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이슈추적

‘6·25전쟁사 필수 과목 폐지’ 당시 陸士에선 무슨 일 있었나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文 대통령의 첫 국방부 지시 사항, “신흥무관학교, 陸士 교과에 반영하라”
⊙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이명박·박근혜 휘호석을 생도들 얼차려 받던 야산으로 옮겨
⊙ 송영길 육사 강연 일주일 후 ‘백선엽 웹툰’ 삭제…
⊙ 당시 육참총장 “(교과과정 개편에 대해) 보고받은 적도, 지시한 적도 없다”
⊙ 당시 육사교장·교수부장 “〈한국전쟁사〉와 〈세계전쟁사〉 통합돼 〈전쟁의 역사〉로 과목이 개편됐을 뿐 6·25전쟁사 없어진 것 아니다”
⊙ 6·25전쟁사 논란되자 최근 육사에선 임관 앞둔 생도에게 보충 교육
⊙ 〈헌법과 군사법〉 폐지 후 〈헌법과 민주시민〉 과목 신설
2018년 3월 6일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육사 74기 임관 및 졸업식에 참석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사진=뉴시스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학문이 무엇인지를 물으면 ‘전쟁사’라고 답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전쟁사는 국가의 운명을 놓고 총력전(總力戰)을 벌인 이들이 피로 써 내려간 흥망성쇠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에서 육군사관학교(육사)는 사관생도들이 6·25전쟁사(한국전쟁사)와 주적인 북한의 실체를 다룬 북한학, 군사전략을 배우지 않고도 장교로 임관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10월 국회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신원식(예비역 육군 중장, 육사 37기) 국민의힘 의원이 “육사에서 ▲6·25전쟁사 ▲북한학 ▲군사전략 등 국가관·안보관·대적관 형성에 필요한 과목을 2019년부터 ‘필수 과목’에서 ‘선택 과목’으로 변경했다”고 공개하며 드러났다.
 
육군사관생도들. 사진=뉴시스
  신 의원은 “6·25전쟁사가 필수 과목에서 제외된 것은 충격적인 문제”라며 “교과과정 개편으로 국군의 정신적 뿌리를 훼손시킨 행위의 몸통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고 했다.
 
  육사 교과과정 개편을 두고 일부 육사 출신 예비역들은 “문재인 정부의 육사 흔들기에 일부 군인이 동조했다”고 했다. 육사 내부 사정에 밝은 이들은 “당시 육군참모총장이었던 김용우(육사 39기) 예비역 대장과 육사 교수부장을 지낸 박석봉(육사 41기) 예비역 준장이 육사 교과 개편을 주동했다”고 말했다.
 
  사관생도들은 졸업 시 일반학(문학·이학·공학) 학사와 군사학 학사를 함께 취득한 뒤 소위로 임관한다.
 
  2019년 개편된 교과과정에 따라 육사에는 ▲국방전략 ▲지휘관리 ▲군사과학 ▲군사공학 등 4개의 군사학 전공이 있다. 이에 2019년(육사 79기, 현재 약 280명)에 입학한 전체 생도 중 국방전략을 전공하는 생도들(약 25%)만 한국전쟁사(6·25전쟁)와 북한학, 군사전략을 필수로 듣는다. 국방전략 전공을 선택하지 않은 생도(약 75%)는 6·25전쟁사, 북한학, 군사전략 과목을 듣지 않아도 된다.
 
 
  문재인, 육사 교육과정 개편 지시
 
야산에 방치된 박근혜 대통령 휘호석.
  2010년 5월 1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육사 개교 64주년을 기념해 육사에 휘호(揮毫)를 했다.
 
  ‘화랑(花郞)의 기상 조국의 희망’
 
  2016년 5월 1일 박근혜 대통령도 육사 개교 70주년을 맞아 기념 휘호를 했다.
 
  ‘투철한 국가관과 애국심의 전당’
 
  육사는 휘호석을 만들어 교정에 설치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당시 육사 교장(53대, 2015년 11월~2017년 9월)이었던 최병로(육사 38기) 중장은 같은 해 9월 2일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휘호석을 야산으로 옮겼다. 육사 출신들은 이곳이 과거 얼차려 받을 때 이용된 인적이 드문 장소(92고지)라고 했다.
 
  2017년 8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후 처음 주재한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국방부에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의 역사를 우리 군의 역사 속에 편입시키는 것을 검토하라”며 육사 교육과정 개편을 지시한다.
 
  담당 부서는 국방부 정책기획관실 기본정책과였다. 대통령 지시사항은 지시 이행 담당자가 지정돼 추진 시한·계획을 보고한 뒤 매월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한국일보》(2017년 8월 30일 자)는 “국방부 업무보고 당시 문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수많은 독립군과 광복군의 활동을 육사에서 우리 군의 역사적인 출발점으로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육사 교과과정 변경 외에도 ‘국군의날(10월 1일)을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하라고도 지시했다. 《한국일보》는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1940년 창설된 광복군을 우리 군의 시초로 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자 문 대통령이 ‘정통성이 없는 10월 1일이 과연 국군의날로 적합한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태영호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당시 첫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방 정책인 ▲‘국방개혁 2.0’의 강력한 추진(한국군 주도의 공세적인 한반도 전쟁수행개념 안 정립 등) ▲방위사업 비리 척결 및 국방획득체계 개선만을 보고했다. 사관학교 교과과정 개정과 관련된 내용은 보고하지 않았다.
 
