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보완
⊙ 통일부가 ‘통일방안 발전 방향 구체화’ 명목으로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
⊙ “남과 북이 연방 주를 형성하는 연방형 단일국가 형태가 가장 적절”(보고서 149쪽)
⊙ ‘연방제 통일’은 ‘헌법’ 위배…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 ‘헌법 수호 책무’ 방기하는 것
⊙ 대놓고 ‘지방정부’ 운운했던 노무현과 ‘낮은 단계 연방제 반드시 이루겠다’던 문재인
⊙ ‘헌법’ 제3조 ‘영토조항’과 제4조 ‘통일 원칙’ 강조하며 ‘흡수통일’ 얘기한 윤석열
⊙ ‘연방제 통일’ 제안 보고서를 “통일방안 발전안 마련에 참고했다”는 통일부
⊙ ‘낮은 단계 연방제’ 수용 가능성 여는 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방안인가?
⊙ 통일부가 ‘통일방안 발전 방향 구체화’ 명목으로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
⊙ “남과 북이 연방 주를 형성하는 연방형 단일국가 형태가 가장 적절”(보고서 149쪽)
⊙ ‘연방제 통일’은 ‘헌법’ 위배…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 ‘헌법 수호 책무’ 방기하는 것
⊙ 대놓고 ‘지방정부’ 운운했던 노무현과 ‘낮은 단계 연방제 반드시 이루겠다’던 문재인
⊙ ‘헌법’ 제3조 ‘영토조항’과 제4조 ‘통일 원칙’ 강조하며 ‘흡수통일’ 얘기한 윤석열
⊙ ‘연방제 통일’ 제안 보고서를 “통일방안 발전안 마련에 참고했다”는 통일부
⊙ ‘낮은 단계 연방제’ 수용 가능성 여는 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방안인가?
- 사진=조선DB
2022년 12월 7일, 통일부는 그해 9월 8일에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를 접수했다. 해당 연구용역의 과제명은 “사례 연구를 통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발전방향 구체화”이다. 통일부는 1994년에 제시된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수립 30주년을 맞아, ‘시대적 변화’에 맞춰 그 내용을 바꾸겠다며 이 같은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사업비는 총 3900만원이며, 계약방식은 ‘수의계약’이다.
해당 용역 제안요청서에서 통일부는 ‘과업 목적’으로 “해외 주요 통일사례 심층 분석 및 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의 비교를 통해 통일방안의 구체적인 발전방향을 도출”이라고 제시했다. ‘과업 내용’으로는 주요 통일 모델(단일국가, 연합, 연방, 일국양제 등)별 특징, 장단점, 성사 및 유지 조건 검토 및 심층 사례 연구, 모델별 한반도 적용 및 시사점 도출(기존의 관련 연구성과까지 종합적으로 고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보완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 통일방안의 현재적 의미, 필요성, 효용성 제시 등이다.
돌연 제기된 ‘연방형 단일국가’
‘통일방안 발전방향 도출’이란 목표 아래 진행된, 연구용역 보고서의 결론은 “현 방안이 상정하는 ‘1민족·1국가의 단일국가’는 남북한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146쪽)” “결국 남과 북이 연방 주를 형성하는 연방형 단일국가 형태가 가장 적절하다고 여겨진다(147쪽)”이다.
‘연방형 단일국가’란 남한과 북한이 통일국가의 각 주(州)로서 연방을 구성하는 형태다. 이는 우리 헌법과 부합하지 않는다. 기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1국가·1체제·1정부’와도 거리가 멀다.
물론 학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통일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학문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적화통일 노선을 추종하면서 그 같은 주장을 한 게 아니라면, 그들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다만, 헌법 규정과 상충할 가능성이 있는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통일부가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을 만드는 데 ‘참고’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조직되고, 운영되는 정부가 ‘위헌(違憲)’ 비판 소지가 있는 제안을 정책에 참고했다면, 이는 그야말로 ‘자기부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은 1994년 8월 15일, 김영삼(金泳三) 당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밝힌 ‘한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3단계 통일방안(이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다. 후임 정부들은 ‘속셈’은 다를지라도 표면적으로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제시한 통일 3단계 중 1단계는 남북한이 적대·불신·대립을 청산하고, 상호 신뢰 속에서 긴장 완화·화해를 정착해 실질적인 교류 협력을 하며 평화 공존을 하는 ‘화해·협력 단계’다. 2단계는 ▲남북정상회의 ▲남북각료회의 ▲남북평의회 ▲남북공동사무처 를 추후 남북 합의에 따라 설치·운영하며 ‘민족공동체’를 형성하는 ‘남북연합 단계’다. 여기서 말하는 ‘남북연합’이란, ‘유럽연합(EU)’과 같은 국제법적 ‘국가연합(confederation)’이 아니다. 주권국가 간 ‘연합체’가 아니란 얘기다. ‘북한 정권’은 국가가 아니므로, 2단계의 ‘남북연합’은 일반적인 ‘국가연합’이 아니라 민족공동체(commonwealth)를 의미한다. 3단계는 남북연합 단계에서 제정한 통일 헌법에 따라 남북 자유총선거를 시행해 통일국회를 구성하고 ‘1민족·1국가’의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통일국가 완성 단계’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흡수통일’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 제시한 ‘통일’의 미래상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하의 ‘단방제 통일국가(1국가·1체제·1정부)’다. 북한의 소멸과 대한민국 중심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흡수통일’을 지향한다. 통일부도 다음과 같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최종목표를 설명한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는 통일국가의 미래상으로 민족 구성원 모두가 주인이 되며 민족 구성원 개개인의 자유와 복지와 인간 존엄성이 보장되는 선진 민주국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전제조건인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을 기본으로 삼권분립, 법치주의, 의회제도, 시장경제, 시민사회 등을 근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민주적 기본 원칙을 준수하는 규범적 토대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둘째,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모든 국민이 잘사는 국가, 소외된 계층에게는 따뜻한 사회, 국제사회의 공동번영에 기여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셋째, 대외적으로는 성숙한 세계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국가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선진 복지경제 및 확고한 국가안보 역량과 함께 높은 문화적 국력도 갖춘 국가를 지향해야 합니다.〉
상기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원류는 노태우(盧泰愚) 정부 시절에 공표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노태우 정부는 ‘북방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여야 4당 합의로 채택했다.
대통령에게 보고한 통일부의 ‘핵심과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7월 22일,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에게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권 장관은 ‘5대 핵심과제’ 중 하나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보완·발전’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지난 30년간 통일환경 변화를 반영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남북 간 격차 및 이질화 심화, 민족의식 약화 등을 감안해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같은 달 26일, ‘120대 국정과제’를 선정·발표했다. 그중에는 ‘남북관계 정상화, 국민과 함께하는 통일 준비(자유민주 통일 기반 조성)’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해당 과제의 하위 실천 사항 중 하나로 “통일 기반 조성 위한 법제도 마련, 국제적 통일 기반 조성(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발전적 보완)”을 제시했다.
이후 권 장관은 줄기차게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보완을 얘기하고 다녔다. 올해 1월 27일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신년 업무보고에서 또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에 맞게 수정·보완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변화된 국제정세, 남북 역학관계 등을 반영해 시대 변화에 맞는 통일방안을 준비하겠다”면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발표 30주년인 2024년에 개편안을 확정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1민족·1국가·1체제·1정부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핵심과제’로 내세우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보완 또는 계승·발전을 위해 통일부는 2022년 8월 16일, ‘사례연구를 통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발전방향 구체화 정책연구용역 수행자’를 공모하는 공고를 냈다. 그 뒤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된 연구용역의 결과물은 같은 해 12월 7일에 제출됐다.
