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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운영 ‘시티호스텔 베를린’ 폐쇄 뒷이야기

“그곳은 북한의 거대 工作 기지였다”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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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베를린 要地서 2007년부터 호스텔 운영… 투숙객 매년 12만명 이상 다녀가
⊙ 대사관 내 호스텔 운영은 강석주 아이디어, 업체와 이중계약 맺고 비자금 챙겨
⊙ 탈북 외교관 “비자금 못 만들면 머저리 취급… 北은 하나의 거대한 도둑집단”
⊙ 대사관 지하에 ‘땅굴’ 있다는 소문의 진실은?
⊙ 베를린대사관 부지와 건물은 北 소유… 빈 호스텔 공간은 앞으로?
⊙ 北 해외 공관 갈수록 축소… 외교관, 사료용 옥수수 먹으며 비참하게 사는 경우도
시티호스텔 전경.
  명당도, 그런 명당이 없다. 우리나라로 치면 광화문 정도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 중에서도 노른자위 땅, 그곳에 ‘시티호스텔 베를린’이 있다. 아니, 있었다. 브란덴부르크 개선문, 국회의사당, 포츠담 광장 등 여행객들의 필수코스를 다 낀 자리다. 어느새 명소(名所)가 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단골 마트’도 바로 옆이다. 숙박료도 저렴했다. 8인실 기준, 1박당 10유로(1만2500원)다. 전 세계 각지에서 여행객들이 몰렸다. 5층 건물 내 435개 침상은 연일 빈 곳이 없었다. 연평균 80% 점유율이라 쳐도 매년 12만명 이상이 다녀갔다는 계산이다. 여행 예약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에는 700개가 넘는 후기가 올라와 있다. 평점은 5점 만점에 3.5점이다. ‘적당히 묵을 만하다’는 게 전반적인 후기였다. 적어도 ‘북한 소유’라는 걸 알기 전까지는 그랬다.
 
  “작년 7월에 묵었던 곳이 북한 거였다니…. 내 돈이 김정은의 누텔라(초콜릿잼 브랜드)를 사는 데 쓰인다고? 젠장.”
 
  미국인 여행객 매튜 프레이저가 소셜미디어(SNS)에 남긴 글이다. 호스텔의 ‘실체’를 안 이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렇다.
 
 
  제재 압박 버티다 결국…
 
시티호스텔 내부.
  글린카슈트라세(Glinkastraße) 5-7 번지. ‘시티호스텔 베를린’의 주소다. 동시에 ‘북한대사관’의 주소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두 건물이 붙어 있다는 걸 흥미로워했지만, 호스텔이 진짜 북한 소유일 줄은 몰랐다. 많은 여행객의 ‘뒤통수’를 쳤던 이 호스텔이 지난 5월 29일, 완전히 문을 닫았다. 우여곡절의 끝이었다.
 
  문을 연 건 2007년이다. 운영은 터키 업체인 ‘EGI GmbH’에서 맡았다. 이 업체는 임대차 계약을 맺고 대사관에 월 3만8000유로(약 5000만원)를 지불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무리 없이 장사하다, 2016년 첫 제동(制動)이 걸렸다. 바로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다. 그해 11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된 이 결의는 “북한 소유 해외 공관이 외교 또는 영사 활동 이외 목적에 사용되는 것을 금한다”고 명시했다.
 
  독일 당국에서도 힘을 보탰다. 북한 측에 영업중단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다만 강제성은 없었다. 치외법권(治外法權)인 공관에 대한 예우 차원이었다. 제3자와의 임대차 관계도 ‘강제 이행’을 막는 요소 중 하나였다.
 
  북한은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2년 동안 제재 압박은 계속됐다. 2018년 2월, 북한이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다. 호스텔 측에 ‘방 빼’란 소리를 했다. 그런데 이번엔 호스텔이 요지부동이었다. 어영부영 1년이 또 지났다. 어찌 된 상황인지 보니, 북한에서는 말로만 나가라고 하고 행정절차를 안 밟았다. 2019년 8월 독일 외교 당국은 “북한이 호스텔에 퇴거 명령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를 집행하려면 북한이 재판 비용을 내야 하는데 내지 않아 진전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때부터 슬슬 호스텔 측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EGI는 베를린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사실은 지난 2017년부터 대사관에 임차료를 내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따라서 호스텔 영업은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그리고 폐쇄명령을 내렸다. 3년간의 대치상황은 이렇게 끝났다.
 
