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 관련 첩보는 부담스럽다고 거절… ‘탈북민 사건이 수월하다’”
⊙ 탈북민 수사, 혐의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내용은 ‘간첩’
⊙ “최근 벌어진 탈북민의 대북송금 단속, 경찰청 안보수사국 지침 사항은 아니다”(경찰청 관계자)
⊙ “국보법 위반 정황 들여다보기 위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든 것”(경찰서 관계자)
⊙ “이걸 범죄라 한다면 나 포함 모든 탈북민이 범죄 가담자”(서재평 탈북자동지회장)
⊙ 탈북민 수사, 혐의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내용은 ‘간첩’
⊙ “최근 벌어진 탈북민의 대북송금 단속, 경찰청 안보수사국 지침 사항은 아니다”(경찰청 관계자)
⊙ “국보법 위반 정황 들여다보기 위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든 것”(경찰서 관계자)
⊙ “이걸 범죄라 한다면 나 포함 모든 탈북민이 범죄 가담자”(서재평 탈북자동지회장)
- 최근 경찰로부터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은 탈북민들. 사진=월간조선
최근 경찰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는 탈북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간 탈북민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 명목의 돈을 부쳐왔고, 수사기관에서는 이를 인도적(人道的) 차원에서 묵인해왔다. 탈북한 지 23년 된 한 탈북민은 “매년 고향에 송금을 해왔는데, 이 건으로 조사를 받은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들은 “죄명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지만 수사 내용은 완전히 ‘간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대공(對共)수사권 이관을 앞둔 경찰의 ‘무리한 실적 올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경찰서 한 간부는 “수사권 이관을 앞두고 경찰청에서 일선서(署) 상대로 대공실적을 내라며 압박 섞인 독려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400만원 송금에 ‘압수수색’
지난 7월 17일 서울에 거주 중인 탈북민 김모(某)씨는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죄명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다. 김씨는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는데 경찰이 10명 가까이 들이닥쳤다”면서 “영장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수색이 필요하다면서 휴대폰과 노트북을 포렌식했다”고 했다. 탈북 5년 차인 김씨는 그간 북한에 남은 가족에게 소액의 돈을 부쳐왔는데, 이따금씩 지인(知人)의 부탁으로 돈을 대신 보내주기도 했다고 한다.
김씨의 영장에는 “외국환 업무를 하려면 업무를 위한 충분한 자본, 시설 및 전문 인력을 갖춰 미리 기획재정부에 등록해야 하지만, 등록한 사실 없이 지난 2022년 12월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달라’는 지인의 의뢰를 받고 400만원을 이체받아 그 돈을 중국에 있는 북한 송금 브로커 계좌로 이체했다”고 돼 있다. 김씨는 “우편 고지나 전화 확인 없이 이렇게 압수수색부터 나오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면서 “조사 과정에서 경찰은 ‘송금 업무를 통해 북한에 정보를 넘겨준 게 아니냐’며 ‘이중 스파이’라는 용어까지 썼다”고 했다. 지금은 해제됐지만 8월경 ‘출국금지’까지 당했다고 한다. 김씨는 현재 해당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황모씨 또한 최근 똑같은 일을 겪었다. 그는 “지난 4월 탈북민인 아내가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4명의 경찰에게 압수수색을 받았다”면서 “현재까지 세 차례 경찰에 출석한 상태”라고 했다. ‘범죄 사실’은 김씨와 같다. 황씨의 부인 또한 지인으로부터 몇 차례 돈을 건네받아 중국으로 보냈다. 황씨는 “죄명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지만 수사 내용을 살펴보면 간첩으로 몰고 있다”고 했다. 황씨 아내의 영장에는 이런 문구가 기재돼 있다.
“대북(對北)송금 대금이 재북(在北) 가족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북한 내 상선(총책)과의 공모와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피의자가 이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금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북한 내 공범이 수수료 일부를 반국가단체 구성원 등에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고, 외화벌이 사업이나 국내 탈북민 정보 수집을 위해 반국가단체 구성원이 직접 브로커로 활동하거나 공모(정보원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씨는 “영장을 받기 위해 죄명은 확실한 혐의인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하고, 추정에 기반한 간첩 혐의를 묶어 무리한 수사를 벌인 것 같다”면서 “경찰은 아내의 휴대폰은 물론 남편의 가담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며 내 휴대폰까지 모두 포렌식했다”고 했다.
