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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북한요지경

시진핑 방북과 판문점 회담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

“차 한 잔 마시다 끝난 회동에 무슨 대단한 의미 있나?”

글 : 장원재  배나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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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 듯 줄 듯 하며 미국 홀리는 거야 예전에 김계관이가 잘하던 짓 아닌가”
⊙ “북조선과 미국이 합의하고, 미국이 한국보고 돈 내라고 하면 한국이 안 내고는 못 버틸 것이라고 기대”
⊙ “김여정, 김정일 시기의 김경희 자리를 완전히 꿰찼다… 간부들 닦아세워 ‘불여우’라고 불러”
시진핑의 방북 사실을 보도한 《로동신문》. 사진=뉴시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났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다. 싱가포르・하노이 회동에 이은 세 번째 만남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김정은을 만났다. 지난 6월 20일에 방북(訪北)해 다음 날 중국으로 돌아갔다.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는 14년 만의 방북이었다.
 
  이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필자가 직접 전화를 한 것은 아니다. 북한 주민들과 직접 통화한 이들을 취재해 정리했다.
 
  지난 《월간조선》 4월호에 실린 ‘제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 후의 북한’ 기사를 보고 독자가 질문을 해왔다. “북한 휴대전화는 외부 연결이 불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어떤 방법으로 통화를 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위에 정책이 있다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는 법. 제일 확실한 방법은 국제전화가 가능한 중국 전화기로 바로 한국과 통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하다. 전파탐지를 심하게 하는 지역이나 내륙 안쪽과 연결할 때는 그래서 좀 더 복잡한 방법을 쓴다. 일단 북한 전화끼리 연결을 하고, 그 앞에 중국 국내용 전화기를 켜놓는다. 중국 국내에서 전화를 받는 사람은 자기 전화기를 국제전화가 가능한 전화기 앞에 놓는다. 몇 단계 중계국(?)을 거치는 탓에 음질(音質)은 많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직계가족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는 기쁨이 더 크다. 단속에 걸릴 확률이 낮고, 걸리는 경우에도 북한 국내 통화였을 뿐이라고 우기면 단속반도 뇌물을 받고 눈감아줄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방법을 쓴다. 전문용어(?)로 ‘뽀뽀전화’라고 부르는 연결방법이다.
 
 
  “朝中 연합해도 미국 이길 수 있나?”
 
  평양시민 A와의 전화 통화 내용이다.
 
  ― 미북정상회동, 북중정상회담이 열린 건 알고 있나.
 
  “조미회담, 조중회담 말인가? 안다. 둘 다 《로동신문》에도 나고 테레비에도 나왔다.”
 
  ― 주민들 반응은 어떤가.
 
  “미국 대통령 만나고, 중국 주석이 다녀간들 뭐가 달라지겠나. 미국과 중국이 우리를 도와주더라도 주민들한테 차례질 정도의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 왜 그렇게 생각하나.
 
  “미국이야 말로만 번드르르하지 경제제재를 하나라도 풀어준 게 없지 않나? 우리한테 도움을 준다면 중국인데, 나라끼리 주고받는 것은 어차피 우리에게 차례지지 않는다. 밑에서 실무일꾼들이 교역이든 사업이든 움직여야 돈이든 물건이든 우리 손에 들어올 텐데,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 말이 영 아니다.
 
  무역일꾼들이 하나같이 중국 기업인들의 태도가 예전과 다르다고 한다. 열이면 열 모두 다 북조선에 돈을 떼였다며 맞돈을 주지 않으면 안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교역을 하고 사업을 하겠는가.”
 
  ― 평양에 거주하는 간부들은 뭐라고 하나.
 
  “드러내놓고 뭐라고는 못 하지만… 트럼프를 만났다, 시진핑이 왔다 갔다는 정치적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도 졸라서 만나고 다녀가고 한 것이지만, 미국도 우리에게 관심이 아주 없지는 않다는 것과 조중(朝中) 연계성은 확인이 된 것 아니냐고 본다. 이 중에서 더 중요한 만남은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 것이다. 설령 중국과 조선이 연합해도 전쟁을 하자면 미국을 이길 수 있겠나?”
 
