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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북한인권운동 30년 맞은 수잔 숄티 디펜스포럼재단 대표

“DJ와 노무현이 김정일을, 문재인이 김정은을 살렸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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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악마적 정권이고, 그 악(惡)은 ‘순수한 사악함’ 그 자체”
⊙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물러난다면 그 빈자리는 시진핑과 푸틴이 메울 것”
⊙ “미국의 수십 년 對北정책 실패 인정해야… 핵 포기가 아니라 인권 문제로 접근”
⊙ ‘어디서나 감시하고 있고 죽일 것’이라는 협박 수없이 받아
⊙ “북한 주민을 구출하는 것은 세계인이 모두 나서야 하는 일… 한국인들,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 문제에 목소리 내야”

수잔 숄티(Suzanne Scholte)
1959년 美 코네티컷주 출생, 윌리엄앤드메리대 졸업, 고신대 명예박사 / 現 디펜스포럼재단 대표, 북한자유연합 의장 / 제9회 서울평화상·월터주드 자유상·워싱토니언상 수상, 대한민국 수교훈장 숭례장 수훈
사진=월간조선
  ‘탈북자의 대모(代母)’ ‘인권 천사’로 불리는 수잔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재단 (Defense Forum Foundation) 대표가 북한인권운동에 투신한 지 올해로 30년째를 맞았다. 숄티 대표는1996년에 탈북자들이 전하는 북한의 참상을 듣고 북한인권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뒤 1999년 4월에 미국 상원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청문회가 개최되도록 하는 데 힘썼다. 2003년에는 고(故) 황장엽(黃長燁) 북한 노동당 비서의 미국 의회 증언을 성사시켜 김정일 정권의 실상을 전(全)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이는 2004년에 미 의회가 북한인권법을 채택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숄티 대표는 이때부터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는 ‘북한 자유의 날’ 행사를 매년 열고 있다.
 
  2024년 12월 19일에 방한(訪韓)한 숄티 대표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자유북한방송 사무실에서 만났다. 20년 만에 기자와 재회한 그는 여전히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쳤다.
 
  ― 북한인권운동을 시작한 지 30년째 되는 해입니다. 그간의 소회를 밝혀주신다면.
 
  “북한을 상대하는 것은 지옥의 문을 여는 일이었습니다. 북한은 악마적 정권이고, 그 악(惡)은 정말 순수한 사악함 그 자체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북한인권운동을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을 믿지 않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가 저지른 일을 사람들이 믿지 않았듯이 말이죠. 나치로부터 유린당한 사람들이 나치의 잔혹행위를 증언하고 증거를 제시했듯이,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 세계 사회에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을 생생하게 알리면서 미국 내(內)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북한인권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증거가 차고 넘치죠. 2014년에 있었던 UN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발표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DJ 킴 아니었다면 북한 김씨 일가 끝났을 것”
 
수잔 숄티 대표가 납북자 이름을 부르다 오열하는 납북자 가족 대표를 부둥켜안고 위로하고 있다.
  ― 미국인으로서 북한인권운동을 하는 것이 녹록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상황을 믿지 않으려는 불신(不信)과 싸우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또 한국에서 북한인권운동 활동을 막는 친북(親北) 성향 단체들이 있는 것도 힘들었고요. 수많은 탈북자가 증언하고, 책을 쓰고, 그들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제작됐기에 많은 미국인은 이제 북한을 이해합니다. 기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미국인이 북한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일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미국인에게 한국은 ‘K팝’이고 북한은 ‘요덕수용소’입니다. 저는 하루빨리 김정은의 종말을 보고 싶습니다.”
 
  ― 30년 동안 북한인권운동에 투신했음에도 북한 체제는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아쉽지 않습니까?
 
  “솔직히 한국에서 권력을 잡았던 일부 사람들이 북한 정권을 몇 번 구제하지 않았다면 북한의 김씨 일가는 끝났을 겁니다. 황장엽 선생이 1997년에 망명했을 때 그는 ‘북한에서 수백만 명이 굶주림으로 죽어간다’고 증언했습니다. 황장엽 선생이 누굽니까. 북한 정권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김일성의 오른팔이었고 김정일의 스승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DJ 킴(김대중 전 대통령 지칭)이 햇볕정책을 선택해 김정일 정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줬습니다. DJ 킴은 황장엽 선생과 수많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무시했습니다. 결국 햇볕정책은 독재 정권에서 김정일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DJ 킴은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를 무시했고, 북한 주민의 기아(飢餓)를 외면했습니다.”
 

