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과 정으로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어려움 극복해야”
⊙ 北, ‘일심단결’ 구호 내세워 어려운 시기 뭉치자고 강조
⊙ “어려운 시기일수록 사람의 도덕과 양심 지켜야”
⊙ “고난의 행군, 막강한 자금이 아닌 혈연의 정으로 승리”
⊙ “나라가 어려울 때 자기 모든 것 깡그리 다 바쳐야”
⊙ 北, ‘일심단결’ 구호 내세워 어려운 시기 뭉치자고 강조
⊙ “어려운 시기일수록 사람의 도덕과 양심 지켜야”
⊙ “고난의 행군, 막강한 자금이 아닌 혈연의 정으로 승리”
⊙ “나라가 어려울 때 자기 모든 것 깡그리 다 바쳐야”
- 북한 김정은이 지난 4월 8일 평양에서 조선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에 참석해 폐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최근 북한 내부 상황이 심상치 않다. 북한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0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나라보다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경로를 통해 나오는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현재 내부는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7월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 이는 1997년(-6.5%) 이래 가장 큰 폭의 역성장이다.
북한 역시 식량난과 경제난을 인정하며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월 김정은은 제6차 노동당 세포비서대회에서 ‘고난의 행군’을 언급했다.
지난 6월에는 “농업 부문에서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 계획에 미달한 것으로 하여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약점을 보이지 않는 ‘최고 존엄’의 이례적 발언은 북한의 식량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주민들의 사상교양 사업을 더 활발히 벌이고 있다.
《월간조선》은 최근(2021년 2월) 북한노동당출판사에서 펴낸 학습제강 자료를 입수했다. ‘사회와 집단 안에 서로 의지하고 고락을 같이하는 고상한 미풍이 차 넘치게 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이다. 자료에는 현재 북한이 처한 경제 난관들이 속속 담겨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시련과 난관 엄혹하다”
북한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언급하며 현재 어려운 상황을 인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선전했다. 자료의 일부 내용이다.
〈오늘 우리의 사회주의는 그 어떤 신비한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인민의 단결된 힘에 의하여 전진하고 승리하고 있다. 그 단결을 더욱 공고히, 강하게 하자면 모든 사람이 서로 의지하고 고락을 함께하는 고상한 미풍과 미덕을 높이 발휘하여야 한다. 더구나 지금 당 제8차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투쟁에서 우리 앞에 가로놓인 시련과 난관은 엄혹하며 점령하여야 할 목표 또한 만만치 않다.〉
위에서 보듯이 북한 당국은 ‘시련’ ‘난관’ ‘엄혹’이라는 단어들을 쓰고 있다. 과거 북한의 주민교양 자료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단어들이다. 북한은 실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공식적인 자료에는 이 같은 단어들을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무역회사에서 일하다 2016년에 탈북한 A씨는 “북한이 주민교양 자료에 이와 같은 단어를 넣은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북한이 300만명이 아사했다고 하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공식적인 문서에는 이와 같은 표현들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자료의 다음 내용이다.
〈하지만 사랑과 정으로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가는 우리의 단합된 힘을 더욱 승화시켜나간다면 뚫지 못한 난관, 점령 못 한 요새란 있을 수 없다. 모든 당원과 근로자들은 서로 돕고 고락을 함께하는 고상한 미풍이 온 사회에 차 넘치게 함으로써 경애하는 원수님의 두리에 굳게 뭉친 우리 사회의 대풍모, 일심일체의 위력을 힘 있게 과시하여야 한다.〉
A씨는 “이 부분에서도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 나온다. 과거에는 김일성, 김정일만 믿고 따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선전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김정은에게만 의지하지 말고 사랑과 정으로 서로에게 의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北, “재물 많아도 인덕 없으면 세상의 버림받아”
자료는 계속해서 어려운 시기가 닥쳐왔을 때 주민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서로 의지하고 고락을 함께하는 것은 예로부터 동방례의지국에서 살아온 우리 인민의 전통적인 미풍”이라며 “우리 민족은 재물과 권력에 굴종하는 것을 가장 큰 수치로 여기고 이웃 간에 서로 믿고 의지하며 화목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도덕풍습을 창조하고 발전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김일성의 항일투쟁 시기 있었던 이야기를 통해 주민들의 사상교육을 하고 있다. 해당 내용을 살펴보자.
