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훈분석단 파견 못 하는 현실에 답답해 직접 현지 방문”
⊙ 우크라軍의 북한군 평가, ‘젊은 층으로 구성, 강인한 체력, 공포심이 없다’
⊙ “북한군 포로 리 모씨, ‘한국 가면 내가 가정을 이루기는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
⊙ “전쟁, 생각처럼 일찍 끝나진 않을 것… 우크라이나, 미국 지원 없이도 3~4개월 항전 지속 가능”
⊙ “북한군 포로, ‘황해도 곡산에 서울·부산·제주도 지형 본뜬 훈련장 있다”
⊙ “韓-우크라이나, 드론·對드론 분야 협력하면 상호 이익”
⊙ “드론이 전장 환경 뒤바꾸고 있지만 우리는 위기의식·절박감 없어”
⊙ 트럼프 2기에 맞서 韓 자위적 핵무장? “잠재력 확보가 우선”
⊙ 폴란드는 K-방산 유럽 진출 위한 최고의 선택이자 교두보
⊙ “국방에 진심을 가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 우크라軍의 북한군 평가, ‘젊은 층으로 구성, 강인한 체력, 공포심이 없다’
⊙ “북한군 포로 리 모씨, ‘한국 가면 내가 가정을 이루기는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
⊙ “전쟁, 생각처럼 일찍 끝나진 않을 것… 우크라이나, 미국 지원 없이도 3~4개월 항전 지속 가능”
⊙ “북한군 포로, ‘황해도 곡산에 서울·부산·제주도 지형 본뜬 훈련장 있다”
⊙ “韓-우크라이나, 드론·對드론 분야 협력하면 상호 이익”
⊙ “드론이 전장 환경 뒤바꾸고 있지만 우리는 위기의식·절박감 없어”
⊙ 트럼프 2기에 맞서 韓 자위적 핵무장? “잠재력 확보가 우선”
⊙ 폴란드는 K-방산 유럽 진출 위한 최고의 선택이자 교두보
⊙ “국방에 진심을 가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북한 포로와 만났던 일화를 전하고 있다. 사진=유용원 의원실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 4개 여단 중 3개는 11군단(일명 폭풍군단), 나머지는 정찰총국 소속입니다. 유사시 남한 후방으로 침투해 게릴라전을 펼치는 부대죠. 남침에 앞장설 정예 부대들이 러시아군과 연합하여 쿠르스크에서 피 흘리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실전(實戰) 경험을 쌓고 있는 거죠. 2024년 6월 러시아와 북한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을 맺었습니다. 한반도 유사시에는 러시아군이 북한군과 연합부대를 편성해 개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상황이 위중함에도 우리 사회는 전훈(戰訓)분석단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저라도 현지에 가서 보고 듣고 실상을 국민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방부 출입 경력 31년인 군사전문기자 출신 국민의힘 유용원(61) 의원. 국방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내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군사전문기자’라는 명칭이 붙었다. 1990년 조선일보사에 입사해 《월간조선》을 거쳐 1993년부터 《조선일보》에서 국방부만을 담당했다. 20대 후반부터 국방·안보 분야에 청춘을 바쳐 일생을 살아오고 있다. 하나회 명단을 최초로 보도(《월간조선》 1993년 1월호)하는 등 《조선일보》 최다 특종상(46회)을 받은 기록도 있다. 2001년부터는 국내 최대 군사 전문 커뮤니티 ‘비밀(BEMIL, 전 ‘유용원의 군사세계’)’을 운영해 왔다.
유 의원은 국방·안보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22대 총선 국민의미래(국민의힘 비례정당) 비례대표(12번)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1호 발의 법안’으로, 국방·원자력 등 국가안보 관련 업무 수행 중 순직(殉職)한 민간인도 공무원처럼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유 의원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거대 담론보다는 군 장병의 사기 진작에 필요한 처우 개선, 일명 ‘군생(軍生)’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초급 간부 지원율을 높이고 중간 간부 이탈을 막기 위해 당직 근무비 현실화, 장병 급식 단가 인상, 복무장려금 지급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핵무장 잠재력 확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국회 무궁화포럼’을 발족했다.
국회의원 개인으로는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방문
유용원 의원은 지난 2월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북한군 포로 2명을 면담하고 우크라이나군 관계자와 의견을 나눴다. 한국 국회의원 개인으로는 처음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사례다. 유 의원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9박 10일간 머물며 공식 일정 22개를 소화했다.
바르샤바에서 키이우까지 기차로 이동했는데 갈 때 12시간, 나올 때 14시간이 소요됐다. 거리는 550km였지만, 국경을 넘을 때마다 여권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고, 궤도 폭이 달라 바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 기차에는 식당칸도 없어 침대 옆 간이 탁자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객실 내부는 낡고 허름했으나, 다리를 뻗고 잘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유 의원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본격화되면 우리 기업이 맡을 일이 많겠다”고 했다.
기자가 힘들었겠다고 하자 유 의원은 “나보다 우리 손민석 선임비서관이 더 고생했다”고 말했다. 정훈장교 출신인 손 선임비서관은 과거 자이툰부대 공보장교로도 복무했다.
유 의원은 임기 초부터 우크라이나 방문을 희망했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성사되지 못했었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 의회와 ‘얄타유럽전략(YES) 특별회의’ 측에서 공식 초청장을 보내오면서 방문이 이루어졌다.
— 굳이 위험한 곳을 찾아간 이유가 있습니까.
“주변 만류에도 주저 없이 초청에 응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전쟁의 승패는 결국 전장에서 결정됩니다. 북한은 러시아와 손잡고 전장에서 현대전을 직접 체득하고 있죠. 북한군이 재래식 조우전(遭遇戰)부터 최신 현대전을 익히며 전투력을 어떻게 한 차원 개선하고 있고 실제로 어떻게 전장을 누비고 있는지, 우크라이나군 수뇌부와 관계자들을 만나 생생한 증언을 직접 들어보고 싶었죠.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드론전, 전자전, 하이브리드전 등 첨단 현대전에 대한 조언을 듣고 이를 우리 군과 공유해 한국군이 효과적인 대응책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고자 했습니다. 북한의 위협은 우리를 향할 것이 너무나 명백하기에 이를 절대 방관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슬라바 우크라이나!’
— 두 번째는요.
“양국 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연대(連帶)를 강화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 의원들과 만나 향후 한국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와 양국 안보 협력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죠. ‘얄타유럽전략(YES) 특별회의’에 참가해 세계 각국 전문가들과 함께 전장의 현실과 글로벌 안보 전략을 논의하고, 대한민국 안보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할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유용원 의원은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기차에 오르며 자기 페이스북에 아랫글을 올렸다.
“정부가 제게 공식 특사 자격을 부여한 것도, 누가 제 등을 떠민 것도 아니지만, 국회의원이라는 특권 의식은 잠시 내려놓고 최대한 낮은 자세로 우크라이나 측과 소통하며 우크라이나의 현실과 그 교훈을 배우고 돌아오겠습니다. 올해는 북한이 이른바 ‘5대 전략 무기 완성’을 공언한 당 창건 80주년입니다. 핵과 미사일 위협이 급속도로 고도화되는 가운데 현대전 경험까지 갖춘 북한을 직면한 대한민국의 안보 선택지는 두 가지뿐입니다. 철저하게 대비하거나, 방관하다가 위기를 맞거나…. 저는 전자(前者)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크라이나로 향합니다.”
― 우크라이나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오셨습니까.
“이번 전쟁은 ‘드론 전쟁’이라고 할 만큼 드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수많은 실전을 통해 한국을 능가하는 드론‧대(對)드론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긴 기차 여행으로 피곤했음에도 키이우 도착 직후 드론 제조업체 ‘스카이톤(SKYETON)’을 방문했습니다. 실전 투입 중인 정찰감시드론 ‘레이버드(Raybird) 3’ 등을 만들고 있었죠.”
― 분위기가 어떠했습니까.
“일요일인데도 직원들이 출근해 일하고 있었습니다. 사무실은 미국 메타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처럼 세련되고 쾌적한 환경이었습니다.”
― 레이버드는 어떤 특징을 가진 무인기입니까.
“크기는 우리 사단급 무인기보다 작지만, 최장 28시간 체공, 2500km 항속, 10~20km 이상의 탐지거리를 갖춘 고성능 무인기입니다. 회사 측은 한국군이나 한국 업체와 상호 협력을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 키이우에서 열린 37개국 정상회담에도 참석했습니다.
“전쟁 발발 3년째인 지난 2월 24일(현지시각), 유럽 주요국을 비롯해 일본, 캐나다 등 세계 37개국 정상이 참석한 키이우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현장에는 약 13개국 정상이 있었고, 일본 총리 등은 화상회의로 참석했습니다. 동양인으로는 제가 유일했죠. 이 회의는 세계 각국 정상이 종전 문제와 전후 국제 질서를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안토니우 코스타, 영국 총리 리시 수낵, 일본 총리 이시바 시게루, 캐나다 총리 쥐스탱 트뤼도, 스페인 총리 페드로 산체스 등 37개국 정상이 현장 또는 화상으로 참석했다.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 유용원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일방적 협상 방식에 강한 불만과 불안을 드러냈습니다. 종전 협상에 EU와 우크라이나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도 밝혔죠. 여러 정상이 자국 방위비 증액과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어요. 회의가 끝난 후 정상들은 ‘슬라바 우크라이나!(우크라이나에 영광을!)’를 구호로 외쳤습니다. 이 37개국 정상회의 직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 사달이 벌어졌습니다.”
이어진 오후 일정에서 유 의원은 YES 특별회의의 ‘안보 보장과 평화-효과적인 방법론과 유권자의 선택’ 세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평화유지군 주둔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6·25 전쟁의 경험을 공유하며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재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전후 복구 모범 사례로 한국을 참고해야 한다고도 소개했다. 이에 현지 반응은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가 전의 다지는 계기 될 수도”
유 의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 국가의 강력한 지원 의사 표명에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발도 담겼다”며 “회의에 참석한 유럽 지도자들은 ‘푸틴의 야심이 우크라이나에 그치지 않고 다른 유럽 국가에도 미칠 것’이라며 ‘유럽이 공동으로 단결해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 유럽 국가가 러시아를 많이 경계하던가요.
“폴란드,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이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발트 3국은 국방력도 강하지 않거든요.”
—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면 전쟁이 빨리 끝날 수 있지 않습니까.
“전쟁이 생각처럼 일찍 끝나진 않을 겁니다. 미국이 지원을 끊으면 우크라이나가 전쟁 수행에 심대한 타격을 입겠지만 미국 지원 없이도 3~4개월은 지속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미국이 정보 지원까지 끊겠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무기·물자 지원보다 더 중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스타링크에 의존하지 않고도 정보를 자체 수집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 왔기에 부분적으로 전쟁을 지속할 역량이 있죠.”
