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위생방역소 발행 보건증이 있어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뇌물만 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 ‘국가 비상방역체계’는 주민들이 위험할 때 아니라, 김정은에게 전염 가능성 있을 때 발동되는 것
⊙ 北·中 접경 무역 전면 중단… 인민소모품(생활필수품) 조달 막혀
張源宰
1967년생. 고려대 국문학과 졸업, 영국 런던대학 연극학 박사 / 前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경기파주영어마을 사무총장,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진행. 現 (사)배우고나누는무지개 대표 / 저서 《끝나지 않은 축구 이야기》 《오태석 연극: 실험과 도전의 40년》 《배우란 무엇인가》 등
⊙ ‘국가 비상방역체계’는 주민들이 위험할 때 아니라, 김정은에게 전염 가능성 있을 때 발동되는 것
⊙ 北·中 접경 무역 전면 중단… 인민소모품(생활필수품) 조달 막혀
張源宰
1967년생. 고려대 국문학과 졸업, 영국 런던대학 연극학 박사 / 前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경기파주영어마을 사무총장,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진행. 現 (사)배우고나누는무지개 대표 / 저서 《끝나지 않은 축구 이야기》 《오태석 연극: 실험과 도전의 40년》 《배우란 무엇인가》 등
- 북한 《로동신문》은 2월 5일 평양역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하는 모습을 내보냈다. 사진=뉴시스
북한 전역에 전염병 공포가 번지고 있다. 우한(武漢) 바이러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비상조치를 취했다. 중국 국경을 폐쇄하고,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을 전면 중단했다. 중국의 국가여유국(관광국)은 “지난 1월 22일부터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로 북한이 모든 관광객과의 접경을 일시 차단했다”고 밝혔다. 주(駐)북한 러시아대사관에 따르면, 북한은 1월 22일부터 2월 10일까지 베이징에서 평양까지 운행하는 에어차이나 항공편을 모두 취소했으며, 육상·해상을 통한 중국인들의 북한 입국을 완전히 차단했다. 중국 정부의 불쾌감을 감수하며 밀어붙인 조치다.
유엔 제재 이후 중국 관광객은 ‘북한 경제에 현금을 갖다 주는 산소호흡기’라고 불린다. 그렇게 중요한 현금 수입원을 북한이 스스로 막은 것이다. 패키지 관광은 물론 옌볜(延邊) 지역에서 들어가던 당일 관광도 전면 중단되었다고 한다.
북한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 관련 소식이 《로동신문》 1면(1월30일자)에 실린 것도 이례적이라고 본다. 평소라면 김정은의 ‘말씀’이나 ‘현지지도’, 혹은 정치적인 기사가 실리는 지면이기 때문이다. 동 신문이 1월 22일 6면에 첫 기사를 싣고, 중국에서 우한폐렴에 의한 전염병이 급속히 전파하고 있다는 소식을 ‘사실대로’ 보도하고 있는 것도 보기 드문 현상이다. 《로동신문》은 첫 기사를 게재한 뒤 하루 1~2개를 거의 매일 보도하고 있다. 우한폐렴의 발원지인 중국의 상황, 한국 등 인접 국가들의 환자 발생 동향이 주된 내용이다. 주민들의 경각심을 요청하는 기사도 내고 있다. 조선중앙TV도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특집방송을 방영한다고 예고했다. 그렇다면 현재 북한 주민들의 상황은 어떨까? 지난 1월 말에서 2월 초, 관련 기관에서 근무하다 탈북한 이가 예전 직장 동료인 북한의 현직 공무원들과 통화했다. 국경 연선(沿線)까지 왕복하는 여비와 별도의 ‘인터뷰료’를 지급하고 얻은 정보다.
“주민들 면역력 떨어진 게 문제”
― 격리 조치를 시행하는 중이라는데 맞는가.
“그렇다.”
― 그런데 여행이 가능한가.
“물론이다. 격리 조치가 시행되면 중앙위생방역소가 발행하는 보건증이 있어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뇌물만 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잘 알지 않나. 내 친구가 그곳 근무자인데, 나한테도 이름 안 적힌 보건증을 50장쯤 주고 갔다. 팔아서 쓰라는 것이지. 주민들은 여행증 말고도 떼야 할 서류가 하나 더 늘었으니 고이는 돈만 늘어났다고 불평하지만, 중앙위생방역소는 ‘먹을 알’이 생긴 것이라 속으로 좋아한다.”