저자들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따르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통일국가를 표방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흡수통일로 인식할 수 있다”며 “이러한 인식으로 북한에서 많은 잠재적인 방해자 세력들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이는 통합 과정에서 많은 정치·경제·사회적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통합 이후의 역진 현상에 보다 내구성 있는 정치체제의 구축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제3단계인 ‘통일국가 완성’ 단계의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하나, 현 방안이 상정하는 ‘1민족·1국가의 단일국가’는 남북한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며, 예멘 사례에서 나타난 통일 이후 ‘통합 역진 현상’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연방주의적 관점에서 통일을 위한 명확한 방안으로 점진적 통일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남과 북이 연방 주를 형성하는 연방형 단일국가 형태가 가장 적절하다고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연방형 단일국가’를 제시한 이유로는 “현재 지방 분권화 수준이 낮고 지역 간 격차도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한국적 맥락에서 주의 형성을 통한 독일식 연방제인 광역권 단위의 연방 형성은 적절치 못하다”고 밝혔다. 참고로, 독일 통일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이듬해 4월 동·서독이 통일을 합의한 다음 동독이 스스로 재건한 각 ‘주(州)’들이 서독 연방으로 편입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어서 해당 보고서 저자들은 자신들이 제안한 ‘연방형 단일국가’에 대해 “우리 측의 국가연합 모델 단계가 선행하고 이의 점진적 발전의 최종 단계로 연방형 단일국가 탄생을 상정한다는 ‘과정’의 면에서 우리 측 통일방안의 독자성이 부각됨과 동시에 북측이 주장하는 ‘낮은 단계 연방제’ 혹은 ‘연방연합제’와 공통점 역시 지니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DJ의 ‘착각’인가, ‘국민 기만’인가
이들은 또 ‘결론’ 부분에서 “단일국가, 일국양제, 국가연합, 연방제 모델 사례를 분석하고 해당 모델의 한반도 적용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평화체제 구축 단계 → 국가연합 단계 → 연방형 단일국가 단계를 현행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통일의 최종 단계로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최종 단계로 상정하는 ‘1민족·1국가의 단일국가’ 대신 남북한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연방형 단일국가 모델을 제안한다”며 “한국적 맥락을 고려할 때 독일적인 광역 단위의 연방제 국가는 사실상 어려우므로, 남과 북이 연방 주를 형성하는 연방형 단일국가 형태가 통일 모델의 최종 단계로 가장 적절하다고 주장한다”고 끝맺었다.
단순히 ‘도식’적인 면만 보면, 우리의 ‘남북연합’과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 사이에 ‘교집합’이 있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그 ‘제안 의도’와 ‘최종 목표’ 등을 고려하면 ‘공통분모’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는 우리가 얘기하는 ‘통일’과는 거리가 먼, 소위 ‘남조선 혁명’ ‘한반도 공산화’를 위한 전술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는 1980년 10월, 김일성이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공산당 활동 허용 ▲안보·방첩기관 해체 등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며 주장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1민족·1국가·2체제·2정부)’에서 파생했다. 이 경우 군사·외교권은 연방정부가, 이외 입법·사법·행정은 남북 자치정부가 각각 따로 행사한다. 이처럼 선결조건이 있는 북한의 소위 ‘높은 단계 연방제안’은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축인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남한 내 공산당 활동 또는 북한의 지령을 받는 이적 세력의 반국가 활동을 합법화해 우리 체제 내구력을 잠식하고, 결국에는 반공 세력을 축출하고 나서 ‘적화’하겠다는 ‘야욕’을 ‘통일’이란 미명에 감춘 ‘기만술’에 불과하다.
2000년 6월 15일, ‘김대중(金大中·DJ)-김정일 회담’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낮은 단계 연방제안’은 앞서 언급한 선결조건 없이, 남과 북이 군사·외교권마저 그대로 갖고 연방제 통일을 하자는 주장이다. 말로는 선결조건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소위 ‘높은 단계 연방제안’인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과 그 내용이 다르지 않다. 남북한이 체제를 달리하면서 같은 국가를 구성할 경우 앞서 언급한 ‘선결조건’을 남한이 수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낮은 단계 연방제안’의 ‘속셈’
북한에는 외국 군대가 없기 때문에 남한에도 주한미군이 주둔할 명분이 사라진다. 그에 따라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추후 북한이 무력(武力) 침공을 한다고 해도 한 국가 안에서 발생한 ‘내전(內戰)’이므로 개입할 명분이 없다. 국가보안법, 안보수사기관도 존립 근거를 잃게 된다. 공산당과 북한 간첩들이 활개를 치고, 북한 체제를 공공연하게 찬양하고 다녀도 이를 막을 수단과 명분이 없다.
현재 ‘체제 수호 장치들’이 온존한 상황에서조차 북한 추종 세력들이 ‘내란 선동’을 하고,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민심을 교란하는 점을 감안하면, ‘연방제 통일’ 이후 남한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런 식으로 우리의 체제 수호 장치들을 차례대로 해체한 뒤 남한 내 사회주의 혁명을 조장하고, 그 결과 수립된 용공(容共) 정권과 ‘통일’하거나, 남침해 ‘한반도 공산화’를 실현할 것이다.
북한은 2014년 7월부터 ‘연방연합제 방식 통일방안’을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 속내 역시 ‘낮은 단계 연방제안’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살핀 내용을 고려하면, ‘평화통일’을 목표로 장기간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우리의 ‘남북연합’과 북한의 ‘적화통일’ 야욕이 내포된 ‘낮은 단계 연방제’의 지향점은 전혀 다르다. ‘낮은 단계 연방제’는 결코 평화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공통분모’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작을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2000년 6월 15일, 국민적 동의 없이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과 내놓은 소위 ‘6·15 선언’ 중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나가기로 하였다(제2항)”에서 비롯된 ‘착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어떤 ‘연방제 통일’도 위헌!
