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김정남 암살 그후

북한 김정남 암살에 사용한 독극물 VX와 북송된 리정철의 정체 최초 공개

북한 김정남 암살, 액체 독극물 VX 맨손에 묻은 두 여성 용의자 어떻게 살았나?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VX는 황색의 액체 물질로 오래 남지만 잘 기화되지 않아 주변 피해 적을 수 있어
⊙ 말레이시아 당국, “두 여성 용의자 중 1명은 VX 중독 증세 보였다”
⊙ 영국 매체, 가디언과 데일리 스타에서는 “CCTV속 흐엉은 왼손에 장갑 꼈다”
⊙ 생화학무기 VX 파악하고도 초동 대처 미흡했던 말레이시아
⊙ 암살의 용의자, 리정철은 국장급 인물로 비밀 연구에 투입되었을 수도 …
  공개된 말레이시아 공항의 CCTV영상을 보면, 두 명의 동남아 국적 여성이 불과 2-3초 사이에 김정남에게 독극물을 묻히고 사라져 버렸다. 김정남은 공항 관계자와 함께 의무실에 도착, 발작 증세를 보이며 약 30분 뒤 쓰러졌다. 이후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 결과 20분 뒤라고 발표했다. 김정남은 독극물과 접촉된 뒤 눈이 따갑고 타는 듯한 고통을 호소했다고 알려졌다.
 
  사건 발생 며칠 뒤 김정남에 대한 부검이 말레이시아 당국에 의해 진행되었지만 어떤 독극물이 사용된 것인지 확인이 어려워 사망 원인이 발표되지 않았다. 당국은 원인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당시 국내 언론에서는 김정남이 독침에 의한 암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보도했다. 과거 북한이 독침에 사용한 맹독(猛毒) 브롬화네오스티그민에 의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내 언론은 독침에서 스프레이 형태의 보툴리늄, 리신, VX 등 다양한 독극물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새롭게 개발한 신형 독극물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그러다 2월 24일, 말레이시아 당국은 전문가들의 화학분석을 통해 미량의 독극물 VX 혹은 에틸 S-2-디이소프로필아미노에틸 메틸포스포노티올레이트(O-Ethyl S-2-Diisopropylamino-Ethyl Methylphosphonothioate)를 김정남의 눈(目) 점막에서 찾아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사망원인 규명은 일단락됐다. 《월간조선》은 VX 독극물을 비롯한 각종 독극물을 미국의 의료 전문기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을 통해 확인했다.
 
 
  인체에 흡수되는 방식부터 알아야 독극물의 종류 알 수 있어
 
김정남이 일본의 아사히 TV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세습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사진=조선DB
  국내 언론의 보도 내용은 전부 독극물이 어떤 작용제(作用劑, agent)를 사용했는지조차 모른 채 막무가내로 치명적이라고 알려진 독극물의 종류를 무분별하게 나열해 왔다. 무조건 치명적인 독이라고 해서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독의 종류에 따라 어떻게 공격을 해야 하는지, 흔적을 남기는지 안 남기는지 등의 여하를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독극물도 그 종류에 따라 자연상태에서 채취(복어, 전갈 등)한 것이 있고, 아예 인공적인 제조를 통해 만든 것도 있다.
 
  우선 독극물 분석을 위해서는 반드시 작용제를 알아야 한다. 작용제란 인체의 특정 부위 등을 통해 신체로 흡수되어 어떠한 형태 등으로 작용함을 말한다. 즉 작용제를 알면 어떤 방식으로 공격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가령 호흡기를 통해 활성화하는 작용제를 피부에 묻히는 것만으로는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다.
 
  일단 작용제의 종류는 크게 4가지다. 첫째 질식작용제, 둘째 수포작용제, 셋째 혈액작용제, 넷째 신경작용제가 있다.
 
  가. 최루탄으로 잘 알려진 질식작용제
 
  질식작용제는 대표적인 시위 진압용 작용제로 우리가 흔히 아는 최루가스(CS, 클로로벤질리딘말로노니트릴 chlorobenzylidenemalononitrile)가 여기에 해당된다. 질식작용제는 호흡계통을 통해 인체에 들어가 숨을 가쁘게 하고 기침, 콧물, 눈물 등을 유발한다. 호흡계통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폐를 비롯한 호흡계통에 고통을 준다. CS(최루가스)는 군에서 방독면 착용 훈련용으로 주로 사용한다. 치사량이 사용되면 폐에 액체(물)가 차면서 죽게 된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도 그 증상이 물에서 죽은 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육지 익사’라고도 한다.
 
