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가 왜 공격당한 줄 아세요? 지난 10년간 左派정부가 진실을 왜곡하고 지금 정부가 그것을 방치하니까 북한이 남한을 우습게 봐 대포를 쏘아대는 겁니다. 이 나라에 강화특공대 같은 조직이 있다면 북한이 절대 공격하지 못해요. 강화특공대원은 북괴군이 타고 온 배의 밑창을 뚫어가며 싸웠어요.”
⊙ “우리는 敵地에 있던 강화도를 죽음으로 지켰다”
⊙ 최중석 특공대장, 학살자라는 진실화해委의 통지서 받고 한달 뒤 사망
⊙ 1952년 6월 25일, 강화군수는 강화특공대 기념비 세워 功績 기려
⊙ ‘강화특공대가 민간인 학살했다’고 주장한 핵심인물의 親父는 6·25때 越北한 좌익인사
⊙ “진실화해委의 결정은 左派 입장만 반영한 反역사적 행위”
⊙ “우리는 敵地에 있던 강화도를 죽음으로 지켰다”
⊙ 최중석 특공대장, 학살자라는 진실화해委의 통지서 받고 한달 뒤 사망
⊙ 1952년 6월 25일, 강화군수는 강화특공대 기념비 세워 功績 기려
⊙ ‘강화특공대가 민간인 학살했다’고 주장한 핵심인물의 親父는 6·25때 越北한 좌익인사
⊙ “진실화해委의 결정은 左派 입장만 반영한 反역사적 행위”
- 1951년 1월 7일 강화도 돌모루 전투가 벌어졌던 현장. 멀리 보이는 산 일대가 북한 개풍군 대성면이다.
2008년 7월 경기도 의정부에 거주하던 최중석(崔重錫)씨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발송한 한 통의 우편물을 전달받았다. 최씨가 받은 문건은 노무현(盧武鉉) 정권 때부터 진실화해위가 조사해온 ‘강화도 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의 최종 결정서(決定書)였다. 문건에는 1951년 1·4 후퇴 당시 강화특공대가 민간인 430여 명을 학살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피가 거꾸로 솟아오른다”
최중석씨는 문건에 등장하는 ‘강화특공대’의 최고 책임자였다. 최씨의 큰조카인 최승범(崔承汎·76·강화특공대 전우회 고문)씨의 증언에 따르면, 특공대장 최중석씨는 진실화해위의 결정문을 받고 “피가 거꾸로 솟아오른다”며 분통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최씨는 최종 결정문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최중석씨는 2007년 진실화해위 조사관에게서 두 차례에 걸쳐 정밀조사를 받았다. 조사관은 최씨에게 강화특공대를 지휘하면서 양민 학살을 지시했는지를 물었다. 최씨는 조사관의 질문에 충격을 받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고 치료를 받는 도중 위암 판정을 받았다. 이후 강화특공대가 민간인을 집단으로 죽였다는 진실화해위의 결정이 나자, 최씨는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위암이 악화돼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사망 당시 88세).
최중석씨는 서른 살의 나이에 6·25를 맞았다. 그는 1950년 8월 애국 청년 모임단체 ‘강화도 대한정의단’의 단장을 맡았고 연이어 강화특공대장, 육군 을지2병단 특별연대장을 지냈다. 그는 6·25 때 여러 차례 사선(死線)을 넘나들었다. 전투 당시 몸에 박힌 파편 20여 개는 그를 평생 동안 괴롭혔다고 한다. 대한정의단장 시절 인민군에게 붙들려 갖은 고문을 받기도 했다.
진실화해위가 최중석씨에게 전달한 ‘강화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 진실규명 결정서’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 윤○○ 등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139명을 포함한 430여 명 이상의 강화(강화도·석모도·주문도)지역 민간인들이 부역혐의자 및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1951년 1·4 후퇴 전후로 ‘강화특공대’에 의해 특공대 본거지인 강화경찰서와 지서 등으로 연행·구금돼 고문을 당한 뒤 갑곶나루, 옥림리갯벌, 월곶포구, 돌모루포구, 철산포구 등지로 끌려가 집단 학살된 사실이 확인되었다.(중략) 가해 주체는 강화특공대(대장 최중석)로 확인되었다.>
최중석씨는 자신이 지휘한 강화특공대가 강화도 주민 430여 명을 죽였다는 국가기관의 결정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고 한다.
진실화해위의 판단대로 강화특공대는 과연 민간인 수백 명을 죽이는 만행(蠻行)을 저질렀을까. 도대체 6·25 때 강화도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010년 12월 9일 강화도를 찾았다. 강화도는 서해 5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보다 북한과 더 가깝다. 개성직할시 개풍군 대성면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1㎞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강화도에는 민통선이 있다. 이런 사실은 현지 주민이 아니면 잘 모를 것이다.
2003년판 <新編 강화사>에 처음 등장한 ‘민간인 학살’
기자는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 6·25 당시 돌모루 전투(1951년 1월 7~8일)가 벌어진 현장을 방문했다. 돌모루 포구(浦口) 주변에는 지금도 몇몇 민가(民家)가 있다. 한 주민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후 민간인 통제가 부쩍 심해졌다”며 “주민들 사이에는 각자 돈을 내 방공호라도 파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강화특공대 전우회’ 고문인 최승범씨의 도움으로 주민 박벽근(89)씨의 자택을 들렀다. 박씨의 집은 전투 현장에서 멀지 않았다. 그는 강화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다고 한다. 박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의 부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강화특공대를 압니까.
“그 사람들 때문에 지금 우리가 살아 있지요.”
―특공대가 강화도 주민 수백 명을 죽였다고 하는데요.
“특공대가 왜 동네 사람을 죽입니까. 죽이지 않았어요.”
―그때의 일을 어떻게 압니까.
“그 사람들에게 밥을 해 줬어요.”
박씨의 부인은 전쟁 당시 동네를 지키던 강화특공대원과 소년대원(대산리 소년대)들에게 먹을 것을 날랐다고 한다. 박씨 부인은 특공대의 양민 학살 얘기를 처음 듣는 듯했다. 강화도 현대사(現代史)에 밝은 최승범씨의 증언에 따르면, 박씨의 집은 강화특공대 산하 ‘대산리 소년대’의 사무실로 사용됐다고 한다.
강화특공대는 6·25 당시 중공군이 쳐들어오던 무렵 만들어졌다(1950년 12월 18일 창설). 강화특공대에 대한 내용은 강화문화원이 발간한 향토사료집(鄕土史料集) <강화사(江華史)>에 잘 나와있다. <강화사>는 몇 차례의 수정판(1976·1988·1994·2003)이 나왔다. 강화특공대의 공적(功績)사항은 1994년도 수정판까지만 나와있다.
그런데 2003년판 <新編 강화사>에는 정반대의 내용이 들어있다. ‘강화특공대의 활약상’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강화특공대의 민간인 집단 학살’이 들어간 것이다. 문헌상 ‘학살(虐殺)’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2003년판 <新編 강화사>가 처음이다. 아직 개정판이 나오지 않아 이 책이 현재 최종판이다.
6·25 때 강화특공대가 유격전을 벌이며 강화도를 적(敵)으로부터 사수(死守)한 사실은 1994년 육군본부가 발행한 <한국전쟁과 유격전>과 2003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출간한 <한국전쟁의 유격전사>에도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다.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내용은 일절 없다.
채명신 장군 구출
기자는 2003년 <新編 강화사>가 나오기 전 <강화사>에 수록된 강화특공대의 활동 내용을 들쳐봤다. 다음은 <강화사>에 나오는 강화특공대 창설 배경이다.
