자들은 연일 대책을 협의하느라 어런더런했다. 이들은 5월 20일에 이어 21일에도 돈암장에 모였다. 21일의 회합에서는 우선 신탁통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해석을 미소공위에 질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승만은 미소공위가 제시하는 민주주의의 해석이 의사표시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고 신탁통치의 내용이 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경제원조 정도의 것이라면 미소공위에 적극 협조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참가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만의 이러한 견해를 기초로 하여 한민당과 한독당에서는 각각 상무위원회를 개최하고 미소공위 참가문제를 논의했다. 우선 질의서를 제출한 다음 회답의 조건이 만족할 만한 것일 때에는 미소공위에 참가한다는 것 등은 이승만과 동일한 행동을 취하기로 하고, 만일 만족할 만한 해답이 없을 때에는 이승만과 김구 등과 공동행동을 취할 것인지 또는 참가하여 반탁투쟁을 할 것인지는 그때에 우익 각 대표가 공동으로 결정하여 행동통일을 기하기로 했다.34) 그리하여 이승만과 김구는 5월 23일에 공동명의로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는 미소공동위원회가 삼팔선을 철폐하고 독립정부를 수립하는 임무에 속히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공동위원회에서 한인지도자들을 협의에 참가케 하는 데는 개인과 단체에 일임하여 자유로 결정케 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공동위원회의 임무수행에 관한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이 명확히 되기 전에는 양심상 참가할 수 없는 처지를 표명한다.
(1) 소위 신탁통치와 독립정부와는 서로 모순되는 것이므로 신탁통치 조건을 전부 삭제하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신탁통치가 보통 해석되는 바와 같지 아니한 것을 공식으로 충분히 성명하거나 하여 독립정부 수립과 모순되는 바가 없게 되어야 할 것이다.
(2) 미소 양국이 한국에 민주주의적 독립정부를 수립하기로 목적을 삼는 바 민주주의라는 명사에 2종의 구별이 있으니, 소련이 주장하는 민주정체가 하나이요 미국에서 실행되는 민주정체가 또 하나이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우리가 먼저 알아야 되겠으니, 이는 다름이 아니라 이 두 정체를 혼잡해서 정부를 수립하면 장래 정부의 분열과 국내의 혼란을 면키 어려울 것이요 열국의 기대에 어그러지게 되는 까닭이다. 우리는 이상 두 가지 조건이 석명되기를 요청하고 있는 중이므로 이 문제가 충분히 해결되기까지 미소공위 협의에 참가하기를 보류하는 바이다.”35)
그러나 그것은 미소공위나 미군정부가 대답할 수 있는 성질의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승만과 김구가 미소공위에 참가하지 않는 명분이었다. 그러한 사정은 이튿날 반탁투쟁위원회가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민통총본부 등 59개 참가단체 공동명의로 이승만과 김구의 공동성명을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한편, 산하단체 전체의 서명날인으로 신탁통치 조항의 삭제와 민주주의의 해석을 명백히 할 것 등이 포함된 미소공위에 보내는 편지를 전달하기로 결의한 사실36)로도 짐작할 수 있다.
“왜놈들 같으면 내말 알아들어…”
5월 21일에 재개된 미소공위는 이튿날로 정당과의 협의를 위한 제1분과위원회, 임시정부의 구조와 그 조직 및 정강을 검토할 제2분과위원회, 권력의 이양방법과 인물선정을 위한 제3분과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하는 등 예상 밖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반탁진영은 동요했다. 미소공위에 참가하지 않았다가는 새로 수립되는 임시정부의 권력 배분에서 제외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5월 25일에 돈암장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김성수, 장덕수, 김준연(金俊淵) 등 한민당 인사들은 미소공위에 참가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김구와 조소앙은 시종일관하여 참가를 보류할 것을 주장했다. 이승만은 자신은 참가보류의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우익진영의 각 단체가 많이 참가하도록 권유했다고 한다.37) 이승만은 이날 AP통신 기자와의 회견에서 자신은 미소공위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지도자들이 협의에 참가하는 것도 반대하지 않으나 자신은 미소공위에 참가하는 데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38) 이날 저녁에 이승만은 하지의 초청으로 하지를 방문하여 요담했다.39)
이승만은 5월 30일에 장덕수 등 한민당 간부들이 돈암장을 찾아왔을 때에도 미소공위 참가 보류를 완강하게 주장했다.40)
이때의 일과 관련하여 돈암장의 비서였던 윤석오(尹錫五)는 주목할 만한 증언을 남겼다. 우익진영의 지도자들의 대책회의가 열린 자리에서 이승만은 말했다.
“하지 말이 내가 자기 일을 방해한다고 하니, 참가하지 말란 말은 하지 않겠소. 나는 참가하지 않지만 각자 자율 의사대로 결정해서 참가하려거든 하시오.”
그것은 지도자가 참가하지 않는데 어떻게 참가하겠느냐는 반응을 기대한 말이었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는 달리 한민당 인사들이 참가를 주장하자 이승만은 크게 실망했다. 그는 회의참석자들이 돌아가고 난 뒤에 혼잣말처럼
“왜놈들 같으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을거야”
하고 몇번이고 되뇌었다.
이승만은 이때부터 한민당을 경원시했고, 한민당과 협력하여 대한민국정부를 수립한 뒤에도 한민당의 기대와는 달리 그들을 정권에서 소외시키는 것도 이때의 앙심 때문이었다는 것이다.41)
右翼 反託진영의 동요로 지도력 위협받아
그러나 미소공위의 성공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우익 반탁진영은 동요했다. 그리고 그 파동은 이승만과 김구의 지도력을 크게 위협했다.
이승만은 6월 2일에 기자들에게 미국사람들이 쿠바나 필리핀을 독립시켜주었다고 자랑하지만 우리는 필리핀 사람이 아니고 4천년 역사를 가진 한국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총과 폭탄이 나의 육체를 꺾을 수 있을 것이나 나의 정신과 주장은 꺾지 못할 것이다” 하고 분격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임시정부 그룹에 대해서는 “김구씨는 임시정부 추진문제에 관하여 잘 이해하고 있으나, 아직도 몇몇 사람은 양해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유감을 표시했다.42)
6월 4일에 독촉국민회 회의실에서 열린 우익 반탁진영 59개 단체 대표들의 미소공위대책회의에는 이 시점의 우익 반탁진영의 동요가 그대로 반영되었다. 70, 80명의 대표들은 미소공위 참가와 불참의 양론이 반반씩으로 맞서서 결정을 보지 못하고 양쪽 대표 10명씩으로 미소공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결정을 그 위원회에 일임했다.43)
이에 대해 이승만과 김구는 6월 5일에 “미소공위 참가여부는 우리가 이미 선언한 바와 같이 각 정당이나 사회지도자들이 각각 자의로 결행할 것이요 우리 처지로는 여하간에 공개로 권고할 수는 없는 터이다”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44) 그러나 그것은 곤혹스러운 공식입장 표명에 지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튿날 열린 독촉국민회의 중앙상무위원 및 도대표 연석회의에 참석해서는 미소공위 참가보류를 역설했다. 회의는 두 사람의 뜻에 따를 것을 결의하고, 전날 구성한 미소공위대책위에서 독촉국민회대표를 소환했다.45)
韓民黨은 美蘇共委에 참가하기로
한민당은 조심스러운 과정을 거쳐 미소공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상임위원회에서 미소공위에 참가하기로 내정한 다음 6월 6일에 선전부를 통하여 “공산주의의 지배를 받지 않는 정부가 되고 신탁통치를 반대할 수 있는 정부가 되기 위하여 미소공위와 협조하는 데 참가함이 비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튿날 소집된 중앙집행위원회는 우익진영의 공동보조를 위하여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6월 9일에 소집된 긴급상임위원회에서도 장시간 토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김성수와 장덕수는 반도호텔로 하지를 방문하여 한 시간 가량 요담했다. 그런 다음 한민당은 6월 10일에 미소공위에 참가한다는 장문의 성명서를 발표했다.46)
한민당의 성명서는 미소공위에 참가하는 이유를 길게 설명하고 “이는 우리의 영도자 이승만 박사의 주장하는바 총선거에 의한 통일정부의 수립을 미소공위 내부에서 관철코자 함이다”라고 천명했다.47) 그러나 이승만은 다음과 같은 성명으로 한민당의 태도를 힐난했다.
“회의에 참가해서 신탁에 반대할 수 있다는 말은 우리로서는 해석키 곤란하다. 차라리 신탁을 지지하기로 결심하고 들어갈 것이니, 서명해서 지지하기로 속이고 들어가서 반대하겠다는 것은 자기의 신의를 무시하는 자이니, 이런 인사가 국제회석에 우리 대표로 출석되는 것도 원치 않거니와 설령 자기의 마음을 속이고 남을 속여서 들어간대도 반대할 기회를 허락지 않을 것이니, 공상을 가지고 인심을 현혹케 하는 것은 공사간에 유해무익일 것이다.…”48)
그것은 한민당에 대한 섭섭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낸 평언이었다. 이승만은 또 6월 9일에 하지에게도 편지를 보냈다. 이승만은 신탁통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석명을 거듭 촉구하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귀하에게 한번 더 설명코자 하는 것은 한국민중이 지금 저희 정부를 자율적으로 수립하여 비록 아직은 북조선에 행정하기를 고집하지 않더라도 남북을 대표한 민주적 기관으로서 관계국과 평화적으로 교섭하여 남북통일을 달성하기로 결심할 것이니, 이것이 귀하와 나 사이에 협동 진행할 수 있는 기본적 문제이다.”
이렇게 적고 나서 이승만은 “만일 우리가 이것으로써 합의되어 이 방면으로 같이 나가기를 협정하고 다른 동포로 하여금 계획에 장애가 되지 않게 한다면 나는 귀하와 다시 합동 진행할 수 있을 것을 언명한다”고 덧붙였다.49)
그러자 한민당과 가까운 군정청의 경무부장 조병옥, 사법부장 김병로(金炳魯), 공보부장 이철원(李哲源) 세 사람이 이승만의 미소공위 참가를 권고하는 한편 미군정부가 이승만이 미소공위에 참가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도록 종용하고 나섰다. 이들은 6월 12일에 하지를 방문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이승만을 방문하여 미소공위 참가를 권유했다.50) 브라운 장군도 6월 15일 저녁에 필동관저로 이승만을 초청하여 이승만의 미소공위 참가를 다시 종용했다.51)
한민당은 6월 19일에 태고사에서 대한노총, 독촉부인회 등 미소공위 참가를 주장하는 20여 단체대표들을 소집하여 임시정부수립 대책협의회를 결성했다.52)
韓獨黨은 세 黨으로 분립돼
미소공위 참가문제로 가장 격심한 분란에 빠진 것은 한독당이었다. 과도정부 민정장관 안재홍(安在鴻)을 비롯한 박용희(朴容羲), 조헌식(趙憲植), 이의식(李義植), 엄우룡(嚴雨龍) 등 국민당계의 중앙위원들과 부차장 등 간부 85명은 6월 2일에 미소공위 참가문제를 결정할 중앙집행위원회를 6월 5일까지 소집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와 관련된 성명서를 발표했다.53) 부위원장 조소앙 주재로 6월 4일에 열린 상무위원회가 그 요구를 거절하자, 이들은 중앙간부들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또 당대회에서 제명당한 권태석, 김일청 그룹은 신한민족당계 인사들을 규합하여 새로 민주독립당을 결성하기로 했다.54)
미소공위의 진행에 대응하여 한독당의 분열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한독당 중앙당부는 6월 19일에 안재홍 등 국민당계 중앙위원 37명과 신한민족당계 중앙위원 9명을 제명했다.55) 그리하여 정식으로 새 정당 결성도 하기 전에 국민당계는 신한국민당으로, 신한민족당계는 민주한독당으로 따로따로 미소공위에 참가하기로 했다. 그리고 임시정부 그룹의 한독당은 부서를 개편하고 미소공위에는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56) 신한국민당과 민주한독당은 각각 중간우파와 중간좌파의 주요 정당이 되어 중간파의 미소공위 참가를 주도했다.57)
3. 李承晩-金九와 하지의 論爭
미소공위는 6월 11일에 「공동성명 제11호」로 그동안의 회의경과를 설명하고 협의규정을 발표했다. 신문들은 주먹만한 활자로 “임시정부의 수립목표 완성”, “임정수립기준 결정” 등의 제목을 달아 1면 전면에 걸쳐 협의규정 내용을 보도했다. 협의규정에 따르면 정당 및 사회단체가 협의대상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모스크바협정을 지지하겠다는 선언서에 서명하여 6월 23일까지 미소공위에 제출하고 미소공위가 배부한 임시정부 헌장과 정당에 관한 질문서의 해답을 7월 1일까지 제출해야 했다.58)
6월23일에 대규모 시위 벌이기로
이 성명서가 발표되던 날 김성수, 장덕수, 김준연 세 사람은 다시 돈암장을 방문했다. 이 무렵 서울대생으로서 돈암장을 드나들면서 대외연락 업무를 맡아 하던 박용만(朴容萬)은 이날 돈암장에 갔다가 이승만과 한민당의 세 사람이 만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승만은 흥분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박용만을 데리고 침실로 들어간 이승만은 박용만의 두 손을 잡은 채 벌벌 떨면서 마구 눈물을 흘렸다. 이날 이승만은 박용만에게 6월 23일을 기하여 전국적으로 신탁통치 반대 군중대회를 열도록 은밀히 연락할 것을 지시했다.59) 6월 23일에 전국적으로 대규모의 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은 독촉국민회의 배은희(裵恩希)의 제의에 따른 것이었다. 미군정부는 행정명령 제3호로 미소공위기간 동안 대중집회를 금지시키고 있었는데, 6월 23일은 단오날이었다. 이날을 기하여 3·1운동 때와 같은 시위운동을 벌이기로 한 것이었다. 이 모의에는 김구도 참가했다. 그리하여 독촉국민회 각도 지부장들에게 이승만과 김구의 공동명의로 된 ‘밀신(密信)’이 전달되었다.60) 6월 중순에는 배은희, 김석황(金錫璜), 서상천(徐相天), 이종형(李鍾滎) 등이 6월 23일에 폭동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보가 미군 정보망에 포착되었다.61) 미군정부는 처음에는 김구가 이 폭동을 주도하고 이승만은 폭동을 막으려 한다고 판단했다.62)
조직의 힘을 소중히 여기는 이승만은 반탁 우익진영의 분열을 염려했다. 특히 6월 23일의 대규모 시위계획이 차질 없이 이루어져야 했다. 그는 6월 17일 오후에 유진산(柳珍山) 등 우익 반탁투쟁위원회 대표 30명가량을 돈암장으로 초청하여 미소공위 참가파나 불참가파나 반탁의 정신은 동일하니까 불참가파는 참가파를 공격할 것이 아니라 내외호응하여 공동투쟁을 전개하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승만의 지시에 따라 반탁투쟁위는 이튿날 회의를 열고 (1) 신탁조항은 절대 배격할 것 (2) 미소공위 참가문제는 이박사 태도의 추종을 원칙으로 할 것 (3) 참가파와 보류파는 내외공동투쟁을 전개할 것을 결의했다.63)
“美蘇共委는 ‘잡탕정부’ 세우려 한다”
비밀리에 대규모의 시위를 추진하던 이승만은 찾아온 AP통신 기자에게 미소공위에서 세우는 정부는 ‘잡탕정부’가 될 것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1) 현재 서울에서 진행 중인 미소공위는 한국에 정부를 수립할 것이나, 이는 명확한 공산주의 정부도 아니고 미국식 민주주의 정부도 아닌 잡탕정부일 것이다.
