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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반도 대예측

동북아 세력전환과 한국 통일

글 :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 전 주일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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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미국 본토 공격능력과 제2차 공격능력 보유하게 되면 통일은 거의 ‘불가능’
⊙ 대중(對中)관계, 한미동맹 우선하되 사안별로 국익·원칙·가치·국제규범에 따른 일관된 대응 중요, 단기적 손해는 감수할 의지가 필요
⊙ 통일한국의 비핵화·대량살상무기(WMD) 불보유 사전 선언 등 주변국 우려 불식 필요
⊙ 인도적 지원 계속하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적 압박 강화해야

신각수
1955년 출생. 서울대 법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국제법 박사. 외교통상부 조약국장,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 주이스라엘대사, 외교통상부 제2·1차관, 주일대사,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국제법센터 초대 소장 역임. 현 법무법인 세종 고문
  우리가 살고 있는 2010년대는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전환기이다. 우선 한반도는 북한의 3대 세습체제 고착과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로 인해 남북 군사균형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 공격능력과 함께 2차 공격능력을 가진 전략핵무기 무장 국가가 되면 디커플링 효과로 인해 미국의 한반도 군사지원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동아시아에서는 경제·군사적으로 부상하는 중국이 미국의 우월적 지위에 도전하면서 세력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미·중 대립과 경쟁이 심화하고 한반도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세계적으로는 양극화 현상으로 전후(戰後) 국제사회를 이끌어 왔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약화되면서 매우 복합적인 혼돈의 세계가 전개되고 있다. 2016년 브렉시트,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은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핵 위기가 심화함에 따라 통일 담론은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은 우리가 상정하기 어려운 시점에 올 것이라는 점에서 상황의 변화에 좌우되지 말고 꾸준히 준비해 가야 한다. 특히 통일은 정치적 통합에 불과하고 진정한 의미의 통일은 70여년간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온 남북한 사회의 경제·사회·문화·교육 등 다양한 차원에서의 통합이라는 점에서 보다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한 과제다. 통일의 내외 여건을 조성하면서 통합의 시간·비용을 줄이는 데 국민적 합의와 의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
 
 
  한국 통일의 개념과 조건
 
  ‘통일 비용’보다 ‘통합 비용’이 더 많이 들 것
 
  한국 통일은 남북한이 정치적으로 하나가 되는 정치적 통합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은 한국헌법의 기본가치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법치, 국제평화주의 등을 북한 지역에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통일의 방법도 우리 헌법에 따라 민주적·평화적이어야 한다. ‘민주적’은 북한 주민도 참여하는 민주선거를 통해 통일한국의 헌법을 정하고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것이므로, 우리 통일담론이 북한 주민의 의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경향은 잘못된 것이다. ‘평화적’은 무력통일의 배제를 의미하지만, 북한 내 급변사태 발생 시 안정화 차원의 무력사용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남북한은 국가관계가 아닌 ‘특수한(sui generis) 관계’라는 점에서, 민족자결권이 통일과정에서 제3국의 간섭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통일한국을 달성하는 데는 다양한 차원의 통합이 필수적이다. 통일 전에도 부분적으로 통합이 진행되며 통일 후에도 통합과정이 상당 기간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장기간에 걸친 연속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통일준비 작업을 통해 막대한 통일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통상 통일비용은 낙후된 북한경제를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분석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른 정치·사회·문화 통합비용이 훨씬 더 소요된다는 점에서 훨씬 막대할 것이다.
 
