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언소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전국언론노조 등은 천안함 사태의 원인을 처음부터 정확하게 분석·보도한 신문들을 겨냥, ‘북풍’을 유도해 국민의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3월 26일 밤, 천안함(天安艦)이 침몰했다. 원인은 알 수 없었다. 드러난 사실만 갖고 짐작할 뿐이다. 우선 어떤 생각이 드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멀쩡한 해군 함정이 왜 갑자기 물속으로 가라앉았겠는가.
취재와 분석의 출발점은 ‘상식’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상식과 부합하지 않게 추론하는 것은, 설령 그게 소설이라 할지라도 리얼리티(reality)가 떨어진단 소리를 들어 인기를 끌지 못한다. 그럼에도 천안함 침몰 이후 어떤 의도에서였는지 ‘북한의 소행’이란 가장 상식적인 추론을 배제하려는 일단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들은 어떻게 황당하고도 황당한 얘기들을 사실처럼 믿고 있을까. 정말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을 정도였다.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친북발언자 33명 명단 발표
천안함 사고 민군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은 5월 20일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제 250㎏ 중어뢰(CHT-02D)에 의한 공격’으로 결론 내렸다. 이런 분석을 위해 동원된 팩트(fact·사실)들은 ‘백령도 해상에서 쌍끌이 어선에 의해 수거된 각각 5개의 순회전 및 역회전 프로펠러, 추진모터와 조종장치는 북한의 수출용 무기소개 책자에 실린 ‘CHT-02D’ 어뢰의 설계도면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결과에 외국 전문가들도 동의했다.
직후 〈동아일보〉는 ‘민군합동조사단의 발표에 대한 평가’라는 주제로 여론조사를 했다. “북한소행이라는 합조단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응답이 21.3%였다. 역으로 80% 가까운 대한민국 국민이 합조단의 발표를 신뢰한다는 사실은 대단한 수치이긴 하다. 그러나 이건 믿음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관계에 동의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다.
지난 6월 11일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고영주 변호사)는 ‘천안함사건 관련 친북·반국가적 발언자 33인’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정치계에서는 박지원, 정동영, 정세균, 송영길, 이강래, 박영선, 천정배, 최문순, 김효석(이상 민주당 국회의원), 강기갑(민주노동당 국회의원),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참여당), 유원일(창조한국당 국회의원), 노회찬(진보신당 전 의원)으로 총 14명이다.
학계는 강정구, 고유환(동국대), 김근식, 양무진(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교), 김용옥(원광대 석좌교수), 백학순, 정성장, 홍현익(이상 세종연구소) 등 총 9명, 기타 김성전(국방정책연구소), 김종대(D&D포커스), 신상철(서프라이즈 대표), 이종인(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이태호(참여연대),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표명렬(평화재향군인회) 등 11명이다.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는 ‘33인’을 가리켜 “천안함 사고 직후부터 명백한 증거도 없이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배제하는 언동으로 북한에 사전 면죄부를 줬고, 북한 어뢰공격에 의한 침몰임이 밝혀지고 나서도 조사결과에 각종 의혹을 제시하며 북한당국의 도발 사실을 부정하는 언행을 반복해 왔다”고 하면서 “이들의 언동(言動)은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과 자유민주노선을 부정하는 비(非)정상적인 친북적 반(反)국가적 행위이기에 그 실태를 알리려는 것”이라고 발표 취지를 밝혔다.
다음은 국가정상화추진위에서 발표한 33인 중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정리하고, 그동안 언론매체에서 보도된 것을 추가한 것이다.
朴智元, “군 당국과 정부는 북한 소행이라고 연기를 피우지만, 화재는 나지 않는다”
박지원 의원은 천안함 사태 초기부터 ‘북한 배제’ 발언을 했다. 그는 3월 30일 민주당 제44차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는 이미 공식·비공식 경로를 통해 ‘북한의 소행이 아니다’고 했다”며 “그런데 정부는 무엇을 만지작거리고 있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국방장관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하자 “국민을 희롱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의 북한 배제 발언은 이어진다.
“군 당국과 정부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연기를 피우지만, 화재는 나지 않는다. (중략) 과거 국민은 쿵 소리만 나도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었지만, 민주정부 10년을 지나면서 우리의 성숙된 국민은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2010년 4월 6일 민주당 제45차 원내대책회의)
“처음부터 군·국방부·한나라당은 북한의 소행으로 이끌고 갔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정원·미국은 ‘북한의 소행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 이제 누구의 소행이고, 무슨 원인이고, 누가 죄를 지은 사람인지 밝혀야 한다.”(2010년 민주당 제68차 고위정책회의)
4월 8일 박 의원은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했다. “‘새로운 남북관계’의 전기가 된 ‘6·15 회담’을 합의했던 4월 8일을 맞아 감격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술회(述懷)했다. 그는 천안함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남북관계가 좌초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불만도 가지고 있고, 착잡한 마음이 많다”며 감상(感傷)에 젖었다.
박지원 의원은 같은 달 24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조사 결과 북한이 개입했다는 것이 만일에 확실해진다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북한 개입이 드러나더라도 신중한 입장을 가지고 대비해야 하며, 단호한 입장도 있어야 된다”고 답했다. 사회자가 ‘단호한 입장’에 대해 묻자 “무력도발이 아닌 그러한 입장”이라며 부연설명을 했다. 그러나 ‘도발(挑發)’은 “남을 집적거려 일이 일어나게 함”을 뜻한다.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우리의 정당한 보복을 가리켜 오히려 ‘도발’이라 지칭한 것이다.
