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솔 UWCiM 국제학교 생활사진 단독공개
⊙ “김한솔, 사교성 있고 유머감각 풍부하며 교우관계도 좋아”
⊙ “김정남, 중국 마카오 아닌 제3지역 거주… 우리 정보기관 안테나 안에 있어”
⊙ “김정남의 본처와 그의 아들은 베이징에 거주. 국제학교 다니는 아들의 납치 우려해”
⊙ “김한솔, 사교성 있고 유머감각 풍부하며 교우관계도 좋아”
⊙ “김정남, 중국 마카오 아닌 제3지역 거주… 우리 정보기관 안테나 안에 있어”
⊙ “김정남의 본처와 그의 아들은 베이징에 거주. 국제학교 다니는 아들의 납치 우려해”
- UWCiM에 재학 중인 김한솔의 동기생 중에는 동양인이 3명이 있다고 한다. 한 명은 김한솔, 또 다른 한 명은 한국계 학생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중국계 여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진은 김한솔의 친구 페이스북에 지난 4월 25일 업로드됐다.
지난 4월, 북한 김정남(金正男)의 아들 김한솔이 보스니아 현지에서 돌연 잠적했다는 소식이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세르비안의 소리》 등 보스니아 현지 매체들이 보도한 내용을 인용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월간조선》 취재결과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보스니아 소재 국제학교 ‘유나이티드월드칼리지 인 모스타르(United World College in Mostar·이하 UWCiM)’에 다니고 있는 김한솔은 현지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고교 졸업(5월 말)을 앞두고 시험공부를 위해 한동안 외부 출입을 자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남 亡命說
《월간조선》은 작년 연말부터 행방이 묘연한 그의 아버지 김정남에 대해 추적해 왔다. 지난해 대선(大選)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김정남 망명설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야당 쪽에서는 “여권이 김정남을 선거(대선)에 이용하려고 한다”며 국정원에 의한 ‘김정남 기획망명설’을 제기했다. 급기야 원세훈(元世勳) 당시 국정원장은 작년 11월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이런 요지로 말했다.
“국정원이 김정남을 대선 전 서울로 망명시켜 선거를 흔들려 한다는 소문이 시중에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국정원이 망명에 관여하거나 대선에 개입할 일은 절대 없습니다. 김정남의 행적과 관련해 마카오에 없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현재 소재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김정남은 대선 당일인 2012년 12월 19일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MBC 허무호(방콕 특파원) 기자에 의해 잠시 세상에 노출됐다. 이를 두고 야당은 “대선에 영향을 주려고 국정원이 방송사에 김정남의 소재를 흘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허 기자는 “아는 교민으로부터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모 호텔에 있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받고 현장에 가게 됐다”며 국정원 협조설을 부인했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부한 김정남은 다시 잠적한 상태다. 서방 언론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과 마카오를 생활 근거지로 뒀던 그는 현재 제3의 국가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 12월 김정일(金正日)이 사망하고 김정은(金正恩)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김정남 인터뷰 추진은 더 이상 힘들어졌다. 대신 김한솔로 접촉대상을 바꾸었다. 김한솔은 김정남의 동거녀 이혜경(마카오 거주)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솔과의 접촉 시도는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그 무렵 이명박(李明博) 정부 당시 남북 정상(頂上)회담 추진에 관여했던 한 인사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김정은의 암살공작을 피해 김정남이 자신을 비롯해 가족까지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려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년에 북한 김경희(김정일의 여동생이자 장성택 부인)가 병 치료차 싱가포르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조카 김정남을 만나 ‘함부로 움직이지 마라’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고모인 김경희는 김정남의 신변을 생각해 그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월간조선》은 곧바로 김한솔이 다니고 있는 UWCiM에 확인전화를 걸었다. 학교 관계자와의 통화는 수차례 시도한 끝에 이뤄졌다. 다음은 지난 1월 16일 학교 담당자와의 일문일답이다.
—한국의 언론사입니다. 김한솔이라는 학생에 대해 문의사항이 있습니다. 그가 지금도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까.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에 대해 개인적으로 얘기해 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면 답변해 줄 수 있습니까.
“공식메일은 제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보낸다면 검토해 보겠습니다.”