 
  평양도 배급 사정 악화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 그런 말 하면 위험하지 않나.
 
  “주변에서 이런 말 하는 사람이 제법 된다. 군관(장교)만 돼도 우리가 진다는 걸 다 안다. 차라리 미국이 빨리 쳐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전쟁 나면 질 때 지더라도 서울은 한 번 갈 수 있지 않겠나. 서울 가서 이팝이나 한 번 원 없이 먹고 싶다고들 한다.”
 
  ― 방송을 보니 길거리에 나선 주민들은 그래도 시진핑을 열렬히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하루 나가서 만세 부르면 직장 빠질 수 있으니까 나간 거다. 안 나가면 살 수 없고 먹고살자니 할 수 없이 나간 것이지 좋아서 나간 사람이 누가 있겠나.”
 
  북한 주민의 충성심에서 충실성이 사라지고, 생계형으로 대체되었다는 뜻이다. 통화 말미에 최고위급에 대한 배급상황도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는 전언(傳言)이 이어졌다.
 
  평양시의 경우, 간부와 시민에게 아직 배급을 준다. 하지만 보름 치 배급량 중 열흘 치만 지급하고, 그나마 1일분 식량 700g 중 100g은 전쟁물자를 비축해야 한다며 제한공급을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쌀과 잡곡 비율이 7대 3이었지만, 최근에는 옥수수나 콩으로 100% 지급되는 날도 있다고 한다.
 
  지방의 경우, 일반 공민에 대한 배급은 완전히 끊어졌다. 간부 본인에게는 아직 배급을 주지만, 가족 몫의 배급은 끊어졌다. 적극적으로 뇌물을 받거나, 식구 중 누군가가 장마당 벌이 혹은 밀수를 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불만과 불안이 모두 높은 상황이라고 한다.
 
  중국에 있는 탈북자 B씨는 중국 거주기간이 길어 중국 친구가 많다. 밀무역 거간 노릇을 하기에 ‘정보가 곧 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정확한 정보가 단골고객을 만든다’는 자본주의적 마인드를 습득한 인물이기도 하다.
 
  ― 주변에서 미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정은이 많이 급했던 모양이라고 한다. 북한은 이제까지 ‘너희가 만나자고 조르니 우리가 그럼 한번 만나주겠다’는 식으로 한·미·일 정상들을 만났다. 적어도 주민들에게 그런 식으로 선전을 해왔다. 이번에는 체면이고 뭐고 다 벗어버린 모양새였다.
 
  그래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 조미회담에 대해서는 별 기대할 것이 없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일단 미국과 조선 사이에 합의한 문건이 없지 않나. 합의문이 나와도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은데, 문서 한 장 발표도 못 하고 차 한 잔 마시다 끝난 회동에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겠나.”
 
  ― 북한이 미국과 거래를 한다면, 피차간에 주고받을 것이 있나.
 
  “남조선 언론을 보니 하노이 회담 때 북한에서 ‘사드배치 우리한테 하라’고 제안했다는데, 사실 여부야 내가 알 수 없지만, 북한 입장에서야 무슨 말인들 못 하겠는가. 줄 듯 줄 듯 하며 미국 홀리는 거야 예전에 김계관이가 잘하던 짓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말해놓고 북한 행동이 달라진 것이 있나.”
 
 
  美, “北 전략적 가치 대단한 것 아니다”
 
  ‘김계관이 잘하던 짓’이란 이런 것이다. 지난 7월5일자 《조선일보》 최보식 칼럼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2007년 뉴욕을 방문한 북한의 김계관이 이미 이런 운을 뗀 적 있었다. 그는 10년 넘게 미국을 요리했던 노련한 협상가였다. 뉴욕의 한인 식당에서 그는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을 만나 “미국은 왜 전략적 관점에서 북한을 안 보는가”라고 큰소리쳤다. 미국이 손을 잡아주면 북한은 지정학적으로 중국 견제 역할을 맡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미국 측 전문가들은 독재체제의 북한이 미국 편에 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고립 국면에서 시간을 벌고 경제 지원을 얻기 위한 술책으로 봤을 뿐이다.
 
