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 곁에 있는 유흥식 추기경,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북한에 가고 싶으니 나를 꼭 초청해달라’고 말씀하셨다”
⊙ 교황과 김정은의 개입을 부르려는 제2의 黃嗣永帛書 사건?
⊙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산주의에 호의적이라 잘 속는다”(조셉 젠 제큔 은퇴 추기경)
⊙ 문재인과 어용방송이 일으킨 두 차례 교황 방북 대소동 내막
⊙ “공산주의에 기만당하여 공산주의가 자기 나라에서 승리를 거두게 조작하는 사람들은 그가 누구든지 간에 첫 번째 희생자가 될 것”(교황 비오 12세)
⊙ 교황과 김정은의 개입을 부르려는 제2의 黃嗣永帛書 사건?
⊙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산주의에 호의적이라 잘 속는다”(조셉 젠 제큔 은퇴 추기경)
⊙ 문재인과 어용방송이 일으킨 두 차례 교황 방북 대소동 내막
⊙ “공산주의에 기만당하여 공산주의가 자기 나라에서 승리를 거두게 조작하는 사람들은 그가 누구든지 간에 첫 번째 희생자가 될 것”(교황 비오 12세)
-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방한 당시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했다. 사진=조선DB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축제인 세계청년대회(WYD)가 2027년 대통령 선거의 해에 서울에서 열린다. 이 기간에 수십만의 해외 신도와 함께 교황이 방한(訪韓)할 가능성이 높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8월 6일 포르투갈 리스본 테주공원에서 열린 제37차 세계청년대회를 마치며 서울을 차기 개최지로 발표했다. 아시아에서는 1995년 필리핀에 이어 두 번째다.
청년대회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4년에 세계 젊은이들을 로마 성베드로광장에 초대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일종의 축제다. 각국 청년들이 문화와 종교를 통해 교류하는 자리로서 2~4년 주기로 열리는 큰 행사다. 지난 8월 1일부터 6일까지 리스본에서 열린 청년대회의 참여 인원은 약 200만 명이었다. 종교 제한 없이 누구든 참가할 수 있다. 정순택 서울대교구 대주교는 “인류를 위한 행사로 만들 수 있도록 정부·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교황의 한국 방문도 기정사실화됐다. 청년대회 기간에 교황은 개막일과 폐막일에 미사를 집전한다. 교황이 한국을 찾은 건 세 차례다. 1984년과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방한했다.
한국 언론은 교황 방한 건을 보도하면서 또 방북(訪北)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경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속적으로 북한 방문 의사를 밝힌 만큼 관련 일정이 있을지도 관심사다”면서 유흥식 추기경의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휴가차 한국을 찾은 유흥식 추기경(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은 “교황은 ‘북한이 초청하면 거절하지 않겠다’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강하게 ‘나 북한에 가고 싶으니까 나를 초청하라’고 명확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또 나오는 교황 訪北 이야기
2018년과 2021년 교황을 만난 문재인(文在寅) 당시 대통령이 교황 방북 가능성을 띄우고 언론이 여기에 바람을 넣어 교황 방북을 기정사실화했으나 방북 검토의 전제인 김정은의 초청장 자체가 오지 않아 문재인 5년의 대표적인 사기극으로 판명 났음에도 청년대회 확정을 계기로 이런 보도가 또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공산주의에 호감을 가진 인물로 평가되고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선 냉담한 교황이 반(反)인도범죄자 김정은에게 방북을 구걸하는 것처럼 여기게 하는 이런 언론 보도는 대통령 선거의 해에 열리는 서울 청년대회가 종북(從北) 세력의 정치선전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교황과 한국 천주교의 이념적 성향에 비추어 정의구현사제단(자칭) 성향의 인물들이 조직위원회를 주도하면서 교황의 권위를 이용, 선거 국면의 국내 정치에 간여할 데 대한 국가안전보장 차원의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 천주교 내의 우파(右派) 성향 인사들은 벌써 대회 준비 기간에 ‘한반도 평화’를 내세워 북한 청년들 초청 책동, 판문점 근처 평화 쇼 행사, 교황의 종전(終戰)선언 지지 발언 등의 시나리오를 우려한다.
하나 놀라운 사실은 이런 큰 행사 유치에 대하여 윤석열(尹錫悅) 정부 핵심에선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1일 박진(朴振) 외교부 장관은 바티칸을 방문하여 폴 리처드 갤러거 교황청 외교장관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가톨릭 세계청년대회가 한국에서 유치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도되었는데도 대통령실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가 교황의 발표에 놀란 듯했다.
교황 방북 건에 대하여 문재인 정권과 같은 맥락에서 선전 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이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다. 그는 지난 7월 22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가톨릭평화신문》 보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북한이 초청하면 거절하지 않겠다’는 정도가 아니라 ‘북한에 가고 싶으니 나를 꼭 초청해달라’고 말씀하셨다. 남북이 70년 동안 갈라져 왕래도 없이 지내는 고통을 없애고자 하는 것이 교황님의 뜻이다.”
교황이 대북특사로 나서려 하나?
이 발언은 문제가 많다. 그럼에도 언론이 크게 다루지 않은 것은 문재인이 연출했던 2018년, 2021년 “교황 방북설 공작”에 당하여 유흥식 추기경의 발언에도 별다른 믿음을 갖지 않은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언론의 냉담에 초조해서인지 유흥식 추기경의 관련 발언은 과격해지는 느낌이다. 그의 말대로 만약 교황이 정말 ‘방북구걸’로 비칠 발언을 했다면 이야말로 국제적 스캔들이 될 만하다.
● 천주교를 말살한 나라에 교황이 정치적 목적으로 방문한 전례가 없다. 교황의 외국 방문은 선교 목적이어야 한다. 유흥식 추기경이 전하는바 ‘남북의 왕래를 회복시키겠다’는 생각 자체가 정치적이고 월권적(越權的)이다. 교황이 종교 지도자가 아니라 대북(對北)특사로 나서려 하는 모습이다.
● 유엔이 불법 핵개발을 이유로 김정은 정권에 포괄적인 제재를 걸어놓고 있고, 유엔총회는 김정은을 특정하여, 반(反)인도범죄자로 규정, 국제형사재판소 제소 촉구 결의까지 하는 판에 교황이 이런 자에게 초청해달라고 호소를 한다고? 과거 바티칸이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에 침묵했다고 지금까지 비판을 받고 있는데 교황이 히틀러급의 북한 대학살 책임자에게 초청해달라고 한다니!
● 교황청의 공식입장과 유흥식 추기경의 과거 발언 등을 종합할 때 이 전언(傳言)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교황청의 공식 입장은 “김정은이 초청장을 보내주면 교황 방북 가능성을 검토한다”이고 여기서 벗어난 적이 없는데 문재인 세력이나 일부 언론 및 유흥식 추기경은 방북의 불씨를 꺼지지 않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이런 가운데서 2027년 청년 축제가 열리니 종북 세력의 선전장이 될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이다.