― 북한에 우한 바이러스가 퍼졌는가.
“이미 퍼졌을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다면 신문 1면에 그렇게 대대적으로 보도를 했겠는가. 인민반 회의 때 회의 주제로도 내려왔다. 국경연선뿐 아니라, 전 지역 인민반 회의 때 신문을 보며 학습했다. 2003년 사스(SARS), 2009년 조류독감 때도 상황이 비슷했다.”
― 주민들 반응은 어떤가.
“평양 시민들조차 ‘약 많고 돈 많은 나라에서도 죽는다는데, 우리는 뭐…’라며 냉소적이다. 소독 및 방역 능력도 없고, 설령 백신이 있다고 해도 외국에서 약 사올 돈이 없다는 걸 다 알고 있다. 전염병을 판정할 시약 자체가 절대 부족한데,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여기는 간염과 결핵 환자가 많다. 주민들 면역력이 떨어져 있다. 남조선에서라면 앓고 끝날 일도 여기서는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다들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를 무서워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 답답할 따름이다.”
― 어디서 환자가 발생했다고 보나.
“모른다. 다만, 나는 개인적으로 평양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렇지 않다면, 중국 여행객들을 이렇게 서둘러 차단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 관광객을 한 사람이라도 더 받는 게 당에 충성하는 길이라며 엄청나게 선전을 해댔는데, 지금은 백화점이나 평양 시내 관광지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거짓말처럼 다 사라졌다. ‘급하기는 급한가보다’ ‘뭔 일 있는 것 아닌가’라며 평양에서도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다. ‘이제 돈 나올 구멍이 다 막힌 것 아니냐’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의진자(의심 환자)가 나왔다면, 아마도 중국 관광객들을 상대한 ‘외국인 대상 안내원’이 걸리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중국 사람들과 같이 다니다 보면, 감염 확률도 높아지는 것 아닌가? 외국인 대상 안내원이 감염자라면, 비밀리에 격리·차단이 가능하다. 아, 물론 ‘환자가 이미 발생했고, 발생지는 평양일 것이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다.”
“1월 25일경 전 세관 봉쇄”
― 왜 국경연선이 아니라 평양에서 환자가 나왔을 것이라고 추측하는가.
“우리 사람 중에 사사여행(여권을 만들어 가는 합법 여행) 가는 사람은 거의 다 옌볜 쪽으로 간다. 우한으로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방에서 감염자가 나왔다면, 신문・방송이 이렇게까지 떠들지 않았을 것이다. 1월 30일 《로동신문》에 ‘신형 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을 철저히 막기 위한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위생방역체계를 국가 비상방역체계로 전환했다’는 소식이 1면에 나왔는데, 뭔가 감추고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다는 뜻이 아닐까?
내 경험으로는 국가 비상방역체계는 주민들이 위험할 때가 아니라, 김정은에게 전염 가능성이 있을 때 발동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분간 김정은 방중(訪中)도 불가능할 것이다. 만약 김정은이 중국에 갔다가 감기라도 걸린다고 하자. 담당자 모두, 전 가족이 수용소로 끌려가야 하는데, 아무리 나랏일이 급하다고 해도 어떤 간 큰 사람이 책임지고 일을 추진할 수 있겠나.”
― 국경 지역에서 유입되었을 가능성은 없나.
“글쎄, 내가 듣기로는 1월 25일경 전 세관을 봉쇄했다고 한다. 1월 22일인가, 처음에는 신의주 세관만 봉쇄했다고 한다. 사람이 오가는 걸 다 막으면 아무래도 도움은 되겠지만, 막는다고 다 막지는 못할 것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1월 28일부터 신의주와 단둥(丹東)을 잇는 세관이 폐쇄되었다. 북한이 단둥에서 운영하는 영사부에서는 같은 날부터 북한 비자 발급을 공식 중단했다. 단둥 영사부 게시판에 붙어 있는 ‘신형 코로나비루스 발생 관련하여 조선(북한) 입출국 사증 발급하지 않음’이라는 안내문 사진을 보도한 매체도 있다. 1월 31일 VOA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과의 육해공 국경을 모두 폐쇄한 데 이어, 중국 당국에 탈북민 북송 중단을 요청했다고 한다.