<1950년 12월 4일 중공군이 전선(戰線)에 개입하면서 국군이 후퇴했다. 이때 강화군 내 일반행정 기관원과 청년방위군 반공투사 등은 12월 19일까지 내가면 외포리 등으로 집결해 대구, 부산, 제주 등지로 피란했다. 당시 국회의원 윤재근(尹在根)씨의 주선으로 선박 13척과 미군(美軍) 상륙정 LST를 이용해 청년방위군과 일반민 5000여 명이 남하했다. 민간인 가운데 후퇴하지 못한 청장년들은 강화도를 지키기 위해 특공대를 조직했다. 6·25 당시 대한정의단 단장이자 9·28수복 후 치안대장을 지낸 최중석(崔重錫)씨를 비롯한 24명의 청년들은 1950년 12월 18일 강화 양조장 사무실을 임시 본부로 정해 ‘강화특공대’를 조직했다.>
1951년 1월 1일 오후 5시를 기해 UN군 터키부대가 철수하자 강화도 방위를 맡았던 최중석 강화특공대장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24명 전원이 자리를 잡자 대장의 침통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의 무기란 10여 정의 소총과 경기관총이 2정뿐이오. 더구나 38식, 44식 총에 있어서는 불과 10여 발의 실탄밖에 없는 실정이오. 강화 본도(本島) 10개 면(面) 지역을 24명이 지킨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바이오.” 경찰이 떠난 뒤 1951년 1월 2일의 밤은 불안과 고독의 구름이 강화도 전체를 감돌고 있었다.>
강화특공대는 수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동네 청년들의 조력을 받기로 했다. 강화특공대 산하에 소년대도 뒀다. 첫 전투는 1951년 1월 7~8일 사이에 있었다. <강화사>에 기록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강화특공대는 치안을 맡은 지 수일 후인 1월 6일 밤 돌모루 파견대에서 거룻배를 타고 침입한 적(敵) 3명을 생포했다. 1월 7일 아침 그들을 본대에서 심문(審問)한 결과, 개풍군 일대에 약 80명의 내무서원(인민위원회 소속 좌익세력)과 300명의 월북자들이 집결해 신호에 따라 강을 건너와 강화도를 접수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적들은 1월 7일 야밤을 틈타 강화도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강화특공대는 1월 7일 밤 11시 30분부터 8일 새벽까지 작전을 펼쳤다.>
최승범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 전투에서 강화특공대는 내무서원과 월북자 70~80여 명을 생포했다고 한다.
강화특공대는 이 무렵 중공군의 포위망을 뚫고 남하해 강화군 길상면 해안가에 상륙한 채명신(蔡命新) 장군(당시 소령)을 포함한 3명을 구출, 충남 당진까지 안전하게 인도했다.
당산 전투에서 19명 戰死
강화특공대의 두 번째 전투는 1951년 1월 17~18일 당산 해안가에서 벌어졌다. <강화사>에 따르면, 강화특공대는 월곶 파견대장 전용식으로부터 “김포에 있는 적들이 배를 수리하고 병력을 모으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후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1951년 1월 17일 새벽 인민군 2개 중대가 당산(만수산) 해안가로 쳐들어왔다. 중기관총과 박격포로 무장한 괴뢰군은 특공대를 무차별 공격했다.
특공대원은 전투 시작 15분 만에 실탄이 떨어졌다. 남은 것은 목숨뿐이었다. 특공대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 현장에서 대원 19명이 전사(戰死)했다.
나머지 특공대원은 삼산면(석모도)으로 후퇴했다. 그 무렵 동네 청년과 소년들이 강화특공대로 몰려들었다. 조직을 재정비한 강화특공대는 소년대원까지 포함해 500여 명 규모로 증강됐다. 그러나 무장대원은 76명에 불과했다. 무기가 부족했던 것이다.
특공대는 1951년 1월 30일, 다시 강화 본도를 공격했다. 2~3일간 전투를 벌인 결과 마침내 강화 본도를 장악했다. 강화특공대는 몇 차례의 전투에서 총 22명의 대원을 잃었다. 6·25 당시 강화도 내에서 인민군과 직접 전투를 벌인 부대는 강화특공대 외에는 없다.
1951년 2월 하순, 강화특공대는 국군 정보부대(육군 제4863부대) 서부지구 파견대가 강화도에 상륙하자 이 부대의 유격대로 개편됐다. 이어 1951년 3월 27일 UN군(軍) 을지 제2여단 특별연대로 재편됐다가 1951년 6월 20일 해체됐다.
기자는 특공대원 19명이 전사한 당산 전투 현장을 찾았다. 강화대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 야산지역이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현재 도로변 쪽에는 강화군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강화청소년수련관이 들어서 있다. 그 옆에는 5층짜리 모텔이 있는데 원래 강화특공대 기념비가 있던 곳이다. 1952년 6월 25일 당시 강화군수는 죽음으로 고향을 지킨 강화특공대 전사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전쟁 와중에 ‘강화특공대 의적불망비(毅績不忘碑)’를 세웠다. 강화특공대가 430여 명의 강화도 주민을 죽인 게 사실이라면 과연 당시 강화군수가 기념비를 세울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었다.
“완전히 왜곡·날조됐다”
그렇다면 2003년에 개정된 <新編 강화사>는 강화특공대의 민간인 학살 사실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을까. <新編 강화사>는 강화 양민학살 희생자 단체의 핵심인사 A씨의 증언을 통해 강화특공대를 학살 가해자로 지목했다.
<1950년 12월 27일 특공대원 3명이 복면을 하고 집에 들어와 이곳저곳 뒤지다 ‘생후 8개월 된 동생’을 업고 있는 ‘어머니(당시 39세)’를 끌고 가 강화읍 관청리에 있는 양조장에 가두었다.(중략) 다음해 1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저녁마다 매번 10명씩 60여 명을 갑곶 나루터와 옥림리 옥계갯벌에서 바다를 향해 세워놓고 뒤에서 총으로 쏘아 사살했다. 시체는 바닷물에 떨어져 떠내려갔다. 며칠 후 ‘할머니’ 역시 붙잡혀 살해됐다. 이 무렵 강화특공대원들에게 학살된 인원은 300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新編 강화사>의 이 부분을 집필한 사람은 노무현(盧武鉉) 정권 당시 진실화해위 ‘집단희생규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新編 강화사>가 발간된 직후 최중석 강화특공대장의 큰조카인 최승범씨는 작은아버지를 대신해 백방으로 뛰었다. 최 대장은 조카에게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 완전히 왜곡·날조됐다”며 반박 자료를 수집하고 증언자를 찾아 나설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6·25 당시 16세였던 최승범씨는 강화경찰서 바로 옆에 살았다. 두 달간 피란을 가 있다가 1951년 3월부터 강화특공대와 을지병단에서 작은아버지 최중석 대장을 보좌했다.
기자는 최승범씨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新編 강화사>에 등장하는 증언자 A씨의 진술을 검증한 결과, 몇 군데 이상한 대목을 확인했다.
먼저, 증언자 A씨의 ‘생후 8개월 된 동생’은 1950년 1월 15일생이다. 생후 8개월째라면 1950년 9월 15일이다. 이때는 강화특공대가 창설되기 전이다. 또 A씨의 ‘어머니’라는 사람은 1914년생인데 관련 자료에는 1953년에 사망한 것으로 돼 있다.
증언자 A씨의 ‘할머니’의 사망 현장도 정확하지 않다. A씨는 자신의 수기(手記)에서 “할머니는 특공대 두 사람이 끌고 가서 고개마루터기에서 학살했다”고 적었다. 그런데 A씨가 직접 세운 ‘강화도 갑곶 학살표지판’에는 “부역자 가족이라는 미명하에 갑곶리 선착장에서 처참히 학살당했다”고 돼 있다. A씨가 작성한 민간인학살 실태보고서에는 “할머니는 내가면 집으로 가던 중 고비고개에서 특공대원들을 만나 끌려가 죽었다”라고 돼 있다. 사망 장소가 여러 곳인 셈이다.
A씨의 증언과 달리 할머니의 손자며느리가 최승범씨에게 증언한 바에 따르면, 할머니는 1951년 1월 18일 내가면 외포리 자신의 집 뒷동산 숲 속에서 객사(客死)했다고 한다. 당시 할머니는 치매증상이 있었다고 한다.
10년간 지속된 A씨의 주장이 사실로 굳어져
강화 양민학살 희생자 단체를 이끈 A씨는 진실화해위가 ‘강화특공대가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판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A씨는 1998년 김대중(金大中) 정권이 들어서면서 ‘강화특공대의 양민집단 학살’을 주장하며 주요 언론에 등장했다. 2000년에는 강화경찰서에 ‘강화특공대가 민간인 300여 명을 학살했다’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2001년부터는 당시 여당(與黨) 소속 국회의원과 접촉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그는 <강화사> 개정에도 열심히 뛰었다. 마침내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직후 <강화사>는 완전히 새로 작성됐다.
A씨는 2001년 구(舊) 강화대교 밑에 ‘학살 현장’이라는 표지판을 임의로 세웠다. 2004년에는 가족 추모비를 세우고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위령제도 해마다 열었다. 그는 여러 언론을 통해 “강화특공대가 적게는 700~800명에서 많게는 1000명 이상의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주장해왔다.
노무현 정권하의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을 2년간 조사했고, 2008년 7월 ‘강화특공대가 민간인 430여 명을 집단으로 학살했다’는 결정을 내렸다.
A씨의 주장대로 그의 가족 중 일부는 6·25 전쟁 당시 강화특공대가 아닌 우익단체에 의해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 A씨의 주변 인사와 최승범씨의 증언에 따르면, A씨의 친부(親父)를 포함한 집안 사람 일부가 좌익활동을 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6·25 당시 강화군청 학무계(지금의 교육청) 소속 장학사였던 A씨의 부친은 좌익사상을 갖고 있었으며 전쟁 와중에 월북(越北)했다. A씨의 큰아버지는 또한 강화군 ○○면 인민위원장을 지냈으며 역시 월북했다.