 
  통일의 조건
 
함경북도 무산의 장마당. 장마당으로 대표되는 시장화는 주민통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가 통일을 성취하는 데는 크게 3개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통일은 북한의 변화를 전제한다. 그 방법은 개혁개방을 통해 우리 헌법가치에 가까워지는 경우와 북한 체제가 붕괴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우리 통일정책도 2개 상황을 전제로 이원적 접근을 해야 한다. 역대 한국정부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북한의 변화를 위한 연계정책(engagement policy)을 시행해 왔으나, 체제위기를 우려한 북한의 거부로 별 성과가 없었다. 주체사상의 특성상 북한의 자체 변화 가능성은 낮고, 공포정치로 인한 의사결정의 경직성으로 덩샤오핑, 고르바초프와 같은 개혁 리더십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특히 연계정책은 북한 핵문제로 인해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당분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한편 북한의 붕괴 가능성도 단기적으로 낮다고 평가된다. 3대 세습의 전체주의 체제인 북한은 김정은 시대가 6년차에 접어들어 안정된 상태다. 2016년 7차 노동당 대회와 2017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당 우선과 엘리트 교체작업을 마무리하였다. ‘6·28 방침’, ‘5·30 조치’, ‘사회주의기업 책임관리제’ 등 부분적 경제개혁을 통해 경제성장도 어느 정도 확보하였다.
 
  그러나 북한체제는 높은 내구성에도 불구하고 3대 세습에 따른 취약성도 증가하고 있다. 500여개 장마당으로 대표되는 시장화는 관리경제하의 주민통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달러·위안화가 많이 유통되고 있는 점도, 제재로 외화가 줄어들면 시장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그리고 식량배급 중단으로 이동의 자유가 늘어나고 외부 정보가 빠르게 유통되면서 고도 통제사회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가 북한경제를 직접 압박하고 있는 점도 체제불안 요인이다. 소련·동구 몰락이 눈사태처럼 왔듯이 북한체제도 임계점을 넘겨 급변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용히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공개적 정권교체 정책은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주변국 협력을 확보하는 데도 역효과가 있는 만큼 피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주민이 한국주도 통일을 지지하도록 여건을 조성해 가야 한다. 북한주민의 통일 열망은 중국 등 외세의 개입을 막는 데도 소중한 자산이다.
 
  둘째, 통일은 우리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추진해야 할 과제인 만큼 국내 통일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막대한 경제·사회적 통합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경제력을 비축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남북 경제격차 해소와 70년간 매우 다르게 발전한 체제를 통합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그리고 통일과정에 수반할 안보위협에 대처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하며, 북한의 핵무장 완성은 안보위협을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만큼 획기적 자주국방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우리 국민들의 통일의지를 결집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막대한 통일비용을 염려하여 통일에 소극적 경향이다. 그러나 통일은 근대화를 완성하고 동북아의 지정학적 질곡 속에서 한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므로 통일 의지를 키워야 한다.
 
  셋째, 한반도는 해양·대륙세력이 교차하는 요충으로 지정학적으로 가장 민감한 곳에 위치하여 주변국들의 지지와 협력 없이는 통일을 이루기 어렵다. 특히 동아시아는 중국의 부상(浮上)으로 세력전환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미·중, 중·일, 미·러 갈등은 통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통일외교는 이를 극복하여 통일의 대외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물론 국제사회와 유엔도 우리 통일노력을 지원하고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과 지렛대를 확보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요소다.
 
 
  한국과 독일의 차이점
 
한국은 27년 전 통일한 독일에 비해 여러 가지 국제적 조건이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면 우리의 통일 여건은 어느 정도일까? 27년 전 독일 통일과의 비교를 통해 살펴본다. 가장 큰 차이는 독일의 경우 냉전시대에 동서대립으로 긴장이 고조된 적은 있었지만 동독의 침략이나 도발을 겪지 않았다. 북한은 남한을 침략하였고 휴전 후에도 적화통일의 꿈을 버리지 않은 채 다양한 무력도발과 핵·미사일 개발로 남한 안보를 위협해 왔다.
 
  둘째, 독일에서는 서독이 동방정책과 ‘접촉을 통한 변화’를 통해 동서독 교류와 협력을 진전시켰으나, 남북한은 남한의 연계정책에도 불구하고 간헐적인 교류와 협력에 불과하여 매우 제한적이었다.
 