2018년 10월의 제1차 교황 방북 대소동
건망증이 심한 다수의 한국 언론은 문재인 정권에 번번이 속으면서 교황을 앞세운 가짜 평화쇼에 이용되어왔다. 2018년 10월 18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교황의 바티칸 만남 직후 청와대는 “교황이 문 대통령이 전한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요청을 사실상 수락했다”고 발표했었다. 청와대는 “교황이 ‘초청장이 오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당시 문 대통령과 교황의 면담은 통역만 배석한 채 단독 면담 형식으로 이뤄졌다. 교황이 김정은의 방북 요청을 수락했다는 것은 문 대통령이 면담 후 참모들에게 직접 밝힌 것이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는 메시지에는 방북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방북과 관련하여 교황은 한 번도 자신의 육성으로 입장을 밝힌 적이 없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전한 말이 교황의 말인 것처럼 되어 전해졌는데 문 당시 대통령이 정직하게 전한 것 같지가 않다. 한국 언론 중에선 유일하게 조갑제닷컴만이 이 문제점을 제기하였고 결과적으로 맞았다.
2018년 10월 20일 조갑제닷컴 기사는 “교황 방북과 관련한 언론, 특히 방송사의 보도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면서 “상대편 당사자의 정확한 의사를 전혀 확인하지 않은 보도이며, 과장과 비약, 추측이 난무한다”고 비판했다.
조갑제닷컴이 리얼타임으로 확인해보니 ‘바티칸 뉴스’는 파롤린 교황청 국무장관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구두(口頭)로 관심을 보이는 형태의 첫 단계”이며 “평양 방문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공식화하려면 더 지켜봐야 한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바티칸 뉴스는 “한국 측은 교황의 방북 의사를 확인하였다고 하지만 국무장관은 ‘이런 종류의 방문은 진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보도, 한국 내의 열광적 분위기를 우습게 만들었다.
10월 18~19일 이틀간 국내 언론사 보도에서 바티칸 측의 이런 공식 입장을 언급한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전하는 말에 의존해 보도했으며, 통역이 전한 ‘갈 수 있다(available)’라는 말을 ‘사실상 방북 수락’으로 비약, 확대해 보도했다.
KBS와 MBC의 소설 쓰기
KBS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방북 초청장을 주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교황이 사실상 방북을 수락한 건데요, 사상 첫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 것으로 보입니다”고 과장했다.
이 보도문은 돌판에 새겨 KBS 정문에 세워놓아야 할 오보(誤報)이다. 또한 KBS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비핵화(非核化) 사기극에 동참까지 한다.
“교황의 역사적인 첫 방북이 예고됨에 따라 12억 가톨릭 신도의 관심이 이제 한반도로 향하게 되면서 남은 비핵화 협상에도 힘이 실릴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런 만큼 교황의 방북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어렵게 중재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는 든든한 우군으로, 또 북한에는 정상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 천주교 지휘부도 지원사격을 한다.
“김희중/대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 ‘교황님과 이렇게 대담하면서 핵 포기에 대한 약속을 다시 한 번 한다면 그것은 더욱더 확고해지지 않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미국 측에서도 이것을 믿고 상응한 조치를 취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엄격한 신학적 입장을 유지해야 할 대주교가 결과적으로 3류 논평가가 되고 말았다.
2018년 10월 19일 MBC 〈뉴스데스크〉도 상상력 경쟁에 동참한다.
“문 대통령은 어제 교황 면담 결과를 밝은 표정으로 참모들에게 설명했는데, 특히 ‘교황이 북한에 갈 수 있다’는 대목에선 참모들 사이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교황의 이 같은 메시지는 우리가 기대하고 바랐던 대로’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교황은 대외적으로는 물론, 가톨릭 불모지인 북한을 믿을 수 있느냐는 교황청 내부의 의문에도 분명한 의사를 밝힌 거’라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초청장은 오지 않았다
MBC 기자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었다.
“교황의 방북은 북한이 비핵화, 나아가 국제사회 일원으로 정상국가화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문 대통령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JTBC 아침뉴스도 보도 아닌 창작 활동에 동참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 초청을 사실상 수락하면서, 벌써부터 평양에서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일들을 하게 될지 관심입니다. 일단 김정은 위원장과 역사적인 만남을 갖고, 미사도 직접 집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폐쇄적이던 북한 사회의 개방 속도도 한층 더 빨라지겠죠.”
조갑제닷컴 외 교황 방북설의 허구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한 매체는 ‘미국의 소리(VOA)’였다. 2019년 1월 교황청 관계자는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현재로선”이란 단서를 달면서 “북한 방문이 계획돼 있지 않다(At this time, Pope’s visit to North Korea is not foreseen)”고 했다.
교황청은 문재인-교황 만남 두 달 뒤 벌써, VOA에 “교황은 다른 순방 스케줄 또는 추진 중인 순방 계획이 너무 많다”면서 “방북이 이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이다. 교황청은 순방 일정이 잡힌 나라들은 “모두 북한보다 (방문이) 쉬운 곳들”이라고 덧붙였다.
이 모든 소동의 전제는 문재인이 말한바 ‘교황 앞 김정은의 초청장’인데 그 뒤 3년간 초청장의 ‘초’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교황 방북’이란 화두(話頭)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은 좌경 정치 세력과 유흥식 추기경 등 한국 천주교 지휘부의 말장난에 한국 언론이 같이 놀아주고 있는 탓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 정권의 무자비한 인권 말살에 냉담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념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역사에 “북한 대학살을 외면한 교황”으로 기록될 그는 북한 방문이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그의 이름을 이용한 속임수를 방치하고 있다는 의심을 자초하고 있다.
“탄압받은 공산주의자가 집권하면 탄압자가 된다”
2018년 10월 27일, 그러니까 문재인-교황 회담 9일 뒤 《뉴욕타임스》에 주목할 만한 기고문이 하나 실렸다. 필자는 조셉 젠 제큔(Joseph Zen Ze-Kiun)이라는 은퇴한 추기경. 당시 홍콩에 살고 있던 그는 상하이(上海) 출신의 중국인으로서 기고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위험성을 본질적으로 비판했다. 요지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미에서 성장했으므로 → 그곳의 정치적 배경으로 인하여 공산주의에 동정심을 가지고 있고 → 공산주의에 속기 쉬운 사람이며 → 지금은 중국에 속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 공산당 정권에 속아 중국의 지하교회, 즉 숨어서 예배를 보고 있는 진짜 신자(信者)들을 배신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정권과 타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그 한 달 전 바티칸은 중국 정부와 주교 임명 문제에 잠정적인 합의를 했다고 발표했었다. 교황이 중국의 가톨릭 주교들에 대해 갖는 임명권을 중국 정부가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조셉 제큔 추기경은 이를 비판했다.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나는 상하이 출신의 중국인이고, 홍콩에서 일한 적이 있고 1989~1996년의 중국을 경험했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하여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이고, 또 예수회 출신이라 공산주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남아메리카 출신이라는 특별한 환경을 고려해 그를 판단해야 한다는 시각이었다.
