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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냐 지뢰냐… 국내외 기업들의 북한 투자 움직임

추상적인 北의 ‘북남경제협력법’, 북 당국의 재량권 지나치게 커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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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기업, 중국에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한 후 북한에 투자하는 방식 통해 리스크 최소화해야”(법무법인 바른 최재웅 변호사)
⊙ 북남경제협력법, 다수 조항이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규정…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
‌⊙ “김정은은 만약 해외 자본의 투자 러시가 자신의 통치력 손실로 이어진다고 판단되면 해외 투자자들을 가차없이 몰아낼 것”(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 연구소)
⊙ “북한은 돈 냄새를 맡으면 판단력을 잃는 곳”(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 낙후된 산업과 인프라, 경직된 행정체제도 투자에 방해 요인
  북한은 1984년 9월 이른바 ‘합영법’을 발표해 자본주의 국가도 북한에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30년 넘게 북한의 외국 기업 및 외자 유치 시도는 실패를 거듭했다. 핵이 가장 큰 문제였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자 해외 자본이 투자계획을 전면 철회 또는 보류했다. 2017년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안에 따라 북한 내 중국 기업이 대거 철수했다.
 
  평양 출신의 한 탈북민은 “중국이 북한 식당이나 북·중 합영 기업을 폐쇄하면서 평양 사람들의 심리적 충격이 크다고 들었다”고 했다. 김일성대 경제학부 교수를 지낸 조명철 전 의원은 “북한에 외국 상장 기업이 없는 것은 괜히 북한에서 사업하다가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오를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북한이 최근 ‘사업하고 싶은 국가’로 관심을 받고 있다. 미 재무부 출신으로 아시아개발은행(ADB)에도 몸담았던 윌리엄 톰슨은 북한을 “프리 프런티어 마켓(pre-frontier market)”으로 평가했다.
 
  실제 우리 입장에서 북한은 지정학적 위치, 풍부한 천연자원, 노동력, 동일한 언어와 문화 측면에서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새로운 시장이긴 하다.
 
  기존 인식이 크게 바뀐 데에는 남북 정상회담과 사상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은 6월 26일 경협을 주제로 마주 앉아 철도 문제를 논의했다. 28일에는 도로 협력, 7월 4일에는 산림 협력을 주제로 회의를 가졌다. 남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명분 삼아 전면적 경제협력(경협)에 시동을 건 것이다. 6·12 미북 정상회담 직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폭스뉴스와 CBS에 잇따라 출연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이행 때 얻게 될 경제적 보상을 언급했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러 차례 대규모 대북경협 의사를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에 투자, 진출하겠다는 국내외 기업 늘어
 
법무법인 바른은 북한 투자 시 고려해야 할 법률 등을 분석한 《북한 투자 법제해설서》를 발간했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남북경협에 대한 실질적 조치가 진행될 경우, 북한에 투자하거나 진출하겠다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 포괄적인 남북경협 우선권을 가진 현대아산은 8월 15일 전후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특히 주목하고, 롯데그룹은 북한을 넘어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의 동북 3성 식품 유통 호텔 사업들을 내다보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로 시련을 겪은 중소기업계도 재기(再起)를 준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이런 중소기업들을 지원할 ‘로드맵’을 마련 중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남·북한의 현실을 감안해 서로 수용하고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중소기업 진출 분야와 업종을 발굴하려 한다”며 “한반도 산업 클러스터와의 연계 방안, 북방 협력 고려 등도 감안해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기부는 북한 진출 희망 기업들을 위해 ‘투자 지침서’(가이드라인)도 만들 방침”이라며 “지난 2016년 2월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중단이 ‘트라우마’가 된 중소기업들에 북한 리스크 경감 방안을 제시하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투자 지침서에는 ▲투자 절차 ▲투자 지원 제도(보험 등) ▲투자 환경 ▲경제협력 관련 법·제도 체계(투자법, 노무제도, 부동산제도 등), 출입 절차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외국기업 또한 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6월 21일(현지 시각) 싱가포르 기업인 20여 명이 북한을 방문, 북한 내 투자와 사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싱가포르의 사업 컨설턴트인 마이클 헝은 로이터에 “미북 정상회담 다음 날인 13일 북한 측으로부터 사절단으로 방문해 달라는 초청을 받았다”면서 “싱가포르 기업인 18명과 오는 9월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기업인들은 북한 경제가 본격적으로 개방될 경우를 대비해 중국이나 한국보다 먼저 움직여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의 이득을 얻기 위한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최근 중국에서 금융권 인사, 민간 투자 브로커, 리서치 업체 등이 참석하는 대북 투자 포럼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과 국경을 맞댄 랴오닝성에서 북한의 경제 개방과 외자 유입으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포럼장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했다.
 