A씨는 자신의 수기에서 “아버지 같은 지식인을 그냥 둘 리 없었고 휴전선이 가까운 곳이라 졸지에 일어난 (전쟁)상황에서 피란도 못 가셨다. 집을 떠나셨다”고 적었으나 월북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A씨는 2010년 9월경 최승범씨가 “강화특공대의 진실을 죽을 때까지 밝히겠다”고 하자, 전화를 걸어와 “60년이 지났고 특공대장도 2008년도에 국립묘지에 안장됐으니 그만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한때 자신의 단체 회원들과 함께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아가 강화특공대장이 안장된 데 항의했으며, 좌파성향의 매체가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강화특공대가 많게는 1000명 이상을 학살했다”고 주장한 A씨는 자신의 수기에 희생자 명단 80여 명을 공개했다. 이 명단은 강화 본도 옆에 있는 ‘교동도 민간인 희생자 사건’에서 피살된 사람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12명 피살된 교동도 사건
‘교동도 민간인 희생자 사건’이란 1951년 1월경 교동도 주민 212명이 해병특공대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다. 가해 주체인 해병특공대는 전쟁 당시 북측 지역이었던 연백군에서 활동했던 반공인사들이 1·4 후퇴 때 교동도로 넘어와 조직한 사설단체였다.
1951년 8월 30일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에게 보고한 ‘검찰사무 보고에 관한 건’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다.
<피고인 김○○은 해병특공대에 재직 중 금년(1951년) 1월 상순부터 약 1개월간 각 파견대에 지시하여 부역자 및 가족을 처단케 하고 강화도 교상도(교동도) 주민 212명을 부역자라 하여 총살하였음. 해병특공대는 사설단체임.>
김씨를 포함한 몇몇 해병특공대원은 1951년 가을 대구지방법원에서 살인 혐의로 처벌받았다. 당시 교동도 사망자 중에는 부역자와 월북자 가족이 많았다고 한다.
진실화해위는 이승만 정부가 작성한 문건을 근거로 ‘교동도 민간인 희생 사건’을 재조사해 교동도 해병특공대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실을 확인했다. 만약 그 당시 강화특공대가 수백 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면 ‘교동도 사건’처럼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졌을 것이다.
진실화해위에 의해 강화도 주민 수백 명을 학살한 자로 낙인 찍힌 강화특공대 전우회 회원들은 “집단 학살은 절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전우회는 당시 강화특공대와 소년대에서 활동했던 대원들로 구성돼 있다. 70여 명의 회원 중 강화특공대원은 3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소년대원들이다. 당시 소년대원들은 특공대의 명령을 받아 해안 경비를 서거나 특공대원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무기가 없어 소년대원들은 총 대신에 죽창과 목검을 들었다고 한다.
강화특공대 전우회장을 맡고 있는 이계용(李桂容·87)씨는 “특공대가 양민을 학살했다면 나부터 여기 고향에서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양민을 죽였다는 얘기는 7~8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우리는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어요. 대원들 대부분 나이가 많아 움직일 여력이 없었고 자연사(自然死)하는 사람이 많아 숫자도 부족했습니다. 강화군 내에 있는 한 6·25 단체는 회원 수가 1000명이 넘는데 도대체 그들은 어디서, 어떻게 전투했다는 건지 궁금합니다.”
―진실화해위의 공식 발표로 강화특공대는 민간인 430여 명을 죽인 살인마가 됐습니다.
“우리하고는 전혀 상관없어요. 그 사람들(진실화해위)이 뭔데 우리가 사람을 죽였다는 겁니까. 말도 안돼요.”
―진실화해위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조사니 뭐니 한다고 해서 그쪽 사람을 만났지요. ‘그런 적이 없다’고 했어요. 조사원은 전우회 회원 10여 명을 만났는데 똑같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당시 강화경찰서 대공계장으로 근무했던 전직 경찰관도 만났는데 ‘강화특공대가 주민을 대거 죽였다면 내가 나서서라도 잡아넣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듣고 돌아갔어요.”
―진실화해위의 최종 결정서를 본 적이 있습니까.
“참나, 어떻게 그런 결정문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강화도는 ‘제2의 모스크바’
이계용씨는 기자에게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당시 주변 상황을 이해하면 강화특공대가 주민을 죽였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강화특공대 보민회(保民會·특공대 지원단체) 회장이 유경근씨였어요. 그분은 일제 때 독립운동을 한 애국지사였는데 이승만(李承晩) 대통령과 배재학당 동창이었습니다. 그런 분이 강화특공대 보민회장을 맡았는데 어떻게 강화주민을 죽일 수 있다는 겁니까. 강화특공대는 좌익인사도 받아들였는데 강화특공대 고문이었던 한재수씨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곡물검사소를 특공대 본부로 내주기도 했어요. 강화특공대는 강화도로 쳐들어오는 괴뢰군과 싸웠을 뿐 강화도 주민과 싸운 게 아니에요. 대원 한두 사람이 개인적 감정에 의해 이웃 주민을 죽였을 가능성은 있지만 조직적으로 양민을 학살한 적은 절대 없어요.”
이계용씨는 “강화특공대가 공식적으로 사람을 처단한 사례는 ○○○ 하점면장이 유일하다”고 했다.
“내가 당시 살았던 곳이 하점면이었는데 좌익인사가 득실댔어요. 당시 하점면 창후리에 300가구가 살았는데 대부분 남로당에 가입했고 6가구만 가입하지 않았어요. ‘제2의 모스크바’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강화특공대는 좌익세력의 우두머리였던 하점면장을 체포해 처단했습니다. 그는 6·25 직후 강화도가 인민군 치하에 들어갔을 때 강화주민 75명이 집단 살해된 사건과 관련이 있었어요. 면장의 아들은 그 후 월북했는데 지금도 하점면에 사는 노인들은 ‘그때 면장을 처형하지 않았다면 강화특공대가 강화도를 지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해요. 하점면 동네 사람 중에는 당시 우리 모친(母親)를 붙잡아 고문한 사람도 살고 있어요. 강화특공대가 양민을 죽였다면 그 사람도 무사하지 못했겠지요.”
“이 나라가 원망스럽다”
이계용씨의 증언에 따르면, 1950년 6월 27일 강화도에 인민군 쳐들어와 9·28 서울수복 때까지 통치하면서 반공인사들을 무차별 처형했다고 한다. 인민군과 좌익세력은 9·28 수복 직후 북쪽으로 철수하면서 주민 200~300명을 데려갔다고 한다. <강화사>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1950년 9월 28일 무장한 공산군 6명과 지방 하수인 몇몇 사람에게 이끌리어 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강령뫼라는 산기슭 해변가에 그 전날 강제 동원시켜 파놓았던 구덩이에 75명의 반공애국 지사를 강제로 쓸어 넣고 총과 창 그리고 삽 등으로 학살한 것이다.(중략) 1966년 이동리 간곡노인회장 이병년(李秉年)씨의 노력으로 순의비(殉義碑)를 세우고 매년 음력 10월 3일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강화특공대 전우회 회원 이희석(李喜錫·73·김포 하성高 교장 역임)씨는 순의비를 세운 간곡노인회장 이병년씨의 손자다. 그는 전쟁 당시 강화특공대 하점면대장을 지낸 재당숙(再堂叔·아버지의 육촌 형제)의 연락병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는 “특공대가 창설될 무렵 하점면에는 소년대가 생겼는데 나중에 특공대 산하 소년대로 편입됐다”고 했다.
강화특공대 전우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홍순주(洪淳柱·78)씨는 6·25 당시 하점면 장정리 소년대장을 했다. 반공(反共)사상이 투철했던 그의 부친(父親)은 인민군이 들이닥쳤을 때 전(全) 재산을 몰수당했다고 한다. 그는 “해안가에서 보초를 서다가 인민군이 나타나면 특공대에 알려주는 일을 맡았다”고 했다.
전우회 회원 이석범(李奭範·74)씨도 인민군의 동향을 특공대에 보고하는 일을 맡았다. 그는 “강화특공대가 생기기 전 강화치안대가 있었는데 그들이 좌익인사 서너 명을 죽인 일은 있었다”고 전했다.
“강화도가 인민군 치하에 있을 때 인민군 산하에 자위대가 있었습니다. 자위대는 자본주의 사상에 물든 사람들을 잡아다 고문을 하거나 죽였는데 9·28 수복 직후 다들 도망갔어요. 그후 강화도에는 치안대가 만들어졌는데 빨갱이들을 잡아들여 강화경찰서에 넘기곤 했습니다. 일부 치안대원은 개인적인 복수심에 사람을 죽인 경우도 있지요.”