  이는 육사 교과과정 개편이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親日人名사전》 만든 학자 불러 학술대회 개최
 
  2017년 12월 11일 육사는 ‘육군 역사 재조명을 위한 학술대회-독립군·광복군의 독립전쟁과 육군의 역사’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장을 지낸 윤경로(전 한성대 총장, 민족문제연구소 이사) 신흥무관학교100주년 기념사업회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았다.
 
  《친일인명사전》은 육사를 졸업한 박정희 대통령과 고(故) 백선엽 장군, 특무부대장(현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고 김창룡 장군 등을 친일 인사로 규정했다.
 
  학술대회에는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독립운동가 이회영의 손자인 민주당 이종걸 당시 의원, 이 의원의 사촌 형인 이종찬(육사 16기) 전 국정원장도 참석했다. 당시 이종걸 의원실이 작성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날 “국군의 역사를 군사 분야로 한정시키지 말고 정치사, 헌정사의 일부로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12월 28일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 4개월 만에 《독립군과 광복군 그리고 국군》을 발간했다. 정부 차원의 공식 간행물인 이 책은 5000부가 인쇄된 후 일선 대대급 부대와 각 군 교육기관, 언론, 대학·지자체 등에 배포됐다.
 
  이 책을 두고 당시 《국방일보》는 “《국군50년사》(1998) 등에서 국군의 뿌리를 1946년 1월 15일 창설된 조선경비대로 봤던 것을 수정해 새롭게 재조명한 것”이라며 “국방부 공식 간행물로는 처음으로 독립군과 광복군을 우리 군의 역사에 편입해 국군의 정통성을 되살린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보도했다.
 
  2018년 1월 16일 국방부는 연두(年頭) 업무보고에서 ‘2017년 성과와 평가’를 이렇게 서술했다.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운동사 발굴 및 활용-국군의 역사적 뿌리 재정립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정통성 확립
  ▲군사편찬연구소 연구 결과, 독립군과 광복군은 우리 군의 기원
  ▲각 군 사관학교 및 장병교육과정에 반영, 교육(2018년 3월)
 
 
  송영길, ‘國軍의 뿌리 재조명’ 강연
 
육사를 방문한 송영길 전 의원(오른쪽 세 번째)과 송 전 의원과 고교 동창인 박석봉 육사 교수부장(오른쪽 첫 번째). 사진=송영길 전 의원 홈페이지
  2018년 2월 7일 육사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의원(당시 의원,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3학년 생도와 교수를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주제는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 재조명과 문재인 대통령의 북방정책’이었다.
 
  육사 출신 예비역들은 “육사에서 정치인을 초청해 강연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했다. 송영길 전 의원은 어떻게 육사에서 강연하게 됐을까.
 
  앞서 언급한 ‘육군 역사 재조명을 위한 학술대회(2017년 12월 11일)’를 마치고 이종걸 전 의원은 육사에 “생도들과 식사를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육사는 식사 자리를 마련했고 이 전 의원이 식사에 앞서 간단하게 소감을 밝혔다. 이를 두고 “이종걸 의원이 육사에서 생도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후 송영길 전 의원 측이 “육사에서 강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육사에 전했다고 한다. 당시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이라는 직함으로 육사를 방문해 강연한 송영길 전 의원은 자기 홈페이지에 “나라다운 나라가 되어간다. 육사생도들의 진지한 수강 태도와 반응이 좋았다”고 썼다.
 
  민주당 당대표를 지낸 송영길 전 의원은 지난 6월 1일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이유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송 전 대표의 지역구(인천 계양을)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출마해 당선됐다.
 
  송영길 전 의원의 특강이 이뤄질 당시 육사 교수부장은 박석봉 예비역 준장이었다. 전남 영광 출신으로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와 동향에 송영길 전 의원과 광주 대동고(6회) 동기다. 고3 때는 같은 반(2반)이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강기정(7회) 광주시장, 김오수 검찰총장(8회)도 대동고 출신이다.
 
 
 
‘백선엽 웹툰’ 삭제

 
  송영길 전 의원 방문 후 열흘 뒤 육사 홈페이지에선 ‘백선엽 웹툰’이 삭제됐다(2018년 2월 19일).
 
  ‘백선엽 웹툰(6·25 전쟁영웅의 투혼,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은 2014년 6월 육사가 고 백선엽 장군의 6·25전쟁 활약상을 알릴 목적으로 만든 웹툰이다. 백 장군의 회고록인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2010)를 바탕으로 30회 분량이 제작됐다.
 
  웹툰 제작 당시 육사는 “백 장군의 웹툰을 계기로 묻혀 있는 우리 현대사와 6·25전쟁 영웅들이 되살아나고 원형이 복원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개된 지 3년 8개월이 지난 웹툰이 삭제된 것을 두고 당시 육군은 “백 장군 웹툰 삭제와 국군 역사 재조명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11일 백선엽 웹툰 제작을 총괄한 오경두(육사 39기, 당시 육사 학술정보원장) 전 육사 교수에게 ‘왜 웹툰이 삭제됐느냐’고 물었다. 오 전 교수는 “당시 학교에서 무슨 이유로 삭제했는지는 내게 말해준 적이 없다. 나는 당시 의사결정권자가 아니었다. 그 내용은 당시 의사결정권자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감완태 전 육사 교장은 “당시 대통령이 참석하는 졸업식 행사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웹툰 삭제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교장 시절 벌어진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밝혔다.
 