해당 연구 보고서 저자들이 얘기한 ‘연방형 단일국가’가 북한이 얘기하는 ‘낮은 단계 연방제’와 무관하다고 해도 문제는 상존한다. 현행 ‘헌법’하에서 이뤄질 수 없는 이들의 제안 또는 의견을 참고해 정부가 새로운 ‘통일방안’을 구상하는 행태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기 때문이다. 북한식 ‘적화통일 전략’인 ‘높은·낮은 단계 연방제’든지, 다른 형태의 연방제든지 간에 남한과 북한이 동등한 자격으로 연방의 구성국이 되는 ‘연방제 통일’은 ‘위헌’이다. 현재 대한민국 헌법이 작동하는 한 그렇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유일 합법성을 뜻한다. 한반도에 국가는 ‘대한민국’뿐이란 얘기다. 해당 조문에 따라 자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대한민국의 ‘반국가단체’가 된다.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는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 한마디로 북한은 대한민국과 같은 ‘주권국가’가 아니라 ‘분수에 넘치게 스스로 정부를 칭하고 대한민국 적화를 기도하는 단체’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건 위헌이다. 다음은 이에 대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주권국가로 존속하고 있고, 우리 정부가 북한 당국자의 명칭을 쓰면서 정상회담을 제의하였다 하나 북한이 대한민국의 영토고권(領土高權)을 침해하는 반국가단체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대판 1993.9.28 90도1451)
〈북한이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소위 남북합의서의 채택·발효 및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등의 시행 후에도 적화통일의 목표를 버리지 않고, 각종 도발을 자행하고 있으며, 남북한의 정치·군사적 대결이나 긴장관계가 조금도 해소되고 있지 않음이 현실인 이상 (중략)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고 이에 동조하는 반국가 활동을 규제하는 것 자체가 헌법이 규정하는 국제평화주의나 평화통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헌법재판소, 1997.1.16 92헌바6)
‘연방제 통일’ 위한 ‘개헌’도 불가
이 때문에 전 서울시장 박원순씨,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임종석씨 같은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은 헌법 제3조 개정을 주장했다. 말로는 ‘통일’을 위해 영토 조항을 개정해 북한 정권의 합법성을 인정하자는 이들의 주장은 사실 ‘자가당착(自家撞着)’과 같다. 북한이 대한민국과 동격의 국가라면, 우리가 통일을 추진할 명분은 사라진다. 우리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비용, 국가적 혼란을 감내하고 ‘외국’인 북한과 합쳐야 할 이유는 없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한국이 일본, 중국과 ‘통일’해야 할 이유가 없듯이 북한이 이들 나라와 같은 ‘외국’이라면 그저 ‘선린 우호의 대상’일 뿐 ‘통일’을 위한 대화·협력의 동반자가 될 수는 없다. 또 헌법 제1조 ‘국가 정체성’, 제3조 ‘영토 조항’, 제4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통일’ 등은 우리 헌법의 ‘근간’이자, 핵심 가치이므로 헌법 개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다수 법학자의 ‘중론(衆論)’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헌법상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추구한다면, 이는 ‘위헌’이다. 스스로 국가 정통성과 유일 합법성, 단일국가성을 포기하는 ‘국가적 자살’과 같다. 또한 헌법상 ‘영토 조항’을 부정하고 유일 합법정부인 대한민국 정부가 스스로 ‘반국가단체’와 같은 격으로 그 지위를 떨어뜨리는 ‘연방제 통일’을 시도하는 것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제66조 2항)”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중략)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제69조)”란 헌법을 위배하는 게 된다. 또 형법 제91조 1호에 규정된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이므로 ‘국헌문란’에 해당한다. 헌재 결정례(99헌마139, 2001년 3월 21일 선고)에 따르면 ‘영토 변경’은 국민 기본권 침해 행위이기도 하다.
법적 타당성을 떠나서 ‘연방형 단일국가’란 제안이 ‘현실성’이 높다고 하기도 쉽지 않다. 남북한 체제를 통합하고, 신속하고 강력하게 북한의 근대화·민주화·산업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각기 자치하는 ‘연방제’가 아니라 ‘단방제’가 여러모로 유리하다.
다시 강조하면, 명칭이 그 무엇이든지 대한민국을 분단 상태의 잠정적인 정치체제쯤으로 인식하게 하고, 통일국가의 지방정부로 전락시키고, ‘헌법’상 영토권·독립성·영속성 등을 부정하게 만드는 ‘연방제 통일’은 ‘위헌’이다. 이런 위헌적 발상은 앞서 밝혔듯이 ‘김대중-김정일’의 ‘6·15 선언’ 이후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통일부는 ‘尹’ 아닌 ‘金·盧·文’ 따르나?
노무현(盧武鉉)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이 대놓고 지방정부 운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2004년 2월 24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방송기자클럽 회견에서 충청권의 행정수도와 별도로 ‘통일수도’의 입지로 판문점이나 개성 일대를 꼽으면서 “우리의 통일은 독일처럼 흡수통합이 아니라 오랫동안 일종의 국가연합체제로 갈 것”이라고 전제하고 나서 “판문점이나 개성 일대에 서울이나 평양보다 규모가 작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통일수도는 대단히 상징적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며 “국가연합의 사무국과 의회 등이 여기에 건설되고, 대부분의 권한과 행정은 지방정부가 각기 해나가는 것이 장기적인 통일 과정에서 합리적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 대통령이 공공연하게 대한민국을 가리켜 ‘지방정부’란 식으로 ‘반(反)헌법적’ 표현을 했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발언이다.
그의 뒤를 이은 문재인(文在寅) 전 대통령은 ‘민간인’ 신분일 때부터 ‘낮은 단계 연방제’를 입에 올렸다. 2011년 2월 12일, 당시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었던 문 전 대통령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이 평화통일에 가까워졌다. 국가연합 혹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정도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통일은커녕 전쟁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고 주장했다. 우리 헌법상 ‘위헌’인 ‘낮은 단계 연방제’가 그에게는 ‘희망’이었던 셈이다. 문 전 대통령은 또 2012년 8월 18일, ‘DJ 3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김 대통령께서 꿈꾸셨던 국가연합 또는 낮은 단계 연방제 정도는 다음 정부 때 정권교체를 통해서 반드시 이루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역시 국가체제를 뒤흔드는 ‘문제적 발언’이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이 ‘헌법’에서 ‘자유’ 삭제했다면?
실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집권한 후 더불어민주당 정권은 정황상 ‘연방제 통일’을 추진하는 것인가 하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언행을 지속적으로 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6월 14일, 청와대에서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과 간담회를 갖고 “(개헌을 통해)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북한과의 ‘연방제 통일’을 위한 포석이라고 의심하기도 했다.
또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2월 1일, ‘통일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서 ‘자유’를 빼고, ‘민주적 기본질서’로 수정하는 개헌안을 추진한다고 했다. 당시 의원총회를 열어 개헌안 관련 당론을 정한 더불어민주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보다 넓은 의미의 민주적 기본질서로 수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전문가들의 비판이 거세자, 더불어민주당은 4시간 뒤에 “대변인의 착오로 잘못 전달됐다”며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고 번복했다.
같은 해 5월에는 교육부가 중·고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에서 한국의 국체(國體)를 기존 ‘자유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로 기술하도록 해 논란이 발생했다.
만일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처음에 밝힌 것처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삭제하는 식으로 개헌했다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민주당 세력과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독재정권이 그토록 바라던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은 급속도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자유’를 삭제하는 식으로 개헌이 이뤄졌다면, 문재인 정권은 북한 김정은과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을 추진했을 수도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위기에 몰린 북한 김정은이 2018년 2월부터 개시한 ‘북한 비핵화 사기극’은 2019년 2월 ‘미·북 하노이 회담’이 결렬될 때까지 우리 국민을 속였다. 해당 기간, 문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소위 ‘남북 정상회담’을 세 차례 하고, 직통전화를 연결하고, 남북연합 사무처로 그 역할을 확장할 수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만들었다.
당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연방제 통일’의 장애물이 제거됐다면 어찌 됐을까. 당시는 문 전 대통령이 우리 국민 세금으로 세계 각지를 다니며 틈만 나면 김정은을 옹호하는 데 정신이 없을 때였다. 우리 국민 상당수도 그 분위기에 취해 사리분별을 하지 못했다. ‘반국가단체 수괴’인 김정은에 대한 호감도 조사(2018년 6월 한국갤럽 여론조사, 전국 성인남녀 1002명 대상) 결과 그 수치가 두 달 사이에 10%에서 21%p 급등해 31%까지 치솟았다. 자칭 ‘백두칭송위원회’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버젓이 김정은을 찬양했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란 장애물만 없었다면, 문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에 합의하고, 이를 추진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 국민의 경각심은 해제된 상태였다.