또한 “민주정부 10년 동안에는 우발적인 충돌이 있었지만, 핫라인을 통해서 오해를 해소하고 확산을 막았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있었던 북한의 계획적인 도발을 ‘어떤 일이 예기치 아니하게 우연히 일어나서 서로 맞부딪친 것’, 즉 ‘우발적 충돌’로 묘사했다. 잘 알다시피 연평해전 등은 북한이 서해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NLL을 침범해 일으킨, 그야말로 도발적 사건이다. 그런데도 박 의원은 ‘우발적’으로 표현했다. 그렇다면 그는 NLL을 인정하지 못하겠단 얘기가 된다.
鄭東泳, “천안함 사건은 남북 상호 증오의 산물”
박 의원은 이후 천안함 사태에 관한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범인은 북한’이라는 결론이 가시화되자 말을 바꿨다. 박 의원은 5월 19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에서는 누구도 북한 소행이라고 한 것을 부인한 적이 없다”며 “군과 국방부와 한나라당에서는 북한 소행이라고 연기를 피우고, 국정원과 청와대와 미국에서는 아니라고 불을 껐다. 민주당은 아무런 정보나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 한 달 전 그가 했던 말은 모두 무엇이란 말인가.
그랬다가 5월 21일 민주당 제5차 중앙선대위 회의에서는 “왜 하필이면 ‘1번’이 뚜렷하고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는가도 의문”이라며 합조단의 결과 발표에 의문을 제시했다.
한편 현재 민주당 의원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5월 6일 정세균 대표와 조찬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지금도 냉전주의 세력이 북풍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발상을 하는 것이 참으로 시대착오적이고 안타깝다”면서 천안함 사태를 ‘여권(與圈)의 북풍(北風)’으로 규정했다. 천안함 침몰로 46명의 고귀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 영혼 앞에서 잠시라도 묵념은 못할망정 ‘선거 이용’ 운운하며 여권에 대해 경고나 하는 모습은 정치적이어도 이렇게 정치적일 수가 없다.
그는 5월 19일 제4차 중앙선대위 회의에선 “천안함 사건은 남북 상호 증오의 산물”이라면서 “지난 3년 우리 정부가 행해 온 대북 증오정책, 거기에 맞선 대남 증오, 대남 보복심리가 빚어낸 증오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같은 취지로 이틀 후인 21일 5차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천안함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결국 지난 10년간 평화의 바다로 가고 있던 서해가 긴장과 대결, 증오의 바다로 빠져든 데 근본원인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가장 근본적 치유는 한반도 평화체제다. (중략) 하필 선거 개시일에 맞춰서 천안함 사건을 발표한 의도와 불순함에 대해 삼척동자도 꿰뚫어볼 것이다. 아무리 정부·여당이 지방선거를 북풍 일색으로 덮으려 해도 지방선거가 심판이라는 본질은 변할 수 없다.”
이 사건에 제대로 접근하려 한다면, 첫째가 사건 원인 제공자에 대한 규탄이 돼야 한다. 근원적인 이유 어쩌고 하는 것이나 치유책 등은 그 다음일 수밖에 없다. 정 의원은 첫째는 건너뛰고 둘째만 거론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면서도 김정일에 대해서는 사과 촉구 및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한 적이 없는 점은 처음부터 그의 관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丁世均, “현재는 정부가 북한이 했다니까 그럼 북한이 했다고 치자”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계속 ‘북풍’ 의혹을 주장했다. 정 대표의 주요 발언이다.
“천안함 사고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혹을 가지고 있고, 정부의 발표나 그간의 대처에 대해 불신이 있다.”(2010년 4월 20일, 청와대 회동관련 기자간담회)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왜 지금 전군지휘관회의를 소집하는지 시기도 문제고 의제도 석연치 않다.”(2010년 5월 3일, 제225차 최고위원회의)
정 대표는 5월 21일 민주당 5차 중앙선대위회의에서 정부를 향해 “안보를 이용해서 지방선거에서 뭔가 국민의 눈을 속이려는 태도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5월 22일, 정 대표가 사건 발생 두 달이 다 돼 가는 시점에서 북한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은 “북한은 남북관계 긴장을 조성하는 자극적 발언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가 전부였다.
지난 10일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그 일(공격)을 ‘누가 했느냐’ 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라면서 “누가 했느냐가 우선인지, 지키지 못한 게 우선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현재는 정부가 북한이 했다니까 그럼 북한이 했다고 치자”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것은 그냥 감추어 놓고 저들(북한)이 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전(前) 민주당 원내대표 이강래(李康來) 의원도 다음과 같은 발언으로 천안함 사태를 북풍으로 몰아갔다.