  백선엽 웹툰 삭제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시 박석봉 교수부장이 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오경두 전 교수는 “생도와 군 장병들에게 6·25전쟁을 알리고자 백선엽 장군을 직접 찾아봬가며 많은 노력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웹툰이 내려간 걸 보고 굉장히, 매우 가슴 아팠다”고 했다.
 
  백선엽 웹툰이 삭제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2018년 2월 20일경) 육사 건물 외벽에는 페인트가 덧칠됐다. 초록색 바탕에 흰색 동그라미, 그 안에 세로로 ‘육사’라고 적은 ‘육사 마크’가 사라졌다. 육사 관계자들이 사는 육사 아파트 외벽에서도 이 마크가 사라졌다.
 
 
  ‘육사 마크 실종 사건’
 
  이를 두고 당시 《조선일보》는 “2017년 탄핵 정국 당시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일부 육사 출신 예비역들이 ‘육사’ 부대 마크가 새겨진 응원 깃발을 들고 시위에 가담함으로써 학교 이미지가 심각하게 왜곡·훼손되었다고 판단, 학교 이미지 실추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학교 외부에서 식별되는 일부 시설물에 설치된 부대 마크를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2018년 삼일절에는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이회영 선생의 흉상이 육사에 설치됐다. 흉상은 탄피 300kg(5.56mm 보통탄 5만 발 분량)을 녹여서 만들었다.
 
  이어 3월 6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는 10년 만에 육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육사는 광복군·독립군 출신에게 명예 육사 졸업장을 수여했다.
 
  2018년 4월 30일 공군사관학교에서는 ‘제13회 공사 심포지엄(독립군과 광복군의 리더십)’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육·해·공·3사 사관생도 800명이 참석했는데 기존까지 진행됐던 심포지엄과는 달리 사관생도가 주축이 돼 주제 발표가 이뤄졌다.
 
  2018년 6월 4일 육사 교장이 바뀌었다. 김완태(54대, 육사 39기, 예비역 중장) 교장의 후임으로 정진경(55대, 육사 42기, 예비역 중장) 중장이 취임했다.
 
  곧이어 6월 8일에는 육사에서 ‘신흥무관학교 107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 윤경로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상임대표가 축사를 했다.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는 2011년 ‘100주년 기념식을 육사에서 열게 해달라’고 육사에 요청했으나 당시 육사는 이를 거절한 바 있다. 107주년 기념식은 전임 김완태 교장 재임 시절 계획된 행사였다.
 
  김완태 전 육사 교장은 지난 11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인민군이 1932년 김일성의 항일유격대를 바탕으로 창설됐다고 주장한다. ‘북괴군(북한군)’과 우리 국군이 정통성 논쟁을 벌일 때 우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광복군과 독립군, 혹은 대한제국까지 계승해 정통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광복군·독립군에 대해 알리려는 노력을 해왔다. 이는 개인적인 소신”이라고 밝혔다.
 
  김완태 전 육사 교장은 일부 육사 출신 예비역들에게서 ‘교장 재임 시절 문재인 정부에 코드(code)를 맞췄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전 교장에 관한 여러 소문이 돌았다. 이를 두고 육사총동창회가 나서 2018년 5월경 김완태 교장에 대한 자체 감사까지 벌였다. 당시 육사총동창회는 “김완태 교장에 대해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독립군·광복군 띄우기에 앞장선 김 전 교장은 정작 육사 교장을 8개월 10일밖에 하지 못했다. 김 전 교장은 기자에게 “교장 시절 벌어진 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 회피할 생각은 없다”면서 “기회가 되면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일부 육사 출신 예비역들은 “김완태 장군이 좌파 정부에 잘 보여 영전을 할 목적으로 광복군·독립군을 띄웠다고 오해하는 시각이 있다”며 “김 장군의 행보 중 상당 부분은 육사 지방 이전을 저지하기 위해 마련된 대응책”이라고 변호했다.
 
  육사 교수 출신 A는 “김완태 장군이 육사 교장으로 부임할 무렵 육사 지방 이전이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김 장군 부임 후 육사 지방 이전 논의가 수그러든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한국전쟁사’에서 ‘한반도의 전쟁’으로 둔갑

 
  육사 교과과정은 통상 4년 주기로 개편된다. 2019년 육사 교과과정 개편(2018년 9월 진행, 2019년 2월 확정)은 정진경 교장 재임 시절 이뤄졌다.
 
  이에 앞서 육사는 최병로 교장 재임 시절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육사 교과과정 개편에 대한 연구를 의뢰(2016년 12월)했다. KIDA 보고서는 현행 육사 교육과정에서 필수 과목 배정이 과도해 생도들의 수업 선택 자율권을 제한한다고 봤다.
 
  2018년 8월 육사는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에게 교과과정 개편(도약적 변혁 추진계획-‘육군의 미래 문제를 스스로 찾아 해결책을 제시하는 인재’)을 보고했다.
 