  질식작용제는 보통 해당 작용제가 퍼진 지역을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이내 안정이 된다. 이런 질식작용제로는 앞서 언급한 CS 외에도 CN, CR, PS(chloropicrin, 살충제) 등이 포함되는데 그 효과는 대부분 최루가스와 유사하다. 대부분 가스 형태로 분사시키기 때문에 기체화 형태로 사용한다. 간혹 고체 형태인 가루로 만들 수도 있으나, 기체로 만들어 사용하는 게 보통이다. 치사량을 사용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맑은 공기를 마시고, 노출된 부위를 닦아 내면 비교적 빨리 회복할 수 있어 암살 등에 사용하기에 적합한 작용제라고는 볼 수 없다.
 
  질식작용제 중에서도 강한 독성을 가진 황겨자(Sulfur Mustard, H) 가스는 노출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황겨자 가스는 질식작용제 혹은 수포작용제에도 해당된다. 보통 가스 형태의 기체로 사용하고, 마늘이나 양파와 같은 독한 냄새가 난다. 가스는 노란색 계열의 색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번 암살처럼 공항에서 사용할 경우, 김정남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코와 육안으로 이런 작용제를 목격했다는 진술이 나와야 한다.
 
  황겨자 가스는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은밀한 공격에는 부적합해 보통 전시 상황에서 사용한다. 살상력은 강하지만 여러 흔적을 남기는 탓에 국제사회의 지탄은 피할 수 없다. 가장 최근 황겨자 가스가 사용된 사례는 2015년 11월 경 시리아 내전 중 시리아 정부가 황겨자 가스를 민간인에게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시리아는 황겨자 가스 사용을 전면 부인했지만 유엔(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시리아를 배후로 보고 있다. 시리아가 사용한 황겨자 가스의 출처와 제조법은 북한으로부터 전수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시리아가 보유한 생화학무기 저장고에 테러집단 IS나 반정부군 세력이 침투해 황겨자탄을 탈취해 사용했다고도 보고 있다.
 
  나. 단백질 세포와 결합하는 수포작용제
 
  수포작용제(水泡作用劑)는 보통 피부접촉 등을 통해 체내로 흡수된다. 역사적으로 수포작용제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개발된 시기는 제1차 세계대전 때로 알려졌다. 루이사이트(lewisite, L, L-1, L-2, L-3)는 잘 알려진 수포작용제다.
 
  수포작용제의 주요 성분과 원리는 단백질 기반의 결합체로 인간의 호흡기와 피부 접촉 등을 통해 체내 세포와 결합한다. 인간의 세포에는 단백질 조직이 많이 있어 수포작용제의 단백질과 결합하면서 세포변형을 일으킨다. 이런 세포변형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세포변형이 시작되면, 구토, 두통, 피부 발진, 피부 가려움, 기침, 흉부 압박감, 안구의 타는 듯한 고통, 착시현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학계에 따르면, 수포작용제에 노출되고 약 3일에서 5일이 지나면 백혈구가 감소하게 된다.
 
  루이사이트는 무색의 기름기가 있는 액체이며, 때로는 검은색이나 황색을 띠기도 한다. 우리가 보통 국으로 끓여 먹는 아욱(제라늄)과 식물의 향이 난다. 루이사이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살상용으로 개발된 인공 화학 독극물이며 비소(砒素)화합물의 일종이다. 중국 청나라의 11대 황제 광서제의 갑작스런 사망원인(독살)이 비소 섭취라고 2008년 경 밝혀진 바 있다.
 
  루이사이트 가스에 노출되면 보통 피부와 눈의 점막을 통해 흡수되며, 호흡기를 통해서도 체내로 흡수된다. 가스 형태의 루이사이트는 공기보다 무거워 지면에 가깝게 깔린다. 액체 형태로는 음식물 등에 투여될 수도 있다. 가장 두드러진 증상으로는 15분 내 피부가 빨갛게 변하고, ‘루이사이트 쇼크’라고 알려진 저혈압 증세다. 이외에도 수포작용제로는 CX(phosgene oxime)가 있으며, CX에 노출되면 다른 독극물 대비 상당한 피부 증상을 동반한다. 가려움증과 따끔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독이 있다는 뜻’의 VX의 정체와 위력
 