〈간고했던 항일혁명 투쟁시기에 있은 일이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어느 한 마을에 들리시어 그곳 형편을 료해하시기 위해 먼저 부락에서 제일 덩치가 크고 번듯하게 생긴 기와집을 찾아가시었을 때였다. 대문 앞에서 여러 번 주인을 찾았으나 대답조차 하지 않던 지주는 나오자마자 다짜고짜 욕지거리부터 앞세우면서 심술 사납게도 려관이 멀지 않으니 가보라고 하며 짜증을 냈다.〉
이어지는 내용이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이번에는 기와집이 아니라 초가집을 찾아가시여 지주에게 했던 것과 꼭같이 주인에게 찾아온 사연을 이야기하시었다. 그런데 그 집주인은 반겨 맞으면서 루추한 집에 들게 하여 안됐다고 오히려 미안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변변치 않은 죽이라도 같이 나누자고 청하며 성의를 다했다.〉
이에 대해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북한은 주민사상교육 내용에 김일성의 항일투쟁 관련 이야기를 많이 반영한다”면서 “하지만 그 내용은 모두 거짓이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김일성이 일제와 맞서 항일투쟁을 벌였다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세뇌교육을 하고 있다. 단편적으로 북한은 김일성이 자신의 부대와 함께 격전을 벌여 ‘청산리 전투’ ‘봉오동 전투’ 등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어 자료는 “돈주머니가 크고 재물이 많아도 인덕이 없으면 세상의 버림을 받는다”며 “오막살이에서 살아도 인덕이 높으면 많은 이웃을 가지게 되고 뭇사람의 존경을 받는 도덕적인 부자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조선에서 손님 대접을 받아본 외국인들은 우리나라를 가리켜 동방례의지국이라고 격찬한다”며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아름답고 고상한 미풍을 국풍으로 살려 나가자는 것이 당의 뜻”이라고 덧붙였다.
北, 어려운 시기마다 꺼내는 ‘일심단결’ 어떤 의미?
자료에는 ‘일심단결’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자료를 살펴보기에 앞서 북한이 사용하는 ‘일심단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일심단결’이란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당시는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이 한창이던 시기다. 북한은 어려운 시기에 처한 주민들의 동요(動搖)를 막기 위해 해당 용어를 사용했다.
이후에도 종종 사용하긴 했지만, 최근 들어 부쩍 ‘일심단결’의 사용이 늘어났다. 관련 내용이다.
〈세상에는 령토의 크기나 방대한 인구수를 자랑하는 나라도 있고, 빠른 경제성장 속도를 광고하는 나라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나라나 그토록 부러워하면서도 가질 수 없고 흉내 낼 수도 없는 것,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일심단결이다. 그러면 우리의 일심단결은 어떤 단결인가. 우리의 일심단결은 하나의 중심, 하나의 사상에 기초한 사상의지적 단결인 동시에 뜨거운 사랑과 정으로 뭉친 도덕의리적 단결이다.〉
이뿐만 아니다. 김정은도 최근 들어 일심단결이라는 말을 빈번하게 사용한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삼중고(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외부 접촉 단절, 태풍 피해 등)로 인해 경제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삼중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북한은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대책으로 중국을 포함해 모든 외부 접촉을 단절하는 방안을 택했다. 그 결과 북한의 2020년 대외 무역 총액은 전년 대비 73.4% 감소한 8억6300만 달러로 떨어졌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는 것은 식량뿐만이 아니다. 농사에 필수적인 비료와 비닐박막, 연료 등도 포함된다. 지난해부터 북한은 흥남비료연합기업과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의 비료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공사를 추진하였으나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 외부의 비료 도입 없이 농업 생산 증대는 어렵다는 얘기다. 북·중 무역의 중단으로 2020년 비료 수입량은 전년 대비 16%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기후변화는 가난한 나라에 더욱 가혹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폭염과 폭우를 오가는 기상 피해는 북한 작황에 치명타를 입혔다. 올해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아사히 신문》은 지난 8월 8일 “북한 전역에서 폭염에 의한 가뭄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평양대학은 6월 말부터 휴교가 시작돼 학생들이 ‘가뭄 전투’라는 이름으로 지방에 파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기계 없이 수작업으로 우물을 파고 있다”고 《아사히 신문》은 덧붙였다.