— 미국이 지원을 끊으면 의외의 사태가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전의(戰意)를 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죠.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50% 수준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설전(舌戰) 이후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트럼프의 태도에 따라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강화될 수도 있고요.”
지난 2월 25일에는 우크라이나 의회 세르게이 타루타 의원과 안드레이 니콜라이엔코 의원을 만났다. 두 의원은 각각 한국-우크라이나 의원친선협회 전·현직 회장이다. 니콜라이엔코 의원이 유 의원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유용원 의원은 두 의원이 “종전 후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 특히 최근 K-방산의 눈부신 발전에 주목하고 있으며, 양국 간 방산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는 전장에서 능력이 검증된 중소형 드론의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찰드론과 공격용 자폭 드론 부문에서도 엄청난 실전 데이터와 운용 비결을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의 안보 강화를 위해 우크라이나와 ‘주고받을 것’이 많다고 귀띔해 주셨다”라고도 했다.
“북한군 포로 2명, 서로의 존재 몰라”
유용원 의원은 지난 2월 25일,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 포로 2명을 면담했다. 이 포로들은 목적지가 우크라이나인지 몰랐다. 면담은 약 70분간 이뤄졌으며 유 의원이 우크라이나 측에 요청해 이뤄졌다. 포로는 형무소에서 4인실을 한 사람씩 독방 형태로 사용하고 있었다. 난방과 온수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수감 환경은 열악했다고 한다. 또한 이 둘은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접견 신청 장소에서부터 대여섯 개의 두꺼운 철문을 지나 미로같이 뻗은 좁은 통로를 거쳐서야 마침내 만날 수 있었던 두 젊은 포로를 마주한 순간 저는 연민, 동정, 측은지심 등 온갖 감정으로 금세 눈가가 뜨거워졌습니다. 꼭 제 큰아들과 작은아들뻘 남짓 되어 보이는 그들의 눈빛에서 참혹한 현실 속에 내던져진 두 젊은이의 두려움과 절망, 그리고 깊이 서려 있는 그들의 심적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 의원은 한국으로 돌아와 지난 3월 4일 북한군 포로와 나눈 음성을 공개했다. 유 의원은 “포로 리 모씨는 이제 확실하게 대한민국으로 귀순을 결심했다”며 “리씨는 턱에 총상을 입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고 했다. 리씨는 총탄이 팔을 관통한 뒤 턱에 맞아 턱뼈가 부서진 상태였다.
리씨는 “한국에 가면 내가 수술을 받을 수 있을까요?” “북한 출신인데 내가, 내가 포로니까 가정을 이루기는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라며 귀순 후 한국에 정착했을 때 본인이 겪을 문제와 함께 가정도 이루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백 모씨는 리씨만큼 강한 귀순 의사를 보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반반’ 정도라고.
유용원 의원은 “리씨의 증언을 통해 북한군의 피해가 상당히 심각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투 상황을 놓고 보면 피해가 엄청 커요. 우리가 전투할 당시에도 우리가 마지막 전투단이었어요. 선행한 전투단들이 모두 희생되고 부상 입어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참전했어요’라는 답을 들었다. 파병된 북한군이 척박한 외지에서 사지(死地)로 내몰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 소속 부대는요.
“북한군은 두 그룹으로 파병돼 있어요. 하나는 경보병 부대인 11군단(폭풍군단)입니다. 또 하나가 정찰총국인데 이 두 사람은 정찰총국 소속이었습니다. 정찰총국은 최정예 부대고 아주 고강도 훈련을 받죠.”
“‘훈련받으러 유학 간다’는 말 듣고 전장 투입”
— 난생처음 남한 사람을 봤을 텐데 경계하진 않던가요.
“리씨가 처음에는 굉장히 경계했어요. 제가 명함을 건넸고, 이를 앞뒤로 보면서 한동안 대답도 제대로 안 했죠.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자 담배를 구해서 건넸죠. 분위기가 좀 풀어지고는 막판에 가서 ‘술은 없습니까?’라고 하더라고요.”
— 북한 병사들과 의사소통에는 문제없었습니까. 억양이나 사투리 때문에요.
“별문제는 없었어요. 대신 리씨가 턱을 다쳐 발음이 부정확했습니다.”
— 리씨와 백씨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개인적인 이야기는 일부러 묻지 않았어요. 평양 출신 리씨는 입대 10년 차로 나이는 26세쯤 됐습니다. 백씨는 지방 출신인데 이제 20세고 어린 티가 났어요. 입대 4년 차 정도였습니다. 둘 다 참전하는지도 모른 채 ‘훈련받으러 유학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전장에 투입됐죠.”
— 가족들은 이들이 파병됐다는 걸 알고 있답니까.
“가족들도 모르는 거죠. 제 아들뻘 되는 애들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게 좀 굉장히 안쓰럽고 가슴도 아팠습니다. 포로들을 나 몰라라 하는 김정은과 북한 정권에 대한 화도 났고요.”
유 의원이 공개한 백씨의 음성 일부를 소개한다.
“말하자면 (훈련) 강도는 힘들어서 눈물이 나올 정도로…. 훈련합니다. 주에 100리(약 40km)를 뛰고, 월 마지막 날에는 200리(약 80km)를 (뜁니다). 100리는 4시간이고 200리는 8시간. (배낭 무게는) 20~25키로(kg).”
— 북한군은 포로가 되느니 자폭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포로들의 증언에 따르면 자폭이 비일비재하답니다. 백씨는 ‘목격도 많이 했고 나 역시 다쳐서 쓰러질 당시 자폭용 수류탄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폭하라’고 교육받은 건 아니지만) 자기 생각에 싸우다 적에게 잡히면 그 자체가 조국에 대한 배반이니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리씨도 다른 북한군이 자폭하는 걸 직접 봤다고 했습니다.”
— 사망자는 400여 명, 부상자는 3600여 명 수준이라고 우크라이나 측이 밝혔습니다. 아무리 자폭한다고 해도 우크라이나 당국은 포로가 단 2명이라고 했습니다. 다소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일반 상식, 군사 지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죠.”
“북한군, 러시아군에 대한 불신 많아”
유 의원은 북한군과 전투를 벌이는 특수작전군 관계자와의 면담 내용을 소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은 많은 전사자·부상자가 발생하는데도, 저돌적으로 돌파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해가 안 된다. 동료가 죽거나 다치면 공포를 느낄 텐데 이들은 ‘돌격 앞으로’를 외쳤다. 도대체 왜 이렇게 절실한가’라고, 진지하게 제게 물었어요. 북한군의 행태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북한은 김정은 중심의 신정(神政) 체제다. 어릴 때부터 세뇌를 받는다. 어릴 때부터 특히 군에 입대해서는 ‘포로로 잡히는 것은 조국에 대한 배반’이라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주입받는다. 사상적으로 투철하게 무장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군은 세뇌,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당해서 체화(體化)된 거죠.”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과 싸운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은 북한군을 이렇게 평가했다.
“북한군 5명이 러시아군 10명의 전투력과 대등할 정도로 높은 전투력을 보유했다. 북한군은 30~60개 소규모 단위 부대를 편성하고 전선을 향해 돌격 위주의 재래식 전술을 구사한다. 통신 장비가 노후화됐고, 야간투시경 보급이 많지 않아 야간 작전 수행 능력은 떨어진다. 전투 초기 북한군은 드론전 등에 취약했으나, 점점 현대전에 적응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군을 상대한 우크라이나 군인은 공통으로 “(북한군은) 20세 정도의 젊은 층으로 구성, 강인한 체력, 공포심이 없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을 대상으로 심리전 방송과 항복 유도 전단을 살포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이는 사상교육을 투철하게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 북한군과 러시아군은 어떤 형태로 전투를 치르고 있습니까.
“포로 리씨는 자기 중대에 러시아군 7명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들은 러시아군과 연락, 보급 지원, 통역, 포격 지원 등의 역할을 맡았다고 합니다.”
— 러시아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던가요.
“전반적으로 불신이 많다고 합니다. 포격 지원을 요청했는데도 정확도가 떨어지는 등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언어장벽 등으로 인해 러·북 간에 효율적인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군, 점점 드론전 대응 방법 익히고 있어”
— 러·북 연합군이 큰 위협이 되진 않겠습니다.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됩니다. 현지에서 만난 우크라이나군 관계자가 제게 한 말이 굉장히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 어떤 이야기입니까.
“‘러시아와 북한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을 맺었다.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도울 수 있다. 이번 전쟁은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하는 시험대(테스트 베드)다. 북한군이 초기에는 드론전에 취약했으나 점점 대응 방법을 익히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북한군, 러·북 연합군이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크라이나 측이 북한군 포로를 심문한 결과 북한군이 하달받은 주 임무는 ‘실전을 통해 현대전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한다.
북한군은 러시아군과 연합군을 편성해 전투를 치르고 있다. 연합군 병력 규모는 약 6만3000명이며 정식 명칭은 ‘연합부대’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두 군대 간 언어장벽 등으로 인해 작전 수행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북한군만으로 편성된 부대도 존재한다고 한다. 전투는 러시아군 장교의 지휘 아래 진행되며, 전투 외에 부대 간 교류는 없다. 군수 보급은 모두 러시아가 담당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북한군이 러시아군의 휴대전화 빌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고 한다. 이는 가족과 연락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측이 확보한 태블릿 PC에서 사상교육, 이념교육, 선전자료 등이 다수 발견됐다.
— 북한이 미사일이나 무기의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시험장으로도 활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KN-23의 오차(CEP)가 과거에는 2km 수준이었는데 현재 100~200m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우크라이나전을 거치며 북한제 무기가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 한반도에서 남북이 충돌할 경우, 우리 공군력이 우세하기에 제공권 걱정이나 드론 위협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 않습니까.
“드론의 크기에 따라 다르게 봐야 합니다. 대형 무인기는 제공권이 장악된 상황에서 운용하는 게 어렵지만 주로 자폭 드론이나 FPV(First person view) 드론은 북한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우크라이나전 초기에는 우크라이나가 튀르키예제 바이락타르 등을 활용해 효과를 봤지만, 러시아군이 드론 대응망을 재정비한 후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곡산 인민무력부 훈련장’
— 포로들이 증언한 내용 중 의미 있는 내용은 더 없습니까.
“북한 황해도 곡산에 서울과 부산, 제주도 지형을 본뜬 훈련장이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인민무력부 훈련장이라는 곳에 가면 서울 종로구나 부산, 대구, 전주, 제주도 지형을 묘사한 건물들이 가득하다’고 했습니다.”