  셋째, 분단격차 면에서는 남북한의 인구·경제 격차가 동서독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서 통일·통합 비용이 클 것이다.
 
  넷째, 국제적 위상 면에서 독일은 유럽의 핵심국가로서 유럽통합의 주역이지만, 중견국가인 한국은 주변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열위(劣位)에 있다.
 
  다섯째, 동독은 분단 이전 바이마르 공화국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경험하였고 기독교의 영향력이 강하지만, 북한은 식민통치와 공산독재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경험이 전혀 없고 주체사상이라는 전체주의적 도그마로 세뇌되어 이념·가치 격차가 훨씬 크다.
 
  여섯째, 주변국의 견제 면에서는 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 유럽의 핵에 해당하는 독일은 주변국의 견제가 매우 심했던 반면, 한국은 주변국들이 현상유지를 원하지만 통일을 적극적으로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일곱째, 후원국 면에서도 위성국가 동독의 버팀목이었던 소련이 소멸한 데 비하여 북한 후원국인 중국은 급격히 부상 중이다. 미·중 대립과정에서 북한은 중국에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덟째, 지역체제 면에서는 독일은 안보에서 NATO, 경제에서 EU라는 지역체제가 있었던 반면, 한국이 있는 동북아와 동아시아의 지역화는 아직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아홉째, 핵무장 면에서도 동독에는 소련 통제 핵무기가 배치되었을 뿐인데, 북한은 독자적 핵·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사실상의 핵무장 국가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의 통일 여건은 탈(脫)냉전 직후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특히 북핵 문제로 연계정책을 제대로 실시할 수 없는 제약이 아픈 부분이다. 북한이 미국 본토 공격능력과 제2차 공격능력을 보유하게 되면 통일은 거의 ‘불가능(non-starter)’에 가깝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거기에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 주변국들이 통일보다는 분단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 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과 러시아도 통일을 지지할지 불확실하다. 이와 함께 지정학의 귀환으로 북한 급변사태 시 외부세력의 개입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동북아 전환기의 한국 통일
 
  북한, 중동으로 핵 확산 시도 가능성
 
  2010년대부터 한반도와 동북아는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우선 한반도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하면서 군사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북한은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다종화·표준화와 함께 탄두 수도 2~3년 내에 60~100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운반수단도 이동식발사 미사일·고체연료·SLBM·ICBM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는 조만간 북한이 사실상 핵무장국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북아 전략 환경에 대변화(game changer)를 가져와 통일에 큰 악재가 될 것이다. 특히 김정은 1인체제의 특성과 사실상 핵 선제공격을 포함한 공세적 핵 교리 채용으로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험이 크게 증대된다. 그리고 제재에 몰린 북한이 중동으로 핵 확산을 시도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이 미국 본토 공격능력을 보유하기 전에 군사력을 사용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산·오판에 의한 우발적 전쟁의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다.
 
  한편 김정은 정권은 핵 위기의 고조에 따른 압박의 강화와 함께 시장화, 정보유통, 공포정치 등 권력 불안요인 증대로 취약성이 커질 것이다. 김정은의 다양한 리더십 약점과 함께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부진은 통치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다.
 