(2) 현재 한국을 점령하고 있는 미소 양국은 한국인으로 하여금 한국인 자체의 방책으로 정부를 수립하게 해야 할 것이다.
(3) 만약 이렇게 수립된 정부를 운영하는데 한국인이 2, 3년 내에 실패한다면 그때에 비로소 열강이 등장하는 것이 선책(善策)일 것이다.
(4) 미국 또는 소련의 그 일방이 이니시어팁을 취할 때까지 한국으로부터 철수할 것을 주저하고 있는 사실은 한국인으로 하여금 한국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5) 남한에서의 미국의 중립적 불간섭정책은 공산주의 세력을 유리하게 하고 한국인 사이의 분열을 조장시키고 있다.64)
이러한 주장으로 미루어 보면 이승만 자신도 이 시점에서는 미소공위에 의한 임시정부 수립이 성공할지 모른다는 판단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정부는 좌우합작의 ‘잡탕정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김구도 비슷한 판단을 했던 것 같다. 그도 배은희와 함께 대대적인 반탁시위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이승만을 보고 “형님, 아마도 탁치정부가 되나 봐요” 하고 말했다고 한다.65)
徐潤福 선수 환영식에 모인 인파를 이용하여
6월 23일에 서울에서는 때마침 4월 19일에 열린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서윤복(徐潤福) 선수의 환영대회가 미군정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의 서울 시위를 주동한 것은 이철승(李哲承)을 중심으로 한 전국학련이었다. 서울의 10개 지부를 비롯한 전국지부가 총동원되었다. 정오 사이렌과 함께 순식간에 종로네거리가 인파로 메워졌다. “서윤복 만세!”로 시작된 만세 소리는 이내 “신탁통치 반대!”로 바뀌었다. 서윤복 환영식에 참가했던 군중들이 합세하여 시위인파는 수만 명에 이르렀다고 신문들은 보도했다. 시청 앞 광장에는 미군 장갑차까지 동원해 삼엄한 경계를 폈고, 경찰은 수도경찰청장 장택상의 진두지휘 아래 시위진압에 나섰다. 목표는 미소공위가 열리는 덕수궁이었다. 대한문 앞에는 미군 헌병이 총에 착검을 하고 늘어서 있었다. 시위대는 “결사반탁”을 외치며 그들을 밀어붙였다. 장택상이 말에서 떨어졌다. 학련의 돌격조가 대꼬챙이로 장택상이 탄 말의 엉덩이를 찔렀기 때문이다. 애국부인회의 박순천(朴順天)이 군중을 상대로 열변을 토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 순간 미군 탱크 한 대가 덕수궁 남쪽 담장길로 천천히 군중을 헤치고 나왔다. 그 뒤로 미소공위 소련 대표단장 슈티코프(Terentii F. Shtykov) 일행이 탄 지프차가 붉은 기를 나부끼며 따라 나왔다. 학련의 특공대들이 그 지프차에 돌과 모래를 마구 던졌다. 슈티코프의 차는 돌 두 개를 맞고 대한문 안으로 사라졌다.
“李承晩과 金九를 국외로 추방하라!”
장택상의 주선으로 이철승 등 학생대표 세 사람이 미소공위 회의장으로 가서 미국 수석대표 브라운 장군과 면담했다. 학생대표들은 (1) 신탁통치를 즉시 철폐할 것 (2) 총선거 실시에 대한 보장을 할 것 (3) 김구에 의하여 수립될 독립정부를 조선의 정부로 인정할 것 (4) 우리는 이승만, 김구의 노선을 지지한다는 네 가지를 요구했다고 한다.66) 면담을 마치고 나온 학생대표들은 면담내용을 보고하고 군중을 해산시켰다.
이승만은 시위를 끝내고 돈암장으로 찾아간 이철승을 끌어안으며 “자네는 개국공신이야. 큰일을 했어” 하고 눈물을 글썽거렸다.67)
반탁독립투쟁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5만명가량의 시민들이 참가한 광주를 비롯하여 부산, 대구, 전주, 군산, 공주, 음성, 남원, 천안, 경주, 강릉, 춘천 등 100여개 도시에서 일제히 거행되었다. 시위의 배후조종자로 김구의 최측근인 엄항섭과 김석황에게 체포령이 내렸다.68)
전국학련의 시위준비자금은 군정청의 보건후생부 재해구호과장 조양환(曺陽煥)이 마련해 준 것이었다. 조양환은 국도극장에서 공연중인《춘향전》의 입장료에 10원씩 더 붙여 180만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69)
이날의 반탁시위에 대하여 민주주의 민족전선은 시위의 주동분자인 이승만과 김구 등을 국외로 추방하고, 그들의 막하에 있는 정당과 사회단체, 청년단체 등을 해체시키며, 이들의 활동의 자유를 법적으로 정지시키라고 촉구했다.70)
그러나 이러한 시위가 쇄도하는 미소공위 협의대상 참가신청을 막을 수는 없었다. 7월 1일로 마감하려던 답신안의 접수는 7월 5일까지 연기되었다. 그리하여 모두 463개의 정당과 사회단체가 미소공위와의 구두협의에 참가할 것을 신청했고, 그 가운데 435개 단체가 서면으로 답신안을 작성하여 제출했다. 남한지역에서 협의참가를 신청한 단체는 425개였고, 그 가운데 답신안을 제출한 단체는 397개였다. 북한지역에서는 38개 단체가 협의신청을 하고, 공동으로 답신안을 작성하여 제출했다.71)
하지의 경고편지에 李承晩은 격분해
6월 23일의 시위가 있은 뒤로 미군정부 정보망에는 극우파쪽에서 미소공위를 파탄시키기 위하여 여러 가지 테러와 요원암살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는 정보가 포착되었다. 그 가운데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익명의 독촉국민회 회원이 미군방첩대(CIC)에 보낸 6월 19일자 편지였다. 그것은 한독당, 독촉국민회, 반탁투쟁위 안의 임시정부 그룹과 일부 한민당 그룹이 김구의 주도 아래 좌익 지도자들을 암살하고 경찰과 우익 무장단체의 지원을 받아 7월 1일에 임시정부를 선포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군정부는 그 정보를 확인하고, 하지는 6월 28일에 이승만에게 다음과 같은 경고편지를 보냈다.72)
“선생의 정치기구의 상층부에서 나온 줄로 짐작되는 보도에 의하면 선생과 김구씨는 미소공위 업무에 대한 항의수단으로서 조속한 시기에 테러행위와 조선경제 교란을 책동한다고 한다. 고발자들은 이런 행동에는 몇건의 정치암살도 포함하기로 되었음을 중복 설명한다. 이러한 성질의 공공연한 행동은 한국독립에 막대한 지장을 끼칠 터이므로 이러한 고발이 사실 아니기를 바란다.
한국의 애국심 전부가 건설적 방도에 발양되고 아름다운 한국대중에게 유혈불행 재변을 의미하며 한국의 독립할 준비가 아직 안되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는 케케묵은 방식을 통하여 발현되지 않기를 나는 과거에도 바랐고 또 계속하여 바란다.”
信託지지 강요하는 위협인가
하지의 편지를 받고 격분한 이승만은 6월 30일에 하지에게 다음과 같은 답장을 보내고, 그것을 하지의 편지와 함께 공개했다.
“경계자. 김구씨와 내가 테러 및 암살사건에 간여하고 있다고 치의(致疑)하는 6월 28일자 귀함은 귀하가 한인들과 지도자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우리가 생각하던 바를 한번 더 깨닫게 한 것이다.
귀함을 받고 처음 생각에는 위신소관으로 이런 글에 대답하지 않으려 했으나 이 관계가 가장 중대한 것이니만치 경홀히 볼 수 없는 터이다.… 이것이 신탁지지를 강요하기 위하여 위협적이나 함구시키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면 그 고발자의 성명을 발로하여 철저히 조사에 편의케 해야 될 것이다. 나는 피고의 한 사람으로서 귀함에 이른바 나의 정치기구의 이면에 있는 자로 이 고발을 하였다는 인사의 성명을 지체없이 내게 알려주기를 요청한다. 내가 유죄한 경우에는 벌을 받아야 하겠고 그렇지 않으면 이런 중대한 죄명을 내게 씌우는 자가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귀하에게 언명코자 하는 바는 한인들이나 그 지도자들이 귀함에 이른 바와 같이 테러행동을 계획하거나 고대적인 유혈방식을 사용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실로 테러와 암살과 충화[衝火: 불을 지름]하는 자는 반미하는 공산분자 중 근일에 특사로 석방된 669인의 대다수 죄범들인데, 그 결과로 일반민중과 특히 경관들이 생명과 가정이 위태케 된 것이다. 귀함을 김구씨에게 보내니 직접으로 회답이 있을 줄 믿는다.…”
그러고는 “나의 품행상에 관계가 되며 따라서 민중에 영향을 미칠 사정이므로 왕복한 편지를 공개한다”고 덧붙였다.73)
김구도 7월 2일에 하지에게 자기는 이승만의 편지내용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면서 밀고자의 성명을 밝히기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74)
“徐載弼 할애비를 불러와 봐라. 되나!”
건강 때문에 귀국 여부가 불명확하던 서재필(徐載弼)이 7월 1일에 서울에 도착했다. 갑신정변과 독립협회 운동으로 설화적 인물이 되어 있는 서재필은 고국을 떠난 지 49년 만에 하지 미군사령관의 최고고문과 미군정청 특별의정관이 되어 귀국했다. 하지는 모스크바협정을 기본으로 하여 한국문제를 해결하는 작업을 담당해 줄 사람으로 기대한 김규식(金奎植)의 요청에 따라 서재필을 초청하여 김규식을 돕고 이승만을 견제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정국이 안정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75) 서재필은 이승만의 배재학당 시절에 개화에 눈뜨게 해준 사람이었다. 그는 이승만보다 열한 살이나 위였고 귀국했을 때에는 연설을 할 때에도 통역을 해야 할 만큼 한국어가 서툴렀다. 그러한 서재필을 하지가 초청해 온다는 소식을 듣자 이승만은 “서재필 아니라 서재필 할애비를 불러와 봐라. 되나!” 하고 빈정댔다고 한다.76) 하지가 서재필을 초청해 오는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재필은 이내 국민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미소공위의 순조로운 진행과 더불어 이 무렵 항간에는 미소공위를 통하여 수립될 정부의 조각 명단이 유포되기도 했는데, 개중에는 대통령 서재필, 부통령 김두봉(金枓奉), 국무장관 김규식, 외무장관 여운형(呂運亨), 내무장관 신익희(申翼熙), 법무장관 허헌(許憲), 재무장관 김성수, 교육장관 안재홍 등으로 된 명단도 있었다. 또 이승만, 김구, 김일성(金日成) 세 사람을 고문으로 하고, 김규식을 대통령, 조만식(曺晩植)과 김원봉(金元鳳)을 부통령, 신익희를 국무총리로 하는 조각 명단도 나돌았다. 이 명단에는 서재필은 주미대사로 되어 있었다.77)
하지의 정책은 美國政府 정책에 위반된다고
서재필이 귀국하고 이틀 뒤인 7월 3일에 이승만은 마침내 하지의 정책은 미국민중의 의사나 미국정부의 정책에 위반되는 것이므로 지지할 수 없다는 폭탄선언을 발표했다.