“남미에서는 군사정권이 부자와 결탁해 가난한 사람을 압제하는 정치적 전통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누가 군사정권으로부터 압박받는 사람들을 지켜줄 것이냐, 바로 여기에 공산주의자들이 등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연스럽게 공산주의자들에 대해 호감을 갖거나 동정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환경 속에서 자랐다.”
공산당 세상을 체험한 조셉 제큔 은퇴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모르는 게 있다”고 했다. “공산주의자는 탄압을 받지만, 일단 집권을 하게 되면 ‘탄압자’가 된다. 바로 중국의 공산주의자들이 그런 자들이다. 그런 중국 공산주의자와 교회가 타협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엔 당국이 인정하는 천주교회와 탄압을 받는 지하교회가 있다. 중국이 인정하는 공인(公認)교회는 중국 공산당이 조종을 하는데, ‘애국협회’라는 단체와 ‘주교회의’를 통해서이다. 1985년에서 2002년까지, 바티칸에서 중국 문제를 담당했던 사람이 요셉 톰코(Jozef Tomko)라는 슬로바키아 출신 추기경인데, 그는 공산주의를 아주 잘 이해한 사람으로, 중국의 천주교 문제를 현명하게 다루었다고 한다.
중국에 끌려가는 바티칸
당시 바티칸 입장은 “중국 내 지하교회만이 바티칸의 교회법으로서 합법적 교회이고, 중국 공산당이 허용한 교회는 불법(不法)”이란 것이었다. 톰코 추기경은 그런 선을 그으면서도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공식 교회 안에도 좋은 신도들이 많다는 점을 인정, 유연하게 대처했다. 톰코 추기경이 2002년 은퇴한 이후 젊은 이탈리아 출신의 추기경이 그 자리에 앉았는데, 그는 너무 빠르고 쉽게 중국이 통제하는 천주교회를 인정하는 것처럼 행동해 마치 중국 정권이 주교를 임명하면 자동적으로 바티칸은 동의해줄 것이라는 인상을 중국 측에 심어주었다고 한다.
베네딕토 16세, 그는 나치와 공산주의의 참상을 모두 경험한 사람인데, 요한 바오로 2세를 이어 교황이 되었다. 당시 제큔 은퇴 추기경은 중국 문제가 이제는 잘 해결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이때 중국 담당으로 임명된 사람이 인도 출신의 이반 디아스 추기경이었다. 그는 동방 정책의 신봉자이고 데탕트를 지지한 사람인데, 중국 공산당에 호감을 갖고 접근해 잘못된 문서 하나가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2007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중국 교회에 편지를 보내는데, 지하교회와 중국이 통제하는 어용(御用)교회 사이의 화해를 촉구하는 내용으로서 중국 정권이 통제하는 (바티칸 입장에서의) 불법 교회를 인정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다음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등장, 이념적으로 비슷한 사람들을 주변에 배치했는데 그중 한 사람이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장관이라고 했다. 제큔 은퇴 추기경은 이렇게 비판했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교회보다는 외교 업적에 더 신경 쓰는 것 같다. 그래서 중국과 바티칸의 관계 정상화에 더 치중하고 있다.”
중국에 가고 싶어 하는 열망이 강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파롤린 국무장관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주교를 누가 임명하느냐’는 것이었다. 중세 때는 주교 임명 권한을 놓고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교황이 항상 다퉜다.
중국-바티칸 사이의 합의에 의하면, 최종 주교 임명권은 교황이 갖는다고 하는데, 문제는 주교를 추천하는 권한이 중국 공산당에 있다는 점이다. 중국 공산당이 10명을 추천하면 바티칸이 10명 전원을 거절할 수 있겠느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 공산당의 의견에 끌려갈 수밖에 없고 교회의 독립성은 상실될 것이다.
“내가 만화가라면 이런 그림을 그리겠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진핑(習近平)에게 무릎을 꿇고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바치면서 ‘제발 나를 교황으로 인정해주세요’ 하는 장면을 그리고 싶다.”
그는 중국 내 지하교인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카타콤으로 돌아가라. 공산주의는 영원하지 않다. 기다려라.”
카타콤은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의 박해를 피해 숨어 들어가 예배를 보던 지하 공동묘지가 있는 동굴 등 장소이다.
제2차 교황 방북 소동
2018년 10월의 제1차 교황 방북 소동 이후 3년이 흐른 2021년 10월 같은 패턴의 제2차 소동이 벌어진다. 당시는 대선(大選) 국면이었고, 윤석열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권이 종전선언 등 반전(反轉)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였다.
2021년 10월 29일 자 《한겨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에 도착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29일 바티칸 교황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 면담했다”면서 배석자 없이 진행된 면담에서 “교황님께서 기회가 되어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 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 여러분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이지 않으냐”고 답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고 전했다.
같은 날 AP통신은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고, 방북을 권유했으며,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교황이 초청을 받으면 기꺼이 가겠다고 했다고 전하면서 냉소적(冷笑的)인 설명을 덧붙였다.
“바티칸은 금요일 성명에서 방북 가능성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았고 현재로는 고려 대상이 아닌 것으로 믿어진다.”
‘바티칸 뉴스’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했다’는 교황청 홍보국의 발표문을 요약, 게재했으나 교황 방북 건에 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3년 전 김정은이 교황 초청장을 보낼 것처럼 속여 한 탕 한 문재인은 초청장을 보내지 않은 데 대한 설명이나 사과도 없이 이번엔 ‘묻지 마’ 방북을 교황에게 권유한 셈이다. 김정은이 초청장을 보내지 않은 상태에서 방북하려면 교황청이 북한 정권에 ‘방북을 허가해달라’고 사정하는 수밖에 없다. 즉 문재인의 방북 권유는 방북 구걸을 하라는 충고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제1차 소동 때 호들갑을 떨던 언론도, 윤석열 쪽으로 기울고 있는 대선판을 의식해서인지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그럼에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있던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1년 뒤 추기경)는 도우미로 나섰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방북) 문제와 관련해 교황청에서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알맹이가 없었다. 2021년 10월 30일 바티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에 동행한 취재진에 “정부도 그렇지만 교황청 역시 여러 길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에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면서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북한 측 인사와 접촉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직접 접한 적은 없다”면서도 “기회가 되면 만났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이뤄졌다”고 답했다.
유흥식 추기경의 공허한 인터뷰들
8일 뒤인 11월 7일, 유흥식 대주교는 《가톨릭평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의 방북이 실리(實利)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교황님은 어려운 상황을 새롭게 변화시키시는 분”이라고 했다. 그 뒤 추기경이 된 유흥식 성직자부 장관은 작년 12월 30일 KBS와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말을 되풀이했다.
“교황님께서 정치적이고 사회적이고 문화적이고 종교적인 이유 다 떠나서, 같은 형제자매인데, 70년 이상을 관계없이 서로 나눠져 산다는 이런 불행이 어디 있느냐(라고 하셨습니다.) 언제든지 넓은 마음으로 형제자매를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교황님께서 북한에 가시겠다고 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KBS 앵커가 “그사이 혹시 진전된 내용이 있을까요?”라고 묻자 유 추기경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북한이 굉장히 어려워졌을 경우에는 어쩌면 돌파구로서 교황님 초청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그마한 문이 열리고 조그마한 길이 생기면 그걸 조금 넓히면 되잖아요.”