  지난 5월 29일 스테판 폰 다셀 베를린시 미테지구장은 “호스텔 측이 영업중단 명령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최종 항소를 베를린 행정법원이 기각했다”면서 “이로써 모든 법적 분쟁이 끝났다”고 했다. 이 사건을 맡은 로타스 하링스 변호사는 “유엔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준수하는 데 3년이 걸린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호스텔 이중계약 가능성 높아”
 
  호스텔은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궁금증은 남아 있다. 운영 내막(內幕)이다. 13년간 숨은 이야기는 없을까. 시티호스텔 베를린 총지배인이었던 알렉산더 돌코흐에게 지난 6월 3일 이메일을 보내봤다. 계약 체결 배경부터 북한과의 관계 등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그는 EGI에서 퇴사한 후 타 서비스 업종으로 이직한 상태다. 더 이상 이해관계가 없으니 속 시원히 얘기해줄 수도 있겠다고 여겼다. 순진한 생각이었다. 탈북 외교관인 A씨는 이에 “거의 100% 확률로 북한 외교관들과 유착관계에 있는 업체가 이중계약서를 쓰고 운영했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유럽 몇 개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다 2000년 망명했다. 정확한 국가와 시기는 신원 노출의 우려로 밝히지 않는다. 베를린 북한대사관과 시티호스텔도 몇 차례 가봤다고 한다. 대사관 임대업 생리(生理)도 잘 알고 있었다.
 
  ― 2007년 호스텔 개장 전, 대사관 측에서 업체 모집 공고를 낸 겁니까.
 
  “이런 경우 지역신문이든 어디든 모집 공고는 냅니다. 형식적인 거예요. ‘우리가 이렇게 청백(淸白)하고 거짓 없이 절차를 따른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실제로는 인맥으로 아는 업체를 씁니다.”
 
  ― 터키 업체가 운영을 맡았던데요.
 
  “미국이든, 터키든, 사우디아라비아든 국적은 관계없어요. 내가 아는 놈이랑 계약하는 거예요. 그래야 비자금을 챙길 수 있으니까요. 이중계약서는 필수죠. 예를 들어 1억원짜리라고 하면 하나는 7000만원, 나머지는 3000만원으로 기재합니다. 앞에 건 평양 본국(本國)으로 올리고, 3000만원짜리는 개인 주머니에 넣는 거죠. 개인 비밀계좌가 다 있어요. 계약 체결 금액보다 ‘나한테 얼마가 들어오느냐’가 중요하죠. 해외 공관에서 비자금 못 만들면 머저리나 다름없어요.”
 
  현재 해외 북한대사관은 35~40개 정도로 추산된다. 폐쇄 등 워낙 변수가 많아 정확한 수치 집계는 쉽지 않다. 1960~70년대에는 120개가 넘었다. ‘북한 외교의 전성기’였다. 오래가진 않았다. 1990년대 들어 급격히 내리막을 걸었다. A씨는 “구소련의 붕괴와 동구권 사회주의 나라들의 몰락, 중국의 전면적 개혁·개방으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이라는 ‘벼랑 끝 전술’을 쓰면서 1990년 후반 들어 ‘구걸 외교’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고 했다. 반 이상의 해외 공관이 철수했고, 2000년 들어서는 ‘독립채산제’로 사실상 지원도 끊긴 상태다. 공관 유지비나 생활비가 6개월~1년 동안 안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유지비를 달라’는 전보를 보내면 ‘대사관 철수하라’는 답이 올 게 뻔해, 알아서 돈을 벌어야 한다. 북한 외교관들의 술, 담배, 마약, 위조화폐 등 암거래와 밀렵 같은 부정행위 소식이 이따금씩 들려오는 이유다.
 
 
  외화벌이 해서 개인 비자금으로
 
  ― 외화벌이를 해서 김정은에게만 바치는 게 아니었군요.
 