“경찰에서는 북한으로 돈이 가는 절차도 잘 모르고 있었다. 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해줬다. 또한 아내 계좌로 돈을 부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떼인 일은 없느냐’ ‘고소할 생각은 없느냐’고 일일이 묻기도 했다. 이제껏 이래왔는데 왜 갑자기 문제가 되냐고 했더니, 경찰은 ‘합법적으로 돈을 보내라’고 했다. 북한으로 돈을 ‘합법적’으로 보내는 방법이 있으면 제발 알려달라고 했더니 대답이 없었다.”
“작년에는 혐의가 안 됐던 것이 최근 혐의가 된다니…”
한국에서 북한 가족에게 송금하려면 세 단계를 거친다. 한국 내 브로커, 중국 내 브로커, 북한 내 브로커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는 약 40~50%라고 한다. 100만원을 부치면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건 그 반 정도인 셈이다. 이들 브로커 조직들은 ‘암거래’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시중 은행을 통하면 송금액 한계 등 제한이 많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국과 북한 정권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가 크다. 실정법상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맞지만, 그간 인도적 차원에서 정부와 수사기관에서는 이를 묵인해왔고 적극적인 단속은 없었다.
돈을 보내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중국이나 북한의 브로커가 떼먹거나, 북한 내에서 단속에 걸려 뺏기는 경우 등이다. 때문에 브로커들은 ‘돈을 잘 받았다’는 재북 가족들의 영상을 찍어 함께 보내준다. 이게 영수증 역할을 한다. 황씨는 “재북 가족 송금은 내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끈이자, 가족들의 안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면서 “경찰은 휴대폰 압수 후 해당 영상을 보고 ‘돈 보낸 증거가 여기 있지 않으냐’고 했다”고 했다.
서울에서 식당일을 하는 탈북민 최모씨 또한 유사한 일을 겪었다.
“작년 7월 말에 서울경찰청에서 전화가 왔다. 경찰 두 명이 보자고 해서 만났다. ‘당신을 국가보안법 위반(목적수행)으로 5년간 내사(內査)를 했는데, 혐의 입증이 안 돼서 종결지으려 한다. ‘불입건 결정 통지서’가 집으로 갈 테니 알고 있으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내사 과정에서 살펴보니 북한에 돈을 꾸준히 보냈던데, 이걸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걸 수는 있지만 먹고사는 일이라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올해 9월, 타(他) 지역 경찰서에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출석하라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최씨는 “상황이 변한 것도 없는데, 작년에는 혐의가 안 됐던 것이 최근 혐의가 된다는 것이 황당했다”면서 “경찰서 거리가 머니까, 관할 경찰서로 사건을 이송해달라고 하니 안 된다고 했다.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한다기에 갔고, 7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했다. 최씨는 이어 “2007년 한국에 정착해 17년째 같은 방식으로 북한의 노부모에게 돈을 보내왔고, 지인의 부탁을 받아 대신 부치기도 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황씨 또한 “탈북 14년째이고, 이제껏 해오던 일인데 송금 건으로 이렇게 수사를 받은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 문제로 다발적 수사 벌이는 경우 처음 봤다”