“소위 해방 이후로 작년 겨울까지 우리가 노력한 것은 하지 중장의 정책을 절대 지지해서 한미협동으로 정부를 조직하여 우리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하지 중장은 우리 협의를 얻어 시험하여 본 것이 대여섯 가지의 계획인데 다 실패한 것은 공산지도자들의 협조를 얻지 못한 까닭이요 이것을 얻지 못할 동안까지는 무슨 계획이나 다 무효로 만들자는 것이 하지 중장의 유일한 정책이다.
우리가 이 정책이 성공될 수 없는 것을 알고도 협조한 것은 하지 중장이 필경 가능성 없는 것을 파악하고 새 정책을 쓰기를 바라고 기다려 온 것이다. 그런데 작년 겨울에 와서는 하지 중장이 그 계획을 고칠 가망이 없는 것을 확실히 인식한 나로서는 하지 중장에게 우리가 더 지지할 수 없다는 이유를 설명하고 이제부터는 김구씨와 나는 우리의 자유보조를 취하게 된 것이다.”
이승만은 이어 자기가 주장하는 한국과도정부 수립안은 국무부의 힐드링 차관보나 맥아더도 다 지지하는 것이고 하지 자신도 그대로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이제 그 계획을 자율적으로 실행해야 할 단계라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에 와서 보면 입법의원에서 하지 중장이 임명한 의원들이 이것을 오늘까지 장해해서 심지어 입법의원을 파괴시키게까지 이른 것을 우익진영에서 모든 것을 양보해서 이름이라도 유지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자주할 능력에 대하여 불미한 감상을 세계에 주기를 피하려 한 것이다. 지금에 와서 부득이 보선법을 통과하였다 하나 미소공위의 효과를 기다리는 하지 중장의 의도하에서는 총선거를 진행할 희망이 아직 망연하고 우리의 정세로는 앉아서 기다릴 수 없는 경우이므로, 우리는 부득이 우리의 자율계획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는 터이니, 동포는 다 이를 양해하고 각각 정당이나 사회단체나 오직 이 정신하에서 합심 용진할 것이다.…”78)
이승만의 이 성명은 하지를 여간 곤혹스럽게 만들지 않았다. 그러한 주장은 한국인들에게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장병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는 國務長官에게 反駁성명 요망해
성명서의 불똥은 미국무부에까지 튀었다. 하지는 이 성명서의 전문을 국무장관에게 보고하면서 국무부가 이를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해 줄 것을 요망했다.79) 그러나 국무부의 판단은 달랐다. 국무부 장관이 이승만의 주장을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하면 오히려 이승만의 행동에 권위를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남한의 정치그룹들 사이의 불안한 상황을 강조하는 것이 되고, 결과적으로 소련에만 이익을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80) 그 대신 하지와 새로 부임한 정치고문 제이컵스(Joseph E. Jacobs)가 이승만을 만나 하지 장군이 트루먼 행정부의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마셜의 메시지를 보여주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무부는 이승만의 성명이 미국 신문에 보도될 경우에 대비하여 반박성명을 준비했다.
이승만이 가장 의지하는 조언자이자 친구인 올리버(Robert T. Oliver)는 7월 8일에 이승만에게 고통을 참으면서 가능한 대로 미군정부에 협력하는 것이 좋겠다는 우정 어린 편지를 보내왔다. 올리버는 “저들이 좋든 싫든 선생은 저들의 사람이며 또 그래야만 합니다”라면서 이승만의 용기를 북돋우었다.81)⊙
1) 《朝鮮日報》1947년 1월12일자, <共委續開에 關하야 美蘇書翰交換內容>.
2) “Memorandum by Vincent to Marshall”, Jan. 27, 1947,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이하 FRUS) 1947, vol.Ⅵ, Government Printing Office, 1972, p.601. 3) ibid., pp.601~602. 4) ibid., p.603 註 17). 5) Millis, The Forrestal Diaries, Viking Press, 1951, pp.241~242. 6) 차상철,《해방전후 미국의 한반도정책》, 지식산업사, 1991, p.127.
7) Marshall to MacArthur, Feb. 7, 1947, FRUS 1947, vol.Ⅵ, pp.605~606. 8) 미국무부문서 895.01/2-2547 “Memorandum for the Secretary of State and the Secretary of War, Subject: Korea”, Feb. 25, 1947, pp.16~19 (Internal Affairs of Korea 1945-1949 Ⅸ).
9) ibid., pp.20~25 ; FRUS 1947, vol.Ⅵ, pp.611~614. 10) 해리 S. 트루먼 著, 孫世一 譯,《트루먼 回顧錄(下) 試鍊과 希望의 歲月》, 知文閣, 1968, p.301. 11) 정용욱,《해방전후 미국의 대한정책》, 서울대학교출판부, 2003, p.370. 12) “Draft Report of Special Interdepartmental Committee on Korea”, Feb. 25, 1947, FRUS 1947, vol.Ⅵ, pp.617~618.
13) Acheson to Patterson, Mar. 28, 1947, FRUS 1947, vol.Ⅵ, pp.621~622. 14) Acheson to Marshall, Apr. 5, 1947, FRUS 1947, vol.Ⅵ, pp.628~630. 15) Patterson to Acheson, Apr. 4, 1947, FRUS 1947, vol.Ⅵ, pp.625~628. 16) 차상철, 앞의 책, p.138. 17) Marshall to Acheson, Apr. 2, 1947, FRUS 1947, vol.Ⅵ, pp.624~625. 18) 《東亞日報》1947년 4월30일자, <軍政과 合作, 普選法을 制定>. 19) 《朝鮮日報》1947년 4월30일자, <李博士臨政奉戴中止力說>. 20) 《漢城日報》1947년 5월3일자, <法統問題를 妥協難>. 21) 《東亞日報》1947년 5월6일자, <臨政推進會構成>. 22) 《서울신문》1947년 5월22일자, <獨促國民會兩派의 紛爭>.
23) 《朝鮮日報》1947년 5월10일자, <大韓臨政法統의 傳任, 正式政府成立後> ;《東亞日報》1947년 5월10일자, <南北統一政府樹立>. 24) 《東亞日報》1947년 5월14일자, <沈默中의 金九氏 爆彈宣言>. 25) 《東亞日報》1947년 5월14일자, <韓獨黨役員改選>. 26) 《朝鮮日報》1947년 5월13일자, <美軍政府있을 뿐, 他政府樹立은 不許>. 27) 《東亞日報》1947년 5월13일자, <臨政推進會解散>.
28) 《朝鮮日報》1947년 5월16일자, <普選法速히 通過하라>. 29) Langdon to Marshall, May 18, 1947, FRUS 1947, vol.Ⅵ, p.645. 30) 《東亞日報》1947년 5월20일자, <하지·뿌라운將軍과 李博士·金九氏等要談>. 31) 《朝鮮日報》1947년 5월21일자, <民主主義의 內容明示된 後에 處事할터>. 32) FRUS 1947, vol.Ⅵ, pp.646~647. 33) Marshall to Langdon, May 23, 1947, FRUS 1947, vol.Ⅵ, pp.648~649. 34) 《東亞日報》1947년 5월23일자, <託治와 民主解釋에 對한 對答 기다려 決定>.
35) 《朝鮮日報》1947년 5월23일자, <二個條件釋明을 要請>. 36) 《서울신문》1947년 5월27일자, <「共委」에 對하야 反託陣營聲明>. 37) 《서울신문》1947년 5월27일자, <李博士參加勸誘, 臨政系列은 反對>. 38) 《朝鮮日報》1947년 5월27일자, <共委反對는 아니다>. 39) 《東亞日報》1947년 5월28일자, <李博士와 中將要談>. 40) 《東亞日報》1947년 6월1일자, <李博士와 韓民幹部要談>. 41) 尹錫五 證言, 孫世一,《李承晩과 金九》, 一潮閣, 1970, pp.269~170. 42) 《東亞日報》1947년 6월3일자, <參加與否는 自由>. 43) 《朝鮮日報》1947년 6월6일자, <共委參加에 反託陣營贊否兩論>. 44) 《朝鮮日報》1947년 6월6일자, <共委參加는 各自意思>. 45) 《朝鮮日報》1947년 6월8일자, <共委對策會의 獨促側代表召喚>.
46) 《朝鮮日報》1947년 6월11일자, <韓民黨共委參加> ;《大東新聞》1947년 6월10일자, <金性洙氏等 하지中將訪問>. 47) 《東亞日報》1947년 6월11일자, <反託精神은 不變, 臨政樹立엔 參加>. 48) 《大東新聞》1947년 6월10일자, <李博士 또 聲明>. 49) 《東亞日報》1947년 6월17일자, <두 條件明答 있으면 協同하야 進行할 터> ; Rhee to Hodge, Jun. 9, 1947,《大韓民國史資料集(28) 李承晩關係書翰資料集 1(1944-1948)》, 國史編纂委員會, 1996, pp.299~300. 50) 《東亞日報》1947년 6월14일자, <部處長等, 李博士에 參加를 勸告>. 51) 《朝鮮日報》1947년 6월17일자, <李承晩博士 뿌小將訪問>. 52) 《漢城日報》1947년 6월20일자, <韓民黨等右翼團體, 臨政樹立對協結成>. 53) 《朝鮮日報》1947년 6월3일자, <韓獨黨一部中委召集建議> ;《漢城日報》1947년 6월3일자, <韓獨中委八十九人聲明>. 54) 《東亞日報》1947년 6월5일자, <韓獨分裂危機直面>. 55) 《東亞日報》1947년 6월21일자, <韓獨中委除名處分>. 56) 《朝鮮日報》1947년 6월22일자, <韓獨黨三黨으로 分立>. 57) 도진순,《한국민족주의와 남북관계 ― 이승만·김구시대의 정치사》, 서울대학교출판부, 1997, p.159.
58) 《朝鮮日報》1947년 6월12일자, <臨時政府樹立에 目標를 形成> ;《東亞日報》1947년 6월17일자, <臨時政府基準決定> ;《서울신문》1947년 6월12일자, <臨時政府의 樹立目標完成>. 59) 朴容萬,《제1공화국 경무대비화》, 內外新書, 1986, pp.47~49. 60) 裵恩希,《나는 왜 싸웠나》, 一韓圖書株式會社, 1955, pp.66~70. 61) G-2 Periodical Report, no. 558(1947.6.17). 62) G-2 Periodical Report, no. 559(1947.6.18). 63) 《東亞日報》1947년 6월19일자, <內外呼應共同鬪爭>. 64) 《朝鮮日報》1947년 6월18일자, <朝鮮人自體의 方策으로 政府를 樹立케 하라>.
65) 裵恩希, 앞의 책, p.68. 66) 《漢城新聞》1947년 6월24일자, <反託示威에 뿌少將聲明>. 67) 李哲承,《대한민국과 나 ― 이철승의 현대사 증언(1)》, 시그마북스, 2011, pp.157~161. 68) 《東亞日報》1947년 6월25일자, <反託은 各地서 繼續> ; <嚴金兩氏逮捕令>. 69) 李哲承,《全國學聯》, 中央日報·東洋放送, 1976, p.287. 70) 《노력인민》1947년 6월28일자, <共委破壞데모에 對하여 民戰聲明>.
71) 沈之淵, <해방후 주요 정치집단의 통치구조와 정책구상에 대한 분석 ― 미소공동위원회 답신안을 중심으로>,《韓國政治學會報》20집 2호, 한국정치학회, 1986, pp.151~152. 72) 정병준,《우남 이승만 연구》, 역사비평사, 2005, p.663. 73) 《朝鮮日報》1947년 7월2일자, <테로計劃員은 沒理解>. 74) 《大東新聞》1947년 7월4일자, <金九氏 하ㅡ中將에 書翰>.
75) 백학순, <서재필과 해방정국>,《서재필과 그 시대》, 서재필기념회, 2003, pp.449~456. 76) 尹錫五 證言, 孫世一, 앞의 책, p.270. 77) CIC Weekly Summary, no.12(1947.7.3). 78) 《朝鮮日報》1947년 7월4일자, <하지 中將에 協同못함은 不得已한 境遇>. 79) Hodge to Marshall, Jul. 7, 1947, FRUS 1947, vol.Ⅵ, pp.691~692. 80) Marshall to Jacobs, Jul. 7, 1947, FRUS 1947, vol.Ⅵ, pp.701~702. 81) Robert T. Oliver, Syngman Rhee and American Involvement in Korea 1942-1960, Panmun Book Company LTD, 1978, p.66.
총선거를 통하여 남한에 독립과도정부를 수립하려는 이승만과 대한민국임시정부 봉대(奉戴)을 고집하는 김구 그룹의 알력은 급격히 심화되었다.