— 남한 지형을 본뜬 훈련장이 있다는 건 이전에도 알려진 이야기 아닙니까.
“북한이 청와대 모형과 유사한 걸 만들어놓고 훈련한다는 내용은 이미 알려져 있죠. 구체적으로 황해도 곡산에 그런 시설이 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제주도까지 묘사한 훈련장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나온 사실입니다.”
— 남침 준비군요.
“그렇죠. 유사시를 대비한 훈련을 하는 거죠.”
— 포로 면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습니까.
“리씨의 말인데 ‘내가 포로인데 한국에 가서 다른 탈북자처럼 정상적으로 가정을 이루며 살 수 있겠느냐’고 제게 물었어요.”
— 탈북자들과 다를 게 없지 않습니까.
“아니죠. 리씨의 질문은 굉장히 날카로운 내용이에요. 6·25 정전협정 이후 전쟁포로 신분으로는 우리나라에 귀순한 사례가 없잖아요. 이 점을 리씨가 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리씨가 만약 한국으로 송환된다면 아주 특별한 사례로 기록되는 겁니다.”
― 포로들이 한국으로 올 수 있습니까.
“한국 정부와 관심을 기울여야죠. 트럼프의 예상할 수 없는 행동이 포로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불상사가 벌어지기 전에 빨리 송환해야 합니다. 둘 다 데려오는 게 힘들다면 확실한 의사를 밝힌 리씨부터라도 손을 써야 합니다. 저도 여기저기 알아 보고 있습니다.”
— 포로 송환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연계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우크라이나는 한국에서 더 많은 지원을 해주기를 희망하지만, 이를 포로 송환과는 연계하지 않았습니다. 지원 여부가 송환의 선결 조건이 아니라는 거죠. 다만 우크라이나가 포로 송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듯하다고 느꼈습니다.”
— 민주당은 북한군 포로에 대해 반응이 거의 없습니다.
“애써 외면하는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사람의 생명, 인권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야당에선 ‘(포로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주장하는데, 제가 ‘정치적, 정파적 목적’을 띠고 정부나 여당을 대표해 다녀왔나요? 아니잖아요. 여기에 무슨 ‘정치적’이라는 단어를 붙입니까.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 우크라이나군 당국자도 만났습니까.
“지난 11월에 방한했던 세르게이 보예브 우크라이나 국방차관과도 만났습니다. 보예브 차관은 한국의 인도적인 지원에 대해 감사를 적극 표하며, 양국이 독재 국가에 맞서는 공통점을 가진 만큼 안보와 방산 분야에서 강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주요 군사령관, 방산 관련 정부 인사들과 공식 접견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對드론 체계 들여와야”
— 우크라이나에서의 마지막 날 일정이 가장 중요했다고 들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장(DIU) 키릴로 부다노프 중장과 특수작전군(SSO) 소속 고위 지휘관을 만났습니다.”
— 정보를 소극적으로 공개하진 않던가요.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자세하게 설명해 줬어요. 관련된 내용을 한국민에게 알리면 좋겠다고 생각해 ‘공개해도 되느냐’고 물었죠. 우크라이나 측은 ‘아주 일부만 빼고는 공개해도 좋다’고 했어요.”
우크라이나 당국은 유 의원에게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주요 무기는 ▲포탄(240mm 등) 490만발 ▲탄도미사일(KN-23‧24) 148기 ▲122mm 견인포 94문 ▲120mm 박격포 44문 ▲ ▲170mm 자주포 120문 ▲240mm 다연장로켓 120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170mm 자주포와 240mm 다연장로켓은 북한이 전방(전연) 지역에서 빼내 러시아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이 240mm 다연장로켓 운용법을 현지에서 러시아군에게 교육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국방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800만발을 지원했다고 추정한다.
— 우크라이나가 가장 필요로 하는 한국산 무기는 무엇입니까.
“‘천궁(1·2)’과 같은 방공(防空) 무기를 희망합니다. 우크라이나가 드론·미사일 공격을 계속 받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최신 무기는 양산 일정 때문에 당장 우리 군에 배치하기에도 부족하죠. 우크라이나는 구형 발칸포라도 지원받기를 희망합니다. 우리 군에서 퇴역한 호크 미사일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는데 지난해 말 정국(政局)이 혼란스러워지는 바람에 모든 게 중단됐습니다.”
―천궁을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면 KN-23 같은 북한 탄도미사일을 실제 요격하는데 시험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우크라이나군을 통해 이른바 실전 테스트를 하는 거죠. 유사시 저 북한 미사일이 남한을 공격할 테니까요. 우리 입장에선 의미가 있습니다. 천궁뿐만 아니라 드론/대드론 체계도 현지에서 운용해 볼 필요가 있어요.”
—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러시아의 반발을 초래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저는 방어 무기는 지원해도 된다는 입장이에요. ‘코뿔소’ 3대가 현지에서 활용되고 있죠.”
코뿔소(K-600)는 우리 군이 운용하는 장애물개척전차로 지뢰 제거에 투입된다.
—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서 얻어올 만한 기술은 없습니까.
“드론 및 대(對)드론 체계요. 우크라이나는 실전을 경험하며 상당한 역량을 확보했습니다. 중대형 무인기를 제외한 소형 드론. 특히 자폭 드론은 미국보다 앞서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나라는 부품 가공 역량이 우수하잖아요. 한국에서 관련 부품을 만들고 이를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면 양국이 서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러시아군의 전략 목표
유용원 의원은 우크라이나군 당국과 협의 후 방문 결과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전략 목표가 ▲자국 영토인 쿠르스크 지역 탈환 ▲우크라이나 영토인 도네츠크 지역 완전 점령 ▲기존 점령지인 자포리자, 헬슨 점령 유지라고 밝혔다. 군사 목표는 ‘우크라이나 경제 역량 파괴’다.
지난 2월 26일 기준 러시아군 병력 규모는 62만5800명이고 일평균 병력 손실은 1200명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러-북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2024년 6월)’에 근거해 북한이 병력을 파병한다고 봤다.
북한은 2024년 10월경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병력 약 1만2000명을 보냈다. 파병 전체 인원 중 3/4가량은 폭풍군단(11군단), 1/4가량은 정찰총국 소속이며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등 5개 지역으로 병력을 분산해 현지 적응 훈련을 거쳤다.
북한군은 한 달 반가량 현지 적응 훈련을 거친 후 2024년 11월 쿠르스크 지역 전투에 처음 투입됐다. 이들은 러시아 군복과 신분증을 지급받아 러시아군으로 위장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고위급 장성 4명(총참모부 부총참모장 김영복, 정찰총국장 리창호, 총참모부 작전국 처장 신금철 등)이 현지로 파견됐다고 분석했다.
북한군은 4개 여단(여단당 약 3000명)으로 편성됐다. 이 중 3개 여단은 경보병여단(11군단)과 유사한 편제이며, 1개 여단은 정찰총국 소속이다. 각 여단 본부는 쿠르스크 지역 내 위치하며 본부에는 북한군 장교 다수가 관측됐다고 한다.
북한군 인명 피해는 지난 2월 26일 기준 전사자 400여 명, 부상자 3600여 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300여 명은 치료 후 전선에 재투입됐다고 한다. 지난 1월 14일까지 전 북한군 병력 투입됐으며 1월 14일~2월 10일에는 전선 투입이 소강상태다.
지난 2월 11~16일에는 2개 여단 규모로 재투입이 이뤄졌으나 많은 병력 손실로 전장에서 철수 중이다. 2차 파병 규모는 1500여 명 수준으로 이미 현지 적응 훈련 후 쿠르스크 인근에 배치되고 있다. 현재 러시아 극동 지역 5곳에서 3500여 명 규모의 추가 병력이 현지 적응 훈련을 진행 중이며, 3차 파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쟁 빨리 끝나길 원하는 분위기 느껴져”
— 강행군이었습니다.
“갈수록 피로가 누적됐지만, 어렵게 성사된 방문이었기에 허투루 보낼 수 없었죠. 마지막 일정으로는 키이우 독립공원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추모 공간을 찾아 희생자를 기렸죠. 깃발이 무더기로 꽂혀 있었는데 하나하나가 전사자, 희생자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가슴 아픈 장면이었죠.”
— 현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전쟁으로 긴장이 여전히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키이우 시민들은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공항은 폐쇄된 채 일부 차량과 기차로만 이동할 수 있었고, 한밤에도 공습경보가 울렸습니다. 거리 곳곳에 방공호 안내 표지판이 보였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일터로 가고, 아이들은 학교로 갔습니다. 전쟁 속에서도 국가 생존을 위해 멈추지 않는다는 강한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그럼에도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전쟁이 빨리 끝나길 원하는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 일부에서는 우리 군이 전투 병력을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반대합니다. 다만, 모니터링단이나 전훈분석단과 같은 형태로 우리 당국이 북한군의 실전 경험과 전술을 현장에서 면밀히 분석할 필요는 있습니다.”
— ‘전훈분석단’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남의 나라 전쟁에 왜 우리가 개입하느냐’는 야당의 극렬한 반대, 여기에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군 주요 수뇌부가 공석인 상태입니다. 참관단 파견에 대한 목소리나 명분도 주장할 수 없는 신세가 됐죠.”
— 북한이 파병 대가로 얻는 건 무엇이 있습니까.
“당장 식량이나 원유, 원자재 등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첨단 군사 기술도 제공될 테고요. 최근 북한은 핵추진잠수함(SSN)과 ‘북한판 이지스함’을 건조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이미 러시아로부터 관련 기술을 제공받았거나 향후 받을 가능성이 있죠. 북한이 운용하는 수송기 IL-76에 레이더 돔을 설치한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죠. 북한이 취약한 분야 중 하나가 공군력, 특히 조기(早期) 경보 분야인데,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 나가는 게 아닌지 의심됩니다. 드론 운용 전술부터 첨단 기술까지 광범위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죠.”
지난 3월 5일 국가정보원은 “북한 파병군이 러시아로부터 드론 조종법·전술을 전수 받는 정황이 있어 양측의 무인기 분야 협력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드론이 전장 환경을 뒤바꾸고 있음에도 우리는 위기의식이나 절박감이 없어 심각하다”고 했다.
“폴란드 방산 수출과 관련해 조만간 좋은 소식 있을 듯”
유 의원은 자신을 ‘K-방산 수출 여의도 1호 영업사원’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2월 21일에는 우크라이나로 입국하기에 앞서 폴란드 현지에서 폴란드 주재 한국 방산 관계관 간담회도 가졌다.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어떤 지원과 노력이 필요한지도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일정을 마치곤 다시 폴란드에서 K-방산을 위한 일정을 보냈다. 민스크에 있는 공군 기지를 방문했는데 이날 이곳에선 폴란드 공군이 운용하는 FA-50GF의 첫 무장 장착 시험이 있었다.
