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천안함 사태 이후 한국의 安保 - 전작권 전환 3년7개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 월간조선

지난 6월 26일 한미(韓美) 양국은 캐나다 토론토 정상회담에서 마침내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 4월 17일에서 2015년 12월 1일로 늦추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7월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과 10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후속대책이 마련될 예정이라고 한다.

오늘 한국 안보의 핵심적 지주(支柱)의 하나인 ‘한미연합군사령부(CFC)’의 해체가 그만큼 연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기보다 연합사 체제가 갖는 한국 안보상의 의미와 기능이 그만큼 크고 무겁기 때문이다.

북한, ‘UN 안보리 의장 성명’보다 ‘전작권 연기’가 훨씬 아플 듯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차제에 원상회복(原狀回復)을 했어야 했다”며 아쉬워하기도 하고, 정반대로 “주권 제약을 연장하는 것”이요, “국가적 자존심을 손상시켰다”며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 곧 ‘연합사 해체’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정부가 전작권을 한국군으로 전환하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질 때부터 한국 사회의 우려와 반대는 매우 격렬했다. 전직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軍)의 예비역들은 물론 전직 외교관과 경찰 그리고 대학교수 등 지식인들까지 동참하는 유례없는 광범한 저항이 태풍처럼 한국사회를 휩쓸었다. 전작권 전환 반대 1000만명 서명 운동도 진작 시작돼 이제는 거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한다.

지난 대선(大選)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정권이 교체된 데는 이런 사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당연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 연합사 해체 문제도 서둘러 재검토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었고, 그런 기대에 비하면 현 정부 출범 2년 반이 지난 이제야 겨우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어쨌든 양국 정부는 지난해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전작권 전환시기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대략 금년 초부터 협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2012년이라는 안보상의 부적절한 시기적 문제점과 한국의 군사적 준비, 그리고 주한미군 용산기지 평택 이전 계획의 지연 같은 것도 고려되었다고 한다. 당연히 연합사 해체에 대한 한국 사회의 깊은 우려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김성환(金星煥)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6월 26일 캐나다 현지 브리핑에서 “2012년의 한국ㆍ미국ㆍ러시아 대선과 중국 국가주석의 임기 종료 등과 함께, 2015년이면 전작권 단독 행사에 필요한 우리 군의 정보획득 및 전술지휘통신체계가 완성되고, 자체 정밀타격 능력이 확보될 수 있다”며 “지상작전사령부 창설과 용산기지 이전 작업도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기시기를 2015년 12월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때마침 발생한 천안함 피격사건도 중요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천안함 사태 이전부터 전작권 전환 연기를 위해 노력해 왔음은 틀림없지만, 과거 1976년 북한의 ‘도끼만행’이 연합사 창설을 서두르는 계기가 되었듯이 이번 ‘천안함 사태’가 연합사 해체 연기 분위기를 촉진시켰음도 사실일 것이다.

천안함 사태 후에 비로소 완강하게 반대하던 미 의회의 인식이 바뀌고 펜타곤의 입장도 많이 누그러졌다고 하니 말이다. 미 상원 군사위(委)에서는 ‘한반도 상황이 불안정하다’면서 한국 국방장관과 협의해서 12월 1일까지 전작권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결의까지 하지 않았던가? 아마 지금 북한으로서도 천안함 사태에 대한 ‘UN 안보리 의장 성명’보다 오늘 연합사 해체가 연기된 데 대해 훨씬 더 큰 아픔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글로벌 시대의 安保는 집단안보·협력안보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6월 28일 캐나다 토론토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끝내고 악수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 자리에서 전작권 전환을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다.

한국과 미국은 전작권 전환시기를 대략 3년7개월 정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만약 이번 기회까지 흘려보냈더라면, 연합사 해체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한국 안보에서 연합사가 갖는 의미와 기능을 생각하면 실로 천행(天幸)이 아닐 수 없다. ‘주권(主權)이나 국가 자존심’을 내세워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두말할 필요 없이 그것은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다.