윤석열, 헌법 제3·4조 강조했는데…
지금까지 살핀 것처럼 ‘연방제 통일’은 ‘위헌’이다. 그럼에도 상기 용역 보고서 연구자들은 ‘연방형 단일국가’를 제안했다. 앞서 밝혔듯이 이는 ‘학문의 자유’에 속하므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다만, 그 같은 발상이 ‘학문 영역’이 아닌 국가 운명과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 영역’에 유입됐을 때는 얘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는 해당 용역 보고서에 대한 ‘정책 연구 평가’를 진행하면서 “현 시기 통일 정책에서 가장 필요한 과제 중 하나로 이에 부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평가한다”며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발전안을 마련하는 데 참고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고 기술했다. 〈활용 결과 보고서〉에서는 “기존의 관련 연구 성과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보완 사항을 제시했다”며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계승·발전에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통일부의 행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 사항 또는 발언과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통일부 업무보고 당시 “통일부는 헌법 제3조와 제4조를 실현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부처라는 인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 제3조는 앞서 언급한 ‘영토 조항’이고,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통일 원칙 조항’이다.
두 조항을 종합하면, 대한민국은 ‘반국가단체’인 북한 독재정권을 종식하고, 영토를 수복하기 위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헌법이 부여한 의무인 ‘평화통일’을 완수하기 위해 북한 정권이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도록 하고, 개혁·개방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또 북한 주민 인권 개선과 체제 민주화에 나서야 한다. 그 결과 북한 주민이 자신의 인권과 복지를 증진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선택하게 한 다음 과도기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완성형’인 현행 헌법을 한반도 전역에 확대 적용해 ‘통일 대한민국’을 완성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적극적인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흡수통일 대비’ 주문한 윤석열
이런 까닭에 윤석열 대통령은 1월 27일 통일부 업무보고 당시 “우리 헌법은 우리가 현재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지 않은 북한 지역을 우리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고, 따라서 북한 지역에 사는 북한 주민을 우리 국민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지 않는 그 지역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다루고, 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데가 통일부라고 할 수 있다”고 그 부처 성격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서 “만약에 북한이 지금 우리 남쪽보다 더 잘산다면 그쪽 중심으로 돼야 할 거고, 남쪽이 훨씬 잘산다면 남쪽의 체제와 시스템 중심으로 통일이 돼야 하는 게 상식 아니겠느냐?”라며 “그렇기 때문에 주변국이나 전 세계나 우리 국민이, 또 북한 주민들도 가능한 한 실상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일부에서 정확하게 잘 파악하고, 세밀하게 연구하고, 많이 홍보하고 국민들, 또 모든 세계 사람들, 북한 주민들이 (북한 실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전쟁하자는 얘기냐?”고 기겁하는 이들이 있지만, ‘흡수통일’은 ‘무력통일’을 뜻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따라 남한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통일’을 주도하는 게 ‘흡수통일’이다.
헌법 전문은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중략)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고 국가 방향을 규정한다.
“흡수통일 지향하지 않는다”는 권영세
그런데 북한 체제는 철저하게 반민주적이고, 평화 통일을 가로막는 민족의 걸림돌이다. 정의, 인도와 거리가 멀다. 동포애도 없다. 김일성 민족을 자처하고, 동포를 향해 핵을 쏘겠다고 한다. 그 체제의 수괴가 전쟁범죄자 김일성의 손자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영역에서도 북한은 우리보다 앞서지 않으며, 세계적으로도 가장 퇴보했다. 자유는 없으며, 권리는 북한 정권 수괴와 그 하수인들 일부만 갖고 있다.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그야말로 소수 특권층이 주민을 착취, 수탈하는 전근대적 체제다. 이 같은 북한 체제가 있는 한 세계평화도 기대할 수 없다. 인류공영도 마찬가지다. 우리와 우리 자손의 안전, 자유, 행복도 확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우리가 북한 체제로 흡수되는 일은 실현 가능성이 없고, 우리 국민이 선택하지 않을 ‘방향’이므로 얘기할 가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와 북한 체제를 ‘절충’하는 것 역시 말이 안 된다. 전 세계 보편적인 정치·경제 운영 원리를 고려하면, 북한 체제는 ‘부분적 대안’조차 될 수 없다. 또한 우리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 북한 독재체제 요소를 접목해 ‘절충형 체제’를 만드는 것은 현행 헌법상 불가능하다. 우리 헌법은 반국가단체인 북한 독재정권을 종식하고, 국토를 수복하고, 8000만 민족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아래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에 따라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라고 명령한다. 즉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하는 것은 남북한 주민 모두에게 유리한, 통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평화통일’ 방안이다.
세상에 자연 발생적인 통일은 없다. 헌법 제4조는 인위적으로, 최대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하라는 것이지 북한 독재정권과 협상을 해서 ‘연방제 통일’을 하라고 한 일이 없다. 하지만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2월 6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상기 발언에 대해 “흡수통일로 해석하는 건 무리”라며 “독일 통일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어떤 정부에서도 가릴 것 없이 흡수통일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며 ‘흡수통일론’을 부인했다. 그렇다면 권 장관은 “어떤 형태의 인위적인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재인식 통일론’을 추종하는 것인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졸속’ ‘보여주기’ 비판 자초하는 통일부의 행태
지금까지 살핀 내용을 종합하면, 현재 통일부가 추진하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보완 작업은 여러 면에서 비판받을 가능성이 크다. 여야 4당이 국회에서 채택한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과 그를 계승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큰 틀에 손을 대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계승·발전하겠다고 하면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지향하는 최종적인 통일국가 형태를 변경하려는 작업은 용인될 수 없다.
약 240회에 걸쳐 관계 전문가와 국민 의견 수렴을 했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 달리 지금 통일부의 ‘신(新) 통일방안 구상’은 국민적 공감대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노태우 정부, 김영삼 정부 때와 달리 북한은 이미 핵개발을 완료했고, 중·러·북 삼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발표 당시보다 통일 가능성이 희미해진 지금, 국민이 새로운 ‘통일방안’을 유의미하게 인식하고 받아들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 통일에 대한 공감도가 갈수록 감소하는 상황에서 남남갈등과 불필요한 논쟁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작업을 굳이 왜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그 와중에 우리 ‘헌법’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연방형 단일국가’ 식의 통일방안을 정책에 ‘참고’한 것도 공감하기 어렵다.
결국 지금 통일부가 해야 할 일은 ‘보여주기식 통일방안 수정’이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통일 원칙’에 따라 북한 독재정권을 붕괴시키고, 북한 주민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선택하도록 하는 통일 전략을 수립·시행하는 작업이어야 하지 않을까. 국민이 통일 부작용과 그에 따른 비용을 감내할 수 있도록 통일의 ‘비용 대비 편익’을 구체화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북한 정권 붕괴’ 같은 ‘급변 사태’ 발생,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한 북한 지역에 ‘대한민국 헌법’이 확대 적용될 때를 가정해 북한 지역 개발을 위한 남북한 지역 균형 개발 전략과 그에 소요되는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통일 이후 북한 주민의 대남 유입 등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 방향으로 북한 주민의 ‘국민 기본권’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법제 정비를 준비하는 게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하나의 아이디어일 뿐 정부 공식 입장 아니다”
한편, 통일부는 앞서 지적한 내용에 대해 “정책 연구용역 결과는 일부 전문가가 제시한 하나의 아이디어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보완과 관련해서 해당 연구 외에도 작년부터 전문가와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왔으며, 올해에도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통일부와의 문답이다.