앵커가 “그 조그만 문들을 열기 위해서 지금 물밑 작업이?”라고 물으니 모호한 답이 돌아왔다.
“벌어지고 있고, 또 한편으로서는 계속 이곳저곳 다 두드리고 있습니다. 그중에 한쪽이라도 열렸으면 좋겠어요.”
교황청의 냉담한 공식 입장과는 상당히 다른, 자가발전이 의심되는 말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통일부 장관 같은 발언은 교황을 종교 지도자가 아니라 대북(對北)특사 격으로 격하시키는 듯했다.
지난 7월 22일 유흥식 추기경은 또 교황 방북 이야기를 했다. 서울 중구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교황청 외교관들은 교황님이 북한을 방문하길 원하시니, 자신들이 업무 수행하는 나라에서 북한 대사나 중국 대사 등과 함께 그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는 확실히 나타나는 북한의 자세는 없다”고 했다. 김정은이 초청장을 보낼 생각조차 하지 않는데 교황이 김정은에게 방북시켜달라고 매달리는 듯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유흥식 추기경에 대하여 나무위키는 “진보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정의구현사제단에 호의적인 주교 중 한 명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녹색 순교’를 하겠다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사제 선언문’에 서명한 5명의 주교 중 하나였다”고 적었다. 유흥식 추기경이, 김정일이 지령한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의 공범 김현희를 가짜로 모는 등의 반(反)대한민국적 허위 선동으로 “종북사제단”으로까지 불리는 자칭 정의구현사제단에 호의적이란 평은 소름이 돋게 만든다. 그가 공산주의에 호의적인 교황 옆에서 한국 문제에 대한 세계 천주교의 행동 방향을 결정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국가적 대책을 세워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교황, 이런 추기경, 이런 한국 천주교 지도부가 직렬로 연결되면, 그리하여 대선이 있는 2027년의 세계청년대회 준비 과정에 남북한의 김일성 세력에 어떤 기회를 준다면 대선 결과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黃嗣永帛書 사건을 생각한다
작년 대전교구 박주환 신부는 페이스북에 윤(尹) 대통령 부부가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이미지를 게시하고 어린아이가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합성하여 올렸는데 천주교는 정직(停職) 처분만 내렸다.
세속(世俗)권력과 교황권의 오랜 싸움에서 정리된 하나의 약속이 있다면 정치와 종교의 분리이고, 이 대원칙에 비추어 교황에 복종하는 사제가 합법적으로 선출된 국가 원수(元首)에 대하여 이런 식의 저주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며, 이를 방치하면 외교 문제로 삼아야 한다. 한국 정부는 윤석열 타도를 외치고 다니는 신부들에 대한 교회법적 검토를 한 뒤 인사 조치를 바티칸에 요구해야 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모든 외교의 궁극적 전략은 상대국의 권력 핵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려면 윤석열 대통령은 바티칸 시국(市國) 교황청에 파견되는 한국 대사를 천주교 편이 아닌 ‘대한민국 사람’으로 임명해야 할 것이다.
자칭 정의구현사제단을 비호하는 한국 천주교와 교황청에 대하여 국민들이 갖는 상식적 의문은, 김일성 세력과 대한민국이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반도에서 천주교는 누구 편이냐 하는 것이다. 세계 천주교가 세계적 문제인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하여 조직적으로 침묵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어느 편에 서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지만 이런 의심은 천주교인 전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신부, 주교, 추기경, 교황으로 올라가는 지도부에 대한 의문이다. 천주교는 군대처럼 확실한 명령계통을 유지하므로 자연히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향하는 의문이기도 하다.
조선조 말기인 19세기에 천주교가 박해를 받아 약 1만 명의 신도와 신부들이 희생된 이유 중의 하나는 사대주의적 반역 세력으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교황의 권위와 중국의 영향력과 외세의 무력을 끌어들여 조선왕조를 압박, 천주교 탄압을 중단시켜보려 한 1801년의 황사영백서(黃嗣永帛書) 사건과 교황의 권위와 김정은의 핵무력을 끌어들여 대한민국을 압박하려는 시도는 닮은 점이 있다. 다른 점도 있다. 황사영은 탄압받는 천주교도들을 위한 자구책(自救策)으로 그렇게 한 것이지만, 교황 방북 추진 세력은 종교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면서 교황의 권위를 악용하고, 종교 말살의 원흉 김정은에게 의지하려 한다는 점이다.
張勉 총리의 수도원 피신
대원군 집권 시기의 무자비한 학살로 세가 꺾인 천주교는 그 뒤 권력에 도전하는 행위를 삼갔고 독립운동에서도 멀어졌으며 역사 흐름의 주도권은 개신교로 넘어갔다. 천주교는 대한민국 건국 후 이승만 정부 때는 야당 편으로 인식되었다. 장면(張勉)과 《경향신문》을 중심으로 반(反)정부 투쟁을 하기도 했다. 1961년 5월 16일의 군사 쿠데타를 만난 장면 총리가 미국 대사관 관할 지역으로 피신하려 했다가 실패, 카르멜 수도원으로 들어가서 연락두절이 됨으로써 진압작전을 펼 수 없게 만든 것을 천주교의 사대주의적 성격과 연관시키려는 이들도 있지만 그는 반공주의자였다.
1970년대부터 천주교는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의 지도 아래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 교세와 권위를 확대해갔다. 1987년의 직선제 개헌 전후에 운동권에 김일성주의 세력이 침투, 주도권을 잡아가던 시절 천주교 안에서도 자칭 정의구현사제단과 같은 종북 세력이 반(反)국가적 활동에 나서고 이에 대한 일반 신도들과 상식적 국민들의 반감이 천주교의 고민거리인 냉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천주교 내외에서 축적되고 있는 불안의 핵심은 천주교 지휘부가 대한민국 편이 아니라 김정은 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이는 천주교 박해를 부른 조선조 조정과 민심의 불만을 연상시킨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레이건 미국 대통령 및 대처 영국 수상과 손잡고 일종의 신성동맹을 맺어 소련 공산제국을 무너뜨린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은 한국 천주교의 정체성(正體性) 변화에 경악하고 있을 것이다.
비오 12세의 경고
지난 200년 사이 천주교 신부와 신도들이 가장 많이 학살된 두 곳을 꼽으라면 19세기의 조선과 20세기의 스페인이다.