울산에서 거주 중인 김모씨는 올해 5월 ‘외국환거래법 위반’ 약식기소 처분으로 7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앞서 세 명의 탈북민과 마찬가지 이유였다. 그사이 경찰 조사를 7~8차례 받았는데 아침 9시에 가서 저녁 6시에 나온 적도 있다고 한다. 김씨는 “경찰에서는 ‘북한 보위부나 군부에 돈을 상납하지 않고 이런 일을 할 수 있느냐’고 했다”면서 “5년 동안의 내 계좌 거래내역에 더해 남편의 계좌, 매달 5만원씩 기부하는 계좌와 거래내역상 입금·송금인의 계좌까지 모두 열어봤고, 타인 명의로 입금된 돈은 무조건 외국환거래법 위반 액수에 포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하루에도 지인들의 전화가 수십 통씩 왔다”면서 “무슨 큰 불법을 저질렀기에 경찰이 계좌까지 열어보냐고 했다. 수치심이 들어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현재 탈북민 수는 3만 명이 넘는다. 한 탈북민 인권 재단 관계자는 “북한에 가족을 둔 탈북민은 모두 생활비를 송금한다. 수십 년간 재단 일을 하며 이 문제로 다발적 수사를 벌이는 경우는 처음 봤다”면서 “10여 년 전 1000억원대 규모의 돈을 환치기한 국내 탈북민 브로커가 외환거래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례는 봤지만 자기가 번 돈과 몇몇 지인에게 받은 돈을 보내는 걸로 단속을 하는 경우는 없었고, 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탈북민의 신변 보호를 위해 처음 탈북 5년 동안은 신변보호관이 따라붙고, 경찰은 이들의 동향을 꾸준히 파악한다”면서 “경찰에서 탈북민의 송금 생리를 모를 리가 없는데 이 같은 수사를 한다는 건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탈북 5년 차인 김씨는 압수수색 이후 자신의 신변보호관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 안팎에서도 ‘무리한 수사’ 지적
서재평 탈북자동지회장은 “국내 탈북민은 다들 재북 가족에게 돈을 보내고 있다”면서 “이걸 범죄라고 하면 나 포함 수많은 탈북민이 범죄 가담자 내지 연루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수사를 받은 사례자들의 계좌에 만일 다수 불상자의 돈이 수차례 입금됐다고 하면, 탈북민 브로커로 의심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탈북민 브로커 또한 필요한 존재다. 개별적으로 중국 브로커에게 송금했다가 만일 문제가 생기면 즉각적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브로커를 업(業)으로 하지 않더라도 탈북민들은 대부분 지인의 돈을 대신 받아 보내준 경험이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대공수사권 이관을 앞두고 실적을 올리기 위한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선 경찰서 한 간부는 “수사권 이관을 앞두고 경찰청에서 일선서 상대로 실적을 내라고 압박 섞인 독려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경찰은 유(有)의미한 첩보보고서 등으로 인사고과를 받기도 하지만, 피의자 송치가 이뤄지면 실적에 반영된다. 앞서 5년 차 탈북민 김씨의 관할 경찰서의 경우 최근 6명의 탈북민을 송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벌어진 탈북민의 대북송금 단속이 경찰청 안보수사국 지침 사항은 아니다”라고 했다.
현재 중국 내 탈북민 2000명이 강제 북송(北送) 위기에 처해 있다. 때문에 이들을 구하기 위한 국내 탈북민들의 송금 또한 활발히 이뤄지는 중이다. 방첩(防諜)기관 한 관계자는 “최근 이 상황을 이용해 경찰에서 탈북민 송금 건을 평소보다 강도 높게 수사 및 단속하는 중이라는 정보가 들어온 적이 있다”고도 했다.
“탈북민 송금은 대한민국 체제 선전 효과”
앞에서 언급했던 탈북민 황씨는 14년 전 먼저 탈북한 가족에게 생활비를 받는 이웃집의 사례를 보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남한은 아직 거적때기를 입고 산다’고 교육한다. 한국이 훨씬 우월하고 잘사는 나라라는 것을 이웃집 탈북민 가족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방첩기관 출신 한 인사는 “탈북민 재북 가족 송금은 이처럼 대한민국 체제를 선전(宣傳)하는 효과도 낸다”고 했다.
김정은은 이 같은 점 때문에 남한으로부터의 송금을 철저히 단속 중이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장은 “김정은 또한 이를 인지하고 2018~2019년 북한 브로커 80~90%를 모두 잡아서 수용소에 보내는 대소탕전을 벌였다”고 했다.