특공대원의 증언에 따르면, 강화경찰서는 치안대로부터 이첩받은 사람을 인천에 있는 군경(軍警)합동조사대로 보냈다고 한다. 합동조사대는 이들을 A·B·C급으로 나눠 A급은 즉결 처형, B급은 마산형무소로 이송, C급은 훈방조치했다. 이첩된 사람은 B·C급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들은 1·4 후퇴 때 인천에서 피란민 대열에 섞여 남쪽으로 내려갔고, 일부는 강화도로 다시 들어왔다고 한다.
전우회 고문 최승범씨는 “강화 희생자 유족회가 내놓은 피살자 명단은 인천으로 보내진 좌익사범 중 생사가 불투명한 사람이 대부분이다”며 “진실화해위는 이 명단을 강화특공대에 의해 학살당한 희생자로 단정지었다”고 했다.
강화특공대원으로 활동했던 안득규(安得珪·83)씨는 6·25 때 부상당해 신체 일부가 없다. 안씨는 강화도 초지진 일대를 사수했다. 그는 “내가 지켰던 곳에서도 특공대가 수십 명의 주민을 학살했다고 하던데 도대체 내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얘기를 어떻게 그리 쉽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목숨을 걸고 강화도를 지켰는데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마치 진짜인 양 누명을 뒤집어씌우는 이 나라가 원망스럽다”며 흥분했다.
최승범씨는 “대한민국 정부가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니 북한에 포격(砲擊)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평도가 왜 공격당한 줄 아세요? 지난 10년간 좌파정부가 진실을 왜곡하고 지금 정부가 그것을 그대로 방치하니까 북한이 남한을 우습게 봐 포를 쏘아대는 겁니다. 지금 이 나라에 강화특공대 같은 조직이 있다면 북한이 절대 공격하지 못합니다. 강화특공대원은 북괴군이 타고 온 배의 밑창을 뚫어가며 싸웠어요. 천하의 무식한 자들이 지금 이 정부와 진실화해위에 앉아 있으니 뭐가 되겠어요. 강화특공대가 주민 430여 명을 살해했다면 그 후손들이 우리를 가만히 놔뒀겠어요? 강화도에 사는 80대, 90대 노인들에게 물어보세요. 강화특공대가 사람을 죽였는지….”
최씨는 “최중석 특공대장은 전쟁이 끝난 후 심계원(審計院·감사원의 前身)에 들어가 정년 때까지 공직생활을 했다”며 “양민을 그렇게 많이 죽였다면 공무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1·4 후퇴 때 군과 경찰이 모두 철수했을 때 강화도를 지킨 사람은 강화특공대원밖에 없어요. 강화도가 적의 손에 들어갔을 때 죽을 각오를 하고 고향 땅을 지켰는데 지금 와서 양민을 학살했다니….”
좌파매체 인터뷰 기사를 학살 根據로 채택
기자는 취재 도중 진실화해위가 작성한 ‘강화(강화도·석모도·주문도)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 진실규명결정서’ 원본(原本)을 입수했다. A4 용지 29장 분량인 이 문건은 강화특공대 조직, 주요 가해행위, 군경 관련성, 가해의 위법성 여부, 희생자 명단, 권고사항 등을 담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결정서에서 “강화특공대장 최○○의 지시에 따라 특공대는 각 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부역혐의자와 가족들을 연행·구금·고문하고 살해했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결정서 어디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는 보이지 않았다.
취재내용을 종합해볼 때, 강화특공대가 1951년 1·4 후퇴 전후로 민간인 430여 명을 동시다발적으로 집단 학살했을 가능성은 많지 않다. 시간적으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강화특공대는 1951년 12월 18일 창설 직후 본부를 두 차례 옮기면서 새해를 맞았고, 1951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UN군이 철수하면서 강화도 사수와 인민군의 공격 대비에 전투력을 집중했다. 1951년 1월 한달 동안 돌모루·철산리·승천포·월곶리·당산 등지에서 전투를 벌이며 대원 22명을 잃었고 석모도로 후퇴해 조직을 정비한 후 2월 초 강화도를 재탈환했다.
진실화해위는 ‘강화특공대가 양민을 학살했다’는 주요 근거(根據)로 특공대원 김동환(2007년 작고)씨가 1999년 6월 좌파매체에 인터뷰한 기사와 2001년 4월 3일 강화경찰서가 동일인물인 김씨를 조사한 수사결과보고서를 들고 있다. 놀랍게도 ‘주요 가해행위’의 내용은 문건 전체 분량(A4 용지 29장) 중에서 2장이 채 안된다.
진실화해위는 김동환씨의 인터뷰 기사를 인용해 “강화특공대가 민간인을 대량 학살했다”고 판단했다. 좌파매체는 인터뷰 기사에서 “김씨는 ‘특공대가 학살한 사람이 대략 200~300명이 될 것이며 면단위 특공대가 살해한 사람까지 합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동환씨는 생전(生前)에 최승범씨를 여러 차례 만난 자리에서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1950년 11월은 치안대가 있었고 강화특공대는 만들어지기 전이다. 그런데 특공대가 사람을 죽인 것처럼 묘사했다. 또 치안대가 죽였다는 사람의 숫자도 구체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치안대가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는 얘기를 특공대가 집단적으로 학살한 것처럼 기사를 썼다”며 “그 사람들(기자들) 만나지 마라”고 전했다고 한다.
진실화해위는 또 김씨의 수사결과보고서(2001년 4월 3일자)를 참고하며 “강화특공대는 ‘북한의 재점령 시 부역혐의자와 그 가족들이 다시 들고일어나 자신들을 해칠 것이다’라고 예단하고 이들을 조직적으로 집단 살해함으로써 위험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판단으로 이런 행동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런데 2001년 4월 6일 강화경찰서가 작성한 최종 수사보고서에는 “참고인 김동환을 조사한 결과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였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발견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종결처리했다.
강화특공대 戰死者, 다른 단체 전사자로 둔갑
진실화해위는 ‘강화특공대 민간인 학살 사건’의 전모(全貌)를 밝히기 위해 서울의 모 대학 B교수에게 용역을 의뢰했다. B교수는 2007년 강화도에 있는 일부 6·25 참전 단체 관계자와 희생자 유족회 사람들을 접촉한 후 “전쟁 당시 강화지역에서 강화특공대에 의해 죽은 사람이 1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언급한 A씨의 주장과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그렇다면 희생자 유족회 외에 일부 참전 단체 관계자들은 왜 강화특공대가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주장했을까. 최승범씨는 이렇게 주장했다.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던 일부 단체가 6·25에 참전했다는 사실을 내세우기 위해 ‘강화특공대원 전사자’를 끌어다 썼습니다. 국가 보상을 위해서죠. 예를 들어보지요. 1951년 1월 18일 당산 전투에서 특공대원 이용석·용달 두 형제가 모두 전사했습니다. 경찰 출신인 형은 당시 41세(1910년생)였고, 동생은 38세(1913년생)였어요. 그런데 한 참전 단체가 만든 공식 문서를 보면 형이 19세, 동생이 16세의 나이에 자신의 단체에 소속돼 전사했다고 돼 있어요. 더욱 희한한 일은 최중석 강화특공대장이 자기 단체 소속으로 있으면서 6·25 때 총살당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강화도에서 전투에 참가한 단체는 강화특공대가 유일합니다. 일부 단체는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강화특공대를 공격한 겁니다.”
최승범씨는 진실화해위가 작성한 최종 결정서에는 자신의 증언도 들어있는데, 자신이 한 말이 왜곡돼 있다고 전했다.
최종 결정서에는 민간인 희생자의 명단이 들어있다. 그러나 희생자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피살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결론 부분에는 “군경이 민간인 학살에 직접 관여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적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민간인 희생자의 대표적인 인물로 윤○○씨를 거론했다. 윤씨는 당시 강화특공대원에 의해 강화경찰서 유치장 안에서 죽은 사실이 특공대원들의 증언에서 확인됐다. 이름 밝히기를 꺼리는 윤씨의 유족과 특공대원의 증언에 따르면, 강화특공대가 당산 전투에서 패배해 석모도로 후퇴할 때 경찰서 유치장에 있던 구금자를 풀어줬는데 윤씨는 유치장 안에서 버티다가 불상사를 당했다고 한다.