  이 시기 육군은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를 제작 발표했다.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육군 창작 뮤지컬’이라는 소개가 붙었다. 육군은 연예인 출신 병사까지 파견하며 뮤지컬을 만들었다.
 
  사관학교 교과과정 개정은 사관학교설치법과 고등교육법에 따라 5~6단계를 거친다.
 
  ①육사 교과과정 (개정) 연구위원회(→교학위원회)→②육사 교육운영위원회(위원장 교수부장)→③육사 교장 승인→④육군참모총장→⑤국방부 장관(↔교육부 장관과 협의) 순이다.
 
  교과과정 개편의 실무를 맡는 교과과정 (개정) 연구위원은 주로 육사 교수들로 구성되며 교수부장이 추천하고 교장이 임명한다. 2019년 교과과정 개편 당시 교수부장은 박석봉 장군, 교장은 정진경 장군, 육군참모총장은 김용우 장군, 국방장관은 정경두 예비역 공군 대장이었다.
 
  2019년 이전에 입학한 생도들에게는 〈한국전쟁사〉(6·25전쟁, 3학점)와 〈세계전쟁사〉(2학점)가 필수 과목이었다. 하지만 교과과정 개편으로 〈한국전쟁사〉와 〈세계전쟁사〉 과목을 폐지한 후 〈전쟁의 역사〉(3학점)를 개설했다. 교과과정 개편으로 〈한국전쟁사〉는 〈한반도의 전쟁〉(선택 과목)으로 과목명도 바뀌었다.
 
  육사에서 전쟁사는 군사사학과가 담당한다. 교과과정 개정 당시 군사사학과에서는 ‘〈한국전쟁사〉를 선택 과목으로 전환하면 안 된다’며 당시 박석봉 교수부장에게 수차례 건의했으나 박 교수부장은 이를 묵살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1년 육군3사관학교(3사)에서는 필수 과목으로 전쟁사가 사라지고 〈전쟁과 전쟁법〉(2학점)이 개설됐다. 여기서 6·25전쟁사를 일부 가르치고 있다.
 
 
  교수부장, 이례적으로 임기 연장돼
 
  교과과정 개편의 실무가 마무리될 즈음 육사에서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2018년 11월 박석봉 교수부장의 임기가 1년 연장된 것이다. 2016년 11월 취임한 박 교수부장은 2018년 11월 전역을 해야 했다. 육사 교수 중 최선임자인 교수부장(준장)은 임기가 2년이다.
 
  육사 출신 C는 “육사에는 군인 신분인 교수가 70명가량 있다. 이들은 2년에 한 명 나오는 교수부장을 꿈꾸며 생도들을 가르친다. 박 교수부장은 3년을 했다. 대단히 이례적이다. 육사 개교 이래 유이(有二)하다”고 했다. 1987년 이후 ‘3년 임기’ 교수부장을 지낸 이는 박석봉 준장뿐이다. 이는 40년 만에 처음이다.
 
  육사 교과과정 개편은 2018년 12월 24일 서주석 국방차관에게도 보고된다. 이어 2019년 2월 15일 육군참모총장(김용우) 보고, 2월 21일 국방장관(정경두, 초안 2019년 1월 보고) 승인을 거쳐 확정돼 그해 3월 1학기부터 적용됐다.
 
  교과과정 개편 직후 《국방일보》는 2019년 3월 12일 자 보도에서 이를 소개한 뒤 ‘육사 교과과정 개정 주도 박석봉 교수부장’이라는 부제를 달고 박 교수부장을 인터뷰했다.
 
  육사 교과과정 개편에 책임이 있는 이들은 크게 박석봉 당시 교수부장, 정진경 당시 육사 교장, 김용우 당시 육군참모총장이다.
 
  기자는 지난 11월 9일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 측에 6·25전쟁사 필수 과목 폐지가 당시 총장의 지시였는지를 물었다. 이에 김 전 총장은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런 내용을 보고받은 적도, 지시한 적도 없다. 당시 육사 교장이나 교수부장에게 확인해보시라. 육군총장이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학교의 특정 교과 과목을 조정하는 것이 온당하고 가능한 일인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근거도 없는 말로 사실을 왜곡하고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헌법과 민주시민〉 개설
 

  지난 10월 24일 육군본부는 신원식 의원실의 질의(육사 교과과정 개편 관련 육군참모총장의 업무 지시 방법 및 내용)에 대해 “육사 교과과정 개편과 관련하여 지시 공문은 없었으며 구두로 지시한 사항에 대해서는 확인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서주석 당시 국방부 차관에서 ‘2019 육사 교과과정 개편’ 당시 육사는 군사학 과목에서 〈헌법과 군사법〉을 폐지하고 〈헌법과 민주시민〉을 신설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서주석 국방차관은 자신이 ‘○○여대에서 3년간 민주주의 과목을 강의한 경험이 있다’며 “전반적으로 잘 연구됐다”고 했다.
 
  정진경 전 육사 교장은 기자에게 “당시 육사 교장으로서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역사 교육 강화는 즉각 보완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육사와 개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퍼져 안타깝다. 진상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했다.
 