사실 ‘전시작전통제권’이란 문자 그대로 ‘전시(戰時)’, 예컨대 김정일(金正日)이 도발해서 전쟁이 날 경우에 한해, 작전에 관한 통제권한만을 미국과 한국 대통령의 지침을 받아 한미연합사령관(미군 장성)이 행사하는 지극히 제한된 권한일 뿐이다. 전시임에도 인사권을 비롯한 대부분의 권한은(통수권의 핵심은 인사권) 국군 통수권자인 우리 대통령에게 있다.

예부터 여러 나라 군대가 함께 연합작전을 수행하게 되면 어느 한 지휘관에게 전체 작전을 통제하게 해서 작전의 효율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관행이었다. 그렇게 ‘지휘통일’을 이루지 않고서는 승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늘의 글로벌 시대는 안보상의 국제적 상호 의존도가 특별히 높고, 집단안보·협력안보가 일상화하고 있는 시대다. 그래서 이런 연합작전체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비롯해서 범(汎)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보편적인 방식이다. NATO의 어떤 나라도 자존심을 상했다거나 군사주권을 잃었다고 괴로워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특히 동북아의 지정학적 중심에 위치한 한국으로서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이런 협력적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뿐만 아니라 내일을 위해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그런 차원에서는 이번 합의로 지난 정부가 박아 놓은 안보상의 치명적인 ‘대못’을 완전히 뽑아낸 것인 양 희희낙락(喜喜樂樂)하는 것도 한국 안보에서 연합사가 갖는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가만 생각해 보면 6·25 말기 이승만(李承晩) 대통령이 손을 휘휘 내저으며 도망가려는 미국을 노심초사(勞心焦思) ‘동맹(同盟)’으로 붙들어 맨 이야기는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렇게 해서 기초를 닦고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이 그 위에 집을 지은, 두 대통령의 지혜와 노력이 응집된 국가 안전장치가 연합사 체제인 셈이다.

실제로 연합사라는 존재는 한미 양국군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통합시켜 한반도와 주변 안보를 관리해 오던 핵심적 시스템이다. 튼튼한 한미 군사동맹과 그 동맹은 세계 최강 미국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음을 가장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는 현실체가 바로 연합사다.

그 상징성이 지난 수십 년 북한의 오판(誤判)을 잠재우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고 한강의 기적을 뒷받침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 군사동맹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동맹체제’로 평가받고 있다. 한미동맹과 연합사는 다르다고 강변하지만, 오히려 한미동맹이 ‘칼집’이라면 연합사가 그 ‘칼날’이다. 연합사가 없는 한미동맹은 이미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군사동맹’이 아니라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동맹이 그랬듯, 하나의 휴지조각에 불과할 수가 있는 것이다.

팽창주의 중화사상 견제에 ‘최적’

지난 4월 20일 재향군인회는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 촉구 특별 강연회 및 천안함 침몰사건 대응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긴급 원로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예컨대 원래 억제(抑制)는 기본적으로 심리적인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국방력을 강화해도 세계 최강 미국군을 대표하는 연합사의 상징성을 대체하기란 쉽지 않다. 당장 오늘 북한 핵위협을 고려해도 연합사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대처 수단이다. 연합사를 해체해도 핵우산은 그대로 제공된다고 강조하지만 따지고 보면 연합사가 서울에 주둔하는 그 자체가 가장 효율적 핵우산이요, 연합사가 해체되고 나면 이미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는 것이 핵우산 효과인 것이다. 북한의 전면 도발을 억제하는 데도 연합사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사실상 없다.

미래를 위해서는 더욱 결정적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발생할 엄청난 정치, 경제, 군사적 소요(所要)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고, 이럴 때 연합사는 그 양호한 ‘통로’이자 ‘관리기구’이다. 통일 후에도 팽창주의적 중화사상(中華思想)을 견제하는 데는 연합사만 한 기구가 없기 때문이다. 연합사가 끝내 해체되면 한반도 자유통일은 지극히 어려워지거나 어쩌면 아예 불가능해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팽창주의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는 것은 더욱더 힘이 들 것이다.

