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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소식

정치 전면에 등장한 北 장막 속의 ‘3층 서기실’

당 조직지도부가 담당했던 대외관계 업무도 총괄하는 등 권력 핵심

글 :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jgws8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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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설득해 김정남 암살과 장성택 처형도 기획
⊙ 김씨 일가의 집사 역할 하다가 2015년부터 몸집 1.5배 불리며 권력화
⊙ 김창선 평창올림픽 때 남한 방문으로 첫 모습 드러내
⊙ 3층 서기실은 美 백악관, 南 청와대 비서실 흉내 내기 위한 것
북한 노동당 서기실이 김정은을 설득해 김정남 암살과 장성택 처형을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태영호 전 공사가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북한 권력의 핵심인 노동당 서기실의 실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북한 막후에서 움직이던 서기실이 몇 년 전부터는 몸집을 불리며 정치 활동 전면에 나서고 있다. 서기실은 장막 뒤에 숨어 가장 은밀하고 위대하게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신격화하고 세습 통치를 유지하기 위한 권력을 움직였다. 태 전 공사는 책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3층 서기실은 북한 주민들도 잘 모르는 조직이다. 서기실이 어느 건물 3층에 있어서 붙여진 별칭이 아니라, 3층 규모의 건물 전체를 쓰고 있어서 유래된 이름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김정은의 집무실이 있는 당 중앙 청사가 3층 규모인데, 이 청사에서 김정은의 사업을 가장 근접해서 보좌하는 부서를 3층 서기실이라고 한다.”
 
  서기실은 우리의 청와대 비서실이나 비슷하다. 전국적으로 모든 기관들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종합해 보고를 하는 기관이다. 서기실의 막강한 힘은 정보에서 나온다. 이는 북한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와 권력이 이곳에 모이게 되고 막후에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키워 온 당 서기실 대외업무 총괄
 
북한 노동당 본관 앞에서 김정일과 주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김정은 집권 이후 2015년부터 현재까지 노동당 서기실은 기존에 비해 1.5배 정도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기실이 확대되면서 기존 당 조직지도부에서 하던 대외관계 업무를 서기실에서 총괄하게 됐다. 서기실은 과거 김정일 시대에서는 베일에 꽁꽁 싸여 노출된 적이 거의 없었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의 지시로 인해 노동당 서기실이 기존보다 1.5배 커졌고, 과거 당 조직지도부가 관장하던 국제문제를 모두 서기실에서 총괄하게 됐다. 김정일 시대의 막후 정치로 김씨 일가의 권력을 유지시키던 서기실이 전면에 나선 것은 놀라운 사건이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서기실의 규모를 늘리며 국제문제를 이곳에서 관리하게 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다. 김정은은 내부 결속 강화로 북한을 이끌던 김정일과 달리 대외정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노동당 조직지도부, 외무성, 통일전선부에서 남북관계와 국제문제에 대한 전략을 김정일, 김정은에게 보고하고 실행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일 시대 조직지도부, 외무성, 통전부가 모든 대외문제를 주도했다. 하지만 서기실이 대외부문을 가져가면서 김정은 자신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로 보여진다”면서 “과거 대외정책에 관해 아이디어도 짜고 하던 3개 부서는 실행하기 급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여정도 공식적으로 조직지도부 소속이긴 하지만 김창선과 서기실 일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즉 김정은은 동생인 김여정과 함께 대외전략을 짜겠다는 것이다. 물론 서로에 대해 잘 아니까 어떤 면에서 보면 업무의 효율성이 날 수도 있다”면서 “반대로 생각하면 더 위험하다. 자기들끼리 만들고 실행하다 보면 잘못한 부분이 분명히 나온다. 과거 간부들에게 일을 시키고 잘못하면 처벌했지만 이제는 간부들이 자신이 한 것도 아닌데 벌을 받게 생겼다”고 했다.
 
  특히 서기실은 김정은의 결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17년 암살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도 서기실에서 김정은을 설득해 시행한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모부 장성택 처형도 서기실 지시로 이뤄졌다. 한 고위 관계자는 “서기실의 권력은 막강하다. 김정은이 하는 모든 결정은 서기실에서 시작해 여기서 끝난다고 보면 된다. 대표적으로 김정남 암살과 장성택 처형도 서기실에서 기획하고 김정은을 설득해 이뤄진 것이다”고 했다.
 
 
  김정은 첫 비서실장 김창선은 누구?
 
  현재 김창선이 북한 서기실의 공식적인 수장이다. 김정일 사후 김정은이 집권하게 되면서 공석이었던 서기실 실장 자리를 김창선이 맡게 됐다. 사실상 김정은의 첫 비서실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김창선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8년 2월 5일 김여정의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위해 방남 당시 북한대표단 지원 인력 중 한 명으로 참가했다. 이후 2018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됨에 따라 정상회담을 위한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 등 총 3번 북측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4월 27일에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김여정과 김영철을 레드카펫에서 동선 이동에 대한 손짓 지시 및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도보회담에서도 모습을 보이는 등 북측 비서실장의 역할을 수행했다.
 
  과거 북한 서기실 수장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과는 달리 김창선의 등장은 서기실이 공식 활동 무대에 등장했음을 보여준다.
 
  김창선은 평소 ‘김씨 일가’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면서 김정은에게 올라오는 모든 보고를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선은 중장(우리의 소장) 계급장을 단 군복을 자주 입고 북한 언론에 등장했다. 서기실은 원래 우리 청와대 부속실과 비슷하지만 정책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고 최고 지도자와 그 가족의 일상을 돌보는 역할을 맡았으나 2015년 이후 달라졌다.
 