생필품 조달 막혀
― 국경연선이 막히면 밀무역도 막히는 것 아닌가? 인민 생활에 타격이 많을 것 같다.
“당연히 인민 생활에 타격도 많을 것이다. 중국에서 물건이 안 들어오면 식량, 인민소모품(생활필수품) 조달이 막힌다. 이번에 와보니, 북·중 접경 지역에서 전반적으로 무역이 중단되고 있더라. 공식무역, 밀무역 다 막힌 것 같다. 군인들은 나라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며 강하게 단속한다.
겉보기에는 그렇지만, 그래도 밀수하는 사람이 있다. 인민들이야 당장 먹고살 일이 걱정이니, 병이야 걸리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밀수할 때 고여야 하는 돈 단위만 높아진 것이 아닌가 싶다. 단둥 쪽에서도 환자가 나왔다고 하던데, 압록강 국경 지대에서는 중국 사람들과 우리네 사람들이 같은 물로 빨래도 하고, 그 물 길어다 마시고 강에다 용변도 본다. 중국과 우리네 상하수도가 다 섞이는 것인데, 이건 어떻게 막을 것인가. 지금이야 강물이 얼었다고는 하지만, 작년 10월부터 병이 돌았다면 이미 섞일 것은 다 섞인 것 아닌가. 이제 강물이 풀리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건지 모르겠다. 비루스만 문제가 아니다. 사람과 물건을 통해서도 병이 옮는다는데, 지금도 얼음 위로 여전히 사람과 물건이 오간다.”
현재까지 북한은 우한폐렴 환자의 발생 여부에 대해 공식 발표가 없다. 다만, 대외 선전매체인 ‘내나라’는 1월 28일 “국경, 항만, 비행장들에서 위생 검역 사업을 강화하여 철저한 방역 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이 병이 발생한 지역들에 대한 여행을 될수록 금지하고 있으며, 외국 출장자들에 대한 의학적 감시를 책임적으로 하여 의진자들을 제때 격리하고 있다”고 했다.
《로동신문》은 “모든 당 조직들에서는 신형 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의 전파를 막기 위한 사업을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정치적 문제로 여기고 정치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양 중심부에서 확진자 발생
2월 7일 《중앙일보》는 대북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북한에서 중국을 다녀온 평양 주민 1명이 최근 우한폐렴 의심 증상을 보였고 북한 보건당국의 검사 결과, 확진자로 판정받았다’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북한은 “이 확진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을 격리한 상태이고, 아직 추가 확진자는 없다”고 덧붙였으며, ‘이 여성’의 구체적인 신원, 발병 및 판정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같은 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구체적인 언급 없이 우한폐렴 확산을 막기위해 ‘중앙비상방역지휘부의 분과들이 사업 직능과 임무 분담을 재조직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월 들어 마스크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영상을 내보내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평양 시민들의 모습을 방영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도 2월 7일 ‘국경 봉쇄 등 초강경 조치에 나선 북한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특히 북한 지도층이 모여 사는 평양 중심부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북한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대북 소식통은 이날 ‘중국에서 돌아온 북한 남성이 의심 증상을 보여 검사한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북한 지도부가 모여 사는 중구역 가까운 지역에서 확인됐고, 평양 전반으로 확산 조짐을 보여 북한 당국이 비상경계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은 사실상 봉쇄됐고 일반인들의 통행이 금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이 북한 지도부와 가까운 인사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여성’과 ‘중구역 가까운 지역에서 확인된 남성’은 누구일까. 앞의 통화자외 다른 인물이 들려준 이야기다.
“평양에서는 이미 소문이 돌았다. 그 여성은 칭다오에서 일하다 설을 쇠려고 귀국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라고 들었다. 남성 확진자는 외교관이라는 얘기가 있다.”
인민군 6000명 격리 소문도
― 확진자가 모두 평양 시민이라고 추정하는 이유는.
“동북 삼성(東北三省) 쪽으로는 국경지대 사람들도 일하러 나가지만, 칭다오는 거의 다 토대가 좋은 평양 사람들이 나가는 곳이다. 외교관이야 당연히 평양 거주자겠지.”
― 그 밖의 다른 소문은 없나.