송금이 막히면 탈북민의 추가 유입이 줄어드는 이유는 또 있다. 탈북민을 빼오기 위한 비용 또한 이들 브로커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다. 30여 년간 방첩 업무를 담당한 또 다른 인사는 “북한에서는 일가족이 한 번에 탈출하기가 어려워 먼저 넘어온 가족이 남은 가족을 구출하기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보낸다”면서 “때문에 그간 인도적 차원에서 수사기관에서는 북한 가족들 간 돈이 오가는 부분을 건드리지 않았다. 경찰이 이 부분을 집중 단속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탈북민 구출 활동을 하는 한 인사는 “탈북민 한 명당 구출을 위한 비용이 2만 달러(약 2700만원)다. 1년에 3명만 데려와도 6만 달러(약 8310만원)다. 그런데 시중은행을 통하면 1년에 5만 달러(약 6700만원)까지만 송금이 가능하다”면서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이들을 구해야 하는데 어떻게 시중은행을 통하겠나. 더군다나 이들은 다들 북한, 중국 정권의 발각 위험에도 목숨 걸고 하는 일이다. 그렇게 따지면 탈북 자체도 다 불법”이라고 했다. 서재평 회장은 “이런 이유에서 수사기관에서는 탈북민 브로커들도 웬만하면 손대지 않아 왔다”고 했다.
브로커들을 통해 공작금이 오가기도 한다. 정보기관 한 관계자는 “탈북민과 탈북민 브로커를 통해 대북공작에 활용하는 비용이 오가기도 한다”면서 “이들 브로커를 단속하기 시작하면 대북공작에도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불법 정황 수사 안 할 수는 없어”(경찰)
정보기관에서는 탈북민을 통해 북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황씨는 “나 또한 탈북민 구출 활동을 도우며 북한 동향을 정보기관에 제공하기도 했고, 국가보안법 사범도 3명이나 제보했다”면서 “때문에 휴대폰에는 민감한 자료가 많은데, 경찰이 포렌식으로 이를 다 들여다본 것”이라고 했다.
최씨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 최근 같은 건으로 조사를 받은 탈북민들이 여럿 있는데, 무서워서 나서지를 못하고 있다”면서 “나를 받아준 대한민국이 고마웠고, 내 나라라 여기며 살았는데 그 마음이 식어버렸다. 요즘에는 다른 나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어디에도 고향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황씨는 “내년부터 대공수사권이 이관되는 걸로 아는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까 겁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최씨와 황씨를 조사 중인 관할 경찰서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5년 차 탈북민 김씨를 기소한 관할 경찰서 담당자는 “탈북민이 계속 유입돼야 하고, 이들의 송금 행위를 인도적인 차원에서 용인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면서 “그러나 불법적 정황을 수사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의 설명이다.
“김씨가 지인의 돈을 북한에 송금한 직후 그 집에 보위부가 들이닥쳤다는 제보를 받았다. 때문에 김씨의 보위부 측과의 공생(共生)관계 혹은 이중 스파이 정황을 의심,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의심점 하나로 처음부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걸 수는 없으니까, 불법적 정황을 들여다보기 위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든 것이지, 외국환거래법 위반 자체를 처벌하려는 건 아니었다. 수사를 진행하다 보니 중국에 있는 ‘큰손’ 브로커가 친 사기임이 드러났고, 김씨의 대공 용의점(容疑點)은 없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 물론 인도적인 차원에서 수사를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돈이 입금된 중국 쪽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활용되는 경우 등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은 경위 파악을 위해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탈북민의 재북 가족 송금에 대해서 한동안 묵인하고 방관해왔지만 실정법(實定法) 위반인 건 맞다”면서 “엄밀히 말하면 국가보안법상 편의제공죄에도 해당하는데, 최근 국보법의 엄격한 적용을 않다 보니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마음은 아프지만 이 같은 송금 건으로 브로커들이 활개 치고, 북한에 있는 가족이 인질로 잡히는 등 악용되는 사례도 많다”면서 “공신력 있는 대북인권기관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송금하는 절차 마련 등 어떤 식으로든 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식적 송금 절차 마련 필요”
30년 이상 대공 업무를 수행한 한 인사 또한 “투명한 송금 절차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돈이 북한 무기자금이나 통치자금으로 쓰이는 게 아니다. 북한에 있는 부모는 굶는데 내가 여기서 잘산다 한들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겠나. 경찰 입장에서는 이 일을 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하겠지만, 북한에서는 송금 문제를 강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암거래 형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들이 역(逆)탈출하지 않도록 나서야 한다. 불법성이 문제라면 이를 제도화시키는 방책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브로커한테 떼이는 수수료도 너무 많다. 한중 간 은행과 북한의 고려은행과 중국 은행 간 MOU를 맺어 투명하게 거래하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방첩기관 간부 출신 한 인사는 “경찰은 기존 방첩기관보다 더 광범위한 대공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면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해당하는 이적(利敵)단체가 아닌 일반 이적사범까지 수사가 가능하다 보니, 실적주의 조직 특성상 굵직한 대공 업무보다, 처리하기 쉬운 약자(弱者)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늘어날까 우려된다”고 했다.