《월간조선》은 다음 날 학교 측에 공식 질문지를 발송했다. 그러나 학교 관계자는 답장은 물론 이메일조차 읽어보지 않았다.
김한솔에 대한 학교의 확인불가 지침
한국시각으로 지난 1월 29일 학교 측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같은 담당자가 전화를 받았다.
—한국의 《월간조선》 기자입니다.
“무엇이 궁금합니까.”
—북한 지도자였던 김정일의 손자 김한솔 학생에 대해 물어보고자 합니다. 현재 귀하의 학교에 김한솔 학생이 다니고 있습니까.
“그 점에 관해선 할 말이 없습니다. 전할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은 학교의 지침입니까.
“그렇게 생각해도 좋습니다. 여러 나라의 언론사 기자들로부터 연락이 오지만 당신과 마찬가지로 아무 얘기도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상부로부터 김한솔에 관해 어떠한 이야기도 전해주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한솔 학생이 귀하의 학교에 다니는지의 여부를 말해주는 것이 왜 어렵습니까. 다니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까.
“더 이상의 추가적인 질문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번 통화 때 이메일로 답변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메일을 보내면 답변을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검토해 보겠습니다. 이메일을 다시 보내주십시오.”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답장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음 날 학교 측 이메일 주소로 다시 질문지를 보냈다. 그러나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답변은 오지 않았다.
김한솔은 2011년 9월경 UWCiM에 입학했다. 유나이티드월드칼리지(UWC)는 전(全) 세계에 12개 분교를 둔 국제학교다. ‘미국의 소리’에 따르면 김한솔은 당초 홍콩의 ‘리포춘 유나이티드월드칼리지’에 입학하려 했으나 비자발급을 거부당해 보스니아에 있는 이 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홍콩 당국의 대변인은 “비자정책을 결정할 때 정부는 신변 안전이나 상대국과의 경제, 사회, 문화적 관계 등을 고려한다”면서 구체적인 비자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학생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김한솔은 결국 자매 학교인 보스니아 모스타르에 있는 UWC 분교에 입학했다.
“그는 현재 학교에 다니고 있다”
《월간조선》은 지난 2월 10일, UWCiM 학교 관계자와 세 번째 전화통화를 가졌다. 앞서 두 차례 전화통화를 했던 담당자가 아닌 다른 인물이었다.
—김한솔 학생에 대해 궁금합니다.
“우리는 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학교 관계자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현재 그가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그(김한솔)는 현재 학교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그와 연결해 줄 수 없습니다. 상부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한솔 학생이 현재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까.
“그렇습니다. 그는 우리 학교의 학생이며 지금도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한솔의 친구(friend)나 지인(acquaintance)들과의 연결은 가능합니까.
“사적인 연결은 불가능합니다. 우리의 사정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월간조선》은 이미 두 차례 학교 담당자와 전화통화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이메일도 발송했는데 담당자는 확인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미안합니다. 이번에 다시 이메일을 보낸다면 확인한 후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귀하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친절하고 자세한 답변을 기대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월간조선》은 마침내 세 번째 통화에서 김한솔이 현재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아버지 김정남과 함께 잠적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
《월간조선》은 다음 날인 2월 11일 UWCiM 학교 관계자에게 세 번째 공식메일을 보냈다. 김한솔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사항이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메일 답변은 오지 않았다.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서는 김한솔의 행적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취재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지난 3월 《월간조선》은 UWC와 김한솔이 다니고 있는 국제학교 분교 UWCiM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개설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UWCiM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학교생활에 관해 여러 사진을 공개했다. 학생들이 단체로 찍은 사진도 여럿 있었는데 김한솔로 추정되는 학생이 중동계로 보이는 학생과 어깨동무를 하며 웃고 있는 사진도 올라와 있었다.
《월간조선》은 김한솔로 추정되는 사진을 열람한 후 학교 담당자의 말대로 김한솔이 UWCiM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월간조선》은 이후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올린 학생들의 계정으로 “UWCiM에 관심이 있는 한국인이며 학교와 관련해 질문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친구들이 말하는 김한솔의 학교생활
3월 말부터 4월 초순까지 UWCiM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계속적으로 메시지를 발송했다.
