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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김정일 피아노 선생 잔혹 처형 內幕

김정일 머리카락·손톱 외부 유출 적발, 관련자 3명 알몸 상태에서 총살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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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정보꾼 A씨와 거래하던 B씨 “북한 여성 C씨로부터 받은 김정일 머리카락과 손톱 남한으로 보냈다”
⊙ 북한 여성 C씨는 유학파인 김정일 피아노 선생 D씨 통해 김정일 머리카락, 손톱 입수
⊙ D씨는 김정일 자택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E씨와 머리카락과 손톱 수집
⊙ 보위성 조사 결과 보고받은 김정은 대로… “최고지도자 배신한 놈들은 짐승이니, 벌거벗긴 후 죽여라”고 지시
⊙ 北 일부 고위층만 모인 곳에서 나체 사형 거행… 일부 참석자 정신적 충격
⊙ B씨의 정체는?… 한국인인지, 한국 국적의 탈북자인지, 미국계 한국인인지 의견 분분
⊙ 김정은, 본인 건강 정보 유출에 민감… 장군님의 분변까지 보호하는 호위총국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던 북한인 A씨. 그는 ‘정보장사’로 짭짤한 수입을 챙겼다. 폐쇄적인 통치체제 속에 많은 실상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북한 정보는 돈이 된다. 남북관계 긴장이 고조되던 2014년(43회 도발), 2015년(목함 지뢰사건·서부전선 포격), 2016년(4차 핵실험) 김정은은 국가보위성(국정원 격)에 우리 쪽으로 넘어오는 북한 정보를 차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보위성 요원들은 ‘정보장사 소탕작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A씨는 체포됐다.
 
  조사 중 보위성 요원이 A씨에게 이야기했다.
 
  “돈을 받고 정보를 유출한 대상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가족을 모두 죽여버리겠다. 너와 가족이 살 길은 누구에게 정보를 줬는지를 밝히는 것뿐이다.”
 
  A씨는 보위성 요원에게 자신이 정보를 판 대상 B씨에 대해 실토했다. 보위성의 작전은 간단했다. A씨에게 B씨를 평양 대동강변까지 유인하라고 한 것이다. A씨가 B씨를 유인하면 체포할 계획이었다. A씨는 B씨에게 주로 접선해오던 단둥에서 만나자고 연락했다. B씨는 아무 의심 없이 단둥으로 나왔다. A씨가 B씨에게 이야기했다.
 
  “신의주를 통해 평양 대동강변으로 들어가자. 그곳에 가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정보를 줄 수 있다.”
 
  B씨는 A씨를 믿고 대동강변으로 갔다. B씨는 자신의 결정이 비극의 시작일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동강변에 도착하니 잠복해 있던 보위성 요원들이 B씨를 덮쳤다. A씨는 당황한 B씨의 눈길을 피했다. 이때가 2015년이라고 고위 탈북자들은 얘기했다.
 
 
  발칵 뒤집힌 보위성
 
김정은이 2019년 4월 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인상을 쓰며 말하는 모습.
  B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보위성이 발칵 뒤집혔다. B씨의 입에서 엄청난 증언이 나온 탓이다.
 
  “북한에 있는 여성 C씨를 통해 김정일 생전 그의 머리카락과 손톱을 입수해 남쪽으로 보냈다.”
 
  최고 수뇌부의 생체 정보는 1급 기밀이다. 하물며 최고지도자의 모든 것을 극비로 취급하는 북한에서 김정일의 건강을 파악할 수 있는 머리카락과 손톱이 ‘괴뢰’라 규정지은 남한으로 보내졌다니, 그들 입장에선 경천동지할 일이었다.
 
  보위성은 여성 C씨를 잡아다 조사했다. 여성 C씨는 “자신의 내연남 D씨가 김정일 피아노 선생이었는데, 그를 통해 김정일의 손톱과 머리카락을 입수해 B씨에게 전달했다”고 털어놨다.
 