― 폴란드 하원 안제이 그지브 국방위원장도 만났습니다.
“저렴하면서도 우수하고 빠르게 인도(引渡)할 수 있는 K-방산의 강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와 국회가 전폭적으로 수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적극 어필했죠.”
― 그지브 국방위원장은 어떤 반응입니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동유럽의 안보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폴란드의 중요한 방위산업 파트너라고 화답했습니다.”
— 2023년 12월 폴란드에서 정권이 교체되자 K-방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게 궁금해서 이번에 물어봤어요. 폴란드도 정권 교체가 일어나면 우리랑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더군요.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력을 빨리 증강해야 한다는 기조를 신정부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산 무기 도입과 관련해서는 큰 방향에서 변화가 없다고 합니다.”
유용원 의원은 K-방산의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폴란드를 택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유럽에서 폴란드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방비로 GDP의 약 5%를 지출합니다. 무기 조달 규모도 상당합니다. 우리 입장에선 유럽 진출에 중요한 교두보를 잘 확보한 셈이죠. 이 때문에 독일 라인메탈사 등 유럽의 기존 방산 기업으로부터 견제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K-방산이 가진 역량,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인도하는 실력 때문에 경쟁 업체도 어찌 할 수 없죠.”
— 정부와 방산업체 등은 K-방산의 긍정적인 면만을 보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방산 수출액은 2022년(173억 달러) 최고를 기록한 후 하락세입니다. 2024년에는 95억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폴란드 2차 계약이 성사되면 방산 수출 규모는 지난해 수준을 훌쩍 넘길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방산 수출이 충분히 늘어날 수 있다고 봐요. 유럽뿐만 아니라 중동, 동남아, 미국 등지에서도 활약이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 미국은 왜 그렇습니까.
“미 해군이 군함을 건조해야 하는데, 자체 조선소만으로는 부족해요. 결국 동맹국의 조선 역량을 활용할 수밖에 없죠. 우리나라로서는 기회죠.”
— 방산 수출 계약이 많으면 좋겠지만 한국이 감당할 수 있습니까.
“폴란드 수출은 현지 생산 방식으로 분담해야 합니다. 폴란드 2차 계약 발표가 늦어지는 것도 양측이 생산 방식을 두고 입장을 조율 중이라 그렇고요.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듯합니다.”
— 기술 유출의 위험은 없습니까.
“과거 일부 사례가 있었습니다만 방산 수출 경험이 늘면서 관련한 대비책이 있습니다.”
유용원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2월 28일, 폴란드 최대 국영 방산업체인 PGZ의 마르친 이지크 부회장(전 국방부 차관)을 만났습니다. K2전차 2차 사업 계약이 조속히 마무리되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지크 부회장도 전적인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번 폴란드 방문은 ‘K-방산 수출 여의도 1호 영업사원’으로서 첫 해외 출장입니다. 폴란드를 넘어 시장을 개척하지 못한 여러 유럽 국가에서도 우리 방산 수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발로 뛰며 노력하겠습니다.”
군사전문기자 유용원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초등학생 시절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무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림에는 소질이 없었음에도 전차와 장갑차를 직접 그리며 싸우는 장면을 묘사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어머니에게 용돈으로 10원, 20원을 받으면 이 돈으로 전쟁 만화책을 빌려봤다. 중학교 때에는 전쟁 영화에 빠졌다. 서울로 대학을 온 뒤부터는 청계천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관련 서적을 수집하며 군사 마니아가 됐다. 무기를 보면 곧장 제원을 식별할 수 있었다. 어림잡아 무기 체계 1000개쯤은 구별해냈다. 유 의원은 “억지로 외운 게 아니라 관심과 열정 덕분에 ‘새겨졌다’”고 표현한다. 월간조선 시절 그는 조선일보 지면에 종종 무기에 대한 소개가 잘못되면 곧장 편집부로 전화해 바로잡아줬다는 일화가 있다.
“‘하나회 명단’ 기사로는 특종상 못 받아”
— 《조선일보》에서 특종상을 가장 많이 받은 기자로 기록돼 있습니다.
“46번을 받았죠. 1계급 특진과 비슷한 ‘호봉 승급’도 두 번이나 했어요. 제가 알기로는 호봉 승급을 두 번 한 기자는 《조선일보》에 저밖에 없을 거예요.”
— 기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무엇입니까.
“《월간조선》 1993년 1월호에 쓴 ‘하나회 명단’ 최초 공개 기사입니다.”
— 특종 중의 특종 아닙니까.
“오히려 이 기사로는 특종상을 못 받았어요.”
— 왜 그렇습니까.
“특종이라는 게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다른 매체에서도 인용해 보도해야죠. 당시 6공(共) 말기였는데 대통령부터 군, 정부 요직을 하나회 출신이 장악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국방부가 제 기사를 부인하면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죠.”
— 언제 재조명받았습니까.
“김영삼(YS) 정부 출범 직후예요.”
1993년 3월 취임한 YS는 ‘하나회 숙청’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 유 의원이 쓴 기사를 참고했다고 한다. YS 측근인 김덕룡 전 의원도 이를 증언했다. 유 의원은 “내가 쓴 기사로 하나회 회원 중 나와 가까운 분들이 불이익을 받았다. 인간적인 미안함이 남아 있다”고 했다. YS 취임 후 약 석 달 동안 하나회 출신 장성 40명이 떨어져 나갔다.
유 의원은 1993년 권영해 당시 국방부 장관 경질로 이어진 이른바 ‘군수본부 포탄 사기 사건’ 보도와 중‧대령급이 사는 ‘동빙고 군인아파트’의 실상을 알린 기사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도심에 있는 군인 아파트임에도 거주 환경이 열악했다고 한다. 비가 오면 비가 그대로 샜다. 그가 쓴 기사 덕분에 아파트 환경이 개선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남편 계급이 중령인 한 부인은 당시 유 의원에게 울먹이며 감사 인사를 했는데 유 의원은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었다”고 했다.
―기사, 이른바 특종과 국익, 국가안보가 충돌할 때는 어떻게 하십니까.
“국익을 먼저 생각합니다.”
―일반 기자들과는 다르시군요.
“저도 시행착오를 거쳤죠. 기사, 특종에 욕심이 많았었으니까요. 국방부 출입 기자를 한 후에는 특종이라고 생각해 이런저런 기사를 썼는데 결과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은 사례를 경험했죠. 이런 실수를 몇 차례 겪으니 좀 거창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책임감’을 가져야겠다고 느꼈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저 자신만의 기준을 갖게 됐습니다.”
유 의원은 국방부에 오래 출입하다 보니 많은 군인과 인간적으로 가까워졌다. 때로는 기자의 숙명인 ‘비판, 비평’ 때문에 취재원들과 갈등이 생기는 일도 있었다.
“조갑제 대표도 말했지만, 비판은 기자의 숙명이에요. 다만 사감(私感) 없는 객관적인 비판을 해야 해요. 비판의 당사자도 처음에는 서운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해하더군요.”
“핵 잠재력 확보가 우선”
— 정치 참여를 결심한 계기가 있습니까.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었어요. 기자로 30년 이상 활동했고, 군사 전문 사이트도 20년간 운영했어요. 국방 발전을 제시하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에도 참여하며 이런저런 활동을 많이 했지만 제약이 많았죠. 기자로서 제시했던 여러 의제가 있었는데 이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데까지는 한계가 많았죠.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정치를 택했습니다. 마침, 정년도 맞은 참이었고요. 주변에서 박수 칠 때 (회사를) 잘 떠난 거 같아요.”
유 의원의 정계 입문을 두고 부인을 포함한 가족들이 처음에는 반대를 했다. 유 의원의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여의도에 가면 사람이 이상해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가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고 당선된 후에는 다들 “잘하라”고 격려한다고.
— 민주당에서도 탐냈을 듯합니다.
“영입 제의는 없었습니다.”
― 사실을 추구하는 기자와 당파적 이익을 좇는 정치인 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자 시절에는 제삼자의 시각으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지적하고 비판했죠. 이제는 여당 소속 정치인이기에 과거처럼 할 순 없죠. 그럼에도 꼭 필요할 때는 제 목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진영‧이념 대립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바람에 이른바 합리적 보수‧진보가 설 수 있는 자리가 점점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목소리 큰 사람, 인신공격을 잘하는 사람이 주목받고 인정받는 잘못된 풍토가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 의원은 “남에게 소리를 지르고 면박을 주는 행동은 내 적성과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몇 번 따라 해보기도 했는데 영 아니었단다. 대신 사실(팩트)에 기반하여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했다.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GP 불능화 부실 검증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9‧19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남북 GP 상호 철수’를 결정했는데 당시 정부는 우리 측 GP는 파괴하면서도 북한 GP가 철거됐는지는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유 의원은 “GP 부실 검증은 문재인 정부의 ‘가짜 평화 쇼’, 우리 군의 전투력을 약화하고 북한을 이롭게 한 ‘이적행위’”라고 했다.
— 트럼프 2기를 맞아 국방·안보 분야에서 한국이 대비할 주요 사항은 무엇이 있습니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주한미군 감축 문제, 확장억제에 따른 전략 자산 출동 비용 요구 등이 있습니다.”
― 북한이 도발하면 한미 양국은 이른바 전략 자산이라고 칭하는 항공기를 출동시킵니다. 이런 ‘에어쇼’가 실제로 효과 있다고 보십니까.
“김정은이 겁을 먹어야 실제 효과가 있는 것이겠죠. 이와 관련해서는 효과가 없다고 봐요. 대신 한국민에게 ‘유사시 미국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확장 억제에 대한 믿음을 주는 기능은 한다고 봐요.”
― 북핵,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군의 수단이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우리 군의 대응 전력 규모를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으나 지금보다는 더욱 적극적으로 전력 증강을 해야 한다고 봐요. 특히 미사일은 부족하죠. 전략적 타격 효과가 있는 ‘현무-5’처럼 고위력 탄도 미사일을 ‘생각보다 많이 생산해야 한다’고 봐요.”
— ‘트럼프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이 자위적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감정을 앞세운 섣부른 무장론(武裝論)보다는 잠재력 확보가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핵무장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 ‘무궁화포럼’을 만들었습니다. 포럼 활동 방향에 대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하며 평화적 이용 증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평화적 이용’을 앞세워 ‘핵무장 역량, 잠재력’을 확보하겠다는 주장이 일견 모순적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측면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실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 병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복무 기간 연장 ▲여성 징병제 도입 ▲‘실버 아미(60세 이상 예비군)’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상적인 건 병 복무기간 연장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죠. 여성 징병제도 시기상조라고 봐요. 우선 여성 지원병제를 운용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실버 아미에 대해선 긍정적입니다.”