“정보를 통제·차단·왜곡해 특정 상황으로 끌고 가려는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혹을 갖게 만들고 있다.”(2010년 4월 1일, 민주당 제67차 고위정책회의)
“어딘가 짜 맞춘 듯한 기자회견으로는 실체를 규명할 수 없다.”(2010년 4월 8일,‘천안함 생존장병 기자회견’ 후 민주당 제68차 고위정책회의)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에서는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공식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끌고 가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이것이야말로 6월 2일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일종의 선동정치고, 사실상의 선거운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2010년 5월 6일 제71차 고위정책회의)
朴映宣, “왜 미군이 한주호 준위 유가족에 금일봉을 주느냐” 의문 제기
3월 31일,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우리는 군사정권과 보수언론이 이런 사건이 나면 하나의 적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공포 분위기를 확산했던 경험이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4월 23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김태영 국방부장관을 만나 인터넷상에 떠도는 풍문을 질문해 설전을 벌였다 한다. 〈동아일보〉 보도(4월 27일)에 따르면 박 의원은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이 고(故)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장에서 유가족에게 ‘흰색 봉투’를 준 것에 대해 “왜 연합사령관이 금일봉을 줬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또 4월 7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 샤프 사령관이 독도함을 방문해 미군과 해군 해난구조대(SSU) 요원들을 격려한 것에 대해 “미국 대사가 움직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데 왜 방문을 했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미국의 ‘인도적 행동’을 마치 미국이 잘못을 저지른 데 대한 사과, 위로의 뜻으로 행하는 것처럼 물었던 것이다. 그것은 곧 “천안함 침몰이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이나 수리 중인 미 해군 핵잠수함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인터넷에 떠도는 믿거나 말거나 풍문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상화추진위의 자료를 보면 최문순(崔文洵) 의원(민주당)은 ‘정부의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직접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폐쇄적인 정보독점 상태에서 조사가 진행됐고 책임 당사자인 군이 조사해 공정성을 상실했다. (중략) 20일 예정된 군의 발표는 확립된 사실로 볼 수 없다”고 미리 못 박았다.(2010년 5월 18일 노컷뉴스)
김효석(金孝錫) 의원은 4월 13일 민주당 46차 원내대책회의에서 “근래 언론 동향을 보면 사고 원인을 북한 쪽으로 몰아가는 것이 우려사항”이라며 “정부도 이것을 보면서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런 증거도 없이 북한 소행으로 여론몰이 하는 것은 안보불안을 조장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달 20일 열린 47차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의원은 “심하게 어뢰를 맞아도 절단은 안된다”고 말해 당시 ‘어뢰’로 좁혀지던 침몰원인을 부정했다. 그는 “버블 제트에 맞았을 때의 절단면 가운데 부분이 깨끗하다”면서 “천안함의 절단면은 뾰족한 부분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모두발언 끝에 “두고 보면, 여러 곳에서 양심선언이 있을 수 있으며, 이것은 시간문제다”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양심선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5월 6일 71차 고위정책회의에서는 “천안함 사건 이후에 정부는 안보정국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구적이고 냉전적인 안보 정국을 만들기 위해, 북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감을 높여 가고 있다. 이러한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과연 우리의 목표가 무엇인가. 서해바다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대치하는 것이 목적인가. 우리의 목표는 서해바다를 평화의 바다, 안전의 바다로 만드는 것이다.”
5월 20일 정부의 발표 이후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북한 공격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제시한 물증으로는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조사 발표 이후 국제사회는 충분히 동의를 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만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姜基甲, “천안함 사태는 10·4선언 이행을 하지 않은 우리 정부의 잘못”
북한 두둔 발언은 민주당 의원만 한 것이 아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3월 31일 민노당 의원단총회에서 “북한의 연계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했고, “북한 공격 가능성을 운운하는 것은 신중하지도, 또 옳지도 않은 태도(2010년 4월 1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라고 주장했다. 4월 9일에 있었던 임시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는 “10·4선언의 이행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는 10·4선언을 이행해 서해를 죽음의 바다가 아니라 평화의 바다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4월 20일 최고위원회 현안발언에서도 “10·4선언만 제대로 이행했다면 천안함의 비극은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라며 “북한 공격설을 정부·여당이 나서 퍼뜨리는 것은 악화일로인 남북관계를 개선할 여지조차 스스로 차단해 버리는 어리석은 언동”이라고 용의선상에 있던 북한을 강하게 옹호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입후보한 한명숙(韓明淑) 전 총리는 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문에서 ‘북풍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회견문에 나온 발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번 사건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벌어진 해역에서 미국과 한국의 이지스함이 3대나 함께 훈련하는 중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미군의 첨단장비와 군사위성으로 북한의 이 같은 침공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대해 믿을 수 없다며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지방선거 유세 기간에 ‘전쟁을 막는 방법, 한명숙’이라며 ‘천안함 사태’를 선거에 이용했다. 자신들이 ‘한나라당이 한다’고 주장했던 ‘안보장사’를 오히려 스스로 하고 있었다. 한 전 총리는 5월 27일에 여의도에서 선거유세를 했다. 이 자리에서 한 전 총리는 “한나라당 찍고 전쟁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한명숙을 찍으시고 평화를 택하시겠습니까”라고 이번 사건을 정치에 이용하려고 애썼다.
柳時敏, “어뢰, 기뢰, 버블제트는 억측과 소설”
5월 28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한 전 총리는 “지금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와 6·2 지방선거는 실종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정부 10년 동안 좌파, 빨갱이, 퍼주기 등의 욕을 다 들으면서도 평화를 지켜 왔는데, 이 평화를 하루아침에 짓밟을 수 있나”라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을 주문했다. 한 전 총리에게 있어 북한에 의해 이뤄진 박왕자씨 사살(射殺),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의 책임은 북한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있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은 김정일 정권이 아니라 ‘대한민국’이었다.
