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있으면 서울보다 살기 좋은 곳이 평양이다. 남한에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있지만, 평양에서는 돈만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뇌물 주면 해결 가능하다.
⊙ 평양 보림관·청룡극장·개성공원, 젊은층 데이트 장소로 인기
⊙ 양주·와인 즐기는 고위층 자녀
⊙ 화폐개혁 실패 후 북한 전역에 굶어 죽은 사람 많아
⊙ 평양시민 마약 중독자 심각… 치료시설은 없어
⊙ 휴대전화·노트북은 사회적 위신을 높여 주는 물건
⊙ 시장 기준 通貨로 자리 잡은 달러… 위조달러는 싼 가격에 거래
⊙ 평양 보림관·청룡극장·개성공원, 젊은층 데이트 장소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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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기준 通貨로 자리 잡은 달러… 위조달러는 싼 가격에 거래
- 북한 정권의 혜택을 많이 받은 평양시민들은 김정은 체제에도 순응할 것이라고 한다.
평양 젊은이들의 생활양식과 문화의식은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최근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들에 따르면, 평양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이 개방적이면서 물질만능주의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평양에서 비교적 부유하게 자란 김인철(가명·28)씨는 “중국에서 유입되는 외국 문물(文物)로 평양 젊은이들의 생활양식과 의식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달러로 남한 화장품과 옷을 몰래 구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일반 상거래에서 북한 화폐보다 미국 달러를 선호한 지는 오래됐다”고 했다. 평양 출신으로 인민군 복무 후 지난해 가을 한국에 입국한 한 탈북자는 “평양시민의 대부분은 북한 정권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라 시민 80%가 김정은에게 충성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정권의 미래가 밝지 않아 미래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평양 출신의 탈북자들이 전하는 최근 생활상을 평양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5만~10만 달러 가져야 부유층
평양에는 잘사는 사람이 많다. 평양사람들은 키도 크고 얼굴 색깔도 지방과 비교할 때 많이 다르다. 보통 부자(富者)라고 하면 5만 달러 정도를 갖고 있다. 10만 달러 정도면 ‘돈이 많은 부자’라고 할 수 있다. 평양 중심거리에서 제일 비싼 주택은 모란봉구역 북새동에 있는데, 한 채 가격이 6만 달러 내외다. 공식적으로 사고팔지는 못하지만 자기네들끼리 몰래 거래한다. 30~40평 규모로 거실과 4~5개의 방이 있다.
자가용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도 꽤 있다. 그런데 차를 갖고 있으면 대부분 불법으로 돈을 모아 구입한 걸로 생각한다. 그래서 돈깨나 있는 간부들은 개인 차량을 자기가 일하는 부서에 등록시켜 관용차량인 양 몰고 다닌다.
북한주민들은 대부분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다닌다. 남자의 경우 여름에 셔츠나 평상복을 입는다. 하지만 돈 있는 사람들은 옷 자체가 다르다. 셔츠 한 장을 입어도 수입산을 입는다. 외국산은 색깔부터 디자인, 질감이 다르다. 옷을 보면 “아, 잘사는 집안 사람이구나” 하고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요즘 평양의 젊은 남자들은 여자들처럼 몸에 딱 붙는 ‘쫑대바지’를 좋아한다. 겨울 코트도 남한식으로 몸에 딱 맞는 것을 좋아한다. 머리 스타일은 남한처럼 자유롭게 할 수 없고 일반적으로 가르마를 타거나 뒤로 넘긴다.
여자들은 대부분 치마를 입고 다니지만 꽃으로 장식한 셔츠와 반팔 상의를 과감히 입기도 한다. 이런 옷을 입으면 “모양새가 뛰어나다”는 얘기를 듣는다. 원래 치마 외에 바지를 못 입게 돼 있지만 최근 들어 제재가 거의 사라졌다.
치마의 경우 무릎 밑으로 내려와야 한다. 치마를 올려 입거나 티셔츠를 야하게 입으면 ‘청년부 규찰대’에 걸린다. 지정된 구역에서 옷차림을 단속하는 ‘그루빠(그룹)’가 별도로 있다. 단속반의 명칭은 그때마다 바뀐다. 옷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화제가 된 사건은 없지만 단속에 걸린 여자들은 길거리에서 망신을 당하기 일쑤다.
평양에서 유행하는 모든 것을 알려면 평양체육관, 국제영화관, 보림관 인근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 된다.
남한 화장품 인기
국가가 허가한 수매상점에서 옷이나 신발, 가정용품을 사고팔 수 있다. 외국 물건도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데, 중국산(産)과 일본산이 대부분이다. 미국산과 한국산은 단속 대상이다.
수매상점 외에 일반 개인이 밀수품을 팔기도 한다. 중국이나 남한에서 유행하는 옷을 평양식으로 개조해 파는 사람도 있다. 외국에서 들여온 옷이라도 평양 실정에 고쳐 입으면 괜찮기 때문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옷을 만들어 팔아 부자가 된 사람도 있다.
통일거리에 있는 ‘평양단고기국집’ 옆에 상당한 규모의 상점이 있다. 명품을 파는 서울의 유명백화점과 같은 곳이다. 그곳에 가면 고가(高價)의 질 좋은 물건들을 구할 수 있다. 수입산이 많은데 대부분 중국산 아니면 일본산이다. 남한 물건도 몰래 팔지만 단속에 걸릴 경우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 단속에 걸린 물건을 되찾기 위해 뇌물을 많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남한 물건은 중국을 통해 들어온다. 평양시민들은 중국 물건에 비해 한국산이 훨씬 좋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직접 만든 물건인지 중국에서 제조된 남한 물건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남한 물건은 인기가 많다. 샴푸나 린스, 화장품을 특히 좋아한다.
평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데이트 장소는 보림관이다. 청룡극장에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다. 5·1경기장을 기점으로 문수유희장, 개성공원에서도 남녀가 데이트를 즐긴다. 중구역 인근에 있는 평양극장과 대동강 수변도 젊은 남녀가 많이 찾는다. 밤 10시가 넘으면 야간순찰기동대가 데이트족(族)을 단속한다.
젊은 남녀가 밤 새워 같이 있고 싶을 때는 개인이 운영하는 ‘목욕탕’에 간다. 창광원처럼 큰 목욕탕에는 부부탕이 있는데 신분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고 가족 중심이다. 젊은 연인들은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목욕탕에 간다. 목욕탕 비용은 시설에 따라 다른데 북한 돈으로 대략 3000~4000원 정도 하고 8000원짜리도 있다. 침대는 없고 목욕만 할 수 있다.
남녀간 하룻밤 연애를 할 경우에는 역전(驛前)이나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는 일반 숙박집을 이용한다. 아파트 단층이나 개인집을 ‘여관’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통상 한 사람당 1500~2000원을 내야 한다. 마찬가지로 시설이 좋은 곳은 1인당 5000원이 넘는다.
