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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북한요지경

‘재미 볼 만하면 숙박검열이 온다’

글 : 장원재  배나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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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원과 인민반장이 한 組가 되어 한밤중에 들이닥쳐 가족 얼굴 일일이 대조
⊙ 평양 시민들은 ‘손님 재우기’가 일상, 1년 365일 중 식구끼리 잠자는 날이 열흘도 되지 않아
⊙ 驛前에는 대기숙박집, 대도시에는 남녀가 사랑 나누는 시간제 貸室 등장

張源宰
1967년생. 고려대 국문학과 졸업, 영국 런던대학 연극학 박사 / 前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경기파주영어마을 사무총장,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진행 / 現 배나TV대표 / 저서 《끝나지 않은 축구 이야기》 《오태석 연극: 실험과 도전의 40년》 《배우란 무엇인가》 등
작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우리 측 인사들이 묵은 평양 고려호텔. 북한 주민들은 호텔·여관 등에 묵을 수 없다.
  심야고 새벽이고 가릴 것 없이, 어느 때라도 단속반이 들이닥친다. 집안까지 구둣발로 난입할 때도 있다. 북한의 ‘5대 검열’로 불리는 숙박·전기·녹음·도서·초상화 검열이다.
 
  5개 검열 가운데 일단 ‘숙박검열’부터 알아보자. 북한에는 거주 이전의 자유는 물론, 여행의 자유도 없다. 다른 지역을 방문하려면, 공무든 사적 여행이든 여행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여행증은 인적사항·여행목적·여행기간 등을 적은 문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여행자는 숙박하는 집 주인과 함께 인민반장을 찾아가 확인서를 받는다. 이것을 가지고 분주소(파출소)에 등록을 하고, 등록 서류를 다시 인민반장에게 갖다준다.
 
  밤사이 아무 때고 안전원(경찰)이 집 마다 돌아다니며 검사를 한다. 식구 모두 집에 있는지, 숙박검열 등록자 이외의 숙박자가 있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동네 친구 집에 가서 자는 것은 괜찮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반드시 여행증을 떼야 한다. 여행증 기재 사항에 착오가 있거나 여행증 없이 자다 숙박검열에 걸리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새벽 2~3시에 들이닥쳐
 
  평양이나 두만강·압록강 일대의 국경연선에서는 매일같이 숙박검열을 한다. 불순분자가 스며들지는 않았는지, 탈북(脫北)을 기도하는 외지인이 없는지를 철저하게 감시하는 것이다. 새벽 2~3시에 검열을 하는 경우가 많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우스개가 돈다. ‘입당할 만하면 당비서가 바뀌고, 재미 볼 만하면 숙박검열이 온다.’
 
  예전에는 인민반원 1명이 당번을 맡아 동네를 돌고, 식구 중 누군가가 대표로 나가 가족 명부를 보며 ‘모두 취침 중’이라며 식구 이름 옆에 표시를 해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워낙 많은 사람이 ‘강 타기’를 하고 당국의 눈을 피해 이동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안전원과 인민반장이 늘 한 조(組)로 같이 다니면서 매일 집 안까지 들어온다. 그리고 이불을 들추고 “큰아들!” “세대주!” “작은딸!”을 일일이 부르며 자는 사람을 하나하나 확인한다. 정전(停電)이 되는 경우가 많아 그들은 아예 손전등을 들고 다닌다. 사람 얼굴을 비춰가며 꼼꼼히 확인을 하는 것이다.
 
  식구 이외의 사람은 이때 여행증명서를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인민반장이 안전원과 꼭 같이 다녀야 하는 까닭이 있다. 한동네에 살고 있기에 사람들 얼굴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이 불린 사람과 대답한 사람이 동일 인물인지, 가족 총원은 몇 명이고 숙박등록을 한 사람은 몇 명이고 인원이 맞는지를 인민반장이 안전원에게 확인해주는 것이다.
 