미소공위가 시작되자 이승만과 김구는 임시정부 봉대문제를 접어두고 미소공위를 저지하기 위하여 협력했다.
미소공위가 순조롭게 진행되자 우익반탁 진영은 미소공위 참가파와 불참파로 분열했다. 한독당(韓獨黨)은 세 당(黨)으로 분립되었다.
한민당(韓民黨)이 미소공위에 참가하자 이승만은 크게 분격했다.
이승만과 김구는 6월 23일에 전국에 걸친 반탁(反託)시위 운동을 주도했다. 하지가 이승만과 김구에게 테러와 암살 계획은 중지하라고 경고하자, 이승만은 하지의 정책은 미국정부의 정책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다급해진 하지는 미 국무부에 이승만의 성명에 대한 반박성명을 발표해 달라고 요망했다.
1. 제2차 美蘇共委員會에 참가 거부
“국부 이박사 외교성공 만세(國父李博士外交成功萬歲)” 등의 축하광고가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등 이승만의 방미외교 성과에 대한 열광은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1년 만에 재개된 미소공동위원회를 둘러싸고 지레 펼쳐진 좌우익 정파들의 하릴없는 권력투쟁으로 1947년 여름 내내 온 나라가 다시 한번 광기의 불가마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이승만과 김구는 다 같이 정치적으로 큰 위기를 겪었다.
1946년 5월 6일에 무기휴회로 들어갔던 미소공위는 1947년 4월 21일에 서울에서 재개되었다. 미소공위를 재개하기로 최종 합의한 것은 1947년 3월 10일부터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4개국 외무장관회의에 참석한 마셜(George C. Marshall) 미 국무장관과 몰로토프(Viacheslav M. Molotov) 소련 외무장관의 편지교환에 의해서였다. 그때까지의 경위를 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와 맥아더가 마셜에 건의
미소공위가 무기휴회한 뒤로 하지 장군은 북한의 치스차코프(Ivan M. Chistiakov) 소련군 사령관과 미소공위 재개문제에 관한 편지를 교환하고 있었는데, 1947년 1월 11일에 이르러 1946년 11월과 12월에 마지막으로 교환한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1) 이 편지가 공개되자 조속한 독립정부 수립운동을 벌이고 있던 우익 정파들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 장군은 국무장관이 경질되는 시점인 1월 20일에 맥아더 장군에게 앞으로 2개월 이내에 미소공위를 속개하거나 정부차원의 어떤 ‘적극적인 행동’이 취해지지 않으면 아마도 미국은 한국에서 자신의 임무를 완수할 기회를 잃게 되고 그 결과 폭동이 일어날 위험성이 증대될 것이며, 한국인들의 신뢰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보고전보를 쳤다. 그런데 평소에 한국사정에 관한 하지의 보고를 국무장관에게 전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 않던 맥아더가 1월 22일 오전에 하지의 이 전문을 마셜에게 타전하고 나서 오후에 따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전보를 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 전문에서 맥아더는 한국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네 가지를 건의했다. 그것은 (1) 모든 한국문제를 유엔으로 이첩하거나 (2) 현존하는 한국문제를 조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안을 권고할 목적으로 이해당사국 아닌 국가들을 포함한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미국정부가 요청하거나 (3) 모스크바협정 제3항 한국 조항의 의미를 명확하게 실행 가능하도록 하기 위하여 미국, 영국, 중국, 소련 정부의 회의를 소집하거나 (4) 하나의 독립국가로 만든다는 계획에 따라 한국이 하나의 정치적 및 경제적 단위로 성공적으로 발전하는 데 장애가 되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미소 간의 최고위급 회담을 개최하는 것이었다.2)
맥아더는 이처럼 하지가 강조한 미소공위의 재개문제보다도 한국문제를 유엔에 이첩하는 방안을 맨 먼저 꼽았는데, 그것은 방미길에 도쿄(東京)에 들렀던 이승만의 주장이 일정하게 반영된 것일 수 있다. 앞에서 본 대로 이승만은 이때에 맥아더의 오른팔인 맥아더 사령부의 정보참모장 윌로비(Charles A. Willoughby) 장군과 점심을 같이 하며 대화를 나누었고, 맥아더 장군도 만났다(《月刊朝鮮》2011년 12월호,<訪美外交로 國內政派들 제압> 참조).
國務部와 陸軍部는 美蘇共委에 기대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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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蘇共委 절차를 협의하고 있는 하지 사령관(왼쪽)과 슈티코프 소련대표단장(오른쪽). |
맥아더의 네 번째 건의사항, 곧 미소 간 최고위급 회담의 개최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 반년 동안 하지가 미소공위의 재개를 소련쪽에 요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가 없는데, 또다시 미국쪽이 정부간 접촉을 촉구하더라도 바람직한 성과는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보다도 그러한 미국정부의 행동이 거꾸로 소련쪽에 미국이 한국에 대한 책임을 빨리 정리하고자 하는 노력의 표시로 잘못 해석될지 모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소련이 정부 간 접촉을 해오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빈센트는 건의했다. 그리고 그것이 모스크바협정의 범위 안이건 그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건 소련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빈센트는 소련의 제의를 기다리는 동안 국무부는 한국의 내년도 구제 및 복구비 예산을 의회로부터 획득하기 위하여 전쟁부(육군부)에 협력하는 한편, 현재의 예산이 의회에서 승인된 뒤에는 육군부의 예상보다 더 확대된 계획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한국을 위한 5,000만 달러의 ‘특별교부금(Grant in Aid)’을 입법화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3)
마셜은 빈센트의 건의를 받아들여 1월 29일 그에게 남한의 한정적 정부(definite government)를 조직하고 그 경제를 일본경제와 연결시키는 정책초안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마셜은 또 육군부에 한국을 위한 ‘특별교부금’ 지출을 국무부가 지원하겠다고 알렸다.4)
같은 날 열린 국무부, 육군부, 해군부 장관회의에서 육군장관 패터슨(Robert P. Patterson)은 육군부가 당면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유일한 문제는 한국문제라고 말했는데,5) 그것은 위에서 본 하지의 보고전문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6)
韓國문제에 대한 特別部間위원회를 설치
마셜 국무장관과 패터슨 육군장관은 2월 7일에 앞으로의 대한정책에 관하여 두 장관에게 제출할 건의를 준비할 기구로 두 부의 고위관리로 구성되는 ‘한국문제에 대한 특별부간위원회(The Special Interdepartmental Committee on Korea)’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7)
특별부간위원회는 예산국의 웰던 존스(J. Weldon Jones), 국무부의 극동국 부국장 펜필드(J. K. Penfield), 미소공위 수석대표였던 아널드(A. V. Arnold)로 구성되었다. 특별부간위원회는 서둘러 한국에 대하여 앞으로 미국이 취해야 할 행동요강을 작성했다. 토의에는 전 국무차관 그루(Joseph C. Grew)도 참가했다. 특별부간위원회가 보고서 작성을 서둔 것은 3월 10일부터 열리는 모스크바의 4개국 외무장관회의에 참가하는 마셜 장관의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리하여 2월 25일에는 장문의 보고서 초안이 두 장관에게 제출되었다. 이 보고서 초안은 이 시점에서의 미국정부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종합적으로 집약한 것이어서 꼼꼼히 톺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
보고서 초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미국에 대한 한국의 중요성을 평가한 부분이다. 초안은 먼저 남북한의 현상을 설명하고 나서 한국의 중요성을 전략적, 정치적, 경제적인 세 분야로 나누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먼저 전략적으로, 미국이 한국에 군대나 기지를 유지하는 이익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만일 극동에서 전쟁이 발생하는 경우 현재 한국에 주둔하는 군대는 더 증강되지 않는 한 미국으로서 군사적인 약점이 될 뿐 아니라 아시아 대륙에서 공격작전을 전개하는 경우에도 한반도는 우회의 대상이 되고 중요성은 없다. 그러나 만일 적대하는 군대가 한반도에 강력한 공군기지를 설치했을 때에는 미국의 동아시아, 만주, 황해, 동해 및 도서들에서의 수송이나 작전을 방해할 수 있게 된다. 곧 미국에 대해서 한국은 현재 군사적인 이익을 갖지 못하는 지역이기는 하나 적대국, 특히 소련이 전 한국을 지배 아래 두는 경우 극동에서의 미국의 이익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이 지역을 항구적인 군사적 중립지대로 하는 것이 가장 이익에 부합된다.
美國民主主義 개념의 有效性 시험하는 지역
다음으로, 정치적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이 평가되었다.
(1) 미국은 장기간에 걸쳐 극동의 피압박 민족들의 독립에 관심을 가져왔다. 만일 한국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실현하는 일에 실패할 경우 종속지역에서의 우리의 지위에 손상을 입히는 것과 함께 이들 지역은 곧바로 소련의 압력에 굴복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는 전 세계에 걸쳐서 우리의 이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2) 한국은 미국으로서 대단히 중요한 정치적 이익이 있는 중국과 일본에 인접해 있으면서 또 소련영토와 인접해 있어서 소련의 영향을 받기 쉽다. 한국에서의 사태 진전이 이들 중요지역에서의 미국의 정치적 이익에 중요하다.
(3) 현재 한국은 미국과 소련이 직접 대치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그곳은 소련의 이데올로기에 비하여 미국 민주주의 개념의 유효성을 시험하는 지역이다. 한국에서의 미국 민주주의의 심판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전 세계가 미국과 미국의 정부형태의 유효성과 생동력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의심하게 될 것이다.
(4) 한국이 갖는 미국의 으뜸가는 정치적 중요성은 그곳의 상황진전이 미소관계 전체에 미치는 효과이다. 소련을 봉쇄하는 우리의 단호한 정책에 약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한 지역에서의 약점은 언제나 소련에 우리가 모든 지역에서 우유부단한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소련에 양보하거나 피하는 것은 독일이나 다른 훨씬 중요한 지역에서의 소련의 태도를 경화시키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보고서초안은 경제적인 면에서는 한국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이 가진 수력발전이나 중금속, 화학산업, 철도망 등이 비우호국에 의하여 지배되는 경우 미국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었다.8)
특별부간위원회는 이러한 인식에 입각하여 소련과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행동 방안으로 (1) 현재의 정책과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2) 남한의 독립정부를 승인하거나 (3) 한국문제를 외무장관회의 또는 유엔에 회부하거나 (4) 남한에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계획을 추진할 것을 제시했다.
南韓독립정부 승인하면 全韓國을 親蘇그룹이 지배
이 네 가지 방안에 대하여 보고서 초안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첫째로, 현재의 정책은 모스크바협정이 곧 실시될 것을 전제로 한 잠정적인 것이고, 재원부족과 한국인의 협력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한국의 현상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고, 한국인은 미군정부와 미국에 대하여 적대적이 되고 생명을 희생시키는 폭동과 무질서의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비효율적인 정책을 유지하는 일은 현명하지 못하다.