— 통일부가 해당 용역을 발주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어느 부분이 현재 상황에 부합하지 않아 이를 보완하려고 하는 겁니까. 윤석열 정부 들어서 돌연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고치려고 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그렇게 해야 할 급박한 ‘사유’라도 발생했습니까.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만들어진 지 거의 30년이 되었으며, 그사이 한반도를 둘러싼 통일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통일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통일방안에도 이러한 시대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정부는 통일을 분명한 국가 미래 좌표로 재정립함으로써 국론을 결집하고, 일관된 통일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 통일부는 해당 정책연구 평가 결과서에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발전안을 마련하는 데 참고가 될 것으로 사료됨’, 활용결과 보고서에서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계승 발전에 참고’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보고서상 무슨 내용을 ‘참고’한 것입니까.
“작년부터 전문가와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왔으며, 해당 연구 결과는 그 과정에서 일부 전문가가 제시한 하나의 아이디어입니다. 해당 연구의 해외사례 검토 중 통일 추진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들 극복에 관련한 논의는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정부의 통일·대북 정책은 헌법 전문과 제3조, 제4조 등 관련 조문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통일방안 계승·발전에 있어서도 헌법에 위배되는 요소는 검토할 수 없습니다. 해당 (연구용역 보고서) 서술은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제2항의 합의 내용을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는 하나의 통일된 국가로서 연방정부의 존재(민족통일기구)를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연합제와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통일의 과도적 단계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대한민국 주도의 흡수통일’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통일부는 ‘연방형 단일국가’, 즉 북한이 주장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떠올리게 하는 식의 통일방안에 대해 참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이 ‘흡수통일’을 강조한 일은 없습니다. 정부는 헌법 제4조에 따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견지해온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점진적·단계적 통일을 추구하며, 특히 ‘합의에 의한’ 통일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이런 점에서 ‘흡수통일’과는 구별됩니다. 보도된 정책 연구용역 결과는 일부 전문가가 제시한 하나의 아이디어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해당 연구 외에도 작년부터 전문가와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왔으며, 올해에도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예정입니다.”⊙
해당 용역 제안요청서에서 통일부는 ‘과업 목적’으로 “해외 주요 통일사례 심층 분석 및 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의 비교를 통해 통일방안의 구체적인 발전방향을 도출”이라고 제시했다. ‘과업 내용’으로는 주요 통일 모델(단일국가, 연합, 연방, 일국양제 등)별 특징, 장단점, 성사 및 유지 조건 검토 및 심층 사례 연구, 모델별 한반도 적용 및 시사점 도출(기존의 관련 연구성과까지 종합적으로 고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보완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 통일방안의 현재적 의미, 필요성, 효용성 제시 등이다.
돌연 제기된 ‘연방형 단일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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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지난해 9월 발주한 ‘사례연구를 통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발전방향 구체화’ 연구용역 보고서다. |
‘연방형 단일국가’란 남한과 북한이 통일국가의 각 주(州)로서 연방을 구성하는 형태다. 이는 우리 헌법과 부합하지 않는다. 기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1국가·1체제·1정부’와도 거리가 멀다.
물론 학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통일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학문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적화통일 노선을 추종하면서 그 같은 주장을 한 게 아니라면, 그들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다만, 헌법 규정과 상충할 가능성이 있는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통일부가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을 만드는 데 ‘참고’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조직되고, 운영되는 정부가 ‘위헌(違憲)’ 비판 소지가 있는 제안을 정책에 참고했다면, 이는 그야말로 ‘자기부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은 1994년 8월 15일, 김영삼(金泳三) 당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밝힌 ‘한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3단계 통일방안(이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다. 후임 정부들은 ‘속셈’은 다를지라도 표면적으로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제시한 통일 3단계 중 1단계는 남북한이 적대·불신·대립을 청산하고, 상호 신뢰 속에서 긴장 완화·화해를 정착해 실질적인 교류 협력을 하며 평화 공존을 하는 ‘화해·협력 단계’다. 2단계는 ▲남북정상회의 ▲남북각료회의 ▲남북평의회 ▲남북공동사무처 를 추후 남북 합의에 따라 설치·운영하며 ‘민족공동체’를 형성하는 ‘남북연합 단계’다. 여기서 말하는 ‘남북연합’이란, ‘유럽연합(EU)’과 같은 국제법적 ‘국가연합(confederation)’이 아니다. 주권국가 간 ‘연합체’가 아니란 얘기다. ‘북한 정권’은 국가가 아니므로, 2단계의 ‘남북연합’은 일반적인 ‘국가연합’이 아니라 민족공동체(commonwealth)를 의미한다. 3단계는 남북연합 단계에서 제정한 통일 헌법에 따라 남북 자유총선거를 시행해 통일국회를 구성하고 ‘1민족·1국가’의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통일국가 완성 단계’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흡수통일’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 제시한 ‘통일’의 미래상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하의 ‘단방제 통일국가(1국가·1체제·1정부)’다. 북한의 소멸과 대한민국 중심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흡수통일’을 지향한다. 통일부도 다음과 같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최종목표를 설명한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는 통일국가의 미래상으로 민족 구성원 모두가 주인이 되며 민족 구성원 개개인의 자유와 복지와 인간 존엄성이 보장되는 선진 민주국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전제조건인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을 기본으로 삼권분립, 법치주의, 의회제도, 시장경제, 시민사회 등을 근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민주적 기본 원칙을 준수하는 규범적 토대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둘째,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모든 국민이 잘사는 국가, 소외된 계층에게는 따뜻한 사회, 국제사회의 공동번영에 기여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셋째, 대외적으로는 성숙한 세계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국가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선진 복지경제 및 확고한 국가안보 역량과 함께 높은 문화적 국력도 갖춘 국가를 지향해야 합니다.〉
상기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원류는 노태우(盧泰愚) 정부 시절에 공표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노태우 정부는 ‘북방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여야 4당 합의로 채택했다.
대통령에게 보고한 통일부의 ‘핵심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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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보완을 ‘핵심과제’로 내세우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사진=뉴시스 |
윤석열 정부는 같은 달 26일, ‘120대 국정과제’를 선정·발표했다. 그중에는 ‘남북관계 정상화, 국민과 함께하는 통일 준비(자유민주 통일 기반 조성)’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해당 과제의 하위 실천 사항 중 하나로 “통일 기반 조성 위한 법제도 마련, 국제적 통일 기반 조성(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발전적 보완)”을 제시했다.
이후 권 장관은 줄기차게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보완을 얘기하고 다녔다. 올해 1월 27일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신년 업무보고에서 또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에 맞게 수정·보완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변화된 국제정세, 남북 역학관계 등을 반영해 시대 변화에 맞는 통일방안을 준비하겠다”면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발표 30주년인 2024년에 개편안을 확정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핵심과제’로 내세우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보완 또는 계승·발전을 위해 통일부는 2022년 8월 16일, ‘사례연구를 통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발전방향 구체화 정책연구용역 수행자’를 공모하는 공고를 냈다. 그 뒤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된 연구용역의 결과물은 같은 해 12월 7일에 제출됐다.