순찰대원들 중에는 연애하는 사람들만 단속하는 사람이 있다. 단속을 빌미로 이들에게서 돈을 뺏기 위해서다. “너희들 못된 짓 했으니 비판서 쓰고 교화소 갈래 아니면 돈 내고 그냥 집에 갈래” 하는 식으로 협박한다. 단속에 걸린 젊은이들은 대부분 돈을 찔러 준다.
청소년들의 사고방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 중학교 4학년(남한의 중학교 2학년·13~14세)부터 연애하는 것이 일반화됐고 15~17세가 되면 포르노를 보거나 성경험까지 한다. 지난 2008년 평양의 한 중학교 6학년(남한의 고 1~2 정도) 학생들(남녀학생 포함) 여럿이 모여 포르노를 보다가 실제 화면에 나오는 대로 성관계를 가져 단속에 걸린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 아버지 중에 당 간부가 있어 사건은 조용히 처리됐다.
평양에서 연애하는 것은 자유다. 남녀간 애정표현은 공개된 장소에서는 소극적이다. 길거리에서 껴안거나 뽀뽀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몰래 할 것은 다 한다.
연애하다가 헤어지는 것도 자유롭다. 평양과 북한의 국경지역에는 외국 문화가 많이 들어오는데 그 영향이 크다. 능력 있는 남자는 여자를 마음대로 가졌다가 싫으면 곧 차 버린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집안 좋고 돈이 있으면 남자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한다. 여자한테 망신을 당하거나 자존심이 상한 남자가 상대 여자를 해코지하는 일도 심심찮게 있다.
평양에는 살인사건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공개적으로 알려지는 사건은 1년에 3~4건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다. 절도사건은 특히 많다. CCTV가 많지 않고 잠금장치가 허술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물건을 훔칠 수 있다. 요새 북한 간부들 집에 CCTV를 설치하는 이가 늘고 있다는데 아직까지 많지는 않다.
집 한채 1000달러·55만5555원
평양 젊은이들의 결혼관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중매로 결혼했지만 요즘은 연애결혼을 많이 한다. 좋은 대학에 다니는 남자 대학생은 여자를 사귈 때 집안의 경제력을 따진다. 대학생활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여학생들은 남학생이 어느 대학을 다니는지, 군대는 다녀왔는지, 당원인지 등을 본다.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것이다.
남자나 여자나 처음에 볼 때 상대의 외모를 보는 것은 남한이나 마찬가지다. 돈 많은 남자들이 못생긴 여자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돈 많은 여자도 못생긴 남자를 싫어한다.
연인이 결혼하면 그 비용은 양가(兩家) 합해 대략 500~1000달러가량 든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100~200달러 정도 들어간다. 잘사는 집안의 경우 결혼식 행사를 남녀 집에서 각각 한 번씩, 총 두 번을 한다. 자기 집안의 위력을 과시하거나 체면 때문이다.
남자든 여자든 잘사는 쪽이 신혼 집을 마련해 준다. 예전에는 5장(이불장·옷장·장식장·찬장·책장) 6기(TV수상기·냉동기·녹화기·재봉기·녹음기·세탁기)를 준비했지만 이제는 그런 풍속이 많이 사라졌다. 그냥 돈만 보내는 것이다.
돈 많은 사람들은 약혼식 때 상대방에게 현찰(달러)로 500~1000달러 정도 주고, 또 북한 돈 55만5555원을 추가로 준다. 5자(字)를 고집하는 것은 5복(福)을 누리라는 의미에서다. 중간 정도로 사는 사람들은 북한 돈 55만원만 넣어 준다. 이 정도만 해도 꽤 괜찮게 사는 축에 들어간다.
결혼식 예복은 예복 전문가에게 특별 주문한다. 공장에서 만든 제품보다 품질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광복거리·통일거리·황금벌역·중구역에는 ‘결혼식 식당’이 따로 있다. 잘사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주로 하는데, 한국의 예식장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신랑·신부는 하객(賀客)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축하를 받는다. 요즘에는 사진보다 동영상 촬영을 많이 한다.
못사는 사람들은 예전처럼 집에서 잔칫상을 차려 놓고 예식을 올린다. 잔칫상은 시장에서 빌려 온다. 잔칫상 위의 음식은 진짜인 것도 있고 모조 음식인 것도 있다. 북한 돈으로 2만원이면 이틀을 사용하고 반납할 수 있다.
만약 연애하는 과정에서 임신을 하면 결혼과 상관없이 대부분 그냥 낳는다. 처녀가 출산하는 데 대해 당에서 뭐라고 하지 않는다. 중절수술할 경우, 주로 은퇴한 의사를 데려다 집에서 시술한다. 이 경우 비용은 대략 1만원이다.
최근 들어 평양 여성들의 결혼율이 낮아지고 있다. 시집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결혼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좋은 남자를 만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시장·호텔·驛前·음식점 근처 성매매 성행
평양에는 성매매 여성도 많다. 저녁에 시내를 걷다 보면 성매매 여성을 쉽게 만난다. 평양 중심구역 쪽에는 그냥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예쁜 여자들이 있다. 가정환경이 어려워 성을 파는 여성들이 절반 정도 된다. 직업별로 대학생이 30%이고 나머지는 직업적으로 성을 판다. 예술단 출신들은 성매매 업소에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알아서 성을 판다. 여성과 업소를 연결해 주는 중간책도 있다. 중간책에는 여자가 많다.
길거리에는 이른바 ‘삐끼’들이 있다. 지나가는 남성을 조용히 따라가 상황을 체크한 후 “안마, 마사지하고 가지 않겠나” “좋은 술집 있는데 들어가지 않겠나” 하고 물어본다. 삐끼는 주로 시장, 호텔, 역전, 고급 식당 근처에 많다.
성매매 요금은 장소마다 다르다. 고려호텔(평양역) 앞은 50달러로 비싸다. 황금벌, 경운거리, 모란봉, 개선문에는 10~30달러 정도 한다. 형제산 동대문구역은 달러를 사용할 수 없고 북한 돈을 내야 한다. 대개 평양 중심가는 달러로, 나머지 지역은 북한 돈으로 지불한다. 성매매를 하다 단속반에 걸려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단속반원들도 처벌보다 돈을 더 선호한다.
돈만 있으면 서울보다 살기 좋은 곳이 평양이다. 남한에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있지만, 평양은 돈만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돈만 있으면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조용히 해결할 수 있다.
평양에서 북한 돈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돈이 달러다. 그 다음으로 인민폐(위안화), 엔화 순이다. 일본 돈은 과거 조총련과 재일동포들이 송금하면서 유통이 많았지만 지금은 크게 줄었다. 달러는 사실상 평양의 기축통화(基軸通貨) 역할을 한다. 상품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이 달러 환율과 연동돼 있다. 그날그날의 환율에 따라 북한 돈의 가격도 달라진다. 인민폐도 기준환율이 되고 있다.