둘째로, 이승만 그룹이 주장하듯이 미국이 남한의 독립정부를 승인하는 것은 전 한국을 친소그룹의 정치적 지배 아래 두는 결과가 될 것이다. 만일 우리가 남한의 독립정부를 승인하고 미군이 철수한다면 미국과 소련이 직접 대치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에서 벌인 미국과 소련의 힘의 비교에서 미국이 완전히 정치적 패배를 당한 것이 세계적으로 분명해질 것이다. 독립된 남한이 소련의 지배 아래로 넘어가지 않도록 보증하는 방위수단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설립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힘 관계에 주는 효과는 단지 남한이 미국으로부터 소련의 지배로 넘어간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위신과 영향력의 상실, 그리고 그 결과로 발생하는 소련의 영향력과 힘의 증대는 극동에서의 미국의 이익뿐만 아니라 미국의 세계적인 지위 전체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셋째로, 한국문제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외무장관회의나 유엔에 회부하는 것은 한국에서의 미국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고 위신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미국이 한국에 관한 국제적 합의의 실행을 거부하려 한다고 소련으로부터 비난받을 것이 틀림없다. 또한 그것은 한국문제에 새로운 참가자를 추가하려는 미국의 일방적인 행위가 문제해결을 앞당기지는 못할 것이므로 결국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위한 다른 모든 시도가 실패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유엔에 상정시키는 것이 바람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련이 문제해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려는 것이 명백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한에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계획을 실행하는 것은, 이러한 미국의 적극적인 자세가 한국이 소련의 지배 아래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할 의사가 없음을 소련쪽에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고, 소련에 미국과 같은 자금과 노력을 요구함으로써 앞으로의 교섭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한국의 부흥을 위한 새로운 계획은 미소철수 이후의 독립 한국을 유지해 가기 위한 기초가 될 뿐 아니라 한국인의 협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 유리하다.9)
특별부간위원회의 이러한 판단은 이 시점까지도 미국이 단독으로 남한 독립정부를 승인하거나 한국문제를 외무장관회의 또는 유엔에 이첩하기보다는 소련과의 직접교섭을 통하여 한국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정책을 바꾸어 “과감하고 적극적인” 계획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소련과의 교섭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가 트루먼에게 美蘇교섭 건의해
하지가 1947년 2월에 워싱턴을 방문한 것은 특별부간위원회가 그의 의견을 듣기 위해 소환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는 먼저 2월 24일에 백악관에서 트루먼 대통령과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남한의 경제적 곤란과 정치적 혼란을 자세히 설명하고 미소 간의 합의만이 한국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루먼은 하지와 맥아더의 이러한 보고를 기초로 하여 미소공위를 재개시켜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을 한번 더 시도하겠다는 마셜 국무장관의 계획을 승인했다.10) 이튿날 하지는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하여 만약 미군이 철수하면 북한 정권이 전 한반도를 장악할 것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는 3월 3일에 열린 육군부와 국무부의 한국문제 전문가들과의 회의에서도 한국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적극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소련과 사전협정 없이 미국이 철수하면 한국은 소련의 위성국이 될 것이고, 지금과 같이 미국에 대한 평판이 나쁠 때에 물러난다면 한국인들과 동양인들에게 다시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11)
특별부간위원회는 위와 같은 판단에 입각하여 한국문제 해결을 위한 두 가지 중요한 방안을 제시하고, 이 방안에 따르는 4개항의 구체적인 조치를 권고했다. 두 가지 방안의 하나는 모스크바 4개국 외무장관회의가 끝나기 전에 소련정부와 한국문제에 대하여 접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경제부흥, 교육과 행정의 개선, 정치지도를 위한 계획에 필요한 ‘특별교부금’을 의회에서 법제화하는 것이었다.12)
이 특별부간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초안에 대하여 2월 28일에 육군부 차관 피터슨(Peterson), 예산국의 존스, 국무부의 점령지역 담당 차관보 힐드링(John R. Hilldring), 극동국장 빈센트, 그리고 주한미군사령관 하지 장군이 회합하여 토론한 결과 대체로 승인했다. 그리고 국무장관 대리 애치슨(Dean Acheson)은 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3월 28일에 육군장관 패터슨에게 (1) 앞으로 3년 동안 5억 4,000만 달러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국에서 지출하기 위한 법안이 의회에서 승인되도록 요구한다. (2) 1948년도에 2억 1,500만 달러의 지출금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요구한다. (3) 한국에 있는 우리의 행정부를 개편한다. (4) 경제, 재정, 산업의 부흥을 위한 고위급 경제그룹을 한국에 파견한다는 등의 조치를 시급히 취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무부와 육군부가 같은 의견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편지를 보냈다.13) 애치슨은 또 4월 5일에 모스크바에 가 있는 마셜에게 모스크바 외무장관회의가 끝나기 전에 국무장관이 소련과 접촉하도록 타전했다.14)
韓國은 占領 유지하기 어려운 지역
애치슨의 편지에 대하여 육군장관 패터슨은 미국은 한국을 소련에 내어주지 않는 방법으로 한국문제를 해결하고,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한국으로부터 철수할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패터슨은 한국인의 독립의욕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한국은 점령을 유지하기가 가장 어려운 지역이고, 미국의 안전보장의 견지에서도, 특히 소련과 가까운 장래에 한국을 통일시킨다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점령에 합당한 결과를 획득할 가능성도 희박하므로 조기 철수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정된 인적 자원과 재원밖에 인정받고 있지 못한 육군부로서 이처럼 전략적 가치가 없는 지역의 점령을 계속하는 것은 부담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대안으로 패터슨은 한국문제를 유엔에 이첩하거나 남한에 독립정부를 수립하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5)
국무부도 철수시기 문제를 제외하고는 패터슨의 주장과 같은 입장이었다. 다만 국무부는 적극적인 계획을 추진하는 것만이 결과적으로 한국을 소련에 내어주는 일 없이 미국의 개입을 감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빈센트는 4월 8일에 애치슨에게 상신한 비망록에서 이러한 견해를 표명하면서, 만일 소련과 어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한국문제를 유엔에 이첩하거나 남한에 독립정부를 수립시키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건의했다.16)
마셜 장관은 4월 8일에 모스크바에서 소련 외상 몰로토프에게 편지를 보내어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적 권리에 대한 존중의 바탕 위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미소공위를 재개하자고 제의했다.17) 마셜의 편지에 대하여 몰로토프는 4월 19일에 답장을 보내어 미소공위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미국이 모스크바협정에 반대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한국을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통일된 주권국가로 만들기 위하여 모스크바협정을 “정확하게 실행한다”는 원칙 아래 미소공위를 오는 5월 20일에 서울에서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마셜과 몰로토프 사이의 이러한 모호한 합의에 따라 미소공위는 5월 21일에 덕수궁 석조전에서 재개되었다.
2. “臨時政府法統은 잠복한 상태로 두었다가…”
이승만이 없는 동안 김구 그룹은 임시정부 봉대운동을 통하여 세력이 크게 강화되어 있었다. 그것은 입법의원으로 하여금 빨리 보통선거법을 제정하게 하여 남한 독립과도정부를 수립하는 작업을 추진하려는 이승만으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이승만은 4월 29일 오전에 열린 민주의원 회의에 참석하여 귀국보고와 함께 앞으로의 방침을 피력하는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승만은 미국의 정책이 호전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임시정부 봉대문제는 보류하고 우선 미군정부와 합작하여 보통선거법을 제정하고 총선거를 통하여 과도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8) 이승만은 이어 이날 오후에는 국민의회의 국무위원과 상무위원 연석회의에 참가하여 귀국보고를 하고 주석 취임을 정식으로 거부하는 한편, 임시정부 봉대운동은 당분간 중지할 것을 주장했다.19)
5월 2일에는 경교장에서 이승만과 김구를 비롯하여 조소앙(趙素昻), 조완구(趙琬九), 이청천(李靑天), 김창숙(金昌淑), 조성환(曺成煥), 황학수(黃學秀) 등의 국무위원들과 독촉국민회 지방대표들이 모였는데, 이 자리에서도 임시정부 봉대가 필요한 시기가 올 때까지 보류하자는 이승만의 주장과 임시정부 봉대의 필요성을 고집하는 일부 임시정부 인사들의 주장이 맞서 결론을 보지 못했다.20) 그러다가 5월 6일에 독촉국민회 인사들 가운데 임시정부 봉대파들이 임시정부봉대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장문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추진위원회는 곧 위원장 김승학(金承學), 부위원장 김석황(金錫璜), 정치부장 백홍균(白泓均) 등의 방대한 조직을 구성했다.21)
이렇게 하여 임시정부 봉대문제를 두고 이승만과 김구 그룹의 알력은 급격히 심화되었다. 그리하여 5월 20일에 열린 독촉국민회 중앙상무위원회에서는 부위원장 명제세(明濟世) 등 10여 명이 사표를 제출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22)
“물에 빠진 사람 구하는 방식 가지고 토론만…”
마침내 이승만은 5월 9일에 총선거를 통하여 정부를 세우는 일이 시급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임시정부 봉대문제는 필요할 때까지 보류해 두자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때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문제가 경향 각처 여러 동포에게 의론을 일으켜서, 혹은 임시정부를 봉대하여 총선거를 폐지하자 하며, 또 혹은 총선거를 행할지라도 임시정부 주장으로 하자 하며, 또 혹은 임시정부로 승인을 얻어 그 명의로 통일을 이룬다 하여 언론이 귀일치 못한 형편인데, 이 모든 문제가 아무리 긴중하다 할지라도 이는 말하자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여 내는데 그 구하는 방식을 가지고 서로 토론만 하고 있다가 인명을 잃고 마는 것과 같으니, 모든 사람이 입은 닫고 손을 모아서 나라 운명을 먼저 건져내기로만 노력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정부수립할 기회를 얻어가지고 우리끼리 의견분열로 수립이 못된다면 안으로는 전국 민심이 대낙망이요 밖으로는 우리 민족의 무력한 것을 폭로하여 장차 신탁문제가 다시 발생될지라도 대답할 말이 없을 것이니, 한번 다시 생각하기 바란다. 그런즉 임정 법통관계를 지금 문제 삼지 말고 아직 잠복한 상태로 계속하였다가 정식정부가 성립된 후에는 의정원과 임정의 법통을 정당히 전임(傳任)시킬 수 있을 것이요, 만일 정식정부에 대한 국제장애가 있어서 지금에 진행하려는 방침이 여의치 못한 때에는 우리 전 민족이 다 같은 보조로 임정을 부르고 그 기치하에서 독립을 전취하기가 미만(未晩)할 것이니, 모든 동포는 깊이 생각하여 정당한 길로 동일히 나가기를 바란다.”23)
그것은 임시정부 인사들의 법통론 주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었다.
金九가 韓獨黨기념일에 참석하지 않아
5월 9일은 한국독립당 결성 제17주년 기념일이었다. 임시정부 귀국 이후 처음으로 지방대표 등 500여 명이 인사동 중앙예배당에 모여 기념식을 가졌다. 그러나 이 자리에 김구를 비롯하여 조완구, 조경한(趙擎韓), 엄항섭(嚴恒燮) 등 원로급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아 참석자들을 의아하게 했다. 이들은 신탁통치와 입법의원 문제 등으로 국내파들과의 대립 끝에 4월 9일에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사표를 제출해 놓고 있었다. 이들은 이튿날에 열린 한독당 전국대표자대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구는 대회 마지막 날인 5월 12일의 비공개회의에 참석하여 분격한 어조로 “내가 위원장을 사임한 동기는 소위 간부들이 임시정부 요인들을 무시하는 행위가 있으며, 선거비용에 부위원장 결재도 없이 거액의 예산을 세우는 등 나로서는 책임질 수 없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후까지 한 당원으로서 당을 고수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대회는 지방대표들의 강력한 요구로 모스크바협정을 이행함으로써 독립을 전취할 수 있다고 당론과 위배되는 주장을 해 오던 신한민족당계의 권태석(權泰錫), 김일청(金一淸) 두 사람의 제명처분을 결의했다.24) 이러한 일은 한독당의 임시정부계와 국내파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해졌는가를 짐작하게 한다. 이튿날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정부위원장 선거를 실시한 결과 위원장에는 김구, 부위원장에는 조소앙이 다시 선출되었다.25)
臨政奉戴推進委에 해산명령 내려
임시정부 봉대운동의 확산은 미군정부로서도 방관하고 있을 수 없었다. 러치(Archer L. Lerch) 군정장관은 5월 12일에 일부 인사들이 옛 중경한국임시정부를 조직하려고 회합을 계획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하면서, 임시정부 요인들이 귀국할 때에 개인자격으로 입국한다는 서약서에 서명한 사실을 상기시키고, “남한에는 단지 한 개의 정부밖에 없다. 이 정부에 대립하는 다른 정부를 수립하고자 회합을 계획 중이라는 것은 불법이며 용허하지 못할 일이다”라는 단호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것은 대한민국임시정부 봉대추진위원회가 5월 15일에 대전에서 개최하기로 한 6도(강원도, 충청남북도, 경상남북도, 황해도)대표대회를 겨냥한 것이었다. 같은 날 군정청 경무부장 조병옥(趙炳玉)은 이 집회를 금지하는 군정장관의 명령을 공포하고 그 사실을 충청남도와 제3관구 경찰당국에 통달했다.26) 또한 수도관구경찰청장 장택상(張澤相)은 임시정부 봉대추진위원회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해산명령을 내리는 한편, 위원장 김승학을 취조하고 해산하겠다는 서약서를 받았다.27)
한편 이승만은 이날 보선법안 통과를 지연시키고 있는 입법의원들을 “국권회복을 방해하는 자”들이라고 질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과도입법의원의 책임은 정식 입법의원을 성립하는 데 있거늘 그 직책을 버리고 딴 문제로 세월을 허비한다면 세인 이목에 한인들이 민주정치를 진행할 능력이 없다는 조소를 면치 못하리니, 입법의원은 하루바삐 그 직책을 실행해야만 될 것이요, 그렇지 못하면 독립을 지연하는 죄책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
이승만은 이어 우방들의 협의로 총선거를 행하기로 작정되어 각국이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런 정세하에서 종시로 각 정당이나 개인 관계로 총선거 법안을 통과치 못하면 우리는 좌우익을 막론하고 입법의원 제씨가 국권회복을 방해하는 자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일반 동포는 이분들에게 방임치 말고 무슨 방법으로든지 하루바삐 보선법안을 통과시키기로만을 결심하고 매진하여야 한다.”28)
이승만의 이러한 언설은 그의 선동정치가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브라운과 하지가 右翼정파 설득해
5월 15일에 하지 사령관이 미소공위 재개 사실을 공식으로 발표함으로써 정가는 또다시 요동쳤다. 이승만과 김구는 미소공위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는 절박한 필요에서 임시정부 봉대문제는 일단 접어두고 다시 협력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승만과 김구의 지도에 따라 우익 정파들이 미소공위 참가를 거부할 것으로 판단한29) 미군정부는 미소공위 재개에 앞서 우익 정파들을 설득했다. 아널드 장군 후임으로 미소공위 미국쪽 수석대표가 된 브라운(Albert E. Brown) 소장은 5월 18일에 이승만과 한독당의 김구, 조소앙, 조완구, 한민당의 김성수(金性洙), 백남훈(白南薰),장덕수(張德秀), 서상일(徐相日) 등을 덕수궁으로 초청하여 세 시간 가량 면담했다. 브라운은 신탁통치 문제는 임시정부 수립 뒤에 논의될 것이니까 우선 임시정부 수립에 참가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소공위에서 수립된 임시정부가 신탁통지를 반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끝까지 의사표시의 자유는 인정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되풀이했다. 이승만은 신탁통치 조항은 삭제하고 의사표시의 자유를 인정해야만 미소공위에 참가하겠다고 말했다.30)
5월 19일 오후에는 하지 중장이 이승만, 김구, 조소앙, 조완구, 김성수, 장덕수를 초청하여 두 시간 넘어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이승만은 3상결정에서 신탁통치 조항을 삭제하고 의사표시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통일임시정부를 수립하되 어떤 형태의 민주주의 정부인지 명시하기 전에는 미소공위에 참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곧 민주주의가 “미국식 민주주의”를 의미하느냐 “소련식 민주주의”를 의미하느냐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31) 하지는 모스크바협정에 규정된 신탁통치의 본질이 원조와 협력에 있다는 성명을 국무부나 미군정부가 발표하도록 국무부에 건의했다.32) 그러나 국무부는 이승만의 요구는 소련과의 교섭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면서 부정적이었다. 국무부는 미군정부가 성명을 발표하는 것도 특별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군정부가 필요하다면 미소공위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시기와 방법에 유의하라고 지시했다.33)
李承晩과 金九가 공동성명으로 두 조건 해명 요구해
브라운과 하지와 회담을 마친 우익 정파 지도자들은 연일 대책을 협의하느라 어런더런했다. 이들은 5월 20일에 이어 21일에도 돈암장에 모였다. 21일의 회합에서는 우선 신탁통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해석을 미소공위에 질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승만은 미소공위가 제시하는 민주주의의 해석이 의사표시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고 신탁통치의 내용이 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경제원조 정도의 것이라면 미소공위에 적극 협조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참가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만의 이러한 견해를 기초로 하여 한민당과 한독당에서는 각각 상무위원회를 개최하고 미소공위 참가문제를 논의했다. 우선 질의서를 제출한 다음 회답의 조건이 만족할 만한 것일 때에는 미소공위에 참가한다는 것 등은 이승만과 동일한 행동을 취하기로 하고, 만일 만족할 만한 해답이 없을 때에는 이승만과 김구 등과 공동행동을 취할 것인지 또는 참가하여 반탁투쟁을 할 것인지는 그때에 우익 각 대표가 공동으로 결정하여 행동통일을 기하기로 했다.34) 그리하여 이승만과 김구는 5월 23일에 공동명의로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는 미소공동위원회가 삼팔선을 철폐하고 독립정부를 수립하는 임무에 속히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공동위원회에서 한인지도자들을 협의에 참가케 하는 데는 개인과 단체에 일임하여 자유로 결정케 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공동위원회의 임무수행에 관한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이 명확히 되기 전에는 양심상 참가할 수 없는 처지를 표명한다.