계속된 이러한 상황에 실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강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최근 큰물 피해로 인해 올해 농사는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도 자연재해 때문에 농사를 망쳤는데 올해는 더 심각하다”면서 “여기에 국경까지 막아놓은 상황이다 보니 올해를 어떻게 넘겨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모든 물건이 나와 1990년대 이후 그나마 근근이 버텨가고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전면 통제를 하다 보니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있다. 군량미를 풀었다는 소문은 있는데 우리는 받지도 못했다. 주민들은 군량미를 풀면 조금씩이나마 배급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를 했는데, 배급을 준다는 얘기도 없다. 아마 중간에서 군량미를 빼돌려 시장에 파는 것 같다. 이러다 정말 폭동이라도 날까 두렵다.”
김정은 지난해 장마 피해 복구 직접 지휘… “날림공사로 집 무너져”
자료에는 2020년 8월 북한을 휩쓸고 간 태풍 피해 당시 김정은이 황해남도 태풍 지역을 방문해 작은 부분까지 지도한 덕에 주민들은 짧은 시간 안에 피해 복구를 할 수 있었다는 내용도 있다. 또한 김정은이 “수도의 당원 동지들, 앞으로”라는 구호를 외치자 58시간 안에 돌격대가 구성됐다고 한다. 실제 지난해 북한은 역사상 최초로 평양의 노동당원으로 구성된 수도당원사단과 인민군 부대를 수해 복구를 위해 피해 지역으로 급파했다. 해당 내용을 살펴보자.
〈‘수도의 당원 동지들, 앞으로!’라는 경애하는 원수님의 부름에 화답하여 불과 58시간 만에 위대한 수령님들께서 계시는 금수산 태양궁전에 정렬한 최정예수도당원사단들의 모습에서 온 나라가 떨쳐나 피해 지역을 사회주의 선경으로 훌륭히 변모시키는 모습에서 세계는 우리의 일심단결이 어떤 것인가를 놀라움 속에 목격했다.〉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모든 힘을 집중하여 태풍 피해를 빨리 가시기 위한 사업을 잘할 데 대하여 이르시면서 인민들이 어렵고 힘들 때 그들에 깊이 들어가 고락을 같이하면서 힘과 용기를 주고 성심성의로 도와주는 것이 우리 당이 응당 해야 할 최우선 과업 중의 하나다. 기쁠 때도 힘들 때도 언제나 인민들과 함께 있는 당중앙위원회가 되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당중앙위원회 각 부서가 피해 지역으로 내려가라고 지시하시었다.〉
자료는 이어 이러한 김정은의 지도가 있었기에 당시 태풍 피해로 삶의 터전을 잃었던 사람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북한 여러 지역에선 태풍 피해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아직도 이곳저곳을 떠돌며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내부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함경남도와 황해도 지역에서 큰물 피해 복구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분(김정은)이 다녀간 지역만 본격적으로 복구하고 다른 곳은 엉망진창이다”며 “어떤 곳은 살림집을 지었는데 시멘트 등 자재가 없어 날림공사를 해 집이 무너져 사람이 다쳤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태풍 피해 지역도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올해 또 함경북도 지역에 장마 때문에 피해를 본 곳이 많다”며 “이러다간 한겨울에 밖에서 지내야만 하는 사람도 많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난 8월 내린 비로 인해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다. 북한은 수해 지역에 대해 인민군부대까지 동원해 피해 복구를 하고 있다. 함경남도에서는 8월 연일 폭우가 이어지면서 제방이 붕괴되는 바람에 주민 5000명이 긴급 대피하고 1170여 가구의 주택이 침수됐다. 앞서 조선중앙TV는 8월 5일 폭우로 농경지 수백 정보(町步)가 매몰·침수·유실되고 1만6900여m의 도로와 다리 여러 곳이 파괴됐으며, 강·하천 제방 여러 곳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같은 달 1~3일 사흘간 함경북도 부령의 강수량이 583mm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1~2일 함경남도에서는 지역에 따라 최대 300mm의 비가 쏟아졌다. 김정은은 작년 9월 함경남도에서 태풍 피해가 발생하자 현지에서 당 정무국 확대회의를 열고 도 당위원장을 교체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경을 봉쇄한 상황에서 가뜩이나 불안정한 식량 사정에 악영향이 닥친 것이다. 앞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미국 농무부는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을 각각 85만8000t, 104만t으로 추정한 바 있다.