구석에 처박혀 있는 강화특공대 비석
진실화해위는 최종 결정서에서 강화특공대의 활동범위를 강화도·석모도·주문도 등 강화군 12개 면이라고 적시했다. 강화특공대원의 증언·<강화사>·육군본부 자료에 따르면, 강화특공대의 작전범위는 강화 본도와 석모도 등 10개 면이었다. 진실화해위는 결정서의 제목부터 사실(史實)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최종 결정서에는 강화특공대의 조직도가 실려 있는데 여기에도 일부 잘못된 점이 발견됐다. 특공대는 지원단체로 보민회(保民會)를 뒀는데 결정서에는 ‘번영회’로 돼 있다. 결정서에 들어있는 총무부와 경호부, 소년대본부 등은 강화특공대에는 없는 부서였다.
진실화해위 활동은 2010년 6월 공식적으로 끝났다(2010년 12월말 해체). 이 결정을 뒤집는 방법은 법원 소송을 통하는 수밖에 없다.
기자는 강화특공대 기념비를 보기 위해 강화도 송해면 하도리에 있는 강화추모공원을 찾았다. 추모공원 중앙에는 ‘강화유격용사 위령탑’이 높이 서 있었다. 위령탑의 오른쪽 구석에 처박혀있는 초라한 비석이 눈에 들어왔다. 강화특공대 기념비였다. 앞면에 ‘강화특공대 의적불망비(毅績不忘碑)’라는 글귀가 적혀있었고, 뒷면에 전사자 명단이 새겨져 있었다. 1952년 6월 25일 당시 강화군수가 당산 전투 현장에 3단 기단으로 세웠던 특공대 기념비가 지금은 기단도 없어진 채 비석만 달랑 남아있는 것이다.
역사의 진실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걸까. 기자는 무거운 마음을 가득 안은 채 강화도를 떠나야 했다.⊙
“피가 거꾸로 솟아오른다”
최중석씨는 문건에 등장하는 ‘강화특공대’의 최고 책임자였다. 최씨의 큰조카인 최승범(崔承汎·76·강화특공대 전우회 고문)씨의 증언에 따르면, 특공대장 최중석씨는 진실화해위의 결정문을 받고 “피가 거꾸로 솟아오른다”며 분통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최씨는 최종 결정문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최중석씨는 2007년 진실화해위 조사관에게서 두 차례에 걸쳐 정밀조사를 받았다. 조사관은 최씨에게 강화특공대를 지휘하면서 양민 학살을 지시했는지를 물었다. 최씨는 조사관의 질문에 충격을 받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고 치료를 받는 도중 위암 판정을 받았다. 이후 강화특공대가 민간인을 집단으로 죽였다는 진실화해위의 결정이 나자, 최씨는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위암이 악화돼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사망 당시 88세).
최중석씨는 서른 살의 나이에 6·25를 맞았다. 그는 1950년 8월 애국 청년 모임단체 ‘강화도 대한정의단’의 단장을 맡았고 연이어 강화특공대장, 육군 을지2병단 특별연대장을 지냈다. 그는 6·25 때 여러 차례 사선(死線)을 넘나들었다. 전투 당시 몸에 박힌 파편 20여 개는 그를 평생 동안 괴롭혔다고 한다. 대한정의단장 시절 인민군에게 붙들려 갖은 고문을 받기도 했다.
진실화해위가 최중석씨에게 전달한 ‘강화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 진실규명 결정서’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 윤○○ 등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139명을 포함한 430여 명 이상의 강화(강화도·석모도·주문도)지역 민간인들이 부역혐의자 및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1951년 1·4 후퇴 전후로 ‘강화특공대’에 의해 특공대 본거지인 강화경찰서와 지서 등으로 연행·구금돼 고문을 당한 뒤 갑곶나루, 옥림리갯벌, 월곶포구, 돌모루포구, 철산포구 등지로 끌려가 집단 학살된 사실이 확인되었다.(중략) 가해 주체는 강화특공대(대장 최중석)로 확인되었다.>
최중석씨는 자신이 지휘한 강화특공대가 강화도 주민 430여 명을 죽였다는 국가기관의 결정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고 한다.
진실화해위의 판단대로 강화특공대는 과연 민간인 수백 명을 죽이는 만행(蠻行)을 저질렀을까. 도대체 6·25 때 강화도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010년 12월 9일 강화도를 찾았다. 강화도는 서해 5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보다 북한과 더 가깝다. 개성직할시 개풍군 대성면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1㎞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강화도에는 민통선이 있다. 이런 사실은 현지 주민이 아니면 잘 모를 것이다.
2003년판 <新編 강화사>에 처음 등장한 ‘민간인 학살’
 |
| 6ㆍ25 당시 강화특공대 산하 ‘대산리 소년대’가 사용하던 박벽근씨의 자택. |
‘강화특공대 전우회’ 고문인 최승범씨의 도움으로 주민 박벽근(89)씨의 자택을 들렀다. 박씨의 집은 전투 현장에서 멀지 않았다. 그는 강화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다고 한다. 박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의 부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강화특공대를 압니까.
“그 사람들 때문에 지금 우리가 살아 있지요.”
―특공대가 강화도 주민 수백 명을 죽였다고 하는데요.
“특공대가 왜 동네 사람을 죽입니까. 죽이지 않았어요.”
―그때의 일을 어떻게 압니까.
“그 사람들에게 밥을 해 줬어요.”
박씨의 부인은 전쟁 당시 동네를 지키던 강화특공대원과 소년대원(대산리 소년대)들에게 먹을 것을 날랐다고 한다. 박씨 부인은 특공대의 양민 학살 얘기를 처음 듣는 듯했다. 강화도 현대사(現代史)에 밝은 최승범씨의 증언에 따르면, 박씨의 집은 강화특공대 산하 ‘대산리 소년대’의 사무실로 사용됐다고 한다.
강화특공대는 6·25 당시 중공군이 쳐들어오던 무렵 만들어졌다(1950년 12월 18일 창설). 강화특공대에 대한 내용은 강화문화원이 발간한 향토사료집(鄕土史料集) <강화사(江華史)>에 잘 나와있다. <강화사>는 몇 차례의 수정판(1976·1988·1994·2003)이 나왔다. 강화특공대의 공적(功績)사항은 1994년도 수정판까지만 나와있다.
그런데 2003년판 <新編 강화사>에는 정반대의 내용이 들어있다. ‘강화특공대의 활약상’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강화특공대의 민간인 집단 학살’이 들어간 것이다. 문헌상 ‘학살(虐殺)’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2003년판 <新編 강화사>가 처음이다. 아직 개정판이 나오지 않아 이 책이 현재 최종판이다.
6·25 때 강화특공대가 유격전을 벌이며 강화도를 적(敵)으로부터 사수(死守)한 사실은 1994년 육군본부가 발행한 <한국전쟁과 유격전>과 2003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출간한 <한국전쟁의 유격전사>에도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다.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내용은 일절 없다.
채명신 장군 구출
 |
| 최승범 강화특공대 전우회 고문이 강화특공대의 전투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1950년 12월 4일 중공군이 전선(戰線)에 개입하면서 국군이 후퇴했다. 이때 강화군 내 일반행정 기관원과 청년방위군 반공투사 등은 12월 19일까지 내가면 외포리 등으로 집결해 대구, 부산, 제주 등지로 피란했다. 당시 국회의원 윤재근(尹在根)씨의 주선으로 선박 13척과 미군(美軍) 상륙정 LST를 이용해 청년방위군과 일반민 5000여 명이 남하했다. 민간인 가운데 후퇴하지 못한 청장년들은 강화도를 지키기 위해 특공대를 조직했다. 6·25 당시 대한정의단 단장이자 9·28수복 후 치안대장을 지낸 최중석(崔重錫)씨를 비롯한 24명의 청년들은 1950년 12월 18일 강화 양조장 사무실을 임시 본부로 정해 ‘강화특공대’를 조직했다.>
1951년 1월 1일 오후 5시를 기해 UN군 터키부대가 철수하자 강화도 방위를 맡았던 최중석 강화특공대장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24명 전원이 자리를 잡자 대장의 침통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의 무기란 10여 정의 소총과 경기관총이 2정뿐이오. 더구나 38식, 44식 총에 있어서는 불과 10여 발의 실탄밖에 없는 실정이오. 강화 본도(本島) 10개 면(面) 지역을 24명이 지킨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바이오.” 경찰이 떠난 뒤 1951년 1월 2일의 밤은 불안과 고독의 구름이 강화도 전체를 감돌고 있었다.>
강화특공대는 수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동네 청년들의 조력을 받기로 했다. 강화특공대 산하에 소년대도 뒀다. 첫 전투는 1951년 1월 7~8일 사이에 있었다. <강화사>에 기록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강화특공대는 치안을 맡은 지 수일 후인 1월 6일 밤 돌모루 파견대에서 거룻배를 타고 침입한 적(敵) 3명을 생포했다. 1월 7일 아침 그들을 본대에서 심문(審問)한 결과, 개풍군 일대에 약 80명의 내무서원(인민위원회 소속 좌익세력)과 300명의 월북자들이 집결해 신호에 따라 강을 건너와 강화도를 접수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적들은 1월 7일 야밤을 틈타 강화도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강화특공대는 1월 7일 밤 11시 30분부터 8일 새벽까지 작전을 펼쳤다.>
최승범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 전투에서 강화특공대는 내무서원과 월북자 70~80여 명을 생포했다고 한다.