  정진경 전 교장은 “한국전쟁사 필수 과목 제외를 두고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 교수들에게 그와 같은 지시를 내린 사실도 없다. 교과과정 개편 보고 당시에도 그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고 논의된 적도 없었다. 장관 보고 때도 6·25에 대해 언급된 적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정 전 교장은 “교과과정 개편 위원들에 따르면 ‘개편 당시 기존의 〈한국전쟁사〉와 〈세계전쟁사〉를 합쳐 〈전쟁의 역사〉라는 과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사 과목이 없어진 게 아니다. 〈전쟁의 역사〉에서 6·25전쟁에 대한 비중이 줄어들자 이를 보완하고자 선택 과목으로 〈한반도의 전쟁〉을 심화 과목으로 (추가) 개설했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교과과정 개편으로 과마다 해당 과가 담당하는 수업 시수를 ‘균등하게’ 줄이는 과정에서 〈한국전쟁사〉와 〈세계전쟁사〉를 합쳐 〈전쟁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육사 출신들은 “아무리 과별로 학점을 줄인다고 해도 한국전쟁사를 빼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교과과정 개편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개편에서 한국전쟁사를 필수 과목에서 폐지한 점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했다.
 
 
  “보고만 받았을 뿐”(교수부장)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오른쪽)과 박석봉 전 육사 교수부장. 사진=유튜브 캡처
  박석봉 전 교수부장은 “육사에서 6·25전쟁사가 필수 과목에서 폐지됐다는 이야기는 뉴스를 듣고 알게됐다.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과과정 개편은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합의해 결정한 사안”이라며 “교과과정위원장에게 진행 상황만 보고 받았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11월 11일 기자는 박 전 교수부장과 통화했다.
 
  — 〈한국전쟁사〉가 선택 과목으로 될 때 ‘김용우 육군총장과 박 교수부장이 적극 나섰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거짓말입니다. 그런 적이 없습니다. 교과과정 개정위원들이 최종 의견 합의를 봐 결정한 사안입니다.”
 
  박 전 교수부장은 기존의 〈한국전쟁사〉와 〈세계전쟁사〉가 통합돼 2021년부터 〈전쟁의 역사〉로 과목이 개편됐을 뿐 6·25전쟁사(한국전쟁사)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과과정 개정위원장(당시 중령, 현 대령 정○○)이 제게 ‘전쟁사 두(한국·세계) 과목을 한 과목(전쟁의 역사)으로 한다’고 하기에 ‘군사사학과 교수들이 동의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개정 위원장이 ‘토의를 해 최종적으로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했죠. 교과과정 개편으로 필수 과목을 줄이다 보니 해당 학과별로 맡는 필수 과목을 줄였어야 했죠. 그게 다입니다.”
 
  — 〈한국전쟁사〉와 〈세계전쟁사〉가 통합되기에 6·25전쟁에 대한 교육 비중이 줄어든다고 윗선에 보고는 하셨습니까.
 
  “아니요, 그런 이야기는 너무 상식적이어서 (윗선에) 보고를 안 했죠. 저는 개정 위원장인 정○○에게 보고만 받았을 뿐입니다. 또 상식적으로 사관학교에서 6·25전쟁사를 빼는 것은 말이 안 되죠.”
 
  박 전 교수부장은 〈한국전쟁사〉를 필수 과목으로 둘지 선택 과목으로 둘지를 결정하는 것은 군사사학과의 소관이라고 했다.
 
  — 군사사학과에서는 교수부장에게 ‘6·25전쟁사를 필수 과목에서 폐지하면 안 된다’고 수차례 건의했다고 합니다.
 
  “전혀 그런 적이 없습니다. 저는 전혀 기억이 없고요, 저는 교과과정위원장을 통해서만 보고받았고 당시 위원장이 제게 그런 내용을 보고한 적은 없습니다.”
 
 
  “송영길 특강은 학교 차원 결정”
 
  박 전 교수부장은 “육사의 교육과정은 좌우 정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당초 교수부장 임기는 2년인데 1년이 추가돼 3년을 하셨습니다.
 
  “당연히 후배가 할 줄 알았는데 국방부에서 명령이 났습니다.”
 
  — 왜 그렇습니까.
 
  “그건 제가 답할 수가 없죠. 국방부에서 발표했기 때문에.”
 
  — 연장 희망은 했습니까.
 
  “(더 하겠냐고) 물은 적도 없어요.”
 
  — 이동희 교수부장(1979~1982년 재임)을 제외하곤 이례적이잖아요.
 
  “예, 그렇죠.”
 
  — 당시 김용우 총장과 가까워서 1년 연장된 것이 아니냐고 합니다.
 
  “가깝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모르겠습니다.”
 
  — 2018년 2월에 송영길 전 의원에게 육사 특강을 맡긴 것을 두고 비판이 있습니다.
 
  “누가 그럽니까. 저는 동창이라고 해서,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그 양반한테 찾아가 뭔 이야기해본 적 없습니다.”
 
  — 누가 특강을 부탁한 겁니까.
 
  “학교 차원에서 결정한 겁니다. 교수부장 권한일 수도 없고요. 학교장님이 최종 결정을 하셨겠죠. 송영길 의원 보좌관하고 학교장님이 동창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완태 전 육사 교장은 이에 대해 웃으면서 “그 보좌관은 특강을 계기로 알게 된 고향(충북) 사람”이라고 했다.
 