처음에는 졸업생이거나 학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김한솔을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학생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한국과 보스니아 사이에 7시간의 시차(時差)가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보스니아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기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시간대가 한국시간으로 새벽녘이었다. 이 때문에 실시간 메시지 대화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김한솔의 친구라고 밝힌 A학생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뜻밖에도 그는 김한솔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상세하게 털어놨다. 그는 “김한솔은 현재 ‘졸업 중’이다”고 했다.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의미였다. 확인 결과, UWCiM의 고교 과정은 2년이며, 2011년 9월에 입학한 김한솔은 5월 말에 정상적으로 교과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한다.
친구의 제보는 계속됐다. 그에 따르면, 김한솔은 현재 보스니아 모스타르에 머물고 있으며 학사일정이 끝나는 5월 이후에는 보스니아를 떠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현재 UWCiM의 고교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학생은 약 130여 명이며, 김한솔의 동기생 중에서 동양인은 김한솔을 포함해 3명이라고 한다.
4월 중순 무렵, 김한솔을 안다는 B학생과 C학생이 연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C학생은 UWCiM에 다니고 있는 동양인 학생 3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3명 중 한 명은 북한 출신의 김한솔이고, 다른 두 명은 한국계 ○○ 국적 학생과 중국인 학생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C학생과의 일문일답이다.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는 현재 분쟁지역 아닙니까. 학생들이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습니까.
“분쟁지역이 맞고 생각보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활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특히 발칸지역의 자연환경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날씨도 아주 좋아요. 학교가 있는 모스타르는 상당히 안전합니다. 학생들은 매우 자유롭게 이곳의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하이킹을 나가기도 하고 외부생활은 자유롭습니다. 누구든 이쪽의 생활을 즐긴다면 매우 만족하리라 생각합니다.”
—동양인 중 김한솔의 학교생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안타깝게도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는 학교의 일원으로서 친구들과 매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교성이 좋고 유머감각이 있는 동양인입니다. 우리 모두는 김한솔을 포함해 한국인들을 매우 반가워하고 있습니다.”
—외부(북한이나 김한솔의 아버지 김정남)에 의해 김한솔을 위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습니까.
“개인적으로 나는 그러한 상황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김한솔은 개인경호원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자유롭게 친구들과 소통하고 있고 적어도 이곳에서는 학교 전체 일원 중 한 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변확인 어려워지자 ‘잠적설’ 대두
페이스북을 통한 김한솔의 지인들과 몇 차례의 대화가 있은 지 얼마 후인 지난 4월 하순이었다. 갑자기 국내외 언론들이 김한솔에 대한 ‘실종설’, ‘잠적설’을 제기했다.
보스니아 현지매체인 《세르비안의 소리》는 UWCiM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다음과 같은 요지로 보도했다.
<김한솔은 UWCiM 학교 학생 130여 명 중 한 명이다. 학교 관계자는 ‘그가 신문에 도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 관계자는 ‘김한솔은 북한에 가지 않았다. 그는 여기 살고 있고, 친구들도 모두 여기 있다. 그는 훌륭한 학생이다’고 했다. 그러나 김한솔이 잠시 다른 곳으로 떠났을 가능성도 있다.>
현지 언론을 인용해 국내 언론들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손자 김한솔이 보스니아 유학 중 행방을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세르비아 매체가 김한솔의 행적을 찾기 위해 학교를 방문, 같은 반 학생으로부터 김한솔이 며칠째 학교에 오지 않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김한솔이 자주 찾던 학교 인근 상점의 주인도 최근 그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월간조선》은 사실확인을 위해 김한솔의 지인들에게 급히 메시지를 보냈다. 일전에 메시지 대화를 나눴던 A학생이 “김한솔은 학교에 잘 있는데 무슨 일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4월 말 현재 UWCiM의 수업이 끝난 상태인데다 졸업시험을 앞두고 있어 김한솔이 기숙사에서 나오지 않고 졸업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고 확인해 줬다.
그러던 차에 UWCiM 학생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에 김한솔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친구 2명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같은 날 동일 장소에서 찍은 다른 친구들의 사진도 게재됐다. 이들 사진은 지난 4월 25일에 업로드된 것이다. 김한솔은 갈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편안한 차림이었다.
