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金正日의 후계 구도 - 金平一이 후계자 가능성 가장 높아 : 월간조선

최근 북한 金正日(김정일)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說(설)과 함께 북한 권력체계의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일의 실제 건강은 과연 어떤 상태이고, 만약 정말로 有故(유고) 상황이 발생하면 북한의 후계구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에 의하면 김정일이 뇌경색 또는 그와 연관되는 뇌혈관 질환으로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언론마다 김정일의 병명과 쓰러진 시기에 대해 제각기 다른 보도를 하면서도 모두가 확인된 사실처럼 주장하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의 북한통으로 알려진 류훙차이(劉洪才) 대외연락부 부부장이 김정일의 중병설을 부인하면서 ‘뇌경색도 한국과 일본의 추측일 뿐’이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북한에서 김정일을 직접 치료했던 중국의 한 의사도 AP통신 기자에게 뇌수술을 부인했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김정일 건강 이상설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세부 첩보는 뒤에 별도 정리).

우선 그는 7월 12일 만수무강연구소(일명 만수무강원)에서 심장박동기를 교체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것도 새로 삽입한 것이 아니라 독일산 심장박동기의 교체 시기가 되어 교체한 것이라는 얘기다. 언론에 자주 거론되던 ‘봉화 진료소’는 북한의 상급 및 부상급이 이용하는 병원이지 김정일이 이용하는 병원 시설은 아니다. 김정일은 물론 그의 핵심 친인척들은 주로 만수무강연구소를 활용한다. 어쨌든 대단치 않은 수술이어서 조기에 회복됐고, 7월 31일부터는 함북 경성 별장에 도착한 후 일련의 군부대 방문을 시작한다.

8월 9일까지 10일간은 경성별장에서 휴식하면서 네 차례에 거쳐 화대군 일대의 군부대를 방문하고, 8월 9일부터는 칠보산 별장으로 이동한 후 8월 10일과 12일 주변 군부대를 시찰했고, 8월 16일에는 다시 함남 함흥시와 흥남지구 마전별장으로 옮겨 4일간 마전지구의 군부대들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8월 24일 마전을 출발하여 평양 만수무강연구소에 도착, 재입원해서 9월 5일까지 이곳에서 안정하며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심장박동기를 교체한 수술 후유증에다가 무리한 군부대 시찰로 인해 피로가 겹쳤던 모양이다. 그 후 만수무강연구소에서 퇴원한 날짜는 9월 5일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9·9절 행사까지 불참한 것을 보면 건강이 크게 악화된 것만은 틀림없는 듯하다.

그러나 뇌출혈이나 뇌경색을 논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사실이 아닐까 싶다. 북한 후계구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김정남이 9월 17일 14시20분 고려항공편으로 중국 의사들과 함께 베이징으로 돌아온 것을 보면 김정일이 더 이상 위급하거나 통치가 불가능할 정도의 중병이 아닌 것은 분명하고, 만약 그런 중병이었다면 이렇게 빠른 회복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金正男 후계 가능성 희박

지난 9월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일본 후지TV에 포착된 김정남의 모습. 김정남은 방탕한 생활로 인해 김정일의 신뢰를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작년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일의 건강하지 못한 상태가 얼굴에 완연히 드러나 우리 대통령 주치의들이 큰 의구심을 가졌었고,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에 의하면 9월 14일 김정일이 지난해 여름부터 심장과 신장 등 複數(복수)의 신체기관에 이상이 발생하여 고통을 겪어 왔으며, 올 4월부터는 가끔 의식을 잃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당장은 아닐지라도 멀지 않은 장래에 김정일의 건강은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상황이다.

그렇다면 김정일의 후계구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크게 김정일의 장남인 金正男(김정남)이나 김정일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김정철이 권력을 승계하거나 黨(당), 혹은 軍部(군부)의 집단지도체제가 되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사람이 김정남이다. 김정남을 후계자로 지목하는 사람들은 김정남이 장남이라는 것과, 그가 김정일의 동생 김경희와 張性澤(장성택)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남은 이미 김정일의 후계구상에서 벗어나 있다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김정남의 放縱(방종)은 일찍부터 널리 알려져 왔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에는 그의 극심한 자유주의 행동과 술, 여자 문제로 늘 말썽을 일으켜 김정일로부터 ‘亡種(망종)’이니 ‘제 어미의 나쁜 것만 닮은 놈’이라는 말을 들어왔고, 특히 1993년 고려호텔 총기난사 사건으로 ‘버린 자식’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산 중고 승용차와 마약 밀수를 통해 벌어들인 비자금을 감추어 놓고 중국, 홍콩, 마카오, 일본 등지를 방황하며 국제적인 망신을 사기도 했고, 삼촌인 金平一(김평일)에게 비자금 일부를 보관했다가 김정일이 알게 되어 체포되다시피 강제 귀국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남의 불건전한 사생활이 북한의 고위 권력자들은 물론 일반 주민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김정일이 그에게 권력을 넘겨준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되어 있다고 한다.