  육사 교수 출신 D는 이렇게 밝혔다.
 
  “대부분의 교과과정 개편은 교수부장이 주도합니다. 육사 교장은 야전에 있다가 와 교과과정 개편에 대해 잘 모릅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죠? 그리고 학과의 과목이 없어지는데 좋아할 교수는 아무도 없어요. 군사사학과 교수들이 항의하지 않았다? 항의 많이 했습니다. 개편 이전만 해도 군사사학과는 필수 과목 3개(한국전쟁사, 세계전쟁사, 군사전략)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필수 과목을 하나로 줄이라는 지시 때문에 지금의 〈전쟁의 역사〉가 개설됐죠.”
 
  ― 박석봉 교수부장은 〈전쟁의 역사〉에서 6·25전쟁을 가르쳐 문제 될 게 없다고 합니다.
 
  “과목 자체가 틀려요. 〈전쟁의 역사〉는 세계전쟁사입니다. 한국전쟁사는 우리 땅에서 일어난 전쟁을 굉장히 세부적으로 전술적인 부분까지 다 가르쳐요. 완전히 다른 이야깁니다.”
 
  〈전쟁의 역사〉가 세계전쟁사로 구성된 이유는 당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등 과거와는 다른 전쟁 양상(하이브리드전)을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대신 교과과정연구위원회는 군사사학과에 ‘다른 전공 생도들도 한국전쟁사(한반도의 전쟁)를 수강할 수 있도록 선택 과목으로 지정해주겠다’며 설득했다. 이후 육사생도 중 약 30%만이 〈한민족의 전쟁(한국전쟁사)〉을 수강했다.
 
  ―사실상 한국전쟁사(6·25전쟁사)가 필수 과목에서 폐지된 것입니까.
 
  “예.”
 
  D씨의 주장대로 〈전쟁의 역사〉는 세계전쟁사를 다뤘다. 해당 과목 교과서는 존 키건이 쓴 《세계전쟁사》(2018, 까치)였다.
 
 
  육사, 졸업예정자 대상으로 6·25전쟁사 집중 교육 중
 
문재인 정부 초대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된 김용우 육군 대장이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에게 경례를 하고 있다. 김용우 예비역 대장은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했다. 대만 대사(주 타이베이대표부 대표)로 내정됐으나 지난 11월 16일 기자에게 내정 철회됐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현재 육사에서는 2023년 3월 임관할 4학년 생도를 대상으로 16회 분량의 6·25전쟁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육사 전쟁사 필수 과목 폐지와 관련해 국방부는 감사를 벌였다. 육사 내부 사정에 밝은 이는 “현재 육사에서 내년 3월에 임관할 79기 생도들을 대상으로 6·25전쟁사를 16회에 걸쳐 집중 교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우 전 총장은 현재 대만 대사(주 타이베이대표부 대표)로 내정됐으나 지난 11월 16일 기자에게 “내정 철회됐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김용우 예비역 대장은 예편 후 윤석열 캠프에 참여했다. 정권 교체 후 KAI(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 사장으로 간다는 말이 돌았으나 무산됐다.
 
  김용우 전 총장은 기자가 ‘대만 대사에 지원한 것인지, 권유받은 것인지’를 묻자 “정부의 외교 정책과 관련한 사안이므로 확인해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님을 양해 바란다”고 했다.
 
  육사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인물들이 책임을 회피하고자 희생양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그 중 한 명이 현재 육사 교수부장인 김순수(육사 44기) 준장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 11월 교수부장 임명과 함께 장군으로 진급했고 국비 유학으로 중국 인민대(석사)와 북한대학원(박사)에서 공부했다. 진급 시점과 학력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를 6·25전쟁사를 육사 교과과정에서 제외한 주동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기자가 접촉한 육사 관계자들은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기자는 김순수 교수부장 등 육사 교수들의 입장을 묻고자 연락했으나 이들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백선엽 웹툰’은 누가 만들었나
 
2014년 7월 14일 자 KTV에 출연한 오경두 전 육사 교수. 오 전 교수는 “백선엽 웹툰이 내려간 걸 보고 굉장히, 매우 가슴아팠다”고 했다. 사진=KTV 캡쳐
  지난 11월 16일 박석봉 교수부장은 백선엽 웹툰이 자신의 주도로 만들어졌고 국방일보 등에 실리게 된 것도 자신의 건의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백선엽 웹툰 삭제 경위를 묻는 말에는 “정훈 쪽에서 했을 것”이라고 했다.
 