경기도지사에 입후보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다를 바 없다. 유 전 장관은 4월 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해군이 천안함 침몰이 사고인 것을 알면서, 그 사고를 북의 도발로 몰고 가려고 했던 것이 아닌지 저는 의심한다”며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매우 위험한 조작 시도”라고 글을 올렸다. 5월 11일에는 평화방송에 출연, “천안함을 폭발에 의한 침몰로 보지 않는다”며 “폭발이 있었다는 증거가 단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선체가 인양돼 침몰원인에 대해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이 정리된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유 전 장관은 객관적 반증(反證) 없이 “어뢰설, 기뢰설, 버블제트 온갖 것들이 억측과 소설”이라고 했다.
유 전 장관은 5월 20일 MBC 〈100분 토론-경기도지사 후보 초청 토론〉에서 기존과는 다른 입장을 밝혔다. 유 전 장관도 정부의 ‘안보무능’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테러분자(김정일)를 욕하지 않고 왜 대통령에게 욕을 하느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질문에 “북(北)이 그런 줄 몰랐느냐”면서 “바로 그런 상대를 상대하라고 해군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박주선(朴柱宣) 의원(민주당)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고 김정일을 옹호했다. 5월 29일 민주당 대전지역 후보들의 주말유세전에 합류한 박 의원은 “북한은 국민을 통솔하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한에 대해 그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불가피하게 자기들의 존재감과 체제 보존의 한 방법으로서 (천안함을) 공격했다고 보이는데,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초한 사고”라고 말했다. 위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일자 박 의원은 다음 날인 5월 30일에는 “민주당은 남북 화해와 협력, 공동번영을 꾀하는 평화주창 세력이지 친북 세력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육군 법무관을 거쳐 21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한 정치인이다.
張永達, “내가 김정일이라도 천안함을 두 동강 내겠다”
손학규(孫鶴圭) 전 대표(민주당)는 5월 19일에 열린 4차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근본적으로 천안함 사태와 같은 일들이 남북긴장의 산물”이라며 “이 정부 들어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추구한 남북화해 정책을 파기하고 긴장대결 정책으로 나간 것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4선(選) 의원이자,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장영달(張永達) 전 의원은 5월 29일 경남 마산 중앙시장 거리 유세 중 “이명박 대통령, 국정원장도 군에 가지 않아 군이 약화됐다”며 “내가 김정일이라도 천안함을 두 동강 내겠다”며 망언(妄言)을 내뱉었다.
정세현(丁世鉉) 경남대 북한대학원 석좌교수(전 통일부장관)는 지난 5월 20일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번(番)’자는 일본식 용어”라며 “(북한은) 백화원도 1호각, 2호각 이런 식으로 쓴다”고 했다. 북한 국방위도 기자회견에서 정 전 장관과 같은 주장을 폈다. 하지만 노동신문은 ‘번’을 자주 사용하고 있으며, 탈북자들의 증언으로 이는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학계(學界)에서도 ‘억측과 소설’들이 쏟아졌다. 가장 논란을 빚은 것은 강정구(동국대 사회학과) 교수와 김용옥(철학자)씨의 발언들이다.
지난 1일 강정구 교수는 자신의 정년퇴임 강연에서 “천안함 사건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사건으로 만든 것이기에 ‘사건화’다”며 “천안함 사건화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수구세력이 역사의 흐름을 역행시키려고 주도한 발악의 한 형태였다”고 했다. 그의 전력(前歷)에 어울리는 ‘강정구’다운 말이었다.
김용옥(金容沃) 원광대 석좌교수는 5월 23일에 있었던 봉은사 일요법회에서 ‘코뿔소의 외뿔처럼 홀로 가거라-동서남북 회통의 깨달음’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거침없이’ 0.0001%의 근거도 없는 주장을 폈다.
김교수는 합조단 발표에 대해 “나는 0.0001%도 사실은 설득이 안된다”고 했다. 그는 2시간 동안 이어진 강연의 절반가량을 할애해 북한을 대변했다. 민군합조단의 발표를 ‘진짜 웃기는 개그’라며 조롱(嘲弄)했다. 김교수는 군사(軍事)전문가, 과학자가 아니라 철학자다.
반면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은 국내 민간 전문가와 군인뿐 아니라, 미국·영국·호주·스웨덴에서 24명의 전문가가 동참했다.
특히 스웨덴은 북한과 수교를 하고 있고, 유엔사령부 산하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립국인 스웨덴이 조사 과정과 결론에 동의했다는 것은 정부의 발표가 그만큼 객관적이었음을 보여준다.