김경희와 장성택이 김정남을 후원할 것이라는 보도 역시 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김경희가 김정남의 출생이 김일성에게 알려지기 전까지 숨겨주고 그와 각별히 가까이한 것은 틀림없지만, 김정남의 출생 자체에 대한 김일성의 미움과 김정남의 성장과정을 지켜본 김경희는 결코 그가 후계자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장성택 역시 평소 김정일의 미움을 받고 자신을 무시하는 김정남이 그의 집을 방문하는 것조차 꺼릴 정도로 경멸하다시피 했다 한다. 그런 그가 어떤 이유로든 갑자기 김정남을 지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설사 돕고 싶어도 사실상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도 한다.

중국이 그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의문스럽다. 그가 일부 중국 고위층 자제들과 가까이 어울려 다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특히 지난 9월 17일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 마오쩌둥(毛澤東)의 아들이 공항에서 그를 데려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것이 중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일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

김정철의 권력 승계 가능성 희박

김정일의 차남 김정철로 추정되는 인물이 지난 2006년 독일 거리를 걷는 모습이 일본 후지TV에 포착됐다.

김정일의 차남 김정철을 후계자로 지목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과거 김정일이 그랬듯이 김정철도 이미 북한 중앙당 내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한다. 김정철은 2003년 김일성종합대학 포병학부와 지형학부에서 군사연수를 받았고, 2005~2006년에는 김일성고급당학교 특설학부 과정을 거쳐 지금 중앙당 책임부원으로 실무연수를 받고 있다.

북한에서는 과거 김일성이 김정일의 生母(생모) 김정숙을 내세웠던 것처럼 김정철의 생모 고영희가 病死(병사)한 후부터 그녀를 ‘조국의 어머니’로 내세우고 그녀의 업적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후계자의 뿌리를 부각시키는 이런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김정일이 내심 김정철을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의 현실을 고려하면 설사 김정일이 김정철을 후계자로 삼으려 든다 해도 그리 쉽게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예컨대 우선 김정일이 急死(급사)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김정철의 권력승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철의 주변에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극히 적고, 지지세력 또한 이미 노쇠한 권력가들뿐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김정철을 후원하는 권력가들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중심으로 김기남, 양형섭, 이을설과 같은 연로한 사람들뿐이다. 더욱이 이들도 김정철의 자질이 훌륭하다고 보고 후계자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김정일의 뜻을 받들어야 하는 ‘충신’으로서의 본분 때문일 뿐이라는 것이 보편적 시각이다. 이들은 너무 연로하여 직책만 유지할 뿐, 만약 김정일이 급사하면 그 시점부터는 실질적인 권력행사가 어려울 것이다.

김정철 자신이 아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그의 권력승계를 반대하는 세력에게 충분한 명분을 준다. 탈북자들은 27세라는 어린 나이에 아무 정치적 경험도 없는 김정철에게 권력을 승계하는 것은 갓난 송아지에게 멍에를 씌워 밭을 갈게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김정일이 급사하지 않고 수년간 김정철의 후계를 주도하는 경우라면 사정은 좀 달라질 수가 있겠지만, 그런 경우 역시 권력승계가 반드시 용이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우선, 현재 김정철을 지지하는 극소수 권력실세들의 나이가 모두 70~80대이니, 시간이 지체되면 될수록 그들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가능성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의 북한 현실이 과거 김정일이 등장할 때와는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김정일이 김일성으로부터 권력을 승계했던 때에는 김일성은 옳든 그르든 북한 주민의 광범한 존경을 받았고, 마치 북한의 살아있는 神(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북한 권력층은 물론 주민들에 이르기까지 당시 북한 정권을 신뢰하고 있었고, 그래서 김일성이 김정일을 후계자로 결정했을 때 마치 김 父子(부자)의 혈통 승계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정치·경제적 환경이 조성돼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상황이 다르다. 북한 주민은 물론 정부 관료들까지도 김정일 정권이 북한 경제를 망치고 나라를 도탄에 빠뜨렸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이제 더는 ‘직접적 혈통승계’를 원치 않고 있다고 한다. 만약 앞으로도 북한이 경제개방을 하지 않는다면(그럴 가능성은 대단히 높은데) 경제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그것은 김정일의 통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더욱 격화시키게 될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김정일 혈통통치’가 환영을 받을 것이며 김정철의 권력승계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겠는가?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3남 김정운의 승계 가능성도 같은 이유로 사실상 논의할 가치조차 없어 보인다.