학교 친구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한솔은 이번 학기에 정상적으로 교과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하며, 사교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교우관계도 원만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말라”
기자는 4월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 보스니아 백인 남성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김한솔의 정보를 원하느냐. 1만 달러를 보내주면 그에 관한 정보를 모두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 남성은 자신을 UWCiM의 내부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한솔이 친구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확인해 보라”며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줬다. 이 메시지는 김한솔이 자신의 정보가 외국 언론에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친한 친구들에게 보낸 것이었다.
<만약 여러분이 지난 며칠간 어떤 이에게서 메시지를 받았거나, 어떠한 질문을 했다면 나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답해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중략) 그는 나의 친구들에게 UWCiM와 모스타르와 그 외의 여러 가지를 질문했습니다. 그는 언론인일 것이고 우리 학생들에게 나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려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에게 어떠한 정보를 주거나 친구로 추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솔(Han-Sol).>
김한솔의 메시지를 전달해 준 백인 남성은 기자에게 “그(김한솔)는 이 메시지를 4월 25일에 친구들에게 발송했다”고 했다. 이 메시지 때문인지 기자와 김한솔의 지인들이 페이스북상에서 맺었던 친구관계는 모두 끊어졌다. 친구들은 김한솔의 신변을 위해서인지 그의 말을 곧잘 듣는 것으로 보였다.
이후 얼마간 김한솔 지인들과의 접촉은 중단됐다. 그러다가 어렵게 한 친구와 다시 연락할 수 있었다. 그는 “김한솔에 관해 물어오는 언론인들이 많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이해한다”면서도 “우리가 더 이상 연락할 수 없게 돼 미안하다”고 했다. 이 학생은 또 UWCiM의 내부인이라고 밝힌 보스니아 백인 남성에 대해 “그는 학교 내부인이 아닌 같은 학교를 졸업한 한 남성이며 외국 언론인들에게 김한솔의 정보를 미끼로 돈을 벌려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 학생은 학교 측 관계자 D씨를 언급하며 “그에게 이메일로 연락해 보면 친절하게 답해줄 것”이라고 했다. 학교 관계자 D씨는 《월간조선》에 “김한솔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사람이었다.
이튿날 곧바로 D씨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김한솔과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 사항이 담긴 내용이었다. 답장은 곧바로 왔다.
“당신의 이메일과 UWCiM에 관심을 보여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안타깝게도 이곳에는 인터뷰와 취재 등에 대해 엄격한 지침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우리는 김한솔의 사생활을 지켜줘야 하고, 그가 어리기 때문에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우리는 과도하게 언론이 취재요청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이유로 취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의 넓은 이해와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결국 김한솔과의 인터뷰는 성사되지 않았다.
“Because everything starts with small steps”
김한솔은 2012년 10월 유엔 사무차장을 지냈던 엘리자베스 렌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통일을 꿈꾸고 있다”, “언젠가 북한에 돌아가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남한(South Korea)과는 정치적으로는 나뉘어 있지만 단일민족이다”라고도 했다. 이 때문인지 그는 학교 동기생인 한국계 학생과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그는 페이스북상에서 이뤄진 ‘민주주의인가 공산주의인가(Communism or Democracy)’라는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민주주의’를 지지했다.
김한솔은 작년 9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사진 하나를 올렸다. 학교 행사 때 찍은 사진으로 보였다. 그는 사진 설명란에 “모든 건 작은 단계에서 시작되기 때문에(Because everything starts with small steps)”라고 적었다. 그가 말한 ‘모든 것’은 과연 무엇일까. 또 그가 말한 ‘작은 단계’란 무엇일까.
김한솔의 진로에 대해 국내 정보기관 관계자는 “졸업 후 유럽의 모 대학에 진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한솔의 아버지 김정남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난해 제기됐던 망명설은 과연 루머에 불과한 것일까. 수십 년 동안 대북(對北)공작관으로 일했던 전직(前職) 국정원 관계자의 말이다.
“망명설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정보기관이 그를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는 지금 신변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가 지켜보는 것이겠지요.”
작년 대선 직후 국내 정보기관 최고위 관계자를 만났던 한 여권 인사의 말이다.