평양에는 위조달러도 화폐가치를 인정받는다. 물론 진짜보다는 아주 싸다. 1977년 이전 판은 액면가의 30%로 계산해 주고 그 이후 판은 5%로 거래된다. 위조달러는 해외에 나갈 때 진짜 돈 사이에 몇 장씩 끼워 거래된다. 이런 짓을 외화벌이 기관원들이 많이 한다. 위조달러는 평양 인근 평성에서 많이 제작된다.
달러와 관련해 평양 고위층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달러를 쓰지 못하게 한다. 달러를 많이 사용하다 보면 보위부 감시요원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잘사는 집안 자녀들은 은행에서 금방 찾은 돈처럼 빳빳한 달러를 사용한다.
향수 냄새 나는 고위층 자녀
평양의 고위층 자녀라면 중앙당 부장급이나, 국장, 지배인, 당비서, 보위일꾼, 군(軍)간부 자식을 말한다. 고위층 자녀들은 자기와 비슷한 수준의 집안 자식끼리 몰려 다닌다. 이들은 부모들의 통제로 시내에 나가 자유롭게 놀기보다는 시설 좋은 특별공간에서 노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한 달 용돈은 제각각이지만 100달러를 훌쩍 넘는다. 양주를 주로 마시고 와인도 즐긴다. 와인은 외국에 나갔다가 오는 사람들이 기념품으로 사 오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낙원백화점, 대상백화점, 외국상점 등을 자주 들른다.
고위층 자녀들이 사고를 칠 경우 단속기관은 애써 이들을 건들려 하지 않는다. 힘 있는 부모가 많아 잘못될 경우 단속한 사람이 되레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위층 자녀들은 옷차림도 다르고 심지어 냄새도 다르다. 일반 사람들에게서 땀 냄새가 난다면 그 아이들은 향수 냄새가 난다. 문제는 이들이 어릴 때부터 일반인과 다른 삶을 살아 청년이 돼도 평범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같은 대학생이라도 돈 있는 애들과 없는 애들은 따로 논다.
평양 고위층 자녀들은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 개중에는 ‘조선정신’이 제대로 박힌 애들은 아버지의 대를 잇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한다. 그 아이들은 노는 것도 세련되게 논다.
요즘 평양의 부자 중에는 간부들 외에 외화벌이를 하거나 마약, 장사를 하는 사람도 많다. 과거에는 일본에서 온 교포들 중에 부자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부유층 자녀들 중에 험하게 노는 애들이 있다. 망나니처럼 놀다가 걸려 감옥에 들어가면 부모가 돈으로 빼내고 또 사고 쳐 다시 감옥에 간다. 돈 좀 있다고 과시하고 남을 깔보고 해서 주변 친구들로부터 욕을 먹기도 한다.
몇 년 사이에 평양에는 좋은 식당이 많이 생겼다. 협동식당이라는 곳이 있는데 값이 굉장히 비싸고 음식 맛도 좋다. 돈 많은 사람만 갈 수 있다.
돈 없는 대학생, 마약 팔다 퇴학당해
대체로 힘 있는 집안의 자식들은 학교 졸업 후 대학에 들어간다. 대학 졸업 후 입대를 하면 군복무 기간이 3년 또는 5년이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를 가면 10년을 복무해야 한다. 그래서 너도나도 대학에 가려고 한다.
하지만 대학 가기가 무척 힘들다. 남한은 실력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시험을 쳐서 대학생이 될 수 있다. 북한은 돈이 대학생활의 기본이다. “대학 5년이면 일생 먹을 돈 다 건다”고 말할 정도다. 북한에서 최고 대학으로 여기는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대도 졸업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학비는 공짜지만 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거나 졸업을 제때 하려면 교수들에게 뇌물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를 다니다 돈이 없어서 중퇴하는 경우도 많다. 북한 대학생들은 각종 건설현장에 동원되는데 이런 노력봉사에 빠지려면 돈을 줘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 학생들 가운데 수업시간 외에 장사를 하는 이가 많다.
평양에서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대학은 졸업 후 해외로 나갈 기회가 많은 대학이다. 가장 인기 있는 그룹은 김일성종합대학, 보위대학(보위부 소속), 장철구상업대학(舊 평양상대), 대외요리학원(3년제) 등이다. 김책공대, 외국어대학, 음악무용대학, 영화연극대학, 체육대학도 괜찮다. 김형직사범대학은 순위가 아주 낮고 건설건재대학은 대학으로 보지 않는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입학할 때부터 2000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김일성종합대학 같은 곳은 그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입학생을 정원보다 많이 뽑아 놓고 돈을 많이 내는 학생부터 받아들이는 것이다. 대학성적이라는 것도 돈을 쓰면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좋은 대학의 경우, 교수뿐만 아니라 일반 교직원들도 먹을 걱정, 입을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다.
지난 2009년 장철구상업대학에 다니던 학생이 마약을 팔다가 들킨 일이 있다. 지방 출신이라 학비와 생활비가 모자라 몰래 마약장사를 한 것이다. 학생은 총살은 면했지만 퇴학당했다.
지방대학 중에서 함흥수리대학이 유명하다. 지난 2008년 김정일이 이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지방대 치고 인기가 꽤 있다. 국가가 특별히 관리하는 중앙대학인 데다가 지방에 위치해 돈이 크게 안 들어간다. 또 이공계 학과가 많아 졸업 후 해외에서 일할 기회가 많다. 그래서 평양 출신 고교생이 함흥수리대학에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DVD로 액션·포르노·멜로 영화 즐겨 봐
북한에서 외부 소식을 접하는 방법은 대부분 영상물을 통해서다. 영상물을 볼 때 EVD(동영상플레이어)를 사용한다. 중국 단둥을 통해 들어오는 것이 비싸고 질도 좋다. 혜산이나 무산, 회령을 통해서도 들어온다. 북한 가정 60%가 EVD를 갖고 있는데 평양의 경우 80% 이상이 보유하고 있다는 비공식 통계도 있다. 휴대용 CD플레이어나 영상TV도 갖고 있다. 2~3대씩 구입해 보는 가정도 있다.
평양시민들은 주로 중국 액션영화를 즐겨 보는데 비밀리에 유통되는 포르노도 많이 본다. 현재 북한에서 중국 영화는 단속대상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은 액션, 포르노, 멜로물을 좋아하고 SF영화는 ‘환상영화’라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포르노를 북한 전역에 유통시켜 돈을 버는 조직도 있다.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 영상물은 어떤 영화인가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보통 영화는 북한 돈 4000~5000원 정도이고 인기 영화는 1만5000원이 넘는다. 최신영화일수록 비싸다. 한국영화로는 <남자의 향기> <약속> <올가미> <투캅스> <시라소니> 등이 유행했다.