  ―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이 문제의 시작이었다고 보시는군요.
 
  “충분히 김정일의 숨통을 끊을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DJ 킴은 한국 시민들이 힘들게 벌어 세금으로 낸 돈을 이용해서 북한 정권을 살리고, 노벨평화상을 사들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일차적으로 북한 정권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세계가 인도적 견지에서 북한에 지원한 식량을 큰 트럭들이 마을에 배달하고 나면, 다시 표식 없는 군용 트럭들이 와서 지원 물품을 되가져갔습니다.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쌀을 바로 뺏어서 가져간 겁니다. 예전에 독일의 유명한 의사인 노르베르트 발라센은 ‘고아원에 가서 쿠키를 나눠주면 아이들이 쿠키를 먹지 않고 그냥 들고 앉아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아이들은 누군가가 다시 들어와서 자기 손에 있는 쿠키를 도로 뺏어갈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이 북한에서도 일어난 겁니다. DJ 킴에 이어 정권을 물려받은 노무현 정부도 북한에 우호적이었습니다.”
 
 
  “미국도 북한에 속았다”
 
수잔 숄티 대표가 생전의 황장엽 선생(왼쪽)과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와 포즈를 취했다.
  ― 한국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였던 때 미국 내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탈북자인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를 만난 미국의 첫 번째 대통령이었고, 북한 내에서 일어나는 인권 유린 행위에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후반 들어 미국 정부도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 휩쓸렸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없애는 것에 초점을 맞췄고 북한 인권 문제를 뒷전으로 미뤘습니다. 주한 미국 대사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이 미북(美北) 대화를 맡아 직접 대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 미국도 북한에 속았다는 얘기입니까?
 
  “미국 정부의 선의(善意), ‘우리가 그들(북한)과 대화를 하면 긍정적인 발전을 불러올 수 있다’고 믿은 것을 북한은 이용했습니다. 미국이 완전히 함정에 빠진 거죠. 4자회담, 6자회담을 가졌지만 북한 정권의 완전 조작에 놀아났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황장엽 선생이 한 말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탈북자, 그중에서도 북한 권력 상층부에 있던 사람들은 ‘김정일은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을 했는데도 말입니다.”
 
  ― 김씨 일가에 대한 판단 착오가 모두에게 있었군요.
 
  “북한 김씨 일가의 관심은 권력 유지뿐입니다. 한국에서 DJ 킴과 노무현이 김정일을 살렸고, 문재인이 김정은을 살렸습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에 열정적으로 접근했지만, 문재인은 그간에 진척되어 온 북한 인권에 대한 진전을 없앴습니다. 사실 북한에 대해 가장 걱정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을 지키는 데 최전방에 서야 할 사람들은 한국 사람입니다.”
 
  ― 한국이 더욱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군요.
 
  “당연합니다. UN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2014년 2월에 북한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반(反)인륜 범죄를 저지르고 있고, 이런 인권 침해가 국가 정책의 하나로 자행되고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인권위원회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강하게 규탄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20년 연속 채택했습니다. 전 세계 55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인권결의안을 채택할 때 문재인 정권은 무엇을 했습니까? 한국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UN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고,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했습니다. 문재인은 탈북 어민들을 강제로 북송(北送)하기까지 했습니다.”
 
 
  “문재인은 인권보다 김정은 독재 유지에 더 관심이 있었던 듯”
 
  ― 문재인 정부가 탈북 어민을 북송했을 때 공개적으로 비판하셨지요.
 
  “문재인 정부가 한국 헌법과 국제조약 상 의무들을 위반해 북한 난민들을 송환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문재인은 김정은 독재 정권 유지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는 신(神)이 나중에 문재인 대통령을 심판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북한 정권이 DJ 킴이 아니었다면 1990년대 후반에 붕괴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문재인 정부가 아니었다면 그간에 유입된 많은 외부 정보로 인해 북한 사회가 많이 흔들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김씨 정권이 수립된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바깥의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북한 주민들이 더는 정보를 얻지 못하고 다시 고립되도록 도왔습니다.
 