실제로 정보 업무를 담당하는 수사기관 관계자 A씨는 “작년 말 한 정치권 인사의 국보법 위반 혐의와 관련, 경찰에 첩보를 넘긴 적이 있는데 경찰 측에서는 정치권 인사는 부담스럽다고 거절하며 ‘탈북민 사건이 수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400만원 송금에 ‘압수수색’
지난 7월 17일 서울에 거주 중인 탈북민 김모(某)씨는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죄명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다. 김씨는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는데 경찰이 10명 가까이 들이닥쳤다”면서 “영장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수색이 필요하다면서 휴대폰과 노트북을 포렌식했다”고 했다. 탈북 5년 차인 김씨는 그간 북한에 남은 가족에게 소액의 돈을 부쳐왔는데, 이따금씩 지인(知人)의 부탁으로 돈을 대신 보내주기도 했다고 한다.
김씨의 영장에는 “외국환 업무를 하려면 업무를 위한 충분한 자본, 시설 및 전문 인력을 갖춰 미리 기획재정부에 등록해야 하지만, 등록한 사실 없이 지난 2022년 12월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달라’는 지인의 의뢰를 받고 400만원을 이체받아 그 돈을 중국에 있는 북한 송금 브로커 계좌로 이체했다”고 돼 있다. 김씨는 “우편 고지나 전화 확인 없이 이렇게 압수수색부터 나오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면서 “조사 과정에서 경찰은 ‘송금 업무를 통해 북한에 정보를 넘겨준 게 아니냐’며 ‘이중 스파이’라는 용어까지 썼다”고 했다. 지금은 해제됐지만 8월경 ‘출국금지’까지 당했다고 한다. 김씨는 현재 해당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황모씨 또한 최근 똑같은 일을 겪었다. 그는 “지난 4월 탈북민인 아내가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4명의 경찰에게 압수수색을 받았다”면서 “현재까지 세 차례 경찰에 출석한 상태”라고 했다. ‘범죄 사실’은 김씨와 같다. 황씨의 부인 또한 지인으로부터 몇 차례 돈을 건네받아 중국으로 보냈다. 황씨는 “죄명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지만 수사 내용을 살펴보면 간첩으로 몰고 있다”고 했다. 황씨 아내의 영장에는 이런 문구가 기재돼 있다.
“대북(對北)송금 대금이 재북(在北) 가족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북한 내 상선(총책)과의 공모와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피의자가 이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금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북한 내 공범이 수수료 일부를 반국가단체 구성원 등에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고, 외화벌이 사업이나 국내 탈북민 정보 수집을 위해 반국가단체 구성원이 직접 브로커로 활동하거나 공모(정보원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씨는 “영장을 받기 위해 죄명은 확실한 혐의인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하고, 추정에 기반한 간첩 혐의를 묶어 무리한 수사를 벌인 것 같다”면서 “경찰은 아내의 휴대폰은 물론 남편의 가담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며 내 휴대폰까지 모두 포렌식했다”고 했다.
“경찰에서는 북한으로 돈이 가는 절차도 잘 모르고 있었다. 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해줬다. 또한 아내 계좌로 돈을 부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떼인 일은 없느냐’ ‘고소할 생각은 없느냐’고 일일이 묻기도 했다. 이제껏 이래왔는데 왜 갑자기 문제가 되냐고 했더니, 경찰은 ‘합법적으로 돈을 보내라’고 했다. 북한으로 돈을 ‘합법적’으로 보내는 방법이 있으면 제발 알려달라고 했더니 대답이 없었다.”