“‘언행일치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 군인 처우 개선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장군 출신보다 낫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군인 복지에 특히 신경을 쓰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국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드론, 전자전, 첨단 무기를 강조하지만 이를 운용하는 건 사람입니다. 간부, 특히 부사관을 중심으로 한 군의 허리가 취약해지면 유사시 우리 군은 제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열악한 군인 처우를 개선해 군이 마음 놓고 맡은 임무를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 추가로 준비하는 법안이 있으십니까.
“군인 사기와 복지를 증진할 수 있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습니다. 또 무궁화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데도 앞장서겠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인데, ‘늘 갈망하고 늘 우직하게!(Stay hungry, Stay foolish!)’ 이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제가 재주가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딱 하나 자신 있는 게 있습니다. 묵묵히, 꾸준히, 오래 하기. 34년(1990년 2월~2024년 3월) 기자 생활 중 국방부만 31년 동안 출입했고, 군사 전문 사이트 ‘유용원의 군사세계’도 20년 넘게 운영했습니다. 국방, 국가안보에 진심(眞心)을 가진 사람, 언행이 일치된 사람으로 평가받고, 기억되고 싶습니다.”⊙
국방부 출입 경력 31년인 군사전문기자 출신 국민의힘 유용원(61) 의원. 국방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내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군사전문기자’라는 명칭이 붙었다. 1990년 조선일보사에 입사해 《월간조선》을 거쳐 1993년부터 《조선일보》에서 국방부만을 담당했다. 20대 후반부터 국방·안보 분야에 청춘을 바쳐 일생을 살아오고 있다. 하나회 명단을 최초로 보도(《월간조선》 1993년 1월호)하는 등 《조선일보》 최다 특종상(46회)을 받은 기록도 있다. 2001년부터는 국내 최대 군사 전문 커뮤니티 ‘비밀(BEMIL, 전 ‘유용원의 군사세계’)’을 운영해 왔다.
유 의원은 국방·안보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22대 총선 국민의미래(국민의힘 비례정당) 비례대표(12번)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1호 발의 법안’으로, 국방·원자력 등 국가안보 관련 업무 수행 중 순직(殉職)한 민간인도 공무원처럼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유 의원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거대 담론보다는 군 장병의 사기 진작에 필요한 처우 개선, 일명 ‘군생(軍生)’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초급 간부 지원율을 높이고 중간 간부 이탈을 막기 위해 당직 근무비 현실화, 장병 급식 단가 인상, 복무장려금 지급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핵무장 잠재력 확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국회 무궁화포럼’을 발족했다.
국회의원 개인으로는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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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폴란드 바르샤바와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오갈 때 탔던 열차칸 모습. 사진=유용원 의원실 |
바르샤바에서 키이우까지 기차로 이동했는데 갈 때 12시간, 나올 때 14시간이 소요됐다. 거리는 550km였지만, 국경을 넘을 때마다 여권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고, 궤도 폭이 달라 바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 기차에는 식당칸도 없어 침대 옆 간이 탁자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객실 내부는 낡고 허름했으나, 다리를 뻗고 잘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유 의원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본격화되면 우리 기업이 맡을 일이 많겠다”고 했다.
기자가 힘들었겠다고 하자 유 의원은 “나보다 우리 손민석 선임비서관이 더 고생했다”고 말했다. 정훈장교 출신인 손 선임비서관은 과거 자이툰부대 공보장교로도 복무했다.
유 의원은 임기 초부터 우크라이나 방문을 희망했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성사되지 못했었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 의회와 ‘얄타유럽전략(YES) 특별회의’ 측에서 공식 초청장을 보내오면서 방문이 이루어졌다.
— 굳이 위험한 곳을 찾아간 이유가 있습니까.
“주변 만류에도 주저 없이 초청에 응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전쟁의 승패는 결국 전장에서 결정됩니다. 북한은 러시아와 손잡고 전장에서 현대전을 직접 체득하고 있죠. 북한군이 재래식 조우전(遭遇戰)부터 최신 현대전을 익히며 전투력을 어떻게 한 차원 개선하고 있고 실제로 어떻게 전장을 누비고 있는지, 우크라이나군 수뇌부와 관계자들을 만나 생생한 증언을 직접 들어보고 싶었죠.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드론전, 전자전, 하이브리드전 등 첨단 현대전에 대한 조언을 듣고 이를 우리 군과 공유해 한국군이 효과적인 대응책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고자 했습니다. 북한의 위협은 우리를 향할 것이 너무나 명백하기에 이를 절대 방관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슬라바 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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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3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 사진=유용원 의원실 |
“양국 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연대(連帶)를 강화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 의원들과 만나 향후 한국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와 양국 안보 협력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죠. ‘얄타유럽전략(YES) 특별회의’에 참가해 세계 각국 전문가들과 함께 전장의 현실과 글로벌 안보 전략을 논의하고, 대한민국 안보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할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유용원 의원은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기차에 오르며 자기 페이스북에 아랫글을 올렸다.
“정부가 제게 공식 특사 자격을 부여한 것도, 누가 제 등을 떠민 것도 아니지만, 국회의원이라는 특권 의식은 잠시 내려놓고 최대한 낮은 자세로 우크라이나 측과 소통하며 우크라이나의 현실과 그 교훈을 배우고 돌아오겠습니다. 올해는 북한이 이른바 ‘5대 전략 무기 완성’을 공언한 당 창건 80주년입니다. 핵과 미사일 위협이 급속도로 고도화되는 가운데 현대전 경험까지 갖춘 북한을 직면한 대한민국의 안보 선택지는 두 가지뿐입니다. 철저하게 대비하거나, 방관하다가 위기를 맞거나…. 저는 전자(前者)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크라이나로 향합니다.”
― 우크라이나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오셨습니까.
“이번 전쟁은 ‘드론 전쟁’이라고 할 만큼 드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수많은 실전을 통해 한국을 능가하는 드론‧대(對)드론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긴 기차 여행으로 피곤했음에도 키이우 도착 직후 드론 제조업체 ‘스카이톤(SKYETON)’을 방문했습니다. 실전 투입 중인 정찰감시드론 ‘레이버드(Raybird) 3’ 등을 만들고 있었죠.”
― 분위기가 어떠했습니까.
“일요일인데도 직원들이 출근해 일하고 있었습니다. 사무실은 미국 메타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처럼 세련되고 쾌적한 환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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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드론 업체 스카이톤(SKYETON)을 방문한 국민의힘 유용원(맨 오른쪽) 의원. 이 드론은 최장 28시간·2500km를 비행할 수 있다. 사진=유용원 의원실 |
“크기는 우리 사단급 무인기보다 작지만, 최장 28시간 체공, 2500km 항속, 10~20km 이상의 탐지거리를 갖춘 고성능 무인기입니다. 회사 측은 한국군이나 한국 업체와 상호 협력을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 키이우에서 열린 37개국 정상회담에도 참석했습니다.
“전쟁 발발 3년째인 지난 2월 24일(현지시각), 유럽 주요국을 비롯해 일본, 캐나다 등 세계 37개국 정상이 참석한 키이우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현장에는 약 13개국 정상이 있었고, 일본 총리 등은 화상회의로 참석했습니다. 동양인으로는 제가 유일했죠. 이 회의는 세계 각국 정상이 종전 문제와 전후 국제 질서를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안토니우 코스타, 영국 총리 리시 수낵, 일본 총리 이시바 시게루, 캐나다 총리 쥐스탱 트뤼도, 스페인 총리 페드로 산체스 등 37개국 정상이 현장 또는 화상으로 참석했다.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 유용원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일방적 협상 방식에 강한 불만과 불안을 드러냈습니다. 종전 협상에 EU와 우크라이나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도 밝혔죠. 여러 정상이 자국 방위비 증액과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어요. 회의가 끝난 후 정상들은 ‘슬라바 우크라이나!(우크라이나에 영광을!)’를 구호로 외쳤습니다. 이 37개국 정상회의 직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 사달이 벌어졌습니다.”
이어진 오후 일정에서 유 의원은 YES 특별회의의 ‘안보 보장과 평화-효과적인 방법론과 유권자의 선택’ 세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평화유지군 주둔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6·25 전쟁의 경험을 공유하며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재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전후 복구 모범 사례로 한국을 참고해야 한다고도 소개했다. 이에 현지 반응은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가 전의 다지는 계기 될 수도”
유 의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 국가의 강력한 지원 의사 표명에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발도 담겼다”며 “회의에 참석한 유럽 지도자들은 ‘푸틴의 야심이 우크라이나에 그치지 않고 다른 유럽 국가에도 미칠 것’이라며 ‘유럽이 공동으로 단결해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 유럽 국가가 러시아를 많이 경계하던가요.
“폴란드,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이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발트 3국은 국방력도 강하지 않거든요.”
—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면 전쟁이 빨리 끝날 수 있지 않습니까.
“전쟁이 생각처럼 일찍 끝나진 않을 겁니다. 미국이 지원을 끊으면 우크라이나가 전쟁 수행에 심대한 타격을 입겠지만 미국 지원 없이도 3~4개월은 지속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미국이 정보 지원까지 끊겠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무기·물자 지원보다 더 중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스타링크에 의존하지 않고도 정보를 자체 수집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 왔기에 부분적으로 전쟁을 지속할 역량이 있죠.”
— 미국이 지원을 끊으면 의외의 사태가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전의(戰意)를 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죠.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50% 수준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설전(舌戰) 이후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트럼프의 태도에 따라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강화될 수도 있고요.”
지난 2월 25일에는 우크라이나 의회 세르게이 타루타 의원과 안드레이 니콜라이엔코 의원을 만났다. 두 의원은 각각 한국-우크라이나 의원친선협회 전·현직 회장이다. 니콜라이엔코 의원이 유 의원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유용원 의원은 두 의원이 “종전 후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 특히 최근 K-방산의 눈부신 발전에 주목하고 있으며, 양국 간 방산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는 전장에서 능력이 검증된 중소형 드론의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찰드론과 공격용 자폭 드론 부문에서도 엄청난 실전 데이터와 운용 비결을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의 안보 강화를 위해 우크라이나와 ‘주고받을 것’이 많다고 귀띔해 주셨다”라고도 했다.