여성 용의자 중 한 명인 흐엉이 과거 베트남 오디션 방송에 나온 모습. 사진=조선일보
  다. 청산가리로 잘 알려진 혈액작용제
 
  혈액작용제로는 비소화합물인 아르신(Arsine, SA)이 있다. 아르신은 제2차 세계대전 중 개발된 것이다. 무색의 기체이지만 휘발성이 있고, 마늘향 혹은 썩은 계란 냄새가 난다. 아르신은 군사적 목적의 생화학무기 외에도 일반 산업현장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보통 반도체 공장과 금속을 가공하는 공장 등에서도 관리가 잘못되면 유출될 수 있다. 보통 기체 형태로 흡입되며, 피부 접촉을 통해 흡수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노출될 경우 어지러움, 두통, 무기력,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혈액작용제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청산가리(cyanide)다. 청산가리는 자연 상태인 일부 음식물 등을 통해서도 추출이 가능하다. 청산가리의 가스 형태인 시안화수소를 독일의 나치가 대량살상용으로 2차 세계대전 중 사용한 바 있다. 흡연 중 일부분 기체화된 형태를 들이마시게 되며, 음식 등을 통해 흡수하게 된다. 청산가리 가스는 공기보다 가벼워 탁 트인 공간에서는 쉽게 증발된다.
 
  라. 김정남 죽인 VX는 신경작용제
 
사린가스를 토끼에 실험하려고 준비 중이다. 사진=위키미디어
  신경작용제의 대부분은 그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 본 것들이다. 사린가스로 잘 알려진 사린(sarin, GB)을 비롯해 소만(soman, GD), 타분(tabun, GA)이 있다. 이 셋은 모두 G계열 작용제로도 알려졌다. G계열은 유기인산염(有機燐酸鹽, organophosphate)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G계열의 G는 독일인을 뜻하는 ‘German’의 앞글자이다.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인(나치)이 최초로 개발 및 발견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라더 (Dr. Gerhard Schrader) 박사 등이 개발했으며, 뒤에 붙은 A, B, D 등은 개발 순서다.
 
  신경작용제에는 이번 암살에 사용됐다고 알려진 VX도 포함된다. VX의 V는 ‘독이 있다’는 의미의 Venmous의 V 자를 따서 붙였다. 뒤에 X를 붙이는 것은 미국식 생화학무기 표기법이다. 러시아에서는 VR이라고 부르고, 구소련 때는 V-gas라고도 불렀다. 최근에는 편의상 미국식 표기법 VX가 가장 널리 알려졌다. 다른 G계열과 달리 1950년대 영국이 개발한 인공 신경작용제다.
 
  제1차 세계대전 중 개발된 G계열의 타분(tabun)과 같은 신경작용제와 달리 VX는 제2차 세계대전이 지나 가장 늦게 개발, 앞서 개발된 신경작용제들의 약점을 보완해 가장 강력한 신경작용제 독극물 중 하나다. VX는 냄새가 없는 액체이며 색상은 보통 붉은색을 띤다. 색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에 사용하는 윤활유처럼 기체로 증발이 잘 되지 않고 상당 기간 남아 있다. 이런 지속성 때문에 VX가 다른 신경작용제보다 강력하다는 것이다. VX는 살포된 직후에도 2일 이상 남아 있는다.
 
  다른 신경작용제는 보통 5시간에서 최대 1일 정도면 대부분이 기체로 증발되지만 VX는 2일에서 5일까지도 남아 있고, 남아 있는 동안 계속 주변에 해를 끼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VX는 다른 G계열 신경작용제 대비 직접 접촉에 의한 영향이 가장 크다. VX는 기체화한 가스 형태가 아니라면 공기 중으로 퍼지는 정도가 약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암살 이후에도 주변에서 유사 중독 증상을 보인 경우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VX는 현존하는 독극물 중 파괴력이 입증된 경우다. 그러나 그 치명성이 확인되지 않은 독극물도 있다. 노비촉(novichok)작용제는 생화학무기계에서 가장 강력한 독극물이다. VX보다도 약 7~8배 더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러시아가 1970~80년대 폴리안트(Foliant)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한 것이다. 1950년대 개발된 VX보다도 가장 최근에 개발된 독극물인 만큼 더 발전된 형태다. 러시아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러시아의 우방국인 중국이나 북한도 보유하고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어 관계당국의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VX 묻은 김정남은 죽고, 맨손에 VX 묻은 두 여성 용의자는 어떻게 살았나?
 