  내연남 D씨는 ‘유학파’로 김정일 자택에서 김정일이 원할 경우 즉석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일을 했다. 간혹 피아노 연주에 관심을 보이는 김정일에게 피아노 치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D씨를 ‘김정일 피아노 선생’이라 칭하는 이유였다. ‘영화광’인 김정일은 영화에 사용할 음악을 직접 선정할 만큼 음악에도 상당한 소질과 관심이 있었다. 피아노 선생을 집에 들인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1978년 1월, 홀로 홍콩에 갔다가 북한공작원에게 납치됐던 영화배우 고(故) 최은희씨는 생전 “가극 〈피바다〉의 경우 거기에 사용할 곡으로 2000곡을 작곡시킨 다음, 그중에서 김정일이 직접 수십 곡을 골라 최종 연습시켰다”며 “김정일은 연극·영화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상당한 소질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생전 “음악은 나의 첫사랑이고 영원한 길동무이며 혁명과 건설의 무기”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김정일에게 음악은 ‘혁명의 무기’였다. 김정일은 만수대예술단을 만들어서 김일성에게 바쳤고, 자기 시대에 와서는 북한식 전자악단인 ‘보천보전자악단’을 만들었다. 2009년 5월에는 후계자 김정은의 ‘은’ 자를 따서 북한 최초 팝 오케스트라 ‘은하수관현악단’을 만들어줬다. 은하수관현악단은 연주자 70명에 성악가까지 합쳐 100명이 넘는 대규모 관현악단이다. 김정일은 생전 이 악단을 공들여 키웠다.
 
  D씨를 체포해 조사한 결과, 그와 함께 ‘김정일 자택’에서 일한 남성 E씨도 D씨가 내연녀 C씨에게 김정일의 머리카락과 손톱을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정보 장사꾼 A씨와 그에게 정보를 사던 남한의 B씨를 조사해보니 B씨가 북한 여성 C씨로부터 김정일의 머리카락과 손톱을 입수해 남한으로 보냈다. C씨는 김정일 자택에서 일하는 D씨의 내연녀였고, 자택에서 같이 일하던 E씨가 D씨를 도왔다”는 당시 보위성 부장이던 김원홍의 보고를 받은 김정은은 대로했다.
 
  김원홍은 김정은 체제 출범 직후인 2014년 4월 국가보위성 장(長)에 임명돼 2013년 12월 장성택 당 행정부장, 2015년 4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같은 해 5월 최영건 내각 부총리 등의 숙청을 주도했다. 한때 ‘사실상의 2인자’로 불린 인물이었다. 하지만 보위성 조직을 기존 10만명에서 15만명으로 늘리는 등 세(勢)를 불리고 정적이 많아지면서 견제가 심해지자, 2017년 2월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5월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으로 잠깐 복귀하지만 이후 사라졌다. 일본 언론은 그가 평양 만경대 협동농장의 농장원으로 일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나체로 총살하라”
 
김정은은 당장 관련자 3명(C, D, E씨)의 사형을 명령했다. 김정은은 “최고 존엄을 배신한 자는 인간이 아닌 짐승이다. 짐승은 옷을 입지 않으니, 나체 상태로 총살하라”고 했다.
  김정은은 당장 관련자 3명(C, D, E씨)의 사형을 명령했다. 김정은은 “최고 존엄을 배신한 자는 인간이 아닌 짐승이다. 짐승은 옷을 입지 않으니, 나체 상태로 총살하라”고 했다.
 
  사형은 고위 간부들만 모인 자리에서 진행했다. 그들의 죄목을 나열한 후 흰 커튼이 젖혀졌다. 3명이 발가벗겨진 상태로 묶여 있었다. 참석자들 대부분은 고개를 돌렸다. 화가 가시지 않았는지 김정은은 “어떻게 최고 존엄의 신체 정보를 괴뢰진영에 보낼 수 있느냐”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사형이 진행됐다. 공개처형 참석자 중 일부는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나체 상태로 쏴 죽이라고 지시한 것은 (김정은) 장군님이 너무 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김정일의 머리카락, 손톱을 수집한 것은 돈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정보장사 경험이 있는 한 탈북자의 이야기다.
 