 
  “중국 모자를 써라”
 
경제신문 《이투데이》가 주최하는 제5회 대한민국 금융대전 마지막 날인 6월 29일 최재웅 변호사가 ‘북한투자 관련 법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실 북한 투자는 로또일 수도 지뢰일 수도 있다. 북한 투자 시 고려해야 할 법률 등을 분석한 《북한 투자 법제해설서》를 발간한 법무법인 ‘바른(대표변호사 문성우·김재호)’의 최재웅 변호사는 “중국 모자를 쓰는 것이 북한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열쇠 중 하나”라고 했다.
 
  5·24 조치와 같은 남북교류의 전면적인 금지조치가 다시 취해질 가능성을 대비, 국내 기업들은 중국에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한 후 북한에 투자하는 방식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른은 국내 로펌 중 가장 먼저 북한투자팀을 꾸렸다. 최 변호사는 중국 런민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중국 현지 로펌에서 근무한 ‘중국통’이다. 그는 북한투자팀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다. 바른 북한투자팀은 법무부 차관을 역임한 문성우(사법연수원 11기) 대표변호사와 법무부 법무실장을 거친 한명관(15기) 변호사를 비롯해 최재웅(38기) 변호사, 오희정 외국변호사, 한태영(41기) 변호사, 김용우(41기) 변호사, 최지훈 외국변호사, 장은진(변시 6기) 변호사, 이지연(변시 7기) 변호사 등이 있다. 바른은 1998년 판사 출신인 강훈·김재호·홍지욱 3명의 변호사가 설립했다. 브로커 없는 바른 로펌을 만들자며 이름을 바른으로 지었다. 현재 변호사 200여 명인 7대로펌의 하나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나와도 막을 방법 없어
 
2017년 2월 9일 개성공단 전면중단 1년을 하루 앞두고 경기도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북 투자 및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북한이 남북경협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2005년 7월 6일 제정한 ‘북남경제협력법’도 잘 살펴봐야 한다. 《북한 투자 법제해설서》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북남경제협력법은 주로 북한에서 이뤄지는 남북경제협력을 규율하는 기본법으로서 경제협력의 승인, 출입, 체류, 거주, 재산이용, 보호, 채용, 물자반입·출, 관세, 세금 및 보험가입, 결제은행 및 결제방식, 제재 및 분쟁해결 등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상당수의 조항들이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어 남북 경제협력의 승인 등에 있어 북한 당국의 재량권이 지나치게 클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북남경제협력법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을 경우, 북한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나와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최 변호사는 “(투자와 관련된) 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운용되는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북한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은 절차 과정에서 세부 규정이 미비하다”고 했다.
 
  실제 북남경제협력법에는 ▲사회의 안전과 민족경제의 건전한 발전,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보호, 민족의 미풍양속을 저해할 수 있는 분야의 북남경제협력은 금지된다(제8조) ▲북남경제협력 금지 분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북남경제협력에 대한 통일적인 지도권한을 가진 중앙민족경제협력지도기관이 북남협력에 대해 승인하는 과정에서 결정한다(제10조)고 적시돼 있다.
 
  ‘사회의 안전과 민족경제의 건전한 발전,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보호, 민족의 미풍양속을 저해할 수 있는 분야’라는 문구 자체가 상당히 추상적이며, 경제협력 금지 분야 여부를 판단하면서도 중앙민족경제협력지도기관에 광범위한 재량권이 부여돼 있어 법 적용을 두고 마찰음을 낼 가능성이 크다.
 
  1997년부터 나선의 임페리얼 카지노호텔 등 북한에서 건설사업을 해 온 조선족 기업인 전규상 천우건설 회장의 이야기다.
 
  “북한도 외국인 투자법 같은 건 다 있지만, 실제 집행이 잘 안 된다. 사장이 서명을 해 놓고 바뀌면서 잘못되기도 하고, 서명한 뒤 사업을 시작한 중국 업체는 들어오지 말라고 해서 빠지기도 했다.”
 