김용옥, “(KAL기 사고로) 몇백 명이 어떻게 죽었는지 아직도 몰라”
윤덕용(KAIST 명예교수)합조단장은 하버드대 재료공학 박사다. 미국 대표단장 에클리스 준장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기계공학 석사를 따고 미국 핵잠수함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한 잠수함 전문가다. 미군 내에서는 ‘천재’ 소리를 듣는다고 보도된 바 있다. 한마디로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결론이 “어뢰에 의한 침몰”이며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비(非)전문가인 김교수가 ‘0.0001%’ 운운(云云)한 것이다. 다음은 김교수의 발언 중 논란이 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우리 역사를 한번 생각해 봐라. 노태우가 선거하기 직전에 김현희가 돌아왔다. 자국민 몇 백 명이 어떻게 죽었는지 지금까지 모른다. 잔해도 못 찾았다. … 문세광 사건이 뭐냐, 아웅산 사건이 뭐냐, 천안함 사건이 뭐냐. 우리가 알 길이 없다. … 결국 이런 사태에 대해서 만약 북한이 이것을 안 했다면 얼마나 북한 사회가 억울하겠나. … 자, 군인들이, 장성들이 앉아서 발표하면서 이것은 전부 빨갱이들이 한 짓이다. 프로펠러를 돌려서 이렇게 와서 빵 터지면. 세상에 그런 이상한, 북한이 그 정도 기술이 있다면 미국 해군 군사력이 총집결해 가장 프라이드를 가진 이지스함이 두 대나 있었고 서해 근해에 13척의 함대가 있었다는데 거기를 뚫고 들어와서 뻥. … 이것은 진짜 웃기는 개그올시다.”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일부 정치인, 지식인들이 자신의 ‘본색(本色)’을 드러냈다. 그들은 주(主)와 종(從)을 일부러 혼동하는 척하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의 변호인이 됐다. 사태, 사건에 대한 접근에서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먼저 밝히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블레임(blame·비난)의 대상도 1차적으로는 ‘일으킨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일으킨 사람’을 거론하지 않고, 때로는 두둔하면서 10번째쯤의 원인(遠因)으로 꼽힐까 말까 하는 주장을, 그것도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의심만으로 늘어놓았다. ‘일으킨 사람’을 숨겨 주어야 하기 때문인가, 논리적 사고가 안돼서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멀쩡한 해군 함정이 왜 갑자기 물속으로 가라앉았겠는가.
취재와 분석의 출발점은 ‘상식’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상식과 부합하지 않게 추론하는 것은, 설령 그게 소설이라 할지라도 리얼리티(reality)가 떨어진단 소리를 들어 인기를 끌지 못한다. 그럼에도 천안함 침몰 이후 어떤 의도에서였는지 ‘북한의 소행’이란 가장 상식적인 추론을 배제하려는 일단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들은 어떻게 황당하고도 황당한 얘기들을 사실처럼 믿고 있을까. 정말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을 정도였다.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친북발언자 33명 명단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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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전쟁기념관에서 천안함 관련 대(對)국민담화를 하는 모습.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은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도발때문임을 명시했다. |
직후 〈동아일보〉는 ‘민군합동조사단의 발표에 대한 평가’라는 주제로 여론조사를 했다. “북한소행이라는 합조단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응답이 21.3%였다. 역으로 80% 가까운 대한민국 국민이 합조단의 발표를 신뢰한다는 사실은 대단한 수치이긴 하다. 그러나 이건 믿음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관계에 동의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다.
지난 6월 11일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고영주 변호사)는 ‘천안함사건 관련 친북·반국가적 발언자 33인’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정치계에서는 박지원, 정동영, 정세균, 송영길, 이강래, 박영선, 천정배, 최문순, 김효석(이상 민주당 국회의원), 강기갑(민주노동당 국회의원),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참여당), 유원일(창조한국당 국회의원), 노회찬(진보신당 전 의원)으로 총 14명이다.
학계는 강정구, 고유환(동국대), 김근식, 양무진(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교), 김용옥(원광대 석좌교수), 백학순, 정성장, 홍현익(이상 세종연구소) 등 총 9명, 기타 김성전(국방정책연구소), 김종대(D&D포커스), 신상철(서프라이즈 대표), 이종인(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이태호(참여연대),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표명렬(평화재향군인회) 등 11명이다.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는 ‘33인’을 가리켜 “천안함 사고 직후부터 명백한 증거도 없이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배제하는 언동으로 북한에 사전 면죄부를 줬고, 북한 어뢰공격에 의한 침몰임이 밝혀지고 나서도 조사결과에 각종 의혹을 제시하며 북한당국의 도발 사실을 부정하는 언행을 반복해 왔다”고 하면서 “이들의 언동(言動)은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과 자유민주노선을 부정하는 비(非)정상적인 친북적 반(反)국가적 행위이기에 그 실태를 알리려는 것”이라고 발표 취지를 밝혔다.
다음은 국가정상화추진위에서 발표한 33인 중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정리하고, 그동안 언론매체에서 보도된 것을 추가한 것이다.
朴智元, “군 당국과 정부는 북한 소행이라고 연기를 피우지만, 화재는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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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민주정부 10년 사이에 천안함 사건 같은 것이 발생했었느냐”면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 비판에 목소리를 높였다. |
“군 당국과 정부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연기를 피우지만, 화재는 나지 않는다. (중략) 과거 국민은 쿵 소리만 나도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었지만, 민주정부 10년을 지나면서 우리의 성숙된 국민은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2010년 4월 6일 민주당 제45차 원내대책회의)
“처음부터 군·국방부·한나라당은 북한의 소행으로 이끌고 갔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정원·미국은 ‘북한의 소행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 이제 누구의 소행이고, 무슨 원인이고, 누가 죄를 지은 사람인지 밝혀야 한다.”(2010년 민주당 제68차 고위정책회의)
4월 8일 박 의원은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했다. “‘새로운 남북관계’의 전기가 된 ‘6·15 회담’을 합의했던 4월 8일을 맞아 감격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술회(述懷)했다. 그는 천안함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남북관계가 좌초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불만도 가지고 있고, 착잡한 마음이 많다”며 감상(感傷)에 젖었다.