  “당시 어느 나라든 김정일이나 김정일 측근과 관련한 정보를 가장 비싸게 쳐줬다. 지나간 일 말고 앞으로 일어날 일, 그러니까 누가 어떤 자리에 임명된다든지 누가 해임된다든지, 김정일 측근이 어느 곳을 방문한다든지 김정일 건강이 어떻다든지 등의 정보는 많은 돈을 받고 팔 수 있었다.”
 
 
  남한에 김정일 머리카락, 손톱 넘겼다는 B씨의 정체는?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잔혹하게 처형당한 북한인 3인으로부터 입수한 김정일의 머리카락과 손톱을 남한에 전달했다고 보위성 조사과정에서 밝힌 B씨의 정체다.
 
  《월간조선》이 취재를 위해 접촉한 다수의 고위 탈북민은 B씨 존재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한국인이라고 하는 탈북민도 있었고,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하는 이도 존재했다.
 
  한국인부터 살펴보자. 현재,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은 공식적으로 7명이다. 3명은 선교사(김정욱・ 2013년 10월, 김국기・2014년 10월, 최춘길・2014년 12월 억류)고, 또 다른 3명은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민이다. 이들 중 북한이 신원을 공개한 사람은 2016년 5월 북중(北中) 접경지역에서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고현철씨다. 북한은 2016년 7월 평양에서 고씨의 자백 기자회견을 열고 ‘그가 어린이 유괴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3명 중 1명은 2016년 3월 북중 접경지역에서 납치된 탈북민 김원호씨로 알려졌다. 다른 1명은 함진우씨(인터넷 매체 북한전문기자・2017년 5월 납치 가능성)다. 마지막 1명은 신원미상이다. 한국 국적의 탈북민이라고만 알려졌다.
 
  이들 중 B씨가 존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B씨는 2015년에 잡혔는데, 6명 중 2015년에 납치·체포돼 억류된 사람은 없었다. 다만 2015년에 체포됐다고 착각할 만한 인물은 2014년 말에 억류된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와 2016년 초 납치된 탈북민 김원호씨, 신원미상 1명 등 총 4명이다. 이 중 김국기·최춘길·김원호씨는 선교사다. 모두 북한 주민들에 대한 지원 활동을 하다 체포됐다. 첩보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신원미상 1명일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이들 외에 알려지지 않은 한국인 억류자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단정할 수 없다. 한 탈북자 단체 관계자는 “북한으로 납치된 한국 국적의 탈북인 중에는 알려지지 않은 인물도 많다”고 했다.
 
  만약 이들 중 한 명이 B씨였다면 김정은 입장에서 공개 안 할 이유가 없다. 당시는 남북 경색 국면이라 더욱 그렇다. 북한 내 혁명조직원을 잡았을 때도 그의 죄목을 하나하나 공개하고 처벌한 김정은이다.
 
 
  미국계 한국인 가능성?
 
  B씨의 정체와 생존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그가 조사 과정에서 거짓을 말했을 수도 있다. 다른 나라에 김정일의 머리카락, 손톱 등 생체정보를 제공하고서 남한에 줬다고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B씨가 한국 국적이 아닌 미국계 한국인일 가능성도 제기되는 이유다.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계 한국인 3명은 모두 석방됐다.
 
  이들 중 한 명이 언론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하긴 했다.
 
  “2006년쯤부터 미국 정보기관(어딘지 밝히진 않았다)의 요원들과 접촉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 국가정보원과도 접촉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을 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 다만 북한에서 사업하면서 접한 북한 고위층 정보, 북한의 핵개발 및 미사일 기지 관련 정보, 북한 수뇌부의 동향, 북한 주민들의 민심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전달했다. 미국이 제공한 손목시계 모양의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전달한 일도 있었다.”
 
  B씨를 잔인하게 죽였는지, ‘선전’의 귀재 북한에서 아무런 이야기가 없으니 현재로선 그의 정체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 사건 자체가 ‘북한의 자작극’일 수도 있다. 남한과의 적대감을 고취하기 위한 일종의 ‘쇼’란 분석이다. 하지만 자작극이라면 3명을 북한 고위급만 모인 자리에서 죽일 게 아니라, 대학생 등 많은 주민을 모이게 한 다음 처형했을 것이다. 김정은은 은하수관현악단원들을 단체로 총살할 때도 평양시내 학생들을 다수 모이게 했다.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종합해보면 B씨가 한국인인지, 한국 국적의 탈북자인지, 미국계 한국인인지 파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황상 김정일의 신체정보가 B씨를 통해 타국으로 유출된 것은 사실이며, 이로 인해 북한인 3명의 ‘나체 총살’은 행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다.
 