張性澤은 허수아비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최근 미국 등으로부터 張性澤(장성택)의 후계 가능성, 또는 후계과정에서의 중요한 역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탈북 전문가들은 여기에 대해 전혀 다른 의견을 주장한다. 장성택은 김정일의 매제라는 이유로 알려져 있지만, 김경희와의 결혼생활도 그리 성공적이 아니라고 한다. 김경희는 평소에도 장성택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는 데다가, 지금은 만경대 혁명학원 동기생이자 건재공업성 당비서인 ‘백현’과 별도의 살림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김경희와 갈등으로 인해 당 조직부에서 밀려나기도 했고, 심지어 김경희가 장성택의 복원을 방해한다는 말까지 있다고 한다.

장성택은 호협한 인상에 유능하기는 하나 서민 출신인 그가 김경희와 결혼하여 벼락출세했다는 비웃음도 사고 있었다. 특히 그가 김일성의 사위가 된 후 권력이 급상승하면서 교만해져 아랫사람들과 동료 직원들을 무시하고, 건방지다는 평을 받으면서 주변에 그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없고, 당 조직부에 권력실세로 있는 제1부부장들과의 관계가 갈등관계 속에 있으며, 군부 내에는 측근이 없을 뿐 아니라 그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의 현재 직책인 당 중앙위원회 행정부장도 경찰을 관리하기는 하지만 조직권과 인사권이 없는 유명무실한 자리다.

국방위원회, 金正日死後 유명무실한 존재 될 수도

적지 않은 국내외 북한전문가와 언론들은 김정일 死後(사후) 국방위원회가 권력을 장악할 것이라는 예측도 한다. 그러나 그런 추측은 북한 국방위원회의 위상을 과대평가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 현실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북한의 공식적인 발표나 공개된 현황만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는 말이다. 김정일 사후 북한의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려면 김정일이 생존해 있을 때와 김정일 사후에 북한의 권력기관과 권력층 상황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정확히 알아내야 한다. 김정일이라는 권력 중심체가 사라진 상황하에서 권력 승계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모든 정책을 조종하는 김정일의 비서진과 북한 당 중앙 내의 실권을 쥐고 있는 조직부 1부부장들, 그리고 군부의 실질적 작전권과 당 정치권을 틀어쥐고 있는 이들이 군부 장성급들 및 당 중앙 혁명 1세대 노장들과 같은 생각을 갖고 다 함께 결합하게 된다면 북한의 권력이 그들의 수중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 좀 더 분석해 봐야 할 것이 있다.

우선 김정일이 사망하면 그와 함께 국방위원회와 같은 최고 권력기관의 위력도 함께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왜냐하면 ‘국방위원회’ 조직은 형식상 김정일을 주축으로 북한 노동당의 군사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비상설 조직으로서 상부 구조만 있을 뿐, 하부 조직조차 없는 상징적인 기구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국방위원회는 북한 노동당이 활용하는 군사행정도구로서 김정일 개인의 군사통치를 구현하기 위한 명의만 가진 허수아비 조직이다. 김정일이 사라진 후에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기 십상이다.