(1) 소위 신탁통치와 독립정부와는 서로 모순되는 것이므로 신탁통치 조건을 전부 삭제하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신탁통치가 보통 해석되는 바와 같지 아니한 것을 공식으로 충분히 성명하거나 하여 독립정부 수립과 모순되는 바가 없게 되어야 할 것이다.
(2) 미소 양국이 한국에 민주주의적 독립정부를 수립하기로 목적을 삼는 바 민주주의라는 명사에 2종의 구별이 있으니, 소련이 주장하는 민주정체가 하나이요 미국에서 실행되는 민주정체가 또 하나이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우리가 먼저 알아야 되겠으니, 이는 다름이 아니라 이 두 정체를 혼잡해서 정부를 수립하면 장래 정부의 분열과 국내의 혼란을 면키 어려울 것이요 열국의 기대에 어그러지게 되는 까닭이다. 우리는 이상 두 가지 조건이 석명되기를 요청하고 있는 중이므로 이 문제가 충분히 해결되기까지 미소공위 협의에 참가하기를 보류하는 바이다.”35)
그러나 그것은 미소공위나 미군정부가 대답할 수 있는 성질의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승만과 김구가 미소공위에 참가하지 않는 명분이었다. 그러한 사정은 이튿날 반탁투쟁위원회가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민통총본부 등 59개 참가단체 공동명의로 이승만과 김구의 공동성명을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한편, 산하단체 전체의 서명날인으로 신탁통치 조항의 삭제와 민주주의의 해석을 명백히 할 것 등이 포함된 미소공위에 보내는 편지를 전달하기로 결의한 사실36)로도 짐작할 수 있다.
“왜놈들 같으면 내말 알아들어…”
5월 21일에 재개된 미소공위는 이튿날로 정당과의 협의를 위한 제1분과위원회, 임시정부의 구조와 그 조직 및 정강을 검토할 제2분과위원회, 권력의 이양방법과 인물선정을 위한 제3분과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하는 등 예상 밖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반탁진영은 동요했다. 미소공위에 참가하지 않았다가는 새로 수립되는 임시정부의 권력 배분에서 제외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5월 25일에 돈암장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김성수, 장덕수, 김준연(金俊淵) 등 한민당 인사들은 미소공위에 참가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김구와 조소앙은 시종일관하여 참가를 보류할 것을 주장했다. 이승만은 자신은 참가보류의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우익진영의 각 단체가 많이 참가하도록 권유했다고 한다.37) 이승만은 이날 AP통신 기자와의 회견에서 자신은 미소공위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지도자들이 협의에 참가하는 것도 반대하지 않으나 자신은 미소공위에 참가하는 데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38) 이날 저녁에 이승만은 하지의 초청으로 하지를 방문하여 요담했다.39)
이승만은 5월 30일에 장덕수 등 한민당 간부들이 돈암장을 찾아왔을 때에도 미소공위 참가 보류를 완강하게 주장했다.40)
이때의 일과 관련하여 돈암장의 비서였던 윤석오(尹錫五)는 주목할 만한 증언을 남겼다. 우익진영의 지도자들의 대책회의가 열린 자리에서 이승만은 말했다.
“하지 말이 내가 자기 일을 방해한다고 하니, 참가하지 말란 말은 하지 않겠소. 나는 참가하지 않지만 각자 자율 의사대로 결정해서 참가하려거든 하시오.”
그것은 지도자가 참가하지 않는데 어떻게 참가하겠느냐는 반응을 기대한 말이었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는 달리 한민당 인사들이 참가를 주장하자 이승만은 크게 실망했다. 그는 회의참석자들이 돌아가고 난 뒤에 혼잣말처럼
“왜놈들 같으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을거야”
하고 몇번이고 되뇌었다.
이승만은 이때부터 한민당을 경원시했고, 한민당과 협력하여 대한민국정부를 수립한 뒤에도 한민당의 기대와는 달리 그들을 정권에서 소외시키는 것도 이때의 앙심 때문이었다는 것이다.41)
右翼 反託진영의 동요로 지도력 위협받아
그러나 미소공위의 성공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우익 반탁진영은 동요했다. 그리고 그 파동은 이승만과 김구의 지도력을 크게 위협했다.
이승만은 6월 2일에 기자들에게 미국사람들이 쿠바나 필리핀을 독립시켜주었다고 자랑하지만 우리는 필리핀 사람이 아니고 4천년 역사를 가진 한국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총과 폭탄이 나의 육체를 꺾을 수 있을 것이나 나의 정신과 주장은 꺾지 못할 것이다” 하고 분격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임시정부 그룹에 대해서는 “김구씨는 임시정부 추진문제에 관하여 잘 이해하고 있으나, 아직도 몇몇 사람은 양해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유감을 표시했다.42)
6월 4일에 독촉국민회 회의실에서 열린 우익 반탁진영 59개 단체 대표들의 미소공위대책회의에는 이 시점의 우익 반탁진영의 동요가 그대로 반영되었다. 70, 80명의 대표들은 미소공위 참가와 불참의 양론이 반반씩으로 맞서서 결정을 보지 못하고 양쪽 대표 10명씩으로 미소공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결정을 그 위원회에 일임했다.43)
이에 대해 이승만과 김구는 6월 5일에 “미소공위 참가여부는 우리가 이미 선언한 바와 같이 각 정당이나 사회지도자들이 각각 자의로 결행할 것이요 우리 처지로는 여하간에 공개로 권고할 수는 없는 터이다”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44) 그러나 그것은 곤혹스러운 공식입장 표명에 지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튿날 열린 독촉국민회의 중앙상무위원 및 도대표 연석회의에 참석해서는 미소공위 참가보류를 역설했다. 회의는 두 사람의 뜻에 따를 것을 결의하고, 전날 구성한 미소공위대책위에서 독촉국민회대표를 소환했다.45)
韓民黨은 美蘇共委에 참가하기로
한민당은 조심스러운 과정을 거쳐 미소공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상임위원회에서 미소공위에 참가하기로 내정한 다음 6월 6일에 선전부를 통하여 “공산주의의 지배를 받지 않는 정부가 되고 신탁통치를 반대할 수 있는 정부가 되기 위하여 미소공위와 협조하는 데 참가함이 비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튿날 소집된 중앙집행위원회는 우익진영의 공동보조를 위하여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6월 9일에 소집된 긴급상임위원회에서도 장시간 토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김성수와 장덕수는 반도호텔로 하지를 방문하여 한 시간 가량 요담했다. 그런 다음 한민당은 6월 10일에 미소공위에 참가한다는 장문의 성명서를 발표했다.46)
한민당의 성명서는 미소공위에 참가하는 이유를 길게 설명하고 “이는 우리의 영도자 이승만 박사의 주장하는바 총선거에 의한 통일정부의 수립을 미소공위 내부에서 관철코자 함이다”라고 천명했다.47) 그러나 이승만은 다음과 같은 성명으로 한민당의 태도를 힐난했다.
“회의에 참가해서 신탁에 반대할 수 있다는 말은 우리로서는 해석키 곤란하다. 차라리 신탁을 지지하기로 결심하고 들어갈 것이니, 서명해서 지지하기로 속이고 들어가서 반대하겠다는 것은 자기의 신의를 무시하는 자이니, 이런 인사가 국제회석에 우리 대표로 출석되는 것도 원치 않거니와 설령 자기의 마음을 속이고 남을 속여서 들어간대도 반대할 기회를 허락지 않을 것이니, 공상을 가지고 인심을 현혹케 하는 것은 공사간에 유해무익일 것이다.…”48)
그것은 한민당에 대한 섭섭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낸 평언이었다. 이승만은 또 6월 9일에 하지에게도 편지를 보냈다. 이승만은 신탁통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석명을 거듭 촉구하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귀하에게 한번 더 설명코자 하는 것은 한국민중이 지금 저희 정부를 자율적으로 수립하여 비록 아직은 북조선에 행정하기를 고집하지 않더라도 남북을 대표한 민주적 기관으로서 관계국과 평화적으로 교섭하여 남북통일을 달성하기로 결심할 것이니, 이것이 귀하와 나 사이에 협동 진행할 수 있는 기본적 문제이다.”