 
  나체 사형은 김정은만이 할 수 있는 결정
 
  잔인한 처형 방식만 봐도 고위 탈북자들의 증언에 신뢰가 간다. 김정은이 권력을 잡으면서 북한의 처형 방식은 더욱 잔인해졌다. 물론 상체가 거의 없어질 정도로 총을 쏴 죽이는 김정일 때도 잔혹한 건 매한가지지만 강도가 더욱 세졌다. 아버지가 총으로 처형했다면 김정은은 포(砲)를 동원한다. 박격포·고사포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김정은은 잔인하게 죽인 사람의 머리를 전시하는 ‘사이코패스’로 의심할 만큼의 변태적 성향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10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에 대해 ‘고모부 장성택을 죽이고 머리를 다른 사람들이 보도록 전시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비공개로 열린 지지자 모임에 참석해 “(김정은과 협상은) 프랑스 대통령과 협상하는 것과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모임의 참석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살해하고 그의 머리를 다른 이들이 보도록 전시(display)했다는 이야기를 아주 생생하고 상세하게(graphically detailed) 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신체정보를 수집하고 외부로 넘긴 ‘김정일 피아노 선생’을 비롯한 3명을 잔인하게 처형한 것은 이 정보가 남한으로 갔다는 확신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건강이나 DNA 정보는 각국 정보기관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아이템이다. 특히 베일에 싸인 은둔의 지도자 김정일은 더욱 그랬다. 미국이 김정일의 건강 관련 정보 수집을 위해 전직 대통령까지 활용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9년 8월, 그해 3월 북중 접경지역에 취재하러 갔다가 북한 당국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을 데려오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이때 클린턴 주치의 역할을 하는 로저 밴드 펜실베이니아대학 의대 교수가 동행했다. 당시는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김정일의 건강상태가 주목받을 때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응급의학 전문의인 밴드 교수가 방북하기 전에 정보기관으로부터 김정일을 만나게 될 경우에 대비한 ‘교육’을 받는 것을 허락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밴드 교수에게 김정일의 걸음걸이를 비롯해 치아, 머리카락, 손발의 움직임, 발음 등을 정밀하게 관찰할 것을 요청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약 3시간 동안 김정일을 만나는 자리에 밴드 교수를 배석시켜 김정일을 바로 코앞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밴드 교수는 평양에서 돌아와 자국 정보기관에 김정일의 건강상태를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무부의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는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당시 수집된 정보 등을 토대로 2010년 3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 정부 관계자 등에게 김정일의 남은 수명이 ‘3년 정도’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정일 건강정보는 세계가 눈독 들였던 아이템
 
국가 최고지도자의 건강이나 DNA 정보는 각국 정보기관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아이템이다. 특히 베일에 싸인 은둔의 지도자 김정일은 더욱 그랬다. 그래픽=조선일보
  김정일의 건강이 세계적 관심사가 된 시기는 2008년 8월 중순. 그때부터 은둔 상태에 들어간 김정일에 대한 건강이상설은 그가 꼭 참가할 수밖에 없는 공화국 창건 60돌(9월 9일) 기념행사에 불참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수개월째 지속된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은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가려낼 수 없을 정도로 온갖 루머와 추측으로 얼룩졌다. 그때는 김정은이 후계자 수업을 받는 시기였다. 후계자 지목도 하지 않았는데, 김정일이 죽을 경우 혼란은 불가피했다. 김정일의 건강은 북한 미래와 직결된 문제였던 것이다.
 