  “개인 비자금 만들기 바빠요. 국가 돈을 누가 많이 훔쳤는지에 따라 영웅이 돼요. 물론 김정은한테 들어가는 돈도 있죠. 아까 임대계약 같은 경우 70%는 들어가잖아요. 한번씩 북한에 들르면 개인 비자금 일부를 자기 상급들한테 찔러줍니다. ‘자리’ 유지해달라는 비용이죠. 10년, 20년씩 해외에 머무는 비결이에요. 그러면 상급들이 ‘독일에 있는 외교관들이 노력해서 7000만원을 당에 바치었다!’고 치하하고, 김정은은 표창장을 주죠.”
 
  ― 김정은은 아무것도 모르나요.
 
  “이 정도일 줄은 모를 겁니다. 문건(文件)을 정말 철저히 가공합니다. 북한서 계약서 만드는 놈들한테도 또 1만 달러씩 1000달러씩 뇌물 주고요. 이게 다 조직적인 범죄예요, 국가 조직적 범죄. 그냥 온 나라가 도둑질 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 망한 거죠.”
 
  ― 그래도 고위 공무원인데 김정은에게 일말의 충성심 같은 것도 없나요.
 
  “하하하, 누가 지금 충성심이 있어요. 승냥이하고 여우만 남았다잖아요. 외교관이라고 뭐 다를 줄 압니까. 꼭대기 갈수록 더합니다. 개인 비자금이 없으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무슨 충성이요. 체제가 붕괴되더라도 살아남아야 하잖아요. 이따금씩 해외 다니는 사람들 가택 수색해보면 장롱, 타일 밑에서 10만 달러, 50만 달러 나오는 게, 다 그런 이유예요. 유사시에 돈 가지고 중국 등으로 도망치자는 거예요. 돈이 있어야 시장에서 장사라도 할 거 아닙니까.”
 
 
 
“호스텔, 무기거래 로비장으로 쓰였을 것”

 
현재는 퇴임한 독일 헌법수호청(BfV)의 한스-게오르크 마센 청장.
  무엇보다 궁금한 건 이 호스텔의 진짜 ‘용도’였다. 순수하게 여행객만 받지는 않았을 것 같다. 실제로 2018년 2월, 독일 북한대사관이 현지 사람들을 기함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독일 헌법수호청(BfV)의 한스-게오르크 마센 청장이 북한이 베를린 주재 대사관을 통해 핵무기 기술과 장비를 취득했다고 밝힌 것. 마센 청장은 당시 현지 방송에서 “북한대사관에서 이뤄진 수많은 조달 활동을 인지했다”면서 “이는 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것이었지만 부분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위한 것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물론 당시 독일 외무부는 이를 부정했다. 그때 북한 소식통들은 마센 청장의 발언을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 그들에겐 ‘응당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A씨는 “예부터 북한이 핵, 미사일, ICBM 기술을 가장 많이 도둑질한 곳이 독일과 러시아”라고 했다.
 
  ― 이때 호스텔의 역할도 있었을까요.
 
  “무기거래를 하면서 로비장으로 썼을 가능성이 크죠. 설계도면, 핵탄두에 들어가는 물질 등을 교환하면서, 술 접대도 하고요. 대사관은 너무 공개된 장소고요, 그렇다고 주재국 호텔을 이용할 수도 없거든요. 그런 데는 도청과 미행이 100% 이뤄집니다. 주재국 정보기관에서 북한 사람을 접촉하면 다 조사가 들어와요. 북한 측에서도 특별 지시가 내려오고요.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는 대사관 내에서도 중요한 얘기는 하면 안 된다고요. 그래서 수첩에다 써서 공유하잖아요.”
 
  ― 한마디로 호스텔이 공작 장소였다?
 
  “그럼요. 그보다 좋은 장소가 어딨습니까. 대사관은 너무 뻔하잖아요. 우리 소유의 호스텔이니까 도청 위험도 없고, 그런데 또 운영은 다른 이가 하고 있으니까 의심도 피할 수 있고요. 안전한 로비장으로 활용됐을 겁니다. 대사관부터 호스텔까지 하나의 거대한 공작 기지였던 거죠.”
 
  ― 그래선지 대사관 지하에 호스텔로 이어진 땅굴이 있다는 소문도 있었어요.
 