저자들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따르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통일국가를 표방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흡수통일로 인식할 수 있다”며 “이러한 인식으로 북한에서 많은 잠재적인 방해자 세력들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이는 통합 과정에서 많은 정치·경제·사회적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통합 이후의 역진 현상에 보다 내구성 있는 정치체제의 구축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제3단계인 ‘통일국가 완성’ 단계의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하나, 현 방안이 상정하는 ‘1민족·1국가의 단일국가’는 남북한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며, 예멘 사례에서 나타난 통일 이후 ‘통합 역진 현상’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연방주의적 관점에서 통일을 위한 명확한 방안으로 점진적 통일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남과 북이 연방 주를 형성하는 연방형 단일국가 형태가 가장 적절하다고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연방형 단일국가’를 제시한 이유로는 “현재 지방 분권화 수준이 낮고 지역 간 격차도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한국적 맥락에서 주의 형성을 통한 독일식 연방제인 광역권 단위의 연방 형성은 적절치 못하다”고 밝혔다. 참고로, 독일 통일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이듬해 4월 동·서독이 통일을 합의한 다음 동독이 스스로 재건한 각 ‘주(州)’들이 서독 연방으로 편입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어서 해당 보고서 저자들은 자신들이 제안한 ‘연방형 단일국가’에 대해 “우리 측의 국가연합 모델 단계가 선행하고 이의 점진적 발전의 최종 단계로 연방형 단일국가 탄생을 상정한다는 ‘과정’의 면에서 우리 측 통일방안의 독자성이 부각됨과 동시에 북측이 주장하는 ‘낮은 단계 연방제’ 혹은 ‘연방연합제’와 공통점 역시 지니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DJ의 ‘착각’인가, ‘국민 기만’인가
이들은 또 ‘결론’ 부분에서 “단일국가, 일국양제, 국가연합, 연방제 모델 사례를 분석하고 해당 모델의 한반도 적용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평화체제 구축 단계 → 국가연합 단계 → 연방형 단일국가 단계를 현행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통일의 최종 단계로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최종 단계로 상정하는 ‘1민족·1국가의 단일국가’ 대신 남북한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연방형 단일국가 모델을 제안한다”며 “한국적 맥락을 고려할 때 독일적인 광역 단위의 연방제 국가는 사실상 어려우므로, 남과 북이 연방 주를 형성하는 연방형 단일국가 형태가 통일 모델의 최종 단계로 가장 적절하다고 주장한다”고 끝맺었다.
단순히 ‘도식’적인 면만 보면, 우리의 ‘남북연합’과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 사이에 ‘교집합’이 있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그 ‘제안 의도’와 ‘최종 목표’ 등을 고려하면 ‘공통분모’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는 우리가 얘기하는 ‘통일’과는 거리가 먼, 소위 ‘남조선 혁명’ ‘한반도 공산화’를 위한 전술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는 1980년 10월, 김일성이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공산당 활동 허용 ▲안보·방첩기관 해체 등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며 주장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1민족·1국가·2체제·2정부)’에서 파생했다. 이 경우 군사·외교권은 연방정부가, 이외 입법·사법·행정은 남북 자치정부가 각각 따로 행사한다. 이처럼 선결조건이 있는 북한의 소위 ‘높은 단계 연방제안’은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축인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남한 내 공산당 활동 또는 북한의 지령을 받는 이적 세력의 반국가 활동을 합법화해 우리 체제 내구력을 잠식하고, 결국에는 반공 세력을 축출하고 나서 ‘적화’하겠다는 ‘야욕’을 ‘통일’이란 미명에 감춘 ‘기만술’에 불과하다.
2000년 6월 15일, ‘김대중(金大中·DJ)-김정일 회담’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낮은 단계 연방제안’은 앞서 언급한 선결조건 없이, 남과 북이 군사·외교권마저 그대로 갖고 연방제 통일을 하자는 주장이다. 말로는 선결조건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소위 ‘높은 단계 연방제안’인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과 그 내용이 다르지 않다. 남북한이 체제를 달리하면서 같은 국가를 구성할 경우 앞서 언급한 ‘선결조건’을 남한이 수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외국 군대가 없기 때문에 남한에도 주한미군이 주둔할 명분이 사라진다. 그에 따라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추후 북한이 무력(武力) 침공을 한다고 해도 한 국가 안에서 발생한 ‘내전(內戰)’이므로 개입할 명분이 없다. 국가보안법, 안보수사기관도 존립 근거를 잃게 된다. 공산당과 북한 간첩들이 활개를 치고, 북한 체제를 공공연하게 찬양하고 다녀도 이를 막을 수단과 명분이 없다.
현재 ‘체제 수호 장치들’이 온존한 상황에서조차 북한 추종 세력들이 ‘내란 선동’을 하고,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민심을 교란하는 점을 감안하면, ‘연방제 통일’ 이후 남한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런 식으로 우리의 체제 수호 장치들을 차례대로 해체한 뒤 남한 내 사회주의 혁명을 조장하고, 그 결과 수립된 용공(容共) 정권과 ‘통일’하거나, 남침해 ‘한반도 공산화’를 실현할 것이다.
북한은 2014년 7월부터 ‘연방연합제 방식 통일방안’을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 속내 역시 ‘낮은 단계 연방제안’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살핀 내용을 고려하면, ‘평화통일’을 목표로 장기간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우리의 ‘남북연합’과 북한의 ‘적화통일’ 야욕이 내포된 ‘낮은 단계 연방제’의 지향점은 전혀 다르다. ‘낮은 단계 연방제’는 결코 평화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공통분모’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작을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2000년 6월 15일, 국민적 동의 없이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과 내놓은 소위 ‘6·15 선언’ 중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나가기로 하였다(제2항)”에서 비롯된 ‘착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어떤 ‘연방제 통일’도 위헌!
해당 연구 보고서 저자들이 얘기한 ‘연방형 단일국가’가 북한이 얘기하는 ‘낮은 단계 연방제’와 무관하다고 해도 문제는 상존한다. 현행 ‘헌법’하에서 이뤄질 수 없는 이들의 제안 또는 의견을 참고해 정부가 새로운 ‘통일방안’을 구상하는 행태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기 때문이다. 북한식 ‘적화통일 전략’인 ‘높은·낮은 단계 연방제’든지, 다른 형태의 연방제든지 간에 남한과 북한이 동등한 자격으로 연방의 구성국이 되는 ‘연방제 통일’은 ‘위헌’이다. 현재 대한민국 헌법이 작동하는 한 그렇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유일 합법성을 뜻한다. 한반도에 국가는 ‘대한민국’뿐이란 얘기다. 해당 조문에 따라 자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대한민국의 ‘반국가단체’가 된다.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는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 한마디로 북한은 대한민국과 같은 ‘주권국가’가 아니라 ‘분수에 넘치게 스스로 정부를 칭하고 대한민국 적화를 기도하는 단체’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건 위헌이다. 다음은 이에 대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주권국가로 존속하고 있고, 우리 정부가 북한 당국자의 명칭을 쓰면서 정상회담을 제의하였다 하나 북한이 대한민국의 영토고권(領土高權)을 침해하는 반국가단체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대판 1993.9.28 90도1451)
〈북한이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소위 남북합의서의 채택·발효 및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등의 시행 후에도 적화통일의 목표를 버리지 않고, 각종 도발을 자행하고 있으며, 남북한의 정치·군사적 대결이나 긴장관계가 조금도 해소되고 있지 않음이 현실인 이상 (중략)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고 이에 동조하는 반국가 활동을 규제하는 것 자체가 헌법이 규정하는 국제평화주의나 평화통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헌법재판소, 1997.1.16 92헌바6)
‘연방제 통일’ 위한 ‘개헌’도 불가
이 때문에 전 서울시장 박원순씨,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임종석씨 같은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은 헌법 제3조 개정을 주장했다. 말로는 ‘통일’을 위해 영토 조항을 개정해 북한 정권의 합법성을 인정하자는 이들의 주장은 사실 ‘자가당착(自家撞着)’과 같다. 북한이 대한민국과 동격의 국가라면, 우리가 통일을 추진할 명분은 사라진다. 우리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비용, 국가적 혼란을 감내하고 ‘외국’인 북한과 합쳐야 할 이유는 없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한국이 일본, 중국과 ‘통일’해야 할 이유가 없듯이 북한이 이들 나라와 같은 ‘외국’이라면 그저 ‘선린 우호의 대상’일 뿐 ‘통일’을 위한 대화·협력의 동반자가 될 수는 없다. 또 헌법 제1조 ‘국가 정체성’, 제3조 ‘영토 조항’, 제4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통일’ 등은 우리 헌법의 ‘근간’이자, 핵심 가치이므로 헌법 개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다수 법학자의 ‘중론(衆論)’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헌법상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추구한다면, 이는 ‘위헌’이다. 스스로 국가 정통성과 유일 합법성, 단일국가성을 포기하는 ‘국가적 자살’과 같다. 또한 헌법상 ‘영토 조항’을 부정하고 유일 합법정부인 대한민국 정부가 스스로 ‘반국가단체’와 같은 격으로 그 지위를 떨어뜨리는 ‘연방제 통일’을 시도하는 것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제66조 2항)”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중략)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제69조)”란 헌법을 위배하는 게 된다. 또 형법 제91조 1호에 규정된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이므로 ‘국헌문란’에 해당한다. 헌재 결정례(99헌마139, 2001년 3월 21일 선고)에 따르면 ‘영토 변경’은 국민 기본권 침해 행위이기도 하다.