 
  수직적 중화질서 부활 가능성
 
  동북아 전환기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동아시아 세력전환으로 야기되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부상이 현저해졌고, 2010년과 2012년 센카쿠(댜오위다오) 영유권분쟁을 둘러싸고 중국의 민족주의와 일본의 우경화가 직접 충돌하였다. 일본은 중국의 공세적 강압외교를 직접 체험하였고, 중국은 미국·일본·중국주변국들의 포위를 의심하고 서태평양에서의 영향권 구축을 서둘렀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연계(engagement)와 견제’의 이중정책을 구사하면서 동아시아에서의 균형자 역할을 유지하려 한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도전은 중국 내부의 약점, 미국의 상대적 우위 유지, 미·중 간 국부의 차이, 군사력에서의 상당한 격차 등으로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러나 2020년대 초반 중국이 명목 GDP 면에서 미국을 추월하고 국방비 면에서도 격차가 축소되면서 서태평양에서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다. 미국이 경제를 회복하더라도 중국 부상으로 유일 초강대국으로의 복귀는 힘들 것이다. 물론 중국이 내부 모순과 중진국 트랩에 함몰할 수도 있지만 중국 정부의 난관극복 관측이 우세하다는 점에서, 이를 전제로 동아시아 정세를 봐야 할 것이다. 중국은 경제력·군사력의 신장을 바탕으로 공세적 외교안보 정책인 분발유위(奮發有爲)로 전환하여 중국몽(中國夢)을 적극 추구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의 위험과 세력권 내에서 수직적 질서인 중화주의의 부활 가능성이 높다.
 
  결국 당분간 동아시아에서는 미·중 전략적 이중성(협력・경쟁)과 일·중 전략적 충돌의 가능성이 높다.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를 중국에 의존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미·중 전략적 협력관계가 바람직하지만 미·중 대립과 충돌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최근 사드 배치 문제, 남중국해 문제가 전형적인 사례다. 선택이 불가피한 상황이 예상되는바,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을 우선하되 사안별로 국익·원칙·가치·국제규범에 따른 일관된 대응이 중요하며, 단기적 손해는 감수할 의지가 필요하다.
 
  향후 동아시아 지역질서의 구도로는 ①미국 주도 질서(Pax Americana 3.0) ②미·중 공동 주도(Condominium, Pax Americhina) ③중국 주도 질서(Pax Sinica) ④협력적 지역질서(Pax Consortia) ⑤현상유지(Muddle Through) ⑥미·일과 중국의 충돌(Collision) 등 크게 6개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우리 안보·경제발전이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가능했다는 점에서, 미국 주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시나리오 ①이 바람직하지만,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의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한편 미·중 양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의 참여로 법치에 의한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시나리오 ④도 바람직하다. 우리 외교도 이런 방향으로 노력함으로써 평화적 변경을 통한 세력전환의 가능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통일의 관점에서 동아시아 세력전환은 ‘변화 속에 기회’로 접근해야 한다. 외부환경의 변화 속에서 우리 국가역량을 총결집하여 한반도 평화와 안정 확보, 북한의 변화 모색, 급변사태 대비를 포괄적으로 주도해야 한다.
 
 
  통일외교의 주요 임무
 
  외교 다변화 필요
 
2017년 7월 7일 주함부르크 미국총영사관에서 만난 한·미·일 3국 정상. 통일을 위해서는 주변국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통일외교의 기본목표는 통일의 외부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으며, 크게 3개 분야에 집중하여야 한다. 우선 한국 통일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를 해소하고, 한국 통일의 이익을 잘 알려 국제사회의 적극적 지지와 협력을 확보하며, 통일달성에 필요한 주변국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통일외교는 연계정책에 대한 주변국 협조를 모색하면서 급변사태에 대한 대응체제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북한의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튼튼한 안보가 필수이므로, 통일외교는 안보외교와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통일외교 역량 극대화를 위한 다변화도 중요하다. 중견국가로서 외교역량을 극대화하고 전략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 대상도 주변국뿐만 아니라 유엔, EU, 동남아, 남미, 호주, 캐나다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들 국가나 국제기구는 통일 전후 북한 개발과정, 북한인권 개선, 북한 소프트웨어 공급 등에서 역할이 기대된다. 또한 안보리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상임이사국 5개국을 포함한 안보리 이사국과의 관계를 평소 돈독히 해 놓아야 한다.
 
  통일외교의 1차 목표는 주요 국가의 우려사항을 해소하는 일이다. 미국은 한반도가 오랜 기간 중국의 영향권에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통일될 경우 중국에 경사되는 것을 우려한다. 그리고 북한 핵·미사일의 처리 문제도 최우선 관심 사항이다. 이와 함께 통일에 따른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지위 변경에 관하여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둘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은 한반도 급변사태가 무력충돌로 발전될 경우 군사적 부담을 우려할 것이다.
 