박지원 의원은 같은 달 24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조사 결과 북한이 개입했다는 것이 만일에 확실해진다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북한 개입이 드러나더라도 신중한 입장을 가지고 대비해야 하며, 단호한 입장도 있어야 된다”고 답했다. 사회자가 ‘단호한 입장’에 대해 묻자 “무력도발이 아닌 그러한 입장”이라며 부연설명을 했다. 그러나 ‘도발(挑發)’은 “남을 집적거려 일이 일어나게 함”을 뜻한다.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우리의 정당한 보복을 가리켜 오히려 ‘도발’이라 지칭한 것이다.
또한 “민주정부 10년 동안에는 우발적인 충돌이 있었지만, 핫라인을 통해서 오해를 해소하고 확산을 막았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있었던 북한의 계획적인 도발을 ‘어떤 일이 예기치 아니하게 우연히 일어나서 서로 맞부딪친 것’, 즉 ‘우발적 충돌’로 묘사했다. 잘 알다시피 연평해전 등은 북한이 서해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NLL을 침범해 일으킨, 그야말로 도발적 사건이다. 그런데도 박 의원은 ‘우발적’으로 표현했다. 그렇다면 그는 NLL을 인정하지 못하겠단 얘기가 된다.
鄭東泳, “천안함 사건은 남북 상호 증오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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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천안함 사건은 우리 정부가 행한 대북증오정책에 맞선 대남증오심리가 빚어낸 증오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
그랬다가 5월 21일 민주당 제5차 중앙선대위 회의에서는 “왜 하필이면 ‘1번’이 뚜렷하고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는가도 의문”이라며 합조단의 결과 발표에 의문을 제시했다.
한편 현재 민주당 의원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5월 6일 정세균 대표와 조찬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지금도 냉전주의 세력이 북풍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발상을 하는 것이 참으로 시대착오적이고 안타깝다”면서 천안함 사태를 ‘여권(與圈)의 북풍(北風)’으로 규정했다. 천안함 침몰로 46명의 고귀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 영혼 앞에서 잠시라도 묵념은 못할망정 ‘선거 이용’ 운운하며 여권에 대해 경고나 하는 모습은 정치적이어도 이렇게 정치적일 수가 없다.
그는 5월 19일 제4차 중앙선대위 회의에선 “천안함 사건은 남북 상호 증오의 산물”이라면서 “지난 3년 우리 정부가 행해 온 대북 증오정책, 거기에 맞선 대남 증오, 대남 보복심리가 빚어낸 증오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같은 취지로 이틀 후인 21일 5차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천안함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결국 지난 10년간 평화의 바다로 가고 있던 서해가 긴장과 대결, 증오의 바다로 빠져든 데 근본원인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가장 근본적 치유는 한반도 평화체제다. (중략) 하필 선거 개시일에 맞춰서 천안함 사건을 발표한 의도와 불순함에 대해 삼척동자도 꿰뚫어볼 것이다. 아무리 정부·여당이 지방선거를 북풍 일색으로 덮으려 해도 지방선거가 심판이라는 본질은 변할 수 없다.”
이 사건에 제대로 접근하려 한다면, 첫째가 사건 원인 제공자에 대한 규탄이 돼야 한다. 근원적인 이유 어쩌고 하는 것이나 치유책 등은 그 다음일 수밖에 없다. 정 의원은 첫째는 건너뛰고 둘째만 거론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면서도 김정일에 대해서는 사과 촉구 및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한 적이 없는 점은 처음부터 그의 관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丁世均, “현재는 정부가 북한이 했다니까 그럼 북한이 했다고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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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안보무능’에 대해서는 연일 발언했지만 ‘범인 김정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
“천안함 사고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혹을 가지고 있고, 정부의 발표나 그간의 대처에 대해 불신이 있다.”(2010년 4월 20일, 청와대 회동관련 기자간담회)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왜 지금 전군지휘관회의를 소집하는지 시기도 문제고 의제도 석연치 않다.”(2010년 5월 3일, 제225차 최고위원회의)
정 대표는 5월 21일 민주당 5차 중앙선대위회의에서 정부를 향해 “안보를 이용해서 지방선거에서 뭔가 국민의 눈을 속이려는 태도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5월 22일, 정 대표가 사건 발생 두 달이 다 돼 가는 시점에서 북한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은 “북한은 남북관계 긴장을 조성하는 자극적 발언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가 전부였다.
지난 10일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그 일(공격)을 ‘누가 했느냐’ 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라면서 “누가 했느냐가 우선인지, 지키지 못한 게 우선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현재는 정부가 북한이 했다니까 그럼 북한이 했다고 치자”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것은 그냥 감추어 놓고 저들(북한)이 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전(前) 민주당 원내대표 이강래(李康來) 의원도 다음과 같은 발언으로 천안함 사태를 북풍으로 몰아갔다.