  실제 김계관은 미국 편에 서는 것처럼 해서 미국 협상팀을 농락해왔다. 핵 사찰이 포함된 합의문에 서명하고는 방코델타아시아에 동결된 북한 비자금을 되찾아갔다. 그 뒤로 합의문은 휴지 조각이 됐다. 은퇴한 김계관이 작년에 미국을 압박하는 성명(聲明)으로 잠깐 존재를 드러낸 적 있다. 미국에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팔던 그의 협상술이 여전히 살아 있었다는 뜻이다.〉
 
  당시 미국 측의 답변은 ‘북한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당신(김계관)이 평가하는 것만큼 그렇게 대단하고 절대적인 가치는 아니다’였다. 문제는 행동이다. 2007년이나 2019년이나 북한은 조금이라도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을까? 이에 대해 그 탈북자는 이렇게 말했다.
 
 
 
“핵 포기 말라는 ‘충성의 편지쓰기’ 운동 벌여”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지난해 말 북한 전역에서 ‘충성의 편지쓰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절대 핵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거의 모든 당원이 당 중앙에 편지를 보냈다. 이게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보나? 위에서 이렇게 지시가 내려왔으니 시키는 대로 한 거지. 인민들 절대다수가 핵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하니 장군님께서 인민들 바람대로 핵을 지켜주실 거다, 라고 내부 분위기를 잡아가는 거다.”
 
  ― 핵 포기 대가로 상당한 돈을 받는다면.
 
  “액수가 얼마든 인민들이 납득 못 한다. 핵무기 개발한다고 사람들이 숱하게 굶어 죽었지 않나. 그 목숨값이 얼마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조선 돈 다 준 대도 부족하다고 생각할 거다.”
 
  ―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두고 중국에서는 뭐라고 하나.
 
  “중국이 북한에 줄 것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들 한다. 내 주변 사람들 이야기다.”
 
  ― 북한이 뭘 요구했다고 들었나.
 
  “북한은 예전부터 중국에 세 가지를 요구했다. 전쟁준비, 군대유지, 군수산업 유지 비용이다. 예전에는 이 비용을 중국이 댄 것이나 마찬가지다. 1980년대 초까지 북한은 자체적으로 탄약 생산을 했다. 재료는 모두 중국산이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상황이 변했다. 제2경제위원회(군수산업체를 총괄하는 조직) 산하 20여 개 업체가 중국에 진출해 있었는데 일거리가 없어지면서 전부 철수했다. 그래도 군복 재료를 수입하는 피복 관련 회사는 중국에 남았다. 북한 경제는 군수경제와 인민경제가 따로 작동한다. 물론 주요 공장은 병진공장이기는 하다.”
 
 
  “中, 식생활 개선하라고 돼지 보내”
 
  ― 정확히 언제쯤 일어난 일인가.
 
  “1987년? 1989년? 천안문 사태가 1989년 6월에 터지지 않았나. 1989년 11월에 김일성이 당중앙위원회에서 비밀회의를 주재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 놈들이 우리를 도와줄 생각을 안 한다. 군수물자를 돈 주고 사겠다는데도 못 주겠다고 한다’라고 했다. 그전에 공짜로 받은 건 생각 안 하는 거지. ‘일본은 100년 숙적, 중국은 1000년 숙적’이라는 말이 그때부터 간부들뿐 아니라 공민들 사이에서도 널리 돌았다.”
 
  ― 그렇다면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방북 이후에도 중국이 북한을 안 도와줄 것이라고 보나.
 