집에서 영화를 볼 때는 전등을 모두 끄고 문도 잠근다. DVD 검열을 수시로 하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안 할 때도 있고, 불시에 구역별로 집중해서 단속할 때도 있다. 밤 12시에 들이닥치기도 한다. 단속에 걸리면 보통 100달러 정도의 뇌물을 준다. 남한 영상을 보다가 걸리면 더 많이 내야 한다.
시민들이 많이 보는 외국 영화는 중국, 미국, 유럽(프랑스) 순이다. 예전에는 한국영화를 많이 봤는데 단속을 피해 몰래 본다. 한국 영화가 재미있다는 사실은 다들 인정한다. 2002년 당시 한국영화를 보는 게 유행처럼 번졌는데 단속에 걸려 교화소에 간 사람이 많았다.
국제영화관에서는 외국영화를 상영한다. 한 영화를 일주일간 상영하는데, 재미도 없고 옛날 영화라 보러 가는 사람이 별로 없다. 주로 루마니아, 중국, 소련 영화들이다.
평양에는 구역별로 비디오방이 있다. 대체로 액션영화가 많다. 15~30세 사람들이 낮보다는 주로 저녁시간에 이곳을 혼자 찾는다. 평양사람들은 여럿이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먹어도 혼자, 놀아도 혼자, 보는 것도 혼자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밤 10시가 넘으면 순찰대가 비디오방을 드나들며 불법 여부를 단속한다.
평양에 휴대폰이 많이 공급됐다.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전화는 물론 음악, 사진 촬영까지 가능하다. 평양시민 중 절반이 휴대폰을 사용한다. 먹지는 못해도 휴대폰은 장만한다. 그래야 사람 축에 낄 수 있다. 휴대폰을 사용하면 그 사람의 위신이 올라간다. 위신을 올려주는 첫 번째 제품이 휴대폰이고 그 다음이 노트북이다.
휴대폰 사용인구는 연령별로 볼 때 20~30대가 가장 많다. 평양 어느 곳에서나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보위부가 감청한다.
통신사에 가입 후 휴대폰을 직접 받는 데는 20일이 걸린다. 가격은 대략 200~300달러다. 휴대폰을 개통할 때는 달러로 지불한다. 기계는 중국산과 유럽산이 있다. 휴대폰 통화품질은 괜찮은 편이다. 수리해 주는 곳도 따로 있다. 개인 기술자가 직접 수리를 하는데 휴대폰 판매점보다 수리를 더 잘하고 비용도 저렴하다.
땅속에 외장하드 숨겨 두고 필요할 때마다 사용
노트북은 대부분 중국산으로 240달러 정도 한다. 노트북도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인기가 좋다. 잘사는 집은 일반PC와 노트북 둘 다 있다. 노트북을 휴대하는 경우는 드물다. 괜히 걸리면 골치만 아파진다. 인터넷이 가능한 곳은 따로 있다.
노트북은 사회적 위상을 높여 주는 제품이다. 노트북에 외장하드를 연결해 사용하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외장하드에 영화를 무한정 담아 두거나 각종 자료를 저장한다. 외장하드는 대부분 중국산인데 40달러 정도 한다. 단속이나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땅속에 묻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사람도 있다.
PC의 경우, 평양의 일반가정 중 30% 정도가 갖고 있다고 본다. 대부분 중고품으로 500~700달러 정도에 거래된다. PC를 이용해 문서를 작성하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거나 공부를 하기도 한다. 교육 자료는 USB에 담아 사용한다. 요즘은 CD보다 USB를 많이 쓴다. 특히 젊은이들은 USB로 영화나 음악파일을 주고받는다. MP3 플레이어는 개인이 갖고 있으면 안 되는 제품이다. 하지만 몰래 들고 다닌다. 요즘은 휴대폰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어 MP3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북한에서 마약은 생활필수품이다. 평양 젊은이들은 물론 연령을 가리지 않고 마약을 한다. 마약을 안 해 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돈 많은 간부들이 더 많이 한다. 단속하는 사람들도 마약을 한다. 단체로 마약을 하다 잡히는 경우도 있고, 고위급 간부들이 걸리기도 한다. 국가보위부나 호위사령부, 경공업성 국장, 부부장 하던 사람도 잡혔다.
마약은 각성제(빙두라고도 함)로 사용되는데 1g에 10달러 정도 한다. 함흥에서 생산된 것이 제일 좋다.
대학생이나 젊은 사람들도 마약을 오락처럼 애용한다. 모여서 할 때도 있지만 요즘은 개별적으로 많이 한다. 냄새가 나니까 집에서 개인적으로, 그것도 새벽시간에 주로 한다. 노인들은 뇌혈전에 좋다며 마약을 하고, 일이 많은 여성들은 피로를 잊기 위해 마약을 한다. 평양에는 마약중독자를 치료하는 병원이 없다. 마약을 하다 걸리면 교화소에 수감된다.
뇌물은 사회생활의 필수
북한에서는 노동당 입당이 아주 중요하다. 당원이 되는 것은 출세의 출발점이다. 입당하지 못하면 발전할 수 없다. 그런데 입당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 군부대마다 입당 비율이 정해져 있어 당원이 되려는 군인은 윗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 입당하기 전 간부들에게 담배도 주고 식사도 대접해야 한다.
청년조직의 경우 당원비율은 40% 정도다. 청년동맹 초급단체 책임자 자리(청년비서)는 인기가 많다. 조직원들로부터 뇌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뇌물은 사회생활의 필수다. 청년비서는 당일꾼과 같아 위세가 대단하다.
생활총화(자기비판모임)는 수요일이나 토요일에 한다. 과거보다 비판의 정도가 많이 약해졌다. 잘못 비판하다가는 뒷일을 감당하지 못하는 수가 있다. 남을 비판하기에는 북한 사회가 너무 어려운 환경이다. 생활총화 뒤에는 술을 마시며 서로의 감정을 푼다.
‘김정은’이라는 이름은 2008년 봄부터 군부 쪽에서 이름이 조금씩 나왔다. 그러다가 2009년 1월 김정일이 군부대를 시찰하는 TV 영상물에 김정은이 같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일성을 많이 닮아서 김정일 아들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김정은은 원래 1983년생이다. 김정은의 생일은 국가 명절이 됐다. ‘김정은 우상화’ 노래를 만들어 불렀지만 ‘위대성 교육’은 없었다. 위대성 교육이란 위대한 인물의 업적을 책과 기타 출판물로 만들어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평양의 노동당원들은 김정은에 대해 “젊으니까 좋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없는 사람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권력을 제대로 행사할지 의문을 갖는 이들이 있다. 고위층 자녀들은 김정일 체제에서 혜택만 받았으니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도 기대를 많이 한다.
평양사람들은 북한의 일반주민들과 많이 다르다. 평양시민의 80%는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라 김정은에 대해서도 충성을 다할 것이다. 북한 체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20%밖에 안된다.
“金大中 평양 방문 때 곧 통일되는 줄 알아”
평양시민들은 통일이 되면 모두 잘살 줄로 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찾았을 때 곧 통일이 되는 줄 알았다고 한다.