강화특공대는 이 무렵 중공군의 포위망을 뚫고 남하해 강화군 길상면 해안가에 상륙한 채명신(蔡命新) 장군(당시 소령)을 포함한 3명을 구출, 충남 당진까지 안전하게 인도했다.
당산 전투에서 19명 戰死
강화특공대의 두 번째 전투는 1951년 1월 17~18일 당산 해안가에서 벌어졌다. <강화사>에 따르면, 강화특공대는 월곶 파견대장 전용식으로부터 “김포에 있는 적들이 배를 수리하고 병력을 모으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후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1951년 1월 17일 새벽 인민군 2개 중대가 당산(만수산) 해안가로 쳐들어왔다. 중기관총과 박격포로 무장한 괴뢰군은 특공대를 무차별 공격했다.
특공대원은 전투 시작 15분 만에 실탄이 떨어졌다. 남은 것은 목숨뿐이었다. 특공대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 현장에서 대원 19명이 전사(戰死)했다.
나머지 특공대원은 삼산면(석모도)으로 후퇴했다. 그 무렵 동네 청년과 소년들이 강화특공대로 몰려들었다. 조직을 재정비한 강화특공대는 소년대원까지 포함해 500여 명 규모로 증강됐다. 그러나 무장대원은 76명에 불과했다. 무기가 부족했던 것이다.
특공대는 1951년 1월 30일, 다시 강화 본도를 공격했다. 2~3일간 전투를 벌인 결과 마침내 강화 본도를 장악했다. 강화특공대는 몇 차례의 전투에서 총 22명의 대원을 잃었다. 6·25 당시 강화도 내에서 인민군과 직접 전투를 벌인 부대는 강화특공대 외에는 없다.
1951년 2월 하순, 강화특공대는 국군 정보부대(육군 제4863부대) 서부지구 파견대가 강화도에 상륙하자 이 부대의 유격대로 개편됐다. 이어 1951년 3월 27일 UN군(軍) 을지 제2여단 특별연대로 재편됐다가 1951년 6월 20일 해체됐다.
기자는 특공대원 19명이 전사한 당산 전투 현장을 찾았다. 강화대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 야산지역이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현재 도로변 쪽에는 강화군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강화청소년수련관이 들어서 있다. 그 옆에는 5층짜리 모텔이 있는데 원래 강화특공대 기념비가 있던 곳이다. 1952년 6월 25일 당시 강화군수는 죽음으로 고향을 지킨 강화특공대 전사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전쟁 와중에 ‘강화특공대 의적불망비(毅績不忘碑)’를 세웠다. 강화특공대가 430여 명의 강화도 주민을 죽인 게 사실이라면 과연 당시 강화군수가 기념비를 세울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었다.
“완전히 왜곡·날조됐다”
 |
| 1952년 6월 25일 당시 강화군수가 세운 강화특공대 기념비. 3단 기단으로 돼 있다. |
<1950년 12월 27일 특공대원 3명이 복면을 하고 집에 들어와 이곳저곳 뒤지다 ‘생후 8개월 된 동생’을 업고 있는 ‘어머니(당시 39세)’를 끌고 가 강화읍 관청리에 있는 양조장에 가두었다.(중략) 다음해 1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저녁마다 매번 10명씩 60여 명을 갑곶 나루터와 옥림리 옥계갯벌에서 바다를 향해 세워놓고 뒤에서 총으로 쏘아 사살했다. 시체는 바닷물에 떨어져 떠내려갔다. 며칠 후 ‘할머니’ 역시 붙잡혀 살해됐다. 이 무렵 강화특공대원들에게 학살된 인원은 300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新編 강화사>의 이 부분을 집필한 사람은 노무현(盧武鉉) 정권 당시 진실화해위 ‘집단희생규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新編 강화사>가 발간된 직후 최중석 강화특공대장의 큰조카인 최승범씨는 작은아버지를 대신해 백방으로 뛰었다. 최 대장은 조카에게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 완전히 왜곡·날조됐다”며 반박 자료를 수집하고 증언자를 찾아 나설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6·25 당시 16세였던 최승범씨는 강화경찰서 바로 옆에 살았다. 두 달간 피란을 가 있다가 1951년 3월부터 강화특공대와 을지병단에서 작은아버지 최중석 대장을 보좌했다.
 |
| 맨 오른쪽 작은 비석이 강화특공대 기념비다. 3단 기단은 사라진 채 비석 몸통만 남아 있다. |
먼저, 증언자 A씨의 ‘생후 8개월 된 동생’은 1950년 1월 15일생이다. 생후 8개월째라면 1950년 9월 15일이다. 이때는 강화특공대가 창설되기 전이다. 또 A씨의 ‘어머니’라는 사람은 1914년생인데 관련 자료에는 1953년에 사망한 것으로 돼 있다.
증언자 A씨의 ‘할머니’의 사망 현장도 정확하지 않다. A씨는 자신의 수기(手記)에서 “할머니는 특공대 두 사람이 끌고 가서 고개마루터기에서 학살했다”고 적었다. 그런데 A씨가 직접 세운 ‘강화도 갑곶 학살표지판’에는 “부역자 가족이라는 미명하에 갑곶리 선착장에서 처참히 학살당했다”고 돼 있다. A씨가 작성한 민간인학살 실태보고서에는 “할머니는 내가면 집으로 가던 중 고비고개에서 특공대원들을 만나 끌려가 죽었다”라고 돼 있다. 사망 장소가 여러 곳인 셈이다.
A씨의 증언과 달리 할머니의 손자며느리가 최승범씨에게 증언한 바에 따르면, 할머니는 1951년 1월 18일 내가면 외포리 자신의 집 뒷동산 숲 속에서 객사(客死)했다고 한다. 당시 할머니는 치매증상이 있었다고 한다.
10년간 지속된 A씨의 주장이 사실로 굳어져
강화 양민학살 희생자 단체를 이끈 A씨는 진실화해위가 ‘강화특공대가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판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A씨는 1998년 김대중(金大中) 정권이 들어서면서 ‘강화특공대의 양민집단 학살’을 주장하며 주요 언론에 등장했다. 2000년에는 강화경찰서에 ‘강화특공대가 민간인 300여 명을 학살했다’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2001년부터는 당시 여당(與黨) 소속 국회의원과 접촉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그는 <강화사> 개정에도 열심히 뛰었다. 마침내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직후 <강화사>는 완전히 새로 작성됐다.
A씨는 2001년 구(舊) 강화대교 밑에 ‘학살 현장’이라는 표지판을 임의로 세웠다. 2004년에는 가족 추모비를 세우고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위령제도 해마다 열었다. 그는 여러 언론을 통해 “강화특공대가 적게는 700~800명에서 많게는 1000명 이상의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주장해왔다.
노무현 정권하의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을 2년간 조사했고, 2008년 7월 ‘강화특공대가 민간인 430여 명을 집단으로 학살했다’는 결정을 내렸다.
A씨의 주장대로 그의 가족 중 일부는 6·25 전쟁 당시 강화특공대가 아닌 우익단체에 의해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 A씨의 주변 인사와 최승범씨의 증언에 따르면, A씨의 친부(親父)를 포함한 집안 사람 일부가 좌익활동을 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6·25 당시 강화군청 학무계(지금의 교육청) 소속 장학사였던 A씨의 부친은 좌익사상을 갖고 있었으며 전쟁 와중에 월북(越北)했다. A씨의 큰아버지는 또한 강화군 ○○면 인민위원장을 지냈으며 역시 월북했다.
A씨는 자신의 수기에서 “아버지 같은 지식인을 그냥 둘 리 없었고 휴전선이 가까운 곳이라 졸지에 일어난 (전쟁)상황에서 피란도 못 가셨다. 집을 떠나셨다”고 적었으나 월북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A씨는 2010년 9월경 최승범씨가 “강화특공대의 진실을 죽을 때까지 밝히겠다”고 하자, 전화를 걸어와 “60년이 지났고 특공대장도 2008년도에 국립묘지에 안장됐으니 그만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한때 자신의 단체 회원들과 함께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아가 강화특공대장이 안장된 데 항의했으며, 좌파성향의 매체가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강화특공대가 많게는 1000명 이상을 학살했다”고 주장한 A씨는 자신의 수기에 희생자 명단 80여 명을 공개했다. 이 명단은 강화 본도 옆에 있는 ‘교동도 민간인 희생자 사건’에서 피살된 사람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12명 피살된 교동도 사건
 |
| 최중석 강화특공대장. 그는 2008년 7월 진실화해위로부터 ‘강화특공대가 민간인 430여명을 학살했다’는 최종 통지서를 받고 한 달 뒤 사망했다. |
1951년 8월 30일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에게 보고한 ‘검찰사무 보고에 관한 건’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다.