“작년에는 혐의가 안 됐던 것이 최근 혐의가 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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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들은 고향 송금 후 브로커들로부터 돈을 잘 받았다는 가족의 영상을 전달 받는다. 영수증 역할인 셈이다. 사진은 한 탈북민의 재북 가족. 사진=월간조선 |
돈을 보내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중국이나 북한의 브로커가 떼먹거나, 북한 내에서 단속에 걸려 뺏기는 경우 등이다. 때문에 브로커들은 ‘돈을 잘 받았다’는 재북 가족들의 영상을 찍어 함께 보내준다. 이게 영수증 역할을 한다. 황씨는 “재북 가족 송금은 내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끈이자, 가족들의 안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면서 “경찰은 휴대폰 압수 후 해당 영상을 보고 ‘돈 보낸 증거가 여기 있지 않으냐’고 했다”고 했다.
서울에서 식당일을 하는 탈북민 최모씨 또한 유사한 일을 겪었다.
“작년 7월 말에 서울경찰청에서 전화가 왔다. 경찰 두 명이 보자고 해서 만났다. ‘당신을 국가보안법 위반(목적수행)으로 5년간 내사(內査)를 했는데, 혐의 입증이 안 돼서 종결지으려 한다. ‘불입건 결정 통지서’가 집으로 갈 테니 알고 있으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내사 과정에서 살펴보니 북한에 돈을 꾸준히 보냈던데, 이걸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걸 수는 있지만 먹고사는 일이라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올해 9월, 타(他) 지역 경찰서에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출석하라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최씨는 “상황이 변한 것도 없는데, 작년에는 혐의가 안 됐던 것이 최근 혐의가 된다는 것이 황당했다”면서 “경찰서 거리가 머니까, 관할 경찰서로 사건을 이송해달라고 하니 안 된다고 했다.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한다기에 갔고, 7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했다. 최씨는 이어 “2007년 한국에 정착해 17년째 같은 방식으로 북한의 노부모에게 돈을 보내왔고, 지인의 부탁을 받아 대신 부치기도 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황씨 또한 “탈북 14년째이고, 이제껏 해오던 일인데 송금 건으로 이렇게 수사를 받은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 문제로 다발적 수사 벌이는 경우 처음 봤다”
울산에서 거주 중인 김모씨는 올해 5월 ‘외국환거래법 위반’ 약식기소 처분으로 7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앞서 세 명의 탈북민과 마찬가지 이유였다. 그사이 경찰 조사를 7~8차례 받았는데 아침 9시에 가서 저녁 6시에 나온 적도 있다고 한다. 김씨는 “경찰에서는 ‘북한 보위부나 군부에 돈을 상납하지 않고 이런 일을 할 수 있느냐’고 했다”면서 “5년 동안의 내 계좌 거래내역에 더해 남편의 계좌, 매달 5만원씩 기부하는 계좌와 거래내역상 입금·송금인의 계좌까지 모두 열어봤고, 타인 명의로 입금된 돈은 무조건 외국환거래법 위반 액수에 포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하루에도 지인들의 전화가 수십 통씩 왔다”면서 “무슨 큰 불법을 저질렀기에 경찰이 계좌까지 열어보냐고 했다. 수치심이 들어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현재 탈북민 수는 3만 명이 넘는다. 한 탈북민 인권 재단 관계자는 “북한에 가족을 둔 탈북민은 모두 생활비를 송금한다. 