평양 젊은이들은 남한이 잘사는 줄 대부분 안다. 자유가 좋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남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공공장소는 물론 가족 모임에서도 조심한다. 이런 일이 있었다. 온 가족이 모인 곳에서 남한에 대해 좋게 얘기했다가 딸과 이혼한 사위가 나중에 기관에 고발해 장인과 장모가 잡혀간 사례이다.
2010년 갑자기 화폐교환을 단행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굶어 죽었다. 화폐교환 시행 초기에는 경제가 좋아지겠다고 생각했는데 한 달도 못 돼 돈 가치가 떨어지고 경제가 엉망이 됐다. 아사자(餓死者)는 평양 변두리와 함경남도, 평안남도 평성에서 많았다. 몇 명이 굶어 죽었는지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평양, 지방 가릴 것 없이 많이 죽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은 상황이 그나마 괜찮았다고 한다. 북한 전체 인구를 놓고 볼 때 10%는 굶어 죽었다고 한다.
김정은 체제는 5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내부든 외부든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다. 상처도 심하게 곪으면 자동적으로 터진다. 젊은 사람들은 나라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표현을 못한다. 평양사람들은 지금 많이 지쳐 있다.⊙
평양 출신의 탈북자들이 전하는 최근 생활상을 평양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5만~10만 달러 가져야 부유층
평양에는 잘사는 사람이 많다. 평양사람들은 키도 크고 얼굴 색깔도 지방과 비교할 때 많이 다르다. 보통 부자(富者)라고 하면 5만 달러 정도를 갖고 있다. 10만 달러 정도면 ‘돈이 많은 부자’라고 할 수 있다. 평양 중심거리에서 제일 비싼 주택은 모란봉구역 북새동에 있는데, 한 채 가격이 6만 달러 내외다. 공식적으로 사고팔지는 못하지만 자기네들끼리 몰래 거래한다. 30~40평 규모로 거실과 4~5개의 방이 있다.
자가용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도 꽤 있다. 그런데 차를 갖고 있으면 대부분 불법으로 돈을 모아 구입한 걸로 생각한다. 그래서 돈깨나 있는 간부들은 개인 차량을 자기가 일하는 부서에 등록시켜 관용차량인 양 몰고 다닌다.
북한주민들은 대부분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다닌다. 남자의 경우 여름에 셔츠나 평상복을 입는다. 하지만 돈 있는 사람들은 옷 자체가 다르다. 셔츠 한 장을 입어도 수입산을 입는다. 외국산은 색깔부터 디자인, 질감이 다르다. 옷을 보면 “아, 잘사는 집안 사람이구나” 하고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요즘 평양의 젊은 남자들은 여자들처럼 몸에 딱 붙는 ‘쫑대바지’를 좋아한다. 겨울 코트도 남한식으로 몸에 딱 맞는 것을 좋아한다. 머리 스타일은 남한처럼 자유롭게 할 수 없고 일반적으로 가르마를 타거나 뒤로 넘긴다.
여자들은 대부분 치마를 입고 다니지만 꽃으로 장식한 셔츠와 반팔 상의를 과감히 입기도 한다. 이런 옷을 입으면 “모양새가 뛰어나다”는 얘기를 듣는다. 원래 치마 외에 바지를 못 입게 돼 있지만 최근 들어 제재가 거의 사라졌다.
치마의 경우 무릎 밑으로 내려와야 한다. 치마를 올려 입거나 티셔츠를 야하게 입으면 ‘청년부 규찰대’에 걸린다. 지정된 구역에서 옷차림을 단속하는 ‘그루빠(그룹)’가 별도로 있다. 단속반의 명칭은 그때마다 바뀐다. 옷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화제가 된 사건은 없지만 단속에 걸린 여자들은 길거리에서 망신을 당하기 일쑤다.
평양에서 유행하는 모든 것을 알려면 평양체육관, 국제영화관, 보림관 인근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 된다.
남한 화장품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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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세련된 옷차림의 북한 여성. 평양 젊은이들은 남한 옷과 화장품을 선호한다. |
수매상점 외에 일반 개인이 밀수품을 팔기도 한다. 중국이나 남한에서 유행하는 옷을 평양식으로 개조해 파는 사람도 있다. 외국에서 들여온 옷이라도 평양 실정에 고쳐 입으면 괜찮기 때문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옷을 만들어 팔아 부자가 된 사람도 있다.
통일거리에 있는 ‘평양단고기국집’ 옆에 상당한 규모의 상점이 있다. 명품을 파는 서울의 유명백화점과 같은 곳이다. 그곳에 가면 고가(高價)의 질 좋은 물건들을 구할 수 있다. 수입산이 많은데 대부분 중국산 아니면 일본산이다. 남한 물건도 몰래 팔지만 단속에 걸릴 경우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 단속에 걸린 물건을 되찾기 위해 뇌물을 많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남한 물건은 중국을 통해 들어온다. 평양시민들은 중국 물건에 비해 한국산이 훨씬 좋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직접 만든 물건인지 중국에서 제조된 남한 물건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남한 물건은 인기가 많다. 샴푸나 린스, 화장품을 특히 좋아한다.
평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데이트 장소는 보림관이다. 청룡극장에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다. 5·1경기장을 기점으로 문수유희장, 개성공원에서도 남녀가 데이트를 즐긴다. 중구역 인근에 있는 평양극장과 대동강 수변도 젊은 남녀가 많이 찾는다. 밤 10시가 넘으면 야간순찰기동대가 데이트족(族)을 단속한다.
젊은 남녀가 밤 새워 같이 있고 싶을 때는 개인이 운영하는 ‘목욕탕’에 간다. 창광원처럼 큰 목욕탕에는 부부탕이 있는데 신분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고 가족 중심이다. 젊은 연인들은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목욕탕에 간다. 목욕탕 비용은 시설에 따라 다른데 북한 돈으로 대략 3000~4000원 정도 하고 8000원짜리도 있다. 침대는 없고 목욕만 할 수 있다.
남녀간 하룻밤 연애를 할 경우에는 역전(驛前)이나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는 일반 숙박집을 이용한다. 아파트 단층이나 개인집을 ‘여관’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통상 한 사람당 1500~2000원을 내야 한다. 마찬가지로 시설이 좋은 곳은 1인당 5000원이 넘는다.
순찰대원들 중에는 연애하는 사람들만 단속하는 사람이 있다. 단속을 빌미로 이들에게서 돈을 뺏기 위해서다. “너희들 못된 짓 했으니 비판서 쓰고 교화소 갈래 아니면 돈 내고 그냥 집에 갈래” 하는 식으로 협박한다. 단속에 걸린 젊은이들은 대부분 돈을 찔러 준다.