  중국은 통일한국의 반중 가능성과 함께 통일 후 주한미군이 한·중 국경까지 올라가 주둔할 가능성을 염려할 것이다. 또한 중국은 통일한국이 간도 영유권과 백두산 국경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과 동북3성의 약 180만 조선족에 대한 영향도 우려 대상이 될 수 있다. 북한 핵·미사일의 처리와 북한 난민의 유입에도 신경을 기울일 것이다.
 
  일본은 통일한국이 반일 자세를 견지할 것인지에 관해 가장 신경을 쓸 것이다. 또한 통일한국이 중국에 경사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 통일 후 북한 핵·미사일의 처리에 큰 관심이 있으며, 통일 후 한미동맹·주한미군 지위변경이 주일미군에 미치는 영향에도 신경을 쓸 것이다. 러시아는 한국 통일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할 가능성과 난민유입으로 극동러시아가 불안해질 위험에 대해서 우려할 것이다.
 
 
  주변국 우려 해소 방안
 
2016년 3월 경기도 포천의 한 사격훈련장에서 키리졸브 연합훈련을 위해 군 차량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이러한 주변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엔 무엇이 있을까?
 
  첫째, 통일한국의 명확한 국가목표·전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주된 내용으로는 동아시아 평화번영에 공헌, 지역군축 선도, 개발경험 공유,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교량역할, 자유민주·시장경제·인권·법치 지향, 지역협력 추동 등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 통일 후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한 한미 협의를 사전에 해 둘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을 휴전선 이북으로 배치하지 않는 선에서 조정하고 통일 후 주한미군 육군 병력의 감축도 고려해 볼 만하다. 한미동맹은 전략자산으로 유지하되 동북아·동아시아 지역집단안보체제 구축을 추구해야 한다.
 
  셋째, 통일한국의 비핵화·대량살상무기(WMD) 불보유를 사전 선언하고 북한의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 포기와 화학·생물 무기의 전량 폐기를 천명하여야 한다.
 
  넷째, 중·일 양국에 대한 균형적 선린우호정책을 취하고 역사화해 촉진과 교류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동시에 중층적 지역협력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통일한국은 국제법 원칙에 따라 국가승계의 의무를 부담할 것이며, 간도, 백두산, 녹둔도 등 북한의 기존 국경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통일외교의 다른 주요 임무는 한국 통일의 이익을 주변국에 잘 납득시켜 통일 지지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안보 면에서는 북한 문제 해소로 한반도 평화 달성,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로 비확산 체제에 대한 중대한 위협의 제거, 북한의 군사위협 제거를 통한 동북아 평화안정의 확보, 무기판매·마약거래·위폐제조·사이버 범죄 등 북한의 국제 불법행위 종식, 역내 군사비 절감 및 군축 기반의 조성, 동북아 지역안보체제 구축의 여건 조성 등의 이익이 있다.
 
  경제면에서는 북한 개발이익을 통한 동북아 성장동력 창출, 북한부흥개발 수요와 인구 8000만의 새 시장 창출, 동북3성·북한·극동러시아를 잇는 경제개발, 지역 에너지 협력체제의 구축, TSR·TCR·TKR 연계를 통한 유라시아 개발, 환동해권의 발전, 동북아 지역협력 가속화 등이 예상된다. 정치적으로는 통일한국의 강대국 간 완충 역할, 역내 모든 관계 정상화, 교량국가 탄생, 동북아 지역의 ‘아시아 시대’ 견인 역할, 개도국 성공모델의 아시아 확산, 글로벌 이슈 해결 기여 등을 들 수 있다.
 