“북한군 포로 2명, 서로의 존재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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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포로를 만나 면담하는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 사진=유용원 의원실 |
“접견 신청 장소에서부터 대여섯 개의 두꺼운 철문을 지나 미로같이 뻗은 좁은 통로를 거쳐서야 마침내 만날 수 있었던 두 젊은 포로를 마주한 순간 저는 연민, 동정, 측은지심 등 온갖 감정으로 금세 눈가가 뜨거워졌습니다. 꼭 제 큰아들과 작은아들뻘 남짓 되어 보이는 그들의 눈빛에서 참혹한 현실 속에 내던져진 두 젊은이의 두려움과 절망, 그리고 깊이 서려 있는 그들의 심적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 의원은 한국으로 돌아와 지난 3월 4일 북한군 포로와 나눈 음성을 공개했다. 유 의원은 “포로 리 모씨는 이제 확실하게 대한민국으로 귀순을 결심했다”며 “리씨는 턱에 총상을 입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고 했다. 리씨는 총탄이 팔을 관통한 뒤 턱에 맞아 턱뼈가 부서진 상태였다.
리씨는 “한국에 가면 내가 수술을 받을 수 있을까요?” “북한 출신인데 내가, 내가 포로니까 가정을 이루기는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라며 귀순 후 한국에 정착했을 때 본인이 겪을 문제와 함께 가정도 이루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백 모씨는 리씨만큼 강한 귀순 의사를 보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반반’ 정도라고.
유용원 의원은 “리씨의 증언을 통해 북한군의 피해가 상당히 심각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투 상황을 놓고 보면 피해가 엄청 커요. 우리가 전투할 당시에도 우리가 마지막 전투단이었어요. 선행한 전투단들이 모두 희생되고 부상 입어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참전했어요’라는 답을 들었다. 파병된 북한군이 척박한 외지에서 사지(死地)로 내몰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 소속 부대는요.
“북한군은 두 그룹으로 파병돼 있어요. 하나는 경보병 부대인 11군단(폭풍군단)입니다. 또 하나가 정찰총국인데 이 두 사람은 정찰총국 소속이었습니다. 정찰총국은 최정예 부대고 아주 고강도 훈련을 받죠.”
“‘훈련받으러 유학 간다’는 말 듣고 전장 투입”
— 난생처음 남한 사람을 봤을 텐데 경계하진 않던가요.
“리씨가 처음에는 굉장히 경계했어요. 제가 명함을 건넸고, 이를 앞뒤로 보면서 한동안 대답도 제대로 안 했죠.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자 담배를 구해서 건넸죠. 분위기가 좀 풀어지고는 막판에 가서 ‘술은 없습니까?’라고 하더라고요.”
— 북한 병사들과 의사소통에는 문제없었습니까. 억양이나 사투리 때문에요.
“별문제는 없었어요. 대신 리씨가 턱을 다쳐 발음이 부정확했습니다.”
— 리씨와 백씨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개인적인 이야기는 일부러 묻지 않았어요. 평양 출신 리씨는 입대 10년 차로 나이는 26세쯤 됐습니다. 백씨는 지방 출신인데 이제 20세고 어린 티가 났어요. 입대 4년 차 정도였습니다. 둘 다 참전하는지도 모른 채 ‘훈련받으러 유학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전장에 투입됐죠.”
— 가족들은 이들이 파병됐다는 걸 알고 있답니까.
“가족들도 모르는 거죠. 제 아들뻘 되는 애들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게 좀 굉장히 안쓰럽고 가슴도 아팠습니다. 포로들을 나 몰라라 하는 김정은과 북한 정권에 대한 화도 났고요.”
유 의원이 공개한 백씨의 음성 일부를 소개한다.
“말하자면 (훈련) 강도는 힘들어서 눈물이 나올 정도로…. 훈련합니다. 주에 100리(약 40km)를 뛰고, 월 마지막 날에는 200리(약 80km)를 (뜁니다). 100리는 4시간이고 200리는 8시간. (배낭 무게는) 20~25키로(kg).”
— 북한군은 포로가 되느니 자폭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포로들의 증언에 따르면 자폭이 비일비재하답니다. 백씨는 ‘목격도 많이 했고 나 역시 다쳐서 쓰러질 당시 자폭용 수류탄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폭하라’고 교육받은 건 아니지만) 자기 생각에 싸우다 적에게 잡히면 그 자체가 조국에 대한 배반이니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리씨도 다른 북한군이 자폭하는 걸 직접 봤다고 했습니다.”
— 사망자는 400여 명, 부상자는 3600여 명 수준이라고 우크라이나 측이 밝혔습니다. 아무리 자폭한다고 해도 우크라이나 당국은 포로가 단 2명이라고 했습니다. 다소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일반 상식, 군사 지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죠.”
“북한군, 러시아군에 대한 불신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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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당국이 쿠르스크 일대에 살포하는 전단. 전단의 효과는 미미하다고 한다. 사진=유용원 의원실 |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은 많은 전사자·부상자가 발생하는데도, 저돌적으로 돌파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해가 안 된다. 동료가 죽거나 다치면 공포를 느낄 텐데 이들은 ‘돌격 앞으로’를 외쳤다. 도대체 왜 이렇게 절실한가’라고, 진지하게 제게 물었어요. 북한군의 행태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북한은 김정은 중심의 신정(神政) 체제다. 어릴 때부터 세뇌를 받는다. 어릴 때부터 특히 군에 입대해서는 ‘포로로 잡히는 것은 조국에 대한 배반’이라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주입받는다. 사상적으로 투철하게 무장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군은 세뇌,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당해서 체화(體化)된 거죠.”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과 싸운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은 북한군을 이렇게 평가했다.
“북한군 5명이 러시아군 10명의 전투력과 대등할 정도로 높은 전투력을 보유했다. 북한군은 30~60개 소규모 단위 부대를 편성하고 전선을 향해 돌격 위주의 재래식 전술을 구사한다. 통신 장비가 노후화됐고, 야간투시경 보급이 많지 않아 야간 작전 수행 능력은 떨어진다. 전투 초기 북한군은 드론전 등에 취약했으나, 점점 현대전에 적응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군을 상대한 우크라이나 군인은 공통으로 “(북한군은) 20세 정도의 젊은 층으로 구성, 강인한 체력, 공포심이 없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을 대상으로 심리전 방송과 항복 유도 전단을 살포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이는 사상교육을 투철하게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 북한군과 러시아군은 어떤 형태로 전투를 치르고 있습니까.
“포로 리씨는 자기 중대에 러시아군 7명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들은 러시아군과 연락, 보급 지원, 통역, 포격 지원 등의 역할을 맡았다고 합니다.”
— 러시아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던가요.
“전반적으로 불신이 많다고 합니다. 포격 지원을 요청했는데도 정확도가 떨어지는 등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언어장벽 등으로 인해 러·북 간에 효율적인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군, 점점 드론전 대응 방법 익히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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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크라이나전에서 실전 시험 중인 탄도미사일 KN-23. 실전 투입을 계기로 정확도가 향상됐다고 한다. 사진=로동신문/뉴시스 |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됩니다. 현지에서 만난 우크라이나군 관계자가 제게 한 말이 굉장히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 어떤 이야기입니까.
“‘러시아와 북한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을 맺었다.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도울 수 있다. 이번 전쟁은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하는 시험대(테스트 베드)다. 북한군이 초기에는 드론전에 취약했으나 점점 대응 방법을 익히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북한군, 러·북 연합군이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크라이나 측이 북한군 포로를 심문한 결과 북한군이 하달받은 주 임무는 ‘실전을 통해 현대전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한다.
북한군은 러시아군과 연합군을 편성해 전투를 치르고 있다. 연합군 병력 규모는 약 6만3000명이며 정식 명칭은 ‘연합부대’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두 군대 간 언어장벽 등으로 인해 작전 수행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북한군만으로 편성된 부대도 존재한다고 한다. 전투는 러시아군 장교의 지휘 아래 진행되며, 전투 외에 부대 간 교류는 없다. 군수 보급은 모두 러시아가 담당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북한군이 러시아군의 휴대전화 빌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고 한다. 이는 가족과 연락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측이 확보한 태블릿 PC에서 사상교육, 이념교육, 선전자료 등이 다수 발견됐다.
— 북한이 미사일이나 무기의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시험장으로도 활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KN-23의 오차(CEP)가 과거에는 2km 수준이었는데 현재 100~200m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우크라이나전을 거치며 북한제 무기가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 한반도에서 남북이 충돌할 경우, 우리 공군력이 우세하기에 제공권 걱정이나 드론 위협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 않습니까.
“드론의 크기에 따라 다르게 봐야 합니다. 대형 무인기는 제공권이 장악된 상황에서 운용하는 게 어렵지만 주로 자폭 드론이나 FPV(First person view) 드론은 북한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우크라이나전 초기에는 우크라이나가 튀르키예제 바이락타르 등을 활용해 효과를 봤지만, 러시아군이 드론 대응망을 재정비한 후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곡산 인민무력부 훈련장’
— 포로들이 증언한 내용 중 의미 있는 내용은 더 없습니까.
“북한 황해도 곡산에 서울과 부산, 제주도 지형을 본뜬 훈련장이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인민무력부 훈련장이라는 곳에 가면 서울 종로구나 부산, 대구, 전주, 제주도 지형을 묘사한 건물들이 가득하다’고 했습니다.”
— 남한 지형을 본뜬 훈련장이 있다는 건 이전에도 알려진 이야기 아닙니까.
“북한이 청와대 모형과 유사한 걸 만들어놓고 훈련한다는 내용은 이미 알려져 있죠. 구체적으로 황해도 곡산에 그런 시설이 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제주도까지 묘사한 훈련장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나온 사실입니다.”
— 남침 준비군요.
“그렇죠. 유사시를 대비한 훈련을 하는 거죠.”
— 포로 면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습니까.
“리씨의 말인데 ‘내가 포로인데 한국에 가서 다른 탈북자처럼 정상적으로 가정을 이루며 살 수 있겠느냐’고 제게 물었어요.”
— 탈북자들과 다를 게 없지 않습니까.
“아니죠. 리씨의 질문은 굉장히 날카로운 내용이에요. 6·25 정전협정 이후 전쟁포로 신분으로는 우리나라에 귀순한 사례가 없잖아요. 이 점을 리씨가 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리씨가 만약 한국으로 송환된다면 아주 특별한 사례로 기록되는 겁니다.”
― 포로들이 한국으로 올 수 있습니까.
“한국 정부와 관심을 기울여야죠. 트럼프의 예상할 수 없는 행동이 포로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불상사가 벌어지기 전에 빨리 송환해야 합니다. 둘 다 데려오는 게 힘들다면 확실한 의사를 밝힌 리씨부터라도 손을 써야 합니다. 저도 여기저기 알아 보고 있습니다.”