  육사 관계자는 백선엽 웹툰 삭제와 관련해 “당시 공보정훈부에서 웹툰을 삭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선엽 웹툰 제작을 총괄했던 오경두 전 육사 교수는 지난 11월 17일 “생도들과 장병들에게 6·25 전쟁의 실상과 군인정신을 알리기 위해 백선엽 장군님을 직접 찾아봬 고증해가며 웹툰을 제작했다. 육사에서 전군에 웹툰을 개방해서 80만 뷰(view, 조회수) 이상 큰 호응을 얻었다”며 “이에 내가 양종수 학교장에게 건의해 국방일보에 일주일에 두 번씩 30화까지 연재했던 것”이라고 했다. 오 전 교수는 자신이 백선엽 장군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웹툰 제작은 웹툰병이 꼭 있어야 합니다. 애니메이션학과 출신의 전방 부대 병사가 파견돼 제작에 참여했죠. 부대에 속한 병사를 파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서 당시 육사 교장이었던 양종수 장군이 백선엽 장군 웹툰 제작의 의의를 사단장들에게 알려 웹툰병 2명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백선엽 웹툰 제작 당시 학교장이었던 양종수(육사 37기) 예비역 중장에게 지난 11월 18일 ‘박석봉 장군이 백선엽 웹툰 제작을 자신이 총괄했다고 주장한다. 웹툰 제작은 누가 맡았나’를 물었다. 양 전 육사 교장은 “오경두 교수가 했다”고 밝혔다.
 
  양종수 장군의 입장을 바탕으로 지난 11월 18일 박석봉 교수부장에게 ‘백선엽 웹툰’에 대해 재차 묻자 ‘오경두 교수가 하다가 자신이 이어받았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박석봉 교수부장은 대통령 휘호석 이전과 관련해 “당시 학교장이 없애려던 것을 자신의 건의로 보존하게 됐다”고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육사 교장이었던 최병로(육사 38기) 예비역 중장은 지난 11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휘호석 이전과 관련해 (누구에게) 건의받은 적 없다. 내가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최 장군은 “탄핵과 휘호석 이전은 상관이 없다”며 “육사에 대통령 휘호석(이명박, 박근혜)이 자꾸 들어서면 육사가 휘호석 동산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 휘호석도 당초 휘호만 받으려 했으나 당시 청와대 안보실 지시로 휘호석을 만들게 됐다. 휘호석이 당장은 보기 좋지만 육사가 정치 바람을 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병로 장군은 “만약 내가 (대장으로) 진급이 (결정)된 후 휘호석을 옮겼더라면 문재인 정권에 편승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겠지만 이미 육사 37~38기가 군에서 물러나는 시점이라 자유롭게 결정했다. 앞으로도 대통령 휘호석이 만들어지면 한데 모아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지금의 장소로) 이전했다”고 했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왜 내게 책임 넘기나”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은 “나를 향해 ‘어떤 의도를 갖고 6·25전쟁사를 없앴다’고 하는데, 나는 평생 군인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6·25전쟁사를 없앴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내 입장에선 황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네들(육사 교수, 군사사학과)이 없앴으면서 왜 나한테 책임을 넘기는 것이냐”고 했다.
 
  ‘최종 결재(승인)를 한 것은 육군참모총장이 아닌가’라는 물음에 김 전 총장은 “세부 사항을 보고 받지 못 했다”며 “교과 과정의 세부 내용까지는 관심 사안이 아니다. 세부 내용을 어떻게 정할지는 해당 학과장의 책임”이라고 했다.
 
  이어 “총장이 육사에 어떤 지침을 주지 않았고 (당시 상황에 대해) 인지도 못 했다”며 “내용이 뭔지도 모르는데 (개편안에) 사인(결재)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그렇게 이야기할 순 있다”고 했다.
 
  김 전 총장은 “내가 마치 육사 교장이나 교수부장에게 무언의 압박을 줘 육사 군사사학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6·25전쟁사를 필수 과목에서 폐지하게 한 것처럼 비친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월 16일 밤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과 기자의 통화 내용 중 일부이다.
 
  ― 그럼 당시 정진경 육사 교장도 박석봉 교수부장에게 교과과정 개편에 대한 보고를 못 받았다는 겁니까.
 
  “정진경 교장은 당시 교수부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받지 못 한 거로 알고 있어요. 육사 교장도 보고받지 못 한 걸 총장이 어떻게 압니까.”
 
  ― 교수부장은 알고 있었던 것 아닙니까.
 
  “교수부장은 당시 교과과정 개정위원장(TF장)으로부터 보고받았다고 들었습니다.”
 
  ― 그렇다면 왜 교수부장은 학교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겁니까.
 
  “교수부장 입장에서는 ‘당시 교과과정 개정위원회에서 학과장들이 〈한국전쟁사〉와 〈세계전쟁사〉를 통합해 교육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인지를 한 수준이죠.”
 
  ― 취재한 바에 따르면, 육사 군사사학과에서는 박석봉 교수부장에게 ‘〈한국전쟁사〉와 〈세계전쟁사〉를 통폐합하면 안 된다’고 수 차례 밝혔다고 합니다.
 
  “그건 내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군사사학과 교수들이 ‘교수부장에게 이야기했다’는 주장은 그들의 주장인데, 교수부장이 교장한테 이야기하질 않고 또 교장이 나(총장)한테 이야기하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그럼 누구의 잘못입니까.
 
  “교수부장이 교장한테 의사소통을 하지 않아서 나한테까지 인지가 안 된 거죠. 나는 모르는 상황입니다. 내가 박석봉 전 교수부장에게 물어보니 박 전 교수부장은 ‘(육사 군사사학과에서 항의한 일이) 한 번도 없다, 구체적으로 증거를 대라’고 이야기합니다. 분명한 것은 내가 ‘교장이나 그 누구로부터 그(6·25전쟁사 필수 과목 폐지) 사실을 보고받은 적도, 인지한 적도 없다’라는 겁니다.”
 