<피고인 김○○은 해병특공대에 재직 중 금년(1951년) 1월 상순부터 약 1개월간 각 파견대에 지시하여 부역자 및 가족을 처단케 하고 강화도 교상도(교동도) 주민 212명을 부역자라 하여 총살하였음. 해병특공대는 사설단체임.>
김씨를 포함한 몇몇 해병특공대원은 1951년 가을 대구지방법원에서 살인 혐의로 처벌받았다. 당시 교동도 사망자 중에는 부역자와 월북자 가족이 많았다고 한다.
진실화해위는 이승만 정부가 작성한 문건을 근거로 ‘교동도 민간인 희생 사건’을 재조사해 교동도 해병특공대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실을 확인했다. 만약 그 당시 강화특공대가 수백 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면 ‘교동도 사건’처럼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졌을 것이다.
진실화해위에 의해 강화도 주민 수백 명을 학살한 자로 낙인 찍힌 강화특공대 전우회 회원들은 “집단 학살은 절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전우회는 당시 강화특공대와 소년대에서 활동했던 대원들로 구성돼 있다. 70여 명의 회원 중 강화특공대원은 3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소년대원들이다. 당시 소년대원들은 특공대의 명령을 받아 해안 경비를 서거나 특공대원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무기가 없어 소년대원들은 총 대신에 죽창과 목검을 들었다고 한다.
강화특공대 전우회장을 맡고 있는 이계용(李桂容·87)씨는 “특공대가 양민을 학살했다면 나부터 여기 고향에서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양민을 죽였다는 얘기는 7~8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우리는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어요. 대원들 대부분 나이가 많아 움직일 여력이 없었고 자연사(自然死)하는 사람이 많아 숫자도 부족했습니다. 강화군 내에 있는 한 6·25 단체는 회원 수가 1000명이 넘는데 도대체 그들은 어디서, 어떻게 전투했다는 건지 궁금합니다.”
―진실화해위의 공식 발표로 강화특공대는 민간인 430여 명을 죽인 살인마가 됐습니다.
“우리하고는 전혀 상관없어요. 그 사람들(진실화해위)이 뭔데 우리가 사람을 죽였다는 겁니까. 말도 안돼요.”
―진실화해위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조사니 뭐니 한다고 해서 그쪽 사람을 만났지요. ‘그런 적이 없다’고 했어요. 조사원은 전우회 회원 10여 명을 만났는데 똑같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당시 강화경찰서 대공계장으로 근무했던 전직 경찰관도 만났는데 ‘강화특공대가 주민을 대거 죽였다면 내가 나서서라도 잡아넣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듣고 돌아갔어요.”
―진실화해위의 최종 결정서를 본 적이 있습니까.
“참나, 어떻게 그런 결정문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강화도는 ‘제2의 모스크바’
이계용씨는 기자에게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당시 주변 상황을 이해하면 강화특공대가 주민을 죽였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강화특공대 보민회(保民會·특공대 지원단체) 회장이 유경근씨였어요. 그분은 일제 때 독립운동을 한 애국지사였는데 이승만(李承晩) 대통령과 배재학당 동창이었습니다. 그런 분이 강화특공대 보민회장을 맡았는데 어떻게 강화주민을 죽일 수 있다는 겁니까. 강화특공대는 좌익인사도 받아들였는데 강화특공대 고문이었던 한재수씨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곡물검사소를 특공대 본부로 내주기도 했어요. 강화특공대는 강화도로 쳐들어오는 괴뢰군과 싸웠을 뿐 강화도 주민과 싸운 게 아니에요. 대원 한두 사람이 개인적 감정에 의해 이웃 주민을 죽였을 가능성은 있지만 조직적으로 양민을 학살한 적은 절대 없어요.”
이계용씨는 “강화특공대가 공식적으로 사람을 처단한 사례는 ○○○ 하점면장이 유일하다”고 했다.
“내가 당시 살았던 곳이 하점면이었는데 좌익인사가 득실댔어요. 당시 하점면 창후리에 300가구가 살았는데 대부분 남로당에 가입했고 6가구만 가입하지 않았어요. ‘제2의 모스크바’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강화특공대는 좌익세력의 우두머리였던 하점면장을 체포해 처단했습니다. 그는 6·25 직후 강화도가 인민군 치하에 들어갔을 때 강화주민 75명이 집단 살해된 사건과 관련이 있었어요. 면장의 아들은 그 후 월북했는데 지금도 하점면에 사는 노인들은 ‘그때 면장을 처형하지 않았다면 강화특공대가 강화도를 지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해요. 하점면 동네 사람 중에는 당시 우리 모친(母親)를 붙잡아 고문한 사람도 살고 있어요. 강화특공대가 양민을 죽였다면 그 사람도 무사하지 못했겠지요.”
“이 나라가 원망스럽다”
 |
| 강화특공대 전우회 회원들. 오른쪽부터 이계용, 이희석, 이석범, 홍순주, 최승범, 안득규씨. |
<1950년 9월 28일 무장한 공산군 6명과 지방 하수인 몇몇 사람에게 이끌리어 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강령뫼라는 산기슭 해변가에 그 전날 강제 동원시켜 파놓았던 구덩이에 75명의 반공애국 지사를 강제로 쓸어 넣고 총과 창 그리고 삽 등으로 학살한 것이다.(중략) 1966년 이동리 간곡노인회장 이병년(李秉年)씨의 노력으로 순의비(殉義碑)를 세우고 매년 음력 10월 3일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강화특공대 전우회 회원 이희석(李喜錫·73·김포 하성高 교장 역임)씨는 순의비를 세운 간곡노인회장 이병년씨의 손자다. 그는 전쟁 당시 강화특공대 하점면대장을 지낸 재당숙(再堂叔·아버지의 육촌 형제)의 연락병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는 “특공대가 창설될 무렵 하점면에는 소년대가 생겼는데 나중에 특공대 산하 소년대로 편입됐다”고 했다.
강화특공대 전우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홍순주(洪淳柱·78)씨는 6·25 당시 하점면 장정리 소년대장을 했다. 반공(反共)사상이 투철했던 그의 부친(父親)은 인민군이 들이닥쳤을 때 전(全) 재산을 몰수당했다고 한다. 그는 “해안가에서 보초를 서다가 인민군이 나타나면 특공대에 알려주는 일을 맡았다”고 했다.
전우회 회원 이석범(李奭範·74)씨도 인민군의 동향을 특공대에 보고하는 일을 맡았다. 그는 “강화특공대가 생기기 전 강화치안대가 있었는데 그들이 좌익인사 서너 명을 죽인 일은 있었다”고 전했다.
“강화도가 인민군 치하에 있을 때 인민군 산하에 자위대가 있었습니다. 자위대는 자본주의 사상에 물든 사람들을 잡아다 고문을 하거나 죽였는데 9·28 수복 직후 다들 도망갔어요. 그후 강화도에는 치안대가 만들어졌는데 빨갱이들을 잡아들여 강화경찰서에 넘기곤 했습니다. 일부 치안대원은 개인적인 복수심에 사람을 죽인 경우도 있지요.”
특공대원의 증언에 따르면, 강화경찰서는 치안대로부터 이첩받은 사람을 인천에 있는 군경(軍警)합동조사대로 보냈다고 한다. 합동조사대는 이들을 A·B·C급으로 나눠 A급은 즉결 처형, B급은 마산형무소로 이송, C급은 훈방조치했다. 이첩된 사람은 B·C급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들은 1·4 후퇴 때 인천에서 피란민 대열에 섞여 남쪽으로 내려갔고, 일부는 강화도로 다시 들어왔다고 한다.
전우회 고문 최승범씨는 “강화 희생자 유족회가 내놓은 피살자 명단은 인천으로 보내진 좌익사범 중 생사가 불투명한 사람이 대부분이다”며 “진실화해위는 이 명단을 강화특공대에 의해 학살당한 희생자로 단정지었다”고 했다.
강화특공대원으로 활동했던 안득규(安得珪·83)씨는 6·25 때 부상당해 신체 일부가 없다. 안씨는 강화도 초지진 일대를 사수했다. 그는 “내가 지켰던 곳에서도 특공대가 수십 명의 주민을 학살했다고 하던데 도대체 내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얘기를 어떻게 그리 쉽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목숨을 걸고 강화도를 지켰는데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마치 진짜인 양 누명을 뒤집어씌우는 이 나라가 원망스럽다”며 흥분했다.