北, “자신보다 동지와 집단을 먼저 생각해라” 희생 강요
북한은 주민들에게 사회와 집단을 위해 개인의 삶을 희생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또한 혼자가 아닌 서로 힘과 지혜를 합쳐 당이 맡겨준 혁명과업을 무조건 수행하라고도 했다. 해당 내용이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삶이 행복하고 돋보이는 것이 아니다. 나라가 어려워할 때, 사람들이 힘들고 아파할 때 걱정이나 할 것이 아니라 자기의 진정, 자기의 모든 것을 깡그리 다 바치는 삶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며 그런 사람이 오늘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집단주의적 인생관을 지닌 참된 인간이다. 우리는 자신보다 동지를 위하여, 집단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다 바치는 열렬한 사랑과 희생적인 헌신으로 사회주의 대가정을 아름답게 꾸려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현재 자신들이 왜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북한은 어려운 상황을 주민들에게 설명할 때 내부가 아닌 외부의 문제로 돌린다. 자료는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이 미국과 그 외부 세력에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내용을 살펴보자.
〈더우기 제국주의자들의 제재봉쇄책동과 심각한 세계적인 보건위기 속에서 당의 의도대로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수행해야 하는 오늘 서로의 창조적인 힘과 지혜, 재능과 열정을 합쳐나가야 당에서 제시한 성과를 점령할 수 있다. 지금 미제 침략자들과 그 앞잡이들은 우리 공화국 사회주의를 붕괴시키기 위해 온갖 책동을 다 하고 있다.〉
박은주 통일연구원 부연구원은 “북한은 과거에도 이처럼 개인을 희생해 당과 수령에게 충성을 다할 것을 강요했다”면서 “특히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서 외부의 적을 적극 이용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 이는 1997년(-6.5%) 이래 가장 큰 폭의 역성장이다.
북한 역시 식량난과 경제난을 인정하며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월 김정은은 제6차 노동당 세포비서대회에서 ‘고난의 행군’을 언급했다.
지난 6월에는 “농업 부문에서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 계획에 미달한 것으로 하여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약점을 보이지 않는 ‘최고 존엄’의 이례적 발언은 북한의 식량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주민들의 사상교양 사업을 더 활발히 벌이고 있다.