청소년들의 사고방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 중학교 4학년(남한의 중학교 2학년·13~14세)부터 연애하는 것이 일반화됐고 15~17세가 되면 포르노를 보거나 성경험까지 한다. 지난 2008년 평양의 한 중학교 6학년(남한의 고 1~2 정도) 학생들(남녀학생 포함) 여럿이 모여 포르노를 보다가 실제 화면에 나오는 대로 성관계를 가져 단속에 걸린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 아버지 중에 당 간부가 있어 사건은 조용히 처리됐다.
평양에서 연애하는 것은 자유다. 남녀간 애정표현은 공개된 장소에서는 소극적이다. 길거리에서 껴안거나 뽀뽀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몰래 할 것은 다 한다.
연애하다가 헤어지는 것도 자유롭다. 평양과 북한의 국경지역에는 외국 문화가 많이 들어오는데 그 영향이 크다. 능력 있는 남자는 여자를 마음대로 가졌다가 싫으면 곧 차 버린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집안 좋고 돈이 있으면 남자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한다. 여자한테 망신을 당하거나 자존심이 상한 남자가 상대 여자를 해코지하는 일도 심심찮게 있다.
평양에는 살인사건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공개적으로 알려지는 사건은 1년에 3~4건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다. 절도사건은 특히 많다. CCTV가 많지 않고 잠금장치가 허술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물건을 훔칠 수 있다. 요새 북한 간부들 집에 CCTV를 설치하는 이가 늘고 있다는데 아직까지 많지는 않다.
집 한채 1000달러·55만555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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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동강변에서 데이트를 하고 있는 젊은 남녀. |
남자나 여자나 처음에 볼 때 상대의 외모를 보는 것은 남한이나 마찬가지다. 돈 많은 남자들이 못생긴 여자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돈 많은 여자도 못생긴 남자를 싫어한다.
연인이 결혼하면 그 비용은 양가(兩家) 합해 대략 500~1000달러가량 든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100~200달러 정도 들어간다. 잘사는 집안의 경우 결혼식 행사를 남녀 집에서 각각 한 번씩, 총 두 번을 한다. 자기 집안의 위력을 과시하거나 체면 때문이다.
남자든 여자든 잘사는 쪽이 신혼 집을 마련해 준다. 예전에는 5장(이불장·옷장·장식장·찬장·책장) 6기(TV수상기·냉동기·녹화기·재봉기·녹음기·세탁기)를 준비했지만 이제는 그런 풍속이 많이 사라졌다. 그냥 돈만 보내는 것이다.
돈 많은 사람들은 약혼식 때 상대방에게 현찰(달러)로 500~1000달러 정도 주고, 또 북한 돈 55만5555원을 추가로 준다. 5자(字)를 고집하는 것은 5복(福)을 누리라는 의미에서다. 중간 정도로 사는 사람들은 북한 돈 55만원만 넣어 준다. 이 정도만 해도 꽤 괜찮게 사는 축에 들어간다.
결혼식 예복은 예복 전문가에게 특별 주문한다. 공장에서 만든 제품보다 품질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광복거리·통일거리·황금벌역·중구역에는 ‘결혼식 식당’이 따로 있다. 잘사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주로 하는데, 한국의 예식장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신랑·신부는 하객(賀客)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축하를 받는다. 요즘에는 사진보다 동영상 촬영을 많이 한다.
못사는 사람들은 예전처럼 집에서 잔칫상을 차려 놓고 예식을 올린다. 잔칫상은 시장에서 빌려 온다. 잔칫상 위의 음식은 진짜인 것도 있고 모조 음식인 것도 있다. 북한 돈으로 2만원이면 이틀을 사용하고 반납할 수 있다.
만약 연애하는 과정에서 임신을 하면 결혼과 상관없이 대부분 그냥 낳는다. 처녀가 출산하는 데 대해 당에서 뭐라고 하지 않는다. 중절수술할 경우, 주로 은퇴한 의사를 데려다 집에서 시술한다. 이 경우 비용은 대략 1만원이다.
최근 들어 평양 여성들의 결혼율이 낮아지고 있다. 시집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결혼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좋은 남자를 만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시장·호텔·驛前·음식점 근처 성매매 성행
평양에는 성매매 여성도 많다. 저녁에 시내를 걷다 보면 성매매 여성을 쉽게 만난다. 평양 중심구역 쪽에는 그냥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예쁜 여자들이 있다. 가정환경이 어려워 성을 파는 여성들이 절반 정도 된다. 직업별로 대학생이 30%이고 나머지는 직업적으로 성을 판다. 예술단 출신들은 성매매 업소에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알아서 성을 판다. 여성과 업소를 연결해 주는 중간책도 있다. 중간책에는 여자가 많다.
길거리에는 이른바 ‘삐끼’들이 있다. 지나가는 남성을 조용히 따라가 상황을 체크한 후 “안마, 마사지하고 가지 않겠나” “좋은 술집 있는데 들어가지 않겠나” 하고 물어본다. 삐끼는 주로 시장, 호텔, 역전, 고급 식당 근처에 많다.
성매매 요금은 장소마다 다르다. 고려호텔(평양역) 앞은 50달러로 비싸다. 황금벌, 경운거리, 모란봉, 개선문에는 10~30달러 정도 한다. 형제산 동대문구역은 달러를 사용할 수 없고 북한 돈을 내야 한다. 대개 평양 중심가는 달러로, 나머지 지역은 북한 돈으로 지불한다. 성매매를 하다 단속반에 걸려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단속반원들도 처벌보다 돈을 더 선호한다.
돈만 있으면 서울보다 살기 좋은 곳이 평양이다. 남한에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있지만, 평양은 돈만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돈만 있으면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조용히 해결할 수 있다.
평양에서 북한 돈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돈이 달러다. 그 다음으로 인민폐(위안화), 엔화 순이다. 일본 돈은 과거 조총련과 재일동포들이 송금하면서 유통이 많았지만 지금은 크게 줄었다. 달러는 사실상 평양의 기축통화(基軸通貨) 역할을 한다. 상품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이 달러 환율과 연동돼 있다. 그날그날의 환율에 따라 북한 돈의 가격도 달라진다. 인민폐도 기준환율이 되고 있다.
평양에는 위조달러도 화폐가치를 인정받는다. 물론 진짜보다는 아주 싸다. 1977년 이전 판은 액면가의 30%로 계산해 주고 그 이후 판은 5%로 거래된다. 위조달러는 해외에 나갈 때 진짜 돈 사이에 몇 장씩 끼워 거래된다. 이런 짓을 외화벌이 기관원들이 많이 한다. 위조달러는 평양 인근 평성에서 많이 제작된다.
달러와 관련해 평양 고위층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달러를 쓰지 못하게 한다. 달러를 많이 사용하다 보면 보위부 감시요원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잘사는 집안 자녀들은 은행에서 금방 찾은 돈처럼 빳빳한 달러를 사용한다.