법적 타당성을 떠나서 ‘연방형 단일국가’란 제안이 ‘현실성’이 높다고 하기도 쉽지 않다. 남북한 체제를 통합하고, 신속하고 강력하게 북한의 근대화·민주화·산업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각기 자치하는 ‘연방제’가 아니라 ‘단방제’가 여러모로 유리하다.
다시 강조하면, 명칭이 그 무엇이든지 대한민국을 분단 상태의 잠정적인 정치체제쯤으로 인식하게 하고, 통일국가의 지방정부로 전락시키고, ‘헌법’상 영토권·독립성·영속성 등을 부정하게 만드는 ‘연방제 통일’은 ‘위헌’이다. 이런 위헌적 발상은 앞서 밝혔듯이 ‘김대중-김정일’의 ‘6·15 선언’ 이후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통일부는 ‘尹’ 아닌 ‘金·盧·文’ 따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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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헌법 수호’ 책무를 진 대통령인데도 ‘헌법’상 한반도의 유일 합법 국가인 ‘대한민국’의 ‘남북연합’ 단계 위상에 대해 ‘지방정부’라고 운운했다. 사진=조선DB |
그의 뒤를 이은 문재인(文在寅) 전 대통령은 ‘민간인’ 신분일 때부터 ‘낮은 단계 연방제’를 입에 올렸다. 2011년 2월 12일, 당시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었던 문 전 대통령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이 평화통일에 가까워졌다. 국가연합 혹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정도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통일은커녕 전쟁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고 주장했다. 우리 헌법상 ‘위헌’인 ‘낮은 단계 연방제’가 그에게는 ‘희망’이었던 셈이다. 문 전 대통령은 또 2012년 8월 18일, ‘DJ 3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김 대통령께서 꿈꾸셨던 국가연합 또는 낮은 단계 연방제 정도는 다음 정부 때 정권교체를 통해서 반드시 이루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역시 국가체제를 뒤흔드는 ‘문제적 발언’이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이 ‘헌법’에서 ‘자유’ 삭제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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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은 과거 북한의 대남 기만술인 ‘낮은 단계 연방제’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했으며, 2018년 9월에는 평양에 가서 자신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남쪽 대통령’이라고 칭했다. 이 역시 헌법상 대한민국의 유일합법성을 부정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조선DB |
또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2월 1일, ‘통일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서 ‘자유’를 빼고, ‘민주적 기본질서’로 수정하는 개헌안을 추진한다고 했다. 당시 의원총회를 열어 개헌안 관련 당론을 정한 더불어민주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보다 넓은 의미의 민주적 기본질서로 수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전문가들의 비판이 거세자, 더불어민주당은 4시간 뒤에 “대변인의 착오로 잘못 전달됐다”며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고 번복했다.
같은 해 5월에는 교육부가 중·고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에서 한국의 국체(國體)를 기존 ‘자유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로 기술하도록 해 논란이 발생했다.
만일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처음에 밝힌 것처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삭제하는 식으로 개헌했다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민주당 세력과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독재정권이 그토록 바라던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은 급속도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자유’를 삭제하는 식으로 개헌이 이뤄졌다면, 문재인 정권은 북한 김정은과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을 추진했을 수도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위기에 몰린 북한 김정은이 2018년 2월부터 개시한 ‘북한 비핵화 사기극’은 2019년 2월 ‘미·북 하노이 회담’이 결렬될 때까지 우리 국민을 속였다. 해당 기간, 문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소위 ‘남북 정상회담’을 세 차례 하고, 직통전화를 연결하고, 남북연합 사무처로 그 역할을 확장할 수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만들었다.
당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연방제 통일’의 장애물이 제거됐다면 어찌 됐을까. 당시는 문 전 대통령이 우리 국민 세금으로 세계 각지를 다니며 틈만 나면 김정은을 옹호하는 데 정신이 없을 때였다. 우리 국민 상당수도 그 분위기에 취해 사리분별을 하지 못했다. ‘반국가단체 수괴’인 김정은에 대한 호감도 조사(2018년 6월 한국갤럽 여론조사, 전국 성인남녀 1002명 대상) 결과 그 수치가 두 달 사이에 10%에서 21%p 급등해 31%까지 치솟았다. 자칭 ‘백두칭송위원회’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버젓이 김정은을 찬양했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란 장애물만 없었다면, 문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에 합의하고, 이를 추진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 국민의 경각심은 해제된 상태였다.
윤석열, 헌법 제3·4조 강조했는데…
지금까지 살핀 것처럼 ‘연방제 통일’은 ‘위헌’이다. 그럼에도 상기 용역 보고서 연구자들은 ‘연방형 단일국가’를 제안했다. 앞서 밝혔듯이 이는 ‘학문의 자유’에 속하므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다만, 그 같은 발상이 ‘학문 영역’이 아닌 국가 운명과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 영역’에 유입됐을 때는 얘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는 해당 용역 보고서에 대한 ‘정책 연구 평가’를 진행하면서 “현 시기 통일 정책에서 가장 필요한 과제 중 하나로 이에 부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평가한다”며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발전안을 마련하는 데 참고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고 기술했다. 〈활용 결과 보고서〉에서는 “기존의 관련 연구 성과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보완 사항을 제시했다”며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계승·발전에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통일부의 행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 사항 또는 발언과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통일부 업무보고 당시 “통일부는 헌법 제3조와 제4조를 실현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부처라는 인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 제3조는 앞서 언급한 ‘영토 조항’이고,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통일 원칙 조항’이다.
두 조항을 종합하면, 대한민국은 ‘반국가단체’인 북한 독재정권을 종식하고, 영토를 수복하기 위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헌법이 부여한 의무인 ‘평화통일’을 완수하기 위해 북한 정권이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도록 하고, 개혁·개방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또 북한 주민 인권 개선과 체제 민주화에 나서야 한다. 그 결과 북한 주민이 자신의 인권과 복지를 증진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선택하게 한 다음 과도기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완성형’인 현행 헌법을 한반도 전역에 확대 적용해 ‘통일 대한민국’을 완성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적극적인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흡수통일 대비’ 주문한 윤석열
이런 까닭에 윤석열 대통령은 1월 27일 통일부 업무보고 당시 “우리 헌법은 우리가 현재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지 않은 북한 지역을 우리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고, 따라서 북한 지역에 사는 북한 주민을 우리 국민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지 않는 그 지역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다루고, 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데가 통일부라고 할 수 있다”고 그 부처 성격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서 “만약에 북한이 지금 우리 남쪽보다 더 잘산다면 그쪽 중심으로 돼야 할 거고, 남쪽이 훨씬 잘산다면 남쪽의 체제와 시스템 중심으로 통일이 돼야 하는 게 상식 아니겠느냐?”라며 “그렇기 때문에 주변국이나 전 세계나 우리 국민이, 또 북한 주민들도 가능한 한 실상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일부에서 정확하게 잘 파악하고, 세밀하게 연구하고, 많이 홍보하고 국민들, 또 모든 세계 사람들, 북한 주민들이 (북한 실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전쟁하자는 얘기냐?”고 기겁하는 이들이 있지만, ‘흡수통일’은 ‘무력통일’을 뜻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따라 남한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통일’을 주도하는 게 ‘흡수통일’이다.