다시 말하면 외형상 북한 권력체계는 권력 구조상 2인자인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조명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북한 군부의 현 권력서열에 있는 인민군 전 총참모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일철 등이 중심이 되어 있고, 이들이 권력승계도 주도할 것처럼 비쳐질 수 있지만 이들은 김정일의 신임 하나로 권력에 있을 뿐 김정일이 사라지면 그들은 대부분 아무런 세력기반도 갖지 못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국방위원회가 중심이 된 집단지도체제가 차기 북한 사회를 통치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어쨌건 김정일 사후, 북한의 권력승계가 현존 권력체계에 의해 주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보다는 수많은 독재국가들의 권력승계과정이 그랬듯이 북한에서도 북한 권력체계상 실질적인 힘을 쥐고 있는 군과 당의 몇몇 실력자들의 주도하에 후계자가 결정되고, 그 후 조직적인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판단된다.

金平一의 권력 장악 가능성 가장 높아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 김평일은 현재 북한 주민과 지도층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북한의 실제 黨權(당권)과 軍權(군권)은 상징적인 직책만 가지고 자리 지킴만 하고 있는 권력체계의 노장들이 아니라 실제로 당 조직권을 행사하고 있는 중앙당 실세들과 군부의 작전권을 쥐고 있는 군부 최고위급 장성들에게 있고, 이들은 지금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내적으로는 상호 튼튼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은 이들이 권력 승계를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중심인물은 당내 실권자인 이용철 조직 제1부부장과 당 對南(대남)사업부장 오극렬 등이다. 여기에 군부의 김격식 총참모장,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 그리고 김정일 서기처의 무명의 실권자들이 포함된다. 이들은 또 군부 내 가장 중요한 세력들인 군단장급 장성들과 튼튼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고, 이들의 적극적 지지를 받는 김두남, 장성우, 김익현, 김철만과 같은 원로들을 상관으로 떠받들게 될 것이다.

유의해야 할 것은 이들이 모두 김정일에 의해 수차례 피해를 보았거나 김정일의 승계를 처음부터 못마땅하게 생각해 온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들은 김평일의 승계를 위해 뜻을 같이했던 옛 동지들로서 김정일이 권력을 승계하자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숙이고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해 왔을 뿐, 지금도 여전히 김평일 지지자들이요, 김평일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2세나 친인척 중에는 김평일의 대학 동기생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은 김평일이 권력승계에 실패한 후 김정일의 탄압으로 지금까지 권력 상층부에 오르지 못하고 있었던 사람들이고, 따라서 김정일이 사망할 경우 김평일의 부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극렬은 김정일에 의해 북한군 총참모장직에서 밀려난 후에도 절대 다수의 북한 군부 장성들을 자기 측근 및 후배로서 깊은 인간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 동안 김정일은 많은 견제장치를 만들어 이런 관계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없자 아예 전략을 바꿔 오극렬을 포섭한 후 지금까지 그를 통해 군부 내 많은 장성들을 관리해 왔다는 것이다.

지금도 북한의 실세로서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오극렬은 1970년대부터 김평일의 적극적인 옹호자였다고 한다. 그래서 유사시 그가 김평일의 지지 세력을 결속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들이 김평일을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이들이 내심 김평일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김평일이라야 후계자 다툼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자체 내의 권력다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일성을 빼닮은 김평일은 대중적 지지도도 높은 편이었다고 한다. 특히 북한 인민을 도탄에 빠뜨린 김정일 정권의 失政(실정)을 지켜보면서 북한의 중하층 및 지방 권력가들과 북한 전체 국민들 사이에도 김평일을 생각하는 경향이 크고, 김평일이 진작 권력을 승계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도 갖고 있다. 이런 상황도 김평일 재기의 중요한 힘이 될 것이다.

현 상황에선 金平一로의 권력승계가 가장 무난

그동안의 언론보도를 보면 좀 의심스러운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김정일이 相(상) 및 부상급 이용 시설인 ‘봉화진료소’에서 치료 받았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탈북자 중에는 북한의 권력구조가 黨(당) 위에 국방위원회가 있고, 그 국방위원회가 북한을 통솔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그들이 김정일 이후의 북한을 결정할 것이라고 보는 것도 북한의 실상을 잘못 이해하기 때문이요, 아무리 철저한 1인 독재체제하에서라도 참혹한 실정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김정일이 후계자를 지명한다 해서 그대로 실현될 것이라고 보는 것도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결국 김정남 스스로 인정했듯이 북한의 권력 승계가 또다시 세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결국 가능성이 높은 것은 김평일이 승계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평일이 그 권력을 굳히고 안정시켜 나가느냐 하는 것은 김평일의 정치적 능력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는 군부와 당 실세들에 의한 집단지도체제가 출현할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런 집단지도체제가 제대로 유지되기는 매우 어렵다. 거의 완벽한 권력의 균형과 깊은 상호 신뢰, 충분한 이념적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철저한 1인 독재체제, 권력을 잃으면 곧바로 죽음으로 직행하던 독재체제에 길들여져 온 북한 사회에서 이런 집단지도체제의 출범이 가능할지, 또 과연 얼마나 오래 지탱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러므로 이 경우 또 다른 권력 투쟁으로 이어지기 쉽다.