이렇게 적고 나서 이승만은 “만일 우리가 이것으로써 합의되어 이 방면으로 같이 나가기를 협정하고 다른 동포로 하여금 계획에 장애가 되지 않게 한다면 나는 귀하와 다시 합동 진행할 수 있을 것을 언명한다”고 덧붙였다.49)
그러자 한민당과 가까운 군정청의 경무부장 조병옥, 사법부장 김병로(金炳魯), 공보부장 이철원(李哲源) 세 사람이 이승만의 미소공위 참가를 권고하는 한편 미군정부가 이승만이 미소공위에 참가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도록 종용하고 나섰다. 이들은 6월 12일에 하지를 방문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이승만을 방문하여 미소공위 참가를 권유했다.50) 브라운 장군도 6월 15일 저녁에 필동관저로 이승만을 초청하여 이승만의 미소공위 참가를 다시 종용했다.51)
한민당은 6월 19일에 태고사에서 대한노총, 독촉부인회 등 미소공위 참가를 주장하는 20여 단체대표들을 소집하여 임시정부수립 대책협의회를 결성했다.52)
韓獨黨은 세 黨으로 분립돼
미소공위 참가문제로 가장 격심한 분란에 빠진 것은 한독당이었다. 과도정부 민정장관 안재홍(安在鴻)을 비롯한 박용희(朴容羲), 조헌식(趙憲植), 이의식(李義植), 엄우룡(嚴雨龍) 등 국민당계의 중앙위원들과 부차장 등 간부 85명은 6월 2일에 미소공위 참가문제를 결정할 중앙집행위원회를 6월 5일까지 소집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와 관련된 성명서를 발표했다.53) 부위원장 조소앙 주재로 6월 4일에 열린 상무위원회가 그 요구를 거절하자, 이들은 중앙간부들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또 당대회에서 제명당한 권태석, 김일청 그룹은 신한민족당계 인사들을 규합하여 새로 민주독립당을 결성하기로 했다.54)
미소공위의 진행에 대응하여 한독당의 분열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한독당 중앙당부는 6월 19일에 안재홍 등 국민당계 중앙위원 37명과 신한민족당계 중앙위원 9명을 제명했다.55) 그리하여 정식으로 새 정당 결성도 하기 전에 국민당계는 신한국민당으로, 신한민족당계는 민주한독당으로 따로따로 미소공위에 참가하기로 했다. 그리고 임시정부 그룹의 한독당은 부서를 개편하고 미소공위에는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56) 신한국민당과 민주한독당은 각각 중간우파와 중간좌파의 주요 정당이 되어 중간파의 미소공위 참가를 주도했다.57)
3. 李承晩-金九와 하지의 論爭
미소공위는 6월 11일에 「공동성명 제11호」로 그동안의 회의경과를 설명하고 협의규정을 발표했다. 신문들은 주먹만한 활자로 “임시정부의 수립목표 완성”, “임정수립기준 결정” 등의 제목을 달아 1면 전면에 걸쳐 협의규정 내용을 보도했다. 협의규정에 따르면 정당 및 사회단체가 협의대상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모스크바협정을 지지하겠다는 선언서에 서명하여 6월 23일까지 미소공위에 제출하고 미소공위가 배부한 임시정부 헌장과 정당에 관한 질문서의 해답을 7월 1일까지 제출해야 했다.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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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蘇共委의 「공동성명 제11호」를 보도한 신문지면. |
6월23일에 대규모 시위 벌이기로
이 성명서가 발표되던 날 김성수, 장덕수, 김준연 세 사람은 다시 돈암장을 방문했다. 이 무렵 서울대생으로서 돈암장을 드나들면서 대외연락 업무를 맡아 하던 박용만(朴容萬)은 이날 돈암장에 갔다가 이승만과 한민당의 세 사람이 만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승만은 흥분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박용만을 데리고 침실로 들어간 이승만은 박용만의 두 손을 잡은 채 벌벌 떨면서 마구 눈물을 흘렸다. 이날 이승만은 박용만에게 6월 23일을 기하여 전국적으로 신탁통치 반대 군중대회를 열도록 은밀히 연락할 것을 지시했다.59) 6월 23일에 전국적으로 대규모의 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은 독촉국민회의 배은희(裵恩希)의 제의에 따른 것이었다. 미군정부는 행정명령 제3호로 미소공위기간 동안 대중집회를 금지시키고 있었는데, 6월 23일은 단오날이었다. 이날을 기하여 3·1운동 때와 같은 시위운동을 벌이기로 한 것이었다. 이 모의에는 김구도 참가했다. 그리하여 독촉국민회 각도 지부장들에게 이승만과 김구의 공동명의로 된 ‘밀신(密信)’이 전달되었다.60) 6월 중순에는 배은희, 김석황(金錫璜), 서상천(徐相天), 이종형(李鍾滎) 등이 6월 23일에 폭동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보가 미군 정보망에 포착되었다.61) 미군정부는 처음에는 김구가 이 폭동을 주도하고 이승만은 폭동을 막으려 한다고 판단했다.62)
조직의 힘을 소중히 여기는 이승만은 반탁 우익진영의 분열을 염려했다. 특히 6월 23일의 대규모 시위계획이 차질 없이 이루어져야 했다. 그는 6월 17일 오후에 유진산(柳珍山) 등 우익 반탁투쟁위원회 대표 30명가량을 돈암장으로 초청하여 미소공위 참가파나 불참가파나 반탁의 정신은 동일하니까 불참가파는 참가파를 공격할 것이 아니라 내외호응하여 공동투쟁을 전개하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승만의 지시에 따라 반탁투쟁위는 이튿날 회의를 열고 (1) 신탁조항은 절대 배격할 것 (2) 미소공위 참가문제는 이박사 태도의 추종을 원칙으로 할 것 (3) 참가파와 보류파는 내외공동투쟁을 전개할 것을 결의했다.63)
“美蘇共委는 ‘잡탕정부’ 세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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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蘇共委 저지운동을 앞두고 獨促國民會 황해도지부장 朴昌彬 목사에게 보낸 密信. |
(1) 현재 서울에서 진행 중인 미소공위는 한국에 정부를 수립할 것이나, 이는 명확한 공산주의 정부도 아니고 미국식 민주주의 정부도 아닌 잡탕정부일 것이다.
(2) 현재 한국을 점령하고 있는 미소 양국은 한국인으로 하여금 한국인 자체의 방책으로 정부를 수립하게 해야 할 것이다.
(3) 만약 이렇게 수립된 정부를 운영하는데 한국인이 2, 3년 내에 실패한다면 그때에 비로소 열강이 등장하는 것이 선책(善策)일 것이다.
(4) 미국 또는 소련의 그 일방이 이니시어팁을 취할 때까지 한국으로부터 철수할 것을 주저하고 있는 사실은 한국인으로 하여금 한국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5) 남한에서의 미국의 중립적 불간섭정책은 공산주의 세력을 유리하게 하고 한국인 사이의 분열을 조장시키고 있다.64)
이러한 주장으로 미루어 보면 이승만 자신도 이 시점에서는 미소공위에 의한 임시정부 수립이 성공할지 모른다는 판단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정부는 좌우합작의 ‘잡탕정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김구도 비슷한 판단을 했던 것 같다. 그도 배은희와 함께 대대적인 반탁시위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이승만을 보고 “형님, 아마도 탁치정부가 되나 봐요” 하고 말했다고 한다.65)
徐潤福 선수 환영식에 모인 인파를 이용하여
6월 23일에 서울에서는 때마침 4월 19일에 열린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서윤복(徐潤福) 선수의 환영대회가 미군정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의 서울 시위를 주동한 것은 이철승(李哲承)을 중심으로 한 전국학련이었다. 서울의 10개 지부를 비롯한 전국지부가 총동원되었다. 정오 사이렌과 함께 순식간에 종로네거리가 인파로 메워졌다. “서윤복 만세!”로 시작된 만세 소리는 이내 “신탁통치 반대!”로 바뀌었다. 서윤복 환영식에 참가했던 군중들이 합세하여 시위인파는 수만 명에 이르렀다고 신문들은 보도했다. 시청 앞 광장에는 미군 장갑차까지 동원해 삼엄한 경계를 폈고, 경찰은 수도경찰청장 장택상의 진두지휘 아래 시위진압에 나섰다. 목표는 미소공위가 열리는 덕수궁이었다. 대한문 앞에는 미군 헌병이 총에 착검을 하고 늘어서 있었다. 시위대는 “결사반탁”을 외치며 그들을 밀어붙였다. 장택상이 말에서 떨어졌다. 학련의 돌격조가 대꼬챙이로 장택상이 탄 말의 엉덩이를 찔렀기 때문이다. 애국부인회의 박순천(朴順天)이 군중을 상대로 열변을 토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 순간 미군 탱크 한 대가 덕수궁 남쪽 담장길로 천천히 군중을 헤치고 나왔다. 그 뒤로 미소공위 소련 대표단장 슈티코프(Terentii F. Shtykov) 일행이 탄 지프차가 붉은 기를 나부끼며 따라 나왔다. 학련의 특공대들이 그 지프차에 돌과 모래를 마구 던졌다. 슈티코프의 차는 돌 두 개를 맞고 대한문 안으로 사라졌다.
“李承晩과 金九를 국외로 추방하라!”
장택상의 주선으로 이철승 등 학생대표 세 사람이 미소공위 회의장으로 가서 미국 수석대표 브라운 장군과 면담했다. 학생대표들은 (1) 신탁통치를 즉시 철폐할 것 (2) 총선거 실시에 대한 보장을 할 것 (3) 김구에 의하여 수립될 독립정부를 조선의 정부로 인정할 것 (4) 우리는 이승만, 김구의 노선을 지지한다는 네 가지를 요구했다고 한다.66) 면담을 마치고 나온 학생대표들은 면담내용을 보고하고 군중을 해산시켰다.
이승만은 시위를 끝내고 돈암장으로 찾아간 이철승을 끌어안으며 “자네는 개국공신이야. 큰일을 했어” 하고 눈물을 글썽거렸다.67)
반탁독립투쟁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5만명가량의 시민들이 참가한 광주를 비롯하여 부산, 대구, 전주, 군산, 공주, 음성, 남원, 천안, 경주, 강릉, 춘천 등 100여개 도시에서 일제히 거행되었다. 시위의 배후조종자로 김구의 최측근인 엄항섭과 김석황에게 체포령이 내렸다.68)
전국학련의 시위준비자금은 군정청의 보건후생부 재해구호과장 조양환(曺陽煥)이 마련해 준 것이었다. 조양환은 국도극장에서 공연중인《춘향전》의 입장료에 10원씩 더 붙여 180만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69)
이날의 반탁시위에 대하여 민주주의 민족전선은 시위의 주동분자인 이승만과 김구 등을 국외로 추방하고, 그들의 막하에 있는 정당과 사회단체, 청년단체 등을 해체시키며, 이들의 활동의 자유를 법적으로 정지시키라고 촉구했다.70)
그러나 이러한 시위가 쇄도하는 미소공위 협의대상 참가신청을 막을 수는 없었다. 7월 1일로 마감하려던 답신안의 접수는 7월 5일까지 연기되었다. 그리하여 모두 463개의 정당과 사회단체가 미소공위와의 구두협의에 참가할 것을 신청했고, 그 가운데 435개 단체가 서면으로 답신안을 작성하여 제출했다. 남한지역에서 협의참가를 신청한 단체는 425개였고, 그 가운데 답신안을 제출한 단체는 397개였다. 북한지역에서는 38개 단체가 협의신청을 하고, 공동으로 답신안을 작성하여 제출했다.71)
하지의 경고편지에 李承晩은 격분해
6월 23일의 시위가 있은 뒤로 미군정부 정보망에는 극우파쪽에서 미소공위를 파탄시키기 위하여 여러 가지 테러와 요원암살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는 정보가 포착되었다. 그 가운데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익명의 독촉국민회 회원이 미군방첩대(CIC)에 보낸 6월 19일자 편지였다. 그것은 한독당, 독촉국민회, 반탁투쟁위 안의 임시정부 그룹과 일부 한민당 그룹이 김구의 주도 아래 좌익 지도자들을 암살하고 경찰과 우익 무장단체의 지원을 받아 7월 1일에 임시정부를 선포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군정부는 그 정보를 확인하고, 하지는 6월 28일에 이승만에게 다음과 같은 경고편지를 보냈다.72)
“선생의 정치기구의 상층부에서 나온 줄로 짐작되는 보도에 의하면 선생과 김구씨는 미소공위 업무에 대한 항의수단으로서 조속한 시기에 테러행위와 조선경제 교란을 책동한다고 한다. 고발자들은 이런 행동에는 몇건의 정치암살도 포함하기로 되었음을 중복 설명한다. 이러한 성질의 공공연한 행동은 한국독립에 막대한 지장을 끼칠 터이므로 이러한 고발이 사실 아니기를 바란다.
한국의 애국심 전부가 건설적 방도에 발양되고 아름다운 한국대중에게 유혈불행 재변을 의미하며 한국의 독립할 준비가 아직 안되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는 케케묵은 방식을 통하여 발현되지 않기를 나는 과거에도 바랐고 또 계속하여 바란다.”
信託지지 강요하는 위협인가
하지의 편지를 받고 격분한 이승만은 6월 30일에 하지에게 다음과 같은 답장을 보내고, 그것을 하지의 편지와 함께 공개했다.
“경계자. 김구씨와 내가 테러 및 암살사건에 간여하고 있다고 치의(致疑)하는 6월 28일자 귀함은 귀하가 한인들과 지도자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우리가 생각하던 바를 한번 더 깨닫게 한 것이다.
귀함을 받고 처음 생각에는 위신소관으로 이런 글에 대답하지 않으려 했으나 이 관계가 가장 중대한 것이니만치 경홀히 볼 수 없는 터이다.… 이것이 신탁지지를 강요하기 위하여 위협적이나 함구시키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면 그 고발자의 성명을 발로하여 철저히 조사에 편의케 해야 될 것이다. 나는 피고의 한 사람으로서 귀함에 이른바 나의 정치기구의 이면에 있는 자로 이 고발을 하였다는 인사의 성명을 지체없이 내게 알려주기를 요청한다. 내가 유죄한 경우에는 벌을 받아야 하겠고 그렇지 않으면 이런 중대한 죄명을 내게 씌우는 자가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귀하에게 언명코자 하는 바는 한인들이나 그 지도자들이 귀함에 이른 바와 같이 테러행동을 계획하거나 고대적인 유혈방식을 사용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실로 테러와 암살과 충화[衝火: 불을 지름]하는 자는 반미하는 공산분자 중 근일에 특사로 석방된 669인의 대다수 죄범들인데, 그 결과로 일반민중과 특히 경관들이 생명과 가정이 위태케 된 것이다. 귀함을 김구씨에게 보내니 직접으로 회답이 있을 줄 믿는다.…”
그러고는 “나의 품행상에 관계가 되며 따라서 민중에 영향을 미칠 사정이므로 왕복한 편지를 공개한다”고 덧붙였다.73)
김구도 7월 2일에 하지에게 자기는 이승만의 편지내용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면서 밀고자의 성명을 밝히기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74)
“徐載弼 할애비를 불러와 봐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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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년 만에 귀국한 徐載弼을 맞아. 왼쪽부터 金奎植, 徐載弼, 呂運亨. |
서재필은 이내 국민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미소공위의 순조로운 진행과 더불어 이 무렵 항간에는 미소공위를 통하여 수립될 정부의 조각 명단이 유포되기도 했는데, 개중에는 대통령 서재필, 부통령 김두봉(金枓奉), 국무장관 김규식, 외무장관 여운형(呂運亨), 내무장관 신익희(申翼熙), 법무장관 허헌(許憲), 재무장관 김성수, 교육장관 안재홍 등으로 된 명단도 있었다. 또 이승만, 김구, 김일성(金日成) 세 사람을 고문으로 하고, 김규식을 대통령, 조만식(曺晩植)과 김원봉(金元鳳)을 부통령, 신익희를 국무총리로 하는 조각 명단도 나돌았다. 이 명단에는 서재필은 주미대사로 되어 있었다.77)
하지의 정책은 美國政府 정책에 위반된다고
서재필이 귀국하고 이틀 뒤인 7월 3일에 이승만은 마침내 하지의 정책은 미국민중의 의사나 미국정부의 정책에 위반되는 것이므로 지지할 수 없다는 폭탄선언을 발표했다.
