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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묶인 우파

유영식 제독의 사자후(獅子吼)

“한국도 이제는 원자력 잠수함을 가져야 한다!”

글 : 유영식  예비역 해군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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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 잠수함, 생존성을 지닌 확실한 보복 능력
⊙ 북한의 SLBM 위협에 대응하려면 한국도 원자력 추진 잠수함 가져야
⊙ 원자력 추진 잠수함 연료는 농축도 20% 미만의 상업용 우라늄을 사용하면 돼

유영식
1962년생으로 해군사관학교를 39기로 졸업했다. 35년9개월간의 군 생활 가운데 17년간을 해군본부와 국방부 대변인실 등에서 정훈장교로 일했다. 2009년부터 5년 동안 해군 공보과장으로 재직하며, 최장수 해군공보과장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2014년 해군 준장으로 해군본부 정훈공보실장(해군 대변인)을 지냈다.
2016년 2월 부산항에 입항한 미국 원자력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호(7800t급).
사거리 1250~2500㎞인 토마호크 미사일과 어뢰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 45개국에서 490여 척의 잠수함이 활동 중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주요 군사 강국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150척 운용하고 있다.
 
  필자는 해군 장교로 32년을 지냈지만 잘 모르는 분야가 잠수함이다. 1985년 임관하여 수상함을 2년 정도 경험하고 난 후 정훈장교로 복무해 온 필자는 언론의 현장취재를 도우면서 해군에서 움직이고 탈 수 있는 것은 다 체험했다.
 
  해군 항공기는 P-3C 해상초계기, S-3브라보, 와일드캣(일명 링스), 500MD, UH-60, UH-1H 등등. 해상초계기는 200시간 정도 타 보았다. 수상함은 PK(일명 제비), DDH(지금은 동해안의 안보공원에 전시 중인 강원함), 이지스급, 울산급, 광개토대왕급, 천안함급 전투함들은 물론 기뢰제거함, 순수지원함 등에도 승선해 보았다.
 
  해군의 전투함을 모두 경험했지만 가장 짧은 시간 동안 타 본 것이 잠수함이다. 2012년에 부산항을 출항하여 3시간 동안 ○○ 해역을 항해하고 온 것이 고작이다. 이처럼 잠수함은 해군에서도 금역이다. 그것은 은밀성 제일주의의 결과이기도 하다.
 
 
  “러시아 해군의 중심은 원자력 잠수함 부대”
 
  2015년 한국 해군과 러시아 해군 간의 정례 교류회의차 러시아를 방문했다. 모스크바에서 열린 합동참모부와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잠수함 장교가 날아왔다.
 
  그에 앞서 매년 동해에서 실시하는 한미 연합 해군훈련에 구역 인근에서 러시아 해군의 정보활동을 우리 군이 포착했다. 때문에 한러 해군교류회의에서 이에 대한 항의성 질의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온 러시아 잠수함 장교는 “공해상에서의 일반적 수준의 활동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네 수상함의 항해 기록을 보여주면서 한국 해군의 이해를 구했다.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의 설명이 러시아 잠수함의 활동이 있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한 것임을 직감했다.
 
  그날 만찬 자리에서 러시아 잠수함 장교는 디젤과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차이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를 했다. “블라디보스토크 군항에 정박한 러시아 잠수함 중 디젤 잠수함은 모두 대위나 소령이 함장이다. 그 잠수함은 이제 교육훈련 목적으로 사용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항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아르헨티나 해변가 등 세계 어느 곳이든 필요한 곳에서 작전을 수행한다.”
 
  그는 만찬 내내 “러시아 해군의 중심은 원자력 잠수함 부대”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러시아 해군사령부가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회의에서 잠수함 장교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전략적 가치인 “생존성을 지닌 확실한 보복 능력”에 대해 되풀이 강조했다.
 
 
  이라크전쟁의 교훈
 
1991년 걸프전쟁 이후 미국은 원자력 잠수함이나 이지스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으로 전쟁을 시작했다.
  1991년 걸프전쟁 당시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 원자력 잠수함 14척은 이라크 지상 시설 타격임무를 수행했다. 미국은 개전 초기 잠수함과 수상함에서 800여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중에서 약 3분의 1이 잠수함에서 발사한 토마호크였다. 이 미사일들의 주된 목표는 이라크 공군비행장과 공군기들이었다.
 
  토마호크 미사일 공격으로 이라크 공군은 날아 오르지도 못하고 하룻밤 사이에 궤멸됐다. 군 공항 활주로도 파괴됐다.
 
  미국은 핵 추진 잠수함의 원거리 미사일 공격은 100%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LA 급 잠수함은 36초마다 토마호크 미사일을 1발씩 발사할 수 있다. 1척당 14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이 순항 미사일은 475노트(시속 1000km 속도)로 적의 방공망을 피하고, 미사일에 내장된 지도와 실제지형을 비교하며 비행하여 목표지점을 타격한다.
 
  바닷속에서 솟아오른 미사일을 막아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걸프전쟁은 전략잠수함의 가치를 입증한 명백한 사례다.
 
  12년 지난 2003년의 제2차 이라크전쟁도 미국 잠수함의 미사일 공격으로 시작됐다. 수백km 떨어진 아라비아 해상의 이지스구축함과 어딘지 모르는 바닷속에 숨어 있는 잠수함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을 방법은 없다.
 
  우리 국방부도 2003년 이라크전을 지켜보면서 동맹국 미국의 전쟁 방식과 군사적 능력에 대해 예의 주시했다. 필자를 포함해 이라크전쟁을 지켜본 군인들의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전쟁은 어떻게 시작될까?’
 