북한의 실세들이 그런 것을 잘 이해한다면 김평일 이상의 인물이 없어 보인다. 또 권력투쟁이 현실화했을 경우 여기서 승리하기 위해서도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김평일은 쓸모 있는 인물이다. 따라서 그가 어떤 형태로든 권력의 전면에 얼굴을 비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물론 아직도 숨어 있는 실력자가 있을 수 있고, 그들이 쿠데타 또는 그와 비슷한 형태로 등장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일부 탈북 인사들도 북한 권력이 김평일에게 승계되기를 희망하고, 그럴 경우에 대해 희망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 즉 김평일도 기본적으로 (적어도 당분간은) 김일성 주체사상 자체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김정일 정권과는 차별화하면서 김정일에 의해 빚어진 경제적 혼란을 바로잡고 중국식 개방과 같은 혁신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김평일은 다년간의 해외 체류로 현대 세계의 흐름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이른바 벼랑 끝 외교(brinkmanship) 같은 극한적 외교보다는 원만하고 정상적인 정책을 구사하고, 국민에 대한 잔혹한 인권탄압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남북관계도 보다 정상적이고 상호주의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한다. 이들은 평양에서 정주영체육관 개관식이 있은 날 김평일이 삼촌인 김영주의 병문안을 간 자리에서 “남조선에서 받기만 하지 말고 우리도 줄 것은 주면서 받아야지 개관식장에서 얼굴을 들기가 좀 그랬다”고 했다는 것도 강조한다.

중국의 영향력 경계해야

그러나 북한 권력승계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든 상당한 혼란이 뒤따를 가능성이 많다. 적어도 몇 십년 후계 준비를 해 오고, 사실상 그것이 거의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던 김정일의 권력체계 승계와는 같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을 萬機親覽(만기친람)하던 독재 권력자가 없어져 북한 체제를 얽어매던 핵심 고리가 부서지면, 북한에는 어떤 형태로든 엄청난 동요와 변화가 뒤따를 것이고,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의 안정과 평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기회와 도전이 될 것이다.

가장 큰 도전은 북한이 중국의 배타적 영향력하에 드는 것이다. 그동안 보여준 중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는 ‘脣齒之間’(순치지간·이와 입술 관계라는 뜻-편집자 주)이라는 단순한 전략적 이해관계 차원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야심만만하고 비정상적으로 집요하다.

사실 6·25때 건국 1년의 신생 중국이 세계 GNP의 반 이상을 생산하던 초강대국 미국과 싸우겠다고 나선 것부터가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중국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제임스 릴리 대사는 2007년 1월 18일 미 의회에서 ‘중국이 북한의 절반 정도를 자기 땅으로 생각하고 있고 東北工程(동북공정)과 백두산 주변의 大軍(대군)이 그와 무관치 않다’면서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시간을 끄는 것도 북한이 무너지면 진입하려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런가 하면 김정일도 ‘미국의 압력이 거세지면 차라리 東北三省(동북3성)을 얻어내 중국의 속국이 되겠다’고 했다는 증언이 있다. 어쨌건 일찍부터 “중국이 북한을 동북 제4성으로 흡수하려 한다”는 전문가가 많았고, 또 그것이 ‘가능할 수가 있다’는 고위 탈북자도 있었다.