수십 년간 재단 일을 하며 이 문제로 다발적 수사를 벌이는 경우는 처음 봤다”면서 “10여 년 전 1000억원대 규모의 돈을 환치기한 국내 탈북민 브로커가 외환거래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례는 봤지만 자기가 번 돈과 몇몇 지인에게 받은 돈을 보내는 걸로 단속을 하는 경우는 없었고, 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탈북민의 신변 보호를 위해 처음 탈북 5년 동안은 신변보호관이 따라붙고, 경찰은 이들의 동향을 꾸준히 파악한다”면서 “경찰에서 탈북민의 송금 생리를 모를 리가 없는데 이 같은 수사를 한다는 건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탈북 5년 차인 김씨는 압수수색 이후 자신의 신변보호관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장은 “국내 탈북민은 다들 재북 가족에게 돈을 보내고 있다”면서 “이걸 범죄라고 하면 나 포함 수많은 탈북민이 범죄 가담자 내지 연루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수사를 받은 사례자들의 계좌에 만일 다수 불상자의 돈이 수차례 입금됐다고 하면, 탈북민 브로커로 의심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탈북민 브로커 또한 필요한 존재다. 개별적으로 중국 브로커에게 송금했다가 만일 문제가 생기면 즉각적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브로커를 업(業)으로 하지 않더라도 탈북민들은 대부분 지인의 돈을 대신 받아 보내준 경험이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대공수사권 이관을 앞두고 실적을 올리기 위한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선 경찰서 한 간부는 “수사권 이관을 앞두고 경찰청에서 일선서 상대로 실적을 내라고 압박 섞인 독려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경찰은 유(有)의미한 첩보보고서 등으로 인사고과를 받기도 하지만, 피의자 송치가 이뤄지면 실적에 반영된다. 앞서 5년 차 탈북민 김씨의 관할 경찰서의 경우 최근 6명의 탈북민을 송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벌어진 탈북민의 대북송금 단속이 경찰청 안보수사국 지침 사항은 아니다”라고 했다.
현재 중국 내 탈북민 2000명이 강제 북송(北送) 위기에 처해 있다. 때문에 이들을 구하기 위한 국내 탈북민들의 송금 또한 활발히 이뤄지는 중이다. 방첩(防諜)기관 한 관계자는 “최근 이 상황을 이용해 경찰에서 탈북민 송금 건을 평소보다 강도 높게 수사 및 단속하는 중이라는 정보가 들어온 적이 있다”고도 했다.
“탈북민 송금은 대한민국 체제 선전 효과”
앞에서 언급했던 탈북민 황씨는 14년 전 먼저 탈북한 가족에게 생활비를 받는 이웃집의 사례를 보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남한은 아직 거적때기를 입고 산다’고 교육한다. 한국이 훨씬 우월하고 잘사는 나라라는 것을 이웃집 탈북민 가족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방첩기관 출신 한 인사는 “탈북민 재북 가족 송금은 이처럼 대한민국 체제를 선전(宣傳)하는 효과도 낸다”고 했다.
김정은은 이 같은 점 때문에 남한으로부터의 송금을 철저히 단속 중이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장은 “김정은 또한 이를 인지하고 2018~2019년 북한 브로커 80~90%를 모두 잡아서 수용소에 보내는 대소탕전을 벌였다”고 했다.
송금이 막히면 탈북민의 추가 유입이 줄어드는 이유는 또 있다. 탈북민을 빼오기 위한 비용 또한 이들 브로커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다. 30여 년간 방첩 업무를 담당한 또 다른 인사는 “북한에서는 일가족이 한 번에 탈출하기가 어려워 먼저 넘어온 가족이 남은 가족을 구출하기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보낸다”면서 “때문에 그간 인도적 차원에서 수사기관에서는 북한 가족들 간 돈이 오가는 부분을 건드리지 않았다. 경찰이 이 부분을 집중 단속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탈북민 구출 활동을 하는 한 인사는 “탈북민 한 명당 구출을 위한 비용이 2만 달러(약 2700만원)다. 1년에 3명만 데려와도 6만 달러(약 8310만원)다. 그런데 시중은행을 통하면 1년에 5만 달러(약 6700만원)까지만 송금이 가능하다”면서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이들을 구해야 하는데 어떻게 시중은행을 통하겠나. 더군다나 이들은 다들 북한, 중국 정권의 발각 위험에도 목숨 걸고 하는 일이다. 그렇게 따지면 탈북 자체도 다 불법”이라고 했다. 서재평 회장은 “이런 이유에서 수사기관에서는 탈북민 브로커들도 웬만하면 손대지 않아 왔다”고 했다.