인도네시아 국적의 용의자, 아이샤.
사진=조선일보
  미국 국제통신사 UPI(United Press International)는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의 발표를 인용, “두 명의 여성 용의자 중 한 명이 수사를 받던 중 VX 중독증세 중 하나인 구토 증상을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두 명의 용의자 중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두 여성 용의자들은 김정남을 공격하기 전 맨손에 VX를 발라 김정남에게 묻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 용의자는 범행 뒤 화장실로 가 손을 씻었다고 한다.
 
  김정남은 독이 묻은 뒤 20분 내에 죽었는데, 맨손에 독을 바른 두 여성이 죽지 않은 점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VX의 화학탄두 제작 방식을 응용했다는 전문가들의 소견이 신빙성을 얻고 있다. 독성이 강한 VX를 미사일 탄두에 탑재할 경우 독성이 강해 탄두 내부를 녹이고 밖으로 배출이 된다. 따라서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두개의 다른 케이스(case)에 VX의 구성물질을 분리해 담는다. 탄두가 탄착 지점에 떨어지면 두 개의 케이스가 동시에 터지면서 하나로 뭉쳐져 VX로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 여성 용의자도 각기 다른 VX 구성물질을 바르고 있다가 김정남 얼굴에 함께 발라, 김정남 얼굴에서 섞여 VX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가설일 뿐, 실제 두 용의자가 VX를 애당초 바르고 있었는지, 구성물질을 따로 분리해 발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본지가 국내외 의료 및 보안 당국의 독극물 관리법 및 제독법(除毒法)을 통해 확인해 보니 납득이 될 만한 부분이 나왔다. 모든 독극물은 종류에 관계없이 신속하게 대처하면 높은 생존율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물론 맹독일수록 빨리 제거하더라도 어느 정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나, 목숨은 부지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독극물이 어떤 형태로 만들어져 어떻게 노출되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공통적인 대처는 크게 4가지다. 이 모두를 즉각 실행한다.
 
  1. 독극물에 오염 및 노출됐다고 판단하면 입고 있는 옷을 벗는다.
 
  2. 재빨리 오염 및 노출된 부위를 비눗물로 닦아 낸다. 샤워를 한다.
 
  3. 가스 형태에 노출됐다고 판단되면 즉각 공기가 오염된 지역을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신다.
 
  4. 가능하다면 해독제를 투여한다.

 
  두 명의 용의자는 오염된 부위(손)를 화장실에 가 재빨리 비눗물로 닦아 냈다. 이러한 신속한 제독 절차를 따랐기 때문에 VX가 인체로 흡수된 양이 적었다고 볼 수 있다. 또 김정남은 눈 부위에 VX가 묻어 안구 점막을 타고 빠르게 주요 신경계로 침투한 반면, 여성들은 손에 묻어 상대적으로 독을 제거하기 수월했다. 두 명의 용의자 중 한 명이 구토 증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신속한 제독을 통해 일부 후유증만 남았다고도 볼 수 있다.
 
  김정남도 VX에 노출된 즉시 제독 절차대로 비눗물로 노출 부위를 닦아 냈다면 후유증(실명, 안면마비 등)은 남았을 수 있으나, 목숨을 건질 수는 있었을 것이다. 과거 옴진리교의 VX 공격 사례를 보면 VX가 뒷목에 묻었음에도 3명 중 2명은 생존했다. 북한은 이 생존 사례를 확인하고, 뒷목보다는 안면과 안구에 직접적인 공격을 고려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두 명을 기용한 것도 두 명이 다량의 VX를 발라 살상력을 극대화하려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두 여성 용의자가 장갑을 사용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영국의 〈가디언〉과 〈데일리 스타〉 등에서는 CCTV 영상에서 흐엉의 왼손에 어두운 색의 장갑을 착용한 장면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곧장 다음 장면에서는 장갑이 사라져, 흐엉이 독이 묻은 장갑을 공격 후 바로 버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이 장갑이 실제로 있었다면 쓰레기통이나 심문을 통해 투기한 장소를 말레이시아 당국이 찾아내야 할 것이다. 독 묻은 장갑은 가장 확실한 증거이자 이번 암살 배후를 밝히는 데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생화학 및 방사능(CBRN)무기 대비 매뉴얼 구성 시급해
 
미국의 생화학무기 저장고에 쌓여 있는 VX. 사진=유튜브 캡처
  이번 김정은 암살로 인해 말레이시아 당국의 허술한 초동대처가 여실히 드러났다. VX 사용이 확인된 직후 당국은 곧장 제독 작업을 실시하지 않았다. 암살에 사용된 물질이 VX라는 것이 밝혀지기 전부터 독극물(생화학무기) 공격 의심이 있었음에도 현지 당국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초동대처의 미흡함이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김정남이 공격을 받았던 공항 내 키오스크(kiosk 공공무인정보기 창구)는 김정남이 사용한 이후에도 수많은 인파가 접근 및 사용할 수 있었다고 알려졌다. 다행히 말레이시아 당국이 뒤늦게 시행한 독극물 제독 및 탐지 조사에서 아무런 생화학 물질을 찾아내지 못해 공항이 안전하다고 판명났지만, 이번 사건은 분명 국제적으로 생화학무기에 대한 경종을 울린 계기다.
 