스페인 내전(內戰) 때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한 공화파가 천주교도들을 학살한 실상은, 헤밍웨이 같은 반(反)프랑코(親공화파) 지식인들의 활약으로 묻혔다. 이 무렵(1937년) 교황 비오 12세가 발표한 〈DIVINI REDEMPTORIS(구세주이신 하느님)〉이란 제목의 교서는 공산주의 무신론(無神論)에 대한 가장 철학적인, 그래서 가장 본질적인 비판인데 몇 구절은 오늘의 한국 천주교와 교황청에서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보이는 “무조건적 평화주의자들”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공산주의 지도자들은, 평화를 갈망하는 세계적인 열망을 눈치채고는 즉시 사해동포애(四海同胞愛) 운동에 자기네가 가장 열렬한 지지자요 선전가들인 것처럼 꾸며댄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계급투쟁을 유발하여 피의 강을 흐르게 만들며, 체제 전복의 원리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이른바 인도주의나 자선 분야에 협력해달라고 가톨릭 인사들을 초치하고 있다. 때로는 그리스도교 정신과 교회의 교리에 전적으로 합치된 제안까지도 한다.
경애하는 형제 여러분, 신자들이 그 술책에 기만당하지 않도록 감독하기 바란다. 공산주의는 근본적으로 틀렸으며, 그리스도교 문명을 수호하는 이는 그 누구도 어느 형태로든 공산주의와 협력해서는 안 된다. 공산주의에 기만당하여 공산주의가 자기 나라에서 승리를 거두게 조작하는 사람들은 그가 누구든지 간에 첫 번째 희생자가 될 것이다. 그리스도교 문명이 오래되고 위대한 지역일수록 공산주의가 일단 침투하는 데 성공하고 나면 악인들이 휘두르는 증오도 훨씬 무서운 황폐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본인은 어둠의 자식들이 유물론적(唯物論的)이고 무신론적인 선전물로써 밤낮으로 사주(使嗾)하는 그 광분이 결국 빛의 아들들을 충동하여 지존의 영광을 위하여 똑같은 열성, 아니 그보다 큰 열성으로 임하게 만드는 성스러운 목적에 이바지하게 되리라는 굳은 희망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다.”
이승만(李承晩)도 1941년 일본제국 해군의 진주만 공격 직전에 미국에서 펴낸 《일본의 내막(Japan Inside Out)》이란 책에서 “무조건적 평화주의자는 결과적으로 간첩과 같다”고 했었다.⊙
청년대회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4년에 세계 젊은이들을 로마 성베드로광장에 초대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일종의 축제다. 각국 청년들이 문화와 종교를 통해 교류하는 자리로서 2~4년 주기로 열리는 큰 행사다. 지난 8월 1일부터 6일까지 리스본에서 열린 청년대회의 참여 인원은 약 200만 명이었다. 종교 제한 없이 누구든 참가할 수 있다. 정순택 서울대교구 대주교는 “인류를 위한 행사로 만들 수 있도록 정부·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교황의 한국 방문도 기정사실화됐다. 청년대회 기간에 교황은 개막일과 폐막일에 미사를 집전한다. 교황이 한국을 찾은 건 세 차례다. 1984년과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방한했다.
한국 언론은 교황 방한 건을 보도하면서 또 방북(訪北)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경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속적으로 북한 방문 의사를 밝힌 만큼 관련 일정이 있을지도 관심사다”면서 유흥식 추기경의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휴가차 한국을 찾은 유흥식 추기경(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은 “교황은 ‘북한이 초청하면 거절하지 않겠다’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강하게 ‘나 북한에 가고 싶으니까 나를 초청하라’고 명확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또 나오는 교황 訪北 이야기
2018년과 2021년 교황을 만난 문재인(文在寅) 당시 대통령이 교황 방북 가능성을 띄우고 언론이 여기에 바람을 넣어 교황 방북을 기정사실화했으나 방북 검토의 전제인 김정은의 초청장 자체가 오지 않아 문재인 5년의 대표적인 사기극으로 판명 났음에도 청년대회 확정을 계기로 이런 보도가 또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공산주의에 호감을 가진 인물로 평가되고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선 냉담한 교황이 반(反)인도범죄자 김정은에게 방북을 구걸하는 것처럼 여기게 하는 이런 언론 보도는 대통령 선거의 해에 열리는 서울 청년대회가 종북(從北) 세력의 정치선전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교황과 한국 천주교의 이념적 성향에 비추어 정의구현사제단(자칭) 성향의 인물들이 조직위원회를 주도하면서 교황의 권위를 이용, 선거 국면의 국내 정치에 간여할 데 대한 국가안전보장 차원의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 천주교 내의 우파(右派) 성향 인사들은 벌써 대회 준비 기간에 ‘한반도 평화’를 내세워 북한 청년들 초청 책동, 판문점 근처 평화 쇼 행사, 교황의 종전(終戰)선언 지지 발언 등의 시나리오를 우려한다.
하나 놀라운 사실은 이런 큰 행사 유치에 대하여 윤석열(尹錫悅) 정부 핵심에선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1일 박진(朴振) 외교부 장관은 바티칸을 방문하여 폴 리처드 갤러거 교황청 외교장관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가톨릭 세계청년대회가 한국에서 유치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도되었는데도 대통령실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가 교황의 발표에 놀란 듯했다.
교황 방북 건에 대하여 문재인 정권과 같은 맥락에서 선전 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이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다. 그는 지난 7월 22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가톨릭평화신문》 보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북한이 초청하면 거절하지 않겠다’는 정도가 아니라 ‘북한에 가고 싶으니 나를 꼭 초청해달라’고 말씀하셨다. 남북이 70년 동안 갈라져 왕래도 없이 지내는 고통을 없애고자 하는 것이 교황님의 뜻이다.”
교황이 대북특사로 나서려 하나?
이 발언은 문제가 많다. 그럼에도 언론이 크게 다루지 않은 것은 문재인이 연출했던 2018년, 2021년 “교황 방북설 공작”에 당하여 유흥식 추기경의 발언에도 별다른 믿음을 갖지 않은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언론의 냉담에 초조해서인지 유흥식 추기경의 관련 발언은 과격해지는 느낌이다. 그의 말대로 만약 교황이 정말 ‘방북구걸’로 비칠 발언을 했다면 이야말로 국제적 스캔들이 될 만하다.
● 천주교를 말살한 나라에 교황이 정치적 목적으로 방문한 전례가 없다. 교황의 외국 방문은 선교 목적이어야 한다. 유흥식 추기경이 전하는바 ‘남북의 왕래를 회복시키겠다’는 생각 자체가 정치적이고 월권적(越權的)이다. 교황이 종교 지도자가 아니라 대북(對北)특사로 나서려 하는 모습이다.
● 유엔이 불법 핵개발을 이유로 김정은 정권에 포괄적인 제재를 걸어놓고 있고, 유엔총회는 김정은을 특정하여, 반(反)인도범죄자로 규정, 국제형사재판소 제소 촉구 결의까지 하는 판에 교황이 이런 자에게 초청해달라고 호소를 한다고? 과거 바티칸이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에 침묵했다고 지금까지 비판을 받고 있는데 교황이 히틀러급의 북한 대학살 책임자에게 초청해달라고 한다니!
● 교황청의 공식입장과 유흥식 추기경의 과거 발언 등을 종합할 때 이 전언(傳言)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교황청의 공식 입장은 “김정은이 초청장을 보내주면 교황 방북 가능성을 검토한다”이고 여기서 벗어난 적이 없는데 문재인 세력이나 일부 언론 및 유흥식 추기경은 방북의 불씨를 꺼지지 않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이런 가운데서 2027년 청년 축제가 열리니 종북 세력의 선전장이 될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이다.