미국 한반도 전문가 닉 에버스타트는 1980년대 중반부터 “한국은 중국이 더 커지기 전에 통일을 서둘러야지 아니면 늦을 것”이라고 경고해 왔는데, 정말로 이미 늦은 것은 아닌지 은근히 걱정스럽다. 만에 하나 북한이 정말로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하에 들어간다면, 중국으로서는 隨·唐(수·당) 이래의 숙원사업을 이루는 게 될 테지만, 한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민족적 재난이 될 것이다. 통일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한국은 또 얼마나 버티겠는가? 아닌 말로 제2의 티베트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親中(친중) 정권의 출현도 같은 이유에서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일단 친중 정권이 수립되면 북한 자유화나 한민족의 자유민주 통일 가능성은 그만큼 더 멀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못지않게 경계해야 할 상황은 북한 상황이 합리적 통제가 불가능해질 정도로 극한적인 혼란으로 치닫거나, 그 혼란이 너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다. 핵과 화학 및 생물무기 등 대규모 WMD(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는 북한 체제의 혼란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고, 이 경우 한반도 사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기회가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미니 기사]

김정일 와병설과 관련한 첩보들

김정일 와병설이 갈피를 잡을 수 없이 퍼져가던 시기에 북한에 체류 중이던 한 인사를 통해 북한의 해당부문 관리들과 지역 주민들의 증언을 들어본 결과는 그 동안의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의 판단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여기 북한 현지인들의 증언을 모아 본다.

▲북한 <만수무강 연구소>, 일명 <만수무강원> 부원장 박태수
“장군님의 병이 위중한 것이 아니라 심장박동기를 교체하는 수술을 받은 것이다, 지난 7월 12일 독일산 심장박동기의 교체시기가 되어 교체한 것뿐이다, 지금 장군님께서는 8월 28일까지 이곳(만수무강연구소)에서 안정 치료 중이다.”

▲함경북도 경성군 안전보위부의 한 관리의 증언
“함북 경성에서 지난 7월 31일 1호 행사(김정일이 참가하는)가 진행됐다. 경성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지난 7월 31일 모든 주민들의 이동이 통제되고 1호 행사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주민들은 이를 두고 ‘장군님이 별장에 올 때마다 항상 있는 일’이라고 했는데 이는 지난 7월 31일 김정일이 경성 별장에 도착했음을 확인해 주었다.
주민들은 8월 9일 다시 1호 행사가 진행됐다고 증언했는데, 이는 김정일이 7월 31일 이후 10일간 경성별장에서 휴식을 취했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일이 경성별장에서 머무는 10일간 8월 2일, 3일, 5일, 7일 네 차례에 걸쳐 김정일의 1호 행사 차량들이 이동하는 것이 목격됐고, 당시 김정일은 화대군 일대의 군부대를 비공식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칠보산 일대 주민들의 증언
지난 8월 9일 칠보산 일대의 농민들과 어민들은 이 지역에 통행금지령이 내려져 일하러 나갈 수 없었다면서 이 역시 “장군님이 칠보산 휴양을 올 때마다 항상 있는 일”이라고 증언했다. 이는 8월 9일 경성별장을 떠난 김정일의 일행이 칠보산 별장에 도착했음을 말해준다. 이곳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8월 10일과 12일 주변 군부대로 통하는 도로들이 통행금지되고 1호 행사 차량들의 이동이 있었다면서, 그 후 김정일의 군부대 시찰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 후 8월 15일 이 일대 전 지역의 통행이 금지됐다고 했는데, 이는 김정일이 일정에 맞춰 칠보산 별장에서 다른 별장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함경남도 함흥시 주둔 부대인 북한군 7군단 외화벌이 부장 김모 중좌(중령)의 증언
이곳 부대에서 잡은 수출용 수산물을 8월 16일에 중국 무역기관 사람들에게 넘겨주기로 했는데 일정을 연기했다고 한다. 이유를 묻자 8월 16일에 중요한 행사가 있어 함흥시와 흥남지구에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일이 예년과 같이 이 시기 마전별장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다. 그 후 8월 17일, 19일, 20일, 23일에 마전지구의 군부대들에서는 연이어 1호 행사가 있어 해당 지역이 통제됐고, 24일이 돼서야 통제령이 해제됐다고 지역 주민들이 밝혔다. 이는 김정일이 최근 8월 23일까지 함흥시 마전별장에 머물렀음을 말해준다.

▲만수무강 연구소 부원장 박태수의 증언
김정일은 8월 24일 마전을 출발하여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 ‘만수무강연구소’부원장 박태수가 지난 9월 5일 며칠 만에 처음으로 자기 집으로 퇴근하여 한 말에 따르면 바로 그날 김정일은 ‘만수무강원’에서 일정기간 입원하여 치료 받다가 퇴원했기에 자신도 귀가할 수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