  탈북자들이 얘기하는 코미디 영화 〈대한(大寒)추위〉가 바로 숙박검열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모집을 방문한 청년이 숙박등록을 하지 않고 있다가 안전원들이 숙박검열을 나오자 베란다로 가서 숨는다. 숙박검열은 지나갔지만, 고모네 식구들은 베란다의 조카를 깜빡 잊고 문을 잠근 채 자리에 든다. 대한추위에 팬티 바람으로 밖에서 이를 덜덜 떨며 밤을 새운 조카는 다음 날 아침 동태가 되어 정신을 잃는다. 한 번 크게 혼이 난 청년은 이후로는 어디를 가면 반드시 신고와 숙박등록부터 먼저 하는 인민이 된다.〉
 
  장마당 시대 이후 숙박검열을 악용하는 안전원도 있다. 낯선 사람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며 장롱 문을 마구 열어보는 것이다. 팔려고 쌓아놓은 물건이 나오면 어떤 구실을 붙여서라도 압수해가기 위해서다.
 
  전국 동시 숙박검열이 이뤄질 때도 있다. 살인사건이 발생했거나 유력인사가 탈북한 경우다. 수사포치(搜査布置)가 내려오면, 노농적위대·붉은 청년근위대·교도대 등의 조직을 총동원해 전국을 이 잡듯 뒤진다. 이때 체포 대상인 유력인사 아무개의 이름과 그가 탈북했다는 소문이 전국에 퍼진다.
 
  북한군 장교 출신으로 북한에서 국가전복을 기도하다 실패하여 탈북한 임영선 현 통일전선 대표는 양강도 혜산을 거쳐 탈북했다. 그의 시도가 얼마나 진지한 것이었는지를 방증하는 자료가 있다. ‘반역자 임영선을 체포하여 처단하라’며 1993년 당시 북한 전역에 내려졌던 전국 동시 숙박검열과 수사포치다.
 
 
  ‘딸 하나는 평양으로 시집 보내야 한다’
 
  그렇다면 호텔이나 모텔에서 숙박하면 되는 일 아닌가? 그렇지 않다. 그런 곳은 외국인이나 간부들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어떤 경우든 호텔·모텔·여관을 이용할 수 없다. 미국이나 일본 친척들이 숙박비를 다 내주고 방을 잡아줘도 그곳에서 잠을 잘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딸 하나는 평양으로 시집 보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평양에 갔을 때 ‘잘 곳’이 한 군데는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에 연고가 있는 평양 시민의 경우 그래서 손님 재우기가 일상의 한 부분이다. 1년 365일 중 식구끼리 잠자는 날이 열흘도 되지 않는다. 직계가족이나 친척뿐 아니라, 친척의 친구, 친척의 친구의 친척 등도 평양에 올라와 신세를 지기 때문이다.
 
  여행증을 떼고 온 경우라면, 당국의 필요에 의해서 평양을 방문한 것이다. 공무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당국이 여행의 필요성을 인정한 경우다. ‘수도의 시민’이 이런 사람들을 홀대할 수 없는 이유다. 손님을 데리고 인민반·분주소를 돌며 신고와 등록을 하는 것은 평양 시민의 임무기에, 손님맞이가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북한에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숙박업소는 없는가? 있다. ‘대기숙박집’이다. ‘고난의 행군’ 시절, 장마당에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사람들은 열차를 타고 물건을 떼어다 팔며 생존을 이어갔다. 하지만 열차가 이틀이고 일주일이고 연착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열차가 언제 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고향으로 가는 열차를 놓치면, 다음 열차가 언제 올지는 더더욱 알 수 없다. 그래서 역 앞에 있는 집 방에서 ‘민박’을 한다.
 
  ‘민박’이라는 말을 썼지만, 한국식 민박집하고는 다르다. 헛간을 개조한 커다란 방에 남녀 구분 없이 단체로 잠을 자는 것이다. 비바람만 겨우 피할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1인당 숙박요금은 당시 북한 돈으로 50~100원이었다. 이곳에서 지내다 기차가 오면 얼른 역으로 나가 기차를 타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빽빽하게 열차에 탑승해 짐짝처럼 실려 가는지는 다음 기회에 따로 다루기로 하자.
 