  독일 일간지 《디벨드(Die Welt)》에서는 2014년 이 ‘땅굴’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탐사취재를 했지만 “결국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땅굴은 없습니다. 대사관에 지하실이 있긴 한데 호스텔과 연결돼 있진 않아요. 지하에는 주로 짐을 보관해두고, 특수벙커 같은 곳은 있습니다. 설계 때부터 비밀 아지트 용도로 해놓은 거예요. 그런 방은 밖에서 도청 못 하게 알루미늄판도 씌워놓고요.”
 
  ― 그 호스텔에 한국 여행객들도 정말 많이 다녀갔습니다. 와이파이가 잘 터졌다는데, 해킹을 당하진 않았을까요.
 
  “이건 어디까지나 사견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여요. 정황상, 투입 대비 빼낼 수 있는 정보가 없어 보이고요. 무엇보다 북한 정보기관에서 그런 것까지 할 여력은 없었을 겁니다.”
 
 
  베를린 한가운데 대사관 지은 배경
 
  보통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대사관은 우방국(友邦國)이다. 베를린 북한대사관은 통일 전엔 동독(東獨) 땅에 지어졌다. 건물과 토지 모두 북한 소유다. 1980년경에는 김정일의 ‘특별지시’로 대대적인 증축 작업도 했다고 한다.
 
  “북한이 잘살 때죠. 그때 중앙당 재정경제부에서 모스크바·베를린·바르샤바·소피아 대사관 내에는 ‘특각(特閣)’을 세우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재정경제부에서 100% 돈을 투자해, 북한에서 노동반장과 건축전문가가 넘어갔고 현지 노동자까지 고용해서 한 5년 동안 지었어요.”
 
  ― 그래서 베를린 북한대사관이 그렇게 큰 거군요. 사회주의 국가들에만 특각을 지으라고 한 건데, 이유가 있습니까.
 
  “김일성이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을 일주(一周)한 적이 있습니다. 유고슬라비아 티토 장례식에 가면서요. 1980년이었죠. 평양에서 기차로 출발해 모스크바, 베를린, 루마니아, 폴란드, 헝가리를 돌았어요. 기차에만 있을 수 없으니, 대사관 영빈관도 들르고 했겠죠.
 
  이후 김정일이 그런 거예요. ‘우리나라 해외 대사관이 남루해서 ‘수령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하였다’고요. 그러면서 외무성에 지시한 거예요. ‘수령님’이 편히 쉴 수 있는 특각을 세우라고요. 39호실에서 직접 투자해서 ‘수령님’ 모시는 곳을 지으라 했으니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썼겠습니까. 그렇게 휘황찬란하게 지어놨는데 소련이 붕괴되고 동구권이 망하고 북한 사람들은 아사(餓死)를 하니, 쓸 일이 없어진 거죠. 그렇다고 빈 공간을 그냥 두기에는 아까우니까,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외화벌이를 해보자’ 이렇게 된 거예요.”
 
  ― 거의 투자금 회수 차원이네요.
 
  “그렇죠. 당 자금을 환수하겠다, 이런 취지였어요. 호스텔은 2007년부터 열었지만, 그 전에 그 자리에서는 이미 헬스장, 나이트클럽, 뷰티댄스 이런 임대업장이 영업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돈벌이가 안 되니까 해당 국가 사람들이나 회사와 합작(合作)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거죠. 2000년부터는 대북 제재, 북한 내 아사자 발생 등으로 대사관 내 영접부마저 놀게 됐거든요. 외무성에서 대사관 유지비도 못 주게 생기니까 강석주가 김정일한테 보고를 한 거죠. 호스텔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베를린뿐만 아니고 그때 모스크바대사관에서도 호스텔을 했었어요. 거기는 부지가 베를린의 5배는 되거든요. 모스크바 호스텔은 베를린보다 훨씬 이전에 문을 닫았지만요.”
 
  ― 그나마 독일대사관은 북한 건물이니 임차료를 안 내도 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운이 좋은 거죠. 임차료를 안 내도 된다는 건 굉장히 큰 행운입니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아프리카… 거의 임차 건물이에요. 체납 독촉 받고 싸우고, 쫓겨나서 아파트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30평짜리 아파트 구해서 거기에 대사관 간판을 달아놓는 거예요. 사료용 쌀, 옥수수 같은 걸 주식(主食)으로 하면서요. 집세 안 낸다고 전기 끊고 물 끊고, 잠도 못 자요. 내일 쫓겨날까 봐.”
 