“김정남 망명설과 관련해 우리 정보기관 최고위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그가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일’이 끝났다는 뉘앙스로 얘기했습니다. 사실상 우리 측 안테나에 잡히고 있다는 식이었습니다.”
여권 인사가 언급한 ‘일’이란 김정남과 관련된 정보기관 차원의 접선(接線)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 인사에 따르면, 현재 김정남은 중국 베이징, 마카오 등이 아닌 제3의 모처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남 관련 정보를 제3의 루트를 통해 접하고 있는 한 전직 국회의원은 “(김정남 망명이) 양날의 칼이라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베이징에 있는 本妻와 그의 아들
김정남과 김한솔의 행적에 대한 5개월간의 추적 결과, 김정남은 중국 이외의 제3국에 거주하고, 그의 아들 김한솔은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후 김정남이 신변위협에 몸을 사리는 것과는 달리 김한솔은 개인경호원도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학교생활을 해왔다. 김한솔이 김정남의 후처(後妻) 소생이라 북한 당국도 별 관심이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김정남의 본처(신정희로 알려짐)와 둘 사이의 아들(김금솔)은 요즘 어떻게 지낼까.
2012년 초까지 본처와 그의 아들은 중국 베이징 인근에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의 사정을 잘 아는 인사가 지난해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김정남은 베이징 시내와 서우두공항 인근에 각각 별도의 주택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마카오에도 있습니다. 본부인과 사이에 낳은 아들은 고등학생인데 베이징의 한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김정남은 아들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하고 있습니다. 남한이나 북한의 정보기관이 자신의 아들을 납치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이복(異腹)동생 김정은이 북한을 장악한 지금, 김정남과 그의 가족들 운명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김정남 亡命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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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솔이 다닌 보스니아 모스타르 소재 국제학교 UWCiM 전경. |
“국정원이 김정남을 대선 전 서울로 망명시켜 선거를 흔들려 한다는 소문이 시중에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국정원이 망명에 관여하거나 대선에 개입할 일은 절대 없습니다. 김정남의 행적과 관련해 마카오에 없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현재 소재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김정남은 대선 당일인 2012년 12월 19일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MBC 허무호(방콕 특파원) 기자에 의해 잠시 세상에 노출됐다. 이를 두고 야당은 “대선에 영향을 주려고 국정원이 방송사에 김정남의 소재를 흘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허 기자는 “아는 교민으로부터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모 호텔에 있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받고 현장에 가게 됐다”며 국정원 협조설을 부인했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부한 김정남은 다시 잠적한 상태다. 서방 언론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과 마카오를 생활 근거지로 뒀던 그는 현재 제3의 국가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 12월 김정일(金正日)이 사망하고 김정은(金正恩)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김정남 인터뷰 추진은 더 이상 힘들어졌다. 대신 김한솔로 접촉대상을 바꾸었다. 김한솔은 김정남의 동거녀 이혜경(마카오 거주)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솔과의 접촉 시도는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그 무렵 이명박(李明博) 정부 당시 남북 정상(頂上)회담 추진에 관여했던 한 인사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김정은의 암살공작을 피해 김정남이 자신을 비롯해 가족까지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려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년에 북한 김경희(김정일의 여동생이자 장성택 부인)가 병 치료차 싱가포르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조카 김정남을 만나 ‘함부로 움직이지 마라’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고모인 김경희는 김정남의 신변을 생각해 그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월간조선》은 곧바로 김한솔이 다니고 있는 UWCiM에 확인전화를 걸었다. 학교 관계자와의 통화는 수차례 시도한 끝에 이뤄졌다. 다음은 지난 1월 16일 학교 담당자와의 일문일답이다.
—한국의 언론사입니다. 김한솔이라는 학생에 대해 문의사항이 있습니다. 그가 지금도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까.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에 대해 개인적으로 얘기해 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면 답변해 줄 수 있습니까.
“공식메일은 제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보낸다면 검토해 보겠습니다.”
《월간조선》은 다음 날 학교 측에 공식 질문지를 발송했다. 그러나 학교 관계자는 답장은 물론 이메일조차 읽어보지 않았다.
김한솔에 대한 학교의 확인불가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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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국적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것으로 UWCiM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된 사진 중에서 김한솔(맨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등장하는 장면은 이것뿐이다. |
—한국의 《월간조선》 기자입니다.