2018년 10월의 제1차 교황 방북 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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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난 문재인 전 대통령. 2018년과 2021년 교황과 만날 때마다 문 전 대통령은 ‘교황 방북설’을 퍼뜨렸다. 사진=뉴시스 |
2018년 10월 20일 조갑제닷컴 기사는 “교황 방북과 관련한 언론, 특히 방송사의 보도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면서 “상대편 당사자의 정확한 의사를 전혀 확인하지 않은 보도이며, 과장과 비약, 추측이 난무한다”고 비판했다.
조갑제닷컴이 리얼타임으로 확인해보니 ‘바티칸 뉴스’는 파롤린 교황청 국무장관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구두(口頭)로 관심을 보이는 형태의 첫 단계”이며 “평양 방문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공식화하려면 더 지켜봐야 한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바티칸 뉴스는 “한국 측은 교황의 방북 의사를 확인하였다고 하지만 국무장관은 ‘이런 종류의 방문은 진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보도, 한국 내의 열광적 분위기를 우습게 만들었다.
10월 18~19일 이틀간 국내 언론사 보도에서 바티칸 측의 이런 공식 입장을 언급한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전하는 말에 의존해 보도했으며, 통역이 전한 ‘갈 수 있다(available)’라는 말을 ‘사실상 방북 수락’으로 비약, 확대해 보도했다.
KBS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방북 초청장을 주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교황이 사실상 방북을 수락한 건데요, 사상 첫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 것으로 보입니다”고 과장했다.
이 보도문은 돌판에 새겨 KBS 정문에 세워놓아야 할 오보(誤報)이다. 또한 KBS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비핵화(非核化) 사기극에 동참까지 한다.
“교황의 역사적인 첫 방북이 예고됨에 따라 12억 가톨릭 신도의 관심이 이제 한반도로 향하게 되면서 남은 비핵화 협상에도 힘이 실릴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런 만큼 교황의 방북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어렵게 중재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는 든든한 우군으로, 또 북한에는 정상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 천주교 지휘부도 지원사격을 한다.
“김희중/대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 ‘교황님과 이렇게 대담하면서 핵 포기에 대한 약속을 다시 한 번 한다면 그것은 더욱더 확고해지지 않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미국 측에서도 이것을 믿고 상응한 조치를 취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엄격한 신학적 입장을 유지해야 할 대주교가 결과적으로 3류 논평가가 되고 말았다.
2018년 10월 19일 MBC 〈뉴스데스크〉도 상상력 경쟁에 동참한다.
“문 대통령은 어제 교황 면담 결과를 밝은 표정으로 참모들에게 설명했는데, 특히 ‘교황이 북한에 갈 수 있다’는 대목에선 참모들 사이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교황의 이 같은 메시지는 우리가 기대하고 바랐던 대로’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교황은 대외적으로는 물론, 가톨릭 불모지인 북한을 믿을 수 있느냐는 교황청 내부의 의문에도 분명한 의사를 밝힌 거’라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초청장은 오지 않았다
MBC 기자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었다.
“교황의 방북은 북한이 비핵화, 나아가 국제사회 일원으로 정상국가화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문 대통령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JTBC 아침뉴스도 보도 아닌 창작 활동에 동참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 초청을 사실상 수락하면서, 벌써부터 평양에서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일들을 하게 될지 관심입니다. 일단 김정은 위원장과 역사적인 만남을 갖고, 미사도 직접 집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폐쇄적이던 북한 사회의 개방 속도도 한층 더 빨라지겠죠.”
조갑제닷컴 외 교황 방북설의 허구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한 매체는 ‘미국의 소리(VOA)’였다. 2019년 1월 교황청 관계자는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현재로선”이란 단서를 달면서 “북한 방문이 계획돼 있지 않다(At this time, Pope’s visit to North Korea is not foreseen)”고 했다.
교황청은 문재인-교황 만남 두 달 뒤 벌써, VOA에 “교황은 다른 순방 스케줄 또는 추진 중인 순방 계획이 너무 많다”면서 “방북이 이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이다. 교황청은 순방 일정이 잡힌 나라들은 “모두 북한보다 (방문이) 쉬운 곳들”이라고 덧붙였다.
이 모든 소동의 전제는 문재인이 말한바 ‘교황 앞 김정은의 초청장’인데 그 뒤 3년간 초청장의 ‘초’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교황 방북’이란 화두(話頭)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은 좌경 정치 세력과 유흥식 추기경 등 한국 천주교 지휘부의 말장난에 한국 언론이 같이 놀아주고 있는 탓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 정권의 무자비한 인권 말살에 냉담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념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역사에 “북한 대학살을 외면한 교황”으로 기록될 그는 북한 방문이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그의 이름을 이용한 속임수를 방치하고 있다는 의심을 자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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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젠 제큔 추기경. 사진=AP/뉴시스 |
그 한 달 전 바티칸은 중국 정부와 주교 임명 문제에 잠정적인 합의를 했다고 발표했었다. 교황이 중국의 가톨릭 주교들에 대해 갖는 임명권을 중국 정부가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조셉 제큔 추기경은 이를 비판했다.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나는 상하이 출신의 중국인이고, 홍콩에서 일한 적이 있고 1989~1996년의 중국을 경험했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하여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이고, 또 예수회 출신이라 공산주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남아메리카 출신이라는 특별한 환경을 고려해 그를 판단해야 한다는 시각이었다.
“남미에서는 군사정권이 부자와 결탁해 가난한 사람을 압제하는 정치적 전통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누가 군사정권으로부터 압박받는 사람들을 지켜줄 것이냐, 바로 여기에 공산주의자들이 등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연스럽게 공산주의자들에 대해 호감을 갖거나 동정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환경 속에서 자랐다.”
공산당 세상을 체험한 조셉 제큔 은퇴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모르는 게 있다”고 했다. “공산주의자는 탄압을 받지만, 일단 집권을 하게 되면 ‘탄압자’가 된다. 바로 중국의 공산주의자들이 그런 자들이다. 그런 중국 공산주의자와 교회가 타협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엔 당국이 인정하는 천주교회와 탄압을 받는 지하교회가 있다. 중국이 인정하는 공인(公認)교회는 중국 공산당이 조종을 하는데, ‘애국협회’라는 단체와 ‘주교회의’를 통해서이다. 1985년에서 2002년까지, 바티칸에서 중국 문제를 담당했던 사람이 요셉 톰코(Jozef Tomko)라는 슬로바키아 출신 추기경인데, 그는 공산주의를 아주 잘 이해한 사람으로, 중국의 천주교 문제를 현명하게 다루었다고 한다.