장차 만에 하나 북한이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하에 들 경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살아남는데 이 연합사만큼 신통한 길이 있을까? 연합사로 연계된 현재의 한미동맹체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함부로 대체할 수 없는 한국의 핵심적 억제력이자 가장 효율성이 높은 국방체제요, 중추적 국가 안전장치인 것이다. ‘한국군의 작전역량이 높아져서 연합사를 해체해도 괜찮다’는 철딱서니 없는 말도 한다지만 ‘연합사 해체’는 이처럼 한국군의 작전적 역량으로 극복할 수가 없는 대(大) 전략적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하긴 작전 차원에서 보아도 아직은 연합사의 필요성이 거의 절대적이다. 보는 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한국군은 아직도 냉전시대 미국의 범세계 전력(Global Force)의 국지부분전력(局地部分戰力)으로 존재해 오던 불균형한 전력구조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연합사가 해체된 이후에도 미국은 함께 싸워 주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전작권 이전 작업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듯, 오늘의 작전역량과 효율성을 유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더욱이 그렇다고 한국이 북한처럼 온 국력을 군의 전투력 개선에만 쏟아 부을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같은 것은 제쳐 놓더라도, 한국군이 과연 조기에 이 복잡 다양한 현대전쟁의 모든 전투기능 요소들을 두루 다 갖출 수 있을 것인지는 좀 더 냉철히 살펴보아야 할 상황인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한국은 ‘안전’을 추구

더욱이 지금이 과연 어떤 때인가? 우선 오늘의 북한은 우리에게 있어 ‘적화통일을 추구하는 더할 수 없는 위협이자, 한계에 다다른 병든 체제요, 구원을 기다리는 불쌍한 동포’라고 하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들로 서 있다. 특히 그런 그들이 ‘핵’과 ‘군사도발’ ‘간접침략’으로 우리로 하여금 자유통일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외통수 길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언제든 더 크고 다양한 ‘군사도발’을 계속 할 것임을 예고하는 이번 천안함 사태의 전말(顚末)은 우리에게 그런 실체적 위협을 새삼 확인시켜 주는 일종의 경종(警鐘)이다. 자유민주통일을 앞당기지 않으면 우리가 살아남지 못할 수가 있다는 뜻이다. 60여 년 이어진 동족분단의 모순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어떤 한계상황에 부딪혀 있는 모양새인 것이다.

하긴 우리가 세계화 시대를 살아남고, 보다 나은 내일을 열어 가려면 이 분단 대치 상태는 어차피 시급히 극복해야 할 장벽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핵실험은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와도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 과정을 평화롭게 관리해야 한다는 과제’는 남아 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는 셈이다. 그러니까 오늘 우리는 싫든 좋든 멀리 한민족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한반도 자유통일과 번영의 창조적인 큰 길을 서둘러 개척해 나갈 수밖에 없는 매우 특별한 상황에 처해 있는 셈이다.

더욱이 바로 이런 때에 새삼 중국과 일본에 휘몰아치는 민족주의 열풍과 급격한 미·중(美中), 미·일(美日) 그리고 중·일(中日) 관계의 변화 속에서 미국 위주로 유지돼 오던 기존의 동북아 안보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이른바 차이메리카(Chimerica) 시대요,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력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남과 북에 보이고 있는 정책적 태도에도 좀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 한미 관계는 지난 2월 캠벨 동아태담당차관보가 “더 이상 좋을 수 없다”고 단언한 사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제외하면, 대체로 대(對) 중국정책을 전제로 미일동맹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한반도 정책을 모색해 왔다. 또 미국은 한반도의 안정(stability)을, 한국은 넓은 의미에서의 안전(security)을 추구하기 때문에 한미 간 안보이익이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을 막무가내로 보호하는 中國의 저의는?