“정보를 통제·차단·왜곡해 특정 상황으로 끌고 가려는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혹을 갖게 만들고 있다.”(2010년 4월 1일, 민주당 제67차 고위정책회의)
“어딘가 짜 맞춘 듯한 기자회견으로는 실체를 규명할 수 없다.”(2010년 4월 8일,‘천안함 생존장병 기자회견’ 후 민주당 제68차 고위정책회의)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에서는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공식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끌고 가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이것이야말로 6월 2일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일종의 선동정치고, 사실상의 선거운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2010년 5월 6일 제71차 고위정책회의)
朴映宣, “왜 미군이 한주호 준위 유가족에 금일봉을 주느냐” 의문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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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샤프 한미연합사령관과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의 관심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
박 의원은 4월 23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김태영 국방부장관을 만나 인터넷상에 떠도는 풍문을 질문해 설전을 벌였다 한다. 〈동아일보〉 보도(4월 27일)에 따르면 박 의원은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이 고(故)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장에서 유가족에게 ‘흰색 봉투’를 준 것에 대해 “왜 연합사령관이 금일봉을 줬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또 4월 7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 샤프 사령관이 독도함을 방문해 미군과 해군 해난구조대(SSU) 요원들을 격려한 것에 대해 “미국 대사가 움직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데 왜 방문을 했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미국의 ‘인도적 행동’을 마치 미국이 잘못을 저지른 데 대한 사과, 위로의 뜻으로 행하는 것처럼 물었던 것이다. 그것은 곧 “천안함 침몰이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이나 수리 중인 미 해군 핵잠수함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인터넷에 떠도는 믿거나 말거나 풍문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상화추진위의 자료를 보면 최문순(崔文洵) 의원(민주당)은 ‘정부의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직접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폐쇄적인 정보독점 상태에서 조사가 진행됐고 책임 당사자인 군이 조사해 공정성을 상실했다. (중략) 20일 예정된 군의 발표는 확립된 사실로 볼 수 없다”고 미리 못 박았다.(2010년 5월 18일 노컷뉴스)
김효석(金孝錫) 의원은 4월 13일 민주당 46차 원내대책회의에서 “근래 언론 동향을 보면 사고 원인을 북한 쪽으로 몰아가는 것이 우려사항”이라며 “정부도 이것을 보면서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런 증거도 없이 북한 소행으로 여론몰이 하는 것은 안보불안을 조장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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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군의 조사는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
김 의원은 모두발언 끝에 “두고 보면, 여러 곳에서 양심선언이 있을 수 있으며, 이것은 시간문제다”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양심선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5월 6일 71차 고위정책회의에서는 “천안함 사건 이후에 정부는 안보정국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구적이고 냉전적인 안보 정국을 만들기 위해, 북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감을 높여 가고 있다. 이러한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과연 우리의 목표가 무엇인가. 서해바다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대치하는 것이 목적인가. 우리의 목표는 서해바다를 평화의 바다, 안전의 바다로 만드는 것이다.”
5월 20일 정부의 발표 이후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북한 공격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제시한 물증으로는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조사 발표 이후 국제사회는 충분히 동의를 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만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姜基甲, “천안함 사태는 10·4선언 이행을 하지 않은 우리 정부의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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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갑 민노당 대표는 “10·4선언 불이행이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라고 말해, 의도치 않게 그 자신도 북한의 소행으로 짐작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
4월 20일 최고위원회 현안발언에서도 “10·4선언만 제대로 이행했다면 천안함의 비극은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라며 “북한 공격설을 정부·여당이 나서 퍼뜨리는 것은 악화일로인 남북관계를 개선할 여지조차 스스로 차단해 버리는 어리석은 언동”이라고 용의선상에 있던 북한을 강하게 옹호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입후보한 한명숙(韓明淑) 전 총리는 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문에서 ‘북풍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회견문에 나온 발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번 사건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벌어진 해역에서 미국과 한국의 이지스함이 3대나 함께 훈련하는 중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미군의 첨단장비와 군사위성으로 북한의 이 같은 침공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대해 믿을 수 없다며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지방선거 유세 기간에 ‘전쟁을 막는 방법, 한명숙’이라며 ‘천안함 사태’를 선거에 이용했다. 자신들이 ‘한나라당이 한다’고 주장했던 ‘안보장사’를 오히려 스스로 하고 있었다. 한 전 총리는 5월 27일에 여의도에서 선거유세를 했다. 이 자리에서 한 전 총리는 “한나라당 찍고 전쟁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한명숙을 찍으시고 평화를 택하시겠습니까”라고 이번 사건을 정치에 이용하려고 애썼다.
柳時敏, “어뢰, 기뢰, 버블제트는 억측과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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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명숙 전(前) 총리와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 친노(親盧)계열인 두 사람은 천안함 사태를 ‘여당의 북풍(北風)’이라고 주장했다. |
경기도지사에 입후보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다를 바 없다. 유 전 장관은 4월 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해군이 천안함 침몰이 사고인 것을 알면서, 그 사고를 북의 도발로 몰고 가려고 했던 것이 아닌지 저는 의심한다”며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매우 위험한 조작 시도”라고 글을 올렸다. 5월 11일에는 평화방송에 출연, “천안함을 폭발에 의한 침몰로 보지 않는다”며 “폭발이 있었다는 증거가 단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선체가 인양돼 침몰원인에 대해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이 정리된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유 전 장관은 객관적 반증(反證) 없이 “어뢰설, 기뢰설, 버블제트 온갖 것들이 억측과 소설”이라고 했다.