“소위 해방 이후로 작년 겨울까지 우리가 노력한 것은 하지 중장의 정책을 절대 지지해서 한미협동으로 정부를 조직하여 우리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하지 중장은 우리 협의를 얻어 시험하여 본 것이 대여섯 가지의 계획인데 다 실패한 것은 공산지도자들의 협조를 얻지 못한 까닭이요 이것을 얻지 못할 동안까지는 무슨 계획이나 다 무효로 만들자는 것이 하지 중장의 유일한 정책이다.
우리가 이 정책이 성공될 수 없는 것을 알고도 협조한 것은 하지 중장이 필경 가능성 없는 것을 파악하고 새 정책을 쓰기를 바라고 기다려 온 것이다. 그런데 작년 겨울에 와서는 하지 중장이 그 계획을 고칠 가망이 없는 것을 확실히 인식한 나로서는 하지 중장에게 우리가 더 지지할 수 없다는 이유를 설명하고 이제부터는 김구씨와 나는 우리의 자유보조를 취하게 된 것이다.”
이승만은 이어 자기가 주장하는 한국과도정부 수립안은 국무부의 힐드링 차관보나 맥아더도 다 지지하는 것이고 하지 자신도 그대로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이제 그 계획을 자율적으로 실행해야 할 단계라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에 와서 보면 입법의원에서 하지 중장이 임명한 의원들이 이것을 오늘까지 장해해서 심지어 입법의원을 파괴시키게까지 이른 것을 우익진영에서 모든 것을 양보해서 이름이라도 유지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자주할 능력에 대하여 불미한 감상을 세계에 주기를 피하려 한 것이다. 지금에 와서 부득이 보선법을 통과하였다 하나 미소공위의 효과를 기다리는 하지 중장의 의도하에서는 총선거를 진행할 희망이 아직 망연하고 우리의 정세로는 앉아서 기다릴 수 없는 경우이므로, 우리는 부득이 우리의 자율계획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는 터이니, 동포는 다 이를 양해하고 각각 정당이나 사회단체나 오직 이 정신하에서 합심 용진할 것이다.…”78)
이승만의 이 성명은 하지를 여간 곤혹스럽게 만들지 않았다. 그러한 주장은 한국인들에게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장병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는 國務長官에게 反駁성명 요망해
성명서의 불똥은 미국무부에까지 튀었다. 하지는 이 성명서의 전문을 국무장관에게 보고하면서 국무부가 이를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해 줄 것을 요망했다.79) 그러나 국무부의 판단은 달랐다. 국무부 장관이 이승만의 주장을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하면 오히려 이승만의 행동에 권위를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남한의 정치그룹들 사이의 불안한 상황을 강조하는 것이 되고, 결과적으로 소련에만 이익을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80) 그 대신 하지와 새로 부임한 정치고문 제이컵스(Joseph E. Jacobs)가 이승만을 만나 하지 장군이 트루먼 행정부의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마셜의 메시지를 보여주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무부는 이승만의 성명이 미국 신문에 보도될 경우에 대비하여 반박성명을 준비했다.
이승만이 가장 의지하는 조언자이자 친구인 올리버(Robert T. Oliver)는 7월 8일에 이승만에게 고통을 참으면서 가능한 대로 미군정부에 협력하는 것이 좋겠다는 우정 어린 편지를 보내왔다. 올리버는 “저들이 좋든 싫든 선생은 저들의 사람이며 또 그래야만 합니다”라면서 이승만의 용기를 북돋우었다.81)⊙
1) 《朝鮮日報》1947년 1월12일자, <共委續開에 關하야 美蘇書翰交換內容>.
2) “Memorandum by Vincent to Marshall”, Jan. 27, 1947,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이하 FRUS) 1947, vol.Ⅵ, Government Printing Office, 1972, p.601. 3) ibid., pp.601~602. 4) ibid., p.603 註 17). 5) Millis, The Forrestal Diaries, Viking Press, 1951, pp.241~242. 6) 차상철,《해방전후 미국의 한반도정책》, 지식산업사, 1991, p.127.
7) Marshall to MacArthur, Feb. 7, 1947, FRUS 1947, vol.Ⅵ, pp.605~606. 8) 미국무부문서 895.01/2-2547 “Memorandum for the Secretary of State and the Secretary of War, Subject: Korea”, Feb. 25, 1947, pp.16~19 (Internal Affairs of Korea 1945-1949 Ⅸ).
9) ibid., pp.20~25 ; FRUS 1947, vol.Ⅵ, pp.611~614. 10) 해리 S. 트루먼 著, 孫世一 譯,《트루먼 回顧錄(下) 試鍊과 希望의 歲月》, 知文閣, 1968, p.301. 11) 정용욱,《해방전후 미국의 대한정책》, 서울대학교출판부, 2003, p.370. 12) “Draft Report of Special Interdepartmental Committee on Korea”, Feb. 25, 1947, FRUS 1947, vol.Ⅵ, pp.617~618.
13) Acheson to Patterson, Mar. 28, 1947, FRUS 1947, vol.Ⅵ, pp.621~622. 14) Acheson to Marshall, Apr. 5, 1947, FRUS 1947, vol.Ⅵ, pp.628~630. 15) Patterson to Acheson, Apr. 4, 1947, FRUS 1947, vol.Ⅵ, pp.625~628. 16) 차상철, 앞의 책, p.138. 17) Marshall to Acheson, Apr. 2, 1947, FRUS 1947, vol.Ⅵ, pp.624~625. 18) 《東亞日報》1947년 4월30일자, <軍政과 合作, 普選法을 制定>. 19) 《朝鮮日報》1947년 4월30일자, <李博士臨政奉戴中止力說>. 20) 《漢城日報》1947년 5월3일자, <法統問題를 妥協難>. 21) 《東亞日報》1947년 5월6일자, <臨政推進會構成>. 22) 《서울신문》1947년 5월22일자, <獨促國民會兩派의 紛爭>.
23) 《朝鮮日報》1947년 5월10일자, <大韓臨政法統의 傳任, 正式政府成立後> ;《東亞日報》1947년 5월10일자, <南北統一政府樹立>. 24) 《東亞日報》1947년 5월14일자, <沈默中의 金九氏 爆彈宣言>. 25) 《東亞日報》1947년 5월14일자, <韓獨黨役員改選>. 26) 《朝鮮日報》1947년 5월13일자, <美軍政府있을 뿐, 他政府樹立은 不許>. 27) 《東亞日報》1947년 5월13일자, <臨政推進會解散>.
28) 《朝鮮日報》1947년 5월16일자, <普選法速히 通過하라>. 29) Langdon to Marshall, May 18, 1947, FRUS 1947, vol.Ⅵ, p.645. 30) 《東亞日報》1947년 5월20일자, <하지·뿌라운將軍과 李博士·金九氏等要談>. 31) 《朝鮮日報》1947년 5월21일자, <民主主義의 內容明示된 後에 處事할터>. 32) FRUS 1947, vol.Ⅵ, pp.646~647. 33) Marshall to Langdon, May 23, 1947, FRUS 1947, vol.Ⅵ, pp.648~649. 34) 《東亞日報》1947년 5월23일자, <託治와 民主解釋에 對한 對答 기다려 決定>.
35) 《朝鮮日報》1947년 5월23일자, <二個條件釋明을 要請>. 36) 《서울신문》1947년 5월27일자, <「共委」에 對하야 反託陣營聲明>. 37) 《서울신문》1947년 5월27일자, <李博士參加勸誘, 臨政系列은 反對>. 38) 《朝鮮日報》1947년 5월27일자, <共委反對는 아니다>. 39) 《東亞日報》1947년 5월28일자, <李博士와 中將要談>. 40) 《東亞日報》1947년 6월1일자, <李博士와 韓民幹部要談>. 41) 尹錫五 證言, 孫世一,《李承晩과 金九》, 一潮閣, 1970, pp.269~170. 42) 《東亞日報》1947년 6월3일자, <參加與否는 自由>. 43) 《朝鮮日報》1947년 6월6일자, <共委參加에 反託陣營贊否兩論>. 44) 《朝鮮日報》1947년 6월6일자, <共委參加는 各自意思>. 45) 《朝鮮日報》1947년 6월8일자, <共委對策會의 獨促側代表召喚>.
46) 《朝鮮日報》1947년 6월11일자, <韓民黨共委參加> ;《大東新聞》1947년 6월10일자, <金性洙氏等 하지中將訪問>. 47) 《東亞日報》1947년 6월11일자, <反託精神은 不變, 臨政樹立엔 參加>. 48) 《大東新聞》1947년 6월10일자, <李博士 또 聲明>. 49) 《東亞日報》1947년 6월17일자, <두 條件明答 있으면 協同하야 進行할 터> ; Rhee to Hodge, Jun. 9, 1947,《大韓民國史資料集(28) 李承晩關係書翰資料集 1(1944-1948)》, 國史編纂委員會, 1996, pp.299~300. 50) 《東亞日報》1947년 6월14일자, <部處長等, 李博士에 參加를 勸告>. 51) 《朝鮮日報》1947년 6월17일자, <李承晩博士 뿌小將訪問>. 52) 《漢城日報》1947년 6월20일자, <韓民黨等右翼團體, 臨政樹立對協結成>. 53) 《朝鮮日報》1947년 6월3일자, <韓獨黨一部中委召集建議> ;《漢城日報》1947년 6월3일자, <韓獨中委八十九人聲明>. 54) 《東亞日報》1947년 6월5일자, <韓獨分裂危機直面>. 55) 《東亞日報》1947년 6월21일자, <韓獨中委除名處分>. 56) 《朝鮮日報》1947년 6월22일자, <韓獨黨三黨으로 分立>. 57) 도진순,《한국민족주의와 남북관계 ― 이승만·김구시대의 정치사》, 서울대학교출판부, 1997, p.159.
58) 《朝鮮日報》1947년 6월12일자, <臨時政府樹立에 目標를 形成> ;《東亞日報》1947년 6월17일자, <臨時政府基準決定> ;《서울신문》1947년 6월12일자, <臨時政府의 樹立目標完成>. 59) 朴容萬,《제1공화국 경무대비화》, 內外新書, 1986, pp.47~49. 60) 裵恩希,《나는 왜 싸웠나》, 一韓圖書株式會社, 1955, pp.66~70. 61) G-2 Periodical Report, no. 558(1947.6.17). 62) G-2 Periodical Report, no. 559(1947.6.18). 63) 《東亞日報》1947년 6월19일자, <內外呼應共同鬪爭>. 64) 《朝鮮日報》1947년 6월18일자, <朝鮮人自體의 方策으로 政府를 樹立케 하라>.
65) 裵恩希, 앞의 책, p.68. 66) 《漢城新聞》1947년 6월24일자, <反託示威에 뿌少將聲明>. 67) 李哲承,《대한민국과 나 ― 이철승의 현대사 증언(1)》, 시그마북스, 2011, pp.157~161. 68) 《東亞日報》1947년 6월25일자, <反託은 各地서 繼續> ; <嚴金兩氏逮捕令>. 69) 李哲承,《全國學聯》, 中央日報·東洋放送, 1976, p.287. 70) 《노력인민》1947년 6월28일자, <共委破壞데모에 對하여 民戰聲明>.
71) 沈之淵, <해방후 주요 정치집단의 통치구조와 정책구상에 대한 분석 ― 미소공동위원회 답신안을 중심으로>,《韓國政治學會報》20집 2호, 한국정치학회, 1986, pp.151~152. 72) 정병준,《우남 이승만 연구》, 역사비평사, 2005, p.663. 73) 《朝鮮日報》1947년 7월2일자, <테로計劃員은 沒理解>. 74) 《大東新聞》1947년 7월4일자, <金九氏 하ㅡ中將에 書翰>.
75) 백학순, <서재필과 해방정국>,《서재필과 그 시대》, 서재필기념회, 2003, pp.449~456. 76) 尹錫五 證言, 孫世一, 앞의 책, p.270. 77) CIC Weekly Summary, no.12(1947.7.3). 78) 《朝鮮日報》1947년 7월4일자, <하지 中將에 協同못함은 不得已한 境遇>. 79) Hodge to Marshall, Jul. 7, 1947, FRUS 1947, vol.Ⅵ, pp.691~692. 80) Marshall to Jacobs, Jul. 7, 1947, FRUS 1947, vol.Ⅵ, pp.701~702. 81) Robert T. Oliver, Syngman Rhee and American Involvement in Korea 1942-1960, Panmun Book Company LTD, 1978, p.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