중국에 끌려가는 바티칸
당시 바티칸 입장은 “중국 내 지하교회만이 바티칸의 교회법으로서 합법적 교회이고, 중국 공산당이 허용한 교회는 불법(不法)”이란 것이었다. 톰코 추기경은 그런 선을 그으면서도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공식 교회 안에도 좋은 신도들이 많다는 점을 인정, 유연하게 대처했다. 톰코 추기경이 2002년 은퇴한 이후 젊은 이탈리아 출신의 추기경이 그 자리에 앉았는데, 그는 너무 빠르고 쉽게 중국이 통제하는 천주교회를 인정하는 것처럼 행동해 마치 중국 정권이 주교를 임명하면 자동적으로 바티칸은 동의해줄 것이라는 인상을 중국 측에 심어주었다고 한다.
베네딕토 16세, 그는 나치와 공산주의의 참상을 모두 경험한 사람인데, 요한 바오로 2세를 이어 교황이 되었다. 당시 제큔 은퇴 추기경은 중국 문제가 이제는 잘 해결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이때 중국 담당으로 임명된 사람이 인도 출신의 이반 디아스 추기경이었다. 그는 동방 정책의 신봉자이고 데탕트를 지지한 사람인데, 중국 공산당에 호감을 갖고 접근해 잘못된 문서 하나가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2007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중국 교회에 편지를 보내는데, 지하교회와 중국이 통제하는 어용(御用)교회 사이의 화해를 촉구하는 내용으로서 중국 정권이 통제하는 (바티칸 입장에서의) 불법 교회를 인정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다음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등장, 이념적으로 비슷한 사람들을 주변에 배치했는데 그중 한 사람이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장관이라고 했다. 제큔 은퇴 추기경은 이렇게 비판했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교회보다는 외교 업적에 더 신경 쓰는 것 같다. 그래서 중국과 바티칸의 관계 정상화에 더 치중하고 있다.”
중국에 가고 싶어 하는 열망이 강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파롤린 국무장관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주교를 누가 임명하느냐’는 것이었다. 중세 때는 주교 임명 권한을 놓고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교황이 항상 다퉜다.
중국-바티칸 사이의 합의에 의하면, 최종 주교 임명권은 교황이 갖는다고 하는데, 문제는 주교를 추천하는 권한이 중국 공산당에 있다는 점이다. 중국 공산당이 10명을 추천하면 바티칸이 10명 전원을 거절할 수 있겠느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 공산당의 의견에 끌려갈 수밖에 없고 교회의 독립성은 상실될 것이다.
“내가 만화가라면 이런 그림을 그리겠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진핑(習近平)에게 무릎을 꿇고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바치면서 ‘제발 나를 교황으로 인정해주세요’ 하는 장면을 그리고 싶다.”
그는 중국 내 지하교인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카타콤으로 돌아가라. 공산주의는 영원하지 않다. 기다려라.”
카타콤은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의 박해를 피해 숨어 들어가 예배를 보던 지하 공동묘지가 있는 동굴 등 장소이다.
제2차 교황 방북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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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 사진=조선DB |
2021년 10월 29일 자 《한겨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에 도착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29일 바티칸 교황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 면담했다”면서 배석자 없이 진행된 면담에서 “교황님께서 기회가 되어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 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 여러분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이지 않으냐”고 답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고 전했다.
같은 날 AP통신은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고, 방북을 권유했으며,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교황이 초청을 받으면 기꺼이 가겠다고 했다고 전하면서 냉소적(冷笑的)인 설명을 덧붙였다.
“바티칸은 금요일 성명에서 방북 가능성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았고 현재로는 고려 대상이 아닌 것으로 믿어진다.”
‘바티칸 뉴스’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했다’는 교황청 홍보국의 발표문을 요약, 게재했으나 교황 방북 건에 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3년 전 김정은이 교황 초청장을 보낼 것처럼 속여 한 탕 한 문재인은 초청장을 보내지 않은 데 대한 설명이나 사과도 없이 이번엔 ‘묻지 마’ 방북을 교황에게 권유한 셈이다. 김정은이 초청장을 보내지 않은 상태에서 방북하려면 교황청이 북한 정권에 ‘방북을 허가해달라’고 사정하는 수밖에 없다. 즉 문재인의 방북 권유는 방북 구걸을 하라는 충고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제1차 소동 때 호들갑을 떨던 언론도, 윤석열 쪽으로 기울고 있는 대선판을 의식해서인지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그럼에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있던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1년 뒤 추기경)는 도우미로 나섰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방북) 문제와 관련해 교황청에서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알맹이가 없었다. 2021년 10월 30일 바티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에 동행한 취재진에 “정부도 그렇지만 교황청 역시 여러 길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에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면서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북한 측 인사와 접촉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직접 접한 적은 없다”면서도 “기회가 되면 만났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이뤄졌다”고 답했다.
유흥식 추기경의 공허한 인터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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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식 추기경은 이명박 정권 당시 천주교 사제들의 ‘4대강 사업 중단 전국사제 선언문’에 서명한 5명의 주교 중 하나였다. 사진=조선DB |
“교황님께서 정치적이고 사회적이고 문화적이고 종교적인 이유 다 떠나서, 같은 형제자매인데, 70년 이상을 관계없이 서로 나눠져 산다는 이런 불행이 어디 있느냐(라고 하셨습니다.) 언제든지 넓은 마음으로 형제자매를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교황님께서 북한에 가시겠다고 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KBS 앵커가 “그사이 혹시 진전된 내용이 있을까요?”라고 묻자 유 추기경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북한이 굉장히 어려워졌을 경우에는 어쩌면 돌파구로서 교황님 초청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그마한 문이 열리고 조그마한 길이 생기면 그걸 조금 넓히면 되잖아요.”
앵커가 “그 조그만 문들을 열기 위해서 지금 물밑 작업이?”라고 물으니 모호한 답이 돌아왔다.
“벌어지고 있고, 또 한편으로서는 계속 이곳저곳 다 두드리고 있습니다. 그중에 한쪽이라도 열렸으면 좋겠어요.”
교황청의 냉담한 공식 입장과는 상당히 다른, 자가발전이 의심되는 말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통일부 장관 같은 발언은 교황을 종교 지도자가 아니라 대북(對北)특사 격으로 격하시키는 듯했다.
지난 7월 22일 유흥식 추기경은 또 교황 방북 이야기를 했다. 서울 중구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교황청 외교관들은 교황님이 북한을 방문하길 원하시니, 자신들이 업무 수행하는 나라에서 북한 대사나 중국 대사 등과 함께 그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는 확실히 나타나는 북한의 자세는 없다”고 했다. 김정은이 초청장을 보낼 생각조차 하지 않는데 교황이 김정은에게 방북시켜달라고 매달리는 듯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유흥식 추기경에 대하여 나무위키는 “진보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정의구현사제단에 호의적인 주교 중 한 명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녹색 순교’를 하겠다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사제 선언문’에 서명한 5명의 주교 중 하나였다”고 적었다. 유흥식 추기경이, 김정일이 지령한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의 공범 김현희를 가짜로 모는 등의 반(反)대한민국적 허위 선동으로 “종북사제단”으로까지 불리는 자칭 정의구현사제단에 호의적이란 평은 소름이 돋게 만든다. 그가 공산주의에 호의적인 교황 옆에서 한국 문제에 대한 세계 천주교의 행동 방향을 결정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국가적 대책을 세워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교황, 이런 추기경, 이런 한국 천주교 지도부가 직렬로 연결되면, 그리하여 대선이 있는 2027년의 세계청년대회 준비 과정에 남북한의 김일성 세력에 어떤 기회를 준다면 대선 결과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黃嗣永帛書 사건을 생각한다
작년 대전교구 박주환 신부는 페이스북에 윤(尹) 대통령 부부가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이미지를 게시하고 어린아이가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합성하여 올렸는데 천주교는 정직(停職) 처분만 내렸다.