  북한 당국은 장소와 날짜도 밝히지 않은 김정일 사진을 공개하면서 김정일 ‘건재설’을 퍼뜨리느라 안간힘을 썼다. 2001년부터 후계자 수업을 받은 김정은도 이를 다 지켜봤다. 이후 북한은 김정일 건강 정보에 대한 보안에 더욱 신경을 썼다. 2008년 9월 12일 우리 정보 고위 관계자는 “김정일이 건강을 점차 회복해 양치질할 정도의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뇌 혈종일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 북한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정보 당국은 김정일이 쓰러지고 2~3일 이후에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정일 손톱 색에 주목한 한국
 
  《월간조선》은 2008년 12월호 ‘한국 정보 당국, 김정일 뇌 사진 확보 뇌졸중 확인’ 제하(題下) 기사에서 “한국 정보 당국이 북한에서 외국으로 전송된 여러 장의 김정일 뇌 사진을 가로채(해킹해) 분석한 결과, ‘김정일이 5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의 일부다.
 
  〈우리 정보 당국은 이 자료를 중간에서 가로채 파일에 걸린 암호를 해독한 후 국내 의료진 등과 김정일의 ‘뇌 사진’을 정밀 분석, ‘김정일의 통치가 5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일이 5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정보 당국의 보고서가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난 9월 9일 이전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전했다. (중략) 한미 양국의 정보기관은 김정일의 심장과 뇌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오래전부터 물증(物證)을 확보한 상태에서 추적해왔고, 이번 인터넷 해킹을 통해 김정일의 뇌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게 됐다.〉
 
  훗날 국가정보원(국정원) 고위 관계자들은 “이 보도 후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휴민트·HUMINT)는 거의 얻을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대적인 조사에 우리 휴민트 대부분이 축출된 것이다.
 
  공교롭게 김정일이 죽기 1년 전 우리 언론 등은 그의 손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것도 김정은이 김정일의 손톱과 머리카락이 남한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판단한 이유가 됐을 수 있다. 2010년 우리 언론은 김정일의 손이 최근 1년간 유달리 검어졌지만 손톱은 비정상적으로 하얀색을 띠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가 투석이 필요한 수준의 신장 질환을 앓고 있음을 드러내는 유력한 간접 증거라고 보도했다.
 
  신장내과 전문의들은 “신장이 안 좋아 몸에 요독이 쌓이면 햇볕에 쉽게 타고 빈혈이 심해지진다”며 “김정일의 손등이 유독 까맣고 손톱이 하얀 것은 이런 이유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상적 신장 기능이 100이라면 인공 투석은 10 정도의 기능밖에 하지 못하는데다 김정일이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요독과 불필요한 수분이 계속 쌓여 상태가 호전되기보다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정일은 2008년의 뇌졸중에서는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당뇨병 등으로 인한 만성 신부전증으로 2009년 5월께부터 인공 투석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 건강정보 누설될 당시 엄청난 혼란 겪은 김정은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의 건강정보가 누설됐을 때 북한 내부에 엄청난 혼란이 생겨 머잖아 북한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직접 확인했다. 그 때문에 본인의 건강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김정은은 2018년 6월 미북(美北)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에 방탄 리무진뿐 아니라 전용 이동식 변기까지 공수하도록 했다. 외국 정보기관이 자신의 배설물을 채취해 건강 상태를 엿볼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대변과 소변은 혈액·정액·타액만큼이나 중요한 체액을 함유하고 있다. 혈액 검사 같은 액체 생체검사가 가능해 건강과 관련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정인의 DNA를 파악하는 데도 이용된다. 북한 호위총국은 김정은 신변을 경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고지도자 동지의 분변(糞便)’까지 보호한다. 이동 중에도 공중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도록 수행 자동차 행렬에 지정된 화장실 차량을 배치하고, 전용 방탄 차량 안에는 비상용 ‘요강’을 비치해놓는다고 한다. ‘장군님의 배설물’은 어디에 가든 남겨두고 올 수 없다는 결기로 정신 무장된 것이다.
 
  김정은이 미북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2018년 6월 10일부터 2박3일간 묵은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은 일정 기간 객실에 손님을 받지 않았다. 김정은이 떠난 뒤에도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그의 머리카락이나 지문 등 ‘생체정보’ 노출을 막기 위해 북한이 조처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1박 비용이 한화로 약 780만원인 이 호텔 20층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약 335m2·약 101평)에 묵었다. 지난 2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평창올림픽 참석차 한국에 왔을 때도 북측은 호텔 직원의 청소를 극도로 경계했다.
 