  1944년생으로 알려진 김창선은 함경북도 명천군 출신으로 김일성종합대학 러시아과를 졸업했다. 김창선이 일찍부터 출세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사별(死別)한 전처 류춘옥의 후광 때문으로 알려졌다. 류춘옥(당 국제부 과장 출신)은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와 ‘절친’이었다. 김일성이 광복 후 북한에 왔을 때 김정일·경희 남매를 류춘옥 집에 맡겼다고 한다.
 
  당시 김정일 남매를 기르다시피 한 류춘옥의 모친은 지금도 살아 있는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장이다. 빨치산 출신인 황순희는 김정일에게 반말이 가능했던 유일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황순희의 남편은 6·25 때 가장 먼저 서울에 입성했던 ‘105탱크여단장’ 류경수다. 김창선은 2000년 김용순(대남비서)의 특사 방한 때 ‘박성천’이란 가명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접견했다.
 
 
  “김여정이 서기실 실세로 보여”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방문 영상에서 김 위원장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방문했을 때 김창선(붉은 원) 국무위원회 부장이 수행하는 모습.
  김정은 집권 이후 서기실이 확대된 것은 미국의 백악관과 남한의 청와대 비서실을 모방한 것 아니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8년 북한은 대외정책에서 변화를 가져왔다. 2차례 남북 정상회담, 김씨 일가 최초 남한 방문, 미·북 정상회담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그 변화 뒤에 숨은 속내는 알길이 없다. 하지만 북한이 2015년부터 서기실을 키우면서 대외정책을 관장한 것은 오늘의 이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움직였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이 서방세계에 자신의 변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변화가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인지 정말 북한 주민들을 위한 변화인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라며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북한 서기실이 김창선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공개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또 김창선이 지난 평창올림픽 참석 당시 김여정을 보필하는 모습을 보면 김여정이 서기실의 실세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김정은이 서기실을 통해 북한을 통치한다면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는 어땠을까.
 
  김일성 시대에는 김일성이 총비서를 맡은 노동당 중심의 통치였다.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위상도 높았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확정된 것도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통해서다.
 
  김일성-김정일 공동정권 시대로 일컬어지는 1980~1994년 김정일에게 권력이 대부분 넘어가는 과정에서 노동당의 역할이 축소되고 수령 권력의 절대화가 심화했다.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은 절대적 수령으로서 통치했다. 서기실은 김정일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조직으로 발전했다. 김정일 시대 노동당은 수령과 서기실 지시를 집행하는 실무집단이 됐다.
 
  김일성 시대만 해도 노동당 내에 ‘집체 토의 체제’가 있었다. 김정일 시대에는 모든 사안을 수령에게 보고하고 결론을 받아 처리하는 ‘제의서 체계’가 수립됐다. 이 과정에서 서기실의 역할이 확장된 것이다.
 
  김정은은 김정일이 구축한 서기실 시스템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김정은이 틀어쥐고, 숙청하고, 안정화한 것은 기왕의 시스템이 그대로 작동된 덕분이다. 수령을 정점으로 한 서기실 중심 지도체제가 북한을 이끄는 것이다.
 
  서기실의 역할은 각 부서에서 컴퓨터를 통해 주보와 일보를 제출받아 김정은에게 보고한다. 김정은이 서명을 하면 ‘친필비준문건’이 된다. 구체적 지시 사항을 적어 서명하는 경우도 있다. 김정은이 봤다는 표시만 한 문건은 ‘보아주신 문건’ 혹은 ‘당중앙위원회 지시’라고 표현한다. 김정은이 문건을 직접 읽는지, 제목만 보는지, 제목도 안 읽는지 알 수 없다. 특정 부서가 하루에 보고하는 문건만 수천 쪽에 달한다. 대다수 문건은 ‘3층 서기실’에서 읽어보고 중요한 문건만 보고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서기실은 당의 조직이 아니라 수령의 조직”

 
  서기실은 당의 조직이 아니라 수령의 조직이다. 조선왕조 때 왕명을 출납하던 승정원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태 전 공사는 서기실을 이렇게 묘사했다.
 
  “3층 서기실이 실세 중 실세인 것은 시스템을 지탱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정은이 2015년까지 통일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치자. 그러면 3층 서기실은 김정은의 지시라며 각 부서에 개별적인 하달문을 내려보낸다. 인민무력부는 남조선 공격 계획을 작성해 보고하고, 외무성은 대북 유엔 제재 극복 안을 강구해 제출하라는 식이다. 어떤 부서든 이 사안에 대해 총체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한 3층 서기실이나 김정은에게는 모든 정보와 권력이 모이게 된다. 구체적인 정책이나 방안을 수립하는 기능이 없는 3층 서기실이 막후에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이유다.”
 
  “모든 결정이 신(神)인 김정은의 머리에서 나온 것처럼 보여야 하므로 서기실을 직속으로 두고 보좌받는 것이다. 서기실과 김정은만이 각 부서가 어떤 안을 보고했는지 안다.
 
  서기실 인사가 각 부서를 찾아오면 부장, 부부장이 문 앞에 나가 ‘오셨습니까’ 하면서 맞는다. 간부들이 반쯤 죽는다. 서기실 인사가 외무성에 나타나면 외무상도 그 앞에 딱 서서 꼼짝하지 못한다.
 
  김일성 시대까지는 노동당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갔으나 김정일 시대를 거치면서 서기실이라는 비선 보좌 그룹이 생겼다. 현재 각 부서의 보고가 서기실에 집중되고 서기실이 김정은과 협의해 정책을 밀고 나간다. 서기실 인사들은 《노동신문》에 이름, 얼굴이 안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격폐(隔閉)된 지역에 거주한다.”
 
  북한 체제는 이 같은 시스템을 이용해 지금까지 3대에 걸쳐 이어오고 있다. 김정은이 선대(先代)보다 체계화된 조직을 만들게 된다면 통상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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