  역 대합실에서 자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역 대합실 바닥은 늘 사람들로 만원이다. 서 있을 자리조차 없고, 서로 자리를 사고팔기도 한다. 역 앞마당도 사람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맨바닥에서 눈을 붙이거나 비닐방막을 펴고 잠을 잘 수는 있지만, 문제가 있다. 늘 소매치기가 들끓는다는 점이다. 배낭 짐은 물론이고 신발도 훔쳐 간다. 신고 자는 신발은 벗겨가고 베고 자는 신발도 귀신처럼 몰래 빼간다.
 
  그래서 돈을 내고 ‘대기숙박집’을 찾는 것이다. 대합실에서 역 앞마당에서 대기집에서 수많은 성(性)추행이 벌어지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대기집이나 대합실, 역마당에서 묵는 사람들은 숙박검열을 하면 거의 다 걸리는 불법 여행자다. 여행증 없이 다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 이런 사람들까지 숙박검열로 단속하지는 않는다. 너무 많은 사람을 조사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일성 회고록’은 不倫남녀의 방패
 
  평양·청진 등 대도시 일부에서는 최근 들어 ‘시간제 대실(貸室)’을 해주는 불법 민박집도 성업 중이다. 북한 남녀 가운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사랑을 나누는 곳이다.
 
  북한의 신분증에는 결혼 여부가 표시되어 있다. 배우자 아닌 사람과 단둘이 한방에 있는 것 자체가 검열대상이다. 이런 곳에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쓰는 테크닉이 있다. 김일성의 회고록을 펴놓고 자는 것이다. 단속반이 뜨면 문을 열어주고 ‘회고록을 필사하던 중’이라고 둘러대며 위기를 모면한다. 물론, 어느 정도의 필사 원고는 보여줘야 한다. 심증(心證)은 가지만 물증(物證)이 없는 상황에서 단속반들도 ‘김일성 회고록의 위세’에 눌려 남녀를 잡아가지 못한다.
 
  숙박업소에 투숙할 수 없다 보니 북한의 불륜(不倫)은 대개 집에서 이뤄진다. 최근에는 개인영업 목욕탕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기는 했지만, 대개는 남편이 출장을 가거나 아내가 장사를 나가 집을 여러 날 비운 곳에서 부화사건(附和事件)이 벌어진다.
 
  단속반이 들이닥쳤을 때, 불륜녀가 얼른 장롱으로 몸을 피했다. 상대 남성은 당 간부였다. 장롱 문이 살짝 열리는 것을 보고 단속 나간 보안원이 집주인 남성에게 물었다. ‘저 안에 누가 있나.’ ‘고양이가 있다.’ 그 말을 들은 ‘장롱 안’ 여성은 당황한 나머지 ‘야~옹’이라 하지 않고 ‘고~양~이’라고 했다. 북한에서 널리 퍼졌던 농담이다.
 
  숙박검열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통제하는 수단이다. 아예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얽어매는 것이다. 북한은 그래서 전 지역이 글자 그대로 병영사회(兵營社會)다. 매일 당하는 일이다 보니, 주민들은 으레 그런 줄 알고 지낸다. 그것이 심각한 인권유린이며 사생활(私生活) 침해이자 개인 생활을 옥죄는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 영화 〈대한추위〉를 보았을 때 반감을 가지거나 의문을 갖는 대신 웃고 즐거워하게 되는 이유다.
 
 
  ‘숙박검열’ 없는 지상낙원
 
  숙박검열에 반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본인이 걸렸을 때’다. 국경연선에서 숙박검열에 걸리면 목숨이 위험하다. 탈북기도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뇌물을 써서 빠져나오려 해도 엄청난 돈이 든다. 그래서 일단 ‘뛰고 본다’. 탈북 거사일이 아니었지만, 숙박검열에 걸려 그 길로 도망을 쳐 강을 건넜다는 탈북자도 많다. 그들은 뛰면서 생각한다. ‘어디까지, 언제까지 달려야 하나? 어디서라야 내가 안 잡힐 수 있을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북한 안에서는 어디든 안전하지 않다는 것. 오늘을 운 좋게 넘긴다 해도, 숙박검열은 내일도 모레도 1년 내내 빠짐없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경연선에서 숙박검열에 걸려 ‘뛰어본’ 경험이 있는 탈북자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숙박검열이 없는 대한민국이 바로 지상낙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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