“무엇이 궁금합니까.”
—북한 지도자였던 김정일의 손자 김한솔 학생에 대해 물어보고자 합니다. 현재 귀하의 학교에 김한솔 학생이 다니고 있습니까.
“그 점에 관해선 할 말이 없습니다. 전할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은 학교의 지침입니까.
“그렇게 생각해도 좋습니다. 여러 나라의 언론사 기자들로부터 연락이 오지만 당신과 마찬가지로 아무 얘기도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상부로부터 김한솔에 관해 어떠한 이야기도 전해주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한솔 학생이 귀하의 학교에 다니는지의 여부를 말해주는 것이 왜 어렵습니까. 다니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까.
“더 이상의 추가적인 질문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번 통화 때 이메일로 답변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메일을 보내면 답변을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검토해 보겠습니다. 이메일을 다시 보내주십시오.”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답장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음 날 학교 측 이메일 주소로 다시 질문지를 보냈다. 그러나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답변은 오지 않았다.
김한솔은 2011년 9월경 UWCiM에 입학했다. 유나이티드월드칼리지(UWC)는 전(全) 세계에 12개 분교를 둔 국제학교다. ‘미국의 소리’에 따르면 김한솔은 당초 홍콩의 ‘리포춘 유나이티드월드칼리지’에 입학하려 했으나 비자발급을 거부당해 보스니아에 있는 이 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홍콩 당국의 대변인은 “비자정책을 결정할 때 정부는 신변 안전이나 상대국과의 경제, 사회, 문화적 관계 등을 고려한다”면서 구체적인 비자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학생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김한솔은 결국 자매 학교인 보스니아 모스타르에 있는 UWC 분교에 입학했다.
“그는 현재 학교에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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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솔이 학교 동기생과 클럽 바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손가락으로 V 자를 그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
—김한솔 학생에 대해 궁금합니다.
“우리는 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학교 관계자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현재 그가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그(김한솔)는 현재 학교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그와 연결해 줄 수 없습니다. 상부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한솔 학생이 현재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까.
“그렇습니다. 그는 우리 학교의 학생이며 지금도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한솔의 친구(friend)나 지인(acquaintance)들과의 연결은 가능합니까.
“사적인 연결은 불가능합니다. 우리의 사정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월간조선》은 이미 두 차례 학교 담당자와 전화통화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이메일도 발송했는데 담당자는 확인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미안합니다. 이번에 다시 이메일을 보낸다면 확인한 후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귀하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친절하고 자세한 답변을 기대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월간조선》은 마침내 세 번째 통화에서 김한솔이 현재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아버지 김정남과 함께 잠적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
《월간조선》은 다음 날인 2월 11일 UWCiM 학교 관계자에게 세 번째 공식메일을 보냈다. 김한솔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사항이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메일 답변은 오지 않았다.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서는 김한솔의 행적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취재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지난 3월 《월간조선》은 UWC와 김한솔이 다니고 있는 국제학교 분교 UWCiM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개설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UWCiM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학교생활에 관해 여러 사진을 공개했다. 학생들이 단체로 찍은 사진도 여럿 있었는데 김한솔로 추정되는 학생이 중동계로 보이는 학생과 어깨동무를 하며 웃고 있는 사진도 올라와 있었다.
《월간조선》은 김한솔로 추정되는 사진을 열람한 후 학교 담당자의 말대로 김한솔이 UWCiM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월간조선》은 이후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올린 학생들의 계정으로 “UWCiM에 관심이 있는 한국인이며 학교와 관련해 질문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친구들이 말하는 김한솔의 학교생활
3월 말부터 4월 초순까지 UWCiM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계속적으로 메시지를 발송했다.
처음에는 졸업생이거나 학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김한솔을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학생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한국과 보스니아 사이에 7시간의 시차(時差)가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보스니아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기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시간대가 한국시간으로 새벽녘이었다. 이 때문에 실시간 메시지 대화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김한솔의 친구라고 밝힌 A학생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뜻밖에도 그는 김한솔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상세하게 털어놨다. 그는 “김한솔은 현재 ‘졸업 중’이다”고 했다.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의미였다. 확인 결과, UWCiM의 고교 과정은 2년이며, 2011년 9월에 입학한 김한솔은 5월 말에 정상적으로 교과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한다.