헌법 전문은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중략)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고 국가 방향을 규정한다.
“흡수통일 지향하지 않는다”는 권영세
그런데 북한 체제는 철저하게 반민주적이고, 평화 통일을 가로막는 민족의 걸림돌이다. 정의, 인도와 거리가 멀다. 동포애도 없다. 김일성 민족을 자처하고, 동포를 향해 핵을 쏘겠다고 한다. 그 체제의 수괴가 전쟁범죄자 김일성의 손자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영역에서도 북한은 우리보다 앞서지 않으며, 세계적으로도 가장 퇴보했다. 자유는 없으며, 권리는 북한 정권 수괴와 그 하수인들 일부만 갖고 있다.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그야말로 소수 특권층이 주민을 착취, 수탈하는 전근대적 체제다. 이 같은 북한 체제가 있는 한 세계평화도 기대할 수 없다. 인류공영도 마찬가지다. 우리와 우리 자손의 안전, 자유, 행복도 확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우리가 북한 체제로 흡수되는 일은 실현 가능성이 없고, 우리 국민이 선택하지 않을 ‘방향’이므로 얘기할 가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와 북한 체제를 ‘절충’하는 것 역시 말이 안 된다. 전 세계 보편적인 정치·경제 운영 원리를 고려하면, 북한 체제는 ‘부분적 대안’조차 될 수 없다. 또한 우리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 북한 독재체제 요소를 접목해 ‘절충형 체제’를 만드는 것은 현행 헌법상 불가능하다. 우리 헌법은 반국가단체인 북한 독재정권을 종식하고, 국토를 수복하고, 8000만 민족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아래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에 따라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라고 명령한다. 즉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하는 것은 남북한 주민 모두에게 유리한, 통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평화통일’ 방안이다.
세상에 자연 발생적인 통일은 없다. 헌법 제4조는 인위적으로, 최대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하라는 것이지 북한 독재정권과 협상을 해서 ‘연방제 통일’을 하라고 한 일이 없다. 하지만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2월 6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상기 발언에 대해 “흡수통일로 해석하는 건 무리”라며 “독일 통일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어떤 정부에서도 가릴 것 없이 흡수통일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며 ‘흡수통일론’을 부인했다. 그렇다면 권 장관은 “어떤 형태의 인위적인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재인식 통일론’을 추종하는 것인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졸속’ ‘보여주기’ 비판 자초하는 통일부의 행태
지금까지 살핀 내용을 종합하면, 현재 통일부가 추진하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보완 작업은 여러 면에서 비판받을 가능성이 크다. 여야 4당이 국회에서 채택한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과 그를 계승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큰 틀에 손을 대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계승·발전하겠다고 하면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지향하는 최종적인 통일국가 형태를 변경하려는 작업은 용인될 수 없다.
약 240회에 걸쳐 관계 전문가와 국민 의견 수렴을 했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 달리 지금 통일부의 ‘신(新) 통일방안 구상’은 국민적 공감대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노태우 정부, 김영삼 정부 때와 달리 북한은 이미 핵개발을 완료했고, 중·러·북 삼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발표 당시보다 통일 가능성이 희미해진 지금, 국민이 새로운 ‘통일방안’을 유의미하게 인식하고 받아들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 통일에 대한 공감도가 갈수록 감소하는 상황에서 남남갈등과 불필요한 논쟁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작업을 굳이 왜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그 와중에 우리 ‘헌법’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연방형 단일국가’ 식의 통일방안을 정책에 ‘참고’한 것도 공감하기 어렵다.
결국 지금 통일부가 해야 할 일은 ‘보여주기식 통일방안 수정’이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통일 원칙’에 따라 북한 독재정권을 붕괴시키고, 북한 주민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선택하도록 하는 통일 전략을 수립·시행하는 작업이어야 하지 않을까. 국민이 통일 부작용과 그에 따른 비용을 감내할 수 있도록 통일의 ‘비용 대비 편익’을 구체화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북한 정권 붕괴’ 같은 ‘급변 사태’ 발생,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한 북한 지역에 ‘대한민국 헌법’이 확대 적용될 때를 가정해 북한 지역 개발을 위한 남북한 지역 균형 개발 전략과 그에 소요되는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통일 이후 북한 주민의 대남 유입 등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 방향으로 북한 주민의 ‘국민 기본권’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법제 정비를 준비하는 게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하나의 아이디어일 뿐 정부 공식 입장 아니다”
한편, 통일부는 앞서 지적한 내용에 대해 “정책 연구용역 결과는 일부 전문가가 제시한 하나의 아이디어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보완과 관련해서 해당 연구 외에도 작년부터 전문가와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왔으며, 올해에도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통일부와의 문답이다.
— 통일부가 해당 용역을 발주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어느 부분이 현재 상황에 부합하지 않아 이를 보완하려고 하는 겁니까. 윤석열 정부 들어서 돌연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고치려고 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그렇게 해야 할 급박한 ‘사유’라도 발생했습니까.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만들어진 지 거의 30년이 되었으며, 그사이 한반도를 둘러싼 통일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통일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통일방안에도 이러한 시대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정부는 통일을 분명한 국가 미래 좌표로 재정립함으로써 국론을 결집하고, 일관된 통일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 통일부는 해당 정책연구 평가 결과서에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발전안을 마련하는 데 참고가 될 것으로 사료됨’, 활용결과 보고서에서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계승 발전에 참고’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보고서상 무슨 내용을 ‘참고’한 것입니까.
“작년부터 전문가와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왔으며, 해당 연구 결과는 그 과정에서 일부 전문가가 제시한 하나의 아이디어입니다. 해당 연구의 해외사례 검토 중 통일 추진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들 극복에 관련한 논의는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정부의 통일·대북 정책은 헌법 전문과 제3조, 제4조 등 관련 조문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통일방안 계승·발전에 있어서도 헌법에 위배되는 요소는 검토할 수 없습니다. 해당 (연구용역 보고서) 서술은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제2항의 합의 내용을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는 하나의 통일된 국가로서 연방정부의 존재(민족통일기구)를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연합제와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통일의 과도적 단계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대한민국 주도의 흡수통일’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통일부는 ‘연방형 단일국가’, 즉 북한이 주장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떠올리게 하는 식의 통일방안에 대해 참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이 ‘흡수통일’을 강조한 일은 없습니다. 정부는 헌법 제4조에 따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견지해온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점진적·단계적 통일을 추구하며, 특히 ‘합의에 의한’ 통일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이런 점에서 ‘흡수통일’과는 구별됩니다. 보도된 정책 연구용역 결과는 일부 전문가가 제시한 하나의 아이디어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해당 연구 외에도 작년부터 전문가와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왔으며, 올해에도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