지난 7월 9일 유엔에서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대표들이 회의를 열고 있다. 이날 안보리 15개 이사국은 한국 천안함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천안함 사태는 연합사 해체 연기분위기를 촉진시켰다.

이에 비해 소위 ‘전통적 선린 우호 협력관계’라는 중국과 북한 관계는 일반적인 전략적 이해관계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매우 특별한 데가 있다.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한다면서도 지난 2월 3일 워싱턴 미국외교정책분석연구소(IFPA)에서는 “이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 “한미동맹도 짚고 넘어가야 하고”,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북한을 사실상 핵국가로 봐야 한다”고 강변한 것이 중국이요, 이번 천안함 사태에서도 국제적 비난을 무릅쓰고, 체면 불고하고, 오로지 북한 보호에 발벗고 나선 것도 중국이다.

더욱이 한국 입장에서는 서남공정(西南工程)으로 티베트를 피로써 장악한 데 이어 동북공정을 내세우고 투자니 지원이니 북한 곳곳에 ‘중국’을 깊이깊이 심고 있는 중화사상의 팽창주의적 특성에도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오늘 막무가내로 북한 보호에 나서는 것이 혹시 그런 저의(底意)와 연계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그런 차원에서는 ‘미국의 퇴조(退潮)와 새삼 민족주의 바람이 불고 있는 중국의 도약’으로 특징지어지는 오늘 동북아 안보질서의 변화 자체가 별로 즐거울 수가 없다.

강대국의 민족주의는 궁극적으로 제국주의의 모습을 하게 마련이다. 장차 자기들의 영역을 ‘천하’니 ‘중화’니 하는 제국(帝國)이 압도적 영향력을 확보하게 될 경우,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이 한반도 남과 북의 전략 균형을 반전(反轉)시키려 들지 않는다는 보장은 있을 것인가? 그뿐만 아니라 한반도가 자칫 ‘핀란드화’하거나 심지어 제2의 티베트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렇게 살펴보면 머지않아 한반도에 휘몰아칠 거대한 ‘안보태풍’이 내다보이지 않는가? 남과 북의 미래를 가름할 현 상황에서 한국이 살아남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려면, 예컨대 북한 급변사태 때 있을지도 모를 중국의 개입의지를 억제하려면, 미국이 상당한 희생을 각오하고라도 끝까지 우리와 함께 서 있어 주어야 한다.

미국과의 뜨거운 혈맹적 우의(友誼)와 튼튼한 동맹 체제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소중한 때인 것이다. 단순한 구두(口頭) 약속이나 문서상의 동맹이 아니라 그 이상의, 지금처럼 연합사로 연결된 ‘구조적인 동맹 체제’가 특별히 긴요한 상황인 것이다.

우리가 희망하는 ‘안보환경’ 서둘러 만들어야

천안문 광장에서 열병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병사들. 한미연합사는 팽창주의적 중화사상을 경계하는 데 최적의 수단이라는 지적이다.

미래 한국의 국가안보가 한미동맹에 기대하는 이런 동맹적 소요를 전제로 이번 합의를 살펴보면 아무래도 단순한 3년7개월여의 연기만으로 충분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3년7개월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될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얼마나 많은 나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느냐’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전략적 자산(資産)이 되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가급적 많은 동맹을 만들어 나가도 시원찮을 한국이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미국과의 오랜 성공적 동맹관계에 어떤 형태로든 불필요한 ‘흠집’을 내는 것은 그 자체로도 절대로 현명하지 못한 일이 될 것이다.