《월간조선》은 최근(2021년 2월) 북한노동당출판사에서 펴낸 학습제강 자료를 입수했다. ‘사회와 집단 안에 서로 의지하고 고락을 같이하는 고상한 미풍이 차 넘치게 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이다. 자료에는 현재 북한이 처한 경제 난관들이 속속 담겨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시련과 난관 엄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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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은행 |
〈오늘 우리의 사회주의는 그 어떤 신비한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인민의 단결된 힘에 의하여 전진하고 승리하고 있다. 그 단결을 더욱 공고히, 강하게 하자면 모든 사람이 서로 의지하고 고락을 함께하는 고상한 미풍과 미덕을 높이 발휘하여야 한다. 더구나 지금 당 제8차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투쟁에서 우리 앞에 가로놓인 시련과 난관은 엄혹하며 점령하여야 할 목표 또한 만만치 않다.〉
위에서 보듯이 북한 당국은 ‘시련’ ‘난관’ ‘엄혹’이라는 단어들을 쓰고 있다. 과거 북한의 주민교양 자료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단어들이다. 북한은 실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공식적인 자료에는 이 같은 단어들을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무역회사에서 일하다 2016년에 탈북한 A씨는 “북한이 주민교양 자료에 이와 같은 단어를 넣은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북한이 300만명이 아사했다고 하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공식적인 문서에는 이와 같은 표현들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자료의 다음 내용이다.
〈하지만 사랑과 정으로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가는 우리의 단합된 힘을 더욱 승화시켜나간다면 뚫지 못한 난관, 점령 못 한 요새란 있을 수 없다. 모든 당원과 근로자들은 서로 돕고 고락을 함께하는 고상한 미풍이 온 사회에 차 넘치게 함으로써 경애하는 원수님의 두리에 굳게 뭉친 우리 사회의 대풍모, 일심일체의 위력을 힘 있게 과시하여야 한다.〉
A씨는 “이 부분에서도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 나온다. 과거에는 김일성, 김정일만 믿고 따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선전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김정은에게만 의지하지 말고 사랑과 정으로 서로에게 의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北, “재물 많아도 인덕 없으면 세상의 버림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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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체제 선전용으로 우상화하는 ‘보천보 전투’ 당시를 그린 삽화다. 사진=북한 선전매체 화면 캡처 |
“서로 의지하고 고락을 함께하는 것은 예로부터 동방례의지국에서 살아온 우리 인민의 전통적인 미풍”이라며 “우리 민족은 재물과 권력에 굴종하는 것을 가장 큰 수치로 여기고 이웃 간에 서로 믿고 의지하며 화목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도덕풍습을 창조하고 발전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김일성의 항일투쟁 시기 있었던 이야기를 통해 주민들의 사상교육을 하고 있다. 해당 내용을 살펴보자.
〈간고했던 항일혁명 투쟁시기에 있은 일이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어느 한 마을에 들리시어 그곳 형편을 료해하시기 위해 먼저 부락에서 제일 덩치가 크고 번듯하게 생긴 기와집을 찾아가시었을 때였다. 대문 앞에서 여러 번 주인을 찾았으나 대답조차 하지 않던 지주는 나오자마자 다짜고짜 욕지거리부터 앞세우면서 심술 사납게도 려관이 멀지 않으니 가보라고 하며 짜증을 냈다.〉
이어지는 내용이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이번에는 기와집이 아니라 초가집을 찾아가시여 지주에게 했던 것과 꼭같이 주인에게 찾아온 사연을 이야기하시었다. 그런데 그 집주인은 반겨 맞으면서 루추한 집에 들게 하여 안됐다고 오히려 미안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변변치 않은 죽이라도 같이 나누자고 청하며 성의를 다했다.〉
이에 대해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북한은 주민사상교육 내용에 김일성의 항일투쟁 관련 이야기를 많이 반영한다”면서 “하지만 그 내용은 모두 거짓이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김일성이 일제와 맞서 항일투쟁을 벌였다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세뇌교육을 하고 있다. 단편적으로 북한은 김일성이 자신의 부대와 함께 격전을 벌여 ‘청산리 전투’ ‘봉오동 전투’ 등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어 자료는 “돈주머니가 크고 재물이 많아도 인덕이 없으면 세상의 버림을 받는다”며 “오막살이에서 살아도 인덕이 높으면 많은 이웃을 가지게 되고 뭇사람의 존경을 받는 도덕적인 부자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조선에서 손님 대접을 받아본 외국인들은 우리나라를 가리켜 동방례의지국이라고 격찬한다”며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아름답고 고상한 미풍을 국풍으로 살려 나가자는 것이 당의 뜻”이라고 덧붙였다.