브로커들을 통해 공작금이 오가기도 한다. 정보기관 한 관계자는 “탈북민과 탈북민 브로커를 통해 대북공작에 활용하는 비용이 오가기도 한다”면서 “이들 브로커를 단속하기 시작하면 대북공작에도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불법 정황 수사 안 할 수는 없어”(경찰)
정보기관에서는 탈북민을 통해 북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황씨는 “나 또한 탈북민 구출 활동을 도우며 북한 동향을 정보기관에 제공하기도 했고, 국가보안법 사범도 3명이나 제보했다”면서 “때문에 휴대폰에는 민감한 자료가 많은데, 경찰이 포렌식으로 이를 다 들여다본 것”이라고 했다.
최씨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 최근 같은 건으로 조사를 받은 탈북민들이 여럿 있는데, 무서워서 나서지를 못하고 있다”면서 “나를 받아준 대한민국이 고마웠고, 내 나라라 여기며 살았는데 그 마음이 식어버렸다. 요즘에는 다른 나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어디에도 고향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황씨는 “내년부터 대공수사권이 이관되는 걸로 아는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까 겁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최씨와 황씨를 조사 중인 관할 경찰서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5년 차 탈북민 김씨를 기소한 관할 경찰서 담당자는 “탈북민이 계속 유입돼야 하고, 이들의 송금 행위를 인도적인 차원에서 용인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면서 “그러나 불법적 정황을 수사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의 설명이다.
“김씨가 지인의 돈을 북한에 송금한 직후 그 집에 보위부가 들이닥쳤다는 제보를 받았다. 때문에 김씨의 보위부 측과의 공생(共生)관계 혹은 이중 스파이 정황을 의심,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의심점 하나로 처음부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걸 수는 없으니까, 불법적 정황을 들여다보기 위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든 것이지, 외국환거래법 위반 자체를 처벌하려는 건 아니었다. 수사를 진행하다 보니 중국에 있는 ‘큰손’ 브로커가 친 사기임이 드러났고, 김씨의 대공 용의점(容疑點)은 없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 물론 인도적인 차원에서 수사를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돈이 입금된 중국 쪽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활용되는 경우 등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은 경위 파악을 위해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탈북민의 재북 가족 송금에 대해서 한동안 묵인하고 방관해왔지만 실정법(實定法) 위반인 건 맞다”면서 “엄밀히 말하면 국가보안법상 편의제공죄에도 해당하는데, 최근 국보법의 엄격한 적용을 않다 보니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마음은 아프지만 이 같은 송금 건으로 브로커들이 활개 치고, 북한에 있는 가족이 인질로 잡히는 등 악용되는 사례도 많다”면서 “공신력 있는 대북인권기관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송금하는 절차 마련 등 어떤 식으로든 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식적 송금 절차 마련 필요”
30년 이상 대공 업무를 수행한 한 인사 또한 “투명한 송금 절차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돈이 북한 무기자금이나 통치자금으로 쓰이는 게 아니다. 북한에 있는 부모는 굶는데 내가 여기서 잘산다 한들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겠나. 경찰 입장에서는 이 일을 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하겠지만, 북한에서는 송금 문제를 강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암거래 형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들이 역(逆)탈출하지 않도록 나서야 한다. 불법성이 문제라면 이를 제도화시키는 방책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브로커한테 떼이는 수수료도 너무 많다. 한중 간 은행과 북한의 고려은행과 중국 은행 간 MOU를 맺어 투명하게 거래하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방첩기관 간부 출신 한 인사는 “경찰은 기존 방첩기관보다 더 광범위한 대공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면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해당하는 이적(利敵)단체가 아닌 일반 이적사범까지 수사가 가능하다 보니, 실적주의 조직 특성상 굵직한 대공 업무보다, 처리하기 쉬운 약자(弱者)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늘어날까 우려된다”고 했다.
실제로 정보 업무를 담당하는 수사기관 관계자 A씨는 “작년 말 한 정치권 인사의 국보법 위반 혐의와 관련, 경찰에 첩보를 넘긴 적이 있는데 경찰 측에서는 정치권 인사는 부담스럽다고 거절하며 ‘탈북민 사건이 수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