향수 냄새 나는 고위층 자녀
평양의 고위층 자녀라면 중앙당 부장급이나, 국장, 지배인, 당비서, 보위일꾼, 군(軍)간부 자식을 말한다. 고위층 자녀들은 자기와 비슷한 수준의 집안 자식끼리 몰려 다닌다. 이들은 부모들의 통제로 시내에 나가 자유롭게 놀기보다는 시설 좋은 특별공간에서 노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한 달 용돈은 제각각이지만 100달러를 훌쩍 넘는다. 양주를 주로 마시고 와인도 즐긴다. 와인은 외국에 나갔다가 오는 사람들이 기념품으로 사 오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낙원백화점, 대상백화점, 외국상점 등을 자주 들른다.
고위층 자녀들이 사고를 칠 경우 단속기관은 애써 이들을 건들려 하지 않는다. 힘 있는 부모가 많아 잘못될 경우 단속한 사람이 되레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위층 자녀들은 옷차림도 다르고 심지어 냄새도 다르다. 일반 사람들에게서 땀 냄새가 난다면 그 아이들은 향수 냄새가 난다. 문제는 이들이 어릴 때부터 일반인과 다른 삶을 살아 청년이 돼도 평범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같은 대학생이라도 돈 있는 애들과 없는 애들은 따로 논다.
평양 고위층 자녀들은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 개중에는 ‘조선정신’이 제대로 박힌 애들은 아버지의 대를 잇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한다. 그 아이들은 노는 것도 세련되게 논다.
요즘 평양의 부자 중에는 간부들 외에 외화벌이를 하거나 마약, 장사를 하는 사람도 많다. 과거에는 일본에서 온 교포들 중에 부자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부유층 자녀들 중에 험하게 노는 애들이 있다. 망나니처럼 놀다가 걸려 감옥에 들어가면 부모가 돈으로 빼내고 또 사고 쳐 다시 감옥에 간다. 돈 좀 있다고 과시하고 남을 깔보고 해서 주변 친구들로부터 욕을 먹기도 한다.
몇 년 사이에 평양에는 좋은 식당이 많이 생겼다. 협동식당이라는 곳이 있는데 값이 굉장히 비싸고 음식 맛도 좋다. 돈 많은 사람만 갈 수 있다.
돈 없는 대학생, 마약 팔다 퇴학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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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건설 현장에 동원되는 평양 김책공대생들. 평양 대학생들은 각종 노동현장에 징발되는데 여기에 제외되기 위해 뇌물을 쓰기도 한다. |
하지만 대학 가기가 무척 힘들다. 남한은 실력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시험을 쳐서 대학생이 될 수 있다. 북한은 돈이 대학생활의 기본이다. “대학 5년이면 일생 먹을 돈 다 건다”고 말할 정도다. 북한에서 최고 대학으로 여기는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대도 졸업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학비는 공짜지만 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거나 졸업을 제때 하려면 교수들에게 뇌물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를 다니다 돈이 없어서 중퇴하는 경우도 많다. 북한 대학생들은 각종 건설현장에 동원되는데 이런 노력봉사에 빠지려면 돈을 줘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 학생들 가운데 수업시간 외에 장사를 하는 이가 많다.
평양에서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대학은 졸업 후 해외로 나갈 기회가 많은 대학이다. 가장 인기 있는 그룹은 김일성종합대학, 보위대학(보위부 소속), 장철구상업대학(舊 평양상대), 대외요리학원(3년제) 등이다. 김책공대, 외국어대학, 음악무용대학, 영화연극대학, 체육대학도 괜찮다. 김형직사범대학은 순위가 아주 낮고 건설건재대학은 대학으로 보지 않는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입학할 때부터 2000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김일성종합대학 같은 곳은 그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입학생을 정원보다 많이 뽑아 놓고 돈을 많이 내는 학생부터 받아들이는 것이다. 대학성적이라는 것도 돈을 쓰면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좋은 대학의 경우, 교수뿐만 아니라 일반 교직원들도 먹을 걱정, 입을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다.
지난 2009년 장철구상업대학에 다니던 학생이 마약을 팔다가 들킨 일이 있다. 지방 출신이라 학비와 생활비가 모자라 몰래 마약장사를 한 것이다. 학생은 총살은 면했지만 퇴학당했다.
지방대학 중에서 함흥수리대학이 유명하다. 지난 2008년 김정일이 이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지방대 치고 인기가 꽤 있다. 국가가 특별히 관리하는 중앙대학인 데다가 지방에 위치해 돈이 크게 안 들어간다. 또 이공계 학과가 많아 졸업 후 해외에서 일할 기회가 많다. 그래서 평양 출신 고교생이 함흥수리대학에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DVD로 액션·포르노·멜로 영화 즐겨 봐
북한에서 외부 소식을 접하는 방법은 대부분 영상물을 통해서다. 영상물을 볼 때 EVD(동영상플레이어)를 사용한다. 중국 단둥을 통해 들어오는 것이 비싸고 질도 좋다. 혜산이나 무산, 회령을 통해서도 들어온다. 북한 가정 60%가 EVD를 갖고 있는데 평양의 경우 80% 이상이 보유하고 있다는 비공식 통계도 있다. 휴대용 CD플레이어나 영상TV도 갖고 있다. 2~3대씩 구입해 보는 가정도 있다.
평양시민들은 주로 중국 액션영화를 즐겨 보는데 비밀리에 유통되는 포르노도 많이 본다. 현재 북한에서 중국 영화는 단속대상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은 액션, 포르노, 멜로물을 좋아하고 SF영화는 ‘환상영화’라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포르노를 북한 전역에 유통시켜 돈을 버는 조직도 있다.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 영상물은 어떤 영화인가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보통 영화는 북한 돈 4000~5000원 정도이고 인기 영화는 1만5000원이 넘는다. 최신영화일수록 비싸다. 한국영화로는 <남자의 향기> <약속> <올가미> <투캅스> <시라소니> 등이 유행했다.
집에서 영화를 볼 때는 전등을 모두 끄고 문도 잠근다. DVD 검열을 수시로 하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안 할 때도 있고, 불시에 구역별로 집중해서 단속할 때도 있다. 밤 12시에 들이닥치기도 한다. 단속에 걸리면 보통 100달러 정도의 뇌물을 준다. 남한 영상을 보다가 걸리면 더 많이 내야 한다.
시민들이 많이 보는 외국 영화는 중국, 미국, 유럽(프랑스) 순이다. 예전에는 한국영화를 많이 봤는데 단속을 피해 몰래 본다. 한국 영화가 재미있다는 사실은 다들 인정한다. 2002년 당시 한국영화를 보는 게 유행처럼 번졌는데 단속에 걸려 교화소에 간 사람이 많았다.
국제영화관에서는 외국영화를 상영한다. 한 영화를 일주일간 상영하는데, 재미도 없고 옛날 영화라 보러 가는 사람이 별로 없다. 주로 루마니아, 중국, 소련 영화들이다.