친구의 제보는 계속됐다. 그에 따르면, 김한솔은 현재 보스니아 모스타르에 머물고 있으며 학사일정이 끝나는 5월 이후에는 보스니아를 떠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현재 UWCiM의 고교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학생은 약 130여 명이며, 김한솔의 동기생 중에서 동양인은 김한솔을 포함해 3명이라고 한다.
4월 중순 무렵, 김한솔을 안다는 B학생과 C학생이 연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C학생은 UWCiM에 다니고 있는 동양인 학생 3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3명 중 한 명은 북한 출신의 김한솔이고, 다른 두 명은 한국계 ○○ 국적 학생과 중국인 학생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C학생과의 일문일답이다.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는 현재 분쟁지역 아닙니까. 학생들이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습니까.
“분쟁지역이 맞고 생각보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활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특히 발칸지역의 자연환경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날씨도 아주 좋아요. 학교가 있는 모스타르는 상당히 안전합니다. 학생들은 매우 자유롭게 이곳의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하이킹을 나가기도 하고 외부생활은 자유롭습니다. 누구든 이쪽의 생활을 즐긴다면 매우 만족하리라 생각합니다.”
—동양인 중 김한솔의 학교생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안타깝게도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는 학교의 일원으로서 친구들과 매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교성이 좋고 유머감각이 있는 동양인입니다. 우리 모두는 김한솔을 포함해 한국인들을 매우 반가워하고 있습니다.”
—외부(북한이나 김한솔의 아버지 김정남)에 의해 김한솔을 위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습니까.
“개인적으로 나는 그러한 상황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김한솔은 개인경호원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자유롭게 친구들과 소통하고 있고 적어도 이곳에서는 학교 전체 일원 중 한 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변확인 어려워지자 ‘잠적설’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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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9월경, 학교 행사에서 북한 인공기를 들고 있는 김한솔. 한국계 친구는 태극기를 들고 있다. 김한솔은 이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올리면서 “Because everything starts with small steps”라는 글을 남겼다. |
보스니아 현지매체인 《세르비안의 소리》는 UWCiM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다음과 같은 요지로 보도했다.
<김한솔은 UWCiM 학교 학생 130여 명 중 한 명이다. 학교 관계자는 ‘그가 신문에 도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 관계자는 ‘김한솔은 북한에 가지 않았다. 그는 여기 살고 있고, 친구들도 모두 여기 있다. 그는 훌륭한 학생이다’고 했다. 그러나 김한솔이 잠시 다른 곳으로 떠났을 가능성도 있다.>
현지 언론을 인용해 국내 언론들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손자 김한솔이 보스니아 유학 중 행방을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세르비아 매체가 김한솔의 행적을 찾기 위해 학교를 방문, 같은 반 학생으로부터 김한솔이 며칠째 학교에 오지 않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김한솔이 자주 찾던 학교 인근 상점의 주인도 최근 그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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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솔은 ‘민주주의인가 공산주의인가’라는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민주주의를 지지했다. 그는 “언젠가 북한에 돌아가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고 싶다”고 밝혔다. |
그러던 차에 UWCiM 학생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에 김한솔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친구 2명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같은 날 동일 장소에서 찍은 다른 친구들의 사진도 게재됐다. 이들 사진은 지난 4월 25일에 업로드된 것이다. 김한솔은 갈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편안한 차림이었다.
학교 친구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한솔은 이번 학기에 정상적으로 교과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하며, 사교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교우관계도 원만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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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솔은 원만한 성격에 유머감각도 있어 교우관계가 좋았다고 한다. |
<만약 여러분이 지난 며칠간 어떤 이에게서 메시지를 받았거나, 어떠한 질문을 했다면 나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답해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중략) 그는 나의 친구들에게 UWCiM와 모스타르와 그 외의 여러 가지를 질문했습니다. 그는 언론인일 것이고 우리 학생들에게 나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려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에게 어떠한 정보를 주거나 친구로 추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솔(Han-Sol).>
김한솔의 메시지를 전달해 준 백인 남성은 기자에게 “그(김한솔)는 이 메시지를 4월 25일에 친구들에게 발송했다”고 했다. 이 메시지 때문인지 기자와 김한솔의 지인들이 페이스북상에서 맺었던 친구관계는 모두 끊어졌다. 친구들은 김한솔의 신변을 위해서인지 그의 말을 곧잘 듣는 것으로 보였다.