北, 어려운 시기마다 꺼내는 ‘일심단결’ 어떤 의미?
자료에는 ‘일심단결’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자료를 살펴보기에 앞서 북한이 사용하는 ‘일심단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일심단결’이란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당시는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이 한창이던 시기다. 북한은 어려운 시기에 처한 주민들의 동요(動搖)를 막기 위해 해당 용어를 사용했다.
이후에도 종종 사용하긴 했지만, 최근 들어 부쩍 ‘일심단결’의 사용이 늘어났다. 관련 내용이다.
〈세상에는 령토의 크기나 방대한 인구수를 자랑하는 나라도 있고, 빠른 경제성장 속도를 광고하는 나라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나라나 그토록 부러워하면서도 가질 수 없고 흉내 낼 수도 없는 것,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일심단결이다. 그러면 우리의 일심단결은 어떤 단결인가. 우리의 일심단결은 하나의 중심, 하나의 사상에 기초한 사상의지적 단결인 동시에 뜨거운 사랑과 정으로 뭉친 도덕의리적 단결이다.〉
이뿐만 아니다. 김정은도 최근 들어 일심단결이라는 말을 빈번하게 사용한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삼중고(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외부 접촉 단절, 태풍 피해 등)로 인해 경제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삼중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북한은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대책으로 중국을 포함해 모든 외부 접촉을 단절하는 방안을 택했다. 그 결과 북한의 2020년 대외 무역 총액은 전년 대비 73.4% 감소한 8억6300만 달러로 떨어졌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는 것은 식량뿐만이 아니다. 농사에 필수적인 비료와 비닐박막, 연료 등도 포함된다. 지난해부터 북한은 흥남비료연합기업과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의 비료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공사를 추진하였으나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 외부의 비료 도입 없이 농업 생산 증대는 어렵다는 얘기다. 북·중 무역의 중단으로 2020년 비료 수입량은 전년 대비 16%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기후변화는 가난한 나라에 더욱 가혹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폭염과 폭우를 오가는 기상 피해는 북한 작황에 치명타를 입혔다. 올해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아사히 신문》은 지난 8월 8일 “북한 전역에서 폭염에 의한 가뭄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평양대학은 6월 말부터 휴교가 시작돼 학생들이 ‘가뭄 전투’라는 이름으로 지방에 파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기계 없이 수작업으로 우물을 파고 있다”고 《아사히 신문》은 덧붙였다.
계속된 이러한 상황에 실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강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최근 큰물 피해로 인해 올해 농사는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도 자연재해 때문에 농사를 망쳤는데 올해는 더 심각하다”면서 “여기에 국경까지 막아놓은 상황이다 보니 올해를 어떻게 넘겨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모든 물건이 나와 1990년대 이후 그나마 근근이 버텨가고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전면 통제를 하다 보니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있다. 군량미를 풀었다는 소문은 있는데 우리는 받지도 못했다. 주민들은 군량미를 풀면 조금씩이나마 배급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를 했는데, 배급을 준다는 얘기도 없다. 아마 중간에서 군량미를 빼돌려 시장에 파는 것 같다. 이러다 정말 폭동이라도 날까 두렵다.”