  남북한 당신들 모두는 같은 한국인입니다. 누구는 DMZ 남쪽에서 태어났기에 자유롭게 사는 것이고, 또 다른 사람들은 북쪽에서 태어났기에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는 것뿐입니다. 어디에서 태어났든 한국인의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의 선봉에 서야 하고, 세계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공개적인 서한을 통해 ‘제발 CVID를 잊고 CVIF를 하라’고 말했습니다.”
 
  숄티 대표는 2024년 12월 5일 자 《워싱턴타임스》에 이런 칼럼을 썼다.
 
  〈트럼프 당선인은 백악관에 들어가면 북한에 대한 드라마틱한 접근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현재의 대북 정책은 평양 핵 프로그램의 ‘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해체)’를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주민을 위한 ‘CVIF(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Freedom·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자유)’를 추구해야 한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현재 목표를 반영하고, 수십 년간 미북 협상이 실패했다는 혹독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비무장지대 남쪽이 아닌 북쪽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형언할 수 없는 잔혹함을 겪는 국민을 해방해 한반도에 지속적인 평화를 이뤄야 한다.〉
 
 
  “북한은 核 강국이자 대량살상무기 확산국”
 
2023년 3월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자유주의 집회 23(Liberty Convo 23)’에서 수잔 숄티 대표가 연설하고 있다.
  ― 미국의 대북 정책 역시 핵 포기가 우선이었군요.
 
  “미국은 1994년 6월에 지미 카터 대통령이 북한의 김일성을 만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때부터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6자회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기까지 수십 년간 희망찬 협상을 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실패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북한은 이미 핵 강국이며 대량살상무기 확산국입니다. 북한은 무기와 군대를 동원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해 유럽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북한은 말 그대로 ‘악의 축’입니다.”
 
  ― 한국의 정치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북한 인권 문제가 다뤄질 수 있을지 불투명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미국 의회에서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인용하며 ‘자유’라는 단어를 36번이나 사용했습니다. 링컨 시대에 미국 국민의 반은 자유로웠고, 반은 노예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비극적인 전쟁과 분열을 겪었지만 결국 노예제도라는 재앙을 없애며 하나의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인의 절반은 자유롭고, 절반은 노예입니다. 북한에서는 김정은을 제외한 모두가 노예입니다. 북한의 고위 당원이든 군인이든 주부든 상관없이 그들에게는 ‘노예가 될 것이냐, 죽을 것이냐’의 선택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북한 주민이 자유를 받아들여 독재 정권을 종식하고, 한반도를 한국 헌법에 따라 통일하고 온전한 국가로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이 자유국가로 평화롭게 통일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서 저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북한과의 일대일 회담은 꿈도 꾸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만났을 때 무슨 생각을 했습니까?
 
  “온몸이 아플 정도였습니다. 김정은은 순수한 악의 화신이고 트럼프는 자유세계의 지도자인데 손을 잡다니요? 새로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2기입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이후에도 당신은 끔찍한 지도자였고, 국민에게 굶주림, 비참함, 죽음만을 주었다. 내가 그들을 대신해서 말할 수 있다면, 당신은 해고야(You are fired)’라고 당당하게 말하기를 바랍니다.”
 
  ― 미국인들에게는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이 가장 충격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미국인 모두가 충격받았죠. 오토는 그저 호기심 많은, 멋진 청년이었습니다. 다른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청년이었죠. 제가 그의 부모를 아는데 모두 선하고 훌륭한 사람들입니다. 오토 웜비어 사건은 젊은 청년의 순수함이 사악하고 어두운 악마를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순수함과 악마라는 두 세계가 충돌했고, 그 결과는 아름다운 젊은이의 파괴였습니다. 끔찍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건이죠. 김정은 정권의 추악함과 그들의 순수 악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쇼를 하는 독재자의 절대적 잔혹함, 바로 그것이죠.”
 
 
  “北 오물 풍선은 김정은이 절박하다는 뜻”
 
수잔 숄티 대표가 2024년 9월 워싱턴DC에 위치한 주미 중국 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북송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숄티 대표는 20년 전 만났을 때(《월간조선》 2006년 1월호)에도 북한 인권 문제에 굉장히 해박한 견해를 갖고 있었다. 당시 “버시바우 주한(駐韓) 미 대사가 북한을 ‘범죄 정권’이라고 말한 것이 북핵 6자회담에 영향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과 상관없이 6자회담은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숄티 대표은 또 “자꾸 회담에서 핵 문제만 얘기하는데, 북한 인권 문제에 침묵하는 것은 김정일 사상에 동조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이런 생각은 더욱 단단해져 있었다.
 