 
  효율적 통일외교를 위한 제언
 
  대북 인도적 지원은 계속해야
 
2015년 4월 북한으로 향하는 영농물자들. 통일을 위해서 인도적 대북지원은 계속되는 게 바람직하다.
  불특정 시기에 닥칠 통일에 대비하는 효율적 통일외교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북한의 핵무장을 방지하고 비핵화를 이루는 일이다. 북한이 핵무장을 완성하여 사실상 핵무장 국가가 될 경우 통일이 무산될 위험이 커진다. 북한 비핵화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고도화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핵무장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점을 강한 압박을 통해 깨닫게 하고 병진정책을 무력화해야 한다. 핵동결 타협안은 현 수준의 핵무장을 인정하여 분단 고착화로 귀결되므로 막아야 한다.
 
  둘째, 대북·통일정책에서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남북관계의 부침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물론 군사전용을 막을 장치는 강구하여야 하며, 지방자치단체, NGO, 종교단체, 국제기구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북한 주민들은 북한 당국의 은폐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북지원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 변화, 남한 호감도 증대, 남한 주도 통일에 대한 지지 확보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주변국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동아시아 세력균형에 관심이 큰 미국은 독일 통일에서와 같이 동맹국인 한국의 통일에 있어서도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 조야에 한국 통일의 가치를 알리는 노력을 체계적으로 전개하여야 한다. 또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큰 중국과도 전략적 협력관계를 내실 있게 다져야 한다. 한국 주도 통일이 중국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득해 내야 한다. 중국 군부와의 전략대화 채널을 구축하여 상호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미·중 3국간의 전략대화를 통하여 통일한국과 동북아의 안보체제를 중장기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일본과 러시아는 미·중만큼 한국 통일에 적극적 역할을 맡기는 어렵지만,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고 통일에 관한 지지와 협력을 제공할 위치에 있다.
 
 
  동북3성·극동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접근 필요
 
2014년 12월 뉴욕 브로드웨이에 나붙은 북한인권결의안 통과 환영 광고.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북한인권 문제에 관한 국제적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 2014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는 북한 인권유린이 ‘인도에 반한 죄’를 구성하며 북한 지도부에 형사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안보리 의제 상정과 총회·인권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북 압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유일지도 체제인 북한에 매우 아픈 부분으로 북한 주민의 통일에 관한 태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동남아, 서남아, 중동,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민관 합동의 체계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섯째, 해외동포의 협력을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세계 170여 개국에 약 720만의 해외동포가 있으며 거주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중추로 통일외교에 기여할 부분이 많다. 미국에 거주하는 200만에 달하는 재미동포는 유대인사회처럼 조직화를 통해 미국정치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미국을 움직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약 100만에 달하는 재일동포는 민단을 중심으로 한·일 가교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통일과정에 기여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 거주 동포들은 북한과의 특수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장차 남북 통합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북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여야 한다.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와 통일 후유증의 최소화 차원에서 시장경제의 운용에 관한 소프트웨어 교육을 꾸준히 실시하면 민주사회의 작동원리도 자연스럽게 교육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경계심을 감안, 유럽·북미를 통해 추진하고 국제사회의 민관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을 적극 활용할 경우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일곱째, 중국의 동북3성과 극동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동북3성은 중국에서 녹슨 산업지대로 경제적으로 낙후한 지역이므로 남북한·중 3각 협력을 염두에 둔 다양한 차원의 전략적 관계를 구축해 갈 필요가 있다. 극동러시아도 북한과 역사적으로 연계가 깊고 한국 통일로 수혜를 입을 지역이라는 점에서 통일과정이나 통일 후를 대비한 관계 구축을 착실히 진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 철저히 대비해야
 