 
 
폴란드, 불가리아에서는 아직도 ‘영업 중’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북한대사관 내에서 영업 중인 한 영상미디어 업체의 홈페이지.
  독일은 정리가 됐지만, 북한은 폴란드와 불가리아 등지의 대사관에서는 아직도 임대업을 하고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 소재 북한대사관에는 한때 무려 40개 회사가 들어와 있었다. 현재는 4개 정도로 파악된다. 모두 영상미디어나 홍보 업체로 확인됐다. 지난 6월 3일 이들 홈페이지 주소에 적힌 대표 계정으로 ‘북한대사관 임차에 대한 공식 입장’을 묻는 메일을 보내봤지만, 아무도 회신을 하지 않았다. 불가리아대사관에는 ‘테라레지던스’라는 대형 연회 업체가 입주해 있다. 대사관 일부가 연회·예식장으로 쓰이고 있다. 이곳은 꽤 인기가 있어 현지 유명인사들도 자주 이용한다고 전해진다. 테라레지던스도 마찬가지로 입장을 묻는 이메일에 답이 없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동유럽 국가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낮은 임차료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런 나라에서 또한 북한은 임차료를 내지 않는다. 폴란드와 불가리아 소재 북한대사관에 얽힌 재밌는 일화가 있다. A씨의 설명이다.
 
  “그 두 나라는 특히 대사관 건물이 아주 좋죠.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사회주의 국가들이 자본주의로 바뀌면서, 평양에 있는 자기네들 대사관을 확장해야겠다고 외무성에 땅을 매입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외무성에서는 그 제안에 ‘땅 바꾸기’를 제안합니다. 너희 무상으로 우리 땅 써라, 우리도 너희가 쓴 만큼 그 나라에 있는 대사관을 넓히겠다, 이렇게요. 폴란드, 불가리아가 실제로 이렇게 한 나라들입니다. 헝가리는 평양 주재 대사관은 했는데, 북한에서는 시기를 놓쳐버려서 못 했고요.”
 
불가리아 소피아 소재 북한대사관 내에서 임차 영업 중인 연회장 내부 모습. 사진=테라레지던스 SNS
  ― 앞으로 베를린의 호스텔 자리는 어떻게 될 거라 봅니까.
 
  “오랫동안 비어 있을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물론 팔면 가장 좋겠죠. 그 금싸라기 땅에 있는 건물인데 돈이 얼마나 많이 나오겠어요. 어쨌건 잠정적으로 수익원 차단을 해서 김정은 주머니에 돈이 못 들어가게 해논 건데, 미국에서 몰수한다고 해도 실제로 넘어가는 데는 시간이 적잖게 걸릴 겁니다. 미북회담, 북핵 문제도 얽혀 있는데 물리적으로 압수가 들어가면 북한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긴 시간 빈 공간으로 있을 것 같습니다.”
 
  ― 이번 호스텔 폐쇄 결정은 상징적인 의미도 큽니다. 북한 해외 공관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이미 최악이라, 더 나빠질 수 있을까 싶습니다. 북한이 끊임없이 핵개발을 해서 미북 관계가 악화되면 해외 공관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죠. 아마 가까운 미래에 중국, 러시아, 뉴욕 등 대륙별로 큰 해외 공관을 20여 개 정도만 운영하면서 그 공관이 여러 나라 관련 업무까지 겸하는 식으로 갈 것 같습니다.”
 
  여담인데, 미국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 2017년 7월, 독일에서 열린 G20 때 트럼프가 호텔 예약을 깜빡한 적이 있다. 뒤늦게 예약하려 했지만, 성수기였던 터라 특급호텔은 이미 방이 없었다. 이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트럼프가 과연 어디서 묵을지’에 귀추가 주목됐다. 이때 누군가 “결국 ‘시티호스텔 베를린’에 묵는다고 한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사람들은 가짜인 줄 알면서도 소셜미디어에 이 내용을 퍼뜨렸다.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를 ‘돌려까는’ 그들만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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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자    (2020-07-04) 찬성 : 1   반대 : 0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소설이나 영화 소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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