  “4자회담, 합의된 틀, 포용정책, 6자회담 등 북한과의 회담이 20여 년간 계속되는 동안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사망했습니다. 우리가 핵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보다 그들의 고통을 덜 중요하게 어겼기 때문 아닐까요? 황장엽 선생은 북한이 결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습니다. 북한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인권의 문제이며, 그것이 바로 아킬레스건입니다.”
 
  ― 북한은 지난해에 오물 풍선을 한국으로 보내며 자극했습니다.
 
  “저는 김정은의 절박함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봤습니다. 김정은에게 문재인은 대화가 통하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줄 의향이 있는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러나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와는 커넥션이 없습니다.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무려 36번이나 썼다는 것만으로도 김정은은 위협으로 느꼈을 겁니다. 왜냐하면 북한 주민은 누구나 자유로울 권리가 있고 김정은의 노예가 아니라는 암시니까요. 김정은으로서는 북한 주민에 의해 전복되지 않으려면 외부 정보의 유입을 더욱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합니다. 탈북자들과 자유를 사랑하는 민간단체들이 협력해 북한에 정보와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중단시켜야 합니다. 그를 위해 휴전선을 가로질러 남북을 연결한 철도와 도로를 폭파하고, 남북 관련 기구를 없애고, 공중에서는 쓰레기 풍선을 지속적으로 날리는 겁니다.”
 
 
  “북한 주민들은 정보에 목마르다”
 
워싱턴DC의 캐피톨힐 앞에서 열리는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행사에서 발언하는 수잔 숄티 대표.
  ― 우리 민간단체들이 보내는 대북 전단이 그만큼 영향력이 있고, 김정은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거군요.
 
  “김정은은 DMZ가 아니라 북한-중국 국경에 지뢰를 묻었습니다. 주민들이 탈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지요. 세상에 어떤 지도자가 지뢰를 묻어 자국민을 죽이고 싶어 하나요? 지뢰는 보통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자기 나라로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사용하는 것 아닙니까? 김정은은 자기 나라를 탈출하는 사람을 죽이고, 탈북을 온 힘을 다해서 막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북한을 떠난 이들이 진실을 깨닫고 그 정보를 북한에 퍼뜨릴까 봐 두려운 겁니다. 그래서 북-중 국경에 지뢰를 묻고, K팝 음악을 듣거나 한국 드라마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10대들을 공개 처형하고, 다른 여성들이 한국으로 탈출하도록 도운 두 여성을 처형한 겁니다.”
 
  ― 정보 유입을 막는 데 필사적이라는 거군요.
 
  “김정은은 북한 사람들을 다시 어둠 속으로 되돌리고 싶어 합니다. 한국의 번영에 대해 영원히 모르기를 바랍니다. 제가 자유북한방송 이사장을 오랫동안 맡은 이유도 그 방송이 탈북자들에 의해서 운영되는 방송이기 때문입니다. 김성민 대표가 20년 전 저에게 아주 북한자유연합 의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고, 파트너가 됐죠. 탈북자인 그가 직접 라디오 방송을 한다는 아이디어가 정말 좋았습니다. 북한 주민에게 외부의 소식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KBS 라디오를 듣는다면 ‘남한의 모략’이라고 할 것이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을 들으면 ‘양키들의 선전’이라고 할 겁니다. 하지만 북한에 살던 이의 생생한 목소리라면 ‘그게 사실일 수 있겠구나’라고 느낄 겁니다.
 
  미국 내에도 친(親)공산주의 행위자들이 있지만, 의회와 대부분의 미국 국민은 북한의 자유와 인권을 매우 소중히 여깁니다. 김일성·김정일을 거치며 북 정권이 내세운 것은 백두왕조 하(下)에서 한반도를 통일하는 것이었는데, 요즘 김정은은 ‘두 국가론’ 같은 발언을 하죠. 북한을 통솔하고 권력을 유지하는 것만도 벅차기 때문입니다.”
 
 
  “공산주의자들의 선동 선전 놀라워”
 
  숄티 대표에 의하면 최근의 ‘북한자유주간’ 행사에서 탈북자 대표단은 북한 주민, 특히 젊은 세대가 변화에 목말라하며, 자신들이 굶주리는 가운데도 김정은이 핵과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고 한다. 북한 내부에서 변화가 감지된다는 얘기다.
 