김정은 지난해 장마 피해 복구 직접 지휘… “날림공사로 집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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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은 2020년 10월 14일 함경남도 검덕지구 태풍 피해 복구 현장을 방문·시찰했다. 사진=뉴시스 |
〈‘수도의 당원 동지들, 앞으로!’라는 경애하는 원수님의 부름에 화답하여 불과 58시간 만에 위대한 수령님들께서 계시는 금수산 태양궁전에 정렬한 최정예수도당원사단들의 모습에서 온 나라가 떨쳐나 피해 지역을 사회주의 선경으로 훌륭히 변모시키는 모습에서 세계는 우리의 일심단결이 어떤 것인가를 놀라움 속에 목격했다.〉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모든 힘을 집중하여 태풍 피해를 빨리 가시기 위한 사업을 잘할 데 대하여 이르시면서 인민들이 어렵고 힘들 때 그들에 깊이 들어가 고락을 같이하면서 힘과 용기를 주고 성심성의로 도와주는 것이 우리 당이 응당 해야 할 최우선 과업 중의 하나다. 기쁠 때도 힘들 때도 언제나 인민들과 함께 있는 당중앙위원회가 되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당중앙위원회 각 부서가 피해 지역으로 내려가라고 지시하시었다.〉
자료는 이어 이러한 김정은의 지도가 있었기에 당시 태풍 피해로 삶의 터전을 잃었던 사람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북한 여러 지역에선 태풍 피해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아직도 이곳저곳을 떠돌며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내부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함경남도와 황해도 지역에서 큰물 피해 복구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분(김정은)이 다녀간 지역만 본격적으로 복구하고 다른 곳은 엉망진창이다”며 “어떤 곳은 살림집을 지었는데 시멘트 등 자재가 없어 날림공사를 해 집이 무너져 사람이 다쳤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태풍 피해 지역도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올해 또 함경북도 지역에 장마 때문에 피해를 본 곳이 많다”며 “이러다간 한겨울에 밖에서 지내야만 하는 사람도 많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난 8월 내린 비로 인해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다. 북한은 수해 지역에 대해 인민군부대까지 동원해 피해 복구를 하고 있다. 함경남도에서는 8월 연일 폭우가 이어지면서 제방이 붕괴되는 바람에 주민 5000명이 긴급 대피하고 1170여 가구의 주택이 침수됐다. 앞서 조선중앙TV는 8월 5일 폭우로 농경지 수백 정보(町步)가 매몰·침수·유실되고 1만6900여m의 도로와 다리 여러 곳이 파괴됐으며, 강·하천 제방 여러 곳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같은 달 1~3일 사흘간 함경북도 부령의 강수량이 583mm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1~2일 함경남도에서는 지역에 따라 최대 300mm의 비가 쏟아졌다. 김정은은 작년 9월 함경남도에서 태풍 피해가 발생하자 현지에서 당 정무국 확대회의를 열고 도 당위원장을 교체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경을 봉쇄한 상황에서 가뜩이나 불안정한 식량 사정에 악영향이 닥친 것이다. 앞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미국 농무부는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을 각각 85만8000t, 104만t으로 추정한 바 있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사회와 집단을 위해 개인의 삶을 희생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또한 혼자가 아닌 서로 힘과 지혜를 합쳐 당이 맡겨준 혁명과업을 무조건 수행하라고도 했다. 해당 내용이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삶이 행복하고 돋보이는 것이 아니다. 나라가 어려워할 때, 사람들이 힘들고 아파할 때 걱정이나 할 것이 아니라 자기의 진정, 자기의 모든 것을 깡그리 다 바치는 삶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며 그런 사람이 오늘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집단주의적 인생관을 지닌 참된 인간이다. 우리는 자신보다 동지를 위하여, 집단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다 바치는 열렬한 사랑과 희생적인 헌신으로 사회주의 대가정을 아름답게 꾸려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현재 자신들이 왜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북한은 어려운 상황을 주민들에게 설명할 때 내부가 아닌 외부의 문제로 돌린다. 자료는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이 미국과 그 외부 세력에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내용을 살펴보자.
〈더우기 제국주의자들의 제재봉쇄책동과 심각한 세계적인 보건위기 속에서 당의 의도대로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수행해야 하는 오늘 서로의 창조적인 힘과 지혜, 재능과 열정을 합쳐나가야 당에서 제시한 성과를 점령할 수 있다. 지금 미제 침략자들과 그 앞잡이들은 우리 공화국 사회주의를 붕괴시키기 위해 온갖 책동을 다 하고 있다.〉
박은주 통일연구원 부연구원은 “북한은 과거에도 이처럼 개인을 희생해 당과 수령에게 충성을 다할 것을 강요했다”면서 “특히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서 외부의 적을 적극 이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