최승범씨는 “대한민국 정부가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니 북한에 포격(砲擊)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평도가 왜 공격당한 줄 아세요? 지난 10년간 좌파정부가 진실을 왜곡하고 지금 정부가 그것을 그대로 방치하니까 북한이 남한을 우습게 봐 포를 쏘아대는 겁니다. 지금 이 나라에 강화특공대 같은 조직이 있다면 북한이 절대 공격하지 못합니다. 강화특공대원은 북괴군이 타고 온 배의 밑창을 뚫어가며 싸웠어요. 천하의 무식한 자들이 지금 이 정부와 진실화해위에 앉아 있으니 뭐가 되겠어요. 강화특공대가 주민 430여 명을 살해했다면 그 후손들이 우리를 가만히 놔뒀겠어요? 강화도에 사는 80대, 90대 노인들에게 물어보세요. 강화특공대가 사람을 죽였는지….”
최씨는 “최중석 특공대장은 전쟁이 끝난 후 심계원(審計院·감사원의 前身)에 들어가 정년 때까지 공직생활을 했다”며 “양민을 그렇게 많이 죽였다면 공무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1·4 후퇴 때 군과 경찰이 모두 철수했을 때 강화도를 지킨 사람은 강화특공대원밖에 없어요. 강화도가 적의 손에 들어갔을 때 죽을 각오를 하고 고향 땅을 지켰는데 지금 와서 양민을 학살했다니….”
좌파매체 인터뷰 기사를 학살 根據로 채택
 |
| 강화특공대 회원들은 “6ㆍ25 때 목숨을 걸고 고향을 지켰다”며 “진실화해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
진실화해위는 결정서에서 “강화특공대장 최○○의 지시에 따라 특공대는 각 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부역혐의자와 가족들을 연행·구금·고문하고 살해했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결정서 어디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는 보이지 않았다.
취재내용을 종합해볼 때, 강화특공대가 1951년 1·4 후퇴 전후로 민간인 430여 명을 동시다발적으로 집단 학살했을 가능성은 많지 않다. 시간적으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강화특공대는 1951년 12월 18일 창설 직후 본부를 두 차례 옮기면서 새해를 맞았고, 1951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UN군이 철수하면서 강화도 사수와 인민군의 공격 대비에 전투력을 집중했다. 1951년 1월 한달 동안 돌모루·철산리·승천포·월곶리·당산 등지에서 전투를 벌이며 대원 22명을 잃었고 석모도로 후퇴해 조직을 정비한 후 2월 초 강화도를 재탈환했다.
진실화해위는 ‘강화특공대가 양민을 학살했다’는 주요 근거(根據)로 특공대원 김동환(2007년 작고)씨가 1999년 6월 좌파매체에 인터뷰한 기사와 2001년 4월 3일 강화경찰서가 동일인물인 김씨를 조사한 수사결과보고서를 들고 있다. 놀랍게도 ‘주요 가해행위’의 내용은 문건 전체 분량(A4 용지 29장) 중에서 2장이 채 안된다.
진실화해위는 김동환씨의 인터뷰 기사를 인용해 “강화특공대가 민간인을 대량 학살했다”고 판단했다. 좌파매체는 인터뷰 기사에서 “김씨는 ‘특공대가 학살한 사람이 대략 200~300명이 될 것이며 면단위 특공대가 살해한 사람까지 합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동환씨는 생전(生前)에 최승범씨를 여러 차례 만난 자리에서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1950년 11월은 치안대가 있었고 강화특공대는 만들어지기 전이다. 그런데 특공대가 사람을 죽인 것처럼 묘사했다. 또 치안대가 죽였다는 사람의 숫자도 구체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치안대가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는 얘기를 특공대가 집단적으로 학살한 것처럼 기사를 썼다”며 “그 사람들(기자들) 만나지 마라”고 전했다고 한다.
진실화해위는 또 김씨의 수사결과보고서(2001년 4월 3일자)를 참고하며 “강화특공대는 ‘북한의 재점령 시 부역혐의자와 그 가족들이 다시 들고일어나 자신들을 해칠 것이다’라고 예단하고 이들을 조직적으로 집단 살해함으로써 위험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판단으로 이런 행동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런데 2001년 4월 6일 강화경찰서가 작성한 최종 수사보고서에는 “참고인 김동환을 조사한 결과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였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발견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종결처리했다.
강화특공대 戰死者, 다른 단체 전사자로 둔갑
진실화해위는 ‘강화특공대 민간인 학살 사건’의 전모(全貌)를 밝히기 위해 서울의 모 대학 B교수에게 용역을 의뢰했다. B교수는 2007년 강화도에 있는 일부 6·25 참전 단체 관계자와 희생자 유족회 사람들을 접촉한 후 “전쟁 당시 강화지역에서 강화특공대에 의해 죽은 사람이 1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언급한 A씨의 주장과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그렇다면 희생자 유족회 외에 일부 참전 단체 관계자들은 왜 강화특공대가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주장했을까. 최승범씨는 이렇게 주장했다.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던 일부 단체가 6·25에 참전했다는 사실을 내세우기 위해 ‘강화특공대원 전사자’를 끌어다 썼습니다. 국가 보상을 위해서죠. 예를 들어보지요. 1951년 1월 18일 당산 전투에서 특공대원 이용석·용달 두 형제가 모두 전사했습니다. 경찰 출신인 형은 당시 41세(1910년생)였고, 동생은 38세(1913년생)였어요. 그런데 한 참전 단체가 만든 공식 문서를 보면 형이 19세, 동생이 16세의 나이에 자신의 단체에 소속돼 전사했다고 돼 있어요. 더욱 희한한 일은 최중석 강화특공대장이 자기 단체 소속으로 있으면서 6·25 때 총살당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강화도에서 전투에 참가한 단체는 강화특공대가 유일합니다. 일부 단체는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강화특공대를 공격한 겁니다.”
최승범씨는 진실화해위가 작성한 최종 결정서에는 자신의 증언도 들어있는데, 자신이 한 말이 왜곡돼 있다고 전했다.
최종 결정서에는 민간인 희생자의 명단이 들어있다. 그러나 희생자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피살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결론 부분에는 “군경이 민간인 학살에 직접 관여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적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민간인 희생자의 대표적인 인물로 윤○○씨를 거론했다. 윤씨는 당시 강화특공대원에 의해 강화경찰서 유치장 안에서 죽은 사실이 특공대원들의 증언에서 확인됐다. 이름 밝히기를 꺼리는 윤씨의 유족과 특공대원의 증언에 따르면, 강화특공대가 당산 전투에서 패배해 석모도로 후퇴할 때 경찰서 유치장에 있던 구금자를 풀어줬는데 윤씨는 유치장 안에서 버티다가 불상사를 당했다고 한다.
구석에 처박혀 있는 강화특공대 비석
진실화해위는 최종 결정서에서 강화특공대의 활동범위를 강화도·석모도·주문도 등 강화군 12개 면이라고 적시했다. 강화특공대원의 증언·<강화사>·육군본부 자료에 따르면, 강화특공대의 작전범위는 강화 본도와 석모도 등 10개 면이었다. 진실화해위는 결정서의 제목부터 사실(史實)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최종 결정서에는 강화특공대의 조직도가 실려 있는데 여기에도 일부 잘못된 점이 발견됐다. 특공대는 지원단체로 보민회(保民會)를 뒀는데 결정서에는 ‘번영회’로 돼 있다. 결정서에 들어있는 총무부와 경호부, 소년대본부 등은 강화특공대에는 없는 부서였다.
진실화해위 활동은 2010년 6월 공식적으로 끝났다(2010년 12월말 해체). 이 결정을 뒤집는 방법은 법원 소송을 통하는 수밖에 없다.
기자는 강화특공대 기념비를 보기 위해 강화도 송해면 하도리에 있는 강화추모공원을 찾았다. 추모공원 중앙에는 ‘강화유격용사 위령탑’이 높이 서 있었다. 위령탑의 오른쪽 구석에 처박혀있는 초라한 비석이 눈에 들어왔다. 강화특공대 기념비였다. 앞면에 ‘강화특공대 의적불망비(毅績不忘碑)’라는 글귀가 적혀있었고, 뒷면에 전사자 명단이 새겨져 있었다. 1952년 6월 25일 당시 강화군수가 당산 전투 현장에 3단 기단으로 세웠던 특공대 기념비가 지금은 기단도 없어진 채 비석만 달랑 남아있는 것이다.
역사의 진실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걸까. 기자는 무거운 마음을 가득 안은 채 강화도를 떠나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