  ― 젊은 세대가 희망일까요?
 
  “젊은 세대는 변화를 원합니다. 그들은 기근이 이어지는 동안에 자신들의 어머니가 자생적 시장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입니다. 김씨 일가는 2009년까지 시장 시스템을 통제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막지 못했죠. 한국은 국제 규약에 따라 국경을 넘어 정보를 전달할 자유가 있습니다. 저도 캐나다, 멕시코 사람들에게 제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한국 국민 역시 일본 국민과 정보를 공유해 김정은을 비판할 권리가 있습니다. 저는 한국 국민에게 정보 전달의 권리, 또 상대방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자유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자유가 박탈되기 시작하면 그것이 널리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자유는 갖고 있을 때 적극적으로 지켜야 합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닙니다. 우리의 자유를 우리 스스로 지켜낼 수 있도록 모든 행동을 해야 합니다.
 
  김정은의 말을 정말로 믿는 한국인은 없겠죠?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를 만든 것이다’ ‘우리는 한국을 점령한 미국인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할 것이다’라는 말을요. 저는 북한 정권이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아직도 많이 놀랍니다.”
 
  ― 30년이나 북한인권운동을 했는데 아직도 놀랄 일이 남았습니까?
 
  “북한 정권의 선동, 선전, 거짓이 너무나 놀랍습니다. 최근에 북한자유대표단의 일원으로 저를 찾아온 탈북자가, 북한에서 ‘미국인들은 늑대 얼굴을 한 인간(페이스 오브 울브스)이며 살인자’이고 ‘미국 국기에 그려진 별은 미국이 침략한 사람들과 집단을 뜻한다고 배웠다’고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침략해서 점령하는 국가가 늘어갈수록 성조기의 별들이 늘어나는 건가요? 어떻게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해낼 수 있는지, 공산주의자들이 생각해 내는 선동은 정말 창의적입니다. 몹시 나쁜 방향으로 천재들이죠.”
 
 
  14살 때 레이건 캠프에서 자원봉사 활동
 
대한민국 정부는 2013년 숄티 대표에게 수교훈장 숭례장을 수여했다. 최영진 주미 대사로부터 훈장을 전달받는 숄티 대표 모습.
  수잔 숄티 대표는 어려서 작가나 예술가를 꿈꿨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미술을 부전공한 것도 사람들에게 예술로 영감을 주는 이가 되고 싶어서였다. 그는 어머니인 샌디 숄티(Sandy Scholte) 여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숄티 대표가 10살 무렵부터 그의 어머니는 밥상머리에서 “나중에 나라를 위해서 무엇을 할 생각이니?”라고 종종 물었다. 어린 소녀에게 벅찬 질문이었지만 숄티 대표는 자연스레 ‘나중에 어른이 되면 누군가를 위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14살 나이에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선거 캠프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고, 정치 및 사회 문제에 관심이 컸던 것도 어머니 영향이었다. 샌디 여사의 마지막 직업은 ‘The BQ View’라는 라디오 방송 프로듀서였는데, 프로그램에 탈북자를 출연시켜 북한의 상황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미국의 미디어들이 탈북자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던 시절이었다. 2011년에 작고한 샌디 여사는 생전에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를 ‘내 한국 아들’이라고 부르며 각별한 정을 보였다.
 
  “처음에는 서부 사하라 사람들을 돕는 일을 했고, 북한인권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이스라엘 문제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레이건의 ‘힘을 통한 평화’를 믿고, 미국이 다른 나라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물러난다면 그 빈자리는 시진핑과 푸틴이 메울 겁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복종시키고 굴복시키기를 원합니다. 미국이 자유의 등대가 되어 그런 세력을 물리쳐야 하고, 그러려면 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미국이 앞으로도 자유의 수호자로서 일정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시는군요.
 
  “저는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되는 모든 국가는 예외 없이 자국민에게도 위협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인권과 자유를 옹호하는 데 힘을 쏟는 이유입니다. 쿠바, 소련, 중국 등 공산주의 국가에서 탈출한 사람들을 초대하고 그들의 얘기를 들려주기 시작했고, 1997년에 처음으로 탈북자들의 증언을 이끌어 냈습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과 최주활 대령의 증언이 성사되는 데 1년이 걸렸습니다.”
 