연합사 해체는 먼저 우리가 충분한 역량을 갖춘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설사 역량을 갖추었더라도 우리가 한반도를 자유통일하고, 나아가 중국이 민주화된다든가, 혹은 동북아 평화체제가 확고하게 정착된다든가, 주변정세가 완전히 안정될 때까지는 서둘지 않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일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 미래의 안보를 위해서는 연합사가 해체되는 2015년 말까지는 이런 안보환경을 만들어 놓아야 하고, 그래야 우리 미래의 삶을 안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5년 동안에 해야 할 과제치고는 너무 크고 무겁다. 더욱이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모르지만 별로 그럴 것 같지도 않다. 근본적으로 한국의 국가적 능력을 크게 벗어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2015년 말이라는 시한까지 못 박아 놓은 이상 그 기간 내에 희망하는 안보환경을 만들고 정착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그리고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한 대책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혜로운 사람들의 통상적 조치다.

그런 차원에서 다음 3가지 방향의 국가적 노력은 불가피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첫째는 연합사가 해체되기 이전에, 연합사의 뒷받침을 받을 수 있을 때, 이 불합리하고 불행한 동족 간의 갈등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하고 끝을 내는 일일 것이다.

때마침 한계에 다다른 북한의 민심이반, 길어야 3년이라는 김정일의 건강과 후계문제를 둘러싼 지도층 내부갈등의 개연성 등 북한 급변사태의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설사 일단 3대 세습이나 집단지도체제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수십 년을 1인 독재체제하에서 살아온 북한에서 의미 있는 집단지도체제의 확립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렇다면 곧 또 다른 피비린내 나는 권력 투쟁으로 이어지게 될 공산이 크다.

그야말로 북한 급변사태가 현실화할 것이요, 그것은 우리에게 더할 수 없는 기회이자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차제에 확고한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미국과 중국을 함께 아우르는 전략적 지혜를 발휘하면서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어 동포적 일체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다면 큰 분쟁과 갈등 없이도 자유민주통일의 미래를 열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우리 사회에 2만에 가까운 탈북자와 크게 흔들리는 북한 상황을 고려하면 반드시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천안함 사태가 증언하듯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둘째로는 미래 동북아 안보 상황의 변화와 팽창주의적 중화사상 같은 것을 고려하면 설사 한반도의 자유민주통일을 완수한다고 해도 상당기간 한미동맹은 오늘 못지않게 튼튼히 유지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한반도 자유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결국 오늘의 연합사 체제를 그대로 튼튼하게 유지하거나, 어쩔 수 없이 연합사가 해체된다 하더라도 오히려 한결 더 견고하고 실질적인 한미동맹 체제를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역량은 충분한데, 부담과 책임은 회피하고…”

지난 5월 11일 인천광역시 흑룡부대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재건지원단 창설식을 마친 장병들이 성공적인 임무 완수를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수차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체제’로의 발전을 약속한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전략동맹’이 무엇인가? 원래 동맹관계란 기본적으로 ‘공통의 이익과 이해를 위한 상호지원 관계’이고, 특히 군사동맹관계란 ‘상호간의 깊은 이해와 돈독한 우의가 있어야 그 기능이 사는 특별한 관계’다. 그리고 전략동맹이란 쉽게 말해 바로 그 동맹 활동의 대상과 범위를 범사회적, 범지구적으로 넓혀 나가고 동맹의 강도와 우의를 강화하자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도 동맹국으로서의 부담과 책임에 좀 더 적극적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그래야 성공적인 동맹이 유지될 수가 있을 것이다. 2009년 4월 연합사 해체를 문제 삼는 어느 한국인에게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미국은 잘 지내고 싶은데, 한국이 너무 제 몫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제 몫? 아마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 국제적 임무참여와 지원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미국이 한국을 참된 혈맹관계로 받아들인 것도 베트남전에서 함께 피를 흘린 이후였다. 물론 그러자면 크든 작든 피해가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군은 이런 국제적 임무에는 강한 반면, 오늘 우리 안보상의 위협에 대처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데는 ‘연합사로 연계된 오늘의 한미동맹체제’보다 더 효과적인 대안이 없다. 한미 간에 전략동맹 차원에서 서로 절실하게 교환할 만한 사안들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전작권 전환의 연기를 두고 펜타곤의 젊은 간부들 간에는 정상 간의 합의에 어쩔 수 없이 따르기는 하면서도 ‘역량이 충분한데도 부담과 책임은 회피하고, 동맹국으로서의 기여에도 인색한 한국의 국가적 이기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미래 한국 안보가 장기적으로 한미동맹에 기대하는 바를 고려한다면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참된 전략동맹으로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원래 기대가 크면 주는 것도 넉넉해야 하고, 창조적 미래를 경영하자면 때로는 다소 모험적 투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긴 전략적 안목과 지혜로운 용기를 발휘해야 할 때인 것이다.