 
  초고도 비만
 
국정원이 슈퍼컴퓨터로 들여다본 김정은의 건강. 그래픽=조선일보
  김정은은 건강정보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지만 우리는 나름 정확하게 김정은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있다. 화면에 나온 김정은의 모습만 봐도 대략 알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27일 첫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은 북측 판문각에서 남측 평화의집까지 약 200m 도보로 이동하는 것을 힘겨워했다. 실제 평화의집 방명록에 서명할 때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대화 도중에도 숨이 찬 듯 말을 멈추거나 깊게 호흡했다. 2016년 국정원은 김정은 몸무게를 130kg으로 추정해 국회에 보고했다. 김정은의 키를 넉넉잡아 170cm로 잡고 몸무게를 130kg이라 가정하면, 체질량지수(BMI)는 45다. 조경환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BMI 지수가 30 이상일 경우 고도 비만에 속하는데, 김정은은 그것을 뛰어넘어 초고도 비만(35 이상)군에 속한다”며 “실제 김정은은 뒷목과 턱밑의 살이 두껍게 접히는데, 이것은 초고도 비만의 증거”라고 말했다. 초고도 비만의 경우 뇌졸중, 심근경색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조 교수 설명이다.
 
  그가 200m를 걸으며 헐떡인 것도 비만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김정은의 뱃살이 장기(臟器)를 누르면서 폐활량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지난 남북정상회담 만찬 당시 화면을 분석해보면 김정은의 호흡 간격은 평균 2.9초였다. 2013년 신년사를 발표할 때는 6.2초였다. 두 배가량 숨이 가빠진 셈이다. 일반 성인 남성의 호흡주기가 5~6초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비정상적으로 호흡주기가 빠르다. 김정은은 이날 오전 판문점 내부 약 200m를 걸은 뒤 평화의집에 도착해 42초간 방명록을 작성했다. 42초간 숨을 내쉰 횟수는 35회로 1.2초에 한 번꼴이다. 김정은이 매우 긴장했거나,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아 폐활량이 떨어졌음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폐기종 환자처럼 쌕쌕”
 
2차 미북회담을 위해 중국을 철도로 종단하던 중 중국 난닝(南寧)역에서는 김정은이 담배를 피우자 동생 김여정이 직접 재떨이를 가져와 꽁초를 수거하는 등 정보 노출을 우려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지난 7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의 1박2일 방한 일정을 밀착 취재한 미국 〈폭스뉴스〉 앵커가 김정은의 건강이상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6월 30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을 최근접 거리에서 지켜본 터커 칼슨 〈폭스뉴스〉 앵커는 자사 프로그램 〈폭스 앤드 프렌즈〉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폐기종 환자처럼 쌕쌕거리며 숨을 쉬었다”고 표현했다. 칼슨은 이날 두 정상이 비무장지대(DMZ)에서 예고 없이 만난 순간을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고 설명했지만, 김정은의 건강은 나빠 보였다고 전했다.
 
  “김정은을 모욕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그는 헐떡이는 사람처럼 숨을 내뱉었다”고 설명한 칼슨은 “역사적인 순간이 그의 숨을 가쁘게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비전문가로서 나는 ‘이 사람은 매우 건강하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7월 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주 북한 김정은과 함께한 것은 훌륭했다. 그는 매우 좋고 건강해 보였다”고 반박했다.
 
 
  국정원 첨단 IT 활용해 김정은 건강상태 분석
 
  국정원은 첨단 I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해 김정은의 체형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이 프로그램 등을 통해 김정은의 건강을 평가한 결과 ‘성인병이 있지만 비교적 양호하다’고 판단한다고, 여야 정보위원들이 전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김정은이 등장하는 각종 동영상을 입력할 경우 그의 몸을 그물망처럼 360도 스캔해 과거 영상과 달라진 부분을 분석하도록 설계됐다. 국정원은 수년 전부터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지만, 최근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프로그램 성능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특정 동작을 반복·지속할 경우 원인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나아졌다고 한다. 김정은이 뒷짐을 지고 걷는 동작을 반복한다면, 허리와 전립선 중 어느 부위 통증 때문인지 분석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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