  ― 최초의 증언이라 많은 관심을 끌었죠.
 
  “그들은 미 의회에 서서 ‘여러분의 인도적인 지원이 오용(誤用)되고 있다는 증거가 바로 우리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고영환은 상당히 말랐는데, 군 간부인 최주활은 상당히 살집이 있었거든요. 그들은 국제 사회의 식량 자원이 북한 군부의 식량으로 전용(轉用)된다는 증거가 바로 자신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인도주의 단체들이 식량을 갖고 북한으로 가면, 그들은 ‘조선말를 못하는 사람’을 요청한다고 합니다. 식량을 국민에게 빠르게 배급하고 싶다면 ‘우리말을 할 줄 아느냐’고 묻는 게 정상 아닙니까?”
 
 
  “증언 시킨 탈북자 숫자 세보지 않았다”
 
  ― 이제까지 탈북자들을 몇 명이나 초청했습니까?
 
  “아주 많이, 수백 명일 겁니다. 하지만 숫자는 세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 한 명 한 명이 모두 다 소중합니다.”
 
  ― 특히 1996년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탈북자들의 증언이 줄을 이었지요.
 
  “1998년에 북한 강제수용소에서 고초를 겪었던 이순옥, 요덕수용소에서 10년간 살다 나온 강철환을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고, 1999년 4월에 미국 상원이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민주당 상원의원 존 케리(John Kerry), 공화당 상원의원 크레이그 토마스(Craig Thomas)가 청문회를 주최했습니다. 하지만 제 노력과 미국 내 정치 상황이 달라서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첫 번째 심리가 열렸을 때인데, 제가 늘 품고 다니는 것을 보여드릴게요. 당시 《어소시에이티드 프레스(Associated Press)》의 조지 게타 기자가 저를 찾아와서 ‘20년 이상을 기자로 활동했지만,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벌어지는 것만큼 끔찍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기사화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지금 보여드리는 이것이 그가 작성한 청문회 기사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사는 실리지 못했습니다. 4자회담을 앞두고 있던 미국 국무부가 막았기 때문입니다.”
 

  ― 한쪽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논할 때, 다른 한쪽은 핵에만 관심이 있었다는 증거네요.
 
  “저는 기자가 작성한 이 기사, 그리고 국무부의 보도 제재 팩스 서한을 늘 갖고 다닙니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항상 갖고 다닙니다. 제 책상 위에는 얼굴도 본 적 없는 한국의 천사들이 쓴 엽서도 늘 있습니다.”
 
  ― 특별한 내용이라도 있나요?
 
  “북한인권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저를 무작정 공격하는 세력들이 있었습니다. 오래된 얘기인데, 한 웹사이트에서 사악한 마녀의 글을 올리고, 손상된 여성의 얼굴 사진과 함께 이메일로 ‘수잔 숄티, 우리는 당신을 어디서나 감시하고 있고 죽일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수많은 협박 편지,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부끄러웠고,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두려운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저를 그토록 미워하고, 또 저를 저주하기 위해 일분일초라도 사용했다는 사실이 괴로워서요. 그날도 그런 날이었는데, 우편함을 열어보니 한국에서 18장의 엽서가 도착해 있었고, ‘수잔, 북한 사람들을 도와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라고 써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살해 협박이, 다른 한쪽에서는 사랑의 메시지가 온 겁니다. 지금까지도 이것이 하늘에서 온 엽서라고 믿고, 늘 소중하게 제 책상 위에 두고 있습니다.”
 
 
  “북한 붕괴될 날 머지않았다”
 
  ―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으셨다는 생각에 한국인으로서 마음이 무겁네요.
 
  “오, 아니에요. 북한 주민을 구출하는 일은 세계인이 모두 나서야 하는 일인걸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으면 좋겠고, 한국인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 문제에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고,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은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북한이 붕괴될 날도 머지않았으니까요. 2025년은 북한이 자유를 얻거나 남한이 자유를 잃는 해가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걸려있는 문제입니다. 저는 2025년이 한국이 마침내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하에서 통일되는 해가 되기를 바라며, 남한이 자유를 잃고 공산주의 하에서 노예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에도 지친 기색 한번 않은 수잔 숄티 대표를 보며 그가 지난 30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실감이 났다. 우리 한국인들은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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