유 전 장관은 5월 20일 MBC 〈100분 토론-경기도지사 후보 초청 토론〉에서 기존과는 다른 입장을 밝혔다. 유 전 장관도 정부의 ‘안보무능’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테러분자(김정일)를 욕하지 않고 왜 대통령에게 욕을 하느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질문에 “북(北)이 그런 줄 몰랐느냐”면서 “바로 그런 상대를 상대하라고 해군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박주선(朴柱宣) 의원(민주당)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고 김정일을 옹호했다. 5월 29일 민주당 대전지역 후보들의 주말유세전에 합류한 박 의원은 “북한은 국민을 통솔하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한에 대해 그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불가피하게 자기들의 존재감과 체제 보존의 한 방법으로서 (천안함을) 공격했다고 보이는데,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초한 사고”라고 말했다. 위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일자 박 의원은 다음 날인 5월 30일에는 “민주당은 남북 화해와 협력, 공동번영을 꾀하는 평화주창 세력이지 친북 세력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육군 법무관을 거쳐 21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한 정치인이다.
張永達, “내가 김정일이라도 천안함을 두 동강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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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달 전 의원은 지방선거 유세 중 “내가 김정일이라도 천안함을 두 동강 내겠다”고 주장했다. |
4선(選) 의원이자,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장영달(張永達) 전 의원은 5월 29일 경남 마산 중앙시장 거리 유세 중 “이명박 대통령, 국정원장도 군에 가지 않아 군이 약화됐다”며 “내가 김정일이라도 천안함을 두 동강 내겠다”며 망언(妄言)을 내뱉었다.
정세현(丁世鉉) 경남대 북한대학원 석좌교수(전 통일부장관)는 지난 5월 20일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번(番)’자는 일본식 용어”라며 “(북한은) 백화원도 1호각, 2호각 이런 식으로 쓴다”고 했다. 북한 국방위도 기자회견에서 정 전 장관과 같은 주장을 폈다. 하지만 노동신문은 ‘번’을 자주 사용하고 있으며, 탈북자들의 증언으로 이는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학계(學界)에서도 ‘억측과 소설’들이 쏟아졌다. 가장 논란을 빚은 것은 강정구(동국대 사회학과) 교수와 김용옥(철학자)씨의 발언들이다.
지난 1일 강정구 교수는 자신의 정년퇴임 강연에서 “천안함 사건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사건으로 만든 것이기에 ‘사건화’다”며 “천안함 사건화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수구세력이 역사의 흐름을 역행시키려고 주도한 발악의 한 형태였다”고 했다. 그의 전력(前歷)에 어울리는 ‘강정구’다운 말이었다.
김용옥(金容沃) 원광대 석좌교수는 5월 23일에 있었던 봉은사 일요법회에서 ‘코뿔소의 외뿔처럼 홀로 가거라-동서남북 회통의 깨달음’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거침없이’ 0.0001%의 근거도 없는 주장을 폈다.
김교수는 합조단 발표에 대해 “나는 0.0001%도 사실은 설득이 안된다”고 했다. 그는 2시간 동안 이어진 강연의 절반가량을 할애해 북한을 대변했다. 민군합조단의 발표를 ‘진짜 웃기는 개그’라며 조롱(嘲弄)했다. 김교수는 군사(軍事)전문가, 과학자가 아니라 철학자다.
반면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은 국내 민간 전문가와 군인뿐 아니라, 미국·영국·호주·스웨덴에서 24명의 전문가가 동참했다.
특히 스웨덴은 북한과 수교를 하고 있고, 유엔사령부 산하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립국인 스웨덴이 조사 과정과 결론에 동의했다는 것은 정부의 발표가 그만큼 객관적이었음을 보여준다.
김용옥, “(KAL기 사고로) 몇백 명이 어떻게 죽었는지 아직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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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옥 교수는 합조단 조사결과에 대해 “0.0001%도 못 믿겠다”고 주장했다. |
“우리 역사를 한번 생각해 봐라. 노태우가 선거하기 직전에 김현희가 돌아왔다. 자국민 몇 백 명이 어떻게 죽었는지 지금까지 모른다. 잔해도 못 찾았다. … 문세광 사건이 뭐냐, 아웅산 사건이 뭐냐, 천안함 사건이 뭐냐. 우리가 알 길이 없다. … 결국 이런 사태에 대해서 만약 북한이 이것을 안 했다면 얼마나 북한 사회가 억울하겠나. … 자, 군인들이, 장성들이 앉아서 발표하면서 이것은 전부 빨갱이들이 한 짓이다. 프로펠러를 돌려서 이렇게 와서 빵 터지면. 세상에 그런 이상한, 북한이 그 정도 기술이 있다면 미국 해군 군사력이 총집결해 가장 프라이드를 가진 이지스함이 두 대나 있었고 서해 근해에 13척의 함대가 있었다는데 거기를 뚫고 들어와서 뻥. … 이것은 진짜 웃기는 개그올시다.”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일부 정치인, 지식인들이 자신의 ‘본색(本色)’을 드러냈다. 그들은 주(主)와 종(從)을 일부러 혼동하는 척하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의 변호인이 됐다. 사태, 사건에 대한 접근에서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먼저 밝히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블레임(blame·비난)의 대상도 1차적으로는 ‘일으킨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일으킨 사람’을 거론하지 않고, 때로는 두둔하면서 10번째쯤의 원인(遠因)으로 꼽힐까 말까 하는 주장을, 그것도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의심만으로 늘어놓았다. ‘일으킨 사람’을 숨겨 주어야 하기 때문인가, 논리적 사고가 안돼서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