— 포로 송환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연계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우크라이나는 한국에서 더 많은 지원을 해주기를 희망하지만, 이를 포로 송환과는 연계하지 않았습니다. 지원 여부가 송환의 선결 조건이 아니라는 거죠. 다만 우크라이나가 포로 송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듯하다고 느꼈습니다.”
— 민주당은 북한군 포로에 대해 반응이 거의 없습니다.
“애써 외면하는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사람의 생명, 인권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야당에선 ‘(포로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주장하는데, 제가 ‘정치적, 정파적 목적’을 띠고 정부나 여당을 대표해 다녀왔나요? 아니잖아요. 여기에 무슨 ‘정치적’이라는 단어를 붙입니까.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 우크라이나군 당국자도 만났습니까.
“지난 11월에 방한했던 세르게이 보예브 우크라이나 국방차관과도 만났습니다. 보예브 차관은 한국의 인도적인 지원에 대해 감사를 적극 표하며, 양국이 독재 국가에 맞서는 공통점을 가진 만큼 안보와 방산 분야에서 강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주요 군사령관, 방산 관련 정부 인사들과 공식 접견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對드론 체계 들여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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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미사일 등을 요격할 수 있는 천궁-2. 우리 기술로 개발한 방공무기다.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지원을 희망하는 무기 체계다. 사진=뉴시스 |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장(DIU) 키릴로 부다노프 중장과 특수작전군(SSO) 소속 고위 지휘관을 만났습니다.”
— 정보를 소극적으로 공개하진 않던가요.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자세하게 설명해 줬어요. 관련된 내용을 한국민에게 알리면 좋겠다고 생각해 ‘공개해도 되느냐’고 물었죠. 우크라이나 측은 ‘아주 일부만 빼고는 공개해도 좋다’고 했어요.”
우크라이나 당국은 유 의원에게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주요 무기는 ▲포탄(240mm 등) 490만발 ▲탄도미사일(KN-23‧24) 148기 ▲122mm 견인포 94문 ▲120mm 박격포 44문 ▲ ▲170mm 자주포 120문 ▲240mm 다연장로켓 120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170mm 자주포와 240mm 다연장로켓은 북한이 전방(전연) 지역에서 빼내 러시아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이 240mm 다연장로켓 운용법을 현지에서 러시아군에게 교육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국방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800만발을 지원했다고 추정한다.
— 우크라이나가 가장 필요로 하는 한국산 무기는 무엇입니까.
“‘천궁(1·2)’과 같은 방공(防空) 무기를 희망합니다. 우크라이나가 드론·미사일 공격을 계속 받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최신 무기는 양산 일정 때문에 당장 우리 군에 배치하기에도 부족하죠. 우크라이나는 구형 발칸포라도 지원받기를 희망합니다. 우리 군에서 퇴역한 호크 미사일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는데 지난해 말 정국(政局)이 혼란스러워지는 바람에 모든 게 중단됐습니다.”
―천궁을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면 KN-23 같은 북한 탄도미사일을 실제 요격하는데 시험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우크라이나군을 통해 이른바 실전 테스트를 하는 거죠. 유사시 저 북한 미사일이 남한을 공격할 테니까요. 우리 입장에선 의미가 있습니다. 천궁뿐만 아니라 드론/대드론 체계도 현지에서 운용해 볼 필요가 있어요.”
—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러시아의 반발을 초래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저는 방어 무기는 지원해도 된다는 입장이에요. ‘코뿔소’ 3대가 현지에서 활용되고 있죠.”
코뿔소(K-600)는 우리 군이 운용하는 장애물개척전차로 지뢰 제거에 투입된다.
—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서 얻어올 만한 기술은 없습니까.
“드론 및 대(對)드론 체계요. 우크라이나는 실전을 경험하며 상당한 역량을 확보했습니다. 중대형 무인기를 제외한 소형 드론. 특히 자폭 드론은 미국보다 앞서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나라는 부품 가공 역량이 우수하잖아요. 한국에서 관련 부품을 만들고 이를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면 양국이 서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러시아군의 전략 목표
유용원 의원은 우크라이나군 당국과 협의 후 방문 결과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전략 목표가 ▲자국 영토인 쿠르스크 지역 탈환 ▲우크라이나 영토인 도네츠크 지역 완전 점령 ▲기존 점령지인 자포리자, 헬슨 점령 유지라고 밝혔다. 군사 목표는 ‘우크라이나 경제 역량 파괴’다.
지난 2월 26일 기준 러시아군 병력 규모는 62만5800명이고 일평균 병력 손실은 1200명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러-북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2024년 6월)’에 근거해 북한이 병력을 파병한다고 봤다.
북한은 2024년 10월경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병력 약 1만2000명을 보냈다. 파병 전체 인원 중 3/4가량은 폭풍군단(11군단), 1/4가량은 정찰총국 소속이며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등 5개 지역으로 병력을 분산해 현지 적응 훈련을 거쳤다.
북한군은 한 달 반가량 현지 적응 훈련을 거친 후 2024년 11월 쿠르스크 지역 전투에 처음 투입됐다. 이들은 러시아 군복과 신분증을 지급받아 러시아군으로 위장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고위급 장성 4명(총참모부 부총참모장 김영복, 정찰총국장 리창호, 총참모부 작전국 처장 신금철 등)이 현지로 파견됐다고 분석했다.
북한군은 4개 여단(여단당 약 3000명)으로 편성됐다. 이 중 3개 여단은 경보병여단(11군단)과 유사한 편제이며, 1개 여단은 정찰총국 소속이다. 각 여단 본부는 쿠르스크 지역 내 위치하며 본부에는 북한군 장교 다수가 관측됐다고 한다.
북한군 인명 피해는 지난 2월 26일 기준 전사자 400여 명, 부상자 3600여 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300여 명은 치료 후 전선에 재투입됐다고 한다. 지난 1월 14일까지 전 북한군 병력 투입됐으며 1월 14일~2월 10일에는 전선 투입이 소강상태다.
지난 2월 11~16일에는 2개 여단 규모로 재투입이 이뤄졌으나 많은 병력 손실로 전장에서 철수 중이다. 2차 파병 규모는 1500여 명 수준으로 이미 현지 적응 훈련 후 쿠르스크 인근에 배치되고 있다. 현재 러시아 극동 지역 5곳에서 3500여 명 규모의 추가 병력이 현지 적응 훈련을 진행 중이며, 3차 파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쟁 빨리 끝나길 원하는 분위기 느껴져”
— 강행군이었습니다.
“갈수록 피로가 누적됐지만, 어렵게 성사된 방문이었기에 허투루 보낼 수 없었죠. 마지막 일정으로는 키이우 독립공원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추모 공간을 찾아 희생자를 기렸죠. 깃발이 무더기로 꽂혀 있었는데 하나하나가 전사자, 희생자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가슴 아픈 장면이었죠.”
— 현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전쟁으로 긴장이 여전히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키이우 시민들은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공항은 폐쇄된 채 일부 차량과 기차로만 이동할 수 있었고, 한밤에도 공습경보가 울렸습니다. 거리 곳곳에 방공호 안내 표지판이 보였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일터로 가고, 아이들은 학교로 갔습니다. 전쟁 속에서도 국가 생존을 위해 멈추지 않는다는 강한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그럼에도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전쟁이 빨리 끝나길 원하는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 일부에서는 우리 군이 전투 병력을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반대합니다. 다만, 모니터링단이나 전훈분석단과 같은 형태로 우리 당국이 북한군의 실전 경험과 전술을 현장에서 면밀히 분석할 필요는 있습니다.”
— ‘전훈분석단’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남의 나라 전쟁에 왜 우리가 개입하느냐’는 야당의 극렬한 반대, 여기에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군 주요 수뇌부가 공석인 상태입니다. 참관단 파견에 대한 목소리나 명분도 주장할 수 없는 신세가 됐죠.”
— 북한이 파병 대가로 얻는 건 무엇이 있습니까.
“당장 식량이나 원유, 원자재 등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첨단 군사 기술도 제공될 테고요. 최근 북한은 핵추진잠수함(SSN)과 ‘북한판 이지스함’을 건조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이미 러시아로부터 관련 기술을 제공받았거나 향후 받을 가능성이 있죠. 북한이 운용하는 수송기 IL-76에 레이더 돔을 설치한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죠. 북한이 취약한 분야 중 하나가 공군력, 특히 조기(早期) 경보 분야인데,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 나가는 게 아닌지 의심됩니다. 드론 운용 전술부터 첨단 기술까지 광범위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죠.”
지난 3월 5일 국가정보원은 “북한 파병군이 러시아로부터 드론 조종법·전술을 전수 받는 정황이 있어 양측의 무인기 분야 협력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드론이 전장 환경을 뒤바꾸고 있음에도 우리는 위기의식이나 절박감이 없어 심각하다”고 했다.
“폴란드 방산 수출과 관련해 조만간 좋은 소식 있을 듯”
유 의원은 자신을 ‘K-방산 수출 여의도 1호 영업사원’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2월 21일에는 우크라이나로 입국하기에 앞서 폴란드 현지에서 폴란드 주재 한국 방산 관계관 간담회도 가졌다.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어떤 지원과 노력이 필요한지도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일정을 마치곤 다시 폴란드에서 K-방산을 위한 일정을 보냈다. 민스크에 있는 공군 기지를 방문했는데 이날 이곳에선 폴란드 공군이 운용하는 FA-50GF의 첫 무장 장착 시험이 있었다.
― 폴란드 하원 안제이 그지브 국방위원장도 만났습니다.
“저렴하면서도 우수하고 빠르게 인도(引渡)할 수 있는 K-방산의 강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와 국회가 전폭적으로 수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적극 어필했죠.”
― 그지브 국방위원장은 어떤 반응입니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동유럽의 안보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폴란드의 중요한 방위산업 파트너라고 화답했습니다.”
— 2023년 12월 폴란드에서 정권이 교체되자 K-방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게 궁금해서 이번에 물어봤어요. 폴란드도 정권 교체가 일어나면 우리랑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더군요.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력을 빨리 증강해야 한다는 기조를 신정부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산 무기 도입과 관련해서는 큰 방향에서 변화가 없다고 합니다.”
유용원 의원은 K-방산의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폴란드를 택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유럽에서 폴란드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방비로 GDP의 약 5%를 지출합니다. 무기 조달 규모도 상당합니다. 우리 입장에선 유럽 진출에 중요한 교두보를 잘 확보한 셈이죠. 이 때문에 독일 라인메탈사 등 유럽의 기존 방산 기업으로부터 견제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K-방산이 가진 역량,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인도하는 실력 때문에 경쟁 업체도 어찌 할 수 없죠.”