셋째, 우리의 작전적 역량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의 국가 안보 목표를 주도적으로 추구해 나갈 수 있는 기본 역량은 서둘러 갖추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냉전시대의 불균형하고 불완전한 전력구조는 하루빨리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우선 언제나 논란이 되어 온 육해공(陸海空) 3군의 균형발전에도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산술적 균형이 아니라 전술적 균형을 의미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국방예산은 부족한 데, 해공군력은 미국이 보완해 준다고 하니 한국군은 어쩔 수 없이 지상전력 중심으로 발전해 온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럴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밝혔듯 현대 전쟁의 다양한 전투 기능 요소들도 서둘러 갖추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당장 정보 획득만 해도 한국군은 미군이 수집한 대북(對北) 정보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적어도 북한 전역(全域)과 동북아 정도는 독자적으로 정밀 감시하는 능력은 갖추어야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미래의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대규모 미사일 부대나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대비도 마찬가지다. 마침 핵(核)과 전자기파(EMP) 방호시스템을 구축하고, 북한의 장사정포나 지하 핵시설 파괴를 위한 다양한 정밀타격 전력도 대략 2014년까지는 확보하도록 이미 계획돼 있다고 한다.

우리가 필요한 현대전쟁의 전투기능 요소들이 어디 이뿐이겠는가? 좀 더 먼 미래를 본다면 필요한 현대 전투기능 요소와 확보해야 할 전력의 규모는 훨씬 더 확장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복잡 다양한 현대 전투 기능요소들을 두루 다 확보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이미 기 계획된 것만 해도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예산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3가지 후속과제가 관건

지난 3월 11일 용산 한미연합군사령부에서 샤프 한미연합사령관(가운데), 황의돈 당시 부사령관(오른쪽)이 키리졸브훈련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미 2015년을 연합사 해체 목표 시한으로 정해 두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목표하는 전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제는 우리의 미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작권 전환 연기가 한국의 안보를 위해 일단은 큰 다행이요, 성공적인 조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 ‘연기 합의’ 그 자체만으로 우리의 안보가 확고해졌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성 밖에 머물러 있던 엄청난 국가적 과제를 이제 정면으로 맞설 수밖에 없도록 성문(城門)을 활짝 열어 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언제든 한 번은 맞설 수밖에 없는 과제였고, 이번 조치가 적어도 좀 더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음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의 이 합의가 참으로 가치 있는 것이 되게 하려면, 자유통일과 전략동맹 체제의 구축, 그리고 우리 군의 작전적 차원의 보완 등 앞에서 제시한 3가지 후속과제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매듭짓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기야 안보 업무란 원래 그런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안보는 위협이 직접 내 목덜미에 와 닿기 전까지는 그저 귀찮고 부담스러울 뿐인 존재다. 자연히 자칫 소홀하기 쉽지만, 그 대신 눈앞에 나타났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보에 성공하려면 적어도 20년, 30년의 미래를 내다보는 국가지도자의 전략적 예지(豫知)와 안목, 미리미리 대처하는 국가적 지혜, 그리고 미래를 위해 오늘의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단호한 국민적 용기와 같은 특별한 역량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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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천안함 사태 이후 한국의 安保 - 전작권 전환 3년7개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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