  “도와주기는 도와줄 것이다. 단, 김정은이 간신히 길게 갈 정도로만 물자를 보내겠지. 최근에 식생활 개선하라며 400~500kg급 돼지를 보내서 지금 옥류관 창고에 수백 마리분의 돼지고기가 있다는 소문도 들었다. 장마당에 나온 락화생(땅콩)은 거의 다 이번에 중국에서 들여보낸 거다. 사료(飼料)로 보낸 고압으로 구운 콩은 북한에서 사람들 식량으로 쓰인다고 들었다.”
 
 
 
“北주민들, 잠재적 親美감정 있어”

 
  옌지에 사는 C씨는 중국 국적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친척이 많은데, 이 사실을 북한 당국도 알고 있다. 그래서 C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북한 간부들도 여럿이다. ‘먹을 알’과 ‘뒷배’가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북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C씨 같은 사람의 활동 범위가 늘어났다.
 
  ― 조중회담이 끝났다. 옌지 쪽 분위기는 어떤가.
 
  “아예 기대를 안 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경제봉쇄가 이어지면 북한이 핵개발 능력을 키울 수 없는 것 아닌가. 미국이 두 눈 부릅뜨고 있는데 중국이 드러내놓고 북한을 도와줄 수 있겠나?”
 
  ―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친서도 받았다고 공개하고, 판문점에서 깜짝 만남도 가졌다.
 
  “큰 의미 없다. 거기 어떤 내용이 있는지, 둘이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발표 못 하지 않는가? 잘못 말했다가 북한 민심이 돌아서는 수가 있다. 김정은은 그것이 무서울 거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는 미국에 대한 환상이 있다. 세계에서 제일 강하며 잘사는 나라니까. ‘미국이 철천지원수라고 그러더니 이번에 보니 우리 장군님 만나서 악수도 하고 웃으면서 보내주네’, 뭐 그런 말이 돌고 북한 인민들이 미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품는다고 생각해보라. 미국 얘기 잘못 꺼냈다가는 이런 환상이 북한 내부에서 독버섯처럼 번질 수 있다.”
 
  ― 미국에 대한 사상교육을 철저하게 하지 않나.
 
  “미국에 대한 교양의 반대급부가 있는 것이다. 선전선동하는 반미(反美)감정에 비례해서 주민들 사이에는 잠재적인 친미(親美)감정이 있다. 겉보기와는 많이 다르다.”
 
  ― 한국에 대해서는 어떤가.
 
  “북조선보다 잘산다는 것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래도 남쪽이 유엔과 미국 제재 때문에 북조선을 도와주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 다만 이번 조미회담을 두고 미국만 잘 구슬리면 한 10년 먹고살 돈은 생길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는 사람은 있다.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둘이서 만나는 동안 한국 대통령은 그 자리에 끼지 못했으니, 한반도 문제를 미국과 북조선이 결정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조선과 미국이 합의하고, 미국이 한국보고 돈 내라고 하면 한국이 안 내고는 못 버틸 거다 라고 기대를 하는 거다.”
 
  ― 지금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려워서 ‘고난의 행군’이 아니라 ‘지옥의 행군’이라는 말이 나온다는데 사실인가? 대량 아사 사태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나.
 
  “남쪽 기준으로 하면 식량이 부족한 것은 맞다. 하지만 북조선 인민들이 언제 배불리 먹어본 적이 있나. 옥수수 먹고, 감자 먹으면서 굶어 죽지 않고 버티기는 할 거다. ‘고난의 행군’ 때는 배급이 끊어지면서 지식인·늙은이들이 많이 죽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조금만 더 기다려라’ 라는 말만 믿다가 죽었다. 아무래도 조짐이 이상하다며 흉흉한 소문이 도는데도 쌀값이 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두 배가 되고, 다음 날 또 두 배가 되고… 지금은 다르다. 장마당에서 어떻게든 살길을 찾을 거다.”
 
  ― 그런데도 쌀값이 안 오르는 이유는 뭔가? 북한이 그만큼 안정되어 있다는 뜻인가.
 