— 정부와 방산업체 등은 K-방산의 긍정적인 면만을 보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방산 수출액은 2022년(173억 달러) 최고를 기록한 후 하락세입니다. 2024년에는 95억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폴란드 2차 계약이 성사되면 방산 수출 규모는 지난해 수준을 훌쩍 넘길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방산 수출이 충분히 늘어날 수 있다고 봐요. 유럽뿐만 아니라 중동, 동남아, 미국 등지에서도 활약이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 미국은 왜 그렇습니까.
“미 해군이 군함을 건조해야 하는데, 자체 조선소만으로는 부족해요. 결국 동맹국의 조선 역량을 활용할 수밖에 없죠. 우리나라로서는 기회죠.”
— 방산 수출 계약이 많으면 좋겠지만 한국이 감당할 수 있습니까.
“폴란드 수출은 현지 생산 방식으로 분담해야 합니다. 폴란드 2차 계약 발표가 늦어지는 것도 양측이 생산 방식을 두고 입장을 조율 중이라 그렇고요.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듯합니다.”
— 기술 유출의 위험은 없습니까.
“과거 일부 사례가 있었습니다만 방산 수출 경험이 늘면서 관련한 대비책이 있습니다.”
유용원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2월 28일, 폴란드 최대 국영 방산업체인 PGZ의 마르친 이지크 부회장(전 국방부 차관)을 만났습니다. K2전차 2차 사업 계약이 조속히 마무리되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지크 부회장도 전적인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번 폴란드 방문은 ‘K-방산 수출 여의도 1호 영업사원’으로서 첫 해외 출장입니다. 폴란드를 넘어 시장을 개척하지 못한 여러 유럽 국가에서도 우리 방산 수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발로 뛰며 노력하겠습니다.”
군사전문기자 유용원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초등학생 시절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무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림에는 소질이 없었음에도 전차와 장갑차를 직접 그리며 싸우는 장면을 묘사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어머니에게 용돈으로 10원, 20원을 받으면 이 돈으로 전쟁 만화책을 빌려봤다. 중학교 때에는 전쟁 영화에 빠졌다. 서울로 대학을 온 뒤부터는 청계천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관련 서적을 수집하며 군사 마니아가 됐다. 무기를 보면 곧장 제원을 식별할 수 있었다. 어림잡아 무기 체계 1000개쯤은 구별해냈다. 유 의원은 “억지로 외운 게 아니라 관심과 열정 덕분에 ‘새겨졌다’”고 표현한다. 월간조선 시절 그는 조선일보 지면에 종종 무기에 대한 소개가 잘못되면 곧장 편집부로 전화해 바로잡아줬다는 일화가 있다.
“‘하나회 명단’ 기사로는 특종상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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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오산미군비행장에서 한국 기자로는 처음으로 미군 곡예비행팀인 썬더버드 탑승 체험을 했다. 사진=조선DB |
“46번을 받았죠. 1계급 특진과 비슷한 ‘호봉 승급’도 두 번이나 했어요. 제가 알기로는 호봉 승급을 두 번 한 기자는 《조선일보》에 저밖에 없을 거예요.”
— 기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무엇입니까.
“《월간조선》 1993년 1월호에 쓴 ‘하나회 명단’ 최초 공개 기사입니다.”
— 특종 중의 특종 아닙니까.
“오히려 이 기사로는 특종상을 못 받았어요.”
— 왜 그렇습니까.
“특종이라는 게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다른 매체에서도 인용해 보도해야죠. 당시 6공(共) 말기였는데 대통령부터 군, 정부 요직을 하나회 출신이 장악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국방부가 제 기사를 부인하면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죠.”
— 언제 재조명받았습니까.
“김영삼(YS) 정부 출범 직후예요.”
1993년 3월 취임한 YS는 ‘하나회 숙청’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 유 의원이 쓴 기사를 참고했다고 한다. YS 측근인 김덕룡 전 의원도 이를 증언했다. 유 의원은 “내가 쓴 기사로 하나회 회원 중 나와 가까운 분들이 불이익을 받았다. 인간적인 미안함이 남아 있다”고 했다. YS 취임 후 약 석 달 동안 하나회 출신 장성 40명이 떨어져 나갔다.
유 의원은 1993년 권영해 당시 국방부 장관 경질로 이어진 이른바 ‘군수본부 포탄 사기 사건’ 보도와 중‧대령급이 사는 ‘동빙고 군인아파트’의 실상을 알린 기사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도심에 있는 군인 아파트임에도 거주 환경이 열악했다고 한다. 비가 오면 비가 그대로 샜다. 그가 쓴 기사 덕분에 아파트 환경이 개선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남편 계급이 중령인 한 부인은 당시 유 의원에게 울먹이며 감사 인사를 했는데 유 의원은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었다”고 했다.
―기사, 이른바 특종과 국익, 국가안보가 충돌할 때는 어떻게 하십니까.
“국익을 먼저 생각합니다.”
―일반 기자들과는 다르시군요.
“저도 시행착오를 거쳤죠. 기사, 특종에 욕심이 많았었으니까요. 국방부 출입 기자를 한 후에는 특종이라고 생각해 이런저런 기사를 썼는데 결과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은 사례를 경험했죠. 이런 실수를 몇 차례 겪으니 좀 거창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책임감’을 가져야겠다고 느꼈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저 자신만의 기준을 갖게 됐습니다.”
유 의원은 국방부에 오래 출입하다 보니 많은 군인과 인간적으로 가까워졌다. 때로는 기자의 숙명인 ‘비판, 비평’ 때문에 취재원들과 갈등이 생기는 일도 있었다.
“조갑제 대표도 말했지만, 비판은 기자의 숙명이에요. 다만 사감(私感) 없는 객관적인 비판을 해야 해요. 비판의 당사자도 처음에는 서운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해하더군요.”
“핵 잠재력 확보가 우선”
— 정치 참여를 결심한 계기가 있습니까.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었어요. 기자로 30년 이상 활동했고, 군사 전문 사이트도 20년간 운영했어요. 국방 발전을 제시하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에도 참여하며 이런저런 활동을 많이 했지만 제약이 많았죠. 기자로서 제시했던 여러 의제가 있었는데 이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데까지는 한계가 많았죠.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정치를 택했습니다. 마침, 정년도 맞은 참이었고요. 주변에서 박수 칠 때 (회사를) 잘 떠난 거 같아요.”
유 의원의 정계 입문을 두고 부인을 포함한 가족들이 처음에는 반대를 했다. 유 의원의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여의도에 가면 사람이 이상해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가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고 당선된 후에는 다들 “잘하라”고 격려한다고.
— 민주당에서도 탐냈을 듯합니다.
“영입 제의는 없었습니다.”
― 사실을 추구하는 기자와 당파적 이익을 좇는 정치인 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자 시절에는 제삼자의 시각으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지적하고 비판했죠. 이제는 여당 소속 정치인이기에 과거처럼 할 순 없죠. 그럼에도 꼭 필요할 때는 제 목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진영‧이념 대립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바람에 이른바 합리적 보수‧진보가 설 수 있는 자리가 점점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목소리 큰 사람, 인신공격을 잘하는 사람이 주목받고 인정받는 잘못된 풍토가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 의원은 “남에게 소리를 지르고 면박을 주는 행동은 내 적성과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몇 번 따라 해보기도 했는데 영 아니었단다. 대신 사실(팩트)에 기반하여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했다.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GP 불능화 부실 검증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9‧19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남북 GP 상호 철수’를 결정했는데 당시 정부는 우리 측 GP는 파괴하면서도 북한 GP가 철거됐는지는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유 의원은 “GP 부실 검증은 문재인 정부의 ‘가짜 평화 쇼’, 우리 군의 전투력을 약화하고 북한을 이롭게 한 ‘이적행위’”라고 했다.
— 트럼프 2기를 맞아 국방·안보 분야에서 한국이 대비할 주요 사항은 무엇이 있습니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주한미군 감축 문제, 확장억제에 따른 전략 자산 출동 비용 요구 등이 있습니다.”
― 북한이 도발하면 한미 양국은 이른바 전략 자산이라고 칭하는 항공기를 출동시킵니다. 이런 ‘에어쇼’가 실제로 효과 있다고 보십니까.
“김정은이 겁을 먹어야 실제 효과가 있는 것이겠죠. 이와 관련해서는 효과가 없다고 봐요. 대신 한국민에게 ‘유사시 미국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확장 억제에 대한 믿음을 주는 기능은 한다고 봐요.”
― 북핵,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군의 수단이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우리 군의 대응 전력 규모를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으나 지금보다는 더욱 적극적으로 전력 증강을 해야 한다고 봐요. 특히 미사일은 부족하죠. 전략적 타격 효과가 있는 ‘현무-5’처럼 고위력 탄도 미사일을 ‘생각보다 많이 생산해야 한다’고 봐요.”
— ‘트럼프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이 자위적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감정을 앞세운 섣부른 무장론(武裝論)보다는 잠재력 확보가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핵무장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 ‘무궁화포럼’을 만들었습니다. 포럼 활동 방향에 대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하며 평화적 이용 증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평화적 이용’을 앞세워 ‘핵무장 역량, 잠재력’을 확보하겠다는 주장이 일견 모순적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측면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실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 병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복무 기간 연장 ▲여성 징병제 도입 ▲‘실버 아미(60세 이상 예비군)’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상적인 건 병 복무기간 연장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죠. 여성 징병제도 시기상조라고 봐요. 우선 여성 지원병제를 운용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실버 아미에 대해선 긍정적입니다.”
“‘언행일치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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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기자시절 유용원 의원이 2004년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를 방문했을 당시 모습. 사진=유용원 의원실 |
“국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드론, 전자전, 첨단 무기를 강조하지만 이를 운용하는 건 사람입니다. 간부, 특히 부사관을 중심으로 한 군의 허리가 취약해지면 유사시 우리 군은 제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열악한 군인 처우를 개선해 군이 마음 놓고 맡은 임무를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 추가로 준비하는 법안이 있으십니까.
“군인 사기와 복지를 증진할 수 있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습니다. 또 무궁화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데도 앞장서겠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인데, ‘늘 갈망하고 늘 우직하게!(Stay hungry, Stay foolish!)’ 이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제가 재주가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딱 하나 자신 있는 게 있습니다. 묵묵히, 꾸준히, 오래 하기. 34년(1990년 2월~2024년 3월) 기자 생활 중 국방부만 31년 동안 출입했고, 군사 전문 사이트 ‘유용원의 군사세계’도 20년 넘게 운영했습니다. 국방, 국가안보에 진심(眞心)을 가진 사람, 언행이 일치된 사람으로 평가받고, 기억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