이후 얼마간 김한솔 지인들과의 접촉은 중단됐다. 그러다가 어렵게 한 친구와 다시 연락할 수 있었다. 그는 “김한솔에 관해 물어오는 언론인들이 많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이해한다”면서도 “우리가 더 이상 연락할 수 없게 돼 미안하다”고 했다. 이 학생은 또 UWCiM의 내부인이라고 밝힌 보스니아 백인 남성에 대해 “그는 학교 내부인이 아닌 같은 학교를 졸업한 한 남성이며 외국 언론인들에게 김한솔의 정보를 미끼로 돈을 벌려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 학생은 학교 측 관계자 D씨를 언급하며 “그에게 이메일로 연락해 보면 친절하게 답해줄 것”이라고 했다. 학교 관계자 D씨는 《월간조선》에 “김한솔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사람이었다.
이튿날 곧바로 D씨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김한솔과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 사항이 담긴 내용이었다. 답장은 곧바로 왔다.
“당신의 이메일과 UWCiM에 관심을 보여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안타깝게도 이곳에는 인터뷰와 취재 등에 대해 엄격한 지침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우리는 김한솔의 사생활을 지켜줘야 하고, 그가 어리기 때문에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우리는 과도하게 언론이 취재요청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이유로 취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의 넓은 이해와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결국 김한솔과의 인터뷰는 성사되지 않았다.
“Because everything starts with small ste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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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국을 떠돌고 있는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 그는 우리 정보기관의 안테나 안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은 동거녀와의 사이에 김한솔을 뒀다. |
김한솔은 작년 9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사진 하나를 올렸다. 학교 행사 때 찍은 사진으로 보였다. 그는 사진 설명란에 “모든 건 작은 단계에서 시작되기 때문에(Because everything starts with small steps)”라고 적었다. 그가 말한 ‘모든 것’은 과연 무엇일까. 또 그가 말한 ‘작은 단계’란 무엇일까.
김한솔의 진로에 대해 국내 정보기관 관계자는 “졸업 후 유럽의 모 대학에 진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한솔의 아버지 김정남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난해 제기됐던 망명설은 과연 루머에 불과한 것일까. 수십 년 동안 대북(對北)공작관으로 일했던 전직(前職) 국정원 관계자의 말이다.
“망명설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정보기관이 그를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는 지금 신변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가 지켜보는 것이겠지요.”
작년 대선 직후 국내 정보기관 최고위 관계자를 만났던 한 여권 인사의 말이다.
“김정남 망명설과 관련해 우리 정보기관 최고위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그가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일’이 끝났다는 뉘앙스로 얘기했습니다. 사실상 우리 측 안테나에 잡히고 있다는 식이었습니다.”
여권 인사가 언급한 ‘일’이란 김정남과 관련된 정보기관 차원의 접선(接線)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 인사에 따르면, 현재 김정남은 중국 베이징, 마카오 등이 아닌 제3의 모처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남 관련 정보를 제3의 루트를 통해 접하고 있는 한 전직 국회의원은 “(김정남 망명이) 양날의 칼이라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베이징에 있는 本妻와 그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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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이 거주했던 마카오의 고급빌라. 김정남의 본처와 둘 사이의 아들(김금솔)은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그렇다면 김정남의 본처(신정희로 알려짐)와 둘 사이의 아들(김금솔)은 요즘 어떻게 지낼까.
2012년 초까지 본처와 그의 아들은 중국 베이징 인근에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의 사정을 잘 아는 인사가 지난해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김정남은 베이징 시내와 서우두공항 인근에 각각 별도의 주택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마카오에도 있습니다. 본부인과 사이에 낳은 아들은 고등학생인데 베이징의 한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김정남은 아들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하고 있습니다. 남한이나 북한의 정보기관이 자신의 아들을 납치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이복(異腹)동생 김정은이 북한을 장악한 지금, 김정남과 그의 가족들 운명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