  “쌀값이 안 오르는 이유가 있다. 쌀이 장마당에 돌기는 돈다. 그런데 살 사람이 없다. 거래가 없으니 값이 안 오르는 것이다. 돈주들이 쌀을 잔뜩 사 모았는데 일반 주민들은 자본주의 말로 구매력이 없는 거다.”
 
 
  “김여정 악독하다는 얘기도 나와”
 
지난 6월 12일 이희호씨 빈소에 보내는 조화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전달하는 김여정(왼쪽). 김여정은 김정일 시절 김경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뉴시스
  ― 한국 정부가 식량 지원을 한다는 걸 북한 주민들은 알고 있나.
 
  “모른다. 안다고 해도 국제기구가 노력해서 성사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대한민국 국민에게 고마워하지는 않을 거다. 북조선이 한국에다 쌀을 달라고 직접 요청한 적이 없지 않나. 북한 인민들은 ‘잘사는 친척이 어렵게 사는 친척 도와주는 것이 뭐 그리 대수냐’ 라고 생각한다. 간부들 가운데는 ‘우리가 핵으로 지켜줘서 남쪽이 잘살게 된 것이니, 값으로 치자면 북조선이 받을 것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다.”
 
  설마 그렇게 생각할까? 설마가 아니다. 2006년 7월 서울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북의 속내가 드러난 적이 있다. 당시 북측 단장 권호웅의 발언이다. 그는 미사일 발사에 대한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 없이 ‘민족공조’를 내세우며 체제 선전과 대남(對南) 요구 사항만 줄줄이 늘어놨다. 한미연합군사연습 중지를 비롯해 관광객의 금수산기념궁전 등 참관지 제한 및 국가보안법 철폐 요구는 물론 50만t 쌀 차관과 경공업 원자재 제공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렇게 요구한 근거(?)를 밝혔다.
 
  “선군(先軍)정치가 남측의 안정을 도모해주고 남측의 광범위한 대중이 선군의 덕을 보고 있다”는 발언이었다.
 
  ― 미북회동, 북중회담과 관련해서 더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한국에서는 현송월·김여정이 시진핑 환영행사 때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화제였다고 들었다. 의전이 어땠느니, 언론보도가 많지 않았나.
 
  평양 사람들 얘기를 들으니 김여정의 권력과 역할이 상당히 강화되었다고 하더라. 예전 김정일 시기의 김경희 자리를 완전히 꿰찼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차라리 김경희가 그리웠다’고 말한단다. 김여정이 악독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평양 간부들을 얼마나 꼬치꼬치 닦아세우며 몰아붙이는지,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라는 것이다. 김경희는 그래도 원로들을 예우하는 맛이라도 있었지만 김여정은 다르다고 한다. 심지어는 김여정을 ‘불여우’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평양 원로 간부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돌고 이런 이야기가 나 같은 사람 귀에까지 들어오면 말 다한 것 아닌가. 평양이고 지방이고, 정말이지 충성심이 예전 같지 않다.”
 
  ―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소문도 있다.
 
  “거기서도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 북한 주민들은 러시아를 우습게 본다. 소련이 해체된 뒤, 러시아를 ‘미국에 진 나라’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위 세 사람의 의견이 북한 주민 전체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북한은 세계 최악의 폐쇄적인 사회다. 정보 유통과 여론 형성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세 사람의 배경이나 거주지가 다르다고 해도, 결국은 자기 주변의 한정된 인물들로부터 득문(得聞)할 수밖에 없다. 그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들을 통해 북한 내부의 흐름은 비교적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 그전에는 본인 신념에 따른 것이든 처벌이 두려워서든, 할 수 없고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이제는 공공연하게 전화기를 통해 전해진다는 것 자체가 북한 내부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극적인 사건은 그래서 현재진행형인지도 모른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역사(歷史)는 웅변한다, 말 다음으로 어김없이 행동(行動)이 뒤따랐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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