  ‘강력한 미국은 개전 전에 북한의 주요 기지를 미사일로 정리하고 이어지는 지상전을 한국군에게 맡기겠지?’
 
  ‘미국은 북한의 군사적 능력을 조기(早期)에 완전히 와해시킬 정도의 군사력을 집중할까?’
 
  ‘미국은 대한민국이 원하는 시기와 장소에 미군의 전력(戰力)을 배치할까?’
 
  이라크가 전쟁 초기 작전의 양상과 그 결과를 지켜보면서 전투 전문가가 아닌 필자도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이제 전쟁의 양상은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 초기 조영길 당시 국방장관은 “토마호크의 가격이 얼마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갑작스런 조 장관의 물음에 국방부나 합참의 전문가들은 답변을 못했다. 조 장관은 토마호크는 미국이 해외에 팔지 않는 무기이기 때문에 가격을 매기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물어본 것이라는 후문이 있었다.
 
  ‘전력 건설 분야 전문가’라는 평처럼 조영길 장관은 균형적인 사고(思考)과 함께 국방재원을 장기적으로 지·해·공 전력 중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전략적 생각을 지닌 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육군 전략가이지만 잠수함의 전략적 가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즈음 해군은 잠수함 전력 건설 초기에 도입한 209급 잠수함이 도태되는 시기를 고려해 후속사업을 검토 중이었다. 당시 조영길 장관은 이왕 잠수함을 만들려면 3000톤급으로 바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20년을 앞서 있었다. 2015년 해군 잠수함사령부 창설시 그 자리에 꼭 초청해야 할 역대 장관으로 그가 꼽힌 것도 그 때문이었다.
 
 
  원자력 잠수함에 눈 돌릴 때
 
  잠수함의 가장 큰 전략적 가치는 적에게 들키지 않고 확실히 공격할 수 있는 유일한 공격무기라는 점이다. 정박해 있는 잠수함을 선제 타격하는 방법 말고는 현존하는 탐지수단을 가지고 잠수함을 잡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디젤 추진 잠수함이든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든 자체 사고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면 잠수함이 노출된 사례는 제로에 가깝다. 항구를 몇 개월 전에 출항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북한의 전략 무기에 의한 위협 중 가장 위험한 것은 잠수함에서 핵탄두가 탑재된 탄도 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경우이다. 북한이 아직 기술적으로 본격적인 SLBM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은 걸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2015년 5월 9일 첫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을 쏜 적이 있다. 북한이 죽자 하고 개발하면 SLBM 보유는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한국 해군이 잠수함을 한 척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던 1970년대에 북한은 이미 잠수함을 20여 척이나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민국 해군이 잠수함을 운용한 지 25년이 지났다. 우리는 디젤 추진 방식의 9척의 장보고급 잠수함과 214급 잠수함은 지속적으로 건조하고 있다. 모두 건조하면 우리나라는 18척의 잠수함을 운용하게 된다. 그러면 아마도 잠수함 보유 척수에 있어서는 세계 7위 정도에 해당될 것이다.
 
  3000톤급 잠수함의 건조가 시작된 지 약 5년이 흘렀다. 3000톤급 잠수함 건조에 관련한 기업이 대략 3000개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 추진하는 1차 건조 분은 디젤 추진 방식이다. 몇 년 후면 잠대지(潛對地) 미사일 ○○기를 탑재한 3000톤급 잠수함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을 생각하면, 디젤 추진 잠수함에 잠대지 탄도 미사일을 탑재하는 정도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더 이상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대해 논의만 해서는 안 된다.
 
 
  잠수함용 핵연료 확보 등 가능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예비역 대령.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예비역 해군 대령은 이렇게 주장한다.
 
  첫째, 한국은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원자로를 수출하는 기술력을 가지는 세계 5위의 원자력 기술 강국이다.
 
  둘째, 핵 연료는 프랑스 루비급 잠수함이 사용하는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을 사용하면 된다. 현재 국제시장에서 상업용으로 거래되는 우라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셋째, 사용한 우라늄을 농축 및 재처리하지 않고, 이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 공개하고 점검을 받으면 핵무기를 제조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을 수 있다.
 
  넷째, 어떠한 경우에도 농축 및 재처리 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쓰이는 농축 우라늄은 95% 정도로 농축된 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혹자는 원자력 잠수함이 어뢰를 맞거나 기뢰를 접촉해 폭파되면 원자로가 핵무기처럼 폭발하거나 엄청난 핵재앙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원자로의 핵 연료가 핵무기급으로 반응하려면 고농축 우라늄이 여러 개의 고성능 화약으로 기폭되어 핵분열을 일으키는 조건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자력 잠수함이 피폭(被爆)되어도 원자력 잠수함에 있는 핵연료가 반응할 정도의 고온 고압의 조건이 형성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면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에 대한 눈총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놓여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자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지금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를 추진하기 시작해도 20년 후인 2037년 정도에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전에 북한은 핵탄두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게 될 것 같다.
 
  북한을 비롯한 군사강국에 둘러싸인 대한민국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를 향해 나가야 한다. 계속 변화하는 북한의 위협에 쫓아가기에 급급해하는 국방정책은 이제 선택지에서 내려놓아야 한다. 자전거 뒷바퀴를 아무리 굴려도 앞바퀴를 못 쫓아가는 형국을 만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보다 강력한 선택이 대한민국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 안보는 의지가 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보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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