중국 팡촨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중국·러시아 3국 접경 지역. 3국의 국기 표지판 너머 오른쪽이 두만강과 북한 나진선봉 지구다. 사진=조선DB
  여덟째, 비핵·평화국가, 모든 주변국과의 선린우호관계 유지, 주한미군의 현상 유지, 중견국가로서 국제평화 공헌, 유엔헌장과 국제법 준수, 국가승계 등 통일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미리 밝혀 한국 통일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아홉째, 통일 관련 주요 국가에 대한 공공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 통일외교 노력에 미치는 관련국 여론의 중요성을 감안, 통일 우호적 여론 조성과 반대 여론 순화를 위한 체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열째,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3대 세습체제의 모순이 증가하는 가운데 급변사태 발생은 예측이 곤란하다는 점에서 늘 대비해 두어야 한다. 조급하거나 태만하지 않게 큰 그림을 보면서 차분하게 준비하여야 하며 민간의 대비역량도 배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효율적 통일외교를 위하여 국내 컨센서스를 확립해야 한다. 현실적이고 실효적이며 결과지향적인 정책 합의를 일종의 사회계약으로 만들어야 한다. 독일은 서방정책·동방정책 및 ‘접촉을 통한 변화’라는 통일에 관한 보수·진보 합의를 통해 냉전 종식과 소련 붕괴라는 역사적 계기를 통일로 이끌었다. 우리도 정부 관련부처 간 효율적 역할분담 및 통합적 이행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가장 남남갈등이 큰 분야이므로 합의 도출은 쉽지 않겠지만, 지속적 대화와 소통을 통해 공통분모를 넓혀 가야 한다.
 
 
  나가며
 
  통일외교는 우리 통일정책을 뒷받침하는 양축의 하나이다. 통일은 다양한 변수가 작동하고 우리 능력 범위를 넘어서는 요소가 많은 불확실성의 게임이다. 통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임기응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많을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아무리 준비를 하여도 지나침이 없다. 진실의 순간에서 중요한 것은 그동안 축적된 외교력, 경제력, 국방력을 기반으로 통일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주변국의 협조를 끌어내는 일이다. 통일외교가 치밀하게 중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총리는 회고록에서 “만약 앞으로 백년 사이에 우리 독일인이 재통일되는 일이 일어난다고 하면 이것은 결코 이웃나라 사람들의 의향에 반한 것이어서는 안 되며 평화적인 선린관계를 맺으려 하는 독일인들의 신뢰할 만한 의지와 변함없는 능력에 대한 다른 민족의 신뢰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라고 하였다.
 
  한국이 통일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주변국의 통일 환영, 한국의 확고한 의지와 능력, 그리고 주변국의 신뢰와 협력이 필수다. 우리는 통일의 길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록 통일의 의지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 우리가 주인의식과 인내심을 가지고 끈질기게 노력하면 통일의 기회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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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배    (2018-01-17)     수정   삭제 찬성 : 10   반대 : 1
다 읽었습니다. 여태껏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 읽은 것으로 최고의 내용과 가치가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시계의 중요부품과 부분 부품들이 맞아야 시계가 돌아가는 것처럼 모든 부분을 감안하셔서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피고 대응하신 부분은 고개를 끄떡일 정도입니다. 대사님의 진정한 진면목을 공동 관심사에서 보게 되니 대사님이 어떤 생각과 철학을 가지신 분인지 정확히 알고 느끼게 됩니다. 한반도 문제에 이처럼 관심과 연구를 오래 해오신 것을 알게 되니 기쁜 마음이 솟아 오르기까지 합니다.

무릇 글이나 논문은 그래도 완벽한 것이 없으니 비평을 좀 한다면 한반도 통일의 가장 중요한 동력인 부국강병을 위한 구체적인 역량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닥아오는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시대와 우리의 구조적인 모순과 문제점에서 어떻게 도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음을 느낍니다. 저의 경우는 그러한 부분을 어떻게 준비하고 마련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일생을 바쳐왔기에 감히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사님^^
  가다가    (2018-01-08)     수정   삭제 찬성 : 8   반대 : 18
남한의 기술자본 과 북한의 자원인력의 조합은 중국 일본에 악몽이 될것입니다.

20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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