 
  북한 노동자 1일 8시간, 주 6일제로 48시간
 
  한국은 지난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시대가 열렸다. 근로자 300인 이상 공공기관과 기업 종사자들은 주당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해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 1953년과 1989년 근로기준법 제·개정, 2004년 주 5일제 전면 도입 이래 14년 만에 찾아온 노동환경의 큰 변화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북한에서 사업하는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우 북한 노동자를 우선 채용해야 하는데 아들의 노동시간은 1일 8시간 주 6일제로 48시간을 원칙으로 한다.
 
  급여는 분야와 업종에 따라 각자 다른데, 2015년말 기준으로 외국인투자기업에 채용된 북한 현지 노동자의 월 임금은 60~80달러이다. 합영기업에 채용된 북한 현지 관리자의 월 임금은 약 100~300달러이고, 외국인기업에 고용된 북한 현지 관리자의 월급은 약 600달러이다.
 
  직원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도 없다. 북한의 ‘외국인투자기업로동법’에 따르면 외국인투자기업은 계약기간이 종료되기 전이나 정년에 도달하기 전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다. 자연재해 등 불가항력의 사유 없이 다른 부서로 전출할 수도 없다.
 
  뭐니 뭐니 해도 북한 사업의 성공 여부를 가리는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의 제재다. 미국의 적대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이 경제발전을 이루려면 미국의 제재 해제 없이는 불가능하다. 베트남은 1985년 미국과 베트남전 실종 미군 유해 송환을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신뢰를 쌓아 갔고 1994년 미국의 제재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 반면 북한의 비핵화와 긴밀히 맞물려 있는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는 매우 느리고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의 투자유치 및 관리 시스템은 국제기준에 못 미쳐
 
북한 철도경비대원이 북-러 연결철도를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보고 있다.
  최 변호사는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북한 투자는 어려울 수 있다”며 “유엔은 쉽게 풀릴 수 있지만, 미 행정부는 의회에서 허락하지 않으면 풀리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 한·미·일 외교장관은 7월 8일 일본 도쿄에서 회담하고 북한의 최종 비핵화를 이룰 때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 제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의한 대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며 “(북미) 대화의 진전은 고무적이지만 이것만으로 기존 제재의 완화를 정당화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존 미어샤이머(John Mear sheimer) 시카고대 교수는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을 “0.05%”라고 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 미국이 제재를 푼다고 해도 북한에서의 사업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 연구소의 개러스 레더와 크리스털 탠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베트남은 1980년대 중반 미국과의 관계가 호전되면서 미국의 자본과 투자자들이 몰려들었지만, 북한의 경우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투자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이 결국 폐쇄된 것이나 중국의 5대 채굴 기업 중 하나인 시양이 북한과의 합작으로 철광석 채굴 사업을 벌인 지 1년도 안 돼 철수한 것을 보면 북한의 투자유치 및 관리 시스템이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기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러시아 출신 북한학자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국민대 교수의 이야기다.
 
  “북한이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외국인 투자다. 대북 제재도 문제지만, 북한이 과거 외국 기업 투자를 몰수한 적이 있다는 것도 장애물이다. 북한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은 현재 거의 없다. 북한은 북한에 투자한 외국 법인이 수익을 내자 이 돈을 어떻게 뺏을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한다. 북한에서 통신사업을 펼쳤던 오라스콤이 대표적인 예다. 사실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북한은 외국 기업의 사업을 보장함으로써 더 많은 외국 기업이 올 수 있도록 해야 했는데, 돈 냄새를 맡자 판단력을 잃었다. 북한이 어떤 모범적인 사업 모델을 만든다면 모르겠지만, 아직 여기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김병연(金炳椽)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재만 풀리면 북한이 바로 민간 투자를 받을 수 있나”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큰 투자를 위해서는 먼저 북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가입하고 이어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AD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의 회원이 돼야 한다. 국제금융기구가 글로벌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민간 자본이 본격적으로 들어갈 여건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IMF에 가입하려면 국제규범에 맞는 통계가 있어야 한다. 소련 붕괴 이후 IMF가 들어가 소련 통계를 뜯어고치는 데 2~3년이 걸렸다. 정확한 통계가 없으면 리스크가 커져 투자하려는 자본이 별로 없을 것이다.”
 
 
  낙후된 인프라도 투자에 방해
 
  북한의 낙후된 산업과 인프라, 경직된 행정체제 역시 투자에 방해 요인이 될 수 있다. 북한에 투자하려고 해도 전력·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이 너무 형편없어 공장을 제대로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지금 북에서 공장을 운영하려면 발전소도 함께 지어야 할 것”이라며 “인건비가 싸다고 무조건 남는 장사는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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