세속(世俗)권력과 교황권의 오랜 싸움에서 정리된 하나의 약속이 있다면 정치와 종교의 분리이고, 이 대원칙에 비추어 교황에 복종하는 사제가 합법적으로 선출된 국가 원수(元首)에 대하여 이런 식의 저주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며, 이를 방치하면 외교 문제로 삼아야 한다. 한국 정부는 윤석열 타도를 외치고 다니는 신부들에 대한 교회법적 검토를 한 뒤 인사 조치를 바티칸에 요구해야 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모든 외교의 궁극적 전략은 상대국의 권력 핵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려면 윤석열 대통령은 바티칸 시국(市國) 교황청에 파견되는 한국 대사를 천주교 편이 아닌 ‘대한민국 사람’으로 임명해야 할 것이다.
자칭 정의구현사제단을 비호하는 한국 천주교와 교황청에 대하여 국민들이 갖는 상식적 의문은, 김일성 세력과 대한민국이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반도에서 천주교는 누구 편이냐 하는 것이다. 세계 천주교가 세계적 문제인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하여 조직적으로 침묵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어느 편에 서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지만 이런 의심은 천주교인 전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신부, 주교, 추기경, 교황으로 올라가는 지도부에 대한 의문이다. 천주교는 군대처럼 확실한 명령계통을 유지하므로 자연히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향하는 의문이기도 하다.
조선조 말기인 19세기에 천주교가 박해를 받아 약 1만 명의 신도와 신부들이 희생된 이유 중의 하나는 사대주의적 반역 세력으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교황의 권위와 중국의 영향력과 외세의 무력을 끌어들여 조선왕조를 압박, 천주교 탄압을 중단시켜보려 한 1801년의 황사영백서(黃嗣永帛書) 사건과 교황의 권위와 김정은의 핵무력을 끌어들여 대한민국을 압박하려는 시도는 닮은 점이 있다. 다른 점도 있다. 황사영은 탄압받는 천주교도들을 위한 자구책(自救策)으로 그렇게 한 것이지만, 교황 방북 추진 세력은 종교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면서 교황의 권위를 악용하고, 종교 말살의 원흉 김정은에게 의지하려 한다는 점이다.
張勉 총리의 수도원 피신
대원군 집권 시기의 무자비한 학살로 세가 꺾인 천주교는 그 뒤 권력에 도전하는 행위를 삼갔고 독립운동에서도 멀어졌으며 역사 흐름의 주도권은 개신교로 넘어갔다. 천주교는 대한민국 건국 후 이승만 정부 때는 야당 편으로 인식되었다. 장면(張勉)과 《경향신문》을 중심으로 반(反)정부 투쟁을 하기도 했다. 1961년 5월 16일의 군사 쿠데타를 만난 장면 총리가 미국 대사관 관할 지역으로 피신하려 했다가 실패, 카르멜 수도원으로 들어가서 연락두절이 됨으로써 진압작전을 펼 수 없게 만든 것을 천주교의 사대주의적 성격과 연관시키려는 이들도 있지만 그는 반공주의자였다.
1970년대부터 천주교는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의 지도 아래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 교세와 권위를 확대해갔다. 1987년의 직선제 개헌 전후에 운동권에 김일성주의 세력이 침투, 주도권을 잡아가던 시절 천주교 안에서도 자칭 정의구현사제단과 같은 종북 세력이 반(反)국가적 활동에 나서고 이에 대한 일반 신도들과 상식적 국민들의 반감이 천주교의 고민거리인 냉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천주교 내외에서 축적되고 있는 불안의 핵심은 천주교 지휘부가 대한민국 편이 아니라 김정은 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이는 천주교 박해를 부른 조선조 조정과 민심의 불만을 연상시킨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레이건 미국 대통령 및 대처 영국 수상과 손잡고 일종의 신성동맹을 맺어 소련 공산제국을 무너뜨린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은 한국 천주교의 정체성(正體性) 변화에 경악하고 있을 것이다.
비오 12세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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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 12세 |
스페인 내전(內戰) 때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한 공화파가 천주교도들을 학살한 실상은, 헤밍웨이 같은 반(反)프랑코(親공화파) 지식인들의 활약으로 묻혔다. 이 무렵(1937년) 교황 비오 12세가 발표한 〈DIVINI REDEMPTORIS(구세주이신 하느님)〉이란 제목의 교서는 공산주의 무신론(無神論)에 대한 가장 철학적인, 그래서 가장 본질적인 비판인데 몇 구절은 오늘의 한국 천주교와 교황청에서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보이는 “무조건적 평화주의자들”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공산주의 지도자들은, 평화를 갈망하는 세계적인 열망을 눈치채고는 즉시 사해동포애(四海同胞愛) 운동에 자기네가 가장 열렬한 지지자요 선전가들인 것처럼 꾸며댄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계급투쟁을 유발하여 피의 강을 흐르게 만들며, 체제 전복의 원리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이른바 인도주의나 자선 분야에 협력해달라고 가톨릭 인사들을 초치하고 있다. 때로는 그리스도교 정신과 교회의 교리에 전적으로 합치된 제안까지도 한다.
경애하는 형제 여러분, 신자들이 그 술책에 기만당하지 않도록 감독하기 바란다. 공산주의는 근본적으로 틀렸으며, 그리스도교 문명을 수호하는 이는 그 누구도 어느 형태로든 공산주의와 협력해서는 안 된다. 공산주의에 기만당하여 공산주의가 자기 나라에서 승리를 거두게 조작하는 사람들은 그가 누구든지 간에 첫 번째 희생자가 될 것이다. 그리스도교 문명이 오래되고 위대한 지역일수록 공산주의가 일단 침투하는 데 성공하고 나면 악인들이 휘두르는 증오도 훨씬 무서운 황폐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본인은 어둠의 자식들이 유물론적(唯物論的)이고 무신론적인 선전물로써 밤낮으로 사주(使嗾)하는 그 광분이 결국 빛의 아들들을 충동하여 지존의 영광을 위하여 똑같은 열성, 아니 그보다 큰 열성으로 임하게 만드는 성스러운 목적에 이바지하게 되리라는 굳은 희망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다.”
이승만(李承晩)도 1941년 일본제국 해군의 진주만 공격 직전에 미국에서 펴낸 《일본의 내막(Japan Inside Out)》이란 책에서 “무조건적 평화주의자는 결과적으로 간첩과 같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