“있다. 더 흉흉한 소문이다. ‘중국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며 ‘우한 생물학연구소에서 만들던 세균이 퍼진 것’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인민군 6000명을 격리했다는 소문도 있는데,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다. 군부대만큼 전염병에 취약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이번 우한폐렴 사태와 관련, ‘국가 비상 방역체계’를 가동 중이다. 김정은은 1월 26일 설 기념 공연 관람 이후 현지지도와 행사 참석을 모두 중단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평양에 확진자가 나왔고, 격리 전 그들이 평양의 이곳저곳을 다녔으며, 그만큼 김정은의 감염 위험성도 높다는 증거가 아닐까?
북한에서는 지금 바이러스와 더불어 ‘불안감’과 ‘당국에 대한 불신’도 함께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진실을 알릴 수단이 없을 때 사람들은 소문을 이용하곤 했다. 자신의 감염 위험, 그리고 ‘소문’을 김정은은 과연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을까?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과 중국 사람들을 원망하는 것은 다음 문제다.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정치적 문제’를 풀지 못하면 망한다. ‘소문’은 날개를 달았고, ‘현실’은 위중하다. 김정은의 불안감은 그래서 현재진행형일 터이다.⊙
유엔 제재 이후 중국 관광객은 ‘북한 경제에 현금을 갖다 주는 산소호흡기’라고 불린다. 그렇게 중요한 현금 수입원을 북한이 스스로 막은 것이다. 패키지 관광은 물론 옌볜(延邊) 지역에서 들어가던 당일 관광도 전면 중단되었다고 한다.
북한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 관련 소식이 《로동신문》 1면(1월30일자)에 실린 것도 이례적이라고 본다. 평소라면 김정은의 ‘말씀’이나 ‘현지지도’, 혹은 정치적인 기사가 실리는 지면이기 때문이다. 동 신문이 1월 22일 6면에 첫 기사를 싣고, 중국에서 우한폐렴에 의한 전염병이 급속히 전파하고 있다는 소식을 ‘사실대로’ 보도하고 있는 것도 보기 드문 현상이다. 《로동신문》은 첫 기사를 게재한 뒤 하루 1~2개를 거의 매일 보도하고 있다. 우한폐렴의 발원지인 중국의 상황, 한국 등 인접 국가들의 환자 발생 동향이 주된 내용이다. 주민들의 경각심을 요청하는 기사도 내고 있다. 조선중앙TV도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특집방송을 방영한다고 예고했다. 그렇다면 현재 북한 주민들의 상황은 어떨까? 지난 1월 말에서 2월 초, 관련 기관에서 근무하다 탈북한 이가 예전 직장 동료인 북한의 현직 공무원들과 통화했다. 국경 연선(沿線)까지 왕복하는 여비와 별도의 ‘인터뷰료’를 지급하고 얻은 정보다.
“주민들 면역력 떨어진 게 문제”
― 격리 조치를 시행하는 중이라는데 맞는가.
“그렇다.”
― 그런데 여행이 가능한가.
“물론이다. 격리 조치가 시행되면 중앙위생방역소가 발행하는 보건증이 있어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뇌물만 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잘 알지 않나. 내 친구가 그곳 근무자인데, 나한테도 이름 안 적힌 보건증을 50장쯤 주고 갔다. 팔아서 쓰라는 것이지. 주민들은 여행증 말고도 떼야 할 서류가 하나 더 늘었으니 고이는 돈만 늘어났다고 불평하지만, 중앙위생방역소는 ‘먹을 알’이 생긴 것이라 속으로 좋아한다.”
― 북한에 우한 바이러스가 퍼졌는가.
“이미 퍼졌을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다면 신문 1면에 그렇게 대대적으로 보도를 했겠는가. 인민반 회의 때 회의 주제로도 내려왔다. 국경연선뿐 아니라, 전 지역 인민반 회의 때 신문을 보며 학습했다. 2003년 사스(SARS), 2009년 조류독감 때도 상황이 비슷했다.”
― 주민들 반응은 어떤가.
“평양 시민들조차 ‘약 많고 돈 많은 나라에서도 죽는다는데, 우리는 뭐…’라며 냉소적이다. 소독 및 방역 능력도 없고, 설령 백신이 있다고 해도 외국에서 약 사올 돈이 없다는 걸 다 알고 있다. 전염병을 판정할 시약 자체가 절대 부족한데,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여기는 간염과 결핵 환자가 많다. 주민들 면역력이 떨어져 있다. 남조선에서라면 앓고 끝날 일도 여기서는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다들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를 무서워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 답답할 따름이다.”