평양에는 구역별로 비디오방이 있다. 대체로 액션영화가 많다. 15~30세 사람들이 낮보다는 주로 저녁시간에 이곳을 혼자 찾는다. 평양사람들은 여럿이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먹어도 혼자, 놀아도 혼자, 보는 것도 혼자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밤 10시가 넘으면 순찰대가 비디오방을 드나들며 불법 여부를 단속한다.
평양에 휴대폰이 많이 공급됐다.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전화는 물론 음악, 사진 촬영까지 가능하다. 평양시민 중 절반이 휴대폰을 사용한다. 먹지는 못해도 휴대폰은 장만한다. 그래야 사람 축에 낄 수 있다. 휴대폰을 사용하면 그 사람의 위신이 올라간다. 위신을 올려주는 첫 번째 제품이 휴대폰이고 그 다음이 노트북이다.
휴대폰 사용인구는 연령별로 볼 때 20~30대가 가장 많다. 평양 어느 곳에서나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보위부가 감청한다.
통신사에 가입 후 휴대폰을 직접 받는 데는 20일이 걸린다. 가격은 대략 200~300달러다. 휴대폰을 개통할 때는 달러로 지불한다. 기계는 중국산과 유럽산이 있다. 휴대폰 통화품질은 괜찮은 편이다. 수리해 주는 곳도 따로 있다. 개인 기술자가 직접 수리를 하는데 휴대폰 판매점보다 수리를 더 잘하고 비용도 저렴하다.
땅속에 외장하드 숨겨 두고 필요할 때마다 사용
노트북은 대부분 중국산으로 240달러 정도 한다. 노트북도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인기가 좋다. 잘사는 집은 일반PC와 노트북 둘 다 있다. 노트북을 휴대하는 경우는 드물다. 괜히 걸리면 골치만 아파진다. 인터넷이 가능한 곳은 따로 있다.
노트북은 사회적 위상을 높여 주는 제품이다. 노트북에 외장하드를 연결해 사용하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외장하드에 영화를 무한정 담아 두거나 각종 자료를 저장한다. 외장하드는 대부분 중국산인데 40달러 정도 한다. 단속이나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땅속에 묻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사람도 있다.
PC의 경우, 평양의 일반가정 중 30% 정도가 갖고 있다고 본다. 대부분 중고품으로 500~700달러 정도에 거래된다. PC를 이용해 문서를 작성하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거나 공부를 하기도 한다. 교육 자료는 USB에 담아 사용한다. 요즘은 CD보다 USB를 많이 쓴다. 특히 젊은이들은 USB로 영화나 음악파일을 주고받는다. MP3 플레이어는 개인이 갖고 있으면 안 되는 제품이다. 하지만 몰래 들고 다닌다. 요즘은 휴대폰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어 MP3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북한에서 마약은 생활필수품이다. 평양 젊은이들은 물론 연령을 가리지 않고 마약을 한다. 마약을 안 해 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돈 많은 간부들이 더 많이 한다. 단속하는 사람들도 마약을 한다. 단체로 마약을 하다 잡히는 경우도 있고, 고위급 간부들이 걸리기도 한다. 국가보위부나 호위사령부, 경공업성 국장, 부부장 하던 사람도 잡혔다.
마약은 각성제(빙두라고도 함)로 사용되는데 1g에 10달러 정도 한다. 함흥에서 생산된 것이 제일 좋다.
대학생이나 젊은 사람들도 마약을 오락처럼 애용한다. 모여서 할 때도 있지만 요즘은 개별적으로 많이 한다. 냄새가 나니까 집에서 개인적으로, 그것도 새벽시간에 주로 한다. 노인들은 뇌혈전에 좋다며 마약을 하고, 일이 많은 여성들은 피로를 잊기 위해 마약을 한다. 평양에는 마약중독자를 치료하는 병원이 없다. 마약을 하다 걸리면 교화소에 수감된다.
뇌물은 사회생활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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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동강변의 평양시민들. |
청년조직의 경우 당원비율은 40% 정도다. 청년동맹 초급단체 책임자 자리(청년비서)는 인기가 많다. 조직원들로부터 뇌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뇌물은 사회생활의 필수다. 청년비서는 당일꾼과 같아 위세가 대단하다.
생활총화(자기비판모임)는 수요일이나 토요일에 한다. 과거보다 비판의 정도가 많이 약해졌다. 잘못 비판하다가는 뒷일을 감당하지 못하는 수가 있다. 남을 비판하기에는 북한 사회가 너무 어려운 환경이다. 생활총화 뒤에는 술을 마시며 서로의 감정을 푼다.
‘김정은’이라는 이름은 2008년 봄부터 군부 쪽에서 이름이 조금씩 나왔다. 그러다가 2009년 1월 김정일이 군부대를 시찰하는 TV 영상물에 김정은이 같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일성을 많이 닮아서 김정일 아들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김정은은 원래 1983년생이다. 김정은의 생일은 국가 명절이 됐다. ‘김정은 우상화’ 노래를 만들어 불렀지만 ‘위대성 교육’은 없었다. 위대성 교육이란 위대한 인물의 업적을 책과 기타 출판물로 만들어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평양의 노동당원들은 김정은에 대해 “젊으니까 좋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없는 사람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권력을 제대로 행사할지 의문을 갖는 이들이 있다. 고위층 자녀들은 김정일 체제에서 혜택만 받았으니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도 기대를 많이 한다.
평양사람들은 북한의 일반주민들과 많이 다르다. 평양시민의 80%는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라 김정은에 대해서도 충성을 다할 것이다. 북한 체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20%밖에 안된다.
“金大中 평양 방문 때 곧 통일되는 줄 알아”
평양시민들은 통일이 되면 모두 잘살 줄로 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찾았을 때 곧 통일이 되는 줄 알았다고 한다.
평양 젊은이들은 남한이 잘사는 줄 대부분 안다. 자유가 좋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남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공공장소는 물론 가족 모임에서도 조심한다. 이런 일이 있었다. 온 가족이 모인 곳에서 남한에 대해 좋게 얘기했다가 딸과 이혼한 사위가 나중에 기관에 고발해 장인과 장모가 잡혀간 사례이다.
2010년 갑자기 화폐교환을 단행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굶어 죽었다. 화폐교환 시행 초기에는 경제가 좋아지겠다고 생각했는데 한 달도 못 돼 돈 가치가 떨어지고 경제가 엉망이 됐다. 아사자(餓死者)는 평양 변두리와 함경남도, 평안남도 평성에서 많았다. 몇 명이 굶어 죽었는지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평양, 지방 가릴 것 없이 많이 죽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은 상황이 그나마 괜찮았다고 한다. 북한 전체 인구를 놓고 볼 때 10%는 굶어 죽었다고 한다.
김정은 체제는 5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내부든 외부든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다. 상처도 심하게 곪으면 자동적으로 터진다. 젊은 사람들은 나라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표현을 못한다. 평양사람들은 지금 많이 지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