 
  박석봉 전 교수부장, “몹시 수치스럽다”
 
  박석봉 교수부장은 지난 11월 18일 기자에게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육사인으로서 이렇게 육사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기사화되는 모습이 몹시 수치스럽습니다.
 
  〈전쟁의 역사〉가 처음 개설돼 시행된 연도는 (교과과정) 개정(2019년) 후 2년이 지난 2021년 3월입니다. 교과과정위원회와 (육사) 지휘부는 〈한국전쟁사〉와 〈세계전쟁사〉를 〈전쟁의 역사〉로 통합하고 (군사사학과가) 적절히 안배해 가르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2021년 〈전쟁의 역사〉 과목에서 한국전쟁사 부분을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전쟁의 역사〉에서 6·25전쟁사(한국전쟁사) 내용이 빠졌다면 2021년 1학기 육사 ‘교육 준비 검열(매 학기 실시)’ 때 알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과목에 어떠한 내용을 담아 가르칠 것인지는 해당 학과 교수들이 책임지고 구성합니다.
 
  6·25전쟁사가 빠졌다면 그것은 2019년 교과개정 개편 당시 벌어진 일이 아니라 2021년 ‘2019 개정안’을 적용해 〈전쟁의 역사〉를 처음 개설할 때 벌어진 일입니다.”
 
  박석봉 전 교수부장의 주장은 ▲2019년 교과과정 개편 당시 학과 교수들 간 자유로운 토의를 거쳐 한국전쟁사와 세계전쟁사를 통합해 〈전쟁의 역사〉라는 과목이 만들어졌고 ▲과목 〈전쟁의 역사〉에서 어떤 내용을 가르칠 것인지는 강의를 담당하는 육사 군사사학과의 소관 사항이며 ▲2021년 〈전쟁의 역사〉가 처음 개설돼 생도들에게 교육할 때 6·25전쟁사와 관련한 내용이 강의에서 빠졌다면 이는 당시 교수부장, 교학처장, 군사사학과 교수의 책임이라는 취지이다.
 
  이에 대해 육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이는 아래와 같이 반박했다.
 
  “교과과정 개편은 2019년 1월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받았고 이를 근거로 같은 해 2월 ‘세부시행지침서’가 만들어졌습니다. 정진경 당시 육사 교장이 세부시행지침서에 결재했습니다. 장관 결재가 법령이라면, 육사 교장의 결재는 시행령에 해당합니다.
 
  2021년 당시 교수부장 E와 교학처장 L은 2019년 2월 박석봉 교수부장과 정진경 육사 교장이 만들어 놓은 세부시행지침서를 이행한 것에 불과합니다. 만약 E와 L이 2019년 만든 세부시행지침서와 다른 내용을 가르치거나 이를 보완한다면 오히려 법적인 문제(직권남용)를 부를 수 있습니다. 2021년 당시 교수부장과 교학처장, 군사사학과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박석봉 전 교수부장은 또 군사사학과가 ‘교과서’ 없이 생도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교수부장은 “육사 역사상 여태까지 교과서 없이 전쟁사 수업을 한 적은 없다. 그런데 육사 군사사학과에서 지금 교과서도 없이 생도들에게 〈전쟁의 역사〉를 가르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석봉 전 교수부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육사 군사사학과는 존 키건이 쓴 《세계전쟁사》(2018, 까치)를 비롯해 세계전쟁사를 다룬 책을 바탕으로 〈전쟁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이에 대해 육사 교수 출신 H는 “교과서 없이 수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박석봉 교수부장이 자기 책임을 회피하려고 궤변을 늘어 놓고 있다”고 했다.
 
  박 전 교수부장은 “누군가 나를 음해할 목적으로 사실과는 다른 내용을 제보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간 육사 6·25전쟁사 폐지와 관련해 관심을 뒀던 육사 출신 예비역 장군 P씨는 “그렇다면 당시 육사 교수부장, 육사 교장, 육군참모총장은 직무유기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육사, 사관생도 가치관 확립 위해 교육과정 개편 준비 중
 
  육사 관계자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국방부 감사 결과가 나오면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육사는 사관생도 가치관 확립을 위한 필수 과목 확대를 방향으로 교육과정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육사는 “2019년 교과과정 개정으로 과거 전통적인 필수 과목(전쟁사, 북한학 등)을 미수강하는 생도가 발생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치관(국가관, 안보관, 역사관, 대적관) 확립에 필요한 과목(전쟁사, 북한학, 군사전략 등) 이수를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2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파랑    (2022-11-23) 찬성 : 7   반대 : 0
사실 육사교장/육참총장이 세부 교과 내용까지 속속들이 알기는 쉽지 않을터 ... 해명마다 거짓으로 일관하는 박 교수부장이 주도한 것으로 추정이 되는군. 이념적인 정권에 빌붙어 자리보전하고 야성을 잃은 샐러리맨 군인들을 솎아내야 국가안보 바로 선다.
  JKK    (2022-11-22) 찬성 : 11   반대 : 0
대한민국 온 천지에 구린 내가 나지 않는 곳이 없도록 만들었네...ㅠㅠ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