  이번 계기를 토대로 국내 유사시 대응 매뉴얼을 재점검하고 보완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가령 화재시 연기를 피하는 데 익숙해 자세를 낮추는 대응책이 독극물 살포시에는 자칫 더 위험해질 수 있다. 대부분의 생화학무기로 만든 사린가스 등은 공기보다 무거워 지면에 낮게 깔리기 때문이다. 또 어떤 작용제인지를 떠나 독극물에 노출될 경우 나타나는 공통된 증상 중 하나는 바로 흉부 압박감이다. 이런 특성을 고려한다면 조기 진단과 초동대처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진행된 민방위 훈련의 사례를 살펴보면, 급조폭발물(IED) 등에 관한 훈련은 시행 사례가 있었지만, 독극물 살포, 방사능 오염에 대한 연습은 미비했다.
 
  미국과 일본의 공공시설 및 실험실 등에는 응급용 독극물 제독 장치가 구비되어 있다. 안구 세척용 응급 키트(kit)와 샤워 제독기가 대표적이다. 이런 장비가 보통 자동 심장 제세동기(除細動機) 옆에 같이 구비되어 있다. 안구세척용 응급 키트는 눈에 화학물질 등이 튀거나 묻었을 경우 식염수와 비슷한 세척용 액체를 작은 그릇에 담은 뒤, 그 그릇에 눈 부위를 담가 헹굴 수 있게 되어 있다. 샤워 제독기는 제독용 액체가 담긴 물탱크가 상층부에 있고 그 아래 다가가 스위치를 당기면 물탱크 안의 제독용 액체가 한 번에 쏟아져 내리는 구조다.
 
  이런 장비는 유사시 생존성을 보장하고 생화학무기에 대한 초동대처를 신속히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군용으로 지급되는 해독제인 아트로핀과 디아제팜 주사도 공공기관에 비치해 두는 것이 좋다. 군용으로 사용 중인 이런 해독제들은 미군도 사용하고 있을 만큼 그 해독 효과가 입증된 것들이다.
 
 
  리정철, 북한 내에서 비밀 연구 맡은 국장인가?
 
암살에 가담했다고 알려진 북한 국적의 리정철(가운데)이다. 사진=조선일보
  이번 암살에 가담한 인물을 체포하던 중 말레이시아 당국은 리정철이라는 북한 국적자를 체포했다. 리정철이라는 이름이 언론에 공개되자 TV조선에서는 리정철이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페이스북 계정을 찾아냈다. 그의 계정이라고 추정되는 페이스북에서는 그가 연구실에서 화학실험 등을 하는 장면도 포함되어 있었다. 해당 계정이 실제 리정철의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해당 계정에서 친구로 등록된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일각에서는 동일인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럼에도 일부는 리정철이 이번 암살에 사용된 VX 독극물 제조자 혹은 생화학무기 전문가로 보고 있다.
 
  《월간조선》은 국내 정보 당국의 자료 등을 조사한 결과, 리정철이라는 이름의 인물이 북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소속임을 단독으로 확인했다. 북한 내부에서 유사한 이름이 상당수 있어 동일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그가 연구원과 같은 신분이었다면 신빙성이 있는 대목이다. 리정철의 소속이 국가과학기술원은 맞지만 해당 기관 안에서 정확히 어떤 부서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북한에서도 국장급 인물로 알려졌다. 그가 맡은 임무가 밝혀지지 않은 연유는 불확실하지만 애당초 비밀리에 진행되는 특수 연구 등에 투입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전직 남파공작원인 김동식씨는 TV조선의 한 방송에서 리정철이 너무 쉽게 잡힌 점 등을 들어, 그는 현장요원(특수군)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그가 체포된 말레이시아 현지 방송 등을 보면 그는 왜소한 체구에 키가 작아, 유사시 특수임무를 진행하는 공작원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조회 : 27576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1910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도서출간 배너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