― 어디서 환자가 발생했다고 보나.
“모른다. 다만, 나는 개인적으로 평양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렇지 않다면, 중국 여행객들을 이렇게 서둘러 차단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 관광객을 한 사람이라도 더 받는 게 당에 충성하는 길이라며 엄청나게 선전을 해댔는데, 지금은 백화점이나 평양 시내 관광지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거짓말처럼 다 사라졌다. ‘급하기는 급한가보다’ ‘뭔 일 있는 것 아닌가’라며 평양에서도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다. ‘이제 돈 나올 구멍이 다 막힌 것 아니냐’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의진자(의심 환자)가 나왔다면, 아마도 중국 관광객들을 상대한 ‘외국인 대상 안내원’이 걸리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중국 사람들과 같이 다니다 보면, 감염 확률도 높아지는 것 아닌가? 외국인 대상 안내원이 감염자라면, 비밀리에 격리·차단이 가능하다. 아, 물론 ‘환자가 이미 발생했고, 발생지는 평양일 것이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다.”
“1월 25일경 전 세관 봉쇄”
― 왜 국경연선이 아니라 평양에서 환자가 나왔을 것이라고 추측하는가.
“우리 사람 중에 사사여행(여권을 만들어 가는 합법 여행) 가는 사람은 거의 다 옌볜 쪽으로 간다. 우한으로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방에서 감염자가 나왔다면, 신문・방송이 이렇게까지 떠들지 않았을 것이다. 1월 30일 《로동신문》에 ‘신형 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을 철저히 막기 위한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위생방역체계를 국가 비상방역체계로 전환했다’는 소식이 1면에 나왔는데, 뭔가 감추고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다는 뜻이 아닐까?
내 경험으로는 국가 비상방역체계는 주민들이 위험할 때가 아니라, 김정은에게 전염 가능성이 있을 때 발동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분간 김정은 방중(訪中)도 불가능할 것이다. 만약 김정은이 중국에 갔다가 감기라도 걸린다고 하자. 담당자 모두, 전 가족이 수용소로 끌려가야 하는데, 아무리 나랏일이 급하다고 해도 어떤 간 큰 사람이 책임지고 일을 추진할 수 있겠나.”
― 국경 지역에서 유입되었을 가능성은 없나.
“글쎄, 내가 듣기로는 1월 25일경 전 세관을 봉쇄했다고 한다. 1월 22일인가, 처음에는 신의주 세관만 봉쇄했다고 한다. 사람이 오가는 걸 다 막으면 아무래도 도움은 되겠지만, 막는다고 다 막지는 못할 것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1월 28일부터 신의주와 단둥(丹東)을 잇는 세관이 폐쇄되었다. 북한이 단둥에서 운영하는 영사부에서는 같은 날부터 북한 비자 발급을 공식 중단했다. 단둥 영사부 게시판에 붙어 있는 ‘신형 코로나비루스 발생 관련하여 조선(북한) 입출국 사증 발급하지 않음’이라는 안내문 사진을 보도한 매체도 있다. 1월 31일 VOA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과의 육해공 국경을 모두 폐쇄한 데 이어, 중국 당국에 탈북민 북송 중단을 요청했다고 한다.
생필품 조달 막혀
― 국경연선이 막히면 밀무역도 막히는 것 아닌가? 인민 생활에 타격이 많을 것 같다.
“당연히 인민 생활에 타격도 많을 것이다. 중국에서 물건이 안 들어오면 식량, 인민소모품(생활필수품) 조달이 막힌다. 이번에 와보니, 북·중 접경 지역에서 전반적으로 무역이 중단되고 있더라. 공식무역, 밀무역 다 막힌 것 같다. 군인들은 나라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며 강하게 단속한다.
겉보기에는 그렇지만, 그래도 밀수하는 사람이 있다. 인민들이야 당장 먹고살 일이 걱정이니, 병이야 걸리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밀수할 때 고여야 하는 돈 단위만 높아진 것이 아닌가 싶다. 단둥 쪽에서도 환자가 나왔다고 하던데, 압록강 국경 지대에서는 중국 사람들과 우리네 사람들이 같은 물로 빨래도 하고, 그 물 길어다 마시고 강에다 용변도 본다. 중국과 우리네 상하수도가 다 섞이는 것인데, 이건 어떻게 막을 것인가. 지금이야 강물이 얼었다고는 하지만, 작년 10월부터 병이 돌았다면 이미 섞일 것은 다 섞인 것 아닌가. 이제 강물이 풀리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건지 모르겠다. 비루스만 문제가 아니다. 사람과 물건을 통해서도 병이 옮는다는데, 지금도 얼음 위로 여전히 사람과 물건이 오간다.”
현재까지 북한은 우한폐렴 환자의 발생 여부에 대해 공식 발표가 없다. 다만, 대외 선전매체인 ‘내나라’는 1월 28일 “국경, 항만, 비행장들에서 위생 검역 사업을 강화하여 철저한 방역 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이 병이 발생한 지역들에 대한 여행을 될수록 금지하고 있으며, 외국 출장자들에 대한 의학적 감시를 책임적으로 하여 의진자들을 제때 격리하고 있다”고 했다.
《로동신문》은 “모든 당 조직들에서는 신형 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의 전파를 막기 위한 사업을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정치적 문제로 여기고 정치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월 7일 《중앙일보》는 대북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북한에서 중국을 다녀온 평양 주민 1명이 최근 우한폐렴 의심 증상을 보였고 북한 보건당국의 검사 결과, 확진자로 판정받았다’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북한은 “이 확진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을 격리한 상태이고, 아직 추가 확진자는 없다”고 덧붙였으며, ‘이 여성’의 구체적인 신원, 발병 및 판정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같은 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구체적인 언급 없이 우한폐렴 확산을 막기위해 ‘중앙비상방역지휘부의 분과들이 사업 직능과 임무 분담을 재조직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월 들어 마스크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영상을 내보내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평양 시민들의 모습을 방영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도 2월 7일 ‘국경 봉쇄 등 초강경 조치에 나선 북한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특히 북한 지도층이 모여 사는 평양 중심부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북한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대북 소식통은 이날 ‘중국에서 돌아온 북한 남성이 의심 증상을 보여 검사한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북한 지도부가 모여 사는 중구역 가까운 지역에서 확인됐고, 평양 전반으로 확산 조짐을 보여 북한 당국이 비상경계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은 사실상 봉쇄됐고 일반인들의 통행이 금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이 북한 지도부와 가까운 인사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여성’과 ‘중구역 가까운 지역에서 확인된 남성’은 누구일까. 앞의 통화자외 다른 인물이 들려준 이야기다.
“평양에서는 이미 소문이 돌았다. 그 여성은 칭다오에서 일하다 설을 쇠려고 귀국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라고 들었다. 남성 확진자는 외교관이라는 얘기가 있다.”
인민군 6000명 격리 소문도
― 확진자가 모두 평양 시민이라고 추정하는 이유는.
“동북 삼성(東北三省) 쪽으로는 국경지대 사람들도 일하러 나가지만, 칭다오는 거의 다 토대가 좋은 평양 사람들이 나가는 곳이다. 외교관이야 당연히 평양 거주자겠지.”
― 그 밖의 다른 소문은 없나.
“있다. 더 흉흉한 소문이다. ‘중국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며 ‘우한 생물학연구소에서 만들던 세균이 퍼진 것’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인민군 6000명을 격리했다는 소문도 있는데,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다. 군부대만큼 전염병에 취약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이번 우한폐렴 사태와 관련, ‘국가 비상 방역체계’를 가동 중이다. 김정은은 1월 26일 설 기념 공연 관람 이후 현지지도와 행사 참석을 모두 중단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평양에 확진자가 나왔고, 격리 전 그들이 평양의 이곳저곳을 다녔으며, 그만큼 김정은의 감염 위험성도 높다는 증거가 아닐까?
북한에서는 지금 바이러스와 더불어 ‘불안감’과 ‘당국에 대한 불신’도 함께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진실을 알릴 수단이 없을 때 사람들은 소문을 이용하곤 했다. 자신의 감염 위험, 그리고 ‘소문’을 김정은은 과연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을까?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과 중국 사람들을 원망하는 것은 다음 문제다.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정치적 문제’를 풀지 못하면 망한다. ‘소문’은 날개를 달았고, ‘현실’은 위중